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채의 지구조각](20) 핀란드 리시툰투리

북유럽 핀란드는 1000개의 호수로 둘러싸인 나라다. 아름다운 산과 숲이 가득하다. 핀란드의 북쪽 라플란드는 여름이면 대자연을 만끽하러 찾아오는 많은 여행객으로 붐비지만, 겨울이 오면 호수는 모두 얼어붙고 모든 것이 새하얀 눈으로 가득 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은 금물. 오히려 눈으로 가득 쌓인 풍경이 동화처럼 아름다워 여름보다 더 매력적이다. 그런 겨울 풍경을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면 찾아갈 곳이 있다. 리시툰투리 국립공원(Riisi tunturi National Par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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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눈이 가득 쌓여 신비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핀란드 리시툰투리 국립공원은 마치 우주 외계의 공간 같다. /케이채
핀란드 북동쪽 포시오(Posio)에서 30km 정도 떨어진 리시툰투리 국립공원은 77㎢의 면적이다. 크고 작은 언덕과 늪지대로 이루어진 리시툰투리의 겨울을 정의하는 풍경은 눈이 가득 쌓인 나무들의 모습이다. 이곳에 가장 흔한 가문비나무에 거대한 눈덩이가 쌓이면서 그 무게에 나뭇가지가 축 처지게 되는데, 마치 예술 작품처럼 기묘한 모양을 한 나무들이 공원 주변을 가득 메우게 된다. 마치 외계의 풍경을 보는 듯하다. 그 기묘함은 여름이 찾아오면 사라진다. 눈이 녹아내리면서 나뭇가지가 부러져 떨어져 나가 사라져버린다. 매해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서 더 매력적이다.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겨울에 1m 넘게 눈이 쌓이는 곳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느냐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눈이 아무리 많이 쌓였어도 문제없이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스노 슈즈(Snow shoes)가 있다. 이 널찍한 눈신발을 신으면 눈 속에 파묻히지 않고 문제없이 리시툰투리를 돌아볼 수 있다. 겨울에도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된 하이킹 트레일은 총 40㎞를 넘어선다. 짧게는 4.3㎞ 정도인 리신 라파시 트레일(Riisin Raapasy Trail)을 통해 돌아볼 수도 있고, 10.9㎞의 키린마탈라(Kir inmatala)나 7㎞의 키린쿠옵파(Kirinkuoppa) 등 취향에 맞는 루트를 선택해 걸어볼 수 있다. 리시툰투리에서 가장 높은 언덕인 리시툰투리 언덕에 오르면 시원하게 뚫린 하늘 아래로 킷카야르벳 호수(Lakes Kitkajarvet)와 주변 언덕, 그리고 그 언덕을 장식하는 가문비나무 숲이 만들어내는 동화 같은 겨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겨울의 라플란드는 해가 무척 짧기 때문에 밖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그래서 당일 여행보다는 하룻밤 정도 리시툰투리에서 머무는 것이 이 국립공원이 가진 매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이런 마음을 지닌 이들을 위해 공원 내에는 하이킹을 즐기는 여행자들이 쉬어가거나 밤을 보내고 갈 수 있는 오두막집이 준비되어 있다. 마련된 땔감으로 벽난로에 불을 지펴 따스하게 몸을 녹이며 시간을 보내고, 다른 여행자들이 찾아오면 함께 여행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이 사용한 땔감만큼 떠나기 전에 다시 채워놓아야 한다는 것. 핀란드 겨울 여행자들의 에티켓으로, 다음에 찾아올 여행자가 금세 추위를 벗어날 수 있도록 땔감을 쌓아주고 떠나야 한다. 오두막집 옆에 나무가 있고 톱과 도끼 또한 있으니 잊지 말도록 한다. 땔감을 마련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따스한 오두막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금세 밤이 찾아온다. 그렇다고 바로 잠자리에 들 생각은 말자. 하늘만 깨끗하다면 수십수백 개에 달하는 별이 밤하늘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운이 좋다면 겨울에만 나타나는 하늘의 축복, 오로라의 방문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리시툰투리 특유의 독특한 설경(雪景) 위에 오로라가 펼쳐지면 그 아름다움은 정말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오직 그 한순간만을 위해서 이곳을 찾아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당신이 꿈꾸는 겨울 동화의 한 장면을 리시툰투리 국립공원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을 테니까.

항공기 편 안내

☞가는 길


핀에어에서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까지 주 7회 직항편을 운행하고 있다. 헬싱키에서 국내선으로 환승 후 쿠사모(Kuusamo)로 향하면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리시툰투리 국립공원에 닿을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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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나찰로 시청사./사진=핀란드관광청

MBC에브리원 예능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핀란드 편이 시청률 5.4%를 기록하며 핀란드에 대한 국내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핀란드 관광청은 핀란드 4인방의 순박함을 닮은 그들의 고향 이위베스퀼레(Jyväskylä)를 소개한다.

