중세의 다리는 성과 마을뿐 아니라 삶과 세월을 잇는 소통로다. 체코 프라하카를교(까를교)는 보헤미안의 애환과 600년을 함께 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구시가와 프라하성을 연결하는, 블타바강의 가장 오래된 다리이기도 하다.


카를교는 겉과 속이 다르다. 블타바 강변에서 바라보는 카를교는 조연에 가깝다. 최고의 야경으로 일컬어지는 프라하의 야경을 추억할 때 카를교와 블타바 강은 프라하성의 버팀목이자 배경이다. 여행자들에게는 성으로 향하는 관문이 되고, 소설가 카프카를 되새기며 다시 구시가로 돌아오는 길에는 사색의 연결로가 되는 곳이다.

카를교는 프라하성과 구시가 광장을 이으며 600년 세월을 보헤미안의 애환과 함께 했다.



다리 동쪽 탑 위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는 카를교는 세월만큼의 풍류를 선사하다. 다리는 강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듯 한쪽으로 완만하게 기울어진 채 이어져 있다. 다리 건너편으로는 짙고 깊은 블타바 강과 붉은색 지붕들, 프라하 성의 모습이 가지런하게 배열된다. 교각 위는 빼곡하게 구경꾼들이 채운다. 다리에서 공연을 펼치는 중년의 악단이나 거리의 화가들은 카를교의 한 단면이다. 어느 계절, 어느 시간에 몸을 기대던 다리 위에서는 보헤미안들의 애환이 녹아든 랩소디가 울려 퍼진다. 체코가 낳은 감독인 카렐 바섹(Karel Vacek)이 "프라하성과도 바꿀 수 없다"고 칭송한 다리는 영화, 드라마의 단골촬영 장소로 사랑을 받고 있다.




보헤미안의 애환과 사랑이 담긴 다리


카를교의 미학적인 가치는 다리 위에 놓인 동상들 덕분에 더욱 도드라진다. 다리의 난간 양쪽에는 성서 속 인물과 체코의 성인 등 30명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이 동상들은 각자의 개성과 사연을 지니며 카를교의 볼거리가 됐다.

카를교 양쪽에 세워진 동상들은 다리의 미학적 가치를 더한다.


17세기 예수 수난 십자가상은 다리 위 동상 중 최초로 세워졌다. 가장 인기 높은 작품은 성 요한 네포무크(성 존 네포무크)의 상이다. 동상 아래 부조에는 바람을 핀 왕비의 비밀을 밝히지 않아 혀를 잘린 채 강물에 던져지는 요한 네포무크 신부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이 동상 밑 동판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행운이 깃든다는 전설 때문에 그 부분만 반질반질하게 퇴색돼 있다.

카를교 위에서는 악사들의 

품격 높은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소원을 빌어 반질반질해진 성 

요한 네포무크 동상의 동판

탑 위에서 내려다본 카를교. 여행자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카를교는 그 사연과 역사가 천 년을 넘어선다. 9세기 초 나무로 지어졌던 다리는 홍수로 여러 차례 유실됐고. 현존하는 카를교의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은 보헤미아의 왕인 카를 4세(까를 4세) 때다. 50년의 공사과정을 거쳐 1406년에 완공되는데, 600년이 흐른 최근에도 다리의 초석을 놓은 오전 5시31분을 기리며 축포를 쏘는 풍습이 남아 있다. 풍파를 겪어낸 보헤미안들은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다리’로 이 카를교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구시가와 프라하성을 추억하다


카를교는 프라하성과 구시가를 오가는 시간여행의 통로다. 보헤미아 왕국의 수도로 1000년 세월을 간직한 프라하는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프라하성에서 내려다본 구시가 전경. 중세 건축물들이 단아하게 배열돼 있다.


