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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테헤란 : 막 꾸기 시작한 꿈,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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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역사의 전통시장 바자르, 이슬람 속 기독교 聖地, 神이 빚어낸 자연 풍광……… 
30년 만에 그 문이 열리다
수천년 전 모습 그대로… 정돈되지 않아 오히려 아름다운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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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타브리즈의 외곽에 있는 암굴(巖窟) 마을 칸도반이 훤히 보이는 언덕에 섰다. 바위에 촘촘히 굴을 뚫고 살아가는 강인한 사람들의 삶이 작은 점처럼 보인다. 찰리 채플린이 말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권승준 기자
이란은 아직 여행자에게 불편한 곳이다. 교통편은 촘촘하지 않고, 그것도 모자란다. 관광지는 대개 방치되어 있다. 화장실 같은 편의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다. 화창한 날도 메마르다. 여자에겐 특히 가혹하다. 날이 아무리 더워도 공공장소에서 히잡(이슬람식 두건)을 써야 한다. 이란의 현대사는 종교 혁명과 전쟁, 핵 개발 등 30여 년간 비자발적 쇄국(鎖國) 상태가 이어졌다. 굳게 잠겼던 빗장은 이제야 서서히 풀리고 있다. 여행자 입장에선 없는 게 더 많다.

하지만 매끈한 일정을 따라가는 관광만이 여행은 아니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여행이다. 이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친절한 사람들이 있다. 여행객에게 웃으며 말을 건네고, 살갑게 다가와 같이 사진 찍자고 한다. 수천 년 동안 동서양의 교차로에 들어앉아 누렸던 번영과 부의 유산이 풍부하다. 신(神)이 빚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웅장한 풍광도 도처에 무심하게 널려 있다. 여정의 수고로움이야말로 여행의 보상이라 여기는 이들에게 이란은 지금 막 꾸기 시작한 꿈이다. 바깥을 향해 문을 활짝 열고 손님맞이에 나선 이 꿈 같은 나라에 웃으며 걸어 들어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북쪽 관문 도시인 타브리즈와 서쪽 관문인 케르만샤 지역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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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푸른색 타일이 특징적인 타브리즈의 카부드(푸른색) 모스크. 2 테헤란 시내의 거울사원에서 기도를 드리는 무슬림들. 3 이란 시내선 야채를 싣고 다니며 파는 행상을 자주 볼 수 있다.

사람

"돈은 안 받습니다. 제 성의입니다." 1000년 역사를 가진 타브리즈 시내 바자르(baz ar·시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돈을 내자 상인의 낯선 인사가 돌아왔다. 환청인가 싶었다. 이 시장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관습이라고 한다. 정말로 돈을 안 받는 건 아니다. 돈을 받으며 습관처럼 하는 인사다. 동서를 잇는 길목에 있는 군사 및 상업 요충지인 타브리즈, 거기서도 시내 중간에 들어앉은 타브리즈 바자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지금도 500여 개의 상점이 성업 중이다. 미로처럼 얽힌 상점들과 수많은 사람들 자체가 문화 유산 감이다. 지갑이 얇아도 가게마다 그득 쌓인 물건 구경만으로 마음이 두툼해진다. 우리 돈 2000만원에 달하는 고급 카펫부터 100원짜리 등산용 양말까지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없을 것도 있을 것 같다.

사람 역시 없을 것 같은 곳에 있었다. 타브리즈 외곽에 있는 칸도반(Kandovan) 마을이다. 터키의 유명한 카파도키아 같은 암굴(巖窟) 마을이다. 비바람이 매만진 화산암에 사람이 구멍을 뚫고 들어가 집을 짓고 모여 산 지 수백 년이 넘었다. 집과 집을 걸쳐 이어진 빨랫줄에 걸린 옷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맨발의 아이들은 여행자를 말똥말똥 바라볼 뿐 다가오지 않는다.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나올 것 같은 사진이 찍힐 법하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삶을 영위하고 있는 곳에서 객(客)의 예의는 조용히 머무는 일일 터. 멀찌감치 있던 아이들이 어디서 왔냐고 외친다. "꼬레(한국)"라고 답하자 아이들이 높고 맑게 웃는다. "주몽! 주몽!(한국 드라마 '주몽')" 아, 여기까지 한류(韓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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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아르메니아의 접경 지역에 있는 기독교 유적 성스테파노스 수도원. 수도사들이 사람의 발길조차 닿기 어려운 첩첩산중으로 기어이 올라간 까닭도 하늘과 좀 더 가까운 곳에 있으려는 열망 때문은 아니었을까. /권승준 기자
문명

