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과수폭포
무슨 말이 필요할까. 대자연 앞에 서면 사실 아무 생각을 할 수 없다. 인생 별 거 없어! 마치 세월을 초탈한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도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그렇다.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를 촬영하겠다며 헬리콥터를 타고 아마존 줄기를 보고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엣지를 향해 렌즈를 당길 때 '젠장, 지금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라는 회한이 가슴을 치면서 눈물 한 방울 찍 흘렀다.

거대한 말발굽, 지구는 네모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이과수 폭포는 한 마디로 말발굽 같았다. 그 옛날 거대한 말이 이 곳을 박차고 하늘로 올라갔을까? 그 발굽 모양의 폭포는 사실 화산 폭발의 결과물이다. 이곳의 우기는 11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이다. 그때 폭포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물의 양은 1초에 275만 리터에 이른다. 이런 장면을 폭포 위에서 내려다 보기에 망정이지 그 아래에서 마주한다면 지구가 네모라고 해도 믿을 만큼 엄청난 장면이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그의 아내는 일리노어 루즈벨트다. 그녀는 한번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엄청난 장관에 압도당한 나머지 "오, 불쌍한 나이아가라여(Oh, poor Niagara!)!"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나이아가라는 쨉이 안되는 것이다. 미국의 나이아가라, 아프리카의 빅토리아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이과수 폭포(Foz do Iguaca)는 인디오 말로 장대한(Aca) 물(Igu)이라는 뜻. 그리고 그 이름처럼 이과수 폭포의 물줄기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그리고 파라과이가 만나는 접점에서 인간이 그어놓은 경계를 완벽하게 무시한 채 흐르고 있다.

이과수 공항에서 아르헨티나로 갈라지는 교차로를 지나 20분쯤 신나게 달리니 '이과수 국립공원(Iguacu National Park)'이라 새겨진 표지판과 푸른 아가미를 떠억 벌린 공원의 입구가 보인다. 이곳이 관광 명소임을 알게 하는, 현대식으로 지어진 깨끗한 관리사무소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2층 버스. 우리는 익숙한 여행자의 발걸음으로 버스 뒷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곧이어 푸르르, 엔진 소리와 함께 경쾌하게 몸을 털어준 버스가 출발한다. 울창한 정글 사이를 손바닥과 뺨으로 느끼며 달리는 그 기분이라니! 열대림과의 마라톤이 마음의 빗장을 제멋대로 풀어헤칠 때쯤 두둥, 두둥, 북소리 같은 울림이 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자, 오너라, 이과수 폭포여! 평균 60~80m의 낙차로 쏟아지는 수백 개의 물줄기가 땅을 진동 시키고 귀를 먹먹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미세스 루즈벨트가 내뱉은 감탄사가 절로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어떤 수식어로 표현해도 그 감동에는 아마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눈을 감고 상상해보라. 1억2000만년 전 용암이 굳어 생긴 검은색 현무암 위로 세워진 수백 개의 선연한 흰 물기둥 또 기둥들. 신들을 위한 신전 같기도 하고, 우리의 영민한 리포터 현경이의 표현처럼 거대한 피아노 같기도 하다. 단지 우리는 이 장관에 감탄하고, 또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댈 뿐이었다.

악마의 아가리 속으로

감히 "마쿠꼬 사파리를 하지 않았다면 이과수 폭포를 절반 밖에 보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마쿠꼬의 경험은 특별한 것이었다. 우리는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제공하는 차를 타고 20분 정도 열대림을 가로질러 갔다.

드디어 마쿠꼬 사파리의 시간이 돌아왔다. 우선 선장의 지시에 따라 안전복을 입고, 꼼꼼하게 액체 모기약을 바른 다음 25인승 모터보트에 차례로 올라탄다. 유유히 강을 따라 관람하는 것은 잠깐. 그렇게나 순해 보이던 선장이 갑자기 해적처럼 돌변해 폭포수 아래로 돌진해 갔다. 폭포가 바로 당신의 눈 앞에 있는 것이다. 손만 쭉 뻗으면 이대로 껴안아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와아아아~! 눈도 뜰 수 없을 정도로 세찬 물세례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폭포의 소리도 다리 위에서 들었을 때와 사뭇 다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이과수

그리고 우리는 젖은 몸을 말릴 새도 없이 커다란 헬기에 올랐다. 특별히 우리는 촬영을 위해 가장 좋은 자리를 부탁했는데, 조종석 옆 자리가 상석 중에 상석이란다. 가장 안 좋은 좌석은 중간, 그 중에서도 가운데 열. 남은 좌석이 이 뿐이라면 차라리 느긋하게 마음먹고 다음 헬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 거라고. 하늘에서 무지개의 끝과 악마의 목구멍이 피우는 물안개를 헤치는 느낌은 오늘의 대미를 장식할 만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이과수는 과연 수많은 전설을 낳을만한 위용을 갖고 있었다. 신들이 무슨 격파 대회라도 열었던 것일까? 평화롭게 흐르는 이과수 강 한 가운데에 어떻게 이런 구멍이 뻥 뚫릴 수 있었던 것일까? 덩치 큰 신이 사나운 주먹으로 힘껏 내리친듯한 이과수강과 폭포의 부조화는 헬기 위에서 봤을 때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행여 카메라에 녹음될까 터져 나오는 신음을 눌러가며 촬영을 하던 우리에게 홍 반장이 악마의 목구멍에 얽힌 전설을 들려줬다.