카를교에서 앙증맞은 문패들이 가득한 네루도바 거리(Nerudova Ulice)를 지나면 프라하성이다. 성곽 내부의 황금소로는 금을 만드는 연금술사들의 골목이자 프란츠 카프카가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변신], [성], [소송] 등의 작품을 써내려간 공간이다. 카프카 외에도 프라하는 음악가 드보르자크를 낳았고, 모차르트가 가장 사랑했던 도시였다. 성루에 오르면 블타바 강 너머 구시가의 울긋불긋한 전경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카프카가 집필을 했던 황금소로. 카페, 책방 등이 들어서 있다.

‘프라하의 봄’의 사연을 담고 있는 바츨라프 광장의 기마상


60년대 피로 얼룩진 `프라하의 봄`의 배경이 됐던 바츨라프 광장이나 천문시계틴 성당으로 대변되는 구시가지 광장도 고풍스런 프라하를 단장한다. 매 시각 인형들의 춤이 시작될 때면 광장 앞은 고개를 쳐든 구경꾼들로 빼곡히 채워진다.


미로처럼 뻗은 골목에서 마주치는 건축물들은 프라하가 중세 건축의 전시장임을 보여준다. 고딕, 바로크, 로마네스크 양식의 빛바랜 담벼락들은 흐린 날 비라도 내리면 낮은 음성을 읊조리듯 친밀하게 다가선다.

구시청사의 천문시계. 매시 

정각이면 인형이 나와
춤을 춘다.

프라하성 내부 고딕양식의 성 비트 성당.


이방인들은 밤이면 뒷골목 낯선 바에 앉아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을 마신다. 700년 전통의 보헤미안 맥주는 ‘달그락’거리는 동유럽 특유의 둔탁한 골목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1,000년 된 거리와 600년 된 다리가 뿜어내는 묘한 매력은 도시의 잔상을 몽롱하고 알싸하게 변질시킨다.



가는 길
대한항공 등이 인천~프라하 직항편을 운항 중이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독일 뮌헨이나 오스트리아 에서 들어가면 가깝다. 입국 때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불시에 티켓검사를 하니 버스 등을 탈 때 무임승차는 삼가야 한다. 달러나 유로는 거리 곳곳 환전소에서 쉽게 환전이 가능하다. 한국 민박집들이 20여 곳 성업 중이다. 최근에는 인근 중세마을 체스키 크룸로프까지 둘러보는 여행이 인기다.

시인·소설가 등 문인들과 단단하게 이어져 있는 '이야기의 도시'
프라하에 스민 문학의 숨결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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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지 광장 시계탑에서 바라본 프라하 전경

프라하는 끝없는 이야기의 도시다. 곳곳에 신화와 전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프라하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 같은 도시다. 보기에도 아름다운 프라하의 명소들은 수많은 예술가들, 특히 시인이나 소설가 같은 문인들과 단단히 이어져 있다. 

아무리 수수한 곳이라도 보이지 않는 사연들을 알고 나면 마음에 남기 마련이다. 하물며 그곳이 프라하의 어디라면… 그 장소는 아름다움 이상의 의미로 기억될 것이다. 프라하에 스민 문학의 숨결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연금술사의 거리, 황금소로와 카프카 뮤지엄

블타바 강변에 있는 카프카 뮤지엄 / 프라하 성 입구
블타바 강변에 있는 카프카 뮤지엄 / 프라하 성 입구
프라하 성이 처음 세워진 시기는 무려 서기 8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프라하 성은 로마시대부터 고딕, 르네상스 등 천년에 걸친 유럽 건축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70,000㎡에 달하는 넓이 덕에 세계에서 가장 큰 성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기도 하다.

프라하 성의 정문을 통과해 비투스 성당을 지나 동쪽 출구로 가다보면 황금소로(Golden Lane)라는 이름의 골목을 찾을 수 있다. 작은 집들이 옥수수알처럼 옹기종기 늘어선 이곳이 관광객으로 붐비는 주된 이유는 프란츠 카프카가 머물던 집이 있기 때문이다. 중세 때 연금술사들의 작업실이었다는 그곳에서 카프카 또한 언어를 가지고 20세기를 매혹시킨 연금술을 펼쳤던 셈이다.