이슬람공화국 이란이 내세우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가 기독교 유적지라니, 고차원의 농담인가 싶다지만 사실이다. 타브리즈 북서쪽 버스로 2시간 거리의 첩첩 산중에 있는 성스테파노스 수도원은 서기 7세기에 세워진 기독교 유산이다. 중동에서 아르메니아로 전파된 기독교 문화의 흐름과 성쇠를 담고 있다. 언덕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듯 서 있는 모습은 위태위태하지만, 안에 들어가면 몇 세기 동안 우아하게 쌓아올린 건물 외벽부터 오밀조밀하게 꾸며진 중앙 정원, 그리고 외벽 누각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광까지 눈 호강이 이어진다. 외딴 산 속에 칩거한 수도사들이 신을 향한 몰두와 경외(敬畏)로 빚은 걸작품이다.

수도원으로 이어지는 도로 양쪽이 주차된 차로 가득하다. 기독교인뿐 아니라 무슬림들도 찾는 관광 명소다. 터키에서 왔다는 레자 오르키(21)씨는 “종교와 상관없이 꼭 보고 싶었던 유적이라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해맑게 웃었다. 여러 문명의 발길이 교차하는 길목에 있었기에 가능한 화합이다.

테헤란의 명물 골레스탄 궁전 역시 여러 문명의 화학작용이 낳은 건축물이다. 18세기 말부터 이란 지역의 패권을 잡았던 카자르 왕조가 1779년 건축한 왕궁이다. 유럽의 건축 양식과 디자인을 페르시아 전통 기법에 덧붙여 지었다. 다른 것끼리 섞여야 더 아름다운 것이 태어난다고 웅변하듯 총 9개의 궁이 늘어서 있다. 각각은 집무실, 파티홀, 내전(內殿) 등 용도에 따라 나뉘어 있다. 박물관처럼 조성된 곳도 있지만 하이라이트는 어지러울 정도로 수많은 거울과 화려한 유리 장식, 스테인드글라스 등으로 꾸며진 방과 그 한가운데 대리석 왕좌가 놓인 ‘타크트 에 마마르(옥좌의 방)’이다. 왕이 신하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사신과 백성을 접견하던 장소인 이곳에 제국의 영화(榮華)가 응집되어 있다. 베르사유 궁전 못지않게 화려한 ‘탈라레 에 아이네(거울의 방)’도 반드시 봐야 할 장소다.

케르만샤의 타크에보스탄은 로마제국의 동진(東進)을 막았던 파르티아와 사산조 페르시아의 흔적이 담긴 곳이다. 산의 바위 벽을 동굴처럼 안쪽으로 파들어가듯이 깎은 뒤 왕의 대관식과 사냥 장면 등을 부조로 새겨넣었다. 특히 후자는 사냥 장면 부조는 사산조 페르시아대의 최고 예술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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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진을 겪은 후 예전 아름다움의 흔적만을 간직한 카부드 모스크 2 타브리즈 카도반 지역에 있는 동굴 호텔. 3 테헤란 골레스탄 궁전의 명소‘거울의 방’
종교

이란은 이슬람의 나라. 도시 어딜 가나 모스크가 있다. 한때 중동에서 가장 아름다웠다는 타브리즈의 카부드(파란색) 모스크는 혹독한 지진을 겪으면서 과거의 아름다움 대부분을 잃어버렸다. 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푸른색 타일이 거의 다 떨어져나가고 누런 벽돌 외벽만 노출한 모스크인데도 애처롭게 보이진 않는다. 모스크를 찾는 무슬림들의 경건함 덕분일 것이다.

테헤란 시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스크인 미맘자레 살레 모스크, 일명 거울사원은 주변국의 이슬람 교도들까지 찾는 성지 같은 곳이다. 칼리프(종교 지도자) 중 제4대인 알리의 적통을 잇는 칼리프들을 기리는 모스크다. 내부에 어지러울 정도로 거울이 많이 붙어 있어 거울사원으로 불린다. 무슬림들이 기도를 드리는 일종의 예배 공간이지만, 그냥 들어와서 쉬고 가는 이들을 막지 않는다. 편하게 앉아 책을 읽거나 드러누워 자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는 한 청년이 다가와 묻는다. “당신은 무슬림이라서 이곳에 왔나요?” “아닙니다”라는 대답에 그의 눈빛이 살아난다. 더듬더듬 영어로 “신이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아느냐”고 물으며 열변을 토한다.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이의 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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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타브리즈 시내의 바자르(중동의 전통시장). 2 중동의 대표 음식‘케밥’
자연

이란 여행의 가장 큰 묘미는 조금만 도시 외곽으로 나가도 만날 수 있는 웅장한 자연 풍광이다. 무성한 나무 대신 듬성듬성 돋은 풀로 덮여 있거나 그마저도 없는 바위산들이 서로 어깨동무하듯 이어진 산맥들은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한동안 넋을 잃고 쳐다보게 만든다. 특히 성스테파노스 수도원 가는 길을 따라 이어지는 이란과 아르메니아의 국경 협곡(峽谷)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인간은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닫게 만든다.

