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회 휩쓰는 그리스 와인

나우사·아민데오·드라마 위치
매년 그리스 유일의 국제 와인 대회가 열리는 테살로니키와 북부 그리스 지역에선 주신(酒神) 디오니소스 숭배 관련 유물이 자주 발견된다. 포도주를 빚기 시작한 지 이미 5000년. 그리스인들에게 포도주는 일상이었다.

그런데 20여 년 전부터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프랑스 등 와인 양조 기술이 발달한 나라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신세대들이 그리스 와인 고급화를 이끌기 시작했다. 지금은 권위 있는 국제 와인대회에서 그리스 토착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수상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300여 종의 다양한 토착 품종, 토양과 기후에 맞춘 현대적 재배, 첨단 양조 기술의 도입 덕이다.

(왼쪽부터) 키르야니 디아포로스, 부타리 나우사, 알파 시노 마브로 리저브, 키르야니 아카키스 로제 스파클링
(왼쪽부터) 키르야니 디아포로스, 부타리 나우사, 알파 시노 마브로 리저브, 키르야니 아카키스 로제 스파클링
테살로니키 서쪽 나우사는 그리스를 대표하는 적포도 품종 '시노마브로'로 유명한 곳. 아직 대규모로 재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맛과 향의 가능성, 숙성 잠재력이 여전히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매력적 품종이다. 나우사 역시 살짝 서늘한 지중해성 기후에다 물이 잘 빠지는 경사면 지형이 많아 와인용 포도 재배에 유리한 조건. 그리스를 대표하는 와인 가문 부타리가(家)의 큰아들이 만드는 '키르야니' 와이너리의 '디아포로스'는 시노마브로 87%에 시라 13%를 섞은 와인이고, 시노마브로 100%로 만드는 '부타리 나우사'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어서 그리스 와인 입문용으로 좋다.

나우사 북쪽 베르미오 산 너머의 아민데오는 일교차와 연교차가 큰 유사 대륙성 기후. '아시리티코' '말라구시아' 등 토착 백포도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와 로제 와인이 유명하다. 그리스 와인 가운데 최고급품으로 널리 알려진 알파 이스테이트 등의 와이너리가 이곳에 있다. 나무 수령이 90년 이상 된 시노마브로 포도나무에서 딴 포도로, '알파 시노마브로 리저브' 등이 추천할 만하다.

동유럽 쪽에 가까운 드라마 지역은 새로 생긴 와이너리가 많고, 여전히 기후와 토양에 알맞은 품종의 재배 실험이 활발한 지역. 파블리디스 에스테이트의 그리스 토착 품종 아요르기티코로 만든 레드 와인은 포도나무당 수확량을 제한해 맛과 향이 집중된 포도만 골라 만든다. 농밀한 과일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매력적. 연간 생산량이 2500병에 불과하며 전량 수출된다.

그리스 와인 세계화를 이끈 인물 중 첫 손에 꼽히는 에반겔로스 게로바실리우를 지난 3일 그의 와이너리에서 만났을 때, 최근 재평가받는 그리스 와인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그리스 와인은 단지 맛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세요. 지중해의 햇빛, 바닷바람, 반짝이는 모래, 친구들과 둘러앉아 함께 마실 때 그 와인의 맛을."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누구나 아테네에 들어서면 작은 갈등에 사로잡힌다.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아크로폴리스는 어느 골목을 거닐어도 그림자처럼 쫓아다닌다. 전통요리를 파는 플라카 지구의 타베르나에 앉아 기로스 한 조각을 우적우적 씹어 먹어도 아크로폴리스는 옆에 다가와 있다. 소설의 클라이막스를 들춰보는게 설레 듯, 아크로폴리스에 오르는 때를 정하는 것 역시 작은 감동과 갈등을 안겨준다.

우윳빛 신전들은 분명 아테네의 트레이드마크다. 그 유적과 미로 같은 골목 사이에 솟아 있는 언덕이 아크로폴리스다. 아크로폴리스 일대는 고대 그리스 유산의 백미들이 모두 가지런하게 정열 해 있다. 아크로폴리스는 맥주 한잔 걸치며 그윽이 바라보는 친근한 곳이 됐지만 고대 아테네 시절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일반인의 접근조차 금지된 경외스러운 땅이었다. 그 존망 받는 땅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아테나 여신을 기리던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아테나 여신의 신전인 파르테논

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어로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을 의미한다. 도시국가의 군사적 요새 뿐 아니라 종교적 목적으로 활용됐으며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신을 모셨다.

고대 아테네를 수호하던 가장 강력한 존재이자 시민들이 사모했던 신은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였다. 위대한 유산으로 칭송받는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은 아테나 여신을 기리는 신전이다. 파르테논이라는 이름에도 '처녀의 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기원전 438년에 완공된 파르테논은 푸른 하늘을 지붕 삼아 46개의 기둥이 떠받들고 있다. 기둥의 지름만 해도 1.9m로 감히 한 아름에 안기에는 두툼하고 영험하다. 파르테논은 1600년대 중반 베네치아 군대의 포격으로 상처를 입었고, 주요유물들 역시 약탈당해 런던의 대영박물관으로 옮겨진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다.

파르테논 옆으로는 이오니아 양식의 에렉테이온 신전이 들어서 있다. 이 신전 역시 건물을 떠 받들고 있는 6명의 거상이 모두 여인상이다. 에렉테이온에는 아테네의 도시 생성을 두고 포세이돈과 아테나 여신이 경쟁했던 신화적 사연이 담겨 있다. 포세이돈은 소금 샘이 솟도록 했고, 아테나는 올리브 나무가 자라나도록 했다는데 신전 옆 올리브 나무는 승자인 아테나를 기려 심어졌다고 한다. 에렉테이온 여인상의 진품 등 아크로폴리스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별도로 전시돼 있다.



수천 년 문명이 서린 언덕과 골목

아크로폴리스에 올라선 여행자들의 시선은 신전의 경외스러움을 찬미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언덕은 아테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보는 전망 포인트이기도 하다. 한낮에 휴식을 취했던 플라카 지구의 미로같은 골목들 역시 이곳에서 가깝게 다가선다.