핀란드 중부 레이크랜드 지역의 중심 도시인 이위베스퀼레는 핀란드 중심부에서 가장 큰 도시다. 교육 도시로 알려졌지만 여행지로서의 매력도 다양하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 알바 알토(Alvar Aalto)가 추구했던 디자인의 따뜻함과 호수가 많은 지역인 레이크랜드의 자연환경이 여행자의 발길을 사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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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알토 박물관./사진=핀란드관광청
- 사람을 생각했던 건축가, 알바 알토를 좆는 여정

이위베스퀼레에는 핀란드 출신 건축 거장 알바 알토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전 세계에서 알토의 작품이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초기 건축물까지 만날 수 있어 도시 자체가 알토 박물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28개에 달하는 그의 작품이 극장, 시청, 대학교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알바 알토 박물관에서는 그의 건축, 디자인 철학과 알토 개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페이옌네 호수의 호반에 위치한 무라살로 실험 하우스에는 실제로 그가 여러 소재와 기법을 자유롭게 연구했던 공간이 남아 있으며 세이나찰로 시청사는 건축물에 민주주의적 가치를 담고자 했던 알토의 의도를 드러낸다. 알바 알토 재단 홈페이지을 통해 가이드 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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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위베스야르비 호수./사진=핀란드관광청
- 자전거와 크루즈로 여행하는 핀란드 레이크랜드의 중심

자전거나 크루즈를 이용하는 것은 호수로 둘러싸인 이위베스퀼레를 가까이 느껴보는 방법이다. 레이크랜드 지역에서 가장 큰 호수인 페이옌네 호수는 호수의 나라 핀란드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호수다. 여름철에는 수많은 섬과 물길 사이사이로 호수를 누비는 크루즈가 인기다.

이위베스야르비 호수에는 자전거로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자전거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자전거 여행객들은 경치를 감상하고 호수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기도 한다. 좀 더 여유로운 여행을 원한다면 마미니에미 항구가 제격이다. 자연이 만든 항구에서의 휴식과 호숫가 사우나의 조합은 꿈에 그리던 여유를 선사한다.

이위베스퀼레는 헬싱키에서 기차 또는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핀에어를 이용하는 여행객은 핀란드 무료 1회 스탑오버가 가능하며 5시간부터 최대 5일까지 머무를 수 있다.


탐스럽고 단단하다. 북유럽 디자인 제품은 아무리 오래 두어도 질리는 법이 없다. 그래서 누구나 한번쯤 북유럽에서 날아온 가구와 소품만으로 집을 꾸미는 상상을 한다. 저것을 잉태한 곳은 대체 어디란 말인가. '갖고 싶다'는 일차원적인 욕망은 '떠나고 싶다'로 발전했다. 북유럽 국가 중 2012년 세계디자인도시로 선정된 헬싱키를 콕 집었다. 세계디자인도시에서 경험한 디자인? 비싸거나 어렵지 않았다. 디자인은 삶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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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의 문을 두드리자 신을 향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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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외관은 야구 돔 경기장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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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를 담은 튼튼한 기둥은 바로 '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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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입구에 꽂힌 십자가가 '이곳은 교회'라고 알려 주었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Temppeliaukio Church 자연과 신을 향한 오마주


헬싱키는 춥다. 4월에도 눈이 내리는 나라니, 실내에서 머무르는 시간도 그만큼 길다. 핀란드인은 지혜로웠다. 자연환경을 원망하지 않고 너그러이 활용하고자 했다. 헬싱키의 건축물은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 들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암석 교회로 불리는 템펠리아우키오 교회Temppeliaukio Church는 자연친화적인 핀란드 디자인으로 인도한다.

1969년 교회를 설립할 당시, 티모아 투오모 수오말라이넨 형제는 그 자리에 있던 암벽를 깎아 교회를 만들었다. 입구 상단에 꽂힌 자그마한 십자가만이 그곳이 '교회'임을 말해 줬다. 비밀 아지트로 들어가듯 이곳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켜켜이 쌓인 돌 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성수聖水가 담긴 그릇도 돌, 그릇을 받치는 기둥도 돌이었다.

