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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미국

미국 뉴욕 : 빛과 색으로 가득한 뉴욕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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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과 오렌지색, 노란색으로 빛나는 풍경…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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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센트럴 파크의 아침 산책 / 어퍼 웨스트의 건물이 반영된 호수
“뉴욕의 가을은 정말 멋지지 않아요? 가을에는 종이와 연필을 사고 싶어져요. 당신의 이름과 주소를 안다면 새로 깎은 연필을 한가득 선물할 텐데”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 주연의 ‘유브 갓 메일(1998)’ 영화 속 대사다. 편지를 쓰고 싶고, 사랑에 빠지고픈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맨해튼에서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뉴욕 업스테이트에서는 이보다 이른 10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단풍 시즌이 시작된다. 현란한 네온사인과 고층빌딩으로 가득한 현대적인 이미지의 뉴욕이지만, 센트럴파크의 아름드리 나무숲이 선명한 붉은색과 오렌지색, 노란색으로 빛나는 풍경을 보고 나면, 뉴욕은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도심 속의 캔버스, 센트럴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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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더 레이크에서 한가로운 뱃놀이 / 도심 속의 오아시스, 센트럴 파크
뉴욕 도심 한가운데 조성된 공원 센트럴파크(Central Park)는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쉼터다. 뉴욕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던 1848년, 대도시에 녹지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총면적 3.4km2의 거대한 공원은 오늘날 연간 4천만 명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건축가 옴스테드와 보 의 설계로 크고 작은 호수와 얕은 구릉, 넓은 잔디밭으로 꾸며진 센트럴파크의 모습은 그 너비만큼이나 다양하다. 단풍나무, 떡갈나무, 느릅나무, 흑벚나무 등의 수종이 빼곡하게 심겨 있어 공원 안을 산책하다 보면 어느새 숲 속을 걷는 듯한 기분. 가을을 맞아 나무들이 일제히 옷을 갈아입으면, 여름 내내 푸른 오아시스 같던 센트럴파크는 알록달록한 유화 캔버스로 변신한다. 

센트럴파크 가을의 진수는 황금빛의 느릅나무 가지가 터널을 이루는 직선의 가로수길, 더 몰(The Mall)에서 시작된다. 길의 북쪽 끝은 베데스다 테라스(Bethesda Terrace)로 이어지고, 2.5m 높이의 천사상이 우뚝 솟은 분수 앞에서는 아마추어 그룹의 은은한 아카펠라가 울려 퍼진다. 활 모양으로 휘어진 다리 보우 브리지(Bow Bridge) 아래에서는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어퍼웨스트의 고풍스러운 건물, 파란 하늘과 원색으로 불타오르는 단풍이 호수(The Lake)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센트럴파크 남동쪽, 붉게 물든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갭스토우 브리지(Gapstow Bridge) 위에 서면 오리와 거북이가 헤엄치는 연못 의 너럭바위 너머로 솟아오른 맨해튼의 고층빌딩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심 속의 자연, 센트럴파크를 완벽하게 표현한 랜드마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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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파크의 단풍 속으로
고대 신화와 뉴욕의 가을이 만나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메트로폴리판 미술관의 덴두르 신전
메트로폴리판 미술관의 덴두르 신전

센트럴파크 중간 지점에서 동쪽으로 벗어나면 세계 4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이 나온다. 건물 북쪽의 이집트관 새클러 윙(Sackler Wing)에는 1978년 이집트 정부가 기증한 덴두르 신전이 전시되어 있다. 수천 년 세월의 흔적을 가진 고대 유적은 전시관의 거대한 유리창을 통해 비쳐 보이는 센트럴파크의 가을 풍경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사람들은 신전 내부를 관람하기도 하고 창가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꼭 방문해야 할 전시관 중 하나다.

마지막 잎새의 배경, 그리니치 빌리지 

오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의 배경이기도 한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는 예로부터 자유분방한 아티스트, 문학가, 지식인들의 근거지였다. 마을 특유의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고자 하는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마을 전체가 역사지구로 지정되어, 오 헨리의 소설 속에 묘사된 당시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다. 

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
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

조지 워싱턴 취임 100주년을 기념하여 세워진 개선문이 있는 워싱턴 스퀘어 공원(Washington Square Park)은 뉴욕 대학교(NYU) 부근에 있어 대학가 특유의 활기가 느껴진다. 공원 남쪽의 맥두걸 스트리트(McDougal Street)에는 뉴욕 최초로 카푸치노를 선보인 카페, 헤밍웨이, 유진 오닐 같은 대문호의 단골집이었던 태번, 뉴욕의 유명 재즈바와 라이브 소극장이 모여 있다. 그리니치 빌리지의 중심 거리 블리커 스트리트(Bleecker Street)를 따라 걷다 보면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촬영장소와 달콤한 컵케이크 가게도 들러볼 수 있다. 