이곳이 아직 우리의 한강처럼 평온하기만 하던 그 옛날, 이과수강 옆에 뱀신인 음보이(M'Boy)를 섬기는 까이강게스(Caigangues)라는 인디언 부족이 살고 있었다. 이 부족은 신앙의 증거로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처녀를 그에게 바쳐왔는데, 신의 여인이 되면 평생 결혼도 못 하고 음보이 신만을 섬겨야 했다. 마침 추장에게는 나이삐(Naipi)라는 딸이 있었는데, 그 자태가 어찌나 고운지 그녀가 지나갈 때면 흐르던 강물도 경탄하며 멈출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때문에 그녀는 음보이 신에게 바쳐지기로 결정된다.

드디어 음보이 신의 결혼을 축하하는 예식을 치르는 날. 나이삐를 남몰래 사랑하던 마을 전사 따로바(Taroba)가 그 누구도 생각치 못한 일을 저지르고 만다. 바로 신에게 바쳐질 나이삐를 카누에 싣고 도망가기로 한 것. 이를 알게 된 음보이 신은 당연히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이것들이 감히! 뱀의 형상을 한 음보이 신이 몸을 비틀며 포효하자 갑자기 땅이 흔들리며 이과수강 하류의 지면이 쩍 갈라지면서 거대한 골짜기가 됐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 본 이과수 폭포. 결국 따로바와 나이삐는 폭포의 물살에 휘말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음보이 신의 노여움은 죽음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나이삐를 폭포의 낙수를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큰 바위로, 따로바를 그 가장자리에 사는 빨메이라라는 나무로 만들어 평생 서로 그리워하도록 만들었다고. 흥미로운 건 실제로 악마의 목구멍의 물살이 떨어지는 그 자리에 전설처럼 커다란 암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신의 가호가!

촬영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기념품 판매점에서 요상한 물건을 보았다. 이것은??? 이히힛 꼴보기 싫은 녀석에게 갖다 주면 표정이 어떨까? 검지와 중지 사이에 엄지손가락을 끼운 팔뚝 조각품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영락없는 욕설인데, 이곳에서는 그것이 욕이 아니라 '신의 가호가!'를 표시하는 형상이라고 했다. 키키키 신의 가호? 해서, 나는 그것을 대여섯 개 사서 귀국, 평소 나를 괴롭혔던 선배 PD 세 사람에게 하나 씩 선물하고 나머지는 보관하기로 했다.

'어허허!! 선배님들!!! 이게, 그러니까…어허허!!!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는 뜻이라니깐요~~~신의 가호 몰라? 아!! 가오 말고, 가호라니깐요!!! 이런 니미럴 줘도 지랄들이야'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 선배들, 조각품으로 내 머리를 내려치겠다며 3박4일을 따라다니더라.

브라질의 이미지가 축구와 삼바로 점철되는 ‘노란색’이라면, 상파울루에 처음 도착해 느낀 색깔은 ‘회색’이었다. 극심한 교통체증과 길가에서 쉽게 보게 되는 부랑자들, 그리고 잿빛 하늘은 그동안 매체를 통해 접한 ‘범죄율이 높은 도시’라는 인식을 배가시켜주는 듯했다.

루즈 역은 상파울루 최초의 기차역으로, 고풍스러운 건물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상파울루라는 도시를 단지 ‘회색 빛깔’로 치부한다면, 수도인 브라질리아보다 실제적인 경제‧문화의 도시라고 알려진 상파울루를 너무 기만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왜냐하면 고물차들과 거지들 사이로 최고급 승용차들이 지나가고, 초라한 아파트 반대편에는 호화저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기 때문이었다. 극과 극이 공존하는 이곳, 상파울루를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다.



인간미 넘치는 도시, 상파울루

상파울루의 주민들은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각각 뚜렷한 거주 구역을 형성하고 있다. 비록 인종은 다양하지만, 서로를 하나의 개체로 인정하고, 각자의 존재를 공유하는 도시 분위기는 상파울루가 가진 특색이다. 앞서 말했듯, 일면만을 보고 규정지을 수 없으며, 브라질을 포함한 전 세계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인간 중심의 도시라고 볼 수 있다.

브라질의 남동지역에 위치한 상파울루는 해발 800m가 넘는 고원에 위치하며, 도시 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 남미 최대의 도시이다. 1554년 한 예수회 수도사가 전도를 목적으로 촌락을 세운 것이 도시의 기원이 됐으며, 19세기 후반 커피재배가 활발해지며 오늘날 대도시로 발전하게 됐다.

상파울루 어디에서나 쉽게 한국인들을 볼 수 있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봉헤치로(Bom Retiro)는 대표적인 한인 밀집지역으로, 2010년 공식적으로 코리아타운이 지정되기도 했다. 근처에 있는 루즈 역(Estação da Luz)에서도 쉽게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다. 또한 루즈역 앞 공원에서는 한가로운 산책과 함께 야외에 전시된 여러 조각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역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주립 회화관(Pinacoteca do Estado)이 나온다. 주립 회화관은 1905년 창설됐지만, 19세기와 20세기의 브라질 작품 전시를 위해 재건축 되었다고 한다. 4만 5천 점이 넘는 방대한 양의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브라질의 회화 역사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회화관에서 남서쪽으로 대로를 따라 죽 내려가다 보면 성벤또 수도원(Mosteiro de Sao Bento)을 만날 수 있다. 신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뾰족한 첨탑과 네모반듯한 건물이 모여 엄숙한 인상을 준다. 수도원 내에는 웅장한 그림과 조각들, 다양한 스테인드 글라스 벽화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성상들은 러시아 망명자들이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그들의 안녕을 위해 잠시 기도를 드리고 서둘러 수도원을 빠져 나왔다.