루터교를 국교로 정한 핀란드에서는 모든 성직자가 공무원이며 당연히 보수도 국가로부터 받는다고 했다. 청렴결백이라는 가치를 종교로 어릴 적부터 배우는 덕분인지 핀란드의 청렴지수는 항상 높다. 바치는 재물에 따라 신앙의 정도를 가리겠다는 한국의 몇몇 교회의 풍토를 여기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신을 부정하지도 신을 애타게 찾지도 않는 무색무취의 사람이지만, 템펠리아우키오 교회에 머무는 그 순간만큼은 유신론자가 되고 싶었다.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이 되어 정면의 제단을 향해 머리 숙였다. 빗살무늬 모양의 유리창을 타고서 한 줄기 빛과 서늘한 바람이 머리 위로 내렸다. 눈물을 훔치는 여행자도 보였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가는 방법 헬싱키 시내에서 트램 3T 탑승 후 Sammonkatu 정거장 하차, 도보 5분 문의 09-2340-5920


국립현대미술관 키아즈마
Nykytaiteen Museo Kiasma
겉도 속도 매력적인 예술의 향연


헬싱키의 랜드 마크는 단연 핀란디아 홀Finlandia Hall이다. 핀란드가 낳은 거장 알바 알토Alvar Alto가 만든 핀란디아 홀은 보는 사람을 아이처럼 순수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벽면이 뽀얀 까닭에 주변 나뭇가지의 그림자도 핀란디아 홀에 그대로 반사됐다. 그러나 핀란디아 홀은 이웃사촌인 국립현대미술관 키아즈마Nykytaiteen museo Kiasma의 관능미를 따라가진 못했다.

건물이 곧 입체 예술품인 키아즈마 미술관은 도심 한복판에 풍만한 몸을 그대로 드러냈다. 미술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투명한 유리로 미술관의 몸통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밖에서 바라보면 그 속이 훤히 보일 정도다. 흘깃흘깃 밖에서 내부를 훔쳐보다가 결국 입장권을 사고 말았다. 입장권은 8유로. 여행자를 위한 헬싱키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핀란드 디자인을 일컬어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 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실속있고, 무엇보다 약자를 배려한다. 건축물의 실내 디자인도 당연히 핀란드의 철학을 따랐다. 미술관 입구의 우측에는 층계를 없앤 통로가 똬리를 틀고 있어 여행용 가방을 드르륵 드르륵 끌고 다녀도 무관할 정도로 걸어 다니기 수월했다. 휠체어를 탄 아이가 자유자재로 전시장을 활보했고 노부부가 손을 잡고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감탄하는 사람은 한국에서 온 나 하나뿐이었다.

미술관은 오감을 자극하는 기획전을 전시한다. 상상력의 빈곤을 앓는 환자라면, 이곳의 작품은 충격적이다. 멀티미디어아티스트로 유명한 자넷 카디프Janet Cardiff와 조지 뷔르 밀러Gorge Bures Miller도 지난 5월까지 이곳에서 전시를 올렸다. 작품명은 <까마귀의 살인The Murder of Crows>. 미술관 4층부터 자넷 카디프의 목소리와 구슬픈 까마귀 소리가 들리더니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이어졌다. 음악 소리를 따라서 건물의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연주자도 악기도 그곳엔 없었다. 단지 탁자 위에 놓인 축음기 한 대와 98개의 직사각형 검정색 대형 스피커만이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 소리가 없는 영화는 봤어도 이미지가 없는 영화는 처음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키아즈마┃가는 방법 헬싱키 중앙역에서 도보 5분 문의 09-1733-6501
홈페이지www.kiasma.fi입장료 8유로
헬싱키 카드 주요 교통수단부터 약 50여 개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인기 음식점과 쇼핑센터에서 할인도 가능하다.
요금 24시간 34유로, 48시간 45유로, 72시간 55유로 홈페이지www.helsinkicard.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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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로 만들어진 국립현대미술관 키아즈마. 밖에서도 미술관 내부가 훤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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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을 장식한 까마귀, 섬뜩하고 충격적인 작품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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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앞을 만네르하임 장군의 동상이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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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넷 카디프와 조지 뷔르 밀러의 작품, 까마귀의 살인은 '볼 수 없는' 한 편의 영화다

헬싱키 반타공항
Helsinki Vantaa Airport 공항에서 잘 노는 방법, 숨은 의자 찾기


공항은 여행이라는 코스 요리의 애피타이저 혹은 디저트다. 특히 경유를 위해 공항 한 구석에서 쪽잠을 청할 때면 마치 상한 음식을 먹는 것마냥 불쾌했다. 그러나 헬싱키 반타공항Vantaa Airport은 훌륭한 메인요리에 가까웠다. 공항을 그저 눈으로 한번 쓰윽 둘러본다면, 패스트푸드 햄버거를 질겅질겅 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조미료를 쫙 뺀 정식을 먹을 때처럼 천천히 공항을 음미할 것을 권한다. 출국 당일, 일부러 짐을 일찍 부치고 홀가분한 몸과 마음으로 '공항 여행'을 시작했다.