페리 스트리트(Perry Street)는 멋들어진 곡선의 철제 난간과 계단, 브라운 스톤으로 지어진 타운하우스가 골목 양쪽에 늘어선 거리다. 타운하우스 벽을 타고 오른 담쟁이 덩굴이 갈색과 붉은색의 그라데이션으로 물들고, 현관마다 호박 장식이 하나둘 늘어갈수록 가을은 깊어간다. 10월의 마지막 날 저녁, 43년 전통의 빌리지 핼러윈 퍼레이드 가 신명 나게 펼쳐지는 장소도 그리니치 빌리지다.

황금빛 노을로 불타오르는 허드슨 강변

허드슨 강변공원(Hudson River Park)은 뉴저지와 맨해튼 사이에 흐르는 허드슨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로어 맨해튼의 트라이베카 주변은 자전거를 타거나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에서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동네다. 월드트레이드센터와 지하로 연결된 브룩필드 플레이스에서 맨해튼 가장 남쪽의 배터리파크(Battery Park)까지 천천히 걸어 내려가다 보면 자유의 여신상이 점점 가까워진다. 저녁 무렵 뉴저지 방향으로 저무는 붉은 노을이 아름답다. 온 도시를 물들인 원색의 마법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은 강변을 거닐며 한껏 낭만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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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클로이스터스의 회랑 / 가을 오후의 보우 브리지

언덕 위의 중세 수도원, 클로이스터스

아름다운 대리석 회랑(Cloister)으로 둘러싸인 안뜰, 수천여 점의 중세 미술품을 보유한 클로이스터스(The Cloisters Museum)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분관이다. 록펠러 재단에서 중세 미술품 수집가 바너드 의 컬렉션을 인수하고, 1938년, 맨해튼 북쪽 언덕에 유럽의 중세 수도원을 재현한 건물을 지어 뉴욕시에 기증한 것이다. 미술관 내부의 회랑과 제단 은 실제 12~15세기의 프랑스와 스페인의 수도원 건물을 해체했다가 뉴욕으로 옮겨와 복원했다. 수도원으로 가려면 포트 트라이언 공원의 마거릿 코빈 드라이브(Margaret Corbin Drive)를 따라 10분가량 걷는다. 가장 높은 지점인 린덴 테라스(Linden Terrace)에서는 맨해튼과 뉴저지를 잇는 조지 워싱턴 다리, 허드슨 강을 따라 길게 펼쳐진 뉴저지 팰러세이즈 협곡이 바라다보인다.

뉴욕 근교의 가을 절경, 모홍크 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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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홍크 자연보호구역

맨해튼에서 조지 워싱턴 브리지를 건너 구불구불한 도로를 두 시간가량 달리면 뉴욕 사람들이 즐겨 찾는 가을 단풍 명소 모홍크 마운틴 하우스(Mohonk Mountain House)가 나온다. 1869년 스마일리(Smiley) 형제가 지은 빅토리아풍의 19세기 저택은 미국 휴양지의 전형적인 분위기와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어 미국 역사기념물로 지정된 바 있다.

저택을 둘러싼 25.9km2의 모홍크 보호구역 은 온통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는 마차길과 산책로, 암벽등반이 가능한 다양한 트레일 루트가 있어서, 가을 시즌 하이킹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수심 18m의 깊고 푸른 모홍크 호숫가로부터 스카이탑 로드(Skytop Road)를 따라 30분 정도 올라가면 스카이탑 타워가 세워진 정상에 도달한다. 절벽 끝에서는 모홍크 자연보호구역(Mohonk Preserve)과 허드슨 밸리(Hudson Valley)의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뉴욕주 중부의 캣츠킬(Catskills) 산맥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어 인공물의 흔적 없이 광활한 평원은 가을이면 황홀한 색의 단풍 물결로 일렁인다. 스카이탑 로드에 올라가려면 소정의 입장료가 필요하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가을빛을 맞이하러 가기에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 글·사진 : 제이민 / 여행작가, 뉴욕주 변호사 ('프렌즈 뉴욕', '미식의 도시 뉴욕(TBP)' 저자)
· 기사 제공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skynews.kr)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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