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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혹은 같이 걸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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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갈레

한때 스리랑카 최대의 항구였던 갈레(Galle)의 요새와 등대. 16세기 포르투갈이 처음 세운 이 항구도시는 네덜란드와 영국의 지배를 거치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가 뒤섞인 이국적인 모습을 갖게 됐다.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한때 스리랑카 최대의 항구였던 갈레(Galle)의 요새와 등대. 16세기 포르투갈이 처음 세운 이 항구도시는 네덜란드와 영국의 지배를 거치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가 뒤섞인 이국적인 모습을 갖게 됐다.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 케이채 제공
스리랑카는 작은 섬이지만 긴 역사와 그들만의 개성 있는 유적과 볼거리를 지니고 있다. 서쪽 해안가에 맞닿은 수도 콜롬보(Colombo)에서 남쪽으로 기차를 타고 몇 시간만 달리면 닿는 바닷가 마을 갈레(Galle)는 그중에서도 놓칠 수 없는 곳이다. 유럽 식민지 시절 흔적이 가장 뚜렷하게 남아있는 마을로 특히 유명하다.

이곳에 처음 발을 디딘 유럽인들은 포르투갈 사람이었다. 1505년 몰디브로 향하던 포르투갈 선박이 태풍에 휩쓸려 닿은 곳이 이 항구였고, 그들이 이곳에 갈레라는 이름을 붙였다. 처음 갈레에 요새를 지은 건 그들이었지만 1640년 네덜란드인이 그들을 몰아냈고 포르투갈 건축물은 대부분 파괴되었다. 1663년을 시작으로 네덜란드인은 철저히 그들의 스타일로 갈레를 요새화했다. 이후 1796년 영국의 손에 넘어가기는 했지만 영국인들은 기존의 건축물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면서 지배했기에 당시 모습 그대로 남겨질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갈레는 네덜란드의 아시아 식민지 지배 시절 건축양식을 가장 잘 보존한 역사적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갈레는 네덜란드와 영국의 손을 거치며 200년 넘게 스리랑카에서 가장 중요한 항구 역할을 해왔다. 18세기 수도 콜롬보가 이런 역할을 대신하면서 갈레는 조금씩 황혼기로 접어들었다. 이제는 관광객들을 위한 보트와 낚싯배 몇 척을 제외하고는 항구로서 역할을 끝냈지만, 그렇다고 관광객들만 찾아오는 마을이 된 것은 아니다. 갈레 요새는 역사적인 건축물로 가득하지만 여전히 스리랑카 사람들이 일상을 영위하는 마을이기도 하다. 학교가 있고 이슬람 사원이나 법원, 은행 등이 존재하며 현지인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갈레의 독특한 매력이다.

갈레 여행은 요새를 둘러싸고 있는 높은 담장을 걸어보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갈레 요새 입구부터 사면을 둘러싸고 있는 이 담장 위만 걸어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 걸음은 혼자는 아닐 것이다. 관광객들은 물론 현지 커플들과 친구들도 데이트나 휴식을 위해 자주 찾으며 또 걸어다니는 길이기 때문이다. 담장 위로 걸으며 바닷가에 닿으면 거대한 바위가 전망대처럼 자리하고 있는데 플래그 록(Flag Rock)이라고 부른다. 요새로 활용되던 시절에는 바다로 들어오는 배들을 경계하는 곳이었다. 현재는 일몰을 보기에 가장 적당한 장소로 인기가 높다. 꽤나 높은 절벽에 있는데도 젊은 청년들이 바다로 다이빙하며 관광객들을 상대로 팁을 얻어보려고 애를 쓰는 곳이기도 하다.

바닷가를 떠나 발걸음을 요새 안쪽으로 옮기면 작은 골목길 사이사이로 다양한 역사적 유물을 발견할 수 있다. 네덜란드 교회(Dutch Reformed Church)는 1640년 처음 지어진 교회로 1662년에 세워진 묘비가 아직 남아있을 정도로 역사를 간직한 건물이다. 뜨거운 대낮 햇볕에 지쳤다면 잠시 앉아 쉬어갈 장소로 적당하다. 아만갈라(The Amangalla)는 1684년 네덜란드 주지사를 위해 지어졌던 건물로 나중에는 뉴 오리엔탈 호텔(New Oriental Hotel)이란 이름의 호텔로 사용되기도 했다. 2004년 완전히 고쳐 현재의 모습으로 오픈했는데 바나 레스토랑에서 과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네덜란드 병원(Dutch Hospital) 건물 또한 한번 들러볼 만하다. 18세기 네덜란드인들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거대한 병원으로 최근 박물관으로 다시 오픈했다.

국립박물관부터 해양박물관까지 크고 작은 박물관들이 있어 골목마다 걸어다니는 재미가 있다. 최근에는 스리랑카 예술가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으며 뛰어난 작품들이 있는 갤러리나 작업실들 또한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스리랑카만의 독특한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요새 담장 밖으로 나가면 바로 옆의 바닷가에는 작은 수산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아침이면 낚시꾼들이 가져온 생선들과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로 들썩인다. 이 또한 놓칠 수 없는 풍경이다. 해가 진 후 갈레 요새 안에 있는 다양한 술집 중 한 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들려오는 바닷소리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본다면 당신 또한 왜 많은 유럽인이 이 작은 항구도시에 이끌렸는지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픽] 갈레
스리랑카의 ‘갈레’ 가는 길

대한항공에서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로 가는 직항편을 주 3회 운항한다. 비자는 공항에서 도착 비자가 발급 가능하나 50달러가 드는 데 비해 스리랑카 온라인 사이트에서 먼저 신청하면 30달러에 받을 수 있다. 콜롬보에서 기차나 버스편으로 2~3시간이면 갈레에 도착한다. 특히 콜롬보에서 갈레까지 이어지는 기찻길 풍경은 스리랑카에서 손에 꼽히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거리가 가까워 콜롬보에서 당일치기 여행을 많이 하지만 적어도 하룻밤 갈레에서 머물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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