아크로폴리스에서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언덕아래 풍광은 아고라와 제우스의 신전이다. 파르테논이 여신들이 주인공이었던데 반해 아고라는 주로 남성들이 상업활동을 하거나 정치, 철학을 주고받던 광장이자 시장이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철학자들도 아고라에서의 소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아테나의 아버지이자 올림퍼스 최고의 신인 제우스의 신전 역시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의 문 너머 언덕이 아닌 평지에 몸을 낮추고 있다.

반원형의 모습으로 꾸며진 디오니소스 극장

언덕에서 유적과 골목 사이의 시야를 가리는 뿌연 것들은 ‘네포스’라는 아테네의 스모그다. 네포스 문제가 심각해 고대 유적들을 빠른 속도로 침식하자 고고학자들은 아크로폴리스에 유리덮개를 씌우는 것을 고려했을 정도다. 아테네에 첫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게 1904년의 일이고 2,3호선이 개통되는데 100년이 걸렸다. 한동안 지하철이 생기지 않았던 데에는 아테네 자체가 유적지인 것도 큰 이유가 됐다. 지하철 운행을 100년 동안 자제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매연으로 인한 유적손실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리스가 경제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크로폴리스 등 유적의 가치마저 폄훼되는 것은 아니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아테네와 아크로폴리스를 찾고 있다. 이들은 플라카 지구에 앉아 꼬치구이 수블라키와 오징어 튀김 칼라마리를 맛보며, 수천 년 세월의 유적에 아득하게 빠져들곤 한다.



가는길

아테네까지는 유럽을 경유해 가는 게 일반적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등에서 수시로 저가항공기가 오간다. 이탈리아를 경유해 페리로 이동하기도 한다. 육로 이동은 힘든 편이다. 공항에서 아테네의 중심인 신타그마 광장까지 공항버스가 오간다. 구도심 일대는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아테네를 기점으로 인근 산토리니, 미코노스로 향하는 페리가 출발한다.

 

아고라, 너를 드러내어, 너 자신을 알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고, 자기자신이 누구인가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 옛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말, “너 자신을 알라”는 그 철학적 대화의 효용성에 대해서 말해준다.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하다보면 스스로를 노출시키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알몸으로 드러난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알아가는 것. 그것이 철학의 기본이라고, 그는 말한다.

아테네에서 태어나 아테네에서 죽은 아테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그가 주로 출몰한 곳은 아고라였다. 아고라는 그리스식 민주주의가 직접 이루어진 공간이다. 아테네의 시민들은 이곳에서 재판도 열고, 시장도 보고, 모여서 공동체에 관한 여러 가지 결정도 내렸다. 직접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장소이자 철학이 실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기도 했다.

소크라테스가 방문하기 전, 아고라를 휘어잡고 있는 이들은 소피스트들이었다. 사소한 결정에서부터 목숨이 걸린 재판에 이르기까지 대화와 설득으로 해결하려했던 이들에게 있어 말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재능이었다. 소피스트들은 사람들에게 말 잘하는 법, 즉 웅변술을 돈 받고 가르쳤다. '현자'를 뜻하던 ‘소피스트’라는 단어는 '궤변가'를 뜻하는 말로 추락했다. 중요한 건 말재주가 아니라는 것을 집요한 문답으로 밝혀낸 소크라테스가 결국 아테네 시민들의 손에 의해 죽은 것은, 스스로를 안다는 것이 사실은 두려운 일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까?

디오게네스의 등불에 나를 비추다

“나는 대왕 알렉산드로스다.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하라.”라며 위풍당당하게 그를 내려다보는 청년 앞에서 남루한 옷자락 속으로 손을 넣어 긁적거리며 “햇볕을 가리지 말고 비켜주시오”라고 말했다는 철학자 디오게네스. 시노페에서 태어나 일명 “시노페의 디오게네스”라 불리는 그는 퀴닉학파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문명을 반대하고 원시적인 생활을 추구한 그는 가능한 한 욕망을 줄이고 수치심을 느끼지 않으며 스스로 만족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두었다.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야 신에게 가까워진다고 생각했던 것. 그의 세계관에 맞게, 그의 외양은 초라했다. 한 벌의 옷, 한 개의 지팡이, 그리고 약간의 소지품이 든 자루. 그리고 그의 집은 통이었다. 그의 철학이 퀴닉학파라는 이름을 얻은 이유는 통속에 사는 그의 모습이 개(퀴온Kyon)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무것이나 잘 먹고 잠자리를 걱정하지 않으며 불평없이 정직하게 살아가는 개에게 찬사를 보내며 개처럼 살고자 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디오게네스는 헐벗고 다녔지만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의 에피소드만큼이나 알려진 그의 기행은, 환한 대낮에 등불을 켜서 들고 다녔다는 것이다. 진실한 사람, 정직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들고 다녔던 그 등불은 “디오게네스의 등불”이라는 이름으로 구전되었다.

현재 아테네에는 ‘디오게네스의 등불’ 기념비라고 알려진 것이 있다. 아크로폴리스의 동쪽에 있는 리시크라테스 기념비(Lysikrates Monument)는 BC 335 년경 소년 합창대회의 스폰서들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석이다. 그러나 그 생김새 때문인지 사람들은 이 비석을 디오게네스의 등불이라 부른다. 현재 이 비석이 자리하고 있는 수도원은 1810년 바이런 경이 아테네를 방문했을 때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파르테논신전, 매연에 노출되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자리잡고 있는 아름답지만 폐허에 가까운 파르테논 신전은 기구한 시절을 지나왔다. 아테나 여신에게 바치는 신전으로 지어진 이곳은 비잔틴 제국이 통치할 때는 동방정교의 교회가 되었다가, 십자군에 의해 점령당한 후 카톨릭 교회가 되기도 했다. 오스만 투르크가 지배할 때는 모스크가 되기도 하였으나, 성격이야 어찌되었건 비교적 잘 보존된 셈이었다. 하지만 1687년 베네치아공화국이 아테네를 점령하고 있던 오스만 투르크를 공격했을 때 파르테논 신전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탄약고로 사용하던 파르테논 신전에 베네치아 군의 구포탄이 날아든 것이다. 이후 이어진 베네치아군의 약탈, 영국의 엘진의 유물 반출 등을 통해 파르테논 신전은 되돌릴 수 없는 폐허가 되었다.

