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취한 후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다
수도원에서의 무거웠던 마음을 추스르고 이제 상파울루의 문화를 만나볼 차례다. 하지만 상파울루에는 박물관만해도 50여 개가 훌쩍 넘는다. 또한 각 박물관에서는 날마다 전시회, 강연회, 영화제 등이 열리고 있어, 박물관 구경만 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파울리스타 대로의 중앙에 위치해 있는 상파울루 미술관(Museu de arte de Sao Paulo : MASP)이다. 도심 한가운데 넓게 자리 잡고 있는 이 미술관은 세계에서 기둥과 기둥 사이가 가장 먼 건물로도 알려져 있다.
남미 최대의 미술관 치고는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단 한 번도 침략전쟁을 일으키지 않아 노획물 전시품이 없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것 또한 특색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이 박물관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라파엘로, 반 고흐, 세잔, 렘브란트, 피카소 등의 작품이 1,000점 넘게 전시되어 있다. 외양보다 속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삐랑가 공원(Parque da Ipiranga)을 찾았다. 1882년 만들어진 이 공원은 세 광장 남동쪽으로 약 4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공원 내에는 1922년 세워진 독립기념상이 있는데, 포르투갈 황태자 돈 페드루 1세가 말 위에서 칼을 빼 들고 ‘독립이냐, 죽음이냐’라고 부르짖으며 브라질 독립선언을 한 곳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충성스러운 병사들의 동상들이 서 있고, 그 밑에는 돈 페드루와 왕비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역동적인 동상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며, 독립에 대한 그들의 확고한 신념이 느껴지는 듯했다. 또한, 공원 내에 있는 파울리스타 박물관(Museu Paulista)은 인디오들의 생활용품과 근대 상파울루의 역사적 유품들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브라질과 상파울루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상파울루의 0번지, 세 광장
상파울루가 브라질의 중심 도시라고 한다면, 세 광장(Praça da Sé)은 상파울루의 중심인 곳이다. 이 광장은 이른바 교황청 관구 광장으로 상파울루 가의 0번가로 알려져 있다. 군사 독재 시절 지하 저항운동의 본산지로 브라질 민주화운동을 위한 집회장소로 유명하며, 상파울루 최대 거리답게 30미터도 넘는 거리들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