주립 회화관에 전시된 회화 작품. 회화관에서는 브라질 회화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성 벤또 수도원의 뾰족한 첨탑과 지붕들.



문화에 취한 후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다

수도원에서의 무거웠던 마음을 추스르고 이제 상파울루의 문화를 만나볼 차례다. 하지만 상파울루에는 박물관만해도 50여 개가 훌쩍 넘는다. 또한 각 박물관에서는 날마다 전시회, 강연회, 영화제 등이 열리고 있어, 박물관 구경만 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파울리스타 대로의 중앙에 위치해 있는 상파울루 미술관(Museu de arte de Sao Paulo : MASP)이다. 도심 한가운데 넓게 자리 잡고 있는 이 미술관은 세계에서 기둥과 기둥 사이가 가장 먼 건물로도 알려져 있다.

남미 최대의 미술관 치고는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단 한 번도 침략전쟁을 일으키지 않아 노획물 전시품이 없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것 또한 특색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이 박물관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라파엘로, 반 고흐, 세잔, 렘브란트, 피카소 등의 작품이 1,000점 넘게 전시되어 있다. 외양보다 속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삐랑가 공원(Parque da Ipiranga)을 찾았다. 1882년 만들어진 이 공원은 세 광장 남동쪽으로 약 4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공원 내에는 1922년 세워진 독립기념상이 있는데, 포르투갈 황태자 돈 페드루 1세가 말 위에서 칼을 빼 들고 ‘독립이냐, 죽음이냐’라고 부르짖으며 브라질 독립선언을 한 곳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충성스러운 병사들의 동상들이 서 있고, 그 밑에는 돈 페드루와 왕비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역동적인 동상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며, 독립에 대한 그들의 확고한 신념이 느껴지는 듯했다. 또한, 공원 내에 있는 파울리스타 박물관(Museu Paulista)은 인디오들의 생활용품과 근대 상파울루의 역사적 유품들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브라질과 상파울루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상파울루의 0번지, 세 광장

상파울루가 브라질의 중심 도시라고 한다면, 세 광장(Praça da Sé)은 상파울루의 중심인 곳이다. 이 광장은 이른바 교황청 관구 광장으로 상파울루 가의 0번가로 알려져 있다. 군사 독재 시절 지하 저항운동의 본산지로 브라질 민주화운동을 위한 집회장소로 유명하며, 상파울루 최대 거리답게 30미터도 넘는 거리들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상파울루의 중심, 세 광장. 대성당 앞 광장에는 상파울루의 방위기점과 거리 원점이 기록되어 있다.

헤뿌블리까 광장. 전철로 헤뿌블리까 역에서 내리면 되며, 일요일엔 노천시장이 선다.

넓은 대로 한복판에 뾰족하게 솟아있는 건물이 바로 세 성당(Categral da Sé)이다. 현재 성당의 모습은 약 40년간의 건축 공사 끝에 1954년에 완성되었다고 하나, 1552년에 처음 건축되었다는 설도 있다. 성 벤또 수도원처럼 이 성당 또한 고딕양식으로 지어져, 오래된 역사의 흔적과 어우러진 멋을 자아낸다.

세 광장에서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헤뿌블리까 공원(Praça da República)이 나온다. 흡사 한국의 명동을 연상케 할 정도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곳은 노천 시장이 볼만하다. 토산물과 수공예품 등을 거래하는 시장들 사이사이에는 브라질의 향토요리를 파는 노점상들도 많아 시끌벅적한 상파울루 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다양한 인종들과 마주하며, 거리를 누비다 보니 어느새 상파울루에서 처음 느꼈던 ‘회색’이 사라져 버렸다. 상파울루는 극단이 공존하는 도시일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열려 있는 도시였다. 이 도시에서 여행객들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 어엿한 브라질인 중의 하나인 것이다. 새로움이 낯설지 않은 도시, 상파울루는 오늘 하루도 변신을 거듭하며 남미의 상업, 산업, 문화의 중심지로 거듭 발전해 나가고 있다.


는 길
대한항공에서 LA를 경유한 항공편을 월‧수‧금 운항한다. 출발시간은 20시 45분이며, 도착시간은 11시(현지 시간)로, 약 26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시차 적용시 14시간 30분). 시차는 우리나라가 상파울루 보다 12시간 빠르다.

카니발의 광기, 삼바드로메

매년 2월, 브라질의 도시 리우데자네이루(히우지자네이루, Rio de Janeiro)는 지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파티장이 된다. 세계 곳곳으로부터 6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오직 그 행사를 위해 리우로 날아온다. 지구의 나머지 모든 축제의 참가자와 맞먹는 수치라고 한다. 환호와 불꽃, 음악과 춤, 지치지 않는 리듬이 그들의 심장을 가속시킨다.

리우는 삼바의 도시. 카니발의 핵심은 도시를 마법의 세계로 변신시키는 삼바 퍼레이드다. 삼바드로메(sambadrome)는 700미터 길이의 퍼레이드 전용 공간으로, 축제에 참가할 삼바 스쿨들의 공식 경연이 벌어지는 장소다. 리우 곳곳에 산재해 있는 삼바 학교들은 재의 수요일 직전에 벌어지는 4일 동안의 경연을 위해 혼신의 열정을 불태운다.

