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첫 마을, 체르마트와 고르너그라트 설원 파노라마

동화 속 엘프의 마을처럼 눈 쌓인 샬레를 배경으로 한 아담한 마을 체르마트. 스위스 하이킹 루트 중 체르마트와 고르너그라트에서는 장대한 알프스의 파노라마가 장관을 이룬다.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5성급 호텔. 천문망원경을 통해 별보는 식사 코스가 유명하다.”

알프스의 대표 인명 구조견 세인트버나드(좌)와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주요 산봉우리들을 표시한 안내판(우).

스위스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노선에 파노라마 기차가 다닌다. 그중 빙하특급은 생모리츠(St. Moritz)에서 체르마트(Zermatt)까지 운행된다. 레만 호의 풍경에 익숙해질 때쯤 비스프(Visp)에서 체르마트로 오르는 빙하특급 열차에 올랐다.

지금까지 보아오던 풍경과는 확연히 다르다. 고개를 들어도 쉽사리 끝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산, 소와 양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초지, 굽이치며 흐르는 골짜기, 산비탈 마을로 곡예하듯 움직이는 케이블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서 본 설경.
“스위스 최고봉인 3634m의 몬테로사와 리즈캄, 츠빌링에, 부라이트호른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 앞에 선 고산 까마귀의 앙증맞은 모습.”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로 오르는 산악열차로 오르던 중 맞닥트린 설경.
스위스 지역의 전통가옥인 샬레가 험난한 산들을 배경으로 아늑하게 들어선 마을, 체르마트의 전경.

체르마트는 동화 속 엘프가 살고 있는 듯 아담한 마을이다. 샬레(아랫부분은 돌, 전체적인 골조는 나무로 된 주택)가 계곡을 따라 점점이 흩뿌려져 있다. ‘알프스의 여왕’으로 불리는 마터호른 관광의 유일한 리조트로 웅대한 알프스의 설원을 감상하기 위해 일 년 내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약 400km에 달하는 하이킹 코스를 걷기 위해, 겨울에는 스키를 타기 위해 방문한다. 특히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관광지를, 최근에는 중국 관광객도 늘고 있다.

산악박물관 마터호른 뮤지엄. 체르마트 마을 광장에 들어선 이 박물관에서는 스위스를 비 롯한 알프스 등반과 산악지역 주민들의 생활상이 아기자기 하게 전시되어 있다



산위의 눈이 녹아내린 물은 체르마트 마을을 관통하는 강이 되어 흐른다.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5성급 호텔이 있다. 여름이면 천문 망원경으로 별을 보며 식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하루 묵어도 좋고, 아쉬운 대로 전망대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여도 좋다. 설산의 감동을 한쪽으로 하고, 하이킹 채비를 했다. 고르너그라트에서 열차를 타고 리펠알프(Riffelalp)에서 내려 체르마트까지 내려가는 길은 약 2시간이 걸리는 코스다.
체르마트로 내려가는 하이킹 코스 시작 지점.
하이킹 코스 중간에는 어김없이 쉴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다.
겨울 스키 슬로프로 이용되는 초입부분은 다소 가파르고 자갈이 많은 것이 흠. 이곳만 벗어나 하늘을 뒤덮은 침엽수림 숲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고요한 숲에 발소리만 울린다. 눈 녹은 물이 길을 따라 작은 개울을 만들기도 하고 폭포가 되기도 한다. 물이 흐르는 주변에는 생명의 기운을 머금은 풀이 돋고, 들꽃이 피어나고…. 그 길은 결국 사람이 사는 마을로 이어진다.

산 이래로 내려올수록 설원대신 풍경은 초록빛이 더 감돈다.
트레킹 길은 울창한 숲 사이를 지난다.
“겨울에는 스키 슬로프로 사용되는 길을 여름 눈 녹은 철이면 사람들이 걸어 오르기도 한다. 노르딕워킹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천둥번개가 치는 듯한 굉음과 깎아 지르는 절벽…. 고르너 계곡의 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따라 얼마쯤 걸었을까. 천지를 진동하는 우레 소리가 들려온다. 고르너 계곡에 다다랐다. 우리나라의 동굴 폭포와는 규모가 다른 고르너 계곡 안에 나무다리를 놓아 바위에 부딪히는 물살이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아찔한 경험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4G로 어드벤처 영화 한 편을 감상하고 나니 저 멀리 체르마트 마을이 놀란 마음을 토닥여주듯 인사를 건넨다.

체르마트 인근 레스토랑
체르마트서는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소형 전기자동차만이 운행한다. 역에는 말과 마부가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산악열차로 오르지 못할 곳이 없다. 고르너그라트 전망대 앞 열차 정거장 모습.”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로 오르는 길에서 만난 양떼.

i.n.f.o.
코스
Zermatt-산악열차-Gornergrat-산악열차-Riffelalp-Gornerschlucht-Zermatt 난이도 소요시간 2시간 찾아가는 법 비스프 역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열차 이용. 코스 특징 등산철도를 타면 리펠알프와 고르너그라트에, 케이블카로는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에 오를 수 있다. 레스토랑 Alphitta(+41 (0)27 967 21 14) 숙박 Hotel Perren(+41 (0)27 966 52 00)

The best way to experience France

여행 패턴이 변화하면서 유럽도 하나의 국가를 찬찬히 둘러보는 체류형 여행이 늘고 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안내하고 상담해야 하는 정보의 깊이도 더욱 깊어진 셈이다.

프랑스관광청과 프랑스 대도시 연합회가 소개하고 있는 '최고의 프랑스 도시 여행을 위한 9개 여정'은 프랑스 지방을 여행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점점 증가하는 요즘 자료가 부족한 여행사에서 활용하면 좋을 유익한 정보가 가득하다. 9개의 여정에 소개된 25개 도시의 가볼만한 곳과 여행자의 기대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축제, 이벤트, 교통편 정보 등 여행사에서 고객에게 프랑스 여행을 안내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세세하게 정리돼 있다. 4일에서 8일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 9개의 여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여정 1

피카르디Picardie와 플랑드르Flandre 4일
종탑의 도시 릴(Lille) - 대성당의 도시 아미앵(Amiens)


11세기에 생성된 도시 릴(Lille)은 산업 혁명을 거치며 은행과 보험의 중심도시, 유럽의 주도로 거듭난 도시다. 산책하기 좋은 구시가지를 비롯해 루아얄(Royal)에서는 1890년에 릴에서 태어난 샤를 드 골의 생가를 볼 수 있다. 섬유, 가구, 디자인 컬렉션과 19세기-20세기 작품을 전시하는 루베 예술과 산업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르데코 양식의 옛 시립 수영장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탑도 명물이다.

아미앵은 고풍스러움과 현대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이다. 파리에서 기차로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가옥 주변의 수중 정원을 배로 둘러 볼 수 있는 쥘 베른의 집,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노트르담(Notre-Dame) 대성당 등이 있다. 마카롱, 기와 모양의 초콜렛, 라 피셀 피카르드(la ficelle picarde), 바뚜(battu) 케이크 등의 특산품도 유명하다.

●여정 2

샹파뉴Champagne와 부르고뉴Bourgogne 4일
샴페인의 도시 랭스(Reims) - 예술과 역사의 도시 디종(Dijon)


랭스(Reims)는 와인과 샴페인의 도시다. 랭스 산 기슭에 조성된 포도 밭에서 유명 샴페인이 만들어지는 데 샹파뉴(Champagne) 지방의 대표적 자랑거리인 샴페인의 유명 브랜드 대부분은 랭스를 기점으로 형성돼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노트르담 대성당, 생 레미(Saint-Remi) 바질리크 교회당, 생 레미 수도원 박물관도 볼거리다.

부르고뉴 공국의 중심 도시로 일찍부터 수륙 교통과 상공업의 중심지를 이루었던 디종(Dijon)은 수많은 건축 유적지들로 유명하다. 역대 부르고뉴 공의 관저는 현재 박물관이 되었으며, 생 베니뉴 대성당, 생 필리베르 교회, 법원 등 옛 건물이 많아 프랑스에서도 손꼽히는 예술 도시다. 파리에서 기차로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여정 3

로렌Lorraine과 알자스Alsace 8일
친환경 도시, 로렌 지방의 주도 Metz(메츠) - 문화의 도시 Nancy(낭시) - 쁘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Strasbourg) - 산업과 예술의 융합, 뮐루즈(Mulhouse)


기원전 1000년 전에 생성되기 시작한 메츠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양식이 접목된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다. 오늘날 메츠는 상업과 친환경도시로 로렌(Lorraine) 지방의 주도이며, 파리에서는 기차로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낭시는 국립 오페라, 발레, 오케스트라, 서정시, 국립 드라마 센터, 낭시파(Ecole de Nancy: 아르누보 양식) 박물관, 음악 축제와 행사, 바와 까페 등으로 낮과 밤이 살아 있는 문화의 도시로 유명하다.

2000년의 풍부한 역사를 지닌 도시 스트라스부르그는 유럽의 수도로 문화, 건축 유적지가 매우 특별한 곳으로 도시 전체가 1988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되었다. 바또 무슈(bateau mouche), 미니 열차, 트램, 자전거와 같은 교통 수단으로 편리하게 도시를 둘러 볼 수 있다. 1746년, 유럽에서 최초로 면직물을 생산하기 시작한 뮐루즈(Mulhouse)는 2008년 문화부 장관이 인증하는 프랑스 라벨 '예술과 역사의 도시' 인증을 획득했다. 뮐루즈 근처에 위치한 꼴마르(Colmar)는 작은 베니스라 불리는 아기자기한 매력의 관광지다.

●여정 4

론 알프스Rhone Alpes 4일
디자인 수도 생떼띠엔느(Saint-Etienne) - 화산의 도시 끌레르몽 페랑(Clermont-Ferrand)


예술과 역사, 관광 도시로 지정된 생떼띠엔느(Saint-Etienne)는 잘 보존된 자연이 인상적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였던 생떼띠엔느는 점차 산업디자인이 발전하면서 디자인의 수도로 진화했으며 생떼띠엔느 보자르(프랑스 미술학교)는 디자인 특성화 학교로 유명하다. 현대 건축의 거장인 르 꼬르뷔지에의 건축 이념도 만날 수 있다.

끌레르몽 페랑(Clermont-Ferrand)은 rock, 럭비, 단편 영화의 도시로 연중 내내 다양한 볼거리로 활기가 넘치며, 샤또브리앙(Chateaubriand)은 화산과 더불어 클레르몽 페랑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도시의 주요 유적지는 도보로 둘러볼 수 있으며, 중세 시대의 저택들과 르네상스 시대의 유적으로 유명하다.

●여정 5

프로방스Provence와 리비에라Riviera Cote d'Azur 8일
중세 기독교의 중심지 아비뇽(Avignon) - 세잔의 도시 엑상 프로방스(Aix-en-Provence) - 찬란한 문화 유산을 간직한 항구 도시 마르세유(Marseille) - 지중해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니스(Nice)


중세 기독교의 중심지였던 아비뇽에서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유산인 중세 시대 최고 성직자의 거주지였던 교황청(Palais des Papes)과 '아비뇽의 다리 위에서' 노래의 배경이 되었던 생 베네제(Saint-Benezet) 다리를 놓쳐서는 안된다. 매년 7월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비뇽 연극 축제가 열린다.
엑스(Aix)는 폴 세잔의 태생지이며, 세잔과 졸라는 미녜(Mignet) 고등학교에서 우정을 다진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4만여 명의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도시로 연중 내내 다양한 문화 행사가 개최된다.

기원전 600년 그리스인에 의해 건설된 마르세유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2600년의 역사가 이뤄낸 문화 유적지가 경이롭다. 또한 노트르담 드 라 갸르드에서 내려다보는 마르세유 구항구의 전경은 매우 아름답다. 2013년에는 유럽 문화의 수도로 지정되었고, 지중해·유럽 문명 박물관(MuCem 뮤쎄엠)을 오픈 하였다.

1860년 이후 철도가 생기며 주요 휴양지로 떠오른 니스는 시대별 역사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건축물을 발견할 수 있다. 파리 다음 가는 박물관의 도시로 꼽히는 니스에는 마티스 미술관, 마크 샤갈(Marc Chagall) 국립 미술관 등 20여 곳의 박물관과 갤러리가 있다.

●여정 6

르 빼이 독Le Pays d'Oc 6일
프랑스의 로마, 님(Nimes) -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몽펠리에(Montpellier) - 장밋빛 도시 뚤루즈(Toulouse)


프랑스의 로마로 불리는 님(Nimes)은 로마 황제 아우그스투스에 의해서 건설되었으며, 원형 경기장(Arenes)을 비롯해 세계에서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유일한 고대 사원인 메종 까레 (Maison Carree) 등 로마 유적지를 볼 수 있다.

몽펠리에(Montpellier)는 프랑스 남부 지방 랑그독 루씨옹(Languedoc-Roussillon)의 주도이며, 역사와 유적지의 도시로 파리에서 기차로 3시간, 바로셀로나와 이탈리아에서 3시간, 지중해에서는 불과 11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보르도와 알비, 루르드, 카르카손을 아우르는 여정에서 빠질 수 없는 뚤루즈는 "장밋빛 도시"라는 특징을 가진 곳 프랑스 남서부 지역의 요충지에 위치한 미디 피레네 지역의 수도다. 2000년의 예술과 역사를 간직한 카피톨(Capitole)의 시청과 극장의 화려한 접견실을 볼 수 있다.

●여정 7

보르도Bordeaux에서 푸아티에Poitiers까지 4일
와인의 대명사 보르도(Bordeaux) - 찬란한 과거 유산과 미래의 역동성이 공존하는 푸아티에(Poitiers)


갸론(Garonne)강이 흐르는 보르도는 순례자의 길인 생 쟈크 드 콩포스텔(Saint Jacques de Compostelle)과 같은 세계 유산에 등재된 3곳을 비롯해 350여 곳이 넘는 역사 유적지가 위치하고 있다. 또한, 와인의 수도답게 다양한 와인 관련 행사가 있는데, 6월에는 그랑 크뤼 마니아들을 위한 주말 와인 행사로 100여종 이상의 그랑 크뤼의 시음이 가능하며, 직접 생산자들이 참가한다.
푸아티에(Poitiers)는 무려 86곳 이상의 유적지를 간직한 역사의 도시다. 로마네스크 예술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노트르담 라 그랑드(Notre-Dame-la-Grande)에서는 매년 여름 저녁과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환상적인 다채로운 색의 빛의 축제가 펼쳐진다.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과 까미유 끌로델(Camille Claudel)의 조각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는 생 크루와(Sainte Croix) 박물관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여정 8

부르타뉴Bretagne와 빼이 드 라 루아르Pays de la Loire 6일
부르타뉴의 주도, 독특한 매력의 Rennes(렌느) - 프랑스에서 가장 기발한 테마파크가 있는 Nantes(낭트) - 루아르의 중심 Angers(앙제)


렌느는 브르타뉴 지방의 수도로 이 곳의 집들은 갈로 로만의 영향을 받은 벽과 팡 드 부와(pans-de-bois: 나무의 구획으로 지은 집이란 뜻으로 집의 절반만 나무로 지은 집)로 이루어져 있다.
프랑스 서부의 연안 수도인 낭트에는 부르타뉴 대공의 요새이자 거주지였던 부르타뉴 대공성을 만날 수 있으며 낭트 섬에 있는 테마공원인 레 마쉰 드 일 드 낭트(Les Machines de l'Ile de Nantes: 낭트 섬의 기계들)에서는 낭트의 상징인 거대 코끼리와 대형 회전목마 등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된 앙제(Angers)는 시내에 위치한 정원들과 루아르 고성, 천혜의 자연 환경이 어우러진 도시다. 앙제 근교의 브리삭 고성(Chateau de Brissac)은 루아르 지방 고성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며, 사전 예약 시 숙박 및 연회가 가능하다.

●여정 9

노르망디Normandie의 주요 도시 4일
태양왕의 찬란했던 시대를 느낄 수 있는 베르샤유(Versailles) -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도시 Le Havre(르아브르)


베르사유 궁전은 17세기 초 사냥을 즐겼던 루이 13세가 시골 마을에 불과했던 이곳을 수렵장으로 만들고 작은 성을 지은 것에서 비롯됐다. 베르사유 성은 그 화려하고 웅장장 규모의 정원으로도 유명한데, 전형적인 프랑스 정원으로 기하학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르사유 궁전 근처에는 승마 아카데미, 향수 박물관 오스모테크(Osmotheque), 도시의 역사를 조명해볼 수 있는 랑비네 박물관(Le Musee Lambinet) 등이 있다.

르 아브르(Le Havre)는 프랑스의 다른 도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겨난 도시다. 바다와 센 강의 만이 만나서 생겨나는 독특한 물빛으로 많은 젊은 화가들이 이곳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고, 인상주의의 시작이 되기도 했다. 1872년 클로드 모네가 르아브르 항구 입구에서 인상주의 대표작인 <인상, 해돋이 Impression, soleil levant>를 그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1. Favicon of https://travelbible.tistory.com 오리궁둥이 2014.11.28 07:47 신고

    정리 굿!! 프랑스 기차여행의 기본이 다 있네

▲ 독일관광청(GNTO)

[투어코리아]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최근 가장 많은 공감대를 일으키는 노래 말 중 하나다. 청년실업, 조기퇴직, 불황, 치솟는 물가, 어지러운 시국 등등 첩첩산중을 헤매듯 쉽사리 풀리지 않는 일상이 반복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언젠가는 그래도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그래서 좌절 금지, 무한 긍정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가는 이들은 새해면 새 희망을 품기 위해 일출 명소로 떠난다. 어슴푸레 어둠을 뚫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 장관을 보며 희미해지는 꿈과 희망을 부여잡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다짐과 계획이 올 한해는 뜻한 대로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일출 장관은 언제 어디에서 봐도 늘 벅찬 감동을 선사하지만, 세계 각국 명소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또다른 묘미가 있지 않을까. 세계 각국 관광청들이 추천하는 일출명소를 소개한다.

▲ 독일관광청(GNTO)


독일 최고 휴양지 '뤼겐섬'에서의 낭만 일출

발트해의 에메랄드 빛 바다와 잔잔한 모래 해변, 해안선 따라 깎아지른 듯 눈부신 하얀 절벽 등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만날 수 있는 곳 '독일 북동부의 뤼겐섬(Rügen Island)'.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세계휴양지 1001'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이 곳은 독일에서 가장 큰 섬(면적 926km2)이자 최고의 휴양지이다. 우리에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독일인들이 즐겨 찾는 이 휴양지는 해돋이 명소이기도 하다.

▲ 독일관광청(GNTO)

빼어나게 아름다운 해안 풍경,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 풍경은 휴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큼 낭만적이다. 시간이 멈춘 듯 19세기 중세 건축물들도 이 섬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뤼겐섬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섬의 북동쪽에 있는 '야스문트(Jasmund National Park)'는 독일에서 가장 작은 국립공원으로, 늪지대, 습지, 슈투브니츠 고원의 너도 밤나무 숲, 석회암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야스문트에서는 석회암 절벽에 있는 '왕자의 의자'인 '쾨니히슈툴(Königsstuhl 왕좌라는 뜻)이 유명한데, 이 곳에선 발트해와 주변 전망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 ⓒ독일관광청(GNTO)

이 섬에선 마지막 빙하의 흔적인 '미아석' 등 빙하기의 침적물이나 화석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해변에는 휴가객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 '슈트란트코르프'도 늘어서 있어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이 곳에 앉아 일출, 일몰 풍경의 아름다움을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

▲ 독일관광청(GNTO)
▲ 독일관광청(GNTO)

<사진 및 자료협조 미국관광청, 하와이관광청, 스위스정부관광청, 독일관광청,
노르웨이관광청, 페루관광청, 두바이관광청>


해발 3,454m의 빙하 산을 오르는 융프라우요흐 열차. 그린델발트, 휘르스트, 아이거글레처 등등 산악 마을을 차례로 지나며 엽서 같은 풍경을 쉴 새 없이 선사한다

융프라우, 또다시 스위스를 여행할 이유

상투적이지만 ‘아름답다’는 말만큼 잘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 아름답다. 산세가, 산에서 바라보는 마을이. 놀랍다. 수천년 동안 빙하 위로 흘러온 유수한 시간들이. 감사하다. 100년 전, 이 험준한 산자락에 열차를 놓을 생각을 한 사람들에게. 

●Top of Europe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

‘젊은 여자’라는 뜻을 가진 융프라우(Jungfrau)는 수줍고 소극적인 여인이라기보다는 감정 표현에 적극적인 여성이다. 100년도 더 된 산악 열차는 해발 3,454m의 빙하 산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를 오르고, 그 아래로는 그린델발트(Grindelwald), 휘르스트(First), 아이거글레처(Eigergletscher), 쉬니게 플라테(Schnige Platte), 뮈렌(Murren) 등 산악 마을들이 저마다 개성미를 뽐낸다. 쨍하게 맑은 날보다 안개와 눈에 덮인 날이 더 많다는 융프라우의 날씨는 순전히 ‘운’에 달렸다. 

추천 코스(총 7시간) 
인터라켄 오스트(Interlaken Ost)▶ 빌더스빌(Wilderswill)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 ▶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

융프라우요흐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알펜호른(Alpenhorn)을 연주하는 사람들과 스위스를 상징하는 세인트 버나드

험난한 길을 뚫고 빛을 마주하다  

알프스의 3대 미봉 중 융프라우는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산이다. 4,158m 높이의 산이 파란 하늘과 맞닿아 있고, 새하얀 만년설로 뒤덮인 신비로운 자태가 고고한 산들과 어우러져 묘한 기운을 뿜어낸다. 톱니바퀴가 달린 융프라우 열차를 타고서 수천 살 먹은 빙하 안에서 산세를 감상하고, 그 빙하에 발을 디뎌야만 비로소 “스위스에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다.  

융프라우 철도는 융프라우와 묀히(Monch) 산봉우리를 잇는 이음새이자 알레치 빙하(Aletschgletscher)가 시작되는 유럽 최고(最高)의 역 ‘융프라우요흐’까지 연중 내내 여행객들을 실어 나른다. 아이거(Eiger) 북벽을 관통해 융프라우 산마루까지 이어지는 철도 건설을 구상한 사람은 철도 엔지니어 아돌프 구에르첼러(Adolf Guyer-Zeller)였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신성하게 여겨지는 알프스를 뚫어 열찻길을 만드는 것에 반대했던 거센 여론과 자금난에 대처해야 했고 철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강추위, 눈사태, 폭발사고로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1912년 8월1일,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거쳐 착공한 지 16년 만에 드디어 총 연장 9.34km의 융프라우 철도 정상으로 이르는 길이 완성됐다. 험난한 길 끝에 마주한 결과는 빛났다. 철도가 완성되고 90년이 흐른 21세기 초, 융프라우와 알레치 빙하는 세상 어디와도 비길 수 없는 풍광으로 알프스 산맥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만년설로 뒤덮인 신비롭고 묘한 자태가 장대하고 고고한 산세와 어우러져 영험한 기운을 뿜어낸다

융프라우를 가장 알차게 여행하는 방법으로 기차만 한 이동수단이 없다

비현실적인 풍경에 대처하는 법

융프라우 기차여행의 가장 큰 특징은 편안하게 기차 안에 앉아 다이내믹한 스위스 경치를 한번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델발트, 벵엔(Wengen), 라우터부룬넨(Lauterbrunnen) 등 알프스 전통 산악마을과 뤼취넨(Lutschine) 계곡은 물론 아이거와 융프라우요흐까지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빌더스빌(Wilderswil)에서 열차를 타고 그린델발트로 이동 후 다시 연결되는 산악 궤도 열차를 타고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에서 내릴 것.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톱니바퀴 열차로 갈아타면 융프라우요흐역까지는 약 50분 정도가 걸린다. 총 이동 거리는 9.3km 정도지만 아이거와 묀히의 산허리를 뚫어 만든 7km의 바위 동굴을 통과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소요된다. 

바위 동굴을 지나는 동안에는 해발 2,865m 아이거반트(Eigerwand)역과 해발 3,160m 아이스메르(Eismeer)역에 각각 5분간 정차한다. 이때 유리창 너머로 눈부신 설산과 아이거 북벽 빙하의 장관이 비현실적으로 펼쳐진다. 5분이라는 다소 짧은 순간이지만 이때 아주 최대한 경치를 만끽해 두어야 한다. 융프라우요흐역에서 클라이네 샤이덱으로 다시 내려가는 길에는 다시 이 두 역에 정차하지 않기 때문이다. 

융프라우요흐 열차
운행기간: 연중 운행  
고도: 3,454m  
형태: 톱니바퀴 열차
소요시간: 약 2시간 20분(편도)  
운행간격: 1시간(시즌에 따라 30분 간격 운행)
왕복요금: CHF204.40(인터라켄 오스트 출발 기준)

 

무거운 가방은 두고 가세요
융프라우 철도 수하물 샌딩 서비스융프라우 지역에서는 짐스러운 캐리어를 가지고 다니거나 로커에 짐을 보관했다가 오로지 짐을 찾으러 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수고로움을 겪을 필요가 없다. 1구간 기준으로 CHF10이면 역에서 또 다른 역까지 짐을 보내 주기 때문. 아침에 짐을 맡기고 여정을 마친 후 숙박 예정지와 가까운 역에서 짐을 찾으면 된다. 