파르테논 신전은 지금도 산성비에 노출되어 조금씩 부식되고 있다.


현재 파르테논 신전의 적은 ‘산성비’다. 파르테논 신전을 구성하고 있는 석회석, 대리석은 탄산칼슘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또한 산에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아테네가 대도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공해에 의한 그리스 고대유물들의 침식 현상이 본격적인 문제로 대두된 것은 1970년대. 그리스 문화부에서는 에렉테이온의 여상주와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 등에서 심각한 훼손의 흔적을 발견했다.

1990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아테네 시가 본격적인 오염 규제정책을 발표하면서 피해는 줄어들고 있지만, 공해에 노출된 파르테논 신전으로서는 공해자체를 현격히 줄이는 것 이외에는 다른 보호방책이 없다. 다행히 시끄럽고 공해로 가득차 있기로 유명한 아테네도 최근들어 상당한 개선을 보이고 있다고.

올림픽경기장, 벌거벗고 달려라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 기원전 776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 4년마다 한번씩 열렸던 이 경기는 시민권이 있고, 범법행위를 한 적이 없으며, 제우스에 대해 불경한 행동을 한 적이 없던 남자만 참가할 수 있었다. 여성의 경우는 관전조차도 금지되어 있었는데, 이 경기에 참여한 모든 선수들이 벌거벗은 채였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까? 색다른 것은, 당시 고대 올림픽에는 운동선수만 참여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시인, 철학자, 예술가들도 참가해 문학, 예술, 연극 등을 겨루었다는데 현재에는 그 전통이 이어지지 않는 것이 아쉽다.


서기 393년 로마제국의 데오도시우스 1세가 반 기독교행사라고 규정하면서 제293회 대회를 마지막으로 고대 올림픽은 막을 내렸다. 역사 속에 묻힌 올림픽을 1896년 되살린 이는 프랑스의 쿠베르탕 남작. 빈곤한 그리스를 대신하여 돈을 쾌척한 그리스의 대부호 아베로프 덕분에, 아테네는 고대 경기장을 복원하여 제 1회 근대올림픽 개최지에 걸맞는 대리석 좌석의 경기장을 갖게 되었다. 지금도 그곳에 가면 아베로프의 동상을 볼 수 있다.


마라톤 승전을 알리고 죽은 병사, 그도 누드였을까?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리석으로만 된 이 경기장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고대경기장과 같이 말발굽 모양의 구조라는 것.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은 로마시대에는 투기장으로 사용되었으며, 현재에도 각종 육상경기와 행사 등에 사용되고 있다. 28회 2004 아테네 올림픽 당시에는 개막식과 폐막식이 거행되기도 했다.

이곳은 또한 마라톤의 도착지점이기도 하다. BC490년, 아테네를 공격한 10만의 페르시아군을 1/5밖에 안 되는 2만의 아테네시민군이 물리친 마라톤 전투의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 42.195km를 달려온 병사의 죽음을 기리는 이 뜻깊은 경기는 올림픽의 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나저나, 그 병사도 누드였을까?

피레우스 항구, 가식과 위선을 벗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만나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자유인’의 또 다른 이름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만난 남자, 그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실존인물. 그는 거침없는 삶의 에너지를 발산하여 그가 ‘두목’이라 부르던 소설 속의 ‘나’를 감명시켰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가식을 벗은 자유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들 둘이 만나는 곳이 바로 피레우스 항이다. 피레우스 항은 아테네의 외항으로, 기원전 490년에 테미스토클레스에 의해 건설되었다. 아테네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약 10km쯤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곳으로, 유럽 각국으로 오가는 배들은 모두 이곳에서 출발하고, 또 도착한다. 에게해의 크루즈선들도 모두 이곳으로 온다. 크레타 섬, 키클라데스 제도, 사모스, 낙소스, 파로스, 미코노스, 사로니코스 제도, 도데카니사 제도 등. 지중해를 여행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거쳐야 될 항구다.

그곳의 카페에서 크레타로 가는 배를 기다리던 ‘나’는 눈빛이 강렬한 한 남자를 만난다. 둘은 함께 크레타로 건너가고, 그곳에서 ‘나’는 조르바의 삶의 철학을 두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인. 그의 삶은 어설픈 철학들을 가차없이 부순다.

크레타섬에 있는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에 쓰여있는 말은, 그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이는 그리스인 조르바가 할법한 말이기도 하다. 그는 말한다. “나는 인간이니까”. ‘나’가 묻는다. “인간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지요 조르바?” 다시, 그가 대답한다. "글쎄, 자유라는 거지” 그렇다. 모든 가식과 위선을 벗어버렸을 때, 인간은 자유다.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 누드조각상들이 가득한 곳

벌거벗은 옛 그리스인들을 보고싶다면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에 가면 된다. 물론 당시의 그리스인들이 이토록 멋진 몸매를 하고 있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사실적으로 묘사된 나체의 조각상들이 박물관을 꽉꽉 채우고 있다. 아프로디테 여신이 기원전 4세기의 조각가 프락시텔레스가 만든 자신의 조각상을 보고 놀라 "도대체 프락시텔레스는 어디서 내 벌거벗은 모습을 보았는가?"라 했다는 이야기는 물론 지어낸 에피소드이겠지만, 당시 그리스인들이 그 조각상을 보고 놀라 “도대체 프락시텔레스는 언제 아프로디테 여신의 벌거벗은 모습을 보았는가?”라며 수근거렸을 법하다.


1891년에 문을 연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은 고대 그리스의 건축을 본떠 지어졌다. 조각상뿐 아니라 선사시대에서 헬레니즘 시대에 이르는 시기에 만들어진 조각, 회화, 공예품들이 한곳에 모였다. 조각상은 대부분 그리스의 신들을 모델로 하고 있는데, 입고 있는 옷이 없다보니 소지품으로 정체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BC46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유명한 포세이돈 청동상은 멋진 자세로 뭔가를 던지기 위해 팔을 뻗고 있는데, 그 손에 든 것이 삼지창인지 번개인지 알 수 없어 “제우스 또는 포세이돈 청동상”이라 표기해놓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널리 포세이돈 청동상이라 알려진 이유는 아마도 바닷 속에 빠져있던 것을 건져올렸기 때문인 게 아닐까. 1928년 아르테미시온의 바닷속에서 건졌기에, 아르테미시온의 포세이돈상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리스 조각들은 사실적인 미를 추구했다.