사우나와 스파가 있는 공항으로 유명해진 반타공항. 사우나의 발원지가 핀란드니, 공항 내 사우나를 만든 건 필연인지도 모른다. 반타공항에는 사우나와 스파만큼 재미난 장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아이는 공항 내 놀이터에서 인형을 갖고 놀거나 그림을 그렸고, 어른은 시끌벅적한 공항 내 펍이나 와인 바에서 무료한 대기시간을 단축했다. 북유럽 디자인 제품을 한데 모아둔 상점을 둘러보다 보면 헬싱키 시내를 다시 휘젓고 다니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러나 여행으로 지칠 때로 지친 몸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쉴 수 있는 자리를 갈구하기 시작했다.

국제선 터미널과 국내선 터미널을 이어주는 복도에 흔들의자Rocking Chair가 보였다. "나를 흔들어 봐! 내 위에 앉아 나를 흔든다면, 너는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될 거야." 의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몸을 맡겼다. 체어맨Chairman이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의자는 예로부터 권위의 상징으로 통했다. 흔들의자라면 더더욱 대형 저택의 마당이나 거실에 있는 게 맞다. 그러나 이 흔들의자는 공항뿐만 아니라 올해 여름에는 헬싱키 시민의 쉼터로 불리는 에스플라나디 공원Etelaesplanadi park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흔들의자 파티Rocking Chair Get-Together'가 열린다. 파티에 참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흔들의자를 구매하거나 흔들의자에 앉거나. 흔들의자를 구매한다면 더 좋다. 구매비용은 모두 자선 기부금으로 쓰이니까 말이다.

반타공항의 의자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탑승 게이트 앞에 누워 있었다. 어디에? 선베드Sunbed에! 당신이 생각하는 그 선베드다. 모래사장 위에 있어야 할 선베드가 공항에 있다니. 공항에 선베드를 놓자고 제안한 그 사람은 여행심리학자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이 좋았건 나빴건 간에 출국을 앞둔 그 찰나의 순간은 항상 마음을 괴롭혔다. 선베드 위에 드러눕자, 여행의 마침표를 찍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헬싱키 반타공항┃홈페이지www.helsinki-vantaa.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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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복도에서 만난 흔들의자Rocking Chair, 올해 여름에는 에스플라나디 공원에서 흔들의자 파티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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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을 미리 느끼고 싶다면, 의자를 유심히 들여다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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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타공항은 또 하나의 관광지다. 비행기 대기시간도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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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혁명을 이룬 핀란드는 공항도 남다르다. 탑승게이트 바로 앞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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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MAS 로바니에미 산타마을
Santa Claus Express to Dream Land
봄에 만난 크리스마스 세상

일종의 '스토리'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살아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팎으로 스토리 없이 매우 깔끔한 나날들을 직시할작시면 때론 헛웃음이 날 일이다. 종종 가슴을 눌러 주어야 할 정도로 떨리는 날들을 지나올 그 즈음엔 이다지도 담담한 심플함을 목 메이게 갈구하기도 했었건만.
꽃 피는 춘사월,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핀란드 헬싱키로, 그곳에서 다시 밤 기차를 타고 무려 12시간을 달려 북극권의 땅 로바니에미Rovaniemi로 향했다. 산타가 살고 있다는 그곳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펼친 듯, 북국의 봄볕 아래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글·사진 한윤경 기자

취재협조 유레일www.EurailTravel.com/kr, 터키항공www.turkishairlin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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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클로스 특급
Santa Claus Express 산타 클로스 만나러 가는 길

기차를, 그것도 야간 열차를 타고 산타 클로스를 만나러 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탁월한 선택이다. 거기에 열차의 이름 또한 산타 클로스 특급Santa Claus Express이다. 산타 클로스를 타고 산타 클로스를 만나러 가면서 기차 여행의 편의와 낭만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환상의 패키지다.

밤 기차의 객차에 오르니 그동안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나만의 공간이, 나만의 시간을 준비하고 오롯이 기다리고 있다. 어두운 차창 밖 풍경은 기차의 속도감에 묻혀 까맣게 지워진 채로 뒤로 밀려가고 한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그것'들이 살금살금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스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는 시간, 산타를 만나러 가는 여정에 걸맞게 그동안 까마득히 잊었던 유년의 풍경들까지 불쑥 고개를 들이민다.

어른들은 훌쩍 자란 아이들에게까지 산타를 믿으라고 교묘하게 주문을 걸었다. 그 주문은 기특하게도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한동안 큰 효험을 발휘하곤 했다. 단지, 주문을 건 어른 스스로도 그 주문에 빠져 버려 함께 들떠 돌아갔던 다소간의 부작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과거나 현재나 기꺼이 산타와 공모하려는 사람들의 바람으로 인해 세계 도처에 산타 마을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자타공인 으뜸은 역시 핀란드 로바니에미의 산타 마을이다. 기차역에 내려, 봄눈 덮인 거리를 지나 산타 마을로 향하는 길, 로바니에미가 산타의 고장이라는 사실에 의심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쾌청한 공기와 쨍하게 파란 하늘과 자작나무숲이 흘러가는 평온하고 고요한 의젓함은 산타 클로스에 딱 어울리는 배경화면이다.