융프라우요흐에서는 뭘 먹을까?
융프라우요흐에는 365일 문을 여는 5개의 레스토랑이 있다. 스위스 요리와 인터내셔널 음식을 제공하는 크리스털 레스토랑(Restaurant Crystal)을 비롯해 알레치(Aletsch) 셀프서비스 레스토랑, 인도 레스토랑 볼리우드(Bollywood), 단체 관광객을 위한 아이거 레스토랑(Restaurant Eiger), 카페 바(Cafe Bar) 등 다양한 레스토랑 중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융프라우 VIP패스를 소지한 한국 관광객은 카페 바에서 바우처를 활용해 한국 컵라면도 구입할 수 있다.
전화: +41 33 828 78 88  
홈페이지: www.gletscherrestaurant.ch

알파인 센세이션에 무빙워크로 이어지는 길에서 융프라우 열차 건설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알파인 센세이션 입구. 스노볼 안에 융프라우 마을이 담겼다

겨울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융프라우요흐역까지 도착했다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하늘색의 ‘투어(Tour)’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곧 스위스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27초 만에 3,571m 높이의 스핑크스 전망대로 데려다 준다. 전망대에 오르면 그 두께가 무려 700m에 이르는 알레치 빙하가 등장한다. 

햇살 아래 아름답고 황홀한 자태를 뽐내는 융프라우지만 날씨가 궂은 날에는 인간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한 치 앞도 내다보이지 않는 융프라우는 그래서 때로는 무자비하고 가혹하다. 하지만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융프라우 파노라마, 알파인 센세이션, 얼음 궁전 등 융프라우요흐에는 날씨가 흐린 날도 눈이 오는 날도 즐길 거리가 충분하다.

융프라우 파노라마는 4분간 아이맥스 파노라마 영상으로 융프라우 지역을 보여 주고, 알파인 센세이션에서는 스위스의 생활상을 담은 대형 스노볼과 융프라우의 과거와 현재, 융프라우 철도 건설 공사에 담긴 노력 등을 볼 수 있다. 무빙워크로 이어지는 길은 융프라우 열차 건설 당시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와 사진들로 장식되어 있으며, 공사 중에 희생당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공간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얼음 궁전은 가짜 빙하가 아닌 진짜 빙하로 만든 거대한 동굴이다. 1934년 그린델발트와 벵엔에서 온 두 산악 가이드가 만들었다는 이 동굴 안에서는 곰, 독수리, 펭귄 등 동물 모양의 얼음 조각들과 미로처럼 이어진 동굴 등을 구경할 수 있다.

●Top of Adventure
액티비티의 천국
휘르스트(First)

알프스 산군 아래 둥지를 튼 산악마을 그린델발트는 다양한 트레킹 루트로 흩어지는 갈림길에 위치해 있다. 그린델발트를 출발해 좌우로 가득찬 융프라우 산들을 지나 휘르스트로 향하는 발걸음은 지치기는커녕 신나고 가볍기만 하다. 해발 2,168m 휘르스트 정상까지 향하는 곤돌라 아래로는 푸른 목초지가 펼쳐지고, 스위스 전통 가옥들이 엽서 속 그림처럼 점점이 자리한다. 겨울 스키와 눈썰매의 명소로 유명한 휘르스트지만, 꼭 겨울이 아니라도 하이킹 등 다양한 액티비티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이킹부터 마운틴 카트, 트로티바이크 등 휘르스트에서의 경험은 무궁무진하다

추천 코스 
그린델발트(Grindelwald)(곤돌라 25분) ▶ 휘르스트(First) ▶ 바흐알프 호수(Bachalp-See) 하이킹(1시간) ▶ 클리프 워크(Cliff Walk) ▶ 휘르스트 플라이어(First Flyer) ▶ 마운틴 카트(Mountain Cart) ▶ 트로티바이크(Trottibike)▶ 그린델발트(Grindelwald)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그림

1947년 체어리프트로 시작해 1986년 스위스관광청의 도움으로 새롭게 태어난 휘르스트 케이블카. 25분 만에 4,000m가 넘는 7개의 봉우리와 빙하의 장관을 속속 보여 주며 휘르스트 정상으로 안내한다. 2,168m 높이 산 위에 있는 휘르스트역을 오르는 동안 발아래 그린델발트 계곡과 초지의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다 보면 25분이 마치 2.5분처럼 금세 흘러가 버린다. 

거대한 산봉우리와 빙하, 오밀조밀 모인 목조산장, 초록 초지에 아기자기한 색을 더하는 올망졸망한 야생화들. 그 자체로 한 폭의 작품을 연출하는 휘르스트는 베르너 오버란트(Bernese Oberland) 지역에서도 최고의 풍경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계절에 따라 100~120km의 다양한 하이킹 코스는 물론 오솔길에 야생화로 뒤덮인 가벼운 산책길, 밧줄과 각종 장비를 이용한 모험 코스까지 다양한 즐길 거리들이 있으며 하이킹 코스들은 매년 겨울 스키와 눈썰매의 천국으로 변신한다. 

휘르스트 지역의 가장 대표적인 하이킹은 바흐알프 호수로 가는 하이킹(Bachalpsee Hiking) 코스다. 만년설로 뒤덮인 고봉을 바라보며 알프스의 초지를 걷는 길에서 우리가 흔히 ‘스위스’ 하면 떠올렸던 이미지 그대로를 만날 수 있다. 5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이 코스는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애완견과 함께 하이킹하는 사람도 적잖게 있을 정도로 비교적 수월하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도, 특출하게 빼어난 그 경치만으로 산을 오를 만한 이유는 다분하다.

휘르스트 곤돌라
크기: 6인승  
소요시간: 약 25분(편도)  
운행간격: 연속 운행
왕복요금: 그린델발트 출발 기준 CHF58(휘르스트 여름·겨울 VIP 패스 이용시 CHF42)

●Joyful First
휘르스트의 스릴만점 액티비티들

‘Top of Activity’라는 수식어는 그린델발트에서 휘르스트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가는 케이블카 안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케이블카, 자전거, 쿼드바이크에서부터 페달 없이 내려가는 트로티바이크, 마운틴 카트, 휘르스트 플라이어, 최근 신설된 클리프 워크까지 그야말로 액티비티들의 향연이 펼쳐지기 때문. 게다가 패러글라이딩, 겨울철 스키와 눈썰매까지 더해지니 이 모든 것을 경험해 보려면 하루 이틀을 꽉꽉 채워도 부족할 것 같다.

알프스를 날아오르다
클리프 워크(Cliff Walk)

휘르스트 정상 역에서 스릴 넘치는 절벽 트레일을 경험할 수 있다. 클리프 워크는 암벽에 다리를 고정시킨 절벽 길로, 트레일의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여 아찔함이 2배로 상승한다. 아이거 북벽의 장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 빼놓지 않고 해야 할 일은 마치 알프스를 나는 듯한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
요금: 무료 

풍경 스캔에 사진은 덤
마운틴 카트(Mountain Cart)

2016년 처음 운행을 시작한 마운틴 카트는 슈렉펠트(Schreckfeld)역에서 탑승해 보어트(Bort)역까지 내려온다. 균형을 맞출 필요가 없는 데다 조작이 쉬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마운틴 카트의 최대 장점은 속도를 내어 달리다가도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나면 잠시 멈춰 서서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
요금: CHF19(VIP 패스 소지자 겨울 운휴, 여름시즌 50% 할인)

페달 없는 자전거
트로티바이크(Trottibike)

페달 없이 서서 타는 자전거로 내리막길을 타고 간다. 생각보다 속도가 빨라서 균형을 잘못 잡으면 부상의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뒷바퀴와 연결된 오른쪽 브레이크를 먼저 잡고 나서 앞바퀴와 연결된 왼쪽 브레이크를 잡는 게 순서다. 대여한 트로티바이크는 그린델발트역에서 반납하면 된다. 
요금: CHF19(VIP 패스 소지자 겨울 운휴, 여름시즌 50% 할인)

줄 하나에 매달린 짜릿함
휘르스트 플라이어(First Flyer)

휘르스트에서 슈렉펠트까지 800m를 잇는 휘르스트 플라이어는 줄 하나에 의지해 최고 높이 50m에서 시속 84km의 속도로 1분 만에 주파한다. 출발 신호가 떨어져 도착할 때까지 알프스 산에 둘러싸여 즐기는 짜릿한 기분을 알고 나면, 1분의 시간이 너무도 짧다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요금: CHF29(VIP 패스 소지자는 겨울 무료, 여름시즌 50% 할인)

2차 대전 당시 완전히 파괴된 도시 드레스덴과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상징이 된 도시 베를린. 전쟁으로 상처 입은 두 도시는 어제와 다른 오늘을, 오늘과 다를 내일을 살아간다.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지만 두 도시를 걸으며 행복했다.

작센주를 통치한 35명 군주가 행렬하는 '군주의 행렬' 벽화
젬퍼오퍼 앞에 자리한 작센 왕 요한Johann의 기마상
젬퍼오퍼 전경
츠빙거 궁전의 정원
브륄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아우구스투스 다리
아침 시간의 프라우엔 교회. 낮에는 이 일대가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Dresden

드레스덴 구시가를 걷다

이른 아침부터 카메라를 들고 호텔을 나섰다. 빗방울이 옷과 머리를 조용히 적신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처럼 화창하다가도 금세 비를 뿌려대던 어제의 하늘을 떠올리며 몇초간 망설이다 걸음을 뗀다. 우산도 없지만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인지 독일 사람들은 갑작스레 내리는 비에도 느긋하다.

아침부터 분주한 까닭은 베를린행 11시7분 기차를 타기 위해서다. 남은 몇 시간 동안 드레스덴 구시가를 한 바퀴 돈 다음 아침밥을 먹고 떠날 작정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속속들이 관람하지 않는다면 2~3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정도로 드레스덴 구시가는 아담하다.

호텔은 엘베 강변에 접한 마리팀Maritim이다. 와인과 담배를 저장하기 위해 1915년에 지은 창고는 2006년 마리팀 호텔로 다시 태어났다. 시멘트를 바른 외벽과 획일적인 작은 창을 지닌 건물의 외양은 무미건조하지만, 여행의 설렘을 품고 비즈니스의 성공을 꿈꾸는 이들이 머무는 호텔 안은 따뜻하다.

엘베 강변을 따른다. 밤새 정화된 상쾌한 공기가 강을 따라 떠돈다. 드레스덴 사람들은 자전거로 강변을 달리며 아침을 호흡한다. 이리저리 눈을 돌리며 느린 걸음으로 10~15분. 작센주 의회 건물을 지나 도심으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드레스덴 구시가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은 젬퍼오퍼Semperoper.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가 초연된 곳이자 세계에서 알아주는 작센주 오케스트라의 본거지인 오페라 하우스다. 1838~1841년에 건립된 젬퍼오퍼는 2차 대전 당시 파괴됐다가 1985년에 현재의 모습을 찾았다. 40년이 지나서야 원래 모습에 가까워졌지만 이는 그래도 양반이다.

드레스덴은 1945년 2월13일에 시작된 영국군과 미국군의 공습으로 도시의 80% 이상을 잃었다. 도시에 카펫을 깔 듯 폭탄을 퍼부은 공습은 융단폭격Carpet Bombing이라는 말을 탄생시켰다.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도시는 빠르게 회복됐지만 드레스덴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엘베 강변의 피렌체'라 불리며 아름다움을 뽐내던 드레스덴 건축물 중 상당수는 여전히 크레인 아래에 놓여 있다.

젬퍼오퍼 바로 옆에 자리한 츠빙거 궁전Zwinger Palace 또한 공사 중이다. 츠빙거 궁전은 현재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사용된다. 드레스덴에는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만 무려 12곳에 달한다. 예부터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인 드레스덴의 단면이다. 츠빙거 국립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은 라파엘로의 '성모상'. 작품 아래의 아기 천사들은 각종 기념품의 단골 소재가 될 정도로 유명하다. 궁전 입구 공사막이에도 아기 천사가 그려져 있다. 다만 박물관과 미술관을 제대로 즐기려면 월요일은 물론 이른 아침도 피해야 한다. 월요일은 휴무이며 나머지 요일은 오전 10시부터 문을 연다. 화요일, 베를린행 11시7분 기차를 타야 했던 이의 아쉬움이자 충고다.

츠빙거의 남동쪽 문에는 세계 3대 도자기로 손꼽히는 작센주의 전통 공예품인 마이센 자기로 빚은 카리용종이 달려 있다. 두 개의 칼이 교차한 작센주의 전통 문양도 보인다. 이 문을 통과해 좌회전하면 드레스덴 궁전과 대성당이 이어진다. 걸어서 1~2분 거리로 멀지 않은 거리다.

어제, 여행자들로 붐볐던 슈탈호프 성벽으로 접어든다. 거리의 마임 예술가에게 빼앗겼던 어제의 시선을 오늘은 오롯이 벽화에 둔다. 101m에 이르는 거대한 벽화에는 1127년부터 1910년까지 작센주를 통치한 35명의 군주가 행렬한다. 성벽은 그들의 위엄을 대신하듯 높디높다.

군주의 행렬Procession of Princes을 끝까지 따라가 우회전해 5분가량 걸으면 슈트리첼마르크트Striezelmarkt다. 슈트리첼마르크트는 1434년부터 시작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크리스마스 마켓. 올해에는 11월26일부터 크리스마스이브까지 마켓이 열린다. 이 시기에는 오전 10시경부터 오후 9시경까지 상점들이 문을 열고 크리스마스 빵인 슈트리첼을 비롯해 크리스마스 관련 용품과 음식을 판다. 슈트리첼마르크트에서는 춥고 어두운 겨울도 크리스마스의 로망 속에 몸을 숨긴다.

시즌이 아닐 때는 오후 3~8시경에 상점이 문을 연다. 상점이 모두 문을 닫은 슈트리첼마르크트를 거닐자니 후회가 밀려든다. 어제 저녁, 2시간의 여유시간을 신시가에서 보내는 게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제품 가게'라는 말에 홀려 무작정 푼즈 몰케레이Pfunds Molkerei로 가는 게 아니었다.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푼즈의 쇼윈도만 허망하게 바라보느니 슈트리첼마르크트의 작은 상점에서 음식과 맥주를 즐기는 게 옳았다.

'교회 전망대에 올라 드레스덴을 한눈에 담았어야 했는데.' 드레스덴 최고의 볼거리인 프라우엔 교회Frauenkirche에서도 아쉬움을 토했다. 일정에 쫓겨 예배당만 보고 떠난 지난 시간이 아쉽다.

강변으로 발길을 옮겨 브륄의 테라스Bruhl's Terrace에 오른다. 아침 햇살 아래의 구시가는 더욱 고색창연하고, 화가 베르나르도 벨로토가 사랑한 '아우구스트 다리 아래쪽 엘베강 우측 제방'은 푸르다. 여행자로 가득했던 어제와는 달리 아침의 거리는 일터로 향하는 분주한 발걸음이 채운다. 옛 건축물 사이를 헤집고 달린 트램이 다리 위를 지나고, 강변도로에는 교통체증이 시작됐다. 나름 한적하지만 한편으로 더욱 분주한 드레스덴의 아침. 여행자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드레스덴 구시가를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시간이다. 재건을 거듭하며 과거의 모습을 찾고 현재를 이루는 드레스덴의 속살을 엿보기에 좋은 시간이다.

베를린 장벽이 있었던 자리. 글자 방향에 따라 위쪽은 동독, 아래쪽은 서독에 해당된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에서 가장 유명한 벽화인 '형제의 키스'
동독의 국민차였던 트라반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많은 이들이 이 차를 타고 서독으로 넘어왔다
베를린 장벽

●Berlin

베를린의 과거를 만나다

"한국은 남과 북의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동독과 서독을 갈라놓았던 베를린 장벽의 거리를 이야기하던 중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다. 부끄럽지만 입을 다물었다. 답을 몰랐다. 분단국가에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베를린 장벽을 대하는 느낌은 특별하다. 정서적으로 일부 다르지만 또 유사하다.

갑작스런 질문을 던졌던 베를린 장벽 기념관의 가이드는 동독 출신이라고 했다. 20대에 통일을 맞은 그는 장벽을 넘고 싶어도 넘지 못했던 당시의 상황을 담담하게 전했다. 180개에 이르는 감시 타워 등 삼엄한 경비는 첫 번째 문제였다. 운 좋게 감시의 눈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인 어려움이 따랐다. 베를린 장벽은 너무나 높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첫 번째 장벽을 넘는 데 성공해도 어른 키의 두 배나 되는 두 번째 장벽이 기다린다. 장벽을 넘으려면 최소 2인 1조로 움직여야 했다. 물리적인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중국의 서독 대사관을 거쳐 서독으로 망명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지척의 서독 땅을 두고 지구를 크게 돌아간 셈이다. 장벽을 쉽게 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 그는 가족을 말했다. 동독에 남겨져 억압받을 가족들을 생각하면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한다.

과거, 동독 영토 내에 섬처럼 자리하며 강대국의 이해를 대변하던 도시 베를린. 베를린 장벽이 건재했던 과거로의 여정은 베를린 장벽 기념관이 자리한 노드반호프Nordbahnhof역에서 시작된다. 역사를 빠져나가기 전 발 아래에는 'Sperrmauer 1961-1989'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베를린 장벽이 있던 자리다. 'Berliner Mauer 1961-1989'로 표기되기도 하는데 글자의 방향에 따라 윗부분은 동독, 아랫부분은 서독에 해당한다. 베를린 장벽 기념관 일대에는 장벽이 사라진 자리의 바닥이나 기둥에 이처럼 따로 표시를 해두었다.

베를린 장벽 기념관 여정은 관광안내소 2층에서 영상을 관람하며 시작된다. 10분여 펼쳐지는 베를린 장벽 관련 실제 영상들은, 아프다. 이쪽에서 살아야 했기에, 저쪽으로 가기 위해 죽음을 불사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와 닮아, 아프다. 베를린 장벽이 생기기 전, 건물이 자리했던 국경의 경계선은 서독으로 넘어가기에 그나마 수월했다. 몇 층 높이의 건물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이들의 모습을 영상은 그대로 전한다. 하지만 국경을 넘는 이들이 날로 늘자 멀쩡한 건물이 철거되고 장벽이 건설된다.

60m에 이르는 베를린 장벽이 그대로 보존된 기념관의 야외 구역으로 나선다. 동베를린 구역, 철통같은 감시 속에 놓였던 공간이 펼쳐진다. 그나마 낮은 첫 번째 장벽에 서서 갈라진 틈 사이로 너머를 바라본다. 단체 견학을 온 독일의 학생들도 갈라진 틈에 눈을 대고 저 너머를 바라본다. 하지만 불행히도 벽 너머로 보이는 건 벽뿐이다. 더 높은 벽뿐이다. 과거, 아마도 운 좋게 첫 번째 장벽에 다가가 두 번째 장벽을 바라본 이가 있었다면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으리라. 장벽 옆 '기억의 창Window of Remembrance'에는 장벽을 넘으며 목숨을 잃은 130명의 사진을 전시하고 추모한다. 어린아이의 사진 앞에서는 누구나 걸음을 멈칫한다.

계단을 걸어 5층 높이의 전망대에 오른다. 높은 벽으로 양쪽을 막아 놓아 지상에서는 접근할 수 없는 장벽의 일부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관광객들로 붐볐던 저쪽 장벽과는 달리 아무도 없는 장벽. 삼엄한 감시의 눈길 외에 아무것도 없었을 그 옛날과 그대로라 어쩐지 더욱 쓸쓸하다.

베를린 장벽 기념관 외에 베를린 장벽이 남아 있는 대표적인 장소로는 이스트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가 있다. 슈프레강과 면한 1.3km의 장벽은 1990년 벽화 가득한 갤러리로 거듭났다. 베를린 장벽 기념관에서 안타까운 과거를 봤다면 이곳에서는 변화한 현실의 기쁨을 본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에서 가장 유명한 벽화는 '형제의 키스.' 옛 소련의 레오니드 브레즈네프와 동독 공산당 에리히 호네커가 만나 나눈 독재자들의 키스를 해학적으로 그렸다. "게이인지는 잘 모르겠고…" 가이드의 농담에 한바탕 웃는다.

동서로 나뉘었던 베를린의 흔적은 국경 검문소인 체크포인트 찰리에도 남아 있다. 찰리는 통신 음어인 알파, 브라보, 찰리의 C에 해당하는 찰리. 베를린 장벽과 더불어 냉전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이곳 검문소는 현재 진짜 미군 대신 가짜 미군이 지킨다. 몇 유로를 내면 여권에 도장도 찍어 주고 기념촬영도 기꺼이 해준다. 체크포인트 찰리 인근의 더 월The Wall 박물관도 볼 만하다. 서베를린 쪽에서 찍은 베를린 장벽의 여러 사진을 합쳐 분단 당시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장벽의 틈 사이로 너머를 바라보는 학생들
베를리너 돔 전망대에서 바라본 슈프레강
박물관 섬의 보데 박물관 외관
베를리너 돔 내부

베를린의 오늘을 즐기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도 벌써 26년이 지났다. 장벽에 가려져 각자의 이념에만 충실했던 도시 베를린은 이제 전 세계에서 온 이방인들이 한데 섞여 모여 사는 다국적 도시로 변모했다.통일 후 베를린에 이방인들이 몰려든 가장 큰 이유는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던 도시의 요구 때문이었다. 당시 대거 이주한 터키인들은 도시에 정착해 터키 고유의 문화를 뿌리내리며 베를린의 일부가 됐다. 케밥과 같은 이국의 음식도 이제 베를린에서는 자연스러운 한 끼 식사가 됐다. 저렴한 등록금의 학교에는 다국적 학생들이 모여들고, 젊은이들이 모인 도시는 활기에 넘친다. 세계적인 수준의 펍과 클럽도 베를린에서 찾을 수 있다. 주말에 베를린을 찾는다면 24시간 운영되는 U반지하철을 타고 클러빙에 나서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베를린에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쪽과 저쪽의 구분이 없어지며 이쪽과 저쪽의 모습을 동시에 품은 베를린은 즐길거리와 볼거리의 천국이 됐다. 슈프레섬Spreeinsel의 북쪽 끝을 지칭하는 '뮤제움스인젤Museumsinsel'은 시간 여유가 없는 여행자에게 효과적이다. 얼마나 많은 박물관이 있으면 '박물관 섬'이라는 뜻의 뮤제움스인젤이라는 이름을 얻었을까.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인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 Museum을 비롯해 5개의 대형 박물관이 섬 안에 자리한다. 모든 박물관이 워낙 큰 규모라 정보를 미리 확인한 후 관심 있는 곳을 찾는 게 현명하다.

섬에 자리한 베를린 대성당, 베를리너 돔Berliner Dom은 화려하고 웅장하다. 2차 대전 당시 폭격을 받아 바뀐 모습이라니 원래 모습은 감히 상상하기가 힘들다. 성당의 1층은 예배당이다. 고개를 젖혀 화려한 모자이크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로 치장한 창을 감상한다. 아름다움에 취해 시간을 지체하진 말 일이다. 성당의 꼭대기 전망대에 보석 같은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야외 전망대로 향하는 길은 꼭대기로 갈수록 좁아진다. 빙글빙글 좁은 계단을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오른다. 다 올랐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어지는 작은 문들. '야외 전망대가 있긴 할까?' 의심이 들 무렵 밖으로 향하는 문이 나온다. 그리고 "아!" 두 갈래로 갈라진 슈프레 강에 놓인 박물관 섬이 한눈에 펼쳐진다. 강물 위로는 유람선이 유유히 떠다니고, 강 너머로는 시청과 성 니콜라스 교회, 티브이 타워 등 이름 있는 건물과 이름 없는 건물이 한데 섞여 이어진다. 베를린 최고의 전망대라 불리는 티브이 타워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티브이 타워를 조망하는 최고의 전망대는 베를린 대성당이 틀림없다. 전망대를 둥글게 돌며 베를린을 천천히 눈에 담는다.

베를린 대성당은 시간 여유가 없는 여행자에게도 자비를 베풀며 베를린의 많은 풍경을 보여 준다. 자비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성당 바로 앞에는 베를린 시민들은 물론 여행자들이 한숨 돌려 쉬어갈 수 있는 루스트가르텐Lustgarten이 자리했다. 환한 햇살과 푸른 잔디. 베를린의 오늘은 이처럼 평화롭다.