'슈퍼맨'의 주인공 클라크 켄트처럼 카프카는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침이면 그는 슈트를 말쑥하게 차려입고는 서류가방을 들고 프라하 비즈니스의 중심지인 바츨라프 광장에 있는 보험조사국으로 출근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소설가로 변신했다. 홀로 방에 틀어박혀서는 새벽이 올 때까지 집필에 몰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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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스트라나
프라하 성을 나와 인근 말라스트라나 지구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골목과 거리를 지나 카를교로 향하는 길에서는 미스터리로 둘러싸인 카프카와 그의 예술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카프카 뮤지엄이다.

이곳에서는 카프카의 육필 원고와 소설의 초판본, 편지, 사진 그리고 그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프라하의 여러 장소들의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귀중한 자료들과 더불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의 예술관과 정신세계까지 체험하게 할 의도로 기획된 전시는 전 세계 카프카 팬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카프카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어도 좋다. 카프카 뮤지엄에서 젊은 예술가가 겪었던 고뇌와 방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일생 동안 사랑했던 도시 프라하의 이미지를 접하고 나면 지금까지 당신이 알던 것과는 조금 다른 프라하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뮤즈가 머무는 자리, 카페 슬라비아

구시가지 방향으로 카를교를 건너 블타바 강을 따라 남쪽으로 걷다보면 당당히 서 있는 국립극장이 보인다. 극장 맞은편에 프라하를 대표하는 카페, 슬라비아(체코어 표기로는 Kavarna Slavia)가 있다. 1884년에 문을 연 이래 카페 슬라비아는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의 사랑방이었다. 친숙한 멜로디의 교향시 '나의 조국'을 작곡한 음악가 스메타나부터 198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사이페르트까지, 슬라비아의 단골 손님 리스트가 곧 유럽 예술사의 한 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카페 슬라비아는 파리의 카페 마고, 베네치아의 카페 플로리안처럼 한 도시를 대표하는 지성과 예술의 전당이다.

카를교 아경 / 까페 슬라비아
카를교 아경 / 까페 슬라비아
오리지널 토넷 체어, 짙은 갈색의 나무 테이블, 녹색의 대리석 벽과 그 벽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유명 인사들의 사진… 카페의 내부는 1920년대에 당시 유행하던 아르누보 스타일로 한 번 리모델링한 이래 거의 변한 것이 없다고 한다. 벽 한가운데 걸려 있는 가로 2m, 세로 1.8m 크기의 유화, 빅토르 올리바의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이 1985년에 새로 걸린 것을 제외하곤 말이다.

카페 슬라비아를 즐겨 찾던 문인 중에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있다. 프라하에서 나고 자란 릴케는 대학을 마치자마자 이 도시를 떠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시인의 마음 속에 프라하는 영원한 고향이었다. 훗날 그는 아름다운 과거의 장소, 카페 슬라비아를 무대로 한 산문집 '프라하의 두 이야기'를 썼다. 

맑은 눈으로 예술가들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 기울였을 릴케의 모습을 그리고 싶다면 붐비는 낮 시간을 피하는 편이 현명하다. 에스프레소 향기가 맴도는 아침과 피아노 연주가 울려 퍼지는 밤이야말로 카페 슬라비아에 뮤즈가 찾아오는 시간이다.

황금호랑이에서 피어난 이야기의 꽃

맥주를 빼고 프라하를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842년, 프라하에서 서쪽으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플젠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라거, 필스너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맥주는 체코인들에게 황금의 물이었다. 맥주 제조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체코 전역에는 수많은 술집, 즉 펍이 생겨났다. 특히 맥주의 본고장 플젠과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는 유서 깊은 펍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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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젠의 맥주박물관 전경
그중에서도 카를교에서 구시가지 광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펍 황금호랑이(U Zlateho Tygra)는 고작 10개의 테이블이 있는 작은 가게지만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프라하 최고의 맥주 맛과 카페 슬라비아 못지않은 쟁쟁한 단골 리스트 덕분이다. 