리카베투스, 아테네를 굽어보는 민둥산

아테네는 벌거벗은 산에 둘러싸여있다. 큰 강이 없는 아테네는 늘 물 부족에 시달린다. 그 이유는 “아테네”라는 도시 이름의 유래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어느날 포세이돈아테네는 이 도시에 자신의 이름을 달겠다며 다투었다. 결국 이들은 시민들을 모아놓고 그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준 신의 이름을 도시에 달겠다고 제안했다.

리카베투스의 민머리에서 보는 아테네의 전경은 훌륭하다.


포세이돈이 준 선물은 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삼지창으로 바위를 내리쳐, 물이 솟아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물은 소금물이었다.

아테네는 방패로 땅을 내리쳐 올리브나무가 자라나게 하였다. 올리브 기름과 올리브 열매를 시민들에게 준 것이다. 이를 본 시민들은 아테네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에 화가 난 포세이돈은 아테네에 ‘물 부족’이라는 저주를 내렸다.

이토록 물이 부족한 아테네에 산에까지 물이 안 올라가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리카베투스가 민둥산인 이유는 신화에서 나온 바로 그 이유 때문일까? 하지만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바위는 물을 품기에 좋다. 그 덕분에, 리카베투스는 완전히 헐벗은 산은 면하게 되었다. 리카베투스는 ‘늑대들의 언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산기슭에 우거진 소나무숲에 늑대들이 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리카베투스 산이 생기게 된 유래도 아테네 여신과 관계가 깊다. 아테네는 막 태어난 에리크토니오스를 바구니에 담아 케크롭스의 딸들에게 맡기며 “절대 열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리고는 아크로폴리스를 만들 산을 가지러 팔레네로 갔는데, 그 사이를 참지 못한 케크롭스의 딸들이 바구니를 열어본 것이다. 이 사실을 안 아테네는 화를 내며 들고오던 산을 집어던졌는데, 그것이 바로 리카베투스가 되었다고 한다. 리카베투스의 맨숭맨숭한 정상에는 아기오스 조르기오스라는 교회가 있는데, 이곳까지 오르면 아테네의 전망이 기다리고 있다. 민둥산이기에 얻을 수 있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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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끝나도 그 장소는 뇌리에 남았다. '태양의 후예(태후)'는 끝났지만 여운이 깊게 남았다. 드라마 촬영지인 그리스에 있는 아름다운 섬 '자킨토스'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실제로 스카이스캐너 서비스를 통해 그리스 항공권을 검색한 수치가 방영 전 한 달과 비교해 33% 이상 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후'의 후예가 되려는 다른 방송들도 이색적인 도시를 등장시켜 이목을 끌고 있다. 문채원의 드라마 복귀작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첫 편을 태국 '끄라비'에서 촬영했다. 이색적인 광경에 홀린 예비부부의 관심이 뜨겁다. 예능프로 런닝맨은 '두바이 전설의 비밀' 편을 방송했다. 화려한 도시와 모래사막 위에서 펼친 예능인들의 열연이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다. 스카이스캐너의 도움을 받아 세 곳의 특징을 정리했다. 

송송 커플만큼 사랑스러운 그리스 자킨토스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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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자킨토스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 방송 이후 그리스 자킨토스섬의 '나바지오 해변'이 완전 떴다. 자킨토스는 그리스 이오니아해에 있는 작은 섬이다. 주인공 송중기 송혜교, 이른바 송송커플이란 이름만 들어도 "설레지 말입니다"를 외치던 팬들이 드라마가 끝나자,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고 자킨토스섬 나바지오를 검색하고 있다. 초승달 모양으로 둘러싸인 모래사장이 짙푸른 에메랄드 빛 바다와 만나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한다. 세계 10대 해변으로도 유명하다. 바다 옆 백사장에는 난파선 한 척이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굳어 있다. 사연이 있다. 1982년 밀수 담배를 실어 나르던 파나기오티스(Panagiotis)호가 그리스 해군에 쫓겨 난파된 것이다. 난파선이 나바지오 해변의 경이로운 장관에 방점을 찍었다. 자킨토스섬의 서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고, 동쪽은 새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차를 렌트해야 한다. 바다에서 휴양을 즐길 수 있는 6~9월이 성수기다. 현재 한국에서 그리스까지 곧장 가는 직항노선은 없다. 자킨토스섬에 가려면 그리스 수도 아테네로 들어간 다음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동양적이고 이색적인 태국 끄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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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끄라비 여행의 영감을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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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스터 블랙'의 첫 편은 태국의 이국적인 도시 '끄라비'를 무대로 한다. 최근 끄라비는 지상파를 비롯해 케이블 인기 여행프로그램과 유명 배우들의 화보 촬영지로 자주 등장한다. 특히 휴가시즌을 앞두고 가까우면서도 이색적인 장소로 여행을 떠나려는 수요와 맞물려 신혼 여행지로도 부상하고 있다. 끄라비는 200여 개 섬을 포함한 푸껫의 동쪽에 위치한 해안지역이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영화 '더 비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끄라비에 가면 한 폭의 산수화처럼 동양적이면서도 이국적인 해변을 만날 수 있고, 기이한 석회암 절벽에서 '록클라이밍'까지 즐길 수 있다. '라일라이 비치'에서 바라보는 일몰 장면 또한 아름답다. '이스트 라일라이 비치'와 '톤사이 비치'는 암벽등반의 세계적인 메카다. 끄라비는 11월에서 4월이 성수기다. 5월에 시작되는 우기가 10월이 돼서야 끝나기 때문이다. 성수기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록클라이밍, 수상레포츠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다. 