▶travel info

AIRLINE루프트한자가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뮌헨 구간 직항편을 운항한다. 드레스덴이나 베를린은 프랑크푸르트나 뮌헨에서 국내선을 이용하면 된다. 루프트한자는 기내 습도와 방음에 특히 신경을 써 비행기를 제작한다. 덕분에 긴 비행에도 피로도가 낮아 여행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 이코노미가 조금 힘들다면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선택하자. 합리적인 가격으로 조금 더 넓고 쾌적한 좌석을 얻을 수 있다. 전 세계를 잇는 모든 비행기의 비즈니스 클래스가 동일한 것도 루프트한자의 자랑이다. www.lufthansa.com

▶드레스덴

ATTRACTION필니츠 궁전Pillnitz Palace강건왕 아우구스트가 자신의 부인을 위해 지은 여름 별궁이다. 드레스덴 근교의 엘베 강변에 자리해 로맨틱한 풍경을 연출한다. 궁전과 강, 정원의 조화가 아름다운 곳으로 강변에 붙어 자리한 궁전은 물의 궁전, 정원 쪽에 자리한 궁전은 산의 궁전이라 불린다.필니츠 궁전에 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브륄의 테라스 앞에서 유람선을 타는 것. 증기선인 유람선을 타고 강변 풍경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시간이 없는 여행자들은 드레스덴 여정에서 필니츠는 빼는 게 낫다.www.schlosspillnitz.de

▶베를린

HOTEL마리팀Maritim독일 외에 모리셔스, 이집트, 터키, 몰타, 스페인, 중국 등 해외 6개국에 호텔을 보유한 호텔 그룹. 독일 내에 36개의 호텔이 자리하며 드레스덴과 베를린에도 지점이 있다. 드레스덴은 넓은 객실, 베를린은 아담하고 깨끗한 객실이 좋다. 두 호텔 모두 대형 컨벤션 센터를 보유했다.www.maritim.de

SHOPPING파스벤더 & 라우쉬Fassbender & Rausch세계에서 가장 큰 초콜릿 가게. 명성답게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1층의 초콜릿 판매장에서는 티브이 타워, 소니센터 등 베를린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초콜릿으로 만들어 전시한다. 2층에는 초콜릿 카페와 레스토랑이 자리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3층에는 치과, 4층에는 다이어트 상담소가 있다나.www.fassbender-rausch.de

몰 오브 베를린Mall of Berlin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후 신도시의 심장부로 부상한 포츠다머 플라츠에 자리한 쇼핑센터. 베를린 최대 규모의 쇼핑센터로 300개 이상의 숍을 보유했다. 자라, H&M 등 유럽의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매장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꼭대기 층에 해당하는 2층에는 다양한 레스토랑이 몰려 있다.www.mallofberlin.de

하케쉐 마르크트Hackescher Markt에스반역 인근에 자리한 쇼핑 구역이다. 야외에 테이블을 마련해 놓은 레스토랑은 물론 독일 로컬 브랜드의 편집 숍들이 몰려 있다.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자리한 하케쉐 호프는 8개의 뜰로 이어진 공간. 호프와 호프는 이어져 있어 산책 겸 쇼핑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대형 쇼핑센터에서 구하기 힘든 독특한 아이템이 많지만 가격은 전반적으로 비싸다.www.hackeschermarktberlin.de

RESTAURANT코놉케스 임비스Konnopke's Imbiß에버스발더 스트라세역 인근에 자리한 커리부어스트 전문점. 굽거나 튀긴 소시지를 케첩에 버무려 커리 가루를 뿌려 먹는 커리부어스트는 베를린을 대표하는 요리다. 커리36과 같은 체인점도 유명하지만 베를린 사람들이 꼽는 일등 맛집은 바로 이곳. 커리부어스트에 감자튀김을 곁들여 먹는 세트 메뉴가 3.5유로로 매우 저렴하다.www.konnopke-imbiss.de

카페 암 노이엔 지Cafe am Neuen See도심 속 거대 정원인 티어가르텐 내 노이엔 지 호수 옆에 자리한 카페이자 레스토랑. 호수가 바라보이는 야외는 물론 실내에 좌석이 마련돼 있다. 저녁시간에 실내 좌석을 원한다면 예약이 필수일 정도로 인기다. 촛불 모양의 조명을 밝힌 은은한 분위기가 좋다. 샐러드와 스테이크 등 메뉴가 다양하며 5~6종류의 생맥주를 선보인다. www.cafeamneuensee.de

BAR몽키 바Monkey Bar베를린 동물원 인근에 자리한 바. 베를린에서 가장 핫한 바 중 하나로 명성이 높다. 남녀노소는 물론 개까지 바를 드나들 정도로 출입에 제한은 없다. 실내는 그리 넓은 편이 아니라 좁은 테이블이나 계단 등에 앉아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500CC 생맥주가 5유로가량으로 저렴하다.www.25hours-hotels.com/en/bikini/restaurant/monkey-bar.html

뉴튼Newton베를린에서 가장 핫한 바이자 레스토랑 중 하나. 낮에는 한가하지만 늦은 저녁 시간에는 예약 없이 입장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다. 패션 사진의 거장이자 베를린 출신 사진작가인 헬무트 뉴튼의 작품을 모티브로 했으며, 그의 작품인 하이힐 신은 나체 여성들이 한쪽 벽면을 장식한다.www.newton-bar.de

장벽 기념관. 갈라진 장벽 틈 사이로 또 다른 장벽이 막아선다



기차 타고 즐기는 낭만 가득한 동유럽 여행지

슬로바키아는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로부터 독립했다. 동구권 국가로 민주화된 후 공업과 제조업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들만의 국가를 만들어가고 있다. 2004년 5월에는 유럽연합에 가입하여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슬로바키아는 중앙유럽에 위치한 내륙국으로서 서쪽은 체코, 북쪽은 폴란드, 동쪽은 우크라이나, 남쪽은 헝가리, 남서쪽은 오스트리아와 접해 있다. 슬로바키아는 유럽 내에서도 인기 있는 여행 목적지일 뿐만 아니라 어드벤처여행협회가 2010년 관광개발도상국 부문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흥미진진한 여행지'로 선정한 동유럽 국가이기도 하다.

↑ 바르데요브의 타운센터 스퀘어

↑ <사진제공=유레일 한국홍보사무소>

브라티슬라바의 구시가지

슬로바키아 최대 도시이자 수도인 브라티슬라바. 도시 남쪽으로는 다뉴브 강이 흐르고, 구시가지는 강 북쪽에 위치해 있다. 부다페스트가 터키에 넘어간 후 헝가리의 수도였으며, 구시가지는 중세의 멋을 잘 나타내고 있다. 공산주의 시대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의 거처로 사용되었던 브라티슬라바성, 헝가리 왕족의 즉위식이 이루어졌던 곳이자 베토벤의 장엄미사곡이 최초로 연주되었던 성 마틴 대성당 등이 자리한 이곳은 슬로바키아의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역사적인 지역이다.

다뉴브 강 기슭의 언덕 위에 우뚝 솟은 브라티슬라바성은 사면이 탑으로 되어 있는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성은 원래 12세기에 석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세워졌으나 1431년부터 1434년 사이에 고딕 양식의 요새로 다시 지어졌다. 그 후에는 터키제국의 침공에 대비하여 철저한 경비가 필요해지자 다시 개축하여 4개의 탑을 세웠다고 한다. 1811년의 대형 화재로 소실된 후 지금의 모습으로 복구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라고 한다. 지금은 슬로바키아 국민 박물관의 분관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이 지방의 역사와 관련된 것들을 전시하고 있다.

구시가지의 한가운데 있는 흘라브니에 광장은 광장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좁지만 시원한 물줄기를 뿜고 있는 분수와 아름다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광장의 동쪽에는 구시청사가 있는데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이 섞여 있는 이 건물의 주변에는 역사박물관 등이 있다. 미하엘 문은 구시가의 여러 문들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문으로 중세시대를 느낄 수 있다. 이전에는 구시가지를 둘러싸면서 성 마르틴 교회의 성벽이 이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흔적만이 남아 있다. 문 자체는 14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세워졌으며 16세기에 현재의 르네상스 양식으로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바로크 양식의 지붕은 18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미하엘 문 주변에는 중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브라티슬라바의 구시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프란체스코 성당은 고딕 양식의 첨탑이 인상적이다. 근처에 미하르바궁전도 있어 함께 관광을 하면 좋다. 데빈성은 다뉴브 강과 모라바 강의 합류지점 위에 석회암의 바위로 지어진 성이다. 1809년 나폴레옹 군대에 의해 파괴되어 지금은 탑만이 남아있다.

성 마틴 대성당은 구시가지와 브라티슬라바 성 사이에 있는 건물로 구시가지를 보호하는 성벽 역할을 했다. 14세기 초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세워졌으며 탑의 높이는 85m나 된다.

슬로바키아는 기차를 타고 여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슬로바키아 철도청의 철도 네트워크는 총 3616㎞에 달하며 인접한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폴란드와 철도로 편리하게 연결되어 있다. 슬로바키아 서쪽의 브라티슬라바에서 동쪽의 교통요충지 코시체까지는 약 5~6시간이 걸린다. 또 브라티슬라바에서 체코 프라하까지는 4~5시간, 오스트리아 빈까지 1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는 2시간 40분이 걸리며, 슬로바키아를 여행할 수 있는 기차 패스는 유레일 글로벌 패스 말고도 한 나라를 구석구석 집중적으로 돌아보는 '유레일 원 컨트리 패스'로도 가능하다.

특히 2012년 1월부터 유레일 글로벌 패스로 여행할 수 있는 국가에 슬로바키아가 포함된다. 슬로바키아는 체코, 폴란드, 오스트리아, 헝가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작은 나라이지만, 기차로 유럽 내 23개국 어디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유레일 글로벌 패스' 여행국가에 포함됨으로써 그동안 체코에서 헝가리를 가려면 슬로바키아 티켓을 따로 구입해야 했던 불편함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곳에도 아픈 전쟁이 있었다. 크로아티아(Croatia) 스플리트(Split)는 외관으로는 아드리아해의 훈풍이 닿는 휴양도시다. 포구에는 한가롭게 배가 드나들고 헝가리에서 출발한 열차의 종착역이 되는 아득한 곳이다. 대리석으로 치장된 산책로에는 야자수들이 어깨를 늘어뜨리고, 밤이면 노천 바에 이방인들이 흥청대는 낭만의 항구다.

아드리아해와 접한 스플리트의 해 질 녘 풍경은 고즈넉하다.

푸른 바다를 드리운 발칸 반도의 휴양지는 긴 질곡의 세월을 겪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았으며 1차 대전 후에는 문화, 언어가 다른 민족과 유고슬라비아라는 이름으로 통합됐다. 90년대 5년 동안이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전쟁과 그 상흔은 도시에 자욱하게 쌓여 있다.


스플리트가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이런 생채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크로아티아의 제2도시로 달마티안 지방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이곳은 완연한 관광지인 두브로브니크와는 모습이 또 다르다. 보듬고 가려도 북적대는 도시의 뒷골목에는 슬픈 얼굴이 담겨 있다. 지중해의 짙은 바다가 더욱 푸르게 다가서는 것도 도시의 과거가 투영된 탓이다.

전쟁의 상흔을 걷어낸 구시가

황제가 행사를 주최했던 궁전 안뜰 주변의 건물들.

궁전 위에서 내려다보면 붉은색 지붕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스플리트의 상흔을 붉고 단아하게 치장하는 것은 구시가 그라드 지역이다.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은퇴 후 노년을 보내기 위해 아드리아의 햇살 가득한 땅에 AD 300년경 궁전을 지었다. 그리스의 대리석과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가져다가 꾸밀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궁전은 동서남북 200m 남짓의 아담한 규모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구시가는 궁전을 중심으로 미로처럼 뻗어 있다. 신하와 하인들이 거주하던 궁전 안 200여 개 집터는 그 잔재가 남아 상점, 카페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황제가 행사를 열었던 안뜰은 석회암 기둥이 가지런하게 도열된 채 여행자들의 쉼터와 이정표가 됐다.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인 스플리트는 구시가지 신시가지가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그라드 지역 어느 곳으로 나서든 발걸음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동문은 재래시장과 연결되고 남문은 바다, 서문은 쇼핑가와 이어진다. 북문을 나서면 녹음이 우거진 공원이다. 궁이 지어질 때만 해도 남쪽 문과 담벼락이 바다와 접한 요새 같은 형국이었지만 성벽 밖을 메운 뒤 바닷가 산책로가 조성됐다.


좁고 구불구불한 구시가를 조망하려면 황제의 묘였던 성 도미니우스(돔니우스) 대성당에 오른다. 숨 가쁜 계단 꼭대기에 서면 구시가의 붉은 지붕과 아드리아해의 탁 트인 푸른 바다가 나란히 늘어선다. 궁전에 기대 사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도 이곳에서는 구식 슬라이드처럼 느리게 움직인다.

황제의 궁전과 서민의 삶터

서문 밖 ‘나로드니 트르그’ 거리는 궁전골목과는 달리 현대식 예술작품들과 다양한 럭셔리 숍들이 늘어서 있다. 치즈 빛으로 채색된 옛 거리와 도시의 미녀들이 활보하는 광장은 불과 5분 거리로 연결돼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7월이면 서머페스티벌이 열리고 9월이면 국제영화제의 막이 오른다.

크로아이타의 종교 지도자인 그레고리우스 닌의 동상.

구시가지의 골목들은 붉은색 지붕과 현대인의 삶이 조화를 이룬다.

구시가지 동문 초입에는 새벽이면 대규모 장터가 들어선다. 지중해의 해산물과 채소, 과일이 쏟아져 나온다. 소박한 물건들이 오가는 크로아티아의 장터 모습이 생생하다. ‘황금 문’으로 불리는 북문을 지나면 크로아티아 종교지도자였던 그레고리우스 닌의 동상을 만난다. 동상의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풍문 때문에 유독 엄지만 반질반질하다.


스플리트의 구시가가 낭만을 더하는 데는 해변 노천 바들이 빼곡히 들어선 오바라 히르바트스코그(Obala hrvatskog) 거리가 한몫을 한다. 자정이 넘도록 관광객들과 이곳 청춘들이 뒤엉켜 맥주를 마시거나 벤치에 앉아 항구와 바다를 바라보며 데이트를 즐긴다. 이 거리를 찾을 때만은 모두들 한껏 멋쟁이가 된다. 매끈한 스포츠카들이 주차장으로 밀려들며 굉음을 내는 모터사이클이 오가기도 한다. 파란 하늘, 창가의 흰 빨래, 파스텔톤의 담벼락이 어우러진 한낮의 구시가지 골목들과는 또 다른 단상이다.

구시가지 동문 초입에는 새벽이면 대규모 장터가 들어서 장관을 이룬다.

해변 노천 바들이 빼곡히 들어선 오바라 히르바트스코그 거리는 관광객들과 이곳 청춘들이 뒤엉켜 항상 흥청거린다.

스플리트는 항구, 기차역, 버스터미널이 한 곳에 어우러져 있다. 밤 열차를 타고 새벽녘에 도착한 이방인들과 새벽 일찍 낯선 곳으로 버스를 타고 떠나는 사람들의 포근한 정경이 터미널 앞 카페테리아에서 펼쳐진다. 헝가리에서 열차를 타고 스플리트에 닿는 여정은 이국적이며,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로 이어지는 길도 해안 절벽과 지중해풍의 낯선 마을을 만나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스플리트에서의 만남과 이별은 모두 드라마틱하다.


스플리트의 해변 산책로는 마르얀 언덕으로 이어진다. 푸른 숲과 오래된 교회를 스쳐 지나면 항구와 바다와 구시가가 자맥질을 하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크로아티아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조각가 메슈트로비치 역시 노년의 안식처로 이곳 스플리트를 선택했다. 그 편안한 도시에 기대 있으면 전쟁의 아픔은 아련한 추억으로 다소곳하게 모습을 감춘다.

가는 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스플리트행 열차가 출발한다. 독일, 오스트리아에서 오는 장거리 버스도 스플리트를 경유한다. 이탈리아 안코나 에서 페리를 이용해 도착할 수도 있다. 스플리트는 다른 동유럽 국가와 달리 열차보다는 버스 교통이 발달한 편이다. 인근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버스는 매시간 출발한다. 4시간 30분 소요. 열차 역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sobe'로 불리는 민박집을 알선해 준다.

모나코(Monaco)는 앙증맞다. 바티칸시국(Vatican)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다. 프랑스에서 열차로 스쳐 지나온 남부 코트다쥐르의 도시보다도 아담하다. 작은 모나코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늘 신비롭고 호사스럽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역에 내리면 한 여인의 흔적을 쫓게 된다. 마릴린 먼로와 쌍벽을 이뤘던 할리우드 스타 그레이스 켈리가 그 주인공이다. 모나코 전 국왕인 레니에 3세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던 그녀의 일화는 수십 년이 흘러도 잔영처럼 남아 있다.

모나코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다. 항구를 중심으로 아담한 지중해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내 궁전은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 넓어요.” 당시 모나코 왕자였던 레니에 3세는 12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건네며 그레이스 켈리에게 이렇게 청혼했다. 훈훈한 러브스토리와 수만 명이 몰려든 웨딩마치는 프랑스 한 모퉁이의 소국을 화제 속에 몰아넣었다. 결혼식 이후 모나코는 미국 등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관광대국으로 급성장했다. 절세의 미녀와 관광수입을 한꺼번에 얻어낸 레니에 3세는 정치가이자 로맨티시스트였던 셈이다.

그레이스 켈리의 추억이 서린 왕궁

여행자들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모나코 빌로 향한다. 결혼식이 실제로 열렸던 왕궁과 부부가 잠들어 있는 성당이 있는 공간이다. 수도승으로 위장해 모나코를 탈환했던 프랑수아 그리말디(François Grimaldi)의 동상도 들어서 있다. 정오쯤 열리는 왕궁 앞 위병 교대식은 모나코의 인기 높은 이벤트 중 하나다. 왕궁에는 지금도 왕이 살고 있다. 밖에서 언뜻 봐도 왕이 혼자 살기에는 너무 넓은 공간이다.

가파른 절벽 위에 세워진 모나코빌 성채.

세기의 결혼식이 치러졌던 모나코 왕궁.

절벽 위에 솟은 모나코 빌은 성채 같은 모습이다. 헤라클레스가 지나간 자리에 신전을 세운 곳이 모나코 빌이라는 전설도 내려온다.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지만 내려다보는 풍경만큼은 압권이다. 모나코 항구를 기점으로 하얀 요트들과 언덕을 가득 채운 부티크 빌라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다. 항구에서 시작된 은빛 물결은 짙푸른 지중해로 이어진다. 성채 위에는 왕이 살고 그 아랫마을에는 귀족(부호)들이 사는 듯한 낭만적인 구조다.


진정한 지중해의 휴양국가지만 그래도 바람 잘 날은 별로 없었다. 세기의 결혼식 후에도 스테파니 공주 등 모나코의 왕가들은 끊임없이 스캔들에 연루되며 화제를 뿌렸다. 현재의 왕(알버트 2세)은 독신이지만 아들과 딸이 있으며, 20년 연하의 남아공 여인과 결혼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그레이스 켈리의 손자인 안드레아 왕자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신데렐라의 꿈을 실현시켜줄 보랏빛 천국으로도 모나코는 손색이 없다.

왕가의 삶은 여인들에게는 색다른 로망을 심어준다.

왕실 근위대의 근무교대식.

아기자기한 레스토랑과 기념품가게로 채워진 골목.

성채에서 내려서는 길은 단아하다. 반대쪽의 투박한 절벽과 달리 아기자기한 골목들이 늘어서 있다. 지중해풍의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들도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골목에서는 그레이스 켈리가 새겨진 우표도 판매된다. 모나코에서 부치는 엽서 한 장은 여행자들에게 꽤 인기가 높다.

지중해와 F-1, 요트로 치장된 도시

모나코는 세금도, 군대도 없다. 물, 가스 등 생필품과 국정에 대한 일부도 프랑스에 의존한다. 어찌 보면 태평천국이다. 그런 모나코의 주 수입원 역할을 하는 게 F-1 자동차 경주와 카지노다.


매년 5월 열리는 F-1 경기를 위해 항구 일대는 봄부터 단장에 분주하다. 이곳 포뮬러-1 경주는 전용 트랙에서 열리는 게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 펼쳐지는 게 특이하다. 바로 코앞이 항구고 지중해다. 별도의 관중석이 마련돼 있지만 빌라 옥상에서 맥주 한잔 즐기며 경주를 관람할 수 있다. 수려한 경관 속에서 폭음의 차들이 거리를 질주하며 대축제를 만들어낸다.

매년 5월이면 항구 주변으로는 F-1 경주 서킷이 마련된다.

항구 주변은 영화 속에서나 만나던 희귀한 요트들의 세상이다. 세금을 피해 모나코로 이사 온 부호들의 요트가 빼곡하게 정박해 있다. 호화로운 요트만 기웃거려도 흥미롭다. 요트 중에는 웬만한 빌라를 능가하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항구를 끼고 몬테카를로 지역으로 접어들면 모나코의 그랑카지노다. 파리의 가르니에 오페라를 설계한 샤를 가르니에가 1878년 건축한 곳으로 유서도 깊고 외관도 아름답다. 늘 관광객들로 흥청거리지만 막상 자국민들의 입장은 금지돼 있다. 호사스런 모나코로 놀러 온 부자들의 주머니가 주요 관심대상이다. 입구주변에는 고급 차와 명품숍들이 즐비한데 여행자의 투박한 복장으로는 입장이 좀 어렵다.


모나코는 [미라보 다리]로 유명한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해양박물관, 열대 정원, 라흐보도 해변 등이 소소하게 둘러볼 만한 곳이다. 모나코빌에 오른 뒤 해안가만 거닐어도 모나코의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가는 길
항공편은 없다. 프랑스 니스에서 열차를 타고 가는 게 일반적이다. 니스에서 몬테카를로 역까지는 20분 소요. 가는 길 창밖 지중해 풍경이 꽤 인상적이다. 주요 볼거리는 역을 중심으로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왕궁, 카지노, 항구 등을 운행하는 꼬마열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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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낭만을 찾아서

Midnight In Paris, 영화 속 장면 찾아가기 

 

우디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오프닝 시퀀스를 기억하시나요? 영화 자체로도 훌륭했지만 잔잔한 재즈 음악과 함께 따뜻한 색감으로 파리를 담은 프롤로그가 인상적이었어요. 영화에 로케이트 된 장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그 자체로도 특별하고, 훨씬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어디서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파리라면 더더욱요.

<미드나잇 인 파리>는 파리로 여행 온 주인공 '길'이 우연히 1920년대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달리,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같은 당대의 유명 아티스트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영화는 우디 앨런의 파리에 대한 진한 애정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와 낭만적인 파리의 모습, 여기에 우디앨런의 음악적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낭만적인 무드를 한껏 고취시켜주니까요.

저는 영화에 나오는 장소들을 저장해서 그 장면과 똑같은 사진을 찍어가며 여행했는데, 프롤로그에 등장한 장소들은 일반 여행자의 관점이 아닌 (이를테면 시테섬에서 바라본 노트르담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조금 비껴간 곳에서 보인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디 앨런만의 ‘진짜 파리’를 보여주는 듯. 이번 글은 <미드나잇 인 파리>에 나왔던 장소들을 소개할게요.

 

 

▲ 알렉상드르 3세 다리 Pont Alexandre Ⅲ

 

▲ 샹젤리제 거리 Champs Elysees

                                                                                                     

▲ 로댕 미술관 Musée Rodin 

 

▲ 물랭루즈 Moulin Rouge                                                                                                                                                       

 

 

 

1# 셰익스피어&컴퍼니 Shakespeare&Company

 

셰익스피어&컴퍼니 서점은 영화 <비포 선 셋>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제시가 출간회를 하는 장소로 이곳에서 두 주인공이 6년 만에 재회하게 됩니다.

파리는 예상치 않게 기분좋은 장소를, 우연히 마주치게 될 기회가 많습니다. 오래된 책 냄새, 걸을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나무 소리, 낡았지만 푹신한 소파들.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서점입니다. 서점을 나와 센 강변을 따라 헌책방들을 구경하며 산보객이 되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 책방들은 파리시 소유로 되어있고 일정한 세금만 내면 임대기간이 평생이라고 해요. 이런 제도가 있어서 그런지 책을 판매하는 부키니스트들의 표정에는 유쾌함과 자부심이 보이는 듯해요.

 

 

 

2# 몽마르뜨 Montmartre

 

몽마르뜨하면 빠질 수 없는 영화가 있죠. 영화 <아멜리에>는 아멜리에의 배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그녀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국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동화 같은 내용이에요. 아멜리에가 찍은 사진 속 구름은 토끼와 곰 인형이 되고, 멈춰진 증명사진 속 남자가 움직이며 말을 하는 등 아멜리에의 상상력이 예쁘게 담겨있는 영화입니다. 그녀가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카페 레드 믈랭이 몽마르뜨에 있어요. 함께 보면 좋을 영화로 미셸 공드리의 <무드 인디고> 추천합니다.

우디앨런은 프롤로그에 물랭루즈와 몽마르뜨 박물관만을 담았는데 개인적으로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미술관을 추천합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도 살바도르 달리가 등장합니다. 말이 통아지 않아 달리!달리! 만을 외치며 눈을 크게 뜨고 등장한 애드리언 브로디는 정말이지 달리와 너무너무 똑같았지요.

사족으로 가끔 거리를 걷다 보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는 쇼윈도(Show window)를 볼 수 있는데, 그 시초가 달리였다고 해요. 1930년대 초현실주의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살바도르 달리나 마르셀 뒤샹같은 아티스트들이 쇼윈도를 그들의 작업대로 이용하곤 했는데, 이것이 상품을 보여주는 방식에 진정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많은 디스플레이 디자이너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어쨌든 1930년대 이 후 연출의 폭이 넓어진 것도 사실이지요. 미술관에서 달리의 유토피아적 이상에 흠뻑 취하는 것도 이 테마의 여행과 잘 맞는 것 같아요.