팀당 1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무대 장식과 기묘한 장치들, 화려한 의상과 그에 어울리는 댄스…. 주제는 아메리칸 인디언, 모세의 기적과 같은 고전적 테마에서부터 홀로코스트의 참상,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같은 시사적인 테마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12~13개 톱클래스 그룹의 퍼레이드가 벌어지는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7만 명의 좌석이 꽉 차고, 가장 좋은 자리의 입장료는 3백만 원까지에 이른다.


삼바드로메는 축제의 서장일 뿐이다. 코파카바나(Copacabana) 해변을 비롯한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야외 퍼레이드는 리우를 광기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삼바 스쿨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무대차를 앞세우고 화려한 의상을 입고 거리로 뛰쳐나온다. 그 학생들이 아니라도 좋다. 누구든 끊이지 않는 삼바 리듬에 맞춰 춤추고, 마시고, 내일이 없을 것처럼 논다.


카니발은 온갖 색채의 향연이다.




이파네마의 소녀는 지금 어디에?

리우는 코파카바나, 레블론, 파케타, 펭야 등 세계적인 해변으로 둘러싸인 도시다. 비키니 왁스보다 더 심한 브라질리안 왁스를 마친 여성들은 까무잡잡한 피부를 내보이며 그 바닷가를 돌아다닌다. '카리오카(Carioca)'는 리우의 사람들, 특히 이들 해변의 소녀들을 일컫는 말이다.


보사노바는 물론 재즈의 스탠더드가 된 '이파네마의 소녀', 오리지널 앨범.


1962년 겨울, 보사노바 뮤지션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은 작사가 비니시우스 데 모라에스와 함께 이파네마 해변에서 뮤지컬에 쓰일 노래를 만들고 있었다. 그때 해안에 자주 놀러오던 아름다운 15살의 소녀, 엘로이사(Heloísa Pinheiro)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전설의 명곡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Garota de Ipanema)'가 태어났다. 모라에스는 그 곡이 태어나던 때를 떠올리며 말한다.

"젊은 카리오카의 패러다임. 소녀는 황금빛 십대, 꽃과 인어의 혼합물, 빛과 우아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또한 슬픈 모습이다. 소녀는 스스로를 바다로 향한 길로 데리고 간다. 사라져가는 젊음의 감각, 절대 소유할 수 없는 아름다움. 그것은 끝없는 조수 속에서, 아름다움과 우울함을 함께 품고 있는 삶의 선물이다."


이파네마의 소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엘로이사는 모델로 인기를 모았고, 1987년 브라질판 <플레이보이> 잡지에 등장했다. 2003년에는 딸과 함께 다시 그 잡지에서 몸매를 뽐내기도 했다. 그녀는 이파네마 해안에 노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의류 부티크 숍을 오픈해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 티셔츠를 팔았다. 조빔과 모라에스는 이를 금지하기 위해 소송을 걸었지만 지고 말았다.




금요일은 라파의 삼바 클럽

리우의 밤은 언제나 뜨겁다. 그러나 라파(Lapa)의 금요일 밤에 견줄 만한 곳을 찾기란 어렵다. 18세기에 만들어진 수도교(Arcos da Lapa, 水道橋)와 공원(Passeio Público)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라파는 리우에서도 매우 고풍스러운 지역이다. 하지만 어느 해변보다 뜨거운 동네이기도 한다.

1950년대부터 이 동네에 스스로를 '몽마르트르 카리오카(Montmartre Carioca)'라 부르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리우의 일반 시민 특히 지식인층과 거리를 두며 자유분방하고 원초적인 삶을 추구했다. 다운타운의 중심이 남쪽 해안으로 옮겨가고, 브라질의 수도가 브라질리아로 옮겨간 것도 큰 이유가 되었다. 새로운 탄생을 위해 시들고 썩는 시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다행히 삼바 음악과 춤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사람들은 궁핍 속에서도 삼바를 통해 기쁨을 얻었고, 관광객들의 홍수 속에서 진짜 리우를 지켜냈다.


20세기가 되면서 라파 곳곳에 산뜻한 클럽들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현지인들조차 위험하다며 꺼리기도 했지만, 클럽의 명성은 커졌고 골동품 가게와 노천 시장이 거리를 풍미를 더했다. 그리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진짜 삼바를 만나려면 라파로 가라. 거기에 스릴과 드라마와 땀이 있다."


라파의 상징인 아르코스, 18세기 때의 모습이다.




축구, 축구, 축구, 심심하니 올림픽

삼바가 아닌데도 이 도시 사람들 모두를 미치게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놀랍게도 존재한다. 축구! 리우는 브라질에서 가장 뜨거운 열정의 도시, 그리고 리우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는 코파카바나 해변이 아니라 마라카나 스타디움(Maracanã Stadium)이다.

마라카나 스타디움은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축구 경기를 관람한 장소다.


1950년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 만든 이 축구 경기장은 리우 시민, 브라질 국민, 그리고 전 세계의 축구 팬들에게 역사의 현장으로 남아 있다. 당시 브라질 팀은 월등한 실력으로 대회를 압도해갔다. 지금과 같은 토너먼트 방식이 아니라 결승 리그전이 펼쳐졌는데, 브라질은 우루과이와의 최종전을 앞두고 승리를 기정사실화했다. 그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고, 이전의 경기들은 압도적인 스코어로 지배했다. 그리고 최종전의 순간이 다가왔다. 스타디움은 공식적으로 82,000석 규모였지만 유료입장객만 17만 3천여 명이 들어왔다. 실제로는 20만 명 가까이 들어와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관람객을 동원한 경기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그 관중들 모두가 브라질의 우승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 브라질은 자국대표 팀원들의 이름을 새긴 22개의 금메달을 미리 만들었고, 피파 의장인 줄 리메는 포르투갈어로 된 브라질 우승 축하 연설문만 준비해왔다. 그러나 경기는 거짓말처럼 우루과이의 2-1 승리로 돌아갔다. 이 전설적인 패배는 '마라카나조(Maracanazo)'라는 이름으로 남아, 아직까지 브라질 국가대표 팀을 꼬리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마라카나 스타디움은 2010년에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에 들어갔다. 브라질이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연이어 개최하게 되면서, 새로운 역사의 장으로 탈바꿈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과연 21세기의 스타디움은 마라카나조의 치욕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인가?