핀란드 라플란드Lapland주의 주도인 로바니에미는 핀란드 북쪽, 북극권Artic Circle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깔끔한 계획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처참히 파괴되고 현재의 모습은 대부분 재건된 것이다.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핀란드의 국민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의 손길이 도시 전반에서부터 곳곳에 자리한 건축물들에까지 고루 영향을 미쳤다. 순록의 뿔 모양을 본따 로바니에미의 도로를 설계하는 등, 지역 특유의 자연 환경을 고려하고 차용한 도시계획과 설계는 로바니에미에 대한 그의 애정을 가늠케 한다.

인구 6만명 중에 40% 가까이가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는 로바니에미는 라플란드의 대표적인 겨울 휴양지다. 겨울 최저기온이 영하 36도까지 내려가는 혹독한 기후조건에도 불구하고 청정하고 맑은 자연과 겨울 액티비티 그리고 산타 마을이 자리해 있어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여름의 백야와 더불어, 라플란드 원주민 사미Sami족이 '여우 꼬리가 바위를 치면서 만드는 불'이라고 믿는 오로라 또한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볼거리. 오로라는 겨울이 깊어질 무렵부터 3월 말까지 밤 하늘에 출현해 관광객들을 한껏 홀려 놓는다. 오로라를 '죽은 영혼들이 공놀이를 하며 일으키는 불'이라고 믿기도 한다니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희귀체험에 참 잘 어울리는 풀이가 아닐 수 없다.

소박한 로바니에미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하얀 눈을 소담스럽게 머리에 이고 산타 마을이 자리해 있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마무리한 산타 할아버지는 눈 덮인 봄날에,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계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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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을의 시계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오히려 잠시 멈춰 선다. 전세계 모든 이를 한꺼번에 모두 헤아려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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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봄볕 아래 흰 눈에 덮여 있는 산타 마을은 연중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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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바니에미 기차역의 새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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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클로스 특급의 객차 안

▶T clip. Santa Claus Express


산타 클로스 익스프레스는 헬싱키에서 로바니에미까지 핀란드 철도(www.vr.fi)에서 운행하는 야간 열차로 유레일 글로벌 패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유레일 글로벌 패스는 연속기간이나 비연속기간 동안 23개 국가를 무제한으로 여행할 수 있는 패스이며, 유레일 글로벌 패스 이외에도 한 나라나, 두 나라, 혹은 3~5개 나라를 조합해서 이용할 수 있는 유레일 패스도 있으니 일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장거리 여행의 경우 야간 열차를 이용하면 편안하게 자면서 이동할 수 있고 더불어 숙박비를 절약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산타 클로스 익스프레스는 편안한 침대와 객실 내 샤워시설 등 세심하게 마련된 편의시설과 식당칸 등을 갖추고 움직이는 호텔의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www.EurailTravel.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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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바니에미
Rovaniemi 믿는 자에게 동화 같은 스토리가 깃들지니


바쁜 시기를 마무리한 산타 마을은 혹시 문 닫은 놀이공원처럼 적막한 것은 아닐까? 산타 할아버지는 따뜻한 벽난로 옆에서 지난 시즌의 피로를 풀며 곤히 단잠에 든 것은 아닐까? 우려에도 불구하고 산타 마을은, 직무실을 비롯해서 우체국과 기념품숍 등 여전히 많은 방문객들로 분주해 보인다. 크리스마스가 지났지만 산타는 방문객들을 맞이해 친밀하게 인사도 나누고 기념촬영도 해주느라 바쁘시다.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사이에 앉아 있는 산타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푸근히 받아 줄 듯한 모습을 하고 두 팔을 벌려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아이는 물론 다 큰 어른들까지 해맑게 미소 지으며 다가가는 신기한 풍경이다.

산타 마을의 우체국에는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사연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핀란드 산타 마을.'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주소지로 보내진 우편물들이다. 수많은 편지와 엽서와 선물들이 색색의 바람과 사연을 싣고 들어오는 한편, 우체국 한 쪽에서는 방문객들이 지인들에게 엽서를 써 보낸다. 작은 소망들이 당도하는 소박한 우체국의 나무 테이블 위 한 귀퉁이에서 안부를 묻고 따뜻한 마음을 보내는 것이다. 그 엽서들은 보내는 이의 의중에 따라 바로 부쳐지기도 하고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맞춰 보내지기도 한다. 두 종류의 배송에 맞춰 우체통도 두 가지로 분류되어 있다. 로바니에미의 산타 클로스는 연중 60만통 이상의 편지를 받고 4만통 이상의 답장을 써 보낸다.www.santaclaus.fi