 

 

 

3# 노트르담 대성당 Notre-Dame

 

이 장면은 사원 뒤로 나와 시테섬에서 생 루이섬으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장면이에요. 관광객들로 분주한 앞면보다 훨씬 운치 있고 정적인 곳이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꼭 가보시길 바라요. 센 강위에 떠있는 웅장한 성당의 뒷모습, 센 강과 하늘, 그곳의 사람들까지.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풍경화처럼 아름답습니다.

 

 

 

4# 생 에티엔 뒤 몽 교회, 광장 Church of Saint Etienne

 

판테온 뒤쪽에 있는 교회 앞 광장이에요. 이곳에서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이 클래식 푸조을 타고 60년대로 시간여행을 하게 됩니다. 마침 제가 갔을 때 광장은 결혼식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로 분주했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신부를 보면서 눈이 참 즐거웠답니다.

 

 

 

5# 카모엔 거리 Camoens Street

 

세계의 모든 관광객들이 일종의 순례지처럼 일생에 한 번은 가봐야 한다는 에펠탑. 사진을 찍었을 때 에펠탑이 가장 파리답게 나오는 장소입니다.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이곳은 Trocadero역과 Passy 역 중간에 위치해있는데, Passy역에서 찾아가는게 더 쉽고 가깝습니다. 관광지 루트가 아니어서 한산하고 좋습니다.

 

 

▲ 폴리도르 레스토랑 Polidor

 

▲ 도핀느 광장 Place Dauphine

 

▲샹젤리제 거리 Champs Elysees                                                                                                                                   

 

 

 

파리 여행 전 함께 보면 좋은 영화

노라 에프런 감독의 <줄리&줄리아>는 프랑스 요리 연구가 줄리아 차일드와 줄리아의 요리책으로 유명 요리블로거가 된 줄리 파엘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다채로운 음식들을 보는 재미는 물론, 그녀들 곁에서 늘 응원해주는 든든한 남편들을 보는 재미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입니다. 특히 메릴 스트립의 어눌하고 수다스러운 억양이 인상 깊었는데,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해요. 함께 보면 좋을 영화로 마크 피투시 감독의 <파리 폴리>와 실뱅 쇼매 감독의 <마담 푸르스트의 비밀정원>, 미셸 공드리 감독의 <수면의 과학>을 추천합니다. 이 세 영화 모두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낭만적인 영화입니다.

적당한 정보로 현물을 확인하는 식이 여행이 아니라, 잘 알려진 장소라도 그곳에서 새로운 감동을 얻고, 의미 있는 여행을 만들길 바랍니다.

뜻밖의 발견이 있는, 파리 서점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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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사랑하기로 유명한 프랑스인들. 지하철을 타면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이 보인다. 이런 모습만 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달까. 현대 기술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최첨단 속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인들의 삶 속엔 아직도 아날로그를 고집하고 있는 몇몇이 있다.

대표적으로 행정적인 부분이 굉장히 아날로그적이라는 점. 프랑스인도 고개를 내저을 정도다. 그리고 또 하나, 휴대폰 보다 책을 가까이하는 그들의 어마어마한 독서량. 다른 건 몰라도 그들의 독서량만큼은 배울만하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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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파리의 서점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보다 소박하고 꾸밈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파리 곳곳의 특색 있는 서점들이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파리의 대형 서점으로는 FNAC이 있어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고, 파리의 대학생들이 자주 찾는 생미셸 광장의 지베르 조셉과 지베르 줜은 분야별로 크고 작은 매장들이 일대 거리를 메우고 있다.

요리를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이 담긴 특별한 미식 서점, 영화 비포 선셋 배경지로 유명한 노트르담 대성당 앞 셰익스피어 컴퍼니까지. 파리 속 다양한 서점을 소개한다. 


  1   지베르 조셉 & 지베르 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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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 줜 서점

아마도 유학생이라면 파리에서 가장 많이 찾을 서점 중 하나. 어학 관련 교재뿐만 아니라 분야별로 폭넓고 방대한 서적의 양을 자랑한다. 그뿐만 아니라 중고 서적도 취급하고 있어 착한 가격대에 상태 좋은 책을 구매할 수 있으니 경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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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 조셉 서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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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경우도 처음은 어학원 교재를 찾기 위해, 한 번은 프랑스 친구를 위해 한국 교재를 찾기 위해, 나머지는 요리책을 보러 꽤 자주 들리는데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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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베르 줜 Gibert Jeune 
주        소 ㅣ 5 Place Saint-Michel, 75005 Paris, 프랑스
운영 시간ㅣ 월~토 오전 9:30~오후 7:30, 일요일 휴무
가는 방법ㅣ 지하철 4호선 Saint-Michel역

►지베르 조셉 Gibert Joseph
주        소 ㅣ 26 Boulevard Saint-Michel, 75006 Paris, 프랑스
운영 시간ㅣ월~토 오전 10:00~오후 8:00, 일요일 휴무
가는 방법ㅣ지하철 10호선 Cluny - La Sorbonne 역

  2   프낙 FN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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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내에 총 7개의 지점을 가진 대형 서점. 서적, 음반, 전자 제품 등도 판매하는 대형 매장이다. 현대적이고 모던한 인테리어로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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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번화한 곳에 매장이 위치하고 있어 여행 중 파리의 현 트렌드,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어 가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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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nac Montparnasse 
주         소ㅣ 136 Rue de Rennes, 75006 Paris, 프랑스
영업 시간ㅣ월~토 오전 10:00~오후 8:00, 일요일 오전 11:00~오후 7:00
가는 방법ㅣ 지하철 4호선 Saint-Placide역 

Travel TIP                                                                                                                     
이외에도 샹젤리제, 생 라자르역 등 약 10여개의 지점이 있으니 동선에 맞춰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3   미식 서점 Librairie Gourm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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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길을 가다 마주친 서점. 알고 보니 1895년부터 시작해 꽤 긴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미식가들을 위한 서점으로 프랑스 셰프들뿐만 아니라 요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찾는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내게 마치 보물 창고처럼 느껴졌던 곳.  만약 프랑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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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익숙한 피에르 에르메, 에릭 케제르,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책부터 프랑스 지방 요리, 세계요리, 미슐랭 가이드북까지 책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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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샤뜰레라는 파리 최대 환승역이자 만남의 장소에서 걸어서 10~15분 거리. 주변에 베이킹과 주방용품 전문점이 모여있는 거리도 있으니 프랑스 요리 문화에 관심이 많은 여행객에 추천하고 싶은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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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식 서점 Librairie Gourmande
주         소ㅣ92-96 Rue Montmartre, 75002 Paris, 프랑스
영업 시간ㅣ월~토 오전 11:00~오후 7:00, 일요일 휴무
가는 방법ㅣ지하철 3호선 Sentier역 

  4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Shakespeare &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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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을 지나 센 강을 건너면 초록색 간판의 서점이 보인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 영화 비포 선셋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사진만 봐도 심쿵 할. 영화 속에서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9년 만에 재회하는 장소라서 그런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앞은 늘 한껏 상기된 표정의 여행객들이 꽤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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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사진을 찍기 바쁜 파리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서점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3월 말 서점 앞에는 곱디고운 겹벚꽃이 피어 가장 예쁠 시기이니 지금 파리라면 꼭 들리길 추천한다.  

► Shakespeare & Company
주         소ㅣ 37 Rue de la Bûcherie, 75005 Paris, 프랑스
영업 시간ㅣ월~토 오전 10:00~오후 10:00, 일요일 오후 12:30~8:00
가는 방법ㅣ 지하철 4호선 Saint-Michel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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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나찰로 시청사./사진=핀란드관광청

MBC에브리원 예능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핀란드 편이 시청률 5.4%를 기록하며 핀란드에 대한 국내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핀란드 관광청은 핀란드 4인방의 순박함을 닮은 그들의 고향 이위베스퀼레(Jyväskylä)를 소개한다.

핀란드 중부 레이크랜드 지역의 중심 도시인 이위베스퀼레는 핀란드 중심부에서 가장 큰 도시다. 교육 도시로 알려졌지만 여행지로서의 매력도 다양하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 알바 알토(Alvar Aalto)가 추구했던 디자인의 따뜻함과 호수가 많은 지역인 레이크랜드의 자연환경이 여행자의 발길을 사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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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알토 박물관./사진=핀란드관광청
- 사람을 생각했던 건축가, 알바 알토를 좆는 여정

이위베스퀼레에는 핀란드 출신 건축 거장 알바 알토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전 세계에서 알토의 작품이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초기 건축물까지 만날 수 있어 도시 자체가 알토 박물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28개에 달하는 그의 작품이 극장, 시청, 대학교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알바 알토 박물관에서는 그의 건축, 디자인 철학과 알토 개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페이옌네 호수의 호반에 위치한 무라살로 실험 하우스에는 실제로 그가 여러 소재와 기법을 자유롭게 연구했던 공간이 남아 있으며 세이나찰로 시청사는 건축물에 민주주의적 가치를 담고자 했던 알토의 의도를 드러낸다. 알바 알토 재단 홈페이지을 통해 가이드 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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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위베스야르비 호수./사진=핀란드관광청
- 자전거와 크루즈로 여행하는 핀란드 레이크랜드의 중심

자전거나 크루즈를 이용하는 것은 호수로 둘러싸인 이위베스퀼레를 가까이 느껴보는 방법이다. 레이크랜드 지역에서 가장 큰 호수인 페이옌네 호수는 호수의 나라 핀란드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호수다. 여름철에는 수많은 섬과 물길 사이사이로 호수를 누비는 크루즈가 인기다.

이위베스야르비 호수에는 자전거로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자전거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자전거 여행객들은 경치를 감상하고 호수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기도 한다. 좀 더 여유로운 여행을 원한다면 마미니에미 항구가 제격이다. 자연이 만든 항구에서의 휴식과 호숫가 사우나의 조합은 꿈에 그리던 여유를 선사한다.

이위베스퀼레는 헬싱키에서 기차 또는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핀에어를 이용하는 여행객은 핀란드 무료 1회 스탑오버가 가능하며 5시간부터 최대 5일까지 머무를 수 있다.



해외여행 유럽, 영국 런던
지금 나는 수많은 문화와 인종이 섞여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내는 도시 런던에 살고 있다. 런던에서 길을 잃어가며 나를 찾으면서 말이다.

패션 에디터를 꿈꾸는 최빈 런던을 만나다

내가 런던행을 포기할 수 없었던 진짜 이유는 어쩌면 테이트 모던의 7층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인트 폴 성당과 여기저기 삐죽삐죽 솟아오른 크레인이 합주를 이룬 런던 풍경을 보면서 나는 ‘이 도시는 옛것을 함부로 부수지 않는구나. 천천히 고치면서 새로운 문화를 더해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나도 나를 깨부수고 다시 만들어가면서, 새로운 ‘나’를, 더 나은 ‘나’를 만들고 싶었다.

런던에 오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생에는 정답이나 정도가 없고, 인생을 살아가는 속도도 저마다 다르다. 내가 내 삶과 제대로 마주하기에는 런던만한 도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Nordic cafe 노르딕 카페

유러피언처럼 유럽을 즐기는 방식(1)
티보다 커피, 커피, 커피!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포트넘 앤 메이슨Fortnum&Mason에 가면 크리스마스 티를 마실 수 있다. 홍차와 생강, 클로브,상큼달콤한 오렌지 껍질이 들어 있어 스파이시한 향이 나는 크리스마스 티는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리는데, 나는 이 차를 매우 좋아한다.

가끔 프레시 민트티, 엘더플라워 레모네이드를 마시기도 한다. 그런데 영국의 티가 아무리 맛있다 해도 나는 역시 커피가 제일 좋다. 커피에 관한 한 ‘유난스럽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그래서 맛있는 커피를 내주는 카페를 찾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다.

런던의 커피는 다른 유럽과 마찬가지로 진한 맛이 특징. 카페 네로나 프레타망제의 커피는 스타벅스에 비해 훨씬 더 진하다. 저지방 우유를 넣으면 스키니 라테Skinny Late 혹은 스키니 카푸치노Skinny Cappuccino라고 부르는데, 런더너들은 호주에서 만들어진 진한 라테와 부드러운 카푸치노의 중간 맛인 ‘플랫 화이트Flat White’를 즐겨 마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곧이어 나 또한 중독.

Nordic cafe 노르딕 카페

1. Nordic cafe 노르딕 카페
나의 아지트 겸 카페. 조용한 공간과 깔끔한 커피 맛, 그리고 시나몬 번즈 등 카페의 필수 요소를 제대로 갖춘 곳이다. 골든 스퀘어에 위치한 노르딕 카페는 영화 <카모메 식당>처럼 세련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에그 버터와 포테이토 파이는 가벼운 점심으로 딱이다.
Add Nordic Bakery, 14 Golden Square, W1F 9JF Tel 44 20 3230 1077
URL www.nordicbakery.com Station Piccadilly Circus

Monmouth Coffee 몬마우스 커피
2. Monmouth Coffee 몬마우스 커피
런던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카페 90% 이상이 몬마우스 커피빈을 쓸 정도로, 이곳의 커피맛은 명성이 자자하다. 2주에 한 번씩 커피빈을 구입할 정도로 커피홀릭인 나에겐 없어선 안 되는 곳이다. 패키지도 예뻐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용으로도 그만이다
Add Monmouth Coffee Company, 27 Monmouth Street, WC2H 9EU
Tel 44 20 7379 3516 URL www.monmouthcoffee.co.uk
Station Covent Garden

Flat white 플랫 화이트
3. Flat white 플랫 화이트
런던의 베스트 커피라고 생각하는 커피숍. 테이크아웃을 하면 종이컵에 이름을 써주는데, 이젠 내 이름이 알리스인 것도, 내가 언제나 카푸치노를 마신다는 사실까지 기억한다.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
Add 17 Berwick Street, Soho, W1F 0PT Tel 44 20 7734 0370
URL www.flat-white.co.uk Station Oxford Circus



유럽의 작은 마을 여행

유럽의 매력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와 마을들이다. 이들 도시는 대부분 구(舊)시가와 신(新)시가로 이루어져 있다. 구시가는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는 신시가와는 달리 수백년 전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구시가는 풍부한 문화와 많은 이야깃거리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조그만 마을이지만 수백년 전에는 왕국의 중심 도시였던 곳이 있는가 하면, 한 나라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과 전통이 잉태된 곳도 있다. 유럽의 작은 마을을 여행하는 것은 과거에 꽃핀 역사와 문화, 예술에 관한 사연을 체험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프랑스 그라스(Grasse)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는 냄새에 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끔찍한 방법으로 만든 향수로 세상을 굴복시켜려 한다는 기발한 상상력의 이야기이다. 프랑스 남부 코트 다 쥐르지방의 작은 마을 그라스가 바로 소설 '향수'의 무대다.

지중해가 바라보이는 높은 산 중턱에 있는 그라스는 세계 향수의 수도라고 불린다. 이곳에서 자라는 장미, 라벤더, 제비꽃 등에서 만들어지는 향수는 천연향의 표준이 되었다. 18세기 초부터 그라스의 조향사들은 그들만의 비법과 천연 재료의 특성을 조화시켜 독특한 향을 창조했다. 그라스를 찾은 여행자들은 플라고나르, 몰리나르 같은 유서 깊은 향수 회사에서 옛 향수 제조법과 명품 향수를 체험할 수 있다.

그라스는 여행자의 후각뿐만 아리라 시각도 즐겁게 해준다. 화사한 색채로 단장된 옛 건물들의 창에는 형형색색의 꽃 화분들이 걸려 있고 고풍스러운 광장 분수는 오후의 여유로움과 잘 어울린다. 좁은 골목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도 이름 모를 향수의 깊은 향기가 담긴 듯하다.

●가는 길: 그라스가 있는 코트 다 쥐르지방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니스와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에서 파리로 가 프랑스 국내선 항공편 등을 이용해 칸이나 니스로 간 다음 그라스로 갈 수 있다. 시외버스로 칸에서는 30분, 니스에서는 1시간 정도 걸린다. 

프랑스 그라스의 옛 향수 공장.

◆독일 바하라흐 (Bacharach)

독일 사람들은 '알테(Alte)'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알테란 '오래된(것)'이라는 뜻이지만 그것은 '그리움과 사랑'이란 의미로도 통한다. 오래된 것에 대한 독일인들의 사랑은 옛 도시와 마을들을 아끼고 가꾸는 모습에서도 잘 나타난다. 독일의 옛 마을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라인 강변의 바하라흐를 꼽을 것이다.

바하라흐는 라인 강변에 자리한 마을로 수백년 전 목조 주택들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마을 가운데 있는 알테하우스는 지은 지 700년이 넘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주택 중 하나다.

마을 뒤쪽 언덕 위에는 영주가 살던 슈탈렉성이 우뚝 서 있다. 라인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꼽히는 슈탈렉성은 지금은 유스호스텔로 사용되고 있다. 고풍스러운 중세 마을과 멋진 고성에서의 하룻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준다.

●가는 길: 라인 가도의 대표적 도시인 마인츠(Mainz)에서 열차로 50분 걸린다. 반대편인 코블렌츠로(koblenz)부터는 40분 걸린다. 라인강을 따라 운항하는 여객선을 이용해 갈 수도 있다.

◆스페인 론다(Ronda)

태양·정열·플라멩코·투우·눈부신 백색의 마을…. 우리가 생각하는 스페인의 정열적인 이미지들은 남쪽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안달루시아 최남단 지중해 연안에서 내륙 산악 지방으로 차를 몰아 해발 700m가 넘는 고원지대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좁은 강에 의해 깊게 파인 협곡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는 하얀색 집들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어떤 건물은 절벽 수직면보다 허공 쪽으로 더 나오게 지어졌다. 어떻게 저런 곳에 마을이 들어섰는지 불가사의할 정도다.

론다는 전설적 투우사 프란시스코 로메로를 배출한 투우의 본고장이다. 미국의 헤밍웨이가 사랑한 마을로 그의 대표작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영화로 촬영한 무대이기도 하다. 헤밍웨이는 론다를 가리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기에 가장 좋은 마을"이라고 했다. 높은 절벽 위의 마을은 세상과의 단절이라기보다는 낭만과 사랑을 지켜 주는 보금자리처럼 느껴진다.

●가는 길: 수도인 마드리드에서 야간열차를 타면 8시간 정도 걸린다. 안달루시아의 대표적 도시인 말라가, 알헤시라스, 세비야 등지에서는 버스와 기차로 2시간~2시간30분 걸린다.

스페인 론다 마을의 투우 장면.

◆그리스 이드라(Hydra)

그리스 섬이라고 하면 미코노스와 산토리니를 떠올리지만, 이드라 섬도 육지에서 가까워서 찾아가기 쉽고 이방인을 포근하게 맞아주는 인간미가 넘치는 섬으로 알려져있다.

이드라 섬은 하얀색 바위로 이루어진 가늘고 긴 섬이다. 배가 이드라 항구로 들어서면 섬 마을의 화사한 분위기가 이방인을 맞이한다. 가파른 언덕을 따라 촘촘히 들어선 흰색 주택들 사이사이로 분홍 파스텔조의 지붕이 어우러져 낭만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찾아와서 예술가 마을을 이루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명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선박왕 오나시스와 그의 연인이었던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 시인 T.S. 엘리엇, 가수 레너드 코헨 등도 즐겨 찾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레너드 코헨의 독특한 노래 스타일이 섬의 이미지와 잘 맞는 것 같다.

●가는 길: 아테네 교외의 피레우스 항구에서 페리나 쾌속선을 타면 된다. 피레우스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30분, 페리로 2시간15분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아테네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

그리스 이드라섬의 해안 풍경. 가파른 언덕을 따라 촘촘히 들어선 주택들 앞에 짙푸른 에게해가 펼쳐져 있다.

◆포르투갈 에스트레모스(Estremos)

유럽에는 오래된 고성(古城), 수도원, 귀족의 저택 등을 개조하여 호텔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포르투갈의 고성 호텔은 '포우자다'라고 하는데 국가 소유로 되어 있다. 포르투갈 동부의 고도 에스트레모스에 있는 산타 이사벨성은 포르투갈에서 가장 유명한 포우자다이다.

산타 이사벨성은 14세기에 포르투갈의 왕비였던 이사벨에서 이름을 따왔다. 성의 주인이었던 이사벨 왕비는 어느 날 성을 나와 남루한 집에 살면서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며 청빈하게 생활했다. 그녀는 사후 교황청으로부터 성인 '산타 이사벨'로 추앙되었다. 에스트레모스는 나즈막한 언덕 위에 자리한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로 전통 기법으로 만드는 도자기가 유명하다.

산타 이자벨 포우자다는 성 입구에서부터 로비, 복도, 방에 이르기까지 중세의 중후한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단순하게 꾸며져 있는 침대에는 사자와 왕관을 형상화한 포르투갈 왕실 문양이 장식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중세 마을의 왕성에서 지내는 하룻밤은 사치가 아니라 자유로운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가는 길: 포르투갈 수도인 리스본에서 버스를 타고 약 3시간 걸린다. 스페인 국경에서 가깝기 때문에 스페인의 국경도시 바다호스를 경유해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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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

퀴즈 하나. 이 나라, 거대하지만 섬세하다. 순례길에는 종교적인 경건함이 있다. 이비사 해변에는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 던지고 날것 그대로의 나를 찾아가는 진지함이 있다. 끈기, 열정? 차라리 말을 말자. 우리나라라면 건축 공기 5년도 많다고 난리 칠 일을 수백 년 공을 들여 자자손손 짓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라. 이쯤 되면 대부분 독자들, '스페인'을 당연히 입에 올리실 게다. 

이 가을, 유럽 중에서도 이국적인 풍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라인 탓에 요즘 유럽여행의 트렌드는 스페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서유럽 대신 스페인, 혹은 서유럽 다녀온 다음에는 스페인 여행 이런 식이다. 거기에는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가 큰 몫을 한다. 여행객의 즐거운 하루를 보장하는 데 밝은 햇살과 눈부신 하늘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태양의 나라 스페인의 부드러운 바람은 두터운 겨울 외투를 벗어 던지게 만든다. 스페인을 이루는 문화는 참 다양하다. 거칠게 질주하는 투우의 강렬함과 현란한 세고비아 기타 선율 위로 튀어나오는 플라멩코와 탱고의 에로틱한 춤사위는 강렬한 붉은색을 품고 죽은 영혼을 살려낸다. 들어는 봤나. 건축가 가우디. 21세기 들어 주가가 쭉쭉 올라간 스페인이 낳은 걸출한 인물이다. 자연과 건축의 공존이라는 건축 테마가 신선하다. 스페인 사람들 엉뚱한 데도 있는 모양이다. 풍자소설 '라만차의 돈키호테'는 고전문학인데도 웹툰만큼 구성이 기발하다.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작품세계는 또 어떻고. 

축구팬에게는 프리메라리가 상위권 레알 마드리드 축구팀이 최고일 터. 감각적인 CF를 선보이며 우리나라에도 매장을 늘려가고 있는 트렌디한 의류 브랜드 자라도 스페인이 본산이다. 노란색 샤프란이 들어간 해산물 쌀요리 파에야는 우리 입맛에도 잘 맞으니 스페인 여행 적응 준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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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론다

그저 유럽이 입에 붙어서 언젠간 유럽여행을 찜해 두고 있다면 이 가을 '유럽 멜팅폿(용광로)' 스페인만 찍어도 딱이다. 남들 다 가는 서유럽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스페인이란 나라. 프랑스와 맞닿은 이 드넓은 땅덩이에는 태양의 심장을 가진 사람들이 정열을 불태우며 살아간다. 굴곡 없이 오늘에 이르지 않아 이 나라의 오늘은 더 깊은 울림을 준다.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이슬람 문화가 숨쉬는 그라나다를 만나고, 아랍 최고 유적지 알람브라 궁전에서는 이슬람 문화의 진수를 본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백색 도시 미하스와 아찔한 요새도시 론다는 그 옛날 어떻게 저런 장소에 집을 지었을까 의문이 생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과 구열공원 등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숨결을 불어넣은 바르셀로나에서는 손수건을 준비해두는 것이 좋겠다. 길어야 100년살이 짧은 인생이 영원 속에 들어간 것 같을 테니. 스페인을 쭉 훑어 올라가다 보면 스페인의 정열과 인생철학에 메말랐던 내 감성에 촉촉촉 물기가 돌지도. 

그런데 가을에서 겨울로 달리는 시기, 스페인 여행을 추천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스페인이라는 이 나라, 유럽에서도 한때 잘나가던 큰 형님이다. 잘난 척 대마왕으로 뻐길 법도 하다. 지금은 왜 이 모양 이 꼴이냐고 신세 한탄을 한다면 그야말로 하수. 그런데 한껏 여유로운 풍모로 현재를 즐기고 있다. 잘나가던 시절 맞춰둔 흰 구두 흰 양복 백고 모자를 갖춰 입고 젠틀한 그레이 신사의 매너를 보여주시니 어디에서나 환영 받는다. 환절기 거울 속 거칠어진 내 모습이 못생김으로 나와 "이렇게 또 세월이 가는구나" 초조해 하는 나의 등을 거친 인생 지나온 살집 좋은 손으로 투닥투닥 두드려줄 것만 같은 큰 형님. 아직 즐길 인생은 남아 있다고 네 인생이 어때서 그러느냐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을 싹둑 잘라줄 고민 해결사 큰 형님 최고. 태양처럼 강렬하게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고? 그렇다면 볼 것 없다. 늦가을, 무조건 스페인이다. 



