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훈자 계곡

훈자 계곡
훈자 계곡의 밤과 하늘. /케이채 제공
세계적으로 경치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고속도로는 여럿이지만, 그중에서도 카라코람 하이웨이(Karakoram Highway·통칭 KKH)는 특별하다. 세계에서 둘째로 높은 곳을 통과하는 고속도로(해발 4693m)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파키스탄에서 중국까지 이어지며 과거 실크로드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또한 에베레스트에 이어 역시 세계에서 둘째로 높은 산, K2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도로이기도 하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Islamabad) 근교의 하산 아부달(Hasan Abdal)에서 시작하여 중국의 서쪽 도시 카스(Kashi)에 도달하기까지 1300㎞ 이어지는 이 도로는 반듯하게 잘 펴진 길을 달리다 급한 커브길을 돌고 돌기도 하고 거친 산을 힘들게 오르내리며 아름다운 풍광을 지나고 또 지나게 된다. 이 도로를 거치며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은 한둘이 아니지만, 이 길을 나서는 여행자라면 꼭 들러야만 하는, 그리고 꼭 들르고 싶어지는 곳이 있다. KKH가 중국에 가까워질 즈음 도달하게 되는 파키스탄의 북쪽 마을, 바로 훈자 계곡(Hunza Valley)이 그곳이다.

해발 7790m의 라카포시(Rakaposhi) 산 아래로 흐르는 훈자 강 주변으로 펼쳐진 훈자 계곡의 중심은 발티트 요새(Baltit Fort)가 자리한 카리마바드(Karimabad)로부터 알티트 요새(Altit Fort)가 자리한 알팃(Altit)까지라고 할 수 있다. 둘 다 긴 역사를 지닌 훈자 지역을 대표하는 건축물들로 양쪽 끝에서 훈자 계곡을 내려다보고 있다. 마을 구석구석 돌로 지은 집과 텃밭이 딱히 어떠한 질서없이 이어지며 그 사이로는 다양한 나무가 녹음을 뽐낸다. 봄에는 벚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아름다운 색을 자랑하기로 유명하다.

이런 아름다운 마을을 사방에서 내려다보는 건 하나같이 꼭대기에 눈이 쌓인 산들인데, 그냥 산도 아니고 저마다 상당한 높이와 절경을 자랑하는 곳들이다. 앞서 언급한 라카포시 산은 물론 울타 사르(Ultar Sar), 겐타 피크(Ghenta Peak), 여인의 손가락(Lady Finger)이라고 불리는 부블리모틴(Bublimotin)까지 모두 해발 6000m 넘는 장엄한 봉우리들이 훈자의 모습을 더 매혹적으로 만들어준다. 훈자는 트레킹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필수 코스와 같은 곳으로, 이 거대한 산들로 등반 여행을 떠나기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 세계 산악인들에게는 꿈의 목표이기도 한 K2 또한 여기서 출발한다.

파키스탄 훈자 계곡 지도
압도적인 자연은 훈자가 가진 분명한 매력이지만, 훈자라는 작은 지역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은 꿈의 장소가 된 것은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배낭여행자들이라면 한 번은 이곳에 닿기를 희망하게 된 그 전설의 시작은 무엇보다 훈자 사람들의 따스한 친절에서 비롯됐다. 이 지역 전통의 모자와 의상을 착용하고 큰 변화 없이 삶을 영위하고 있는 훈자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곳을 찾아오는 여행자들에게 아낌없는 정을 베풀어 주었다. 지금도 훈자 사람들의 그런 모습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발티트와 알티트 요새를 제외하면 어떤 뚜렷한 '볼거리'가 없는 훈자이지만, 단순히 마을 곳곳을 목적지 없이 방황하는 것이 당신의 여행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산을 벗 삼아 조용하고 나른한 마을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도 만들게 될 테니까. 그렇게 사람들의 친절과 그들만의 여유로움 속에서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대부분의 여행자가 그랬듯 원래 예상했던 시간보다 한참을 더 머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훈자는 그런 곳이다. 여행자들에게 조그만 환상을 주는 곳. 그리고 그 환상을 지닐 자격이 충분히 있는 곳. 훈자에 혼자 가더라도 걱정할 것은 없다. 여행의 끝에서 당신은 절대 혼자이지 않을 테니까.

1. 가는법: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버스로 15시간, 길게는 20시간 정도 달려야 훈자에 닿는다. 드물게는 중국 서쪽의 카스로 입국해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훈자에 닿는 방식으로 여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2. 숙박: 한국 음식을 해주고 한국말을 구사하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호텔도 있다. 훈자 시내에서 한 시간 가까이 산에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호텔 이글스 네스트(Eagle’s Nest)는 가기도 어렵고 숙박비도 비싸지만 훈자 전체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기에 일박을 강추한다.

3. 안전: 다행히 훈자 지역은 대부분 안전한데, 2012년에 등산객들이 테러로 사망하는 사건으로 관광객이 급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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