할리우드를 꼬이는 슬럼가

영화 [엘리트 스쿼드]. 교황의 방문 전에 리우 

빈민가의 범죄단을 소탕하라.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를 본 사람이라면 에드워드 노튼이 미친 듯이 도망가는 판자촌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얼기설기 덧댄 집들이 초등학생이 맞춘 레고 장난감처럼 불규칙하게 포개져 있던 모습. 그럼에도 그 형형색색의 조화는 규격화된 도시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그 무대는 바로 리우의 대표적인 슬럼가인 타바레스 바스토스(Tavares Bastos). 지긋지긋한 가난과 흉악무도한 범죄가 판을 치던 이곳이 지난 10년간의 대대적인 치안회복 운동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고 있다. 그리고 그 독특하고 매력적인 풍광 덕분에 영화 [엘리트 스쿼드], 스눕 독의 뮤직비디오 등의 촬영지로 각광받게 되었다.


룰라 대통령의 브라질은 월드컵과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리우데자네이루(히우지자네이루, Rio de Janeiro)를 새로운 도시로 변신시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리우는 높은 범죄율 때문에 많은 기업체들이 떠나갔고 그로 인해 실업의 문제가 심각하다. 대외적으로는 관광 엽서 속의 해안가 도시의 이미지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우디 앨런과 같은 감독들을 초청하며 리우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그들에겐 변신의 중요한 열쇠다.




리우의 언덕을 오르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

남미의 대국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영광의 시대가 사라진 뒤, 리우의 시민들은 매우 엄혹한 시간을 통과해야만 했다. 도시의 곳곳은 오랫동안 무질서 속에 방치되었다.

기업체가 빠져나간 건물들은 흉물스럽게 썩어갔다. 그러나 덕분에 얻은 기쁨도 있었다. 리우는 가난한 아티스트들의 화폭이 되었고, 놀라운 원색의 벽화 등 거리 예술이 꿈틀대는 곳이 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예술품은 세라론의 계단(Escadaria Selarón)이다.


칠레에서 태어나 이 도시에 터전을 마련한 예술가 세라론은 자기가 사랑하는 이 거리의 계단을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하기 시작했다.

그는 215개의 계단을 초록, 노랑, 파랑의 색으로 덮으며 브라질 국민들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거울들로 빛의 향연을 만들어냈다. 세라론은 최근 자신의 작업을 라파의 아르코스에까지 이어가고 있다.


세라론의 계단. 언제나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가득해 계단만을 찍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출처 : Donmatas at en.wikipedia.com>




과일과 춤과 무술이 뒤섞이는 시장

이 시장은 브라질 전통의 무술 퍼포먼스인 

카포에이라를 보기에도 좋은 장소이다.


흥청망청 온갖 사람들이 뒤섞이는 것이 당연한 리우. 이 도시의 시장 역시 흥겨운 축제의 현장과도 같다. 특히 북동시장(Feira Nordestina)은 자자한 명성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수백 개의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거대한 시장은 명성 높은 바이안(Bahian) 음식을 먹기에도 아주 좋은 장소다.

사탕수수로 만든 술과 맥주를 들이켜고 길을 걸으면, 아코디언과 기타를 메고 나온 연주자들의 리듬에 취하게 된다. 삼바를 비롯한 여러 전통 음악은 물론, 브라질 전래의 무술 퍼포먼스인 카포에이라도 감상할 수 있다. 이 놀라운 광경은 금요일 저녁 8시부터 일요일 밤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물론 현지인들과 심야에 뒤섞이는 일은 많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기도 하다. '스릴과 드라마와 땀'은 좋은 것이다. 단 건강하게 돌아왔을 때에만.


※ 지명, 인명 등 외국어 표기는 국립국어원에서 제정한 표준외래어표기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물질은 넘쳐나지만 마음은 가난한 시대, 국가를 막론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윤택한 행복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저마다 처한 환경이나 생활 방식은 다르겠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만큼은 어디든 같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우리는 세계 곳곳의 행복한 삶들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그 속에서 행복을 대하는 자세와 노력을 배울 수 있겠지요. 이제부터 매달 함께 행복의 나라로 떠나는 겁니다.



6月 행복의 나라: 브라질
Eu Estou Feliz!


총면적 8,514,877㎢. 칠레, 에콰도르를 제외한 남아메리카 모든 나라의 국경과 맞닿아 있는 길이만 자그마치 4,353㎞인 나라. 러시아, 캐나다, 미국,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국가인 브라질은 국토의 절반 이상이 정글 혹은 산림으로 뒤덮여 있어 임산 자원은 말할 것도 없고 커피, 사탕수수 등 농산물 생산량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북부 아마존강유역의 열대우림 기후부터 남부의 온대에 이르기까지 기후도 다양하다. 여기에 철광석, 석면, 망간 등 막대한 양의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남미 지역에서 가장 산업화를 안정적으로 이뤄내 경제개발 잠재력도 높은 편이다. 풍족함이 만들어낸 자유로움일까. 포르투갈어로 "나는 행복합니다"를 뜻하는 "Eu Estou Feliz!"를 자주 외치곤 하는 브라질 사람들은 도심의 바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온 종일 축구를 하는 등 주로 소소한 일상을 통해 행복을 즐긴다.