그림책 만드는 아티스트 정화, 베를린을 읽어내다
베를린이 우연히 내게로 걸어오다

내가 베를린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8할이 우연이다. 베를린행을 결심할 당시 나에겐 전환점이 필요했다. 타인이 가르쳐주는 정형화된 디자인을 배우기보다, 내 안으로 끝까지 파고들어 새로운 디자인을 실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학을 빙자했지만 나의 베를린 생활을 긴 여행이라 정의하고 싶다. 예쁜 것만 찾아보는 짧은 여행보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호흡법을 배우고 적응해가는 나를 체험하는 진정한 여행을 하고 있다고. 난 이곳에서 베를린만의 독특한 환경을 체험하고 직접 경험하면서 열정을 되찾게 된 것이 더없이 기쁘다.

내게 흑백 영화 속의 이미지로 기억되던 베를린은 예술과 여유, 자유, 다양성 등 여러 가지 빛깔을 띠며 나의 삼십 대를 무지갯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NO.1 베를린 매거진 리스트

요즘 내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독일 잡지는 <FT>다. 이 잡지는 매 회 다른 주제로, 그들이 직접 만들어낸 타이포그래피와 드로잉, 사진과 아트 디렉팅, 그리고 레이아웃을 선보인다. 매 호 새로운 잡지가 창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Vier5라는 작은 팀이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 이 잡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고, 그 중간쯤의 미학을 보여준다. 컴퓨터 세대가 만들어내는 날카롭고 매끈한 그래픽 이미지가 지배하는 이 시대에 핸드메이드 감성을 지닌 예술가들이 만들어냈다. 이 잡지는 작은 글씨체, 여백, 낙서, 실수로 보이는 흔적까지 모두 그대로 보여주면서 날카로운 내 감성을 자극한다. 물론 이들이 만들어내는 건조하고 반항적인 이미지는 철저히 계산되어 생산된 것이기에 더 가치가 크다.

베를린을 대표하는 컬처 매거진 <032c>도 소장 가치가 높은 잡지이다. 건축과 예술, 디자인, 패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 전반을 보여준다. 고전적인 스타일의 빨간 표지 속에는 매 호 현대문화를 <032c>만의 독자적인 시각으로 다룬 기사가 가득하다. 너무나 대중적인 주제를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또 깊이 있게 다룬 내용을 읽으면, 잡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대중매체가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책임감 있게 지켜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홈페이지www.032c.com/kim/hedislimane에 들어가면 2007년 에디 슬리만과 함께한 파티 사진도 구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잡지는 <Slanted>이다. 타이포그래피 전문 잡지인 <Slanted>는 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갈수록 기대를 품게 되는, 강단 있는 잡지다. 타이포그래피의 세계를 보다 넓은 영역으로 펼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로 지면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그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수십 가지의 길을 제공한다. 

파리에 간다면 반드시 방문해야하는 여행지가 되어버린 몽마르트

 

몽마르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몽마르트 언덕에 있는 사크레 쾨르 성당의 모습일 것이다. 사크레 쾨르 성당은 프랑스가 전쟁에서 패한 뒤 국민들을 위해 생겨났다고 한다. 몽마르트의 가장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으며, 하얀 돔 형태로 건축되어있어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파리의 랜드마크가 되어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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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몽마르트 언덕에 가기로 했다. Anvers 역에서 내려 걷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몽마르트 언덕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골목길 멀리서부터 사크레 쾨르 성당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방향을 따라 가다보면 놀이기구와 조금한 선물가게가 우리를 반겨준다. 몽마르트 언덕은 생각보다 가파르기 때문에 편한 복장과 신발을 신을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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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 언덕은 대표적으로 유명한 성당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적인 장소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프랑스에서 문화/예술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화가들이 다양한 그림들을 그리며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들을 제공해주며 작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 할 수 있다. 또한 몽마르트 언덕 입구에서도 다양한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몽마르트 언덕에 올라 길거리에서 파는 에펠탑 모양의 열쇠고리는 운이 좋으면 10개를 1유로에 구매할 수 있으니 충분히 둘러보고 구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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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있는 회전목마는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는 줄 알았는데, 실제 움직이기도하고 아이들이 올라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몽마르트 언덕 아래에서 회전목마를 타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녹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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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몽마르트에 오르기로 했다. 한반짝 한반짝 오르며, 사크레 쾨르 성당에 가까워질 수록 마음 또한 설레이기 시작한다. 특히 계단을 올라 파리 시내쪽으로 몸의 방향을 틀면 시내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 마음 속 깊이 파리를 담아갈 수 있다. 몽마르트는 흑인들에게 큰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 위험한 곳이라고 알려져있기도 하지만, 선입견을 가지고 오르기 보다는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둘러본다면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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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거리며 언덕을 오르면, 예술의 도시인만큼 많은 연주가들이 멋진 연주를 해준다. 여유롭게 계단에 앉아 멋진 연주를 들으며 언덕에 오르기 전에 사온 간단한 간식들을 먹는다면 그야말로 꿀맛. 또한 몽마르트 언덕을 다양하게 즐기는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파리에 와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몽마르트 언덕에 올라 웨딩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단체 관광객도, 즐겁게 웃으며 뛰노는 아이들도, 다양하게 이 시간을 모두 즐기는 모습을 보니 모두가 행복한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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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 언덕에 올라 성당까지 모두 봤다면 그대로 내려오는 것이 아닌 뒷골목으로 나가보자. 뒷골목으로 가다보면 위 사진처럼 예술의 거리가 나온다. 파리에서는 공식적으로 예술가 자격증을 받은 사람들은 자리를 잡고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자격증이 없는 분들은 길거리에서 돌아다니시면서 그림 그려주신다고 하니 헷갈리지 않도록 하자. 몽마르트 언덕에 있는 예술의 거리에서는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좀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며 예술 작품을 감상해보자.

 

 

#사크레쾨르 대성당 정보

- 위치 : 파리 몽마르트 언덕 

- 주소 : 35 Rue du Chevalier de la Barre, 75018 Paris, 프랑스

- 입장료 : 무료



하이디가 뛰어나올 것 같은 알프스 산맥… 사계절 볼거리 넘치는 스위스의 주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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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모리츠 베르니나와 체르마트를 달리는 산악 열차

스위스의 수도가 어디냐는 질문에 선뜻 정답이 떠오르는 사람은 아마 적을 것이다. 흔히 수도라 하면 큰 대도시에, 그 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는 도시가 아니던가. 하지만 스위스는 작은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한데다 그 안에 유명한 지명이라야 몇 안 된다. 하이디가 뛰어나올 것 같은 알프스(Alps) 산맥, 유럽의 지붕이라는 융프라우(Jungfrau), 어떤 정치범도 다 받아줄 것 같은 제네바(Geneva), 우리나라에서 비행기 타고 한 번에 갈 수 있는 취리히(Zürich). 그렇다면, 스위스의 수도는 가장 큰 공항이 있는 취리히가 아닐까 짐작하게 되는데, 아쉽게도 정답은 베른(Bern)이다. 

취리히는 스위스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는 도시다. 전 세계 주요 도시와 직항 노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국제도시로, 하늘길뿐만 아니라 땅 길, 강 길도 활짝 열려 있는 위치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리마트(Limmat) 강과 질(Sihl) 강이 열어준 수로 덕분에 기원전 58년경부터 도시의 모습을 갖춰나가 스위스에서 가장 큰 대도시로 성장하게 된 취리히, 사계절 내내 대도시다운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나지만 겨울이면 좀 더 이색적인 모습이 작은 나라의 큰 도시, 취리히를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달콤 고소한 냄새 폴폴 풍기며 철컥철컥 달리는 맛있는 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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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 열차에서 내려다본 눈 쌓인 스위스 풍경
유럽의 분위기를 고풍스럽게 만드는 이미지는 오래된 건물의 외관뿐만 아니라 도로 위로 느리게 달리는 작은 기차 트램(Tram)이 거리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풍경도 한몫한다. 골목마다 달리는 트램이 유난히 많아 ‘트램의 도시’로도 불리는 취리히에는 총 15개의 트램 노선이 골목마다 촘촘하게 이어진 118.7km에 달하는 철로 위를 부지런히 달린다. 트램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즐거움을 가득 싣고 재미있는 관광 트램으로 깜짝 변신을 한다.

찬바람이 불어와 어깨가 움츠러드는 계절이 찾아오면 진한 핫초콜릿 한 잔이 그리워지는데, 일명 초콜릿 트램(Chocolate Tram)으로 불리는 초겨울의 관광 트램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준다. 단 20명만 탈 수 있는데다 제공되는 음식을 초콜릿 명가 호놀드(Honold)에서 준비해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달콤한 초콜릿 트램이 지나가고 나면 바람은 더 차갑고 매서워져 눈발이 흩날리는 계절이 찾아온다. 하얀 눈이 쌓인 거리를 뚫고 고소한 치즈 냄새 폴폴 풍기는 퐁뒤 트램(Fondue Tram)이 겨울 여행자들을 맞이하는데, 잠깐 스쳐가듯 지나간 초콜릿 트램과 달리 퐁뒤 트램은 한겨울 내내 취리히 거리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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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치즈 향이 풍기는 퐁뒤 / 달콤새콤한 겨울 음료, 글뤼바인
겨울의 찬바람에 꽁꽁 얼어버린 치즈를 불에 녹여 먹던 산악 지방의 풍습에서 만들어진 요리 퐁뒤(Fondue)는 스위스의 겨울을 고소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별미 중에 별미다. 여러 종류의 치즈와 와인을 한 그릇에 넣고 녹여내 깍둑깍둑 잘게 썬 빵이나 소시지를 담가 먹는 퐁뒤는 매서운 바람과 만나면 그 풍미가 더해진다. 철컥철컥 달리는 트램 소리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진한 치즈 향기 그리고 겨울 별미 하나가 더 입맛을 돋운다. 과일과 향신료, 와인을 끓여서 만드는 겨울 음료, 글뤼바인(Glüwein)이 상큼한 기운을 불어 넣는다. 다양한 맛에 매료되어 달리다 보면 어느새 트램은 취리히의 고풍스런 풍경과 낭만이 가득한 구시가에 멈춰서 또 다른 여행 추억을 만들라고 발길을 재촉한다.

겨울빛 아래 더 아름다운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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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성모 성당 / 취리히 구시가지 성모 성당에 있는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빛으로 완성되는 아름다운 창문 예술, 스테인드글라스는 어느 공간에 있건 보석 같은 황홀함을 선사하는데, 취리히의 대표 이미지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화사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있다. 구시가에 우뚝 선 성모 성당(Fraumünster)에 보물처럼 담겨 있는 다섯 점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다. 20세기를 풍미한 러시아계 프랑스 유대인 화가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의 마지막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으로, 작품 속 장면들은 성경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예언자 엘리야의 승천, 꿈속에서 천국을 보는 야곱, 지상에서 보낸 예수의 삶, 천국에서 울리는 천사들의 나팔, 사막에서 고행 중인 모세와 그의 백성들, 이렇게 총 다섯 가지 주제를 빛의 예술로 그려냈다. 화사함이 유난히 남다른 샤갈의 색채는 유리창에 담겨 더욱더 환상적으로 빛나는데 1969년, 작품을 완성한 샤갈은 성모 성당의 단순하고 소박한 멋에 반해서 작품을 성당에 기증한다는 소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그의 아름다운 색채는 겨울 태양이 깊숙이 들어와 전해주는 부드럽고 우아한 햇살 아래서 더욱더 꿈처럼 피어난다.

동계 올림픽을 두 번이나 치른 생모리츠 St. Mor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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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알프스에서 즐기는 스키
눈 위에서 펼치는 동계 스포츠라면 뭐든지 즐길 수 있는 스위스 최대의 겨울 스포츠 도시 생모리츠(St. Moritz)는 해발 1,840m의 고원에 그림처럼 앉아 있다. 취리히 남동쪽 203km 지점으로, 그림 같은 알프스 경치를 창가에 매달고 두 시간 반쯤 달려가면 만나게 된다. 사계절 내내 하얀 눈이 덮인 알프스 산맥을 병풍처럼 두르고 바다처럼 넓은 생모리츠 호수(St. Moritzersee)를 안고 있는데, 일단 겨울 풍경을 눈에 담고 나면 찬바람만 불어도 생모리츠가 아른거려 반드시 다시 찾아오게 된다는 마성의 여행지다.

1928년과 1948년에 두 차례나 동계 올림픽을 치른 생모리츠는 스위스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손에 꼽히는 유명한 스키 리조트 단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스키, 스노보드, 아이스하키 등 유명한 동계 스포츠 외에 크레스타 런(Cresta Run)이라는 오래전 스포츠도 생모리츠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눈 위에 길쭉한 썰매를 깔고 배를 대고 엎드려 달리는 스릴 만점의 스포츠로 지금의 스켈레톤(Skeleton)의 시초가 된 스포츠다. 크레스타 런의 아찔한 스릴이 어찌나 감동적인지 영국 BBC에서 선정한 ‘죽기 전에 해봐야 할 50가지’ 중 핀란드에서 오로라 보기, 캐나다에서 북극곰 보기 등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눈과 얼음을 뚫고 달리는 설국열차 빙하 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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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너그라트에서 바라본 마터호른 / 리펠제 호수에서 바라보는 마터호른
생모리츠의 피츠베르니나(Piz Bernina, 해발 4,048.6m)와 체르마트(Zermatt)의 마터호른(Matterhorn, 해발 4,478m), 이 두 개의 봉우리를 연결하는 빙하 특급(Glacier Express)은 알프스의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세상에서 제일 느린 익스프레스(!)’다. 산맥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철로는 291개의 다리를 지나고 91개의 터널을 통과한다. 빙하 특급이 지나가는 길은 오르락내리락 다이내믹한데 가장 높은 지점은 해발 2,033m의 오버알프(Oberalp) 구간으로 전체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생모리츠에서 체르마트까지 총 7시간 30분, 그동안 알프스가 만들어내는 매력을 지붕이 유리로 된 특수한 기차 안에서 모조리 만날 수 있다.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겨울의 풍경이 남달라 빙하 특급은 바람이 차가워지면 타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신의 차가운 손길이 닿아 만들어진 예술작품인 겨울의 알프스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순백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프스, 이름만으로도 겨울이 연상되는 건 만년설을 머리에 두른 그들의 모습 때문에라도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 글·사진 : 곽정란(여행작가, '유럽 데이', '이탈리아 데이' 저자)
· 기사 제공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skynews.kr)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 산 파블로 교회

산 파블로 교회(San Pablo Church)는 정교한 석조물로 정면을 꾸몄다. 발라돌리드를 대표하는 건물이다.

ⓒ 곽동운

2014년 11월 16일, 여행 14일째. 산티아고 순례길 도보 여행을 마친 후, 필자는 순례팀과 작별하고 개별 배낭여행 형식으로 일정을 이어갔다. 함께 북적북적대며 여행하는 재미와도 작별해야 했다. 이제부터는 고독한 '단독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여태껏 단체 여행의 장점을 누렸으니 이제는 단독 여행을 누려볼 차례였다.

배낭여행의 첫 목적지, 발라돌리드

여행 동선을 크게 잡지는 않았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중부권 영역 일대만 여행 대상으로 삼았다. 스페인에 가면 꼭 들러야 한다는 바르셀로나와 이슬람의 역사가 남아 있는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은 제외하기로 했다. 그렇게 골랐더니 발라돌리드, 세고비아, 톨레도 등 세 개의 도시가 정해졌다.

▲ 발라돌리드

중심가

ⓒ 곽동운

발라돌리드(Valladolid)가 그 첫 번째 여행지였다. '바야돌리드'라고도 불리는 이 도시는 마드리드에서 북서쪽으로 약 200km 정도 떨어져 있다.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약 2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도달할 수 있는 이곳은, 중세 시대에 대학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유서가 깊은 도시다.

마드리드에서 16유로를 주고 발라돌리드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스페인 버스는 우리나라 버스보다 더 크고, 좌석도 많았다. 화장실까지 갖춘 곳도 있었다. 심지어 국제선 여객기에서나 볼 수 있는 개별 모니터가 장착된 버스도 있었다. 그 모니터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영화도 볼 수도 있다. 게임도 가능하다. 아무래도 국토가 넓고, 주행 시간이 길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스페인에서 한반도를 떠올리다

한편, 장애인이 고속버스를 타는 데 용이하도록 리프트 장비가 설치된 버스도 있었다.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한 두 대 정도가 배치된 것이 아니었다. 꽤 많은 리프트 버스가 운행되고 있었고, 또한 그 노선도 다양했다. 우리나라의 리프트 버스 배치 상황을 생각해보면 정말 부러운 광경이었다. 이동권 약자들도 당당하게 대중교통을 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스페인 고속버스

스페인의 고속버스는 직행버스 개념이다. 논스톱으로 가지 않고 몇 군데를 들렀다 가는 형식이다.

ⓒ 곽동운

발라돌리드 행 버스에도 개별 모니터가 있어 필자도 음악을 들으며 차창 밖을 응시했다. 창문 밖에는 시원스런 풍광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베리아 반도의 중앙은 카스텔라 레온(Castilla y Leon) 지역인데 이곳은 드넓은 평원 형태를 띠고 있었다. 광활한 평원이 드문 국토, 거기다 남북이 갈려 섬처럼 고립된 우리땅이 생각났다. 그렇게 좁은 국토에 살면서도 지역 감정이니, 동서 갈등이니 하는 식으로 감정의 골이 패니 그저 착잡한 심경이 들 뿐이었다.

바스크와 카탈루냐의 분리 운동으로 유명한 스페인에서, 한국의 지역 감정에 대해 떠올리는 것은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일일지 모른다. 잘 알려지다시피 스페인에 비하면 한국의 지역감정은 양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바스크와 카탈로니아 문제는 1천 년 이상의 시간이 녹아 있다. 그 시간 속에는 이슬람 세력과의 항쟁 과정 속에서 나온 부산물도 또아리를 틀고 있다. 분리주의 운동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인은 나 혼자

주위 풍광에 매료되는 걸 멈추고, 문득 버스 안을 둘러봤다. 자세히보니 오직 필자만 동양인이었다. 마드리드에서도 산티아고에서도, 심지어 땅끝이었던 피스테라에서도 동양인은 물론 한국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만큼 한국인이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닌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발라돌리도에서는 가는 버스뿐 아니라 현지에서도 한국인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고독한 단독 여행을 위한 장치(?)들이 제대로 갖춰진 셈이다.

'그래 한국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이 곳에서 진정한 배낭여행자가 돼 주지! 어차피 배낭여행도 숙식만 해결되면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거잖아!'

그렇게 다짐한 후 남은 여비를 생각해봤다. 순례길에서 워낙 저렴하게 숙식을 해결해서 그런지 여행 14일째인데도 300유로 밖에 지출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4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2주 정도를 버틴 것이다. 이것만 봐도 산티아고 순례길이 얼마나 도보 여행자에게 친화적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캄포 그란데에서 새들과 옥신각신

▲ 캄포 그란데

공작새가 노닐던 캄포 그란데

ⓒ 곽동운

중세 시대에 만들어진 도시답게 발라돌리드는 여러 문화 유적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시가지가 크지 않아 그 유적들을 도보로 다 둘러볼 수 있었다. 일단 버스 터미널에서 빠져 나온 후 처음 방문한 곳은 캄포 그란데(Campo Grande)라는 공원이었다. 스페인어로 'Campo'는 '초원' 혹은 '들판'이란 뜻이고, 'Grande'는 '큰'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캄포 그란데는 '큰 들판'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삼각형의 틀을 가진 캄포 그란데는 이 도시 사람들이 무척 사랑하는 공원이다. 이곳은 새들의 천국으로, 공작새를 비롯한 비둘기, 오리, 거위들이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특히 공작새가 눈에 많이 띄었는데 어떤 녀석은 갈 길 바쁜 필자 뒤를 졸졸 따라 오기도 했다. 먹이를 달라는 것이다.

"가라! 나 먹을 것도 없어!"

그래도 공작새는 양반이었다. 연못에 사는 거위 한 마리는 아예 필자의 손가락을 낚아챌 듯 덤벼들었다. 괘씸한 생각에 계속 먹이를 주는 척하며 손을 거두기를 반복했다. 그랬더니 신경질을 내듯 "꽥꽥"대며 물 안쪽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필자의 승리였다. 이렇듯 새들과 옥신각신하는 재미 때문인지 캄포 그란데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발길이 끊이지 않은 곳이었다.

김치와 고추장이 동시에 생각나는 요리

▲ 오레자 갈레가

(Oreja Gallega)

ⓒ 곽동운

여행은 시청 건물이 있는 마요르 광장(Plaza Mayor)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발라돌리드 마요르 광장은 상당히 규모가 큰 광장으로, 이 도시 사람들이 모임 장소로 애용하는 곳이다. 노천 카페가 광장을 둘러싸듯 즐비해 있고, 인근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도 많았다. 여행 안내소에서도 마요르 광장 거리에는 맛 좋은 바르(bar)와 카페가 많다며, 꼭 거기서 식사를 해보라고 권할 정도였다.

필자도 광장 인근에 있는 바르에서 오레자 갈레가(Oreja Gallega)라는 음식을 주문했다. 가격이 4유로로 무척 저렴했기에 그 요리를 택한 것이다. 값이 싸기에 그저 간단한 샐러드 요리가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무슨 비계 껍데기가 나왔는데 외관부터가 아주 비호감이었다. 딱 봐도 느끼함이 흘러내렸다. 그래도 그냥 물러설 수 없었다. 아까운 음식을 버릴 수도 없지 않은가? 보기에는 그래도 맛은 별미일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포크를 집어 들었다.

'음... 김치와 고추장이 동시에 생각나는 요리는 난생 처음이야. 아주 느끼한 맛이 혀 전체를 녹여버리는 느낌이군... 젠장!'

▲ 케밥

이 케밥도 느끼해 보이시나? 좀 느끼하긴 했어도 케밥은 먹을만 했다. 양도 많아서 반은 먹고, 반은 남겨서 도시락을 쌌다.

ⓒ 곽동운

웬만큼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오레자 갈레가를 맛본다면 분명 필자와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레자 갈레가는 소의 귀를 잘라서 만든 요리였다. 그리고 그 느끼한 맛을 음미하며 먹는 요리라고 했다.

달리 이야기하면 한국 사람이 요리를 먹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소 귀 요리인 줄도 모르고 덥석 주문했다가는 느끼함으로 아주 몸서리를 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억지로 식사를 마친 후문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옆 카페에 붙은 광고지를 보고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앗! 옆에 일식집이 있었네. 초밥이 비싸지 않네...'

고독함을 뼛속까지 체험한 밤

▲ 야경

발라돌리드 시가지의 야경. 캄포 그란데 입구쪽에서 찍었다.

ⓒ 곽동운

그럭저럭 식사는 해결됐다. 이제 문제는 잠잘 곳이었다. 지금까지 산티아고 순례길의 알베르게 요금에 익숙한 터라 호스텔 비용이 걱정이었다. 그나마 호텔은 눈에 잘 띄었는데 호스텔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았다.

도시가 오래돼서 그런지 발라돌리드는 좁은 골목길이 많았다. 어둠이 내리자 골목길이 더 좁게 느껴졌다. 골목길을 헤매며 값싼 호스텔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호스텔 파리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뭐요? 40유로요?"

필자는 멈칫했다. '호스텔 비용이 40유로나 하다니! 조금 더 보태서 호텔에 들어가는 게 낫지!' 그냥 두 말 없이 발길을 돌렸다. 6유로로 1박을 할 수 있는 공립 알베르게가 무척이나 그리운 순간이었다.

저렴한 숙박지를 찾아 열심히 발라돌리드를 걸어 다녔다. 밤 길이라 그런지 계속 같은 골목을 뱅뱅 도는 느낌이었다. 설상가상이라고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낯선 타국의 골목길을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결국에는 호스텔 리마라는 곳을 찾아냈고, 25유로를 주고 1박을 할 수 있게 됐다. 발품을 팔았더니 그나마 저렴한 숙소를 찾아낸 것이다.

고독한 단독 여행의 특징을 뼛속까지 체험한 밤이었다. 북적북적하던 알베르게가 그리운 밤이었다. 냄새는 났지만 서로 간의 격려가 넘치던 알베르게로 돌아가고 싶은 밤이었다. 발라돌리드의 문화유적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진다.

▲ 마요르 광장

발라돌리드 마요르 광장. 꼰데 안수레스(Conde Ansurez) 동상이 있다. 페드로 안수레스라고도 불리는 이 인물은 에스퍄냐 북서부 지역의 유명한 백작이었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스스로 별칭을 '빅풋(BigFoot) 부부'라고 붙였습니다. 실제 두 사람 모두 '큰 발'은 아니지만, 동네 골목부터 세상 곳곳을 걸어 다니며 여행하기를 좋아해 그리 이름을 붙였지요. 내 작은 발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새로움을 발견하는 거대한 발자국이 된다고 믿으며 우리 부부는 세상 곳곳을 우리만의 걸음으로 여행합니다. 우리 부부가 함께 만든 여행 영상도 즐겨 보시길 바랍니다. - 기자 말

바르셀로나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1시간 20분이면 도착하는 작은 도시, 헤로나(Gerona)에 다녀왔습니다. 카탈루냐어로는 '지로나'(Girona)라고 하고, '히로나'라고도 읽기 때문에 도시를 여행하는 내내 도대체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참 난감한 곳이었지요. 하지만 오랜 역사가 도시 곳곳에 고스란히 숨 쉬고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헤로나는 오냐르 강(El rio Onar)을 사이에 두고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나뉩니다. 기차에서 내려 조용히 도시 풍경을 비추며 흐르는 오냐르 강을 건너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것에서부터 헤로나 여행은 시작됩니다.