황금호랑이의 단골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체코의 국민작가 보후밀 흐라발(1914~1997)이다. 체코 현대 문학을 알기 위해서는 '엄밀히 감시받는 열차(1965)'를 비롯한 그의 작품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로 체코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작가다. 

황금호랑이는 흐라발에게 맥주뿐만이 아니라 무한한 소재가 떠오르는 이야기의 샘이었다. 심지어 ‘술집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콜라주하는 작가’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이에 흐라발은 농담 삼아 이렇게 대꾸했다고 한다. “이제 볼장 다 봤어요.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말이지요, 내가 자기들의 이야기를 듣고 써서 푼돈이나 끌어모았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내가 술집에 들어갈 때마다 ‘야 저기 위대한 작가가 오신다’ 이러면서 쥐 죽은 듯이 맥주만 핥는답니다.”

뛰어난 이야기꾼이었던 흐라발은 종종 이곳에서 독자들과 만나거나 낭독회를 열곤 했다. 황금호랑이에서 흐라발과 맥주잔을 부딪히던 손님 중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바츨라프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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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츨라프 광장
 
맥주와 이야기에 훈훈해진 마음을 안고 구시가지 광장에서 고딕 양식의 틴 성당과 시계탑까지 구경했다면 이제 신시가지로 장소를 옮겨보자. 신시가지에 있는 바츨라프 광장은 프라하 문화와 비즈니스의 중심지다. 그리고 바츨라프 광장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극작가이자 반체제 운동가요, 정치인이었던 바츨라프 하벨이다.

1968년 프라하, 자유와 인권을 호소하는 하벨의 연설에 바츨라프 광장에 모인 수많은 프라하 시민들이 열쇠와 작은 종을 흔들며 환호한다. 1960년대 말 일어난 공산주의 독재에 대한 저항 운동, 이른바 ‘프라하의 봄’의 한 장면이다. 잠시 꽃피던 ‘프라하의 봄’은 소련의 탱크 아래 좌절되었지만 하벨은 포기하지 않고 반체제 운동을 통해 불씨를 이어간다. 어디까지나 글과 말이라는 비폭력적 수단을 통해서였다.

1989년 11월 그는 다시 수십만 군중이 운집한 바츨라프 광장에 선다. 40년 이상 지속된 철의 장막이 거센 변화의 바람에 일거에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피를 흘리지 않고 벨벳처럼 부드럽게 이루어진 정권 교체라는 의미에서 하벨은 이 역사적 사건을 ‘벨벳 혁명’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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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앤 선즈 서점
그해 대통령에 당선된 하벨은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될 때까지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으로, 이후 2003년까지는 체코 대통령으로 봉직했다. 대통령 시절에도 그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잊은 적이 없었다. 변함없이 글을 썼고 청바지 차림으로 거리를 걸어 다녔으며 펍에서 사람들과 어울렸다. 

2011년 12월, 프라하 시민들은 또 한번 바츨라프 광장에 모여들었다. 75세를 일기로 타계한 하벨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이듬해, 프라하 국제공항은 그의 이름을 따서 바츨라프 하벨 공항으로 불리게 된다. 여행의 자유 또한 체코에서는 하벨과 국민들이 독재와의 긴 투쟁 끝에 얻어낸 값진 성과였기 때문이다.

프라하의 문학 사랑은 지금도 여전히 뜨겁다. 체코 작가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작가들이 이곳에서 독자들과 만난다. 작가들의 도시인 동시에 독자들의 도시이기도 한 것이다. 여행지의 서점에 들르는 취미를 가진 여행자라면 말라스트라나의 셰익스피어 서점을 비롯한 독립 서점들을 탐방해보자. 매년 열리는 프라하 작가 페스티벌 기간에 맞춰 여행하는 것도 좋겠다. 

책은 우리를 프라하로 부르는 초대장이다. 그리고 프라하는 우리를 시의 세계로 들이는 문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1. Favicon of https://travelbible.tistory.com 오리궁둥이 2016.05.21 02:10 신고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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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주도인 빅토리아 시내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떨어진 골드스트림 공원. 규모만 무려 330만㎡(약 100만평)에 달한다고 하니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어딘가 돌아다니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을 마다할 리 없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가을 단풍'이다. 주위를 붉게 물들이는 단풍과 선선한 가을바람을 즐기며 가을 정취를 느끼다보면 시간이 이대로 멈추기를 바라게 된다. 