사막 위 꿈의 도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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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사막 위에 세워진 도시다. '두바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등장했던 63빌딩 3개를 포개놓은 높이의 부르즈칼리파, 7성급 호텔 부르즈알아랍, 인공 섬 팜주메이라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도시의 화려함만이 두바이의 전부는 아니다. 최근 방영된 런닝맨 '두바이 전설의 비밀'편에서 펼쳐진 수많은 모래언덕의 드라마틱한 경관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실제로 스카이스캐너 서비스를 통해 두바이를 검색한 수치가 런닝맨 방영 전 한 달과 비교해 25% 늘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두바이 사막에서는 사파리는 물론, 스카이다이빙, 열기구 등 다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사륜차를 타고 아라비아 모래언덕의 아찔한 경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짜릿짜릿하다. 사막 말고도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흔히 두바이 하면 사막의 더운 날씨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두바이의 겨울철 날씨는 신선하고 쾌적하다. 요트나, 스카이다이빙, 골프 등도 즐길 수 있다. 성수기는 평균 기온이 섭씨 15~27도를 유지하는 12~3월이다. 사막지대는 일교차가 크다. 언제 가더라도 이에 대비해 긴소매 옷을 챙겨서 출발하자.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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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99%다." 

그냥 예상이 아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한 올여름 더위 전망이 이렇다. 최근 서울만 해도 나흘 연속 30도를 넘기며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여행업계는 이미 여름휴가 준비에 돌입했다. 폭염을 피해 떠나려는 바캉스족의 움직임이 예년보다 빨라졌기 때문이다. 

인터파크투어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17개월 동안 항공DB 분석을 통해 대표 인기 여름휴가지와 올여름 새롭게 각광받는 여행지를 각각 선정했다. 

 맛집·쇼핑의 천국 '동남아' 

아름답고 화려한 경관, 다양한 맛집과 쇼핑. 여행의 기본 요소 중 하나지만 유독 저 키워드를 우선 순위로 두는 이들은 단연 여성이다. 여행업계는 이런 추세를 적극 받아들인 '여심저격' 상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객실 자체가 아기자기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이 난다거나, 해당 지역에서 손꼽히는 맛집과 쇼핑센터를 여행 일정에 반드시 추가하는 것. 인터파크투어는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을 주 목적지로 택해 동남아 레이디스 여행 상품을 내놨다. 

부티크 호텔에서 숙박하는 '싱가포르 3박'은 세계 최초 야간 동물원인 나이트 사파리, 싱가포르 최고 쇼핑 거리인 오차드로드, 빵집과 카페 등 소소한 즐길 거리가 많은 티옹바루 등을 일정에 포함했다. 82만8000원부터. 

로맨틱하고 황홀한 밤거리가 매력적인 홍콩은 야경과 쇼핑에 초점을 맞췄다. '홍콩 2박3일' 여행은 전 일정 5성급 호텔인 하버그랜드 호텔에서 묵는다. 소호거리, 홍콩 오션파크, 다양한 물건과 길거리 음식이 가득한 몽콕 야시장 등을 주로 둘러본다. 78만9000원부터. 

대만은 맛집이나 디저트 등 다양한 먹거리의 천국이다. '대만 자유여행 2박3일'은 대만 속 명동이라 불리는 시먼팅을 찾아 쇼핑 거리와 옷가게, 망고빙수 등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밤에는 화시제와 스린 야시장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46만5000원대부터. 

 효도에는 '일본'…가족여행은 '괌' 

1~2시간의 부담 없는 비행시간과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관광지가 펼쳐지는 일본은 부모님과 함께 떠나기에 좋은 여행지다. 

'북해도(홋카이도) 4박5일' 상품은 6월부터 9월 중순까지 후라노의 팜도미타 라벤더 화원에 활짝 핀 보라빛 물결을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며, 3대 게요리 무제한 식사와 하코다테 관광, 야경 감상 등을 포함한다. 119만9000원부터. 

편안한 베드에 누워 바라보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그곳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해양스포츠까지 남태평양의 진주 괌은 가족과 즐길 수 있는 힐링 여행에 제격인 곳이다. 

'괌 PIC GOLD 3박4일'은 PIC 리조트에서 즐길 수 있는 70여 가지의 액티비티와 아이들을 위한 키즈클럽 등이 포함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쇼핑을 즐기고 싶다면 'T갤러리아 괌' 'K마트' '괌 프리미어 아웃렛'으로, 화려한 공연 등 볼거리를 원한다면 '샌드캐슬 괌' '하드 록 카페' '플레저 아일랜드' 등을 찾으면 된다. 115만9000원부터. 

 드라마 속 그곳 '그리스 나바지오 해변'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송송커플이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한 그곳인 그리스. 드라마는 종영했지만 여행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송송커플이 사랑을 나눈 그리스 자킨토스섬의 나바지오 해변은 초승달 모양의 암벽, 푸른빛 바다가 한껏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그리스 일주 10일'은 자킨토스섬을 포함한 일정으로 아테네를 비롯해 피라 마을과 이아 마을이 있는 산토리니 등 그리스 내 로맨틱한 명소들을 관광할 수 있다. 227만원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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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역사와 음악의 나라 '동유럽' 

예능 '꽃보다 누나'에서 볼 수 있었던 체코,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등은 역사와 문화를 알차게 둘러볼 수 있는 코스가 매력적인 곳이다. 

'동유럽+크로아티아 14일'은 바츨라프 광장이 있는 프라하를 시작으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체스키크룸로프, 음악의 도시 빈 등을 거쳐 잘츠부르크, 크로아티아 관광의 핵심 도시인 트로기르와 두브로브니크, 어부의 요새와 마차슈 성당이 있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까지 여정이 이어진다. 285만원부터. 

 베트남의 보석 '다낭' 

베트남에는 아름답고 한적한 모습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6대 해변 중 하나로 꼽히는 다낭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낭/호이안 관광 3박5일' 상품은 다낭과 호이안 시내 관광을 비롯해 베트남 전신마사지 2시간 등을 포함한다. 3일 차에는 다낭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마블 마운틴 관광 등 전일 자유 일정으로 원하는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58만9000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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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다낭

[장주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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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문명의 뿌리인 미노아 문명의 발상지이자 '그리스인 조르바''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등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태어난 곳. 그리스 남단에 있는 큰 섬인 크레타는 찬란한 역사와 문화의 아우라(Aura)로 가득한 곳이다. 반인반우(半人半牛)의 괴물 미노타우루스에게 살아 있는 인간제물을 바쳤다는 지하의 미로와 마침내 이 괴물을 죽이고 공주를 구해내는 영웅 테세우스의 신화로도 유명한 크노소스 왕의 궁전. 기원전 2000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무려 4000년 전의 유적이 머금은 엄청난 시간의 퇴적이 아찔하다.