로바니에미 산타 마을을 나서며 나 또한 푸근한 선물 하나를 챙겼음을 깨닫게 된다. 기차를 타고 산타 마을로 향하면서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소망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던 일, 엽서를 쓰면서 누군가에게 골라 보내려 곱고 이쁜 말들을 줄줄이 떠올렸던 일, 그 시간 속에서 언제까지라도 지니고 싶은, 훈훈한 '스토리'를 선물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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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을 어느 곳을 들어가든 1년 사시사철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이 기분을 한껏 고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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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을의 기념품숍에는 루돌프를 비롯해 각종 완구류들이 진열돼 있어 어린 손님의 눈길을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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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견실에서 손님들을 반기는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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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을 우체국에서는 소중한 사람에게 엽서를 써 보낼 수 있다. 바로 보낼지,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맞춰 보낼지 우체통을 잘 보고 넣으면 된다

●로바니에미 관광명소

악티쿰Arktikum
로바니에미 도심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자리한 악티쿰은 박물관이자 과학관이며 회의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는 로바니에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다. 172m에 이르는 유리 복도를 통해 깨끗한 로바니에미의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악티쿰 건물은 덴마크 건축회사가 설계한 것으로 1992년 12월, 핀란드 독립 75주년을 기념해 개장했다. 북극권의 사람들과 자연, 문화 등을 주로 전시하고 있는 악틱센터와 로바니에미의 역사와 사미족에 관해 전시하고 있는 라플란드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1994년 핀란드 관광 분야 언론인들이 선정한 최고의 핀란드 관광명소로 뽑힌 바 있으며 매년 8만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다.www.arktikum.fi

악틱스노호텔Artic Snow Hotel
눈과 얼음으로 지은 호텔로 호텔 내부에는 눈 벽을 솜씨 좋게 깎아 장식한 부조 작품들이 백색 결정으로 반짝이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호텔 외에도 레스토랑과 예배당, 사우나 등이 있으며 매년 11~12월에 건축을 시작해 1~4월 동안만 영업한다. 라플란드의 자연과 어우러진 신기하고 아름다운 호텔의 시설과 섬세한 눈 조각이 매력적인 내부 인테리어에도 불구하고 객실은 머물 수 있을까 싶게, 말 그대로 얼음짱이다. 막상 객실이 너무 추워 머물기 어려워하는 손님들을 위해 따로 간이 객실도 마련하고 있다. 1일 투어도 운영하고 있으며 10유로만 내면 관람만 할 수도 있다. 로바니에미 도심에서 약 25km 거리에 위치.www.arcticsnowhotel.fi

순록목장Artic Circle Reindeer Farm
로바니에미 산타 마을까지 왔는데 순록 썰매 타기는 빼놓을 수는 없는 필수 코스다. 산타 할아버지의 단짝, 빨간 코 루돌프는 아니지만 순록이 직접 끄는 썰매를 타 볼 수 있다. 허브 차와 쿠키를 맛보면서 순서를 기다리다가 자작나무 숲길을 내달리는 썰매 위에서 한껏 기분을 내 본다. 썰매 타기가 끝나면 순록 썰매 면허증도 발급해 준다. 순록 목장 구경과 썰매 타기, 식사로 구성된 순록 패키지는 2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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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바니에미의 악티쿰은 핀란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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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 눈으로 만들어 동절기에만 영업이 가능한 악틱스노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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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바니에미 필수 액티비티, 순록 썰매 타기

▶interview. 핀코Finnko 김미경씨


로바니에미 일정 내내 로바니에미 곳곳을 차분하고 성의 있게 소개해 주던 김미경씨는 신기하게도 로바니에미의 쾌청하고 해맑은 청정 자연과 닮아 보였다. 그녀는 라플란드대학에 학기마다 교환학생으로 오는 한국 학생들을 제외하고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두 명의 한국인 중 한 사람이다. 서울에서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던 중 2006년 가을, 핀란드에 공부하러 왔다가 로바니에미의 아름다운 자연과 관광전망을 보고 2010년 여름, 핀란드 최초로 한인 여행사 핀코를 설립하며 로바니에미에 정착했다.
현재 한국 관련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관련 가이드 및 통역 일을 하고 있는 김미경씨는, 로바니에미는 작년 한 해에만 지역 주민 수의 10배에 달하는 60만 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갈 정도로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주목하는 여행지라며 '시간이 천천히 가는 듯 여유롭고 깨끗한 자연과 건축, 예술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곳에서 바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기 원한다면 로바니에미가 안성맞춤'이라며 말했다.
홈페이지www.finnko.com이메일mikyoung.kim@finnko.com
전화번호 +358-50-9330-105, 070-7545-1238