가을이 더 늦기 전, 좀 더 색다른 '가을 경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유럽 특유의 성(城)을 붉은 단풍과 만끽할 수 있고, 도심 속 '단풍 투어'를 떠날 수도 있다. 단풍이 아니더라도 과거 수도사들이 걸었던 길을 걸으며 일상에 지친 심신을 잠시나마 달랠 수도 있다.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캐나다의 메이플 로드, 도심 속 단풍 물결 체코 프라하…. 어디를 가든 후회가 남지 않는 '가을 여행'의 명소들이다. 

◆ 구석구석 붉은 물결…캐나다 메이플 로드 

단풍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역시 캐나다다. 가기 쉬운 나라도 아니고, 우리에게 익숙한 나라도 아니지만 캐나다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아마 국기에 그려진 단풍 문양 때문일 것이다. 휴가철이면 누구든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캐나다. 특히 트레킹 코스가 발달돼 일상의 번잡스러움을 내려놓고 훌쩍 걷고 싶어질 때 누구든 떠올리는 곳이 캐나다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토론토, 오타와, 몬트리올을 거쳐 퀘벡까지 이어지는 800㎞ '단풍길.' 많은 이들이 이곳을 메이플 로드라고 부른다. 가을 여행의 별미인 단풍 여행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메이플 로드. 그러나 짧은 휴가 기간에 이곳을 모두 걸을 수는 없다.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서일까. 메이플 로드 부럽지 않은 '미니 메이플 로드'가 단풍 트레킹 마니아들을 기다린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주도인 빅토리아 시내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떨어진 '골드스트림 공원'도 단풍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곳. 규모만 무려 330만㎡(약 100만평)에 달한다고 하니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밴쿠버에서는 '그라우스 그라인드 하이킹'이 단풍 마니아들을 반긴다. 태곳적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트레킹 코스를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맑아진다. 코스의 심한 경사가 부담스럽다면 '스카이라이드 트램'으로 즐기면 된다. 토론토 도심 한복판에서 10분가량 떨어진 '레슬리 스트리트' 역시 다녀온 이들이 손꼽는 '단풍 명소'다. 495만㎡(약 150만평)가 넘는 넓은 토미톰슨 공원이 단풍 포인트다. 

◆ '유럽 머스트여행지' 체코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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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을 계획할 때 반드시 들러야 할 곳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프라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하나.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꼽는다면 어딜까. 도도히 흐르는 물길을 자랑하는 '수상도시' 베네치아, 천년 고적이 살아 숨쉬는 로마, 누구나 한 번쯤은 걸어보고 싶은 파리…. 워낙 아름다운 도시가 많은 유럽이기에 대답을 한 뒤에도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누구나 꼽는 이 도시들에 버금가는 곳이 있다. 바로 가을을 맞이한 프라하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인기와 함께 주목받기 시작한 프라하. 이제는 유럽 여행을 계획할 때 반드시 들러야 할 곳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가을의 프라하는 유럽 어느 곳보다도 아름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풍을 맞이한 도시가 붉게 물드는 모습은 마치 '붉은 파도'가 도시를 뒤덮기라도 한 것처럼 강렬하고 아름답다.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카를교, 독특한 건축양식에 취해 걷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프라하성까지…. 잠시라도 눈을 뗄 곳이 없는 프라하는 서늘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걸을 때 매력이 더해진다. 