스페인의 옛 정취를 간직한 소도시

▲ 오냐르 강이 흐르는 헤로나(Gerona) 지로나(Girona) 또는 히로나라고도 부르는 헤로나는 오냐르 강을 사이에 두고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 박성경
헤로나의 역사는 기원전 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이베리아 반도의 어원이 된 민족인 '이베로인'이 세운 도시입니다. 끊임없이 외세의 침입을 받아왔던 곳이지만, 반도를 방어하기 위한 요새였던 곳인 만큼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관광지를 둘러보지 않아도, 골목골목 천천히 걸으며 도시가 지닌 옛 향기를 느끼는 것 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우리 부부가 헤로나를 여행했던 날은 토요일. 헤로나 구시가지의 중심거리라 할 수 있는 리베르타트 거리에는 오전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상점과 카페들이 늘어선 거리를 따라 장이 섰기 때문인 듯합니다. 큰 장은 아니지만, 이 도시에 사는 이들은 토요일이면 이곳에 나와 일주일간 가족이 먹을 소시지를 사고, 꽃을 구경하며, 거리에서 파는 추로스 한 조각으로 요기를 했겠지요. 북적이는 토요일 오전 헤로나의 거리는 흥겹고 자유롭습니다.

▲ 리베르타트 거리 구도시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리베르타트 거리에 장이 섰다.
ⓒ 박성경
노천장이 서서 북적이는 리베르타트 거리 주변은 9~15세기에 걸쳐 유대인이 살았던 지역입니다. 구시가지의 좁은 통로들과 계단에는 유대인의 주거지였던 흔적들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반인의 눈에는 그저 '옛 거리, 옛 건물 풍경이 잘 살아있구나' 정도입니다. 그것이 유대인 주거지의 흔적인지 아닌지를 알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곳이 유대인들이 살았던 곳이고, 여전히 많이 거주하는 곳이란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게 하나 있습니다. 종교가 곧 생활인 유대인들의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화려한 모습으로 이 거리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 지역은 유대인 거리로도 불리지만, 주변 건물들은 헤로나 중세 건축물의 전형이라고 할 정도로 중세 시대의 모습을 잘 간직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좁은 골목골목을 걸어 다니며 스페인의 옛 정취를 느끼기에는 그만인 곳이지요.

옛담도 보고, 옛집도 보고 집집마다 예쁘게 장식해 놓은 꽃들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아주 독특한 정면의 대성당과 마주하게 됩니다.

▲ 헤로나 대성당 1312년에 착공된 대성당. 사진의 정면은 특유의 카탈루냐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오른쪽 '샤를마뉴의 탑'은 16세기에 추가로 세웠다.
ⓒ 박성경
넓은 계단 위로 보이는 대성당은 유럽의 고딕 양식 성당과는 좀 달라보이는데요, 수수한 듯 보이지만 이 지역 특유의 카탈루냐 고딕 양식으로 지어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옛 로마 사원 자리에 세워진 헤로나의 대성당은, 이후에 자리잡은 바로크 양식의 건물과 비교해도 결코 매력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지요.

원래 이곳에 있던 성당은 무어인들이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하면서 717년에 모스크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 대제가 785년에 헤로나를 탈환하면서 다시 성당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하네요.

성당 오른쪽에 있는 팔각형 종탑은 헤로나를 수복한 샤를마뉴 대제의 이름을 따서 '샤를마뉴의 탑'으로 불리는데, 16세기에 추가로 지어진 것입니다.

내부는 다른 유럽 성당에 비해 매우 어둡습니다. 그래서 사진에 담기엔 참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진찍는 걸 그만두고 천천히 걷거나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장엄한 성당이 주는 느낌을 마음에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1416년에 귈렘 보필에 의해 만들어진 본당의 회중석(會衆席, 성당 입구에서 제단 사이에 있는 신자들이 앉는 공간)은 그 폭이 22m나 되는데,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다음으로 규모가 큽니다. 고딕 양식의 성당 중에서는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또 은과 에나멜을 입혀 만든 14세기 제단에는 귀한 보석들이 박혀 있고, 그 뒤로는 '샤를르망의 의자'라 불리는 대리석 의자가 있어 호기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 헤로나 대성당의 제단 14세기에 만들어진 제단은 은과 에나멜을 입히고 화려한 보석을 박았다. 제단 뒤에는 '샤를르망의 의자'라 불리는 대리석 의자가 있다.
ⓒ 박성경
하지만 성당 내부가 워낙 어두워 제단을 장식한 보석들의 화려함도, 샤를르망 의자의 위엄도 제대로 느끼기는 좀 힘들었어요. 대신 성당 곳곳에 이를 자세히 촬영한 사진과 설명 글이 화면에 게시돼 아쉬움을 덜 수 있었습니다.

헤로나 대성당에서 가장 중요한 보물은 1100년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천지창조 태피스트리>입니다. 중앙에 그리스도가 있고 주변에 아담과 이브, 하늘과 빛, 동식물을 비롯한 만물의 창조 과정이 원을 그리며 묘사돼 있습니다. 이 태피스트리는 '보물관'에 보관돼 있지요. 

▲ 태피스트리 <라 크레아시온, 창조> 헤로나 대성당에 보관된 1100년경 만들어진 대형 태피스트리로, 천지창조의 장면이 묘사돼 있다.
ⓒ 박성경
이외에도 성 베아투스 데 리에바나의 <요한 계시록에 관한 소고> 10세기 경 복사본과 14세기에 만들어진 <페레 엘 세레모니오소 조각상>도 보물관에 보관된 중요한 유물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우리 부부가 방문한 이 날에는 대성당의 입장이 무료인 대신, 보물관은 입장 불가였습니다. 대성당에서 제공한 화면을 통해서만 태피스트리를 비롯해 보물관의 유물을 볼 수 있었던 게 좀 아쉬웠어요.

헤로나에는 아주 잘 보존된 '아랍 목욕탕'도 남아 있습니다. 건축물의 형식이나 모양은 아랍 스타일이지만 실제로는 무어인 지배시기 이후인 12세기에 지어진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이 건물은 무어인의 후손인 부유한 사업가와 수공업자들의 노력으로 국토회복전쟁 이후 5세기가 넘도록 손상 없이 잘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하네요.

한 여행서는 이 아랍 목욕탕을 "아름다운 팔각형 등불이 비치는 목욕탕"이라고 묘사하고 있었는데, 정말 표현 그대로였습니다. 목욕물이 담긴 팔각형 탕 위에는 햇살이 그대로 들어오도록 뚫려 있는 팔각형 지붕이 있어, 마치 목욕탕 중앙에 커다란 '햇살 등불'이 켜져 있는 것 같은 신비로움이 느껴졌어요.

▲ 아랍 목욕탕(Banys Arabs) 건축물의 형식은 아랍 스타일이나 실제는 로마시대인 12세기 후반에 세워졌다.
ⓒ 박성경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 헤로나는 성벽 주변으로 고고학의 거리가 이어져 있습니다. 1809년 프랑스 군대가 7개월간 이곳을 점령하고 있을 때, 손상된 성벽을 복원한 것을 제외하고는 로마인들이 쌓아올린 그대로 성벽이 보존되어 있다고 하니, 참 놀랍지요.

성벽을 따라 이어진 고고학의 거리는 마을의 북쪽, 갈리간츠 성당(St. Pere de Galligants) 부근에서 시작되는데요, 옛 수도원 건물인 이곳은 현재 도시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고고학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헤로나 시에 존재하는 로마 건축 양식의 건물 중, 가장 훌륭하다는 갈리간츠 성당의 내부 모습도 보고 도시의 오랜 유물도 관람할 겸 박물관 입장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겁니다. 안내를 보니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휴관. 점심 시간에는 문을 닫는 박물관이라, 뭐 처음 겪는 일은 아니었어요. 과거 이탈리아 여행에서, 특히 나폴리나 시칠리아 같은 남부 지역 도시들에서 참 많이 겪은 일이었지요.

박물관도 이른바 '시에스타(Siesta, 낮잠)'에 들어간 겁니다. 갈리간츠 성당에서 발걸음을 돌려 헤로나 사람들이 종교적 애착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산트 펠리우 성당(St. Feliu)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성당 앞의 노천 카페만 여유로운 낮 시간을 즐기며 겨울 햇살을 받기 위해 모여든 마을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어요.

두 동양인만 빼고 시에스타에 들어간 도시

 시에스타로 한산해진 헤로나의 상가 거리
ⓒ 박성경
문을 연 성당과 박물관을 찾아 헤매는 두 동양 남녀 외에는 헤로나의 모든 이들이 '시에스타'에 들어간 듯 보였습니다.

시에스타(Siesta)는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 국가와 라틴 문화권의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낮잠 풍습을 말합니다. '낮잠'이라고 하지만 꼭 잠을 자는 시간은 아닙니다. 한낮에는 높은 기온과 식곤증 등으로 일의 능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해둔 일정한 시간에 낮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거지요.

스페인의 경우 2005년 12월 관공서는 시에스타를 폐지했다고 합니다.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 같은 대도시나 세계적인 관광지로 이름난 도시들은 시에스타 때문에 여행이 불편한 경우는 잘 없습니다. 관공서뿐만 아니라 상점이나 관광 명소들이 시에스타로 문을 닫는 경우가 잘 없거든요.

하지만 헤로나 같은 작은 도시에선 여전히 시에스타 풍습을 아주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길 양쪽으로 갖가지 상점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거기엔 토요일 오전의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그런데 오후 2시가 넘어서자, 무슨 마술을 부린 듯 인적 드문 거리가 돼버렸습니다. 상점들은 문을 굳게 닫았고, 오전에 열렸던 노천 시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낮잠에 빠진 듯, 거리엔 정적마저 감돕니다.
 한 소품 가게의 환상적인 영업시간. 하루 총 영업시간이 고작 6시간에 시에스타(낮잠시간)을 포함한 점심시간이 무려 4시간에 이른다.
ⓒ 박성경
예쁘고 독특한 소품들이 전시된 가게에 눈이 갔지만 그곳 역시 문을 닫았습니다. '이곳도 2시부터 4시까지 쉬려나...'했는데, 입구에 붙어있는 영업시간을 보고 우리 부부는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오전 10시 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1시 30분까지 영업을 한 뒤 3시간 반 동안은 시에스타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오후 5시에 다시 문을 열고 저녁 8시까지 영업합니다. 하루 중 가게 문을 여는 시간은 총 6시간.

"구아우 (Guau, 와우)!"

저도 지방 소도시에서 5년간 조그마한 소품 가게를 운영했었습니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저녁 8시에 문을 닫는데도 친구들에게 "배짱이다, 니가 공무원이냐, 장사는 그러면 안 된다"라며 온갖 훈계를 들었는데,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르다 해도 정녕 부러웠네요.

어쩌면 시에스타에 익숙한 헤로나의 소비자들은 이곳 물건이 꼭 필요하다면 문 여는 시간에 찾아 오겠죠. 그리고 나와 경쟁 관계에 있는 헤로나의 모든 가게들이 비슷한 시간 만큼 영업하고, 시에스타를 꼬박꼬박 지키고 있으니 장사하는 입장에서도 그리 손해볼 일도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선 새벽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장사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친구들이 성화해도 배짱부리며 하루 9시간 영업을 한 제가 뭐라 할 말은 아니지만, 장사를 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건 밥을 먹는 일이었습니다. 언제 손님이 올지 모르니 가게 안에서 번갯불에 콩 볶아먹 듯 밥을 먹었습니다. 장사를 하는 5년 내내 소화 불량이 따라다녔습니다. 1시간 정도 가게도 문을 닫고 점심 시간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배짱 좋은 상상을 했었지요.

스페인을 비롯 시에스타를 풍습으로 둔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이제는 국가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이를 없애자는 움직임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심하지 않은 범위라면 어느 직종이건 어떤 계층이건 여유로운 점심 시간을 공평하게 즐길 수 있다는 건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부럽기도 하고요.

사실 돈과 시간을 들여 멀리까지 온 여행자에게 '시에스타'는 참 불편하고 난감한 시간입니다. 입장을 할 수 있는 곳도 제한되고, 잠들어버린 도시는 영상에 담아도 재미가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시에스타를 한두 번 겪게 되면, 여행자로서 그것 또한 즐기는 법을 알게 됩니다.

그냥 현지 사람들과 비슷하게 움직이면 됩니다. 분주히 돌아다닐 때는 같이 돌아다니고, 그들이 시에스타에 들어가면 그때 같이 점심도 먹고 차도 마시며 쉬면 되지요. 우리 부부도 갈리간츠 성당과 산트 펠리우 성당이 시에스타에 들어간 것을 본 오후 2시 넘어서야 간단히 점심을 먹었습니다. 커피도 마셨고요.
▲ 오냐르 강이 흐르는 헤로나의 도시 풍경 멀리 보이는 빨간 다리는 파리의 에펠탑을 만든 회사에서 제작했다고 한다.
ⓒ 박성경
그리고 낮잠에 들어 더 고요하고 아름다운 오냐르 강가는 오전과는 다른 느낌의 풍경이었습니다. 헤로나에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잇는 11개의 다리가 있다고 하는데, 빨간 철제 건축이 눈에 띄는 다리는 에펠탑을 만든 회사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철제 구조물 때문인지 에펠탑의 느낌이 폴폴 풍깁니다.

헤로나에서 바르셀로나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영화 박물관'(Museu del Cinema)입니다. 간판과 외벽을 보면 이곳이 재미 넘치는 박물관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영화 감독인 토마스 마욜의 개인 수집품을 전시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보기엔 영화 역사를 관통할 만큼 전시품의 규모가 방대합니다.

그동안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이탈리아 토리노의 영화 박물관을 가본 적이 있는데, 토리노의 박물관에는 미치치 못하지만 규모가 비슷한 프랑크푸르트의 영화 박물관보다는 좀 더 흥미로웠습니다. 2000년 전 중국의 그림자 연극에 쓰인 소품 등 영화의 원형이라고 할 만한 작품부터 시대별 영화 제작 도구까지 전시돼 있습니다. 관람객들이 직접 시연해보고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전시품도 알찹니다.

우리 부부가 시청각실에 들렀을 때는 '존 F. 케네디'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명화뿐 아니라 아마추어 감독들의 작품을 상영하면서 평소에도 다양한 영화 관련 행사들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우리 부부는 지방의 소도시에 삽니다. 헤로나의 오냐르 강처럼 도시의 중심을 아름답게 가로지르는 강이 있습니다. '천년의 고도'로 불리는 역사 깊은 도시입니다. 그래서였는지 대도시인 바르셀로나 여행에 나흘간 빠져 있다가 헤로나에 도착했을 때는 왠지 모를 안도감과 친근함이 느껴졌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이들이 말합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고요. 제 경험으로는 그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같기도 하지만 조금씩 다른 삶을 사는, 세상의 수많은 풍경들이 있기 때문에 여행을 하는 거겠지요.

작고 아름다운 스페인의 소도시, 헤로나에서의 하루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동영상도 한 번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부부는 스스로 별칭을 '빅풋(BigFoot) 부부'라고 붙였습니다. 실제 두 사람 모두 '큰 발'은 아니지만, 동네 골목부터 세상 곳곳을 걸어 다니며 여행하기를 좋아해 그리 이름을 붙였지요. 내 작은 발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새로움을 발견하는 거대한 발자국이 된다고 믿으며 우리 부부는 세상 곳곳을 우리만의 걸음으로 여행합니다. 우리 부부가 함께 만든 여행 영상도 즐겨 보시길 바랍니다. - 기자 말


"야~ 바다다!"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 7번 국도를 타고 달리던 관광버스에서 처음으로 동해 바다를 봤던 나와 친구들은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버스가 쏠려 넘어질 정도로 오른쪽 창가에 붙어 동해 바다를 보고 환호를 질러댔지요. 경남 마산에 살았으니 나름 바닷가 도시에 살았던 셈인데, 매립되어 공장이 즐비하고 꽉 막힌 느낌의 마산 바다와는 느낌이 달랐던 거지요. 그리고 그때가 1991년 여행이 활발하지 않았던 때라 저를 비롯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동해 바다'란 걸 처음 봤던 겁니다.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한 시간을 달려 타라고나로 가는 길에, 여고시절 그 수학여행 길이 떠올랐습니다. 이번에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 창가로 확 트인 지중해 바다가 타라고나에 도착할 때까지 함께 달렸지요. 추억에 웃음이 떠올랐고, 마흔이 넘어 그때처럼 소리칠 수 없어 마음으로 환호성을 질러댔습니다.

지중해의 발코니(Balco del Mediterrani)

 '지중해의 발코니'로 불리는 타라고나의 산책로에서 바라 본 지중해
ⓒ 박성경
타라고나의 기차역은 우리나라 정동진역처럼 바닷가에 위치합니다. 역을 등지고 오른쪽 언덕길을 올라가면 계단과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꼭대기에 오르면 광장 끝 절벽 너머로 그야말로가슴까지 뻥 뚫리는 광활한 지중해가 펼쳐집니다. 이곳이 타라고나의 그 유명한 '지중해의 발코니'로 불리는 곳이라네요. 여기에 섰을 때는 쑥스러움도 잊고 소리치게 되지요.

"바다다! 지중해다!"

오른쪽에 멋진 바다 풍경을 두고 광장에서 조금 더 걷다 보면 로마시대의 원형 경기장(Amfiteatre del Roma)이 나타납니다. 타라고나는 '지중해의 발코니'로도 유명하지만 '로마 유적지의 보고'로도 이름난 도시입니다. 그중에서도 1세기에 땅을 파서 만들었다는 이 로마식 원형 경기장은 타라고나에 있는 로마 유적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지요. 원래는 사람과 맹수가 싸우는 경기장이었지만 3세기에는 기독교도들을 처형하는 장소로 사용되었고, 현재 남은 경기장의 유적 안에는 기독교 사제를 처형했던 자리에 12세기에 세운 '성모 마리아 성당'의 흔적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지중해가 배경이라 그런지 오랜 세월의 흔적들마저 더 멋지게 보이는 로마시대의 원형 경기장은 꼭 입장을 하지 않고 바깥에서만 봐도 그 형태는 잘 보입니다. 그래도 입장을 하고 보면, 1세기의 사람들이 경기를 보기 위해 앉았던 자리에도 직접 앉아볼 수 있고 12세기 성당의 흔적들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그런데 이 원형 경기장에 돈을 내고 입장하는 이유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걸, 그때 우리 부부는 몰랐습니다.

▲ 로마시대 원형 경기장(Amfiteatre del Roma) 1세기 경기장으로 지어졌으나 12세기 성당 터도 남아 있다.
ⓒ 박성경
바깥에서도 훤히 보이는 경기장을 왜 입장료를 내고 왔을까 약간의 후회가 들며 출입구를 나서는 순간, 우리 부부의 눈앞에 거짓말처럼 엘리베이터가 나타났습니다. 로마 유적지에 엘리베이터라니, 돈을 내고 입장을 했으니 언덕을 힘겹게 걸어 올라야 하는 구시가에 쉽게 가라고 서비스를 해주는 건가 보다 생각했어요. 그러고 우린 한 번에 '슝~' 구시가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나중에야 알았어요. 타라고나가 간직한 로마 유적의 본모습은 경기장 한쪽에 있는 지하 통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요. 원형 경기장에서 이어진 지하의 동굴 통로는 총 길이가 94m에 이르는데, 이 통로 역시 로마시대에 건설됐고 그 길은 로마 박물관으로 통하는 길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원형 경기장 입장료는 94m 로마시대의 지하 통로를 걸으며 그곳의 유적들을 보고 로마 박물관까지 관람할 수 있는 입장료였던 셈이지요.

우리 부부는 그 모든 로마 유적지를 엘리베이터에 혹해 한 번에 건너뛰고는, 그 유적지 위에 시대를 거치며 세우고 또 바뀌어온 중세 때의 건물들과 근세의 건축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답니다. 살짝 부끄러운 일화지만, 혹시 타라고나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이 있다면 우리처럼 이런 실수는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줍게 밝혀봅니다.

 타라고나 구시가의 한 건물에 재미있는 벽 그림이 그려져 있다.
ⓒ 박성경
타라고나 구시가의 골목골목은 흥미로웠습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거리 곳곳에 옛 물건을 파는 좌판들이 펼쳐져 있고 그것을 구경하며 흥정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흥겨웠습니다. 건물들은 하나하나가 옛 정취를 풍기며 아름다웠고, 도시의 밝은 기운을 그대로 보여주는 생기 넘치는 벽 그림도 여행자에게는 친근함으로 다가왔지요. 시청이 있는 중앙 광장은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것을 뒤로하며 대성당으로 오르는 길까지가 구석구석 즐거움을 줬습니다.

대성당(Catedral)이 있는 곳은 구시가 중에서도 가장 지대가 높은 곳에 있습니다. 이곳은 로마시대 때 유피테르 신전이 서 있던 곳으로 그때부터 타라고나의 중심지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일요일 대성당 주변은 왠지 엄숙함과 경건함으로 둘러싸여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타라고나 대성당 주변은 북적북적 왁자지껄 큰 벼룩시장이 펼쳐져 있더군요. 오래된 책부터 갖가지 가재도구, 작은 가구들, 집에 하나 둘씩 모아 두었던 앤티크 소품들까지 없는 게 없다 할 정도로 볼거리가 풍부했습니다. 물론 사람 구경도 즐거웠지요.

'악마의 다리'로도 불리는 레스 페레레스 수도교

▲ 타라고나 대성당 12세기~16세기에 걸쳐 지어졌으며, 구시가의 가장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 박성경
 타라고나 대성당 앞에 벼룩시장이 열렸다.
ⓒ 박성경
성전 안에서 소와 양을 파는 상인들을 보시고 내쫓으며 호통을 치셨던 하느님 보시기엔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여행자들에게 벼룩시장이란 예기치 않은 볼거리며 갑자기 찾아든 행운이고 걷고 걷는 여행의 힘겨움을 까맣게 잊을 수 있는 즐거움 아니겠어요?

그런데 벼룩시장 구경에 빠져, 미사를 끝낸 대성당이 문을 닫았다는 아쉬움마저 잊고 말았네요. 정면 모습이 화려함 보다는 청빈함 때문에 더 빛난다는 타라고나 대성당은 겉에서 보는 낡고 오래된 분위기와는 달리 내부의 회랑은 한 변이 45m나 될 정도로 크고 화려하답니다. 또 성당에 딸려있는 교구 미술관에는 충실한 태피스트리 컬렉션과 각종 귀한 미술품들이 전시돼 있다고 하는데요, 흥겨운 벼룩시장에 흠뻑 빠져 구경한 걸로 대성당에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 '인간 탑 쌓기' 기념 조형물 타라고나의 전통 축제인 '인간 탑 쌓기' 조형물이 노바 거리에 설치돼 있다.
ⓒ 박성경
노바 거리(Rambla Nova)를 걸으면서는 타라고나의 전통 축제이면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대회인 '인간 탑 쌓기'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도 만날 수 있습니다. 노바 거리를 지나 우리 부부가 향한 곳은 임페리알 타라코 광장 앞 버스 정류장. 타라고나에 있는 로마 유적의 결정판, 수도교를 보러 가기 위해섭니다.

임페리알 타라코 광장에서 살바로르 행 버스로 20분 정도를 달려 내린 뒤 산길을 한 15분쯤 걸었을까요, 2세기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레스 페레레스 수도교(L'aqueducte de Les Ferreres)'가 보입니다. 이곳에서 약 30km 북쪽에 있는 가이아 강에서 마을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218미터 길이에 달하는 이 수도교의 양쪽 수직 높이 차이는 불과 20cm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 20cm의 낙차를 이용해 물을 흘려보내는 거지요. 2000년 전 기술이 그랬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 레스 페레레스 수도교(L'aqueducte de Les Ferreres) 2세기 로마시대에 지어진 수도교로, 일명 '악마의 다리'로 불린다.
ⓒ 박성경
'레스 페레레스 수도교'는 일명 '악마의 다리'로도 불립니다. 한 여인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이 수도교가 만들어지게 됐다는 전설이 전해지기 때문인데요, 그런 전설이 생긴 건 '악마가 아니면 이런 다리를 만들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로마인들의 건축 기술이 뛰어났다는 반증이기도 할 겁니다.

로마시대가 끝나고 중세에 태어난 사람들은 자신들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이 거대한 수도교의 형상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겠지요. 악마를 만들어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로마인들이 건축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뻔히 알고 여행하는 2015년의 여행자 눈에도 2세기 로마의 수도교가 여전히 비현실적이기만 한 건 왜일까요.


아직까지 미완성으로 남은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아직까지 미완성으로 남은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눈부신 햇살, 그 아래 빛나는 푸른 지중해. 그리고 지중해 낭만을 따라 흐르는 예술의 향기까지. 스페인은 강렬한 매력이 돋보이는 예술의 나라다. 가우디가 집대성한 수많은 건축물과 유럽과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스페인과 마주하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란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이토록 정열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곳이 있던가. 스페인 여행의 잔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고 진하게 각인된다.