브라질 사람들의 행복감은 국민 인식도 조사를 통해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브라질의 유력 여론조사 기관인 '다타폴랴'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 국민의 91%가 현재의 삶이 행복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 이들은 5%에 그쳤다. 기혼자들보다는 미혼자들이, 흑인보다는 백인이, 남성보다는 여성이 행복감을 더욱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브라질 사람들이 중요시 여기는 행복의 요건에는 안정된 가정과 자유로움, 다양한 여가생활 등이 필수 조건으로 꼽혔다. 금전적인 여유나 건강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 실제로 브라질 사람들의 60% 이상이 경기 침체로 어려운 시기여도 비용 부담이 적은 곳을 택해 휴가를 떠나겠다고 답했다. 또 수입원이 없는 거리의 악사들이나 서커스 단원들, 홈리스들도 표정이 밝은 편이다. 브라질의 행복은 내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세계 20개국의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어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는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리우데자네이루가 지목됐다. 각종 축제를 통해 항상 여유롭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의 브라질 사람들이 아마도 이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간혹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않고 어기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악의가 있는 행동이 아닌 타고난 국민성 때문이다. 대신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습관 덕분인지 브라질 사람들은 처음 보는 이들과도 거리를 두지 않고 친절함을 베푼다. 현지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서로를 끌어안거나 볼을 부비는 인사가 매우 일반적인 행동인데, 이는 서로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나타낸다. 또 운전을 하다가 끼어들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엄지를 치켜세우는 행동은 상대방의 양보에 감사하는 표시라고 한다.



1·2 휴머니즘을 상징하는 'H'자 모양의 쌍둥이 건물로 지어진 국회의사당. 왼쪽의 접시를 엎어놓은 모양의 건물이 상원, 오른쪽의 접시를 바로 놓은 모양의 건물이 하원 건물이다.


비행기를 본뜬 수도, 브라질리아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브라질 사람들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건축물이다. 반듯한 거실을 중심에 두고 방과 부엌 등으로 정형화된 우리나라의 아파트와는 대조적으로 비좁은 거실과 넓은 부엌, 평수에 어울리지 않는 거창한 와인바 등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비실용적으로도 보일 수 있는 내부 구조를 갖고 있는 온갖 모양의 집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브라질 아파트는 집의 뼈대까지만 만들어놓고 분양을 한다고 한다. 집주인이 이후 개성에 따라 배치도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

수도인 브라질리아는 이런 창의성을 가장 잘 반영한 도시다. 건축가인 오스카 니마이어가 설계한 이곳에는 마치 영화 '스타워즈'에서나 봤을 법한 국립박물관을 비롯해 피라미드 모양의 국립극장, 16개의 기둥으로 세워진 브라질리아 대성당 등이 도심의 중앙 대로를 따라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혹자는 "미래 달나라에나 건설될 듯한 공상의 도시"라고 표현했는데, 특색 있는 디자인의 건물들 덕분에 브라질리아는 지난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브라질리아가 처음부터 브라질의 수도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1960년 주셀리노 쿠비체크 대통령은 국가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해안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국가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수도 이전을 단행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수도가 브라질만의 멋이 묻어 있는 현대화된 도시이기를 희망했던 그는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을 초빙해 도시 설계를 맡겼다. 각고의 노력 끝에 브라질리아 도시 전체는 비행기 모양의 독특한 형태로 디자인됐고 동체 중간 부분에 정부기관과 오피스 빌딩이, 남북의 날개 부분에 저층의 주택가가 배치됐다. 날개와 동체가 만나는 중앙 부분에는 대중교통 환승 센터를 비롯한 은행, 호텔, 쇼핑센터 등의 편의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리아 지역은 해발 1,100m의 고원인데다 사바나성 기후 지역이라 건기에는 주변 지역이 붉게 타는 악조건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용수 공급을 위한 호수를 만드는 등 열악한 자연 환경을 인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이 들었고, 결과적으로 부족한 자금을 외채로 충당하면서 1970, 80년대 브라질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떠안기도 했다. 그럼에도 브라질리아는 브라질 사람들의 대국적인 기질과 창의성을 추구하는 성격, 미래에 대한 도전 정신을 잘 보여주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척박한 기후와 환경 속에서 곡물을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크리스마스




1 자유로움과 삶의 여유를 즐기는 브라질 사람들. 2 브라데스코 은행의 크리스마스 장식.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은 이웃 나라인 미국이나 여느 기독교 문화 국가들에 비해 크리스마스 시즌이 요란한 편이다. 파라나주(州)에서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장식 경연대회를 개최해 화려한 장식을 유도한다. 최우수 기업에게는 기업의 가옥세를 면제해주는 혜택을 준다고 한다.

상파울루의 파울리스타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유명하다. 비교적 재정 상태가 좋은 기업들이 독특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지난 2011년 브라데스코 은행은 푸른 정글을 연상시키는 나무와 정글의 길게 늘어진 풀, 동물 장식 등으로 20여 층의 건물 전체를 꾸며 눈길을 끌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에는 10차선 파울리스타 대로의 교통이 완전히 차단되는데, 이때는 상파울루 외곽에서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새벽까지 붐비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브라질은 대중적인 행사뿐 아니라 개인이 주관하는 파티 문화도 발달했다. 약혼이나 결혼 등 행사에는 언제나 파티가 이어진다. 항상 새로운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참석하는 것이 호스트에 대한 예의라 여기기 때문에 세심하게 드레스 코드에 신경 써야 한다.