영화가 주는 감동은 참으로 대단하다. 어느 일요일 오후 혼자 방 안에 앉아 영화 <필링Feeling>을 훌쩍거리며 본 지 무려 3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찡한 콧등의 울림이 느껴질 정도니 말이다. 이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을 감동을 주는 영화는 여행을 떠나게도 한다. 7년 전 우연히 본 영화 <카모메 식당>이 그랬다. 갈 곳 모를 진한 외로움을 지닌 주인공이 음식을 통해 치유돼가는 것을 보면서 영화 속 무대인 헬싱키에 반드시 가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겨났다. 간절하면 이뤄진다는 것을 오스트리아 출장길 비행기 안에서 깨닫고 마음이 ‘꽁당꽁당’ 뛰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처럼 여행이 쉽지 않던 2000년대 초반에는 여행사의 상품 혹은 도시를 테마로 여행의 목표를 잡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의 목표를 특정한 장소, 먹거리, 쇼핑, 레포츠, 음악 등으로 세분화해서 떠나는 여행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행은 이제 디테일한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해지고 있다.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에 마음이 꽂힌 것은 핀란드와 전혀 상관없이 일본의 한 영화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고 그곳에 가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긴 것은 정말 처음이었다.

핀란드 헬싱키 풍경

외로움과 그리움이 신화처럼 퍼지다

원래 헬싱키는 목적지가 아니었다. 오스트리아로 10일간의 긴 출장 일정을 짜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유럽의 노동절과 맞물려서 항공편에 문제가 생겼다. 이리저리 상황을 알아보니 어쩔 수 없이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1박을 하고 프랑크푸르트로 간 후 바로 오스트리아로 환승하는 복잡한 일정이 나오게 됐다. 이번 출장은 매우 힘들겠다고 속으로 투덜투덜하면서 헬싱키에서 1박을 하고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일정을 체크하다가 지도 상의 헬싱키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세상 어디를 가도 슬픈 사람은 슬프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법이잖아요” 라고 말하던 사치에의 목소리가 들렸다. 몇 년 전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던 중에 우연히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았다. 그랬더니 내 무료함은 외로움이 되었다가 곧 그리움으로 변해갔다. 꼭 그곳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헬싱키로 여정이 잡힌 걸 보면, 그리움의 깊이에 따라 무엇이든 이뤄질 수도 있겠다는 작은 희망이 생긴 것 같아 내심 흡족했다.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 그리고 핀란드까지 북유럽은 외로움과 그리움이 절묘하게 믹스돼 있는 이미지다. 추운 나라일수록 절실한 감성이 신화처럼 깊이 밴 탓이리라. 

핀란드 헬싱키 풍경

핀란드의 반타 국제공항에 내리면서 ‘후욱’ 코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긴 비행의 피곤이 절로 풀리는 듯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바로 오스트리아로 가야 하기 때문에 공항 근처에 숙소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웬만하면 그냥 쉴까도 생각했지만, 사치에의 목소리가 들린 이상 도저히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헬싱키 시내로 가기 위해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반타 국제공항으로 돌아와 651번 버스(61번 버스도 가능)로 갈아탔다. 전체 면적의 75%가 산림으로 뒤덮인 핀란드답게 시내로 가는 내내 거친 소나무 숲이 계속 이어졌다. 핀란드에서는 5월부터 9월까지 낮의 길이가 19시간에 달하는 백야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대낮처럼 환한 탓에 정신없이 시내 투어를 하다가 문득 본 시곗바늘이 버스가 끊기는 저녁 9시 언저리에 와 있음을 발견하고 기겁을 한 적도 있다. 우리처럼 외곽에 숙소를 마련했다면 반드시 정기적으로 시계를 살펴봐야 낭패를 보지 않을 듯하다. 1시간 정도를 달려 마침내 헬싱키 시내로 들어섰다. 헬싱키 중앙역 광장을 중심으로 쇼핑몰이 양옆으로 이어져 있고 명품숍도 즐비했다. 4월 말의 날씨는 쌀쌀하지만 시원하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눈물 나게 맛났던 ‘카빌라 수오미’

