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 이스티크랄 거리에 있는 어시장 '치체크 파스즈'의 노천 레스토랑. 일요일 밤 11시쯤인데도 빈 테이블이 거의 없다. / 변희원 기자
해외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과 문화, 음식을 만나는 것이다. 이런 이국 정서를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이미 널리 알려진 도심이나 유명관광지가 아니라, 여행가이드북에도 잘 나와 있지 않고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코스에도 들어가지 않는 낯선 골목인 경우가 많다. 런던 이스탄불 거리에서 숨겨진 보석을 발견했다. 

시끌벅적 소리를 따라가면… 밤문화 정수를 볼 수 있다 

19세기 프랑스 시인이자 소설가 제라르 드 네르발은 터키 이스탄불에 갔다가 옷가게, 보석가게, 사탕가게부터 카페와 호텔, 대사관이 즐비한 베이올루의 이스티크랄거리를 보고 "파리의 거리와 닮았다"고 했다. 그의 수사는 지금도 유효하다. 서울로 치자면 이스티크랄거리는 명동거리와도 같은 곳이다.

버거킹과 스타벅스 따위가 즐비한 이스티크랄거리는 화장 한 꺼풀을 벗겨야 비로소 광채가 나는 민낯이 나온다. 그리고 이 민낯은 밤에 가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해가 질 무렵, 탁심광장을 등지고 서서 이스티크랄 거리를 걸을 때 대로변은 그냥 지나쳐도 된다. 대신 고개를 계속 좌우로 돌려가며 탁자 하나 들어갈 만한 작은 골목들은 샅샅이 살펴야 한다. 골목마다 노천카페나 식당을 차려놔서 마음에 드는 곳을 못 찾을 리는 없다. 조금 수상쩍고 위험해 보이더라도 음식 냄새나 음악소리가 나면 따라 들어가는 게 좋다.

이스티크랄거리 가운데쯤 있는 어(魚)시장 '치체크 파스즈'에 먼저 들어섰다. 인내심을 갖고 비린내가 나는 이 골목을 끝까지 들어가니 노천과 옥상을 개방한 식당과 술집들이 보였다. 이곳에선 가게마다 전통음악 연주자들이 탁자 사이를 돌아다니며 음악을 연주한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한 노인이 음악 소리에 따라 노래를 시작하자 그의 뒷자리에 앉은 청년이 따라 불렀다. 한 곡이 다 끝나기도 전에 손님 대부분이 노래를 같이 부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던 셀레비는 "터키에선 젊은 사람들도 전통음악을 즐긴다"고 했다.

치체크 파스즈를 나와서 탁심 광장을 등지고 계속 걷다 보면 이스티크랄거리의 끝에 다다른다. 발길을 오른쪽으로 돌려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나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스탄불 밤문화의 정수(精髓)를 볼 수 있다. 거미줄처럼 엮인 작은 골목 안에 메이하네(Meyhane·술과 밥을 함께 파는 식당)와 노천 식당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오후 대여섯시부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해 오후 8시부터 12시까지는 앉을 자리도 찾기가 힘들다. 6명 이상의 단체 손님들이 많았고, 이들은 '터키의 소주'라고 불릴 만한 라크나 맥주와 함께 음식을 먹고 있었다. 흥겨워도 퇴폐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이곳치고는 분위기도 얌전하고 전통음식으로 유명한 '소피얄리9'에 들어갔다. 자리에 앉으니 넓은 쟁반에 십여 가지의 음식을 담아서 내왔다. 지중해식 전채인 '메제'다. 이 중에서 원하는 것을 골라서 먹으면 된다. 무엇을 먹을지 모르겠다면 일단 치즈나 가지가 들어 있는 것을 고르면 '안전하다'고 한다. 메뉴에는 없지만 말린 고등어를 절인 것도 내오는데 생선살이 탄탄하면서 짜지 않고 참나무향이 났다. 메제의 기원에 관한 여러 설(說) 가운데는 술탄이 먹는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부하가 먼저 음식을 맛보는 데서 비롯됐다는 얘기도 있다.

두세 개의 전채를 골라 먹고 나자 주요리로 시킨 치킨 케밥이 나왔다. 이스티크랄거리를 헤매던 길고양이 한두 마리가 벌써 발치에 와있었다. 불쌍하다고, 귀엽다고, 음식을 함부로 주면 안 된다. 케밥의 고기 한 점 떼줬다가 이 동네 고양이들이 다 몰려드는 바람에 꽤나 고생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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