↑ 궁전의 광대한 유적들.

크레타 섬의 서쪽에는 레팀논이 있다. 에게 해를 바라보는 바닷가에 있는 마을은 소박하고 편안하다. 그리스의 현재를 볼 수 있다. 마을 앞, 바다 위에 태양이 처연하게 스러진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는 비문을 남긴 카잔차키스가 사랑한 크레타의 바다와 석양이다.









1 뒤로 베네치아 요새가 보이는 헤라클리온 항구.

2 미노아 문명의 벽화들이 그려진 크노소스 궁전의 건물.

3 헤라클리온 박물관의 '백합의 왕자'.





1 노을이 지는 바닷가 마을.

2 레팀논의 좁은 골목 풍경.

3 레팀논의 그리스 정교회.

4 레팀논 마을의 거리.

5 직물 가게 앞의 아이.


무작정 '북소리'를 따라 3년간 유럽 여행한 무라카미 하루키… 낯선 도시와 사람들을 만나다
극장을 떠도는 고양이 한 마리… 그리스인에겐 아무것도 아냐
이탈리아 사람과 일처리할 땐 아부성 선물은 효과 만점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하루키가 내 나이일 때, 그는 원고 청탁과 원고 더미에 압사 직전이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내던 그가 이렇게 정신없이 나이를 먹다가 이렇게 정신없이 죽겠구나, 라고 느끼는 순간 저지른 일은 바로 한 번도 배우지 않은 그리스어 학원에 다니는 것이었다. 모국어가 아닌 전혀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작가에겐 어떤 모험을 의미한다. 그는 자신의 귓속을 둥둥둥 울리던 그 북소리를 따라 이후 3년간 유럽을 떠돈다. 그리고 3년의 기간 동안 장편 '노르웨이 숲'과 '댄스 댄스 댄스'를 쓰고, 꽤 많은 분량의 책들을 번역하며, 그리고 바로 이 책, 내가 본 어떤 여행기보다도 재미있고 유쾌한 '먼 북소리'를 쓴다.

지금은 체류기 형식의 여행서가 꽤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이 나올 당시에만 해도 낯선 도시의 사람들과 꽤 오랜 시간 관계를 맺는 방식의 책이 많지 않았다. '먼 북소리'는 그가 머물던 그리스의 작은 섬들, 가령 '스펫체스' 섬과 같은 군도들과 로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런 식이다.

이탈리아 Italia_무라카미 하루키는 이탈리아 로마에 체류하며 느낀 이탈리아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글로 풀어냈다. 사진은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인 ‘콜로세움’의 모습. / 이탈리아관광청 제공
그리스에서 사는 동안 하루키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그렇게 해서 그리스 이탈리아식의 장단점을 모조리 열거해 놓을 수 있었다), 그는 극장에 가고(그리스 극장의 슬랩스틱극 같은 소동을 그릴 수 있었다. 극장에서 고양이 한 마리쯤 어슬렁거리는 건 그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말'이나 '당나귀'도 아닌데 뭘 그리 요란을 피우남!), 자신이 사는 섬 주위를 매일 아침 조깅한다.(그리스 사람들은 도대체 왜 아침부터 길바닥을 뛰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 심지어 뛰고 있는 하루키에게 질문하는 사람도 있다. 왜 뛰는 거요, 젊은이? 무슨 일 있소?)

그는 로마에도 잠시 체류하며 우편물을 붙이고(이탈리아의 우편체계가 얼마나 엉망인지도 그는 진술한다), 필요한 서류들을 위해 전화를 걸고 (이탈리아 전화는 통화 도중 끊기거나, 소리가 마구잡이로 바뀐다. 어떤 날은 크게, 어떤 날은 작게!), 텔레비전을 본다.(화재 진압을 하다가 카메라가 자기를 바라보자 반사적으로 카메라 보며 씨익 웃는 이탈리아 소방대원을 상상하시길.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다!)

작가인 그가 텔레비전을 통해 본 기이한 것은 물론 또 하나 있었다. 이탈리아 방송은 여유 시간이 남았을 때는 그냥 시계만 무작정 비춘다는 것이다.(한국이라면 '동물의 왕국' 편집본이라도 틀어주지 않을까? 정말 터프한 나라다!) 또한 이탈리아에선 뭔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선 아부성 선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 '아부성 선물'의 효과는 너무나 요란하게 즉각적이라, 그는 이런 모습이 이탈리아 사람들의 '귀여움'을 대변한다고 얘기한다.

조금 딴소리 같긴 하지만(어차피 삼천포는 내 특기이기도 하니까),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은 '발칙한 유럽여행'에서 "암스테르담에서는 차를 운하 주변에 아무렇게나 버려두는데, 물에 굴러 떨어지기 직전인 차들도 종종 눈에 띈다"라고 표현한다. 그는 독일이나 스위스 사람들의 정리강박증에 비해 네덜란드 사람들의 이런 칠칠치 못함이 자신의 마음에 아주 쏙 든다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언젠가 소설가 K와 터키여행 이야길 하다가, 터키인들의 진정한 귀여움은 눈에 보이는 그 빤한 거짓말에서 나온다는 얘길 한 적이 있는데 모름지기 재밌는 여행기를 쓰는 작가들의 특징은 바로 '귀여움'을 보는 능력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시 '먼 북소리' 얘기로 돌아가면 유럽을 여행하면서 하루키는 무수히 많은 북유럽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노르웨이 덴마크 사람들에 대한 그의 인상 역시 아주 재밌다. "이 사람들(대개 북유럽)은 햇빛에 관해서는 매우 진지하다. 마치 태양 전지식 전기면도기가 한곳에 모여 충전을 겸한 신앙 고백 집회라도 열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맙소사! 이 부분을 읽으며 얼마나 웃었던지. 그 이후, 배터리 충전하듯 옹기종기 모여 햇빛을 쐬고 있는 유럽 사람들을 보면 어김없이 하루키의 이 문장이 떠오르곤 했다.

