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에서 꼭 맛봐야 하는 먹거리들에 대한 이야기

훠궈, 샤오롱바오, 차 다예관
(좌측부터) 훠궈, 샤오롱바오, 차 다예관

‘꽃보다 할배’로 시작된 타이베이 여행의 인기는 최근 정점을 찍고 있다. 2시간 5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온난한 기후, 착한 물가, 다채로운 즐길 거리와 친절한 사람들까지. 많은 장점 중에서도 여행자들에게 가장 어필하는 부분은 역시 식도락. 다녀온 이들의 증언을 빌리면 1일 5식으로도 부족한 곳이 바로 타이베이다. 식도락 여행이 목적이 아니었던 여행자라도 이곳을 여행한 후에 가장 강하게 남는 것은 혀끝으로 느꼈던 타이완의 맛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타이완의 음식은 내가 느낀 타이완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이가 있고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육즙을 가득 품은 샤오룽바오를 비롯해 한국에도 열풍을 몰고 온 망고 빙수,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버블티의 원조도 사실 타이완이다.

미식의 천국 타이완은 여러 가지 맛을 품고 있다. 타이완의 전통적인 향토 음식은 물론 커자(客家) 요리와 중국의 광둥(廣東) 요리의 영향도 받았다. 일제 강점기 시대를 거친 까닭에 일본의 식문화도 스며들었으며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적인 특징 덕분에 해산물 요리도 풍부하다. 온난한 기후 덕분에 열대 과일이 풍족하며 그와 함께 달콤한 디저트도 발달했다. 아시아의 주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채로운 미식 기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점은 한국보다 조금 더 저렴한 물가 덕분에 이 모든 미식을 착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길지 않은 여행 일정, 타이베이에서 무엇을 먹고 마시며 즐겨야 할지 모르는 여행자들을 위해 타이베이에서 꼭 맛봐야 하는 먹거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진한 육수를 품은, 샤오룽바오 

샤오롱바오
샤오롱바오
한국인 여행자들이 특히나 열광하는 타이완의 대표 먹거리는 역시 샤오룽바오(小籠包)다. 복주머니처럼 탐스러운 모양의 만두로 얇은 피 안에 진한 육수를 가득 품고 있는 샤오룽바오. 한국에서는 샤오룽바오를 맛볼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지만 타이베이에서는 가장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게다가 맛도 가격도 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만족스러우니 타이완의 샤오룽바오에 반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샤오룽바오 맛집으로는 전 세계 곳곳에 체인을 거느리고 있는 딘타이펑(鼎泰豊)과 딘타이펑의 라이벌인 까오지(高記)를 꼽을 수 있다. 샤오룽바오를 맛있게 즐기고 싶다면 우선 작은 종지에 생강채와 간장1, 식초3의 황금 비율로 섞어두자. 조심스럽게 간장에 샤오룽바오를 적신 후 숟가락 위에 올리고 젓가락으로 만두피를 살짝 찢어서 육즙이 흘러나오도록 한 후 육즙 맛을 살짝 본다. 그리고 여기에 생강채를 올려서 입속으로 넣으면 끝. 뜨거운 육수를 가득 품고 있으니 혀를 데지 않도록 조심조심 음미할 것.

보글보글 끓여 먹는 재미, 훠궈

훠궈
훠궈
타이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꼽자면 단연 훠궈(火鍋)를 꼽을 수 있다. 훠궈는 중국 쓰촨성(四川省)에서 시작된 음식문화로 쉽게 말해 ‘중국식 샤부샤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타이완은 훠궈의 천국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훠궈 레스토랑이 있다. 보통 냄비가 반으로 나뉘어져 있어 두 가지의 육수를 넣고 끓이는데 여기에 갖은 재료를 넣어 끓여 먹는 식이다. 채소, 버섯, 두부, 해산물, 육류까지 육해공 재료들을 모두 넣고 익혀 먹을 수 있으니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육수도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는데 알싸한 매운맛이 느껴지는 마라궈(麻辣鍋)와 맑은 탕의 백탕이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한류의 붐을 타고 김치탕을 선보이는 훠궈 레스토랑도 많아졌다. 대다수의 훠궈 레스토랑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뷔페식이 많아 푸짐하고 양껏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훠궈는 물론 각종 디저트와 과일까지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으니 배를 비우고 갈 것을 추천한다.

