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세월 동안 프랑스 식민지로
건축뿐 아니라 음식·문화까지 영향
루앙프라방에만 사원 30개가 넘어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출입할 수 없어

가을이다. 작열했던 열기도 수그러드는 시기. 그래서 여행 좀 한다는 사람들은 아껴둔 휴가를 이때 꺼내 든다. 동네 거닐듯 느긋하게 마을을 어슬렁거리다 노을지는 강변에서 맥주 한 잔 마시며 생각에 잠기는 여행이 가을엔 제격이다. 유네스코가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라오스의 북부 도시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이 바로 그런 곳이다.

루앙프라방 거리에는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이 공존한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라오스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나라는 아니다. 1975년 공산화한 뒤 우리와 외교관계가 끊어졌다가 20년 만에 복원했다. 한반도 크기의 면적(23만6800㎢)에 인구는 600만에 불과하다. 그만큼 조용하고 자연환경을 잘 간직하고 있다.

루앙프라방: 전통과 유럽문화가 만난 세계문화유산

비행기에서 내리면 허름한 단층 건물이 눈앞에 보인다. 시골 간이역 같은 이 건물이 바로 루앙프라방 공항 청사다. 한쪽 담벼락에는 코흘리개 아이들이 달라붙어 먼발치의 비행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공항에 들어서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까만 머리를 보고 대뜸 "꼬리아 꼬리아"라고 외친다. '비행기에서 내린 유일한 한국인을 어떻게 알아본 것인가' 궁금해하는데, 경찰이 가리키는 손끝에 '비자 면제 창구'가 있다. 라오스는 3년 전부터 한국 국민에게 단기비자를 면제해주고 있다.

공항 한쪽 벽면엔 '몸을 가려달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상의를 벗은 남성과 비키니 톱을 입은 여성 그림 위에 붉은색 X표가 그려져 있다. 국민의 95%가 불교를 믿는 이 나라는 여성이 승려의 몸은 물론 옷을 만지는 것조차 금기시하고 있다.

루앙프라방 시내는 단순하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시사방봉(Sisavangvong) 거리에 모든 숙소와 음식점, 여행 안내소가 오밀조밀 몰려 있다. 아침에는 이 거리에서 승려들의 '탁밧(Tak Bat·탁발)' 행렬이 이어지고, 저녁엔 차의 통행을 막은 채 화려한 야시장이 벌어진다.

매일 아침 승려들이 공양을 받는 ‘탁밧’
마을은 그다지 크지 않다. 걸어 다녀도 좋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도 좋다. 거리엔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건물과 금빛의 고대 사원이 혼재(混在)한다. 유네스코는 1995년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전통 건축양식과 19~20세기 식민지 시절 유럽의 건축문화가 조화롭게 섞여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Vientiane) 한복판에는 마치 파리의 그것과 같은 큼지막한 개선문이 서 있다. 개선문을 마주 보고 쭉 뻗은 도로 역시 샹젤리제 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50년 넘는 프랑스 식민기(1893~1949)는 건축뿐 아니라 이들의 삶에도 깊숙한 흔적을 남겼다. 길가엔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인 바게트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시내 곳곳에 유난히 베이커리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일종의 향수(鄕愁)일까. 2009년 라오스를 찾은 유럽 관광객(6만1000명) 중 절반은 프랑스인이었다.

승려들의 탁밧에서 화려한 야시장까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는 매일 아침 시사방봉 거리에서 이뤄지는 탁밧이다. 오전 6시가 되면 황색 승복을 걸친 승려들이 바구니를 들고 맨발로 사원을 나선다. 거리엔 음식을 마련해온 주민들이 이들을 기다린다. 수백명이 한 줄로 서서 공양을 받는 모습은 엄숙하다. 관광객들도 길가에서 파는 찹쌀밥이나 바나나 등을 사서 직접 공양할 수 있다. 승려들은 길가에서 구걸하는 어린이에게 공양받은 음식을 다시 보시(布施)하기도 한다. 탁밧을 마친 승려들은 각자 사원으로 돌아가 불공을 드리고 음식을 나눠 먹는다.

루앙프라방에만 30개가 넘는 사원이 있다. 지붕이 하늘을 찌를 듯 솟은 화려한 사원은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못하게 만든다. 사원 내부의 금빛 장식도 황홀하다. 사원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신발을 벗어야 한다. 짧은 반바지나 민소매 차림으로는 출입할 수 없다. 입구에서 빌려주는 천을 걸쳐 몸을 가려야만 들어갈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왓 씨엥 통(Wat Xieng Thong). 라오스 최초의 통일왕국 란쌍의 수도였던 루앙프라방의 전통 건축양식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라오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힌다. 빡우동굴과 꽝시폭포에서는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해질녘이 되면 시사방봉 거리는 다시 분주해진다. 줄지은 백열등 불빛 아래 벌어진 수백여개 좌판의 행렬이 화려하다. 한땀 한땀 수공예로 만든 전통 문양의 지갑, 스카프, 인형, 액세서리가 관광객을 바닥에 쪼그려앉게 만든다. 시내 중심의 푸시산에 오르거나 메콩강변을 거니는 것도 좋다. 메콩강변에서 붉게 물든 강물을 보며 맥주 한 잔으로 마른 목을 적시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라오스의 대표 맥주 '비어라오'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인기 맥주다.

여·행·수·첩

◆환율: 라오스의 통화는 킵(Kip). 8000킵이 우리 돈1000원 정도다. 한국에선 직접 환전할 수 없고, 미국 달러나 태국 바트를 준비해 현지에서 환전해야 한다.

◆교통: 인천-루앙프라방 직항편은 없다. 태국 방콕이나 베트남 하노이를 경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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