때때로 삶이 고루하다고 느껴질 때, '먼 북소리'를 반복해서 읽는다. 원고 더미에 치여 머리가 폭발하기 직전인 날쯤이라고 해두자. 제일 먼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 '고등학교 지리부도'를 열어놓고 지도들을 본다. 그리고 어디로든 떠나는 상상을 한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도 좋고, 프랑스의 악상 프로방스 지역도 좋고,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섬들을 돌아보는 여행도 좋겠다. 하지만 며칠 전 버스를 타고 집에 가다가 내가 들었던 가장 기이한 여행기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광주에 가려던 한 할머니 한 분이 커다란 짐 가방을 들고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실컷 잠을 자고 난 후, 눈을 떠보니 대구였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어리둥절했던 할머니가 맞이하게 된 진실은 이러한 것이었다. 대구 버스 기사가 광주 버스를 대구 버스로 착각하고, 그 버스를 타고 대구까지 돌진해 온 것이었다! 기사는 '현철과 벌떼들'의 노래를 아주 구성지게 부르는 사람이었다. 그럼 대구 버스 기사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먼 북소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게다가 버스나 전철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젊은이들로 언제나 만원이다. 이 패거리들은 예의도 없거니와 행동도 난폭하다. 그리고 이런 일은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로마의 버스는 가끔 길을 잘못 들어서기도 한다!"

한국에선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러니 제아무리 정확한 일본이라 해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10시에 자고 5시에 일어나는 하루키가 (마라톤을 즐겨 하는 하루키는 100살쯤 살 것 같다) 이 상태로 계속 글을 쓰게 된다면, 이런 운전기사를 만날 가능성은 더더욱 커진다.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늘 예상과는 다른 도착지로 유유히 흐른다.

먼 북소리―이 책에 대한 출판사의 리뷰가 재밌어서 그대로 옮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상실의 시대'에서 장면마다 왜 그렇게 비가 많이 내렸는지, 또 '댄스 댄스 댄스'에서 '나'는 왜 하와이를 찾아 떠났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고,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깃털'에 나오는 반은 야생화된 공작은 그리스의 로도스 섬에 있는 야생공작이 그 근원이었음을 알게 된다. 한마디로 재밌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그리스 산토리니(Santorini)

이아 마을 해질녘 풍경이다. 이 동화 같은 풍경에 반해서 관광객들이 산 넘고 바다 건너 섬을 찾아온다.
이아 마을 해질녘 풍경이다. 이 동화 같은 풍경에 반해서 관광객들이 산 넘고 바다 건너 섬을 찾아온다.

자, 지중해 동쪽 에게해에 있는 어떤 섬 이야기다. 풍광에 관한 한 여기 한 번 안 가보고 명함 내밀기 민망한 섬이다. 지금부터 그 섬, 산토리니(Santorini) 이야기다.

◇서점 아틀란티스와 고양이 실비

그리스 산토리니 섬 북쪽 도시 이아(Oia)에 있는 서점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 산다. 이름은 실비(Sylvie)다. 암컷이다. 손길 주인은 마케도니아인부터 한국인까지 다양하다. 주인 크레그와 올리버는 영국인 부부고 서점 이름은 아틀란티스다. 아틀란티스는 오래 전에 사라졌다는 대륙이다. 많은 사람들이 산토리니가 바로 그 사라진 대륙이라고 믿는다. 주인 크레그도 그랬다. 실비도 그럴 것이다. 실비는 손님 손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니 손님 손길에 무관심하다. 산토리니를 닮았다.

2002년 산토리니에 놀러갔던 크레그와 올리버는 이 섬에 푹 빠졌다. 2년 뒤 두 사람은 미니밴을 타고서 영국해협을 건너 육로와 해로를 거쳐 산토리니에 정착했다. 미니밴에는 책이 하나 가득 실려 있었다. 신화와 역사를 자랑하는 이 섬나라에 책방이 없었던 것이다. 어떤 선장의 집 지하실에 문을 연 서점 아틀란티스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예쁜' 서점으로 소문이 났다. 얼마만큼 예쁜가 하면, 산토리니만큼 예쁘다. 지구를 돌고 돌아 산토리니까지 와서 결혼 사진을 찍는 젊은 신혼부부들만큼 예쁘다.

1 산토리니 북서쪽 이아(Oia)에 있는 서점 아틀란티스에는 고양이 실비가 산다. 2 할머니가 지나가는 피르고스 골목.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1 산토리니 북서쪽 이아(Oia)에 있는 서점 아틀란티스에는 고양이 실비가 산다. 2 할머니가 지나가는 피르고스 골목.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와 산토리니

기원전 1500년 에게해에 있던 화산섬 티라가 폭발했다. 티라는 분화구만 남기고 사라졌다. 티라에 융성했던 키클라데스 문명도 사라졌다. 밀려간 쓰나미는 남쪽에 있던 크레타 섬을 덮쳤다. 크레타 섬에 있던 미노아 문명도 망했다. 황망하게 사라진 키클라데스 문명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플라톤이 언급한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가 이 티라 섬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티라 섬은 분화구 능선만 초승달처럼 남고 폐허가 됐다. 13세기 섬에 들어온 로마인들은 데살로니카에 살았던 성녀 이레네(Santo Irene·산토 이레네) 이름을 따서 섬을 산토리니라 불렀다.

사람들은 분화구 쪽 절벽에 남향집을 짓고 살았다. 가파르기 짝이 없어서 아랫집 지붕은 윗집 마당이 되고, 어렵사리 담과 담을 비집고 골목이 생겨났다. 벽은 흰색으로 칠하고 창틀은 바다를 닮은 코발트색으로 칠했다. 대지를 반듯반듯하게 구획할 엄두도 못 내고 대충 살았다. 샘물 하나 없는 척박한 땅이라 경제 개발도 꿈꾸지 못한 채 살았다. 그렇게 한 이천년 살다보니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눈부신 흰색과 눈부신 코발트빛 집들,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직선이 사라진 골목에 파스텔 톤으로 대충 덧칠한 낡은 담벼락이 거기 정지해 있지 않은가. 문명사회에서 일찌감치 사라져버린 모든 것들이. 그림 그리는 쟁이들이 몰려들고 이어 관광객들이 몰려왔다. 1956년 대지진에 마을들이 파괴되자 사람들은 거짓말처럼 똑같이 집들을 재건했다. 그게 산토리니로 사람들이 오는 이유였으니까. 물 한 방울 솟지 않는 척박한 땅은 오히려 포도나무 잘 자라는 훌륭한 땅으로 재인식됐고 산토리니 여름은 숨 막히는 더위에서 투명한 태양빛으로 재포장됐다.