눈보다 고운 망고 빙수

망고 빙수
망고 빙수
타이완의 미식들로 배를 채웠다면 다음은 디저트를 즐길 차례다. 최근 한국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몰고 있는 망고 빙수의 고향은 타이완이다. 눈보다 고운 빙수의 결에 한번 감탄하고 탱글탱글한 망고 맛에 두 번 감탄하게 되는 맛이다. 타이베이에서는 아이스 몬스터(Ice Monster)와 스무시 하우스(Smoothie House)가 쌍벽을 이루는 투 톱 맛집으로 두 곳 모두 감동적인 망고 빙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더운 날씨에 평소보다 이곳저곳 많이 걸어 다니느라 지쳤을 때 입안에 망고 빙수를 한 스푼 떠 넣으면 천국의 맛이 따로 없다. 

물보다 차를 더 즐기는 나라 

차 다예관
차 다예관
평소 차보다는 커피를 즐겨 마시는 이들, 차하고는 거리가 먼 초보라도 타이완에 왔다면 자연스럽게 차 문화를 접하게 된다. 중식당에 가면 주문하지 않아도 따뜻한 차가 나오며 길거리에는 편의점보다 차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티 숍들이 더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 차는 타이완 사람들에게 일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타이완은 청나라 때 중국 푸젠성에서 차나무를 가져와 심은 것이 시작으로 오랜 기간 국책사업으로 차 산업을 발전시켰고 특히 우롱차(烏龍茶) 종류는 세계적으로도 타이완의 우롱차가 최고로 여겨질 정도로 유명하다. 고산지대에서 재배된 아리산우롱차(阿里山烏龍茶),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동방의 미인(東方美人)’이라고 극찬을 보낸 바이하오 우롱차(白毫烏龍茶) 등이 대표적인 타이완의 명차로 꼽힌다. 흔히 버블티라고 불리는 쩐주나이차(珍珠奶茶)를 처음으로 만든 원조도 타이완이니 차와 타이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길거리에서 착한 가격에 테이크아웃을 해서 차를 즐겨도 좋고 고즈넉한 다예관에서 느긋하게 차 향기에 빠져 봐도 좋겠다.

밤이면 밤마다, 야시장


사천식 비빔국수, 야사장 길거리 음식
(좌측부터) 사천식 비빔국수, 야사장 길거리 음식
타이완의 밤, 클럽보다 인파가 더 몰리는 곳은 역시 야시장이다. 외식 문화가 발달하기도 했고 워낙 더운 날씨 때문에 해가 지고 난 후에 문을 여는 야시장이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타이베이에서도 매일매일 크고 작은 야시장이 열린다.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야시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소소한 아이템들을 구매하며 쇼핑의 재미도 느낄 수 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먹거리들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흔히 샤오츠(小吃)라고 부르는 야시장의 주전부리는 전통적인 타이완의 먹거리부터 여행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개발된 독특한 먹거리까지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사람 머리보다 큰 치킨 튀김, 지파이(雞排), 맥주를 부르는 왕 오징어 튀김, 수십 가지 종류를 자랑하는 꼬치구이 등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먹거리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 중에서는 우리의 삭힌 홍어와도 쌍벽을 이루는 처우떠우푸(臭豆腐)도 빼놓을 수 없다. 흔히 지옥의 향, 천국의 맛이라고 불리는 처우떠우푸는 코를 찌르는 특유의 향기 때문에 초보 여행자들에게는 벌칙에 가까운 곤혹스러운 맛이지만 그 맛을 한번 느끼고 나면 중독된다고 하니 호기심 많은 여행자라면 과감하게 도전해보자.

