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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페인

스페인 산티아고 : 800㎞의 순례 끝났으니… 이제 '日常 순례길'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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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예수 제자 '야고보의 무덤' 전설에 스페인의 열정적인 신앙심 더해져
산티아고 순례길, 성지로 급부상

프랑스 남부서 800㎞ 이르는 길… 전 세계서 연간 20만명 찾아와

지난 9일 이른 아침, 버스 차창 밖으로 벌써 스틱을 짚고 성큼성큼 길을 걷는 사람들 모습이 보였다 사라지길 거듭한다. 한 달 치 살림을 꾸려넣은 터질 듯한 배낭을 진 사람, 자전거 양옆에 짐꾸러미를 매단 사람들도 보인다. 이들을 지나쳐 먼저 도착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주교좌성당 앞엔 오전 10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인데도 완주자들이 증서를 치켜들고 환호한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야고보 성인(스페인어로 산티아고)의 무덤을 참배하려는 행렬이 장사진이다. 땀에 전 티셔츠를 입은 한 남성이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깊은 기도에 빠져 있었다. 주변으로 기념촬영을 하려는 사람들이 붐비지만 그의 기도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한국 마산에서 온 60대 천주교 여신자들은 34일간의 순례를 마친 후 성당에서 뽑은 쪽지에 적힌 글귀를 가슴에 새기는 모습이었다. "삶이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각자 살아내야 할 신비다."

지난 9일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 20㎞ 지점의 작은 성당 앞을 이탈리아인들이 자전거를 끌고 지나고 있다.
지난 9일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 20㎞ 지점의 작은 성당 앞을 이탈리아인들이 자전거를 끌고 지나고 있다. 각각 13일, 10일씩 걸려서 왔다는 이들은“이젠 진짜 순례(일상)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교회의 제공
순례길의 종착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신자들.
순례길의 종착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신자들. /김한수 기자
전 세계에서 연간 20만명 이상이 찾는 길,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점은 그렇게 신앙심과 관광객의 호기심이 공존하는 세계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야고보 성인의 전설과 신앙을 통해 이슬람 세력 격퇴를 열망한 9세기 스페인 사람들의 열정이 만나면서 비롯됐다. 야고보 성인은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 당시로서는 '땅끝'인 이베리아 반도 서북단까지 와서 복음을 전하고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돌아갔다가 순교했고, 제자들이 유해를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전해진다. 그 후 800년, 기억에서 사라졌던 야고보 성인은 전설로 부활한다. 이곳에서 주인 모를 무덤과 제단이 발견되자 당시 교회는 야고보 성인의 무덤이라고 선포한 것. 이베리아 반도 거의 전역을 점령한 이슬람 세력과 싸우던 그리스도교인들은 야고보를 수호성인으로 삼았다. 예루살렘마저 이슬람에 점령돼 성지순례가 불가능해지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예루살렘 대신 순례할 수 있는 성지로 부상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오는 순례객들이 북적였다. 대표적인 게 프랑스 남부에서 800㎞에 이르는 길. 중세 이후 열기가 식었던 이 순례길이 다시 각광받게 된 것은 1982년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이 직접 방문하고, 브라질 작가 코엘류가 이 길에서 겪은 영적 체험을 적은 '순례자'를 발표하면서.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지정되면서 순례객이 급증했다.

산티아고 순례길
아시아에선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고 있으며 이 길의 순례자들은 이젠 신앙심만이 아닌 제각각의 이유로 출발한다. 길게는 40일, 소똥 냄새와 야생화 향기를 맡으며 이 길을 밟아온 사람들은 누구나 현자(賢者)가 된 듯했다. 자신의 몸이 감당할만큼만 남기고 하나씩 버리면서 걸어야 하는 길은 최소한의 삶, 단순한 삶을 가르쳐주는 듯했다. 20㎞ 남긴 지점을 자전거로 지나던 이탈리아 엔지니어 파슈씨는 "루르드(프랑스 남부)부터 여기까지 950㎞를 13일 동안 달렸다"며 "오늘 카미노(스페인어로 '길'·산티아고 순례길)를 마치면 내일 밀라노로 돌아가 '진짜 카미노'를 시작해야죠"라고 말했다. 순례란 '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돌아오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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