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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푸른… 하늘빛도 마을色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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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모로코 셰프샤우엔

캐이채
모로코 리프 산맥 아래 자 리한 마을 셰프샤우엔의 모습. 마을 집들은 온통 파 란색이다. / 케이채 제공
북아프리카 모로코 북쪽 리프 산맥 사이 숨어 있는 한 작은 마을은 사시사철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단지 푸른 하늘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동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 파란색으로 가득 칠해진 집들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곳. 모로코의 그 어떤 장소와도 다른 뚜렷한 개성을 지닌 이 마을은 셰프샤우엔(Chefchaouen)이다.

셰프샤우엔의 건물들을 보면 아프리카나 중동보다는 스페인의 안달루시아(Andalucia) 색채가 크게 느껴진다. 워낙 스페인과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형적, 역사적으로도 과거 스페인 사람들이 건너와 살았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어가 대부분 통하는 모로코의 여느 지역들과 달리 이곳은 스페인어가 제1외국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파랗게 건물을 칠하는 전통은 재밌게도 스페인 사람들이 아닌 유대인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15세기 스페인 점령군을 피해 많은 숫자의 유대인들이 이 마을로 유입되었는데, 그때 그들은 하늘을 닮은 푸른색으로 집을 칠함으로써 신을 떠올리고자 했다고 한다. 이제 유대인들은 마을을 떠나고 없지만, 그 전통은 여전히 마을에 남아 사람들은 건물들을 오늘도 열심히 푸른색으로 칠하고 있다.

셰프샤우엔
아랍 문화권의 도시에는 각자만의 '메디나(Medina)'를 빼놓을 수가 없다. 셰프샤우엔의 메디나는 마라케시(Marrakech)나 페즈(Fez) 같은 모로코를 대표하는 도시들의 메디나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고 평화롭다. 푸른 색으로 가득 칠해져 있는 건물들이 거리 자체를 무척이나 아름답게 만들 뿐 아니라, 모로코의 여타 큰 도시들의 메디나에 비해 무척 조용하고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이 이곳이 가진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모로코의 대도시들에서 끊임없이 관광객들에게 달려드는 상인들의 호객 행위나 넘쳐나는 관광객들에 치이기를 반복한 사람이라면 이 파란 마을이 가져다주는 시각적 평화뿐 아니라 마음의 평화에 더욱 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60년대 처음 유럽의 배낭여행자들에 의해 발견되어 점차 인기가 높아진 셰프샤우엔은 지금은 모로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가 없는 관광지가 되었다. 2011년에는 조르조 아르마니가 광고를 촬영하기도 했고, 작년쯤에는 에릭 클랩턴이 이곳에 집을 사려고 알아보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으니 이 작은 마을의 감출 수 없는 매력을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루 이틀만 있으려고 왔다가 일주일 넘게 머무르게 되는 것이 예사다. 그런데 딱히 이 마을에서 할 것이라고는 산책밖에는 없다는 것이 더 신기한 일이다. 꼭 봐야 하는 어떤 유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이 푸르른 마을을 천천히 걸으며 현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것이다. 건물들의 색깔만큼 방문자의 마음까지 한없이 푸르게 만들어 주는 마을이란 뜻이다.

메디나를 걸으며 시간이 무척 많아 보이는 수많은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고, 낮이면 근처 산에서 내려오는 베르베르 부족들이 각종 야채를 파는 시장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는 체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트레킹도 가능한데, 셰프샤우엔의 뒤편에 자리한 리프 산맥 속으로 들어가 2~3일간 산을 오르며 캠핑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땀을 빼기보단 쇼핑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면 마을 안에 있는 다양한 숍들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죽 제품이 특히 유명하다. 다른 큰 도시의 상점들과 달리 이곳 사람들은 억지로 구입을 종용하지 않기에 더 편하게 볼 수 있어 쇼핑하기에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든 셰프샤우엔을 떠나는 날이 오면 분명 다시 오고 싶어질 것이다. 건물을 가득 메운 이 마을의 푸르름은 분명 당신의 마음까지도 파랗게 물들여 버릴 것이 분명할 테니까.

☞모로코의 셰프샤우엔 가는 길

모로코로 향하는 직항편은 현재 없다. 이스탄불이나 두바이를 경유해 카사블랑카로 가는 방법이 가장 편하게 모로코에 닿을 수 있는 길이다. 카사블랑카에서 버스로 10시간 달리면 셰프샤우엔에 도착한다. 하지만 먼저 복잡하고 화려한 마라케시와 페즈 같은 곳들을 방문한 후에 들르는 것이 셰프샤우엔의 특별함을 더욱 느끼게 해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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