한편 브라질의 음식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다양하다. 대다수의 브라질 사람들은 전문가 수준의 요리 실력을 뽐내기도 하는데, 이들은 주로 수요일이나 토요일 점심으로 페이조아다를 먹는다. 이는 검은 콩과 돼지나 소의 코, 귀, 혀, 발 그리고 소시지 등을 잘게 썰어 넣고 끓여 만든 음식이다. 지역별로 발달한 음식들도 많다. 바이아주에서 시작된 아카라제는 완두콩가루로 만든 빵을 야자열매에서 추출한 팜 오일에 튀긴 것이다. 아카라제를 먹은 뒤에는 우리나라의 민물 생선 매운탕과 비슷한 무케카(생선 등의 해물과 코코넛 우유, 토마토 및 향신료를 넣고 끓인 음식)로 배를 채운다. 또 미나스 제라이스 식의 음식들도 많은데 독특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정열의 삼바 카니발


매년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 4일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삼바 카니발. 이 시기에는 토요일 밤부터 수요일 새벽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축제가 열린다. 과거 포르투갈에서 브라질로 건너온 사람들의 사순절 축제와 아프리카 노예들의 전통 타악기 연주, 춤이 합쳐지면서 시작된 삼바 카니발은 20세기 초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 잡았는데, 삼바 스쿨들의 퍼레이드가 더해지면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게 됐다.

5천여 명으로 구성된 각 팀은 700m의 경연장에서 1시간에 걸쳐 퍼레이드를 펼친다. 가장 독특하면서도 멋진 의상과 장식, 대형을 연출한 행렬은 일사분란하게 자신의 역할에 맞춰 춤을 추며 지나간다. 특히 퍼레이드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삼삼오오 엉켜서 춤을 추게 하는 유쾌한 분위기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한 팀 한 팀의 퍼레이드가 끝날 때마다 잠깐씩 휴식을 취하기는 하지만 다음 팀이 모습을 드러내는 동시에 모두가 일어서서 함성을 지르고 춤을 춘다고 하니 명장면임에는 틀림이 없다. 삼바 카니발에서 우승한 팀에게는 포상금은 물론 앙코르 공연과 해외 순회공연의 혜택이 주어진다.

삼바 스쿨은 단순히 춤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닌 카니발을 이끌어가는 핵심 조직으로, 주로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에 위치해 있는데 이 지역 주민들 역시 자신들의 자랑인 삼바 스쿨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카니발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도 적지 않기 때문. 리우데자네이루 관광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축제 기간 중 행사에 참여한 1백만 명 중 절반은 외국인이었으며 이들이 소비한 돈은 5억 달러가 넘는다. 또 이 해에 카니발 입장권의 평균 가격이 1백50달러였는데 이 역시 전화 판매를 시작한 지 32분 만에 매진됐다.



브라질에는 삼바 축제 외에도 대형 페스티벌이 많다. 신년 전야 축제(Reveillon)도 매우 유명한데,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에서는 꽃을 바다에 띄우면서 복을 비는 행사가 진행된다. 상파울루의 파울리스타 거리에도 매년 마지막 날엔 신년 카운트다운과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2백만 명이 모인다.

하지만 특이한 축제를 꼽으라면 황소의 환생이라는 전설을 주제로 2개 팀이 춤과 노래를 경쟁하는 페스티벌, 보이붐바도 빠질 수 없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1년간 갈고 닦은 솜씨를 선보이는데, 풍성한 볼거리를 즐기기 위해 축제를 찾는 사람들로 이미 숙박시설이 가득 차 선상 위에서 자거나 밤을 새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단합의 심벌, 축구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브라질의 중앙은행은 각 은행들이 월드컵 경기 중에 점포를 폐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축구를 좋아하는 국민들의 일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브라질의 기업들은 브라질 팀의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 파티를 열곤 한다. 푸짐한 음식을 제공하고 경기를 함께 응원함으로써 단합력을 키우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만약 이런 배려가 없는 회사라 할지라도 경기 시간 동안 무단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징계나 질책을 받지 않는다.

브라질은 세계유일의 월드컵 전 대회 출전국이자 최다 우승국으로 전 세계가 인정하는 축구 강국이다. 브라질이 낳은 축구 황제 펠레는 2011년 CNN 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는 바로 나 자신이다"라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4년 열릴 브라질 월드컵 대회가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쏟아지고 있다. 브라질은 경기장 건설, 도로와 공항 등의 인프라 개선을 위해 월드컵 개최에 총 2백6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사람들의 축구 사랑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 축구팬들의 열광 역시 상상 그 이상이다. 브라질에서 축구 관련 이야기를 할 때는 주의해야 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 구단이 있고, 그 애정이 높아 자칫 언쟁을 하다가는 감정싸움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①가난과 범죄의 대명사였던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촌‘파벨라’. 산등성이에 지어진 데다 화려한 건물 색채 때문에 관광명소가 됐다. ②이파네마 해변에서 석양을 등지고 공놀이를 하는 소년·소녀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에 잔잔한 물결이 인다. 마치 보사노바를 듣는 것처럼. ③보사노바 앨범을 산다면 꼭 들러야 할‘토카도 비니시우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리우) 국제공항에 발을 내딛자마자 리우 여행은 보사노바(Bossa Nova·포르투갈어로 '새로운 경향'이란 뜻으로, 브라질 삼바 음악의 일종)와 함께할 수밖에 없음을 직감했다. 다른 대도시들은 'J.F 케네디 공항'(뉴욕) '샤를 드골 공항'(파리)처럼 유명 정치인들의 이름을 따서 공항 이름을 지었는데 이곳의 공항 이름은 '톰 조빔 공항'이다. '톰 조빔'은 보사노바의 대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1927~1994)의 애칭이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일단 조빔의 '이파네마의 소녀'를 들으며 이파네마 해변으로 향했다.