지금보다 모르는 것도 두려워하는 것도 더 많았던 고대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 케르만샤 외곽에 있는 바위산인 베히스툰산은 그야말로 경외와 의문의 대상이었다. 해발 500m 남짓한 높이지만, 그 앞에 서면 움츠러든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산에 얽힌 역사를 해설해주는 해설사 파르스투씨는 “예로부터 이 산은 신에게 기도드리는 예배 장소였다”고 설명했다. 이 산의 아래 부분, 지상으로부터 69m 되는 바위벽에 부조와 고대 페르시아어와 엘람어, 아카드어로 적힌 비문이 있다. 그 비문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나는 다리우스 왕, 위대한 왕, 왕 중의 왕, 페르시아의 왕이다.” 고대 세계의 가장 위대한 왕 중 하나였던 다리우스 1세가 이 압도적인 산에 대항하듯 자신의 업적을 새긴 것. 그러나 그가 세운 방대한 제국의 모든 것이 시간 속에 사라질 동안 베히스툰산은 변함이 없다. 그러니, 무한히 이어질 그 자연 앞에서 유한한 인간의 삶을 숙고할 수밖에.

이란 개념도
이란에 입국하려면 도착비자(기본 30일)가 필요하다. 이란 현지 공항에서 발급받는데 발급비로 30유로를 낸다. 정교일치 국가라서 일상생활의 복장까지 엄격하게 종교적 규율을 따른다. 외부인에게도 예외가 거의 없다. 여자는 반드시 히잡을 써야 한다. 며칠 여행한다면 체류일만큼 준비해두는 게 좋다. 남자와 여자 모두 반바지 착용 금지.

이란의 화폐 단위는 리얄이다. 한국에서는 환전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유로화로 바꾼 뒤 이란 현지의 환전소에서 바꿔야 한다. 100리얄이 약 4원 정도. 오랜 제재 등 국내 경제의 어려움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심하게 진행되어서 현지에선 리얄의 10배에 해당하는 토만이란 화폐도 많이 쓴다. 1토만이 10리얄이다.

인천에서 이란 국내로 가는 직항편은 아직 없다. 비행 거리만 놓고 보면 이스탄불을 경유하는 터키 항공을 이용하는 게 가장 짧은 축에 속한다. 인천에서 이스탄불을 거쳐 테헤란으로 가는 비행편은 매일 밤 11시 10분에 있다. 타브리즈로 가는 비행기는 목·금·토·일 낮 12시, 케르만샤로 가는 건 금요일과 일요일 낮 12시에 있다. 이외에도 터키항공은 이스파한, 쉬라즈, 마샤드 등 이란 각 지역에 취항하고 있다. 이스탄불을 경유할 경우 비행 스케줄에 따라 반나절 동안 ‘번개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터키항공의 장점이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turkishairlines.com) 또는 전화(1800-8400)로 확인할 수 있다.

중동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음식이 케밥. 이란에서도 시내 대부분 식당에서 케밥을 판다. 보통 양고기와 소고기, 닭고기 등 세 종류의 고기를 양념해서 구운 뒤 토마토 등 구운 채소와 함께 내는 것을 통칭해 케밥이라 부른다. 꼬챙이에 고기를 꿰고 숯불 화덕에서 돌려가며 굽는데 세운 채로 조금씩 익히기 때문에 한국의 고기구이에 비하면 기름이 빠져나가 더 담백한 맛이 난다. 또 식사 때 꼭 요구르트가 곁들여져 나오는데 한국의 것보다 훨씬 시큼하고 향도 센 편이지만 이란 사람들은 “건강에 좋으니 먹어보라”고 권한다. 타브리즈 시내에선 샤리아(Shahri ar·+9841-55-40057-0411) 식당이 맛집으로 유명하지만 식당 케밥 대부분이 수준급이다. 쇠고기를 쓴 피자 샌드위치나 미트볼 샌드위치도 별미다. 거리를 걷다 보면 반드시 보이는 아이스크림 가게도 놓치지 말 것.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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