마음까지 정화되는 하얀 마을 미하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는 하얀 마을이 많다. 푸른 대자연에 둘러싸인 백색 건물들은 한눈에도 시선을 사로잡는 새빨간 색이나 빨려 들어갈 정도로 진한 파란색보다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중 스페인의 고도 미하스는 유난히 빛나는 경관과 고즈넉한 분위기로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붙든다. 로마시대부터 찬란한 역사를 이어온 이곳은 안달루시아지방 남부 말라가주에 자리한다.

미하스는 반짝이는 지중해와 어우러진 흰색 외벽의 건축물, 갈색 기와지붕과 푸른 숲이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백색 도시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워 '안달루시아의 에센스'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또한 세계적인 휴양지로 손꼽히는 코스타델솔 중심에 자리해 '코스타델솔의 보석'이라는 애칭도 갖고 있다. 천천히 걸으며 산기슭에 자리한 작은 골목들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지중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미하스 관광의 시작은 당나귀 동상이 세워진 관광센터부터다. 이곳에서 한국어 안내책자를 받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마을 입구에 자리한 '비르헨 데 라 페냐' 성당. 천연동굴로 이뤄진 이곳은 바위로 이뤄진 투박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소박하게 꾸며진 내부는 미하스의 수호성녀인 여성상이 자리한다.

가우디의 숨결이 살아 있는 바르셀로나

스페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바로 가우디의 건축물을 둘러보는 것. 건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가우디의 작품을 보면 놀라움에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그만큼 가우디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가우디의 역작을 둘러보고 싶다면 바르셀로나로 가보자.

가우디의 건축물 중 가장 웅장하고 많이 회자되는 것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로마가톨릭교 성당인 이곳은 가로 150m, 세로 60m, 중앙 돔 높이 170m로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규모다. 1882년 건축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가우디의 스승인 '비야르'가 설계를 했으나, 이후 비야르와 의뢰인의 대립으로 1883년부터 가우디가 건축과 설계를 맡게 됐다. 그로부터 40여 년. 온 힘을 다해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에 힘을 쏟았으나 1926년 가우디가 사망할 때까지 성당의 일부만 완성됐다. 지금까지도 성당 건축은 계속되고 있으며 가우디 사후 10주기인 2026년 완공될 예정이다.

구엘 공원도 가우디의 역작 중 하나. 푸른 지중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 구엘 공원은 환상의 나라에 들어온 듯 형형색색 모자이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구불구불 곡선으로 이뤄진 공원 내부는 중앙 광장 룸인 1층과 중앙 광장인 2층으로 이뤄져 있다. 원래 이상적인 전원도시를 계획하며 만들었으며 실제 영국 전원도시를 모델로 설계됐다.

이 밖에도 곡선으로 이뤄진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인 고급 연립 주택 '카사밀라'와 카사밀라 주택 맞은편에 자리한 '카사 바트요'도 모두 가우디의 독특한 건축물로 바르셀로나에서 만날 수 있다.

▷▷ 스페인 100배 즐기는 여행 Tip = VIP여행사(02-757-0040)에서 스페인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모나코/프랑스 15일' 상품은 가우디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바르셀로나, 수도 마드리드, 세계 4대 미술관 중 하나인 프라도 미술관, 안달루시아 지방의 주도 세비야 등을 둘러보는 스페인을 비롯해 낭만 가득한 남프랑스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모로코, 모나코, 포르투갈 일정을 포함한다. 왕복 항공료 및 택스, 호텔, 식사, 입장료, 여행자 보험료 등을 포함한 요금은 429만원.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대표하는 특산물인 사과 와인(Apfelwein)을 테마로 한 축제가 8월 12일부터 21일까지 로스마르크(Rossmark)에서 열린다고 독일관광청이 30일 밝혔다.

이 축제에서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생산된 다양한 사과 와인을 시음하는 자리가 마련되고, 사과로 만든 음식과 사과 와인을 담는 그릇인 벰벨 등이 판매된다.

프랑크푸르트 동물원과 중앙역을 오가는 노면전차인 '에벨바이 익스프레스'에서도 사과 와인과 프레첼 등을 맛볼 수 있다.

독일관광청 관계자는 "사과 와인은 괴테가 즐겨 마신 술로도 유명하다"며 "더운 여름에는 사과 와인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면 더욱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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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한국 사람들이 문어를 귀하게 여기며 즐겨 먹기는 했으나, 특히나 요즘 여기저기서 자주 문어 요리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안줏거리인 숙회를 기본으로 갈비탕, 짬뽕, 보쌈에도 문어가 등장하고 있다. 값은 비교적 비싸지만 단백질과 타우린이 풍부하며 담백하고 깊은 맛에 쫄깃한 식감까지 갖춘 문어는, 특별히 해산물을 선호하지 않아도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문어가 잡히는 것은 한국 근처에서는 일본, 알래스카, 북아메리카 등 북태평양 일대이다. 멀리로는 인도양, 대서양의 난대, 온대 지방에서 문어가 잡힌다. 그래서 유럽에서도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남부 유럽 연안 국가들에서 문어를 먹는다. 수온이 낮고 빙하 녹은 물로 바다 염도가 떨어지는 북유럽의 국가들에서는 문어나 오징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 낯설음 때문인지 북유럽에는 '크라켄(Kraken)'이라고 불리는 바다 괴물의 전설이 내려오기도 한다. 백경, 해저 2만리 등의 소설이나 캐러비안의 해적, 인어공주 같은 인기 영화에도 등장했던 크라켄은 대왕 오징어나 문어 모습을 하고 거대한 빨판이 달린 다리로 배를 휘감는다. 이처럼 북유럽 사람들에게 문어는 무섭고 이상한 먹을거리이지만, 남유럽 사람들에게 문어는 햇빛 뜨거운 지중해와 대서양의 바다를 상징하는 생명과 정열의 음식이다. 

다리를 통째로 구워내는 그리스식 문어 구이도 인상 깊고, 작은 문어를 튀겨 내는 이탈리아 요리도 맛있지만, 잊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스페인의 풀포 아 페이라(Pulpo a Feira)가 아닐까 한다. 갈라시아 지방을 대표하는 명물 요리라 풀포 아 라 갈라시아(Pulpo a la Galacia)라고도 불린다. 갈라시아는 이베리아 반도의 북서쪽 끝,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있는 곳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예루살렘, 로마에 이어 세계 3대 기독교 성지에 꼽히는 곳이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의 종착점이기도 하다. 

삶은 문어를 얇게 저며 나무 그릇 위에 얹고 올리브 오일을 듬뿍 뿌린 후 소금과 파프리카 가루를 더한다. 고춧가루 같은 파프리카 가루는 매운 맛보다는 고추의 풍미를 더한다. 이렇게 파프리카 가루를 더한 것이 갈라시아풍이라고 하는데 문어 삶은 물에 익힌 감자도 함께 낸다. 한 입 맛보는 순간 주방에 뛰어 들어가 어떻게 삶는 건지 물어보고 싶을 만큼 문어의 살점은 부드럽고 고소하게 씹힌다. 동네에서 나는 소박한 화이트 와인도 곁들여본다. 굳이 비싸고 유명한 와인을 고를 필요가 없다. 상표를 적은 표지도 마개도 없는, 옛날 동네 막걸리 같은 와인이 문어와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작은 생선 튀김이라도 한 접시 곁들이면 금상첨화이다. 

'유럽의 부엌'이라 불리는 스페인은 지중해의 뜨거운 햇빛 아래 자라는 과일과 채소, 대서양과 지중해에서 잡아 올리는 생선과 해산물로 유명하다. 복잡한 양념이나 조리방법을 쓰지 않아도 식재료가 지닌 강한 힘이 음식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린다. 스페인에서 음식을 선택할 때는 좀 더 과감하게 모르는 음식에도 도전해 봐도 좋을 듯하다. 



천연효모빵 공부보다 더 급한 일은 비행공포증 극복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내가 '비행공포증', '폐쇄공포증' 환자였다,라는 사실을. 나는 12년 동안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그런데 가급적 한국 여행을 해야 하는 일을 기피했었다. 비행공포증 때문이었다. 폐쇄공포증은 내가 있는 공간이 문 또는 창문에 의해 모두 닫혔을 때 발생하는 불안감이 일반인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증상을 이다.

비행공포증은 그 불안감에 자신이 공중에 떠 있다는 공포감이 포함된 최악의 상황을 말한다. '비행기 좀 세워주세요, 흑흑흑' 이런 외침을 들어보았는가?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를 세워달라니. 전조 현상으로 식은땀이 쏟아져내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답답함에 시달리게 된다. 이럴 경우 약으로 자신을 진정시키기도 하지만 '비행기를 세워주세요'라며 읍소하기도 한다.

그런 내가 천연효모빵 공부를 위해 유럽을 순례한다고? 과연 가능할까? 물론 가능했어야 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심리 치료를 받아왔고, 다음 도전 목표는 운전이었다. 자동차 운전 또한 환자에게는 극복해야 할 일이었다. 심리치료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차를 사고, 차 안에 앉아 있어 보고, 동네 한 바퀴 돌아보고, 양평 시장에 가보고 … 이윽고 지금은 가로수길, 홍대앞까지 차를 몰고 다니게 되었으니 2단계 극복은 완전히 이뤄진 셈이었다.

비행공포증과 폐쇄공포증을 극복하게 해준 'BMW'

어느 봄날 해질 무렵. 나는 강북강변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발견한 게 백미러에 나타난 '천사의 눈'(여기서 '천사의 눈'이라 함은 냉음극관-CCFL:Cold Cathode Fluorescent Lighting-으로 만들어진 BMW자동차의 LED 헤드라이트를 말한다)이다.

나는 천사의 눈을 운명적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그 덕에 비행공포증과 폐쇄공포증을 한 방에 이겨낼 수 있었으니까… 요컨데, 나는 어느날 초저녁에 동그란 원형 헤드라이트의 신비롭고 근미래스러운 불빛에 설명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그러한 매력적인 원형헤드라이트를 만든 BMW란 자동차 메이커는 도대체 어떤 회사이며, 어떤 사람들이 근무하는 곳일까,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뮌헨'이란 도시는 어떤 곳일까라는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결국 뮌헨에 있는 BMW WELT와 BMW뮤지엄에 '천사의 눈'이 잔뜩 전시되어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고, 봄이 오자마자 서두르듯 BMW본사가 위치한 뮌헨을 가기위해서 독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비행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뮌헨으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할 때만 해도 나는 극복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비교적 널찍한 공간이라서 공포심이 반감되는 프레스티지 클래스를 선택했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 나는 식은땀, 심장 벌렁증을 전혀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그날 내가 내린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한 도시가 아닌, 나의 신천기를 열어준 제2의 고향이 되었다. 이제부터 여행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거대한 샐러드 위를 달리는 '이체에(ICE)'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나는 시차적응이 되지도 않은 상황이었지만 중앙역에서 이체에(독일의 고속철도 ICE:Inter City Express)를 타고 뮌헨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60살은 족히 넘긴 유복해보이는 독일 아저씨, 아줌마들이 샴페인을 연거푸 마시며 큰 소리로 웃고 떠들어댔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60대의 건강하고 '매너없는' 어르신들이 독일에도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쓴웃음을 짓고 있다가, 독일의 고속철도는 자리에 앉은채 핸드폰 통화를 할 수 있고, 마구 떠들어도 상관없는 칸과 떠들어서는 안되는 사일런트칸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내가 산 티켓은 마구 떠들어도 결례가 될 수 없는 '소음칸'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또 한번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고성방가를 배경음악삼아 3시간 동안을 멍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며 줄곳 들었던 생각은, 내가 탄 이 기차가 브로콜리와 상추, 토마토와 오이가 잔뜩 쌓여있는 거대한 샐러드바의 위를 달리고 있는 미니어쳐기차가 아닐까하는 동화스러운 상상이었다. 그만큼 이 나라는 도시든 시골이든 예외없이 나무와 숲이 울창하다.

그 숲을 끝없이 달리는 열차니 '온 더 샐러드 트레인'이라 할만하지 않을까? 가슴앓이의 시작 '쾨니히스광장' 뮌헨역에 도착하자마자 스마트폰을 켜 호텔스닷컴을 통해 예약한 '아트호텔뮌헨(art hotel munich)'을 찾아나섰다.

낯선 도시와 넓고 좁은 골목을 체우고 있는 이름 모를 사람들은 생경스러웠지만, 동시에 언젠가 한번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 아득한 데자뷰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건 아마도 잔뜩 찌푸린 하늘, 먹구름과 햇살 그리고 회색빛 석양이 마치 내 마음처럼 변덕스럽게 하늘모양을 바꾸고 또 바꾸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호텔에 짐을 던져놓고는 현대미술관(Pinakothek der Moderne)을 향했다. 또 다시 스마트폰의 자그마한 창에 표시된 지도를 따라 이름모를 거리를 걷다가 맞딱드린 너무나도 이국적인 '쾨니히스광장'의 풍경에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낡은 건물들과 웅장한 오브제, 그냥 아무생각없이 걷기만 해도 예술가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아름답고 철학적인 거리의 기운에 취해서 난 그날 비가 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체 참 많이도 걷고 또 걸었다.

현대미술관(Pinakothek der Moderne)에서 만난 올리베티수동타자기 '발렌타인'

독일현대건축가인 슈테판브라운펠스에 의해 설계되어 2002년도에 완공된 현대미술관은 건물 그 자체가 디자인오리엔트 된 거대한 공업제품처럼 컨셉트에서 끝마무리까지 완벽하게 완성되어진 건축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오랜 세월 짝사랑해 온, 2007년 12월 31일 타계한 디자이너 에토레소사스2세(ETTORE SOTTSASS Jr.)가 디자인한 이탈리아의 올리베티사의 빨간색 수동타자기 '발렌타인'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현대미술관의 1층 카페 구석에 놓여있던 '노르웨이세즈'가 만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너무나도 완벽한 건축공간이 만들어주는 안락함에 취했던 그날을 오랫동안 잊지못할 것이다. 누가 독일의 포스트모던과 바우하우스를 차가우며 인간미가 없다고 탓할 수 있을까. 이렇게도 완벽하고 따뜻하고 안락하게 감싸주는데 말이다.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2011년도 유로비젼송콘테스트와 EU 그리고 묘한 열등감

힘빠진 다리를 이끌고 호텔에 도착해서 창밖을 바라보니 어둠과 함께 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호텔 식당에서 라자니아를 뚝딱 먹고 호텔방으로 돌아가 티브이를 켜니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2011년 유로비젼 송콘테스트가 방송 중이었다. 학창 시절, 오전 11시만 되면 라디오로 들었던 '세계의 유행음악'을 통해 만났었던 유로비젼 송콘테스트를 리얼타임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흥분도 설렘도 잠깐, "굿이브닝 유럽!" 이라고 외치던 사회자 '스테판라브'의 요상한 영어발음의 멘트가 순간 왠지모르게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렇다, 유럽은 나에게 있어서 잘사는 이웃집의 공부잘하고 잘생겼으며 우애까지 좋은 형제처럼 어딘가모르게 부럽고 무서운 열등감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도이체아이헤'호텔 주변 거리풍경과 '뮌헨앓이'의 시작

가을하늘을 연상케하는 높고 진한 파란 하늘아래에서 뮌헨의 거리를 걸었다. 여행지에서 하루 정도는 지도와 안내 책자 없이 무작정 발길이 닺는 곳으로 산책을 하는 버릇이 있어서 그날도 난 아침부터 아무런 계획없이 눈과 마음의 움직임만을 의지한채 뮌헨 시내를 걸었다.

빵굽는 냄새가 나면 고소한 냄새를 따라가 빵을 먹었고, 쇼윈우에 진열되어있는 그림 또는 오브제가 마음에 들면 점포 안으로 들어가서는 또 다른 그림과 골동품들을 바라보며 눈과 마음을 호강시켜주었다.

그렇게 본능적으로 산책을 하다가 들어가게 된 도이체아이헤호텔의 레스토랑과 그 주변의 크고 작은 상점들과 카페와 서점과 거리를 메우고 있던 친절하고 사랑스럽기 조차한 그곳의 사람들의 표정들 덕분에, 아직까지도 눈을 감으면 그 잔상들이 나를 손짓하며 부르고 있다.

'런던콜링'(마르크스가 한 말이라고 알려진 이 어구가 실제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음)이 아닌 '뮌헨콜링'인 것이다. 결국, 난 그곳에서 돌아온지 이십여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짝사랑에 가슴아파하는 사춘기 소년처럼 뮌헨앓이 중이다.

다음 여행은 본격적인 '천연효모빵 투어'가 될 것이다.


  1. Favicon of https://bluesword.tistory.com sword 2015.10.12 00:07 신고

    저는 뮌헨으로 신혼여행을 간 이유가 자동차 투어를 하기 위해서...

    물론 운전 말고 bmw와 벤츠를 보기 위해...ㅎㅎㅎㅎ
    정말 뮌헨앓이 이해 합니다. ^_^

    비행기 공포증... ㄷㄷ
    저는 폐쇄적인 환경 보다는 귀울림 때문에 싫어하는데
    다행이 큰 비행기를 타면 겪진 않더라구요, 작은 비행기를 타면 귀가 심하게 아픈...-_ㅜ...

    프레스티지석으로 비용이 좀 쎄긴 하겠지만
    공포증을 조금이라도 물리치셨다니 다행입니다. ^_^
    비행기를 못타면 너무 슬플거 같아요 ㄷㄷㄷ


노르웨이
만년설 녹아 흘러내린 폭포… 천지개벽과도 같은 굉음
저지대에는 빛깔 고운 집들… 옹기종기 동화 속 마을

"겨울이 지나 봄은 가고, 또 여름날이 가면 세월이 간다. 아! 그러나 그대는 내 사랑하는 님일세, 내 마음을 다하여 늘 기다리노라."

헨리크 입센의 희곡에 에드바르 그리그가 곡을 붙인 '솔베이그의 노래'는 구슬프고도 감미롭다. 애절한 사랑을 담고 있는 이 곡이 탄생한 노르웨이는 극작가 입센과 음악가 그리그의 고향이다. 이 노래의 음률만큼이나 노르웨이의 자연은 경이롭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는 피오르(fjord)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여정은 '노르웨이 인 어 넛셸(Norway in a Nutshell)'이라는 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오슬로(Oslo)와 베르겐(Bergen) 사이의 철도, 산악열차, 크루즈 등을 모두 포함하는 코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녹음이 짙어가는 유월에 찾아간 노르웨이는 이제 겨우 봄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서쪽 항구도시 베르겐에서 '노르웨이 인 어 넛셸' 투어를 시작하기 위해 오후 1시쯤 중앙역에서 내륙의 보스(Voss)로 떠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시내를 빠져나간 열차는 어느새 바다가 내륙 깊숙이 파고 들면서 만들어낸 믿기 어려운 광경으로 안내했다. 피오르는 해수면을 뚫고 거의 수직으로 솟은 봉우리가 굽이치고, 만년설을 뒤집어쓴 거대한 산들이 이어졌다.

창밖으로 바라보이는 눈부신 협만의 봉우리는 하늘과 바다를 절묘하게 연결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는 어김없이 크고 작은 폭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길고(204㎞) 깊은(1309m) 노르웨이 송네 피오르를 돌아보는 여정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코발트빛 바닷물과 양 옆의 거대한 산, 그리고 산정의 눈 녹은 물이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피오르 주변 낮은 계곡에 들어선 작은 마을도 그림처럼 아름답다.

열차는 두 시간쯤 뒤에 보스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구드방엔(Gudvangen)으로 향했다. 몇 차례 관광객을 갈아 싣는 버스는 구불구불한 능선과 계곡을 휘돌아 빠져나갔다. 거대한 협곡은 조금도 곁눈을 팔 수가 없도록 만들었다. 숲과 호수, 강물과 폭포가 끊임없이 신기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버스는 100m가 넘는 높이에서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폭포 앞에서 멈췄다. 어디에서 이처럼 큰 물줄기가 흘러내릴까? 신(神)이 손으로 긁어 내린 듯 촘촘한 고랑으로 이어진 협곡이 겹겹이 펼쳐지면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산꼭대기 만년설이 녹아서 흘러내리는 폭포는 천지개벽과도 같은 굉음을 내며 떨어졌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빙하 계곡은 한 줌의 언어로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녹색으로 덮인 저지대에는 빛깔 고운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화 속 마을이 나타났다. 버스는 한 시간여를 달린 뒤 구드방엔 선착장에서 페리에 관광객을 인계했다.

페리는 느릿느릿 피오르의 최고봉이라는 송네(Sogne) 협곡을 거슬러 올라갔다. 더 깊고 험한 협곡으로 빠져들어 가자 피오르는 원시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냈다. 길게 이어진 절벽 사이를 가까스로 통과하며 피오르를 감상하는 느낌은 황홀경이다. 수만년 전 만들어진 빙하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흘러내린 피오르를 통과한 페리는 두 시간여 만에 플롬(Flam)에서 멈췄다. 에울란(Aurland) 피오르 안쪽에 위치한 플롬은 선착장과 기차역, 우체국 등이 거의 전부일 정도의 작은 마을이었다. 주민은 450여 명에 불과한 이곳을 노르웨이 사람들은 '피오르의 심장' 또는 '노르웨이의 진주'라고 불렀다. 1870년 문을 연 유서 깊은 프레테임 호텔(Fretheim Hotel)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호텔 방 창문을 열면 협곡을 따라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와 산에서 직하하는 폭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른 아침 해발 867m 지점에 위치한 뮈르달(Myrdal)행 산악열차에 올랐다. 송네피오르는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뉜다. 그중 플롬에서 구드방엔 구간인 에울란과 네뢰위(Nærøy) 피오르가 가장 아름다워 200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길이 204㎞에 최고 수심도 1309m에 이른다. 산악열차는 20개의 터널을 지나 지그재그 절벽길을 시속 40㎞ 속도로 50분가량 달린다. 협곡 세 개와 강 한 개를 건너며 8개 역을 잇는 이 열차의 절정은 쇼스포센(Kjosfossen)역 전망대에서 느낄 수 있다. 5분 정도 머물면서 93m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의 물방울을 온몸으로 맛보게 하는 곳이다. 높은 계곡 사이에서는 관광객을 위해 공연을 펼치는 님프(요정)의 춤이 매혹적이다. 1923년 착공해 20여 년 만에 완공된 단선궤도로 최대 기울기가 55° 이상인 가파른 협곡을 나선형으로 가로지른다. 철로 주변에 아름다운 산악마을과 목장, 웅장한 폭포가 자리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골짜기 사이를 가로지르는 교량에서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은 산악열차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다. 뮈르달에 도착한 열차에서 내린 여행객은 오슬로와 베르겐으로 서로에게 아쉬운 이별을 하고 있었다.


베르겐, 12∼13세기 무렵 수도… 문화예술의 중심지
도심 중세풍 목조건물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노르웨이는 8세기부터 시작된 바이킹 시대에 남쪽에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가는 길'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도시는 오슬로지만, 낭만적인 여행지를 찾는다면 서해 항구도시 베르겐으로 가야 한다. 12∼13세기 무렵 노르웨이의 수도로,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의 고향이자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베르겐은 도심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북유럽의 매력적인 여행은 시작된다.

# 한자동맹의 도시, 유네스코 세계유산

베르겐의 중심은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구획인 '부둣가'라는 뜻의 브뤼겐(Bryggen)이다. 삼각 지붕을 한 14∼16세기 중세풍 목조건물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중세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 무역상들이 확대되면서 베르겐은 1360년 북유럽 무역의 거점이 될 한자동맹 도시가 됐다. 사무 공간과 거주 공간이 혼재하고 여러 채의 집이 뒤쪽으로 계속 연결되어 커다란 유닛을 이루는 특이한 가옥 구조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 준다.

이 목조건물들은 베르겐을 휩쓴 몇 차례의 대형 화재에서도 용케도 살아남은 것들이다. 1702년 전 도시가 화재로 불탔고, 1944년엔 부두에 정박한 배에 실려 있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해 대형 화재를 겪었다. 당시 배는 브뤼겐 쪽 부두에 있었으나, 그쪽 일부 건물이 불탄 뒤 바람이 반대편으로 불면서 부두 건너 쪽 도심이 완전히 소실됐다. 이때 그리그의 생가 등도 불탔다. 브뤼겐 동쪽 도로변의 건물들은 이때 불타 새로 지은 것들이다. 화재를 피해 살아남은 건물들이 중심으로 복구작업을 벌여 오늘에 이른다. 브뤼겐은 여행객들의 시내 관광 기점으로 만남의 장소로 이용된다.





노르웨이 베르겐은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는 도시로 불린다. 바닷가 '브뤼겐' 지역에는 독일 상인들이 거주했던 삼각 지붕을 한 14∼16세기 중세풍 목조건물이 모여 있다.