핀란드 헬싱키 풍경

에스플러네이드 공원(Esplanade Park)에는 따사로운 햇살 아래 노천카페에서 차 또는 맥주를 마시는 핀란드인과 관광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공원 곳곳에서는 벤치에 앉아 눈 감고 그저 햇볕을 즐기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찾아가야 할 ‘카모메 식당’을 찾는다는 가벼운 흥분은 물어물어 길을 찾아가면서 불안감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두리번거리는 한 덩치 하는 동양의 두 남자가 신기하고 안타까웠는지 딱 보기에도 호호 할머니 같은 분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마치 축지법이라도 쓰는 듯 골목골목을 10여 분간 종횡무진 누비시더니 거짓말처럼 카모메 식당 앞에 우리를 내려놓으셨다. 원래 이름은 ‘카빌라 수오미(KAHVILA SUOMI)’로 항구 노동자들이 즐겨 찾는 자그마한 식당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마치 성지순례 행렬처럼 사람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즐거운 여행이 되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드시며 떠나는 모습에 무척 감동해 한동안 할머니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막상 찾아간 카빌라 수오미는 영화 촬영장으로 입소문과 유명세를 탄 만큼 꽤나 화려한 외관일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그저 항구에 있는 자그마한 식당의 모습 그대로였다. 단지 영화 포스터 하나가 덩그러니 붙어 있을 뿐이니 어찌 찾을 수 있겠는가. 식당 찾기에 신경을 쓰다가 긴장이 풀리니 몹시 허기가 졌다. 식당 안에 들어가 창가 쪽 테이블에 앉으니 맘씨 좋게 생긴 할머님이 시원한 물 한잔을 갖다 주셨다. 이곳 핀란드 할머니들은 왜 이리 다 멋있고 인자하게 생기신 걸까. 연어스테이크와 미트볼을 주문하니 삶은 달걀을 띄운 브로콜리수프를 내줬다. 한술 뜨니 진한 크림의 고소한 맛과 브로콜리의 향이 어우러져 굳어 있던 몸이 단숨에 녹아 풀어졌다. 수프는 계속 리필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예의 인자한 미소를 띠며 삶은 달걀을 올려주시는 할머니의 미소 덕에 참으로 행복했다. 이곳의 연어스테이크는 반드시 먹어보길 추천한다. 핀란드에서 주로 잡히는 어종답게 연어의 풍미는 가히 오감을 만족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여기에 으깬 감자와 튀김 감자를 선택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으깬 감자가 더 맛있었다. 10유로 내외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간단한 샐러드는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고 커피 및 간단한 음료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특히 직접 만든 하우스 맥주 맛은 피로회복제처럼 느껴졌는데, 보리의 향과 적절한 탄산 그리고 과하지 않은 감미가 계속 리필을 하게 만들었다. 이 역시 무료다.

핀란드 헬싱키 풍경


항구를 거닐다

핀란드 가정에서 식사 대접을 받은 듯한 푸근함과 포만감을 안고 헬싱키 항구로 나섰다. 카빌라 수오미에서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바로 사치에가 장을 보던 마켓 플레이스가 나온다. 아침 6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열리는데 오후 2시에 공항에 도착한 탓에 직접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시간 맞춰 가면 싱싱한 채소와 과일, 생선을 파는 활기 넘치는 시장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워낙 신선하고 값싼 생선이 많아 ‘피시 마켓(Fish Market)’이라고도 불린다. 출출할 때는 바로 먹을 수 있게 만든 훈제 고기나 핀란드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완두콩을 간식으로 먹으며 눈과 입이 즐거워지는 구경을 할 수 있다. 또한, 5월 중순에서 9월 초까지는 야시장이 선다고 하니 놓치지 말 것. 

이곳에서는 시원하게 느껴졌던 날씨가 상당히 춥게 느껴졌는데,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항구는 춥다는 선입견 탓도 있는 것 같았다. 뒤집어놓은 배 위에 앉아 있는 늠름한 카모메(일본어로 갈매기를 뜻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사람들이 다가가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볼일만 보는 그 당당함(?)이 아주 귀여웠다. 이 항구를 통해 스웨덴의 스톡홀름이나 러시아의 탈린으로도 가는데 바이킹라인과 실야라인이라는 페리를 이용한다. 발트 해의 처녀라는 애칭답게 항구가 그리 크지 않고 아기자기한 것이 예쁜 여성을 닮았다. 어느덧 항구 벤치에 앉아 발트 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저절로 이끌리듯 벤치나 바닥에 앉아서 바다를 보고 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걸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자연스레 그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저물어가는 항구의 모습을 눈에 가득 담았다. 

핀란드 헬싱키 풍경


Info
핀란드의 수도로 행정과 상업의 중심지. 남부 핀란드에 있는 핀란드 만 기슭에 위치한 항구도시이고 1952년 제15회 올림픽과 제47차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가 개최된 곳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으로 핀란드 최대의 수출입항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쇄빙선을 가동하여 항로를 유지하고 있다. 핀란드의 국영 항공사인 핀에어를 이용해 헬싱키까지 직항으로 가거나 유럽으로 가면서 헬싱키에서 1박 스톱오버하는 것도 좋다. 스톱오버 시 반타 국제공항 근처에 숙박처를 정하고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 시내에 다녀오면 반나절 안에 헬싱키를 즐길 수 있다.


여병구 작가는 
‘여행은 떠날 때마다 이유를 만들게 하는 행복한 변명이다’를 모토로 세계여행잡지인 <뚜르드몽드>의 편집장으로서 여행을 떠나거나 혹은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며 ‘좋은 여행’을 만들어가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지만 독자들의 대신 누릴 권리를 위해 그의 시선은 항상 세계로 향하고 있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글·사진 여병구(여행작가, <뚜르드몽드> 편집장)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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