교외에서 즐길 수 있는 마땅한 '단풍 트레킹' 코스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프라하의 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프라하의 단풍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레트나 공원이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과 서늘한 가을바람이 공존하는 레트나 공원을 걷다보면 동화 속 왕자나 공주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레트나 공원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프라하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하가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블타바강 때문이다. 블타바강 덕분에 다양한 다리들이 세워지면서 프라하의 운치가 더해진 것. 뉘엿뉘엿 노을이 질 무렵 단풍을 맞으며 레트나 공원에서 프라하 도심을 바라보면 타는 듯 붉게 물든 강과 해가 지며 아름다움을 더하는 프라하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 수도사들이 걸었던 길…스페인 몬세라트 

스페인 여행을 계획할 때 스페인에서 오래 살았다는 여행 가이드에게 질문을 던졌다. "바르셀로나에서 단 하루만 머물 수 있다면 어느 곳을 추천할 거냐"고. 

"몬세라트 가야죠." 가이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여기에 가이드가 한마디를 더한다. "이틀 일정이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몬세라트겠지만 하루 일정이면 저는 몬세라트로 갈 거예요."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뛰어넘는 몬세라트.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이곳은 바위 속에 숨겨진 수도원이다.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수도원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경험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이곳은 '단풍 여행'을 즐기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방이 바위산으로 둘러싸여 있기에 잎이 넓은 단풍나무가 자라기에는 적합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 그러나 단풍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가을 트레킹'을 꿈꾼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과거 스페인 수도사들이 걸었던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된다. 

울퉁불퉁 제멋대로 형성됐지만 은은한 조화를 이루는 바위산.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건설할 때 이곳 바위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할 정도니 걸을 때마다 신비스러운 분위기에 빠져든다. 

몬세라트 수도원의 비밀을 간직한 트레킹 코스는 모두 5개. 짧게는 약 3.2㎞에서 길게는 7.5㎞까지 다양한 코스로 구성된 것도 매력이다. 

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산트 헤로니'로 올라가는 길에는 다양한 기암괴석을 구경할 수 있어 2시간이나 걸리는 만만치 않은 거리임에도 많은 사람이 몰린다. 수도원 인근에 조성된 트레킹 코스답게 곳곳에 위치한 마리아, 예수 조각들은 수수하기에 오히려 더욱 운치를 더한다. 

◆ 동화의 한장면 獨 노이슈반슈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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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퓌센에 위치한 '노이슈반슈타인 성'.

전 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은 '애니메이션 제국' 디즈니. 수많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도 '고참'에 속하는 것이 1959년 나온 '잠자는 숲 속의 공주'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영화를 본 이들이 감탄한 것이 아름다우면서도 당당한 자태를 과시하는 성이다. 공주가 갇혀 있는 성의 모티브가 된 성이 바로 독일 퓌센에 위치한 '노이슈반슈타인 성'이다. 한 번쯤은 반드시 봐야 할 건축물에 꼽히기도 한 노이슈반슈타인성. 이곳은 단풍을 맞이하는 가을이 되면 타는 듯한 붉은 물결과 흰색 성이 조화를 이루며 전 세계 관광객을 유혹한다. 

이 성을 보는 순간 디즈니가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배경을 삼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나무들과 마치 하늘에 떠있는 섬처럼 자리 잡은 노이슈반슈타인성은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도 '공주가 갇혀 있지 않을까'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성까지 가는 방법은 버스를 타는 것과 걸어 올라가는 것 두 가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단풍은 만끽할 수 있지만 막상 노이슈반슈타인성은 가이드를 따라 정해진 구역만 둘러봐야 한다는 것. 성이 미완성이기에 마음껏 둘러볼 수 없다. 고즈넉한 단풍을 만끽하며 성의 아름다움은 눈과 마음에 담아오는 수밖에 없다. 

■ 해외 가을 단풍여행 TIP 

▶캐나다 미니 메이플 로드〓캐나다 관광청(www.keepexploring.kr)에서 6대 힐링 로드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프라하 여행〓'당일치기'로는 시간이 부족하다. 조금 힘들더라도 가을바람을 맞으며 도시 곳곳을 직접 걸을 때 프라하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몬세라트〓산트 호안 코스를 따라 걷다가 오른쪽으로 난 좁은 오솔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몬세라트 수도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 

▶노이슈반슈타인성〓독일 뮌헨 여행 도중 '당일치기' 코스로 다녀오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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