# 관광열차를 타면 시내가 보인다


'베르겐 익스프레센' 관광열차를 이용하면 시내를 구석구석까지 둘러볼 수 있다. 브뤼겐 구역에서 출발해 베르겐 항구, 수산시장, 플뢰위엔(Fløien·해발 320m) 등지를 훑고 지나간다. 시내 동쪽 플뢰위엔 전망대는 빠뜨려서는 안 되는 여행 포인트. 이 전망대에 오르려면 레일과 케이블카를 이용하는데 구불구불한 산악지역을 연결하는 '푸니쿨라르(Funicular)'를 타면 7분 만에 그림 같은 항구도시 베르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스카이-스크라페렌(마천루)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 있다. 이곳 레스토랑에서는 등산객들을 위한 샤워시설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노르웨이만의 특이한 이벤트로 대낮처럼 밝은 야간에 벌어지는 등반대회를 들 수가 있다. 초여름, 자정을 전후한 몇 시간을 제외하고 밤이 대낮처럼 밝은 계절이 되면 시민들은 울리켄(Ulriken)에서 시작해 플뢰위엔으로 내려가는 5시간 야간 산행을 즐기곤 한다. 베르겐에서 가장 높은 해발 643m의 울리켄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도 연결돼 있다.

부둣가 안쪽에선 상설 어시장이 열린다. 대형가판시설에는 중세부터 이름을 떨친 대구와 연어·새우·게·바닷가재 등 싱싱한 해산물을 사려는 인파로 늘 붐빈다. 소시지·캐비아 등의 샌드위치를 즉석에서 사먹을 수도 있다.





산악기차 '푸니쿨라르'를 타고 풀뢰우엔 전망대에 오르면 그림 같은 베르겐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문화와 예술이 살아숨쉬는 도시


노르웨이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국립극장을 비롯한 노르웨이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등이 베르겐에 있어 문화도시임을 입증해 준다. 또 해양박물관, 자연사박물관, 어업박물관, 역사박물관, 공예박물관, 식물원, 미술관, 수족관 등이 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곳 출신 음악가의 이름을 따 '그리그홀'로 불리는 콘서트홀은 베르겐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한층 높여주는 명소라 할 수 있다.

남쪽 바닷가에 자리잡은 그리그 박물관은 베르겐 여행자에겐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힌다. 숲이 우거진 길을 잠시 걸으면 요정이 사는 언덕이라는 뜻의 '트롤헤우엔(Troldhaugen)'이라 이름 붙은 박물관이 나온다. 그리그가 1885년부터 소프라노 가수였던 부인 니나와 말년 22년간을 머물렀던 집이다. 그가 작곡하고 명상에 잠기던 바닷가 작업실로 내려가는 길에는 실제 몸집 크기로 만들었다는 높이 152㎝의 동상이 서 있다.


대한항공이 '러시아의 파리'라 불리는 이르쿠츠크로 날아간다.

대한항공은 오는 29일부터 시베리아의 진주라 불리는 바이칼 호수로 유명한 이르쿠츠크에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2회씩 정기 직항편을 신규 취항한다.

러시아와 몽골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의 관광 기점으로, 동시베리아 최대의 도시로 경제·문화의 중심지이자 시베리아 철도의 주요 역 중 하나다. 또 '풍요로운 호수'의 의미를 지닌 바이칼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민물 호수로, 특히 여름철에 시원함까지 느낄 수 있어 전 세계 관광객들로부터 극찬을 받는 아름다운 관광지이기도 하다.

기존에 바이칼 호수로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블라디보스톡 등 다른 러시아 도시들을 경유해서 이동할 수밖에 없어 시간과 비용이 두 배로 들었다. 그렇지만 대한항공의 이번 신규 직항편 취항으로 관광객들의 바이칼 호수 여행이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며 이번 직항노선 취항을 통해 러시아 관광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인천-이르쿠츠크 노선에 145석 규모의 B737-800 기종을 투입하며, 출발편은 밤 8시 35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다음 날 오전 0시 45분 이르쿠츠크 공항에, 도착편은 오전 3시 이르쿠츠크 공항을 출발해 같은 날 오전 6시 3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동방박사의 유해가 보존되어 있다는 쾰른대성당을 멀리 하자 1949년부터 옛 서독의 수도였던 본이 눈앞에 바로 다가선다. 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독과 서독으로 분리되었을 때 40여 년간 서독의 수도로서 독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본은 우리에게 악성 베토벤의 고향이자 슈만이 라인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본과 쾰른 사이에 놓여진 무한질주의 아우토반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도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 베토벤 동상과 뮌스터 교회 첨탑이 한 눈에 들어오는 구시가지 광장 

본의 첫인상은 수도라는 선입견과 달리 너무나 소박하고 조용한 도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개의 수도들은 세련된 고층 빌딩이나 화려한 네온사인이 도시를 감싸고, 빌딩 숲 사이로 수많은 자동차의 물결이 흐르며, 잘 차려 입는 도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본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이런 것은 하나의 선입견에 불과함을 느끼게 된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 빌딩도 없고, 자동차로 인해 교통이 막히는 현상도 볼 수 없다. 그 대신 로마시대 때부터 지어진 대성당과 중세시대 때 건축된 바로크 양식의 고풍스러운 건축물, 시간에 의해 낡아진 옛 시가지 광장 등이 여느 수도와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물론 본이 과거에 수도였기 때문에 눈에 띄는 세련된 거리와 카페, 레스토랑, 호텔 등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본의 분위기는 중세풍의 우아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로마시대 때 '카스트라보넨시아'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었던 본은 16세기 이후 쾰른 대주교 겸 선제후의 궁정도시로 성장하였다. 궁을 둘러싼 귀족들의 집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본은 독일에서 부유하고 교양이 넘치는 도시로 변모하였다. 많은 귀족과 부를 바탕으로 본이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문화 예술이 화려하게 꽃을 피웠고, 베토벤 같은 위대한 음악가를 배출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베토벤이 태어날 당시 인구는 1만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30만명이 훌쩍 넘는다. 여느 도시와는 달리 이런 역사적인 고도임에도 불구하고 본은 생각만큼 번잡스럽지 않다. 프랑크푸르트의 높은 현대식 빌딩이나 뮌헨처럼 높은 시청사처럼 도시를 상징할 만한 건축물이 없다. 굳이 본을 대표하는 건축물을 꼽는다면 본대학이나 베토벤 하우스처럼 18세기에 지어진 바로크 양식의 중산층 집들이다. 어쩌면 소박한 본의 이미지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가 된다.

바로크 양식 건물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옛 시가지는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인해 활기가 넘쳐난다. 오렌지 빛의 오후 햇살이 뮌스터광장에 뒹굴고, 광장 중심에 세워진 베토벤 동상은 햇살을 받아 더욱 찬란하고 아름답게 빛난다. 그리고 지나치는 노천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베토벤의 음악과 함께 본의 여행은 시작된다. 이 도시에서 제일 먼저 찾게 되는 곳은 단연 베토벤 생가다.

보통 여행의 출발점이 중앙역이나 시청사지만 본에서만큼은 악성 베토벤이 태어난 집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은 본의 건축물이나 박물관을 관람하기보다는 베토벤이 22세까지 살았던 곳을 찾아가 그의 향기를 쫓는 것이다. 위대한 음악가가 태어난 집과 그가 뛰어놀던 골목길, 부모님 손에 끌려가던 교회, 산책을 즐겼던 라인 강변, 오르간을 연주하던 대성당,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꽃피웠던 선술집 등 그와 관련된 유적지는 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바로크 양식의 두툼한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짙은 담쟁이 잎 사이로 여러 개의 베토벤 흉상이 여행자들을 기다린다. 생가는 외부에서 보면 다른 집과 별 차이 없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작은 마당과 파릇한 담쟁이넝쿨이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외부에서 문을 열면 바로 방으로 이어질 것 같지만 베토벤 하우스는 건물 안으로 마당과 정원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건물 2채가 들어서 있는 구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헐릴 집이었지만 본 시민의 12명이 기금을 모아 생가를 구입해 베토벤 기념관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생가 내부에는 작은 정원과 여러 개의 베토벤 흉상이 시선을 끈다. 흉상들을 얼핏 보면 베토벤의 모습이 똑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생김새가 모두 다르다. 흉상의 모델은 베토벤이 분명하지만 조각가가 다르기 때문인지 그의 흉상의 얼굴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바람결에 날린 듯한 물결 모양의 머리카락이 베토벤임을 알려준다.

마당에 세워진 흉상을 감상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그의 음악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내부에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베토벤과 관련된 다양한 유품들이 여행자의 시선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3층 건물에 12개 방에는 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품 15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베토벤의 초상화, 그가 쓰던 악기, 친필 악보 등 베토벤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

베토벤 생가 이외에도 본에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산재돼 있다. 시장광장을 굽어보고 있는 바로크 양식의 옛 시청사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과 '본 여름 노천 문화축제'의 배경이 되어왔고,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본 교회는 쾰른대성당의 초석이 마련되기 시작할 즈음에 완공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건물이다.

SS 카시우스와 플로렌티누스에게 바쳐진 유서 깊은 뮌스터교회는 라인 강변에 있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로는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본은 유서 깊은 역사의 도시답게 곳곳에 눈여겨 볼 만한 건축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 독일 본! 이것만은 알고 떠나세요△가는 길=우리나라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매일 운항하고 있다. 서독의 옛 수도였던 본까지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

△슈만 하우스=본은 베토벤의 고향이지만, 독일이 낳은 비운의 천재 슈만이 만년을 보낸 곳이다. 본의 구시가지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에 슈만이 자신의 아내이자 성악가인 클라라와 함께 살았던 '슈만하우스'가 있다.


지상과 지하가 만나다 - 훔볼트하인의 방공호

베를리너 운터벨텐은 ‘베를린의 지하세계’라는 뜻을 가진 단체이다. 1998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 단체의 목적은 베를린의 지하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공개하여 사람들이 직접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도시가 동서로 분단되면서 수많은 시설들이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잃어버린 지하 시설들이 통일된 베를린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새롭게 발굴된 교통용 터널, 전철역, 수송로, 방공호, 공기송출 우편시설 같은 지하시설들이 덕분에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베를린 훔볼트하인 공원 언덕 위에 자리한 방공호 또한 그렇게 해서 공개된 시설의 하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5만 명의 시민들이 공습을 피했던 방공호는 중세시대의 요새와 같은 위용을 자랑한다. 당시 대공포가 설치되어있던 85m 높이의 방공호 탑에서는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현재 이곳은 4월부터 10월까지만 공개되어 있는데, 겨울에는 동면하는 박쥐를 보호하기 위해 입장이 금지된다고 한다.



예술가와 정부, 타협하다 - 타헬레스(Tacheles)

1990년 2월, 일군의 예술가들은 화려한 퍼포먼스를 벌이며 방치된 백화점에 입성했다. 무단점거운동, 스쾃(squat)의 대표적인 이름이 된 '타헬레스'의 탄생이었다. 타헬레스란 ‘자신의 주장이나 견해를 명확하게 말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유대어다. 이 명랑한 스콰터(squatter)들은 명확하게 “너희는 건물을 가졌지만 쓰지 않고 있고, 우리는 돈이 없지만 작업실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당당하게 자리 잡았다.


원래 그 건물은 1907년 백화점으로 지어졌다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폐허가 된 건물이었다. 이곳은 철거될 운명에 놓여있었는데, 예술가들이 이곳을 다시 살려냈다. 하지만 정부의 관점은 예술가들과는 달랐다. 그 후 10년간 강제퇴거의 협박과 버티기의 지난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정부가 “문화공간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라고 판단을 바꾸면서 타헬레스의 위상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1999년, 정부 보조금까지 받는 예술단지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50여 명의 전세계 예술가들은 관리비에 해당하는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작업실을 합법적으로 대여할 수 있게 되었으며, 불법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골든홀과 블루살롱, 영화관 겸 카페 Highend 54 등의 공동 공간에서 수시로 전시회, 공연, 콘서트, 영화상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피티로 가득 찬 타헬레스 전경.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합법적인 지위와 실험성을 바꿨다.”는 통렬한 비난과 정부의 간섭이 타헬레스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았지만, 2009년 이 건물을 소유한 투자펀드 푼두스 그룹에서 10년의 임대계약이 끝났다며 예술가들에게 강제퇴거를 통보해 또 다른 지난한 싸움을 맞이하게 되었다. 베를린 반문화(Counterculture)운동의 상징이었던 타헬레스는 이에 “우리는 과거에도 무단점거자였고, 이제 다시 무단점거자로 돌아왔을 뿐”이라며 당당한 한판 싸움을 다시 벌이고 있다.



천사와 인간, 손을 잡다 - 전승기념탑(Siegessaule)

전승기념탑 꼭대기의 '황금의 엘제'는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통해
그 아름다움을 널리 알렸다.


천사 다미엘은 황금빛 여신의 동상 어깨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독일어로 속삭이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Der Himmel ueber Berlin]는 1987년 빔 벤더스 감독이 연출하고 페터한트케가 공동으로 각본을 쓴 작품이다. 서커스단에서 공중그네를 타는 아름다운 마리온을 사랑하게 된 천사 다미엘은 고뇌 끝에 인간이 된다. 영화적 완성도로도 격찬을 받았던 이 영화는 베를린 전승기념탑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도 한몫했다.


다미엘이 앉아있는 황금빛 여신을 베를린 사람들은 ‘황금의 엘제’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원래는 승리의 여신인 ‘빅토리아’다. 키가 무려 8.3m에 달하는 이 조각상은 무게만도 무려 35톤. 프리드리히 드라케(Friedrich Drake)가 조각한 것이다.


베를린 중심가에 있는 그로쎄 티어가르텐(GroBe Tiergarten)공원에 자리 잡고 있는 전승기념탑은 1873년에 하인리히 슈트라크스(Heinrich Stracks)의 설계로 완성되었다. 덴마크(1864년), 오스트리아(1866년), 프랑스(1870년~71년)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탑이었다. 탑 내부에 있는 285개의 계단을 오르면 베를린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지만, 아쉽게도 다미엘처럼 황금의 엘제 어깨에 앉아보지는 못할 것이다. 67m 높이까지는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수 있으니, 다미엘의 기분을 비슷하게 느껴볼 법도 하다.



동독과 서독, 마주보다 - 브란덴부르크 문

브란덴부르크 문은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의 경계선에 자리하고 있어, 한때는 독일의 분단을 상징했고 이제는 독일통일의 상징이 되었다. 1788년부터 91년까지 3년여에 걸쳐 지어진 이 문을 설계한 이는 칼 고트하르트 랑한스(Carl Gotthard Langhans). 처음에는 도시 성문으로 만들어졌으나 도시가 점점 커지면서 시내 중심에 자리잡게 되었다. 브란덴부르크 문 위의 동상 크바트리가(Quadriga)는 승리의 여신 빅토리아가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에 올라타고 달리는 형상을 하고 있다.


2009년 11월 9일은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진 지 20년째 된 날이었다. 포츠다머 플라츠에서 시작하여 브란덴부르크 문을 거쳐 국회의사당까지, 1.5km에 걸쳐 베를린 장벽이 서 있던 선을 따라 1,000여 개의 도미노 벽이 세워졌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재연하기 위해서였다. 각국의 예술가들이 하나씩 맡아 자유의 메시지를 형상화한 이 도미노 벽은 10만 명이 참여한 대대적인 ‘자유의 축제’ 끝에 장엄하게 쓰러졌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나누었던 베를린장벽은 통일 이후 부서진 조각들조차 기념품으로 부지런히 실려나가 지금은 보기 힘들다. 오스트반호프(Ostbahnhof)역 부근에 남은 장벽만이 세계 각국의 118명의 작가들이 그림을 그린 이스트사이드갤러리(East Side Gallery)가 되었다.


동서분단시절 브란덴부르크문을 낀 장벽을 통과하는 방법을 설명한 안내문.



음악, 모두의 손을 잡다 - 러브퍼레이드

여러 도시에서 계속되고 있는 러브퍼레이드 포스터.


독일은 음악과 아주 밀접한 나라이다. 바흐, 헨델, 베토벤, 바그너,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말러 등의 대가 이름만 떠올려도 그 관계가 어렵지 않게 짐작되리라. 베를린 필하모니, 드레스덴 오페라, 라이프치히 오케스트라는 또 어떤가. 현대음악에서도 독일의 활동은 대단하다. 그런 곳이기에 ‘러브 퍼레이드’가 열리는 게 가능했을 것이다.


사랑과 평화의 테크노 축제 ‘러브 퍼레이드’ (Love Parade)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넉 달 전, 생활 예술가이자 DJ이며, 미장이였던 ‘모테 박사’(Dr. Motte)의 주창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자신의 생일을 쓸쓸히 보내고 싶지 않다는 단순한 이유로 퍼레이드를 개최한다. 그가 집회 허가 신청을 낼 때 내세웠던 모토는 ‘평화, 기쁨 그리고 팬케이크’ 였다. 그것은 군비 축소와 음악을 통한 화해, 그리고 공정한 분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날, 한 대의 트럭과 약 150명의 사람들이 당시 서베를린의 소비의 중심지였던 쿠담(Kurf rstendamm)거리를 행진했다. 그것이 말 많고 탈도 많으면서 기쁨으로 가득찬 러브 퍼레이드의 시작이었다.


참가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1996년부터 에른스트 로이터 광장, 6월 17일의 거리, 브란덴부르크 문, 전승기념탑까지 펼쳐지게 된 러브 퍼레이드는 매년 7월 첫째 토요일에 열린다. 행사로 인한 소음과 환경파괴, 엄청난 쓰레기 처리문제, 마약의 남용과 폭리, 무단방뇨 등등의 문제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러브 퍼레이드의 정신은 세계 각지로 퍼져 다양한 나라에서 같은 이름의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다.



학살자, 죽인자를 추모하다 - 유태인 박물관(Judisches Museum)

히틀러 정권에 의해 학살된 유태인은 600만 명.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비극의 가해자로서, 독일은 반성을 아끼지 않는다. 위령탑을 건설하고 광장을 만드는 한편, 유태인들의 끔찍했던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짐작하게 만드는 유태인 박물관 건설에도 발벗고 나섰다.

2001년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가 설계한 이곳은 소장품이 아니라 건물 자체로 유명해진 드문 케이스의 박물관이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바로크풍의 구 박물관을 지나 지하통로를 거쳐야 한다. 입구에서부터 가스실과 수용소에서 대량학살된 유태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다윗별을 참고한 건물의 전체적 모양, 칼로 난도질한 듯한 가늘고 길고 불규칙한 창문들, 49개의 기둥에 심어놓은 49그루의 올리브나무로 이루어진 ‘Garden of Exile(추방의 정원)’, 메나슈 카디쉬만(Menache Kadishman)의 작품 [낙엽]을 설치하여 절규하는 사람얼굴 모양의 철 조각들을 깔아놓아 밟아야만 지나갈 수 있게 만든 [memory void, 공백의 기억], 아무것도 없는 거대하고 높은 밀실인 홀로코스트 타워 등의 요소들은 풍부한 상징을 담고 있다. 빈 전시실조차도 사라진 유대문화를 상징하고 있다.


원래 지금과 같이 따로 지을 계획이 아니라, 베를린 박물관의 부속건물인 유대인관으로 계획되었던 이곳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이 확장되었다.


유태인 박물관 내부전시실 풍경.



동성끼리 팔짱을 끼다 - 놀렌도르프 광장

20세기 초의 놀렌도르프 주변.이때부터 게이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


베를린의 다른 이름은 동성애자들의 천국이다. 전체 주민의 약 10%, 35만 명 가량이 동성애자라는 수치는 이곳이 다른 도시에 비해 동성애자들에게 비교적 관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분단시절 서베를린으로의 이주를 유도하기 위해 군대 면제 등의 혜택을 내밀자 이를 받아들인 동성애자들의 이주가 급격히 늘면서, 베를린은 명실상부한 유럽 최대 동성애 도시로 떠올랐다.


‘놀렌도르프 광장(Nollendorfplatz)’은 동성애자들이 즐겨 찾는 식당과 술집, 바, 카바레들이 모여 있는 카페거리로 유명하다. ‘놀렌도르프 광장’ 역 건물에는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죽어간 동성애자들을 추모하는 기념물이 있다. 나치가 학살한 것은 유태인만이 아니었다. 게르만 민족의 피를 더럽히는 불순한 자들로 규정된 동성애자들은 가슴에 핑크색 역삼각형(Rosa Winkel)을 붙이고 강제수용소에 감금되어야 했는데, 더군다나 유태인이라면 노란색 정삼각형을 겹쳐 달아야 했다. 그들에 대한 대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했다고 한다. 1933년에는 놀렌도르프 광장 주변의 동성애자 카페들이 대부분 강제로 폐쇄당하는 역사적 아픔을 겪기도 했다.

'뭉쳐야 뜬다' 콘셉트로 패키지 프랑스 여행이라. 구미가 확 당겼다. 사실 자유롭게 돌아다닌다고 해도 문제는 안전이다. 차라리 약간의 불편함을 즐기되 안전을 선택한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라 '안정환'이 되리라, 외쳤다. 프랑스는 수도 파리뿐 아니라 지방 소도시까지 볼거리와 매력적인 곳이 많아 한국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여행지 열 손가락 안에 매년 드는 곳이다. 가이드북, 론리플래닛도 필요 없다. 그저 가이드 말에만 따르면 될 뿐. 오히려 그게 홀가분하다. 머리 아플 게 없으니. 줄줄 쏟아져 나오는 가이드 아저씨의 필살기 이빨. '예술의 나라임을 깨달을 수 있다는 프로방스 대표 도시 아를, 엑상프로방스, 생폴드방스가 있고 남프랑스의 해변을 따라서는 니스, 마르세유, 모나코 등 휴양으로 유명한 도시가 즐비하다'는 것. 와인의 천국 특유의 깊고 진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와이너리 투어와 미식의 나라다운 고유 음식까지 맛볼 수 있어 볼거리 먹거리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이 프랑스 여행의 포인트란다. 

귀가 즐거울 무렵, 어느 새 도착한 곳이 몽생미셸. 베르사이유 궁전과 함께 몽생미셸은 프랑스 방문객에겐 숙명과 같은 곳이다. 세계 문화유산이기도 한 몽생미셸은 약 1300년 전 대천사장 미카엘의 계시를 받은 노르망디 주교 오베르가 예배당을 건축한 것이 시초다. 몽생미셸이란 이름 자체가 '성 미카엘의 산'이란 뜻. 이후 중세 프랑스 군의 요새 역할을 하기도 했고 프랑스 혁명 때 감옥으로 이용되기도 하며 현재 수도원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80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몽생미셸을 제대로 즐기려면 걸어서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옮긴다. 몽생미셸이 위치한 북부 프랑스로 가는 길은 노르망디 지역 특유의 여유와 신비로움이 있다. 지평선 너머 하나의 점으로 아득히 있는 성을 향해 걸으며 다가오는 몽생미셸의 존재감을 느껴본다. 마치 중세시대 명을 받고 성에 찾아가는 사자가 된 듯하다. 천사의 수도원 몽생미셸은 평소에는 육지의 모습이지만 만조가 되면 섬이 된다. 앙상한 바위섬 위 수도원과 성채의 고색창연한 모습. 바다 위에 홀로 떠있는 천공의 섬, 아니 마법의 성이라는 말이 어울릴까. 날이 어두워지자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황금색 빛에 둘러싸였다. 이때가 바로 몽생미셸 아름다움의 절정이다. 아, 볼 것 없이 여기서 한 컷. 사실 뭉쳐야 뜬다형 패키지 여행에 좋은 것 중 하나가 인증샷이다. 일행 옆구리를 쿡 찌르고 부탁만 하면 되니깐. 

성 입구 쪽에 안내소를 지나 왕의 문을 통과하면 수도원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좁은 길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간다. 오밀조밀 단장한 가게들과 레스토랑이 몽생미셸 정상에 오르는 내내 재미를 더해준다. 다시 15분 정도 비탈길을 올랐을까.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해안가를 뒤로한 노르망디 지방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길의 끝에 당도하는 순간, 범접하기 어려운 압도감에 적지 않은 흥분이 느껴졌다. 성벽을 손으로 더듬어 보았다. 기나긴 세월과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만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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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어우러진 독특한 외관의 슈농소 성. [사진 제공 = 롯데관광]

수도원 문을 지나 돌층계를 올랐다. 1·2층에는 순례자를 보살폈던 방과 귀빈을 접대하던 귀빈실, 기사의 방 등 여러 방이 미로처럼 꾸며져 있다. 3층에는 잘 가꾼 정원을 품은 회랑이 있는데 회랑은 다양한 종교적 주제를 소재로 조각된 127개의 돌기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돌기둥의 건축미 또한 돋보인다. 수도원 내부는 특유의 어둑어둑함과 고즈넉함이 가득했다. 80m 바위 위에 솟아있는 수도원 건물 꼭대기까지 높이는 157m. 첨탑 꼭대기에는 눈부시게 반짝이는 미카엘 천사의 금빛 동상이 세워져 있다.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방패를 들고 발밑에는 용을 깔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몽생미셸의 다양한 곳 중 '클로이스터'라고 불리는, 수도사들의 휴식과 명상의 공간은 몽생미셸의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몽생미셸을 뒤로하고 남부 프랑스로 내려오면 천재 화가 고흐가 사랑한 도시 아를이 자리하고 있다. 아를의 곳곳에는 고흐의 흔적이 있어 그것을 따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구석구석 구경하다 보면 고흐의 대표적인 작품의 배경을 만나 볼 수 있어 마치 그림 속으로 빠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도시답게 강렬한 햇빛과 색채가 인상적이며, 남부 프랑스 특유의 고즈넉함이 어우러진 특유의 느낌은 아를을 더욱 멋스럽게 만든다. 오, 그러고 보니 좋다. 가끔은 이런 구속형 패키지 여행. 아름다운 구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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