◇보사노바와 함께하는 여행

택시 기사는 "예쁘고 잘생긴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고 해변의 번화가에서도 제일 가깝다"면서 이파네마의 '9번 해변(Posto 9)'에서 내려줬다. 이 도시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해변이다. '이파네마의 소녀' 가사처럼 '늘씬하고 까무잡잡하면서 어리고 사랑스러운 소녀'와 소년들이 바닷물과 모래사장의 경계면에 늘어서서 축구공을 갖고 놀고 있었다. 둥글게 서서 발과 머리로 축구공을 주고받는 이들 행렬 끝을 맨눈으로 가늠하긴 어려웠다. '위험한 물'이란 '이파네마'의 의미대로, 이곳의 파도는 거세기 때문에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사람이 더 적은 해변을 원한다면 이파네마 북서쪽의 르블론(Leblon)을 추천한다. 이파네마 동쪽의 코파카바나(Copacabana)는 모래가 이파네마보다 지저분한 편이다.

보사노바의 명작 '이파네마의 소녀'는 말 그대로 이파네마 해변에서 탄생했다. 1962년 톰 조빔과 외교관·시인인 비니시우스 지 모라에스(1913~1980)는 여느 때처럼 이파네마 해변에서 5분 정도 떨어진 식당 '벨로소'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창밖을 지나가던 15세 소녀를 보고 영감을 얻은 조빔과 모라에스는 각각 피아노와 펜을 잡고 몇 주 동안이나 씨름했다고 한다. 이 노래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고, 보사노바도 덩달아 알려지게 됐다.

6년이 지난 후, 식당 이름은 '이파네마의 소녀(Garota de Ipanema)'로 바뀌었고, 이 식당이 있는 큰길의 이름도 '비니시우스 지 모라에스(Rua Vinicius de Moraes)'가 됐다. 이 길은 이파네마의 9번 해변 바로 앞에 있는데,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이파네마의 소녀'는 관광객들로 붐벼 정작 이파네마 주민들은 더 이상 잘 안 가지만, 맥주 맛은 여전히 좋다. 이 식당 옆에는 동명(同名)의 수영복 가게가 있는데 싸고 예쁜 비키니와 해변용 드레스 등을 파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가게 주인이 바로 조빔과 모라에스에게 영감을 줬던 그 '이파네마의 소녀'이다. 지금은 65세의 노인으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지만, 이 가게엔 젊은 시절 그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이파네마의 소녀'들로 북적인다.

◇연인들의 이파네마 해변

'이파네마의 소녀'에서 걸어서 3분도 안 떨어진 곳에는 보사노바 음반과 서적을 전문적으로 파는 '토카 도 비니시우스(Toca do Vinicius)'가 있다. 10여명밖에 못 들어갈 정도로 좁고, 허름해 보여도 리우에 있는 유명한 보사노바 연주자들이 헌정 공연을 펼치기도 하는 보사노바 명소다. 1950~60년대 리우의 정취를 간직한 곳으로 2층에는 보사노바와 관련된 소품을 모아놓은 작은 전시실도 있다. 주인인 카를로스 알베르토 아폰소에게 음반 5장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그는 "보사노바는 급하게 들으면 안 된다. 4장만 추천해 주겠다"고 했다. 아폰소는 어설픈 영어와 함께 손짓과 발짓으로 보사노바에 대해 30분 가까이 설명까지 해줬다.

리우 최고의 석양을 보기 위해서라면 이파네마 해변 끝에 있는 바위 '아르포아도(Ponta do Arpoado)'에 가야 한다. 리우의 석양 사진은 거의 다 이곳에서 촬영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낮에 가면 맨발로는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바위가 뜨거운데 이파네마의 소년·소녀들은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이곳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면서 노닐고, 바닷물에 낚싯대를 늘어놓는다.

보사노바 팬들에겐 '경치 좋은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1991년 조빔은 이 바위에서 피아노를 올려놓고 기념사진을 찍었고, '플레이보이'지와의 인터뷰에선 "내가 죽으면 내 마음은 이곳에 묻히길 원한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곳에서 낚시를 하고 다이빙을 하며 뛰어놀았던 그는 보사노바를 리우의 바다에서 배웠는지도 모른다.

이파네마 해변의 이글거리는 태양과 젊음에 숨이 막힌다면 해변과 떨어진 라고아(Lagoa) 호수에 가는 것도 좋다. 길이 7.2㎞에 달하는 이 호수변에는 조깅과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한 시간에 R$10(약 6000원)을 내면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물가인 데다가 나무가 울창해 시원하고 조용하다. 어린 연인들은 강변에 만들어진 작은 갑판을 하나씩 차지하고서 해가 질 때까지 애정 행각을 벌인다. 오후 7시쯤, 해가 떨어지고 나면 호숫가 '키오스크(Kiosk·매점)' 구역에 몰려 있는 레스토랑이나 바들이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보사노바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주는 '드링크 바(Drink Bar)'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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