타이완식 아침 식사 즐겨보기

관광객들에게만 유명한 맛집보다는 마치 타이베이에 사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이들, 현지인들이 매일 먹고 마시는 먹거리가 궁금한 이들이라면 타이베이 현지인들처럼 아침을 시작해보자. 타이완 사람들이 매일 아침을 시작하는 곳은 ‘짜오우찬(早午餐)’으로 짜오우찬은 아침 식당을 뜻한다. 외식이 일상화되어 있는 이들에게 아침 역시 사먹는 문화가 자연스럽다. 타이완 사람들은 주로 아침에 더우장(豆漿)이라고 부르는 콩으로 만든 음료를 즐겨 먹는데 영양도 훌륭하고 부담 없는 아침 식사로 제격이다. 더우장은 뜨겁게, 또는 차갑게 즐길 수 있으며 여기에 밀가루를 길쭉하게 튀긴 빵, 요티아오(油條)를 곁들이면 타이완 스타일의 소박한 브런치가 완성된다. 조금 더 든든하게 즐기고 싶다면 계란을 넣은 딴빙(蛋餅)이나 타이완식 주먹밥, 판퇀(飯糰)을 곁들여도 좋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푸항더우장(阜杭豆漿)이지만 동네 어디에서나 아침 식당들을 쉽게 볼 수 있으니 가까운 곳에서 그들처럼 아침을 시작해보자.

타이완식 아침 식사, 펑리수
(좌측부터) 타이완식 아침 식사, 펑리수

미식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펑리수

타이베이 여행에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사가는 쇼핑 아이템은 단연 펑리수(鳳梨酥)다. 공항에 가면 타이베이의 유명한 펑리수 베이커리들의 쇼핑백을 바리바리 들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여행자들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인기가 뜨겁다. 펑리수는 흔히 파인애플 케이크라고 통하는 타이완의 전통 과자다. 펑리(鳳梨)는 파인애플을 뜻하고 수(酥)는 바삭하다는 뜻. 동과(冬瓜), 파인애플 또는 파인애플 잼을 넣고 만드는데 상큼한 파인애플의 향과 버터 향을 품은 페이스트리와의 조화가 절묘하다. 타이베이 여행 후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간식으로 즐기기에도 좋고 가족과 지인들을 위한 여행 선물로도 안성맞춤이다. 여행의 마지막은 치아더(Chia Te)와 서니 힐스(Sunny Hills) 같은 유명 베이커리들을 순례하며 내 입맛에 맞는 펑리수를 구입하는 것으로 마무리해보자.

타이베이 200퍼센트 즐기기

타이베이 101과 도심 풍경
타이베이 101과 도심 풍경
먹고 마시는 것만이 타이베이의 매력으로 꼽기엔 너무 서운하다. 타이베이를 비롯해 근교에는 볼거리로 가득하기 때문. 타이베이 101은 타이완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508m에 달하는 마천루로,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목이 아플 정도로 높이가 엄청나다. 전망대에 오르면 타이베이 도심을 파노라마 뷰로 감상할 수 있어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고궁박물원은 중국 5천년 역사의 보고(寶庫)이자 타이완의 자존심으로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명소이다. 60만여 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워낙 그 양이 많아서 3~6개월마다 교체 전시를 한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타이완은 온천으로도 꽤 유명한 여행지로 지하철과 비슷한 MRT를 타고 쉽게 온천을 즐기러 갈 수도 있으니 반나절 정도는 온천 명소, 베이터우(北投)로 넘어가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힐링의 시간을 즐겨도 좋겠다.

타이베이 근교에는 도심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여행지들이 많아 여행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덜컹이는 오래된 탄광철도를 타고 소박한 마을들을 찾아 떠나는 핑시시엔(平溪線) 기차 여행에서는 아날로그의 감성과 기차 여행의 낭만을 만끽할 수도 있고 기묘한 형태의 암석들과 파란 바다가 펼쳐지는 예류(野柳)의 신비로운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지우펀(九份)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로 꼬불꼬불한 골목을 따라서 맛깔스러운 먹거리가 줄줄이 이어지고 좁은 계단 사이로 붉은 홍등이 주렁주렁 걸린 이국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홍등 사이사이 자리 잡은 다예관에 앉아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차 한 잔을 마시고 있노라면 이미 타이베이와 사랑에 빠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베이터우 온천, 예류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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