3 피르고스에 있는 스물아홉 개 교회 가운데 하나인 성모마리아 교회. 4 피르고스 가정집에 빨래가 걸렸다.
3 피르고스에 있는 스물아홉 개 교회 가운데 하나인 성모마리아 교회. 4 피르고스 가정집에 빨래가 걸렸다. 
◇피르고스(Pyrgos), 그리고 이아(Oia)

산토리니 본섬은 면적이 80㎢ 정도로 작다. 경주하듯 차를 몰면 반나절이면 다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흘도 모자란다. 분화구 능선을 따라 마을들이 늘어서 있는데, 제일 큰 마을은 피라(Fira), 가장 유명한 마을은 이아(Oia)다. 광고 영상이나 사진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은 이아 마을이다. 섬 북쪽 끝에 있다. 이 동화 같은 마을은 해질녘 볼거리로 남겨두도록 한다. 피라에서 남쪽으로 7.5㎞ 떨어진 피르고스를 첫 번째 방문지로 삼는다. 다른 마을과 달리 분화구 능선에서 벗어나 선지자 엘리야 수도원이 있는 프로피티스 엘리아스 산 기슭에 있다.

마을로 오르는 언덕길 꼭대기에서 일단 멈춤. 작은 그리스 정교회 건물 앞에서 마을을 보면 마을이 온통 흰색이다. 장난감 블록을 대충 쌓은 듯한 그 외곽을 카메라에 담고 길을 이으면 마을 입구 공터가 나온다. 그다음부터는 미로(迷路)다. 의도적으로 만들려면 난해하기 짝이 없는 골목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바닥에 돌들을 깔아놓고 틈새를 석회로 칠해 걷기에도 딱 좋다. 담은 희고 노랗고 때로는 푸르다. '그림 같다'는 말은 최소한 피르고스에서는 비유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다. 벽과 창틀을 도화지 삼아서 사람들은 거친 마티에르 질감의 비구상 작품을 그려놓았다.

민속촌과 박물관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그 흰 담 너머를 기웃대다가 사람 소리에 한 번 놀라고, 그 사람이 튀어나와서 어깨를 걸고선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에 또 한 번 놀란다. 주민 수는 600명이다.

골목 계단을 올라갈수록 1956년 지진의 흔적이 남아서 주변 색깔은 원색에서 흙색으로 변한다. 아무리 헤매도 질리지 않는 미로의 끝이다. 그 폐허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산토리니 섬 전체가 보인다. 파란 색은 바다거나 밭이고 하얀색 덩어리들은 마을들이다. 골목 어귀에 있는 찻집에서 그리스 에스프레소를 홀짝여본다. 동행 한 사람이 말했다. "진흙만큼 진하고, 진흙만큼 맛없다." 7월 20일에는 산꼭대기 수도원에서 엘리야 성자 축제가 열린다. 피르고스에는 푸른 돔과 흰 십자가를 가진 교회가 스물아홉 개 있다. 모두 아름답다.

섬 북쪽 끝에 있는 마을 이아는 피르고스와 또 대비된다. 전형적인 산토리니 마을이며 동시에 가장 유명한 마을이다. 가장 어린 마을이기도 하다. '선장의 마을'이라 불릴 정도로 잘나가던 상업항구였지만 1956년 대지진은 이아를 완전히 붕괴시켰다. 아테네 옆 피레우스 항으로 집단이주했던 주민들은 1980년대 들어서야 돌아왔다. 마을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고. 그런데 그 마을 위치가 하필이면 남서향 절벽 위다 보니, '세계 최고의 석양'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면서 순식간에 산토리니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둔갑한 것이다. 순식간에 집들은 선물가게, 화랑, 명품점, 부티크 호텔로 변신했다. 피르고스처럼 주민이 사는 게 아니라 밤이 되면 가로등만 덜렁 불을 밝히는 상업도시가 되었다.

그래도 눈은 즐겁기 한량없다. 파란 하늘과 하얀 집들과 좁은 골목과 파란 교회 지붕이 활처럼 휜 절벽을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빈틈없이 채운다. 자세하게 보면 웨딩드레스를 입고서 열심히 촬영 중인 중국인 커플들이 셀 수 없이 눈에 보인다. 그들을 따라 서쪽 끝으로 갈 무렵 날이 맑고 해가 지면 좋겠다. 성채가 있는 즈음에 성벽에 걸터앉아 바다를 보면 낡은 풍차와 하얀 절벽과 골목길에 서 있는 사람들이 황금빛으로 불탄다.

엠포리오 마을 뒷골목들. 담벼락은 흰 회칠을 했고 문은 코발트 계통으로 푸르게 칠했다. 골목과 골목이 무한히 연결돼 미로를 만들었다.
엠포리오 마을 뒷골목들. 담벼락은 흰 회칠을 했고 문은 코발트 계통으로 푸르게 칠했다. 골목과 골목이 무한히 연결돼 미로를 만들었다.
◇엠포리오(Emporeio)와 피라(Fira)

피르고스와 이아만큼 서로 대비되는 마을들이다. 엠포리오는 주민들이 작심을 하고 옛 모습을 남겨둔 마을이다. 역시 능선을 벗어나 내륙 산 기슭에 있다. 산토리니에서 가장 큰 마을이지만 마을 위쪽은 옛 모습 그대로다. 마을회관이 있는 중심광장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장난감 같은 건물이 나온다. 하얀 벽에 빨간 창문을 가진 3층짜리 건물이다. 그 뒤로 가면 낡은 성채가 나오고 성채 위로 아치형 골목이 보인다. 골목은 또 다른 골목과 이어지고, 그 골목은 또 다른 골목과 만난다. 모퉁이만 돌면 나타나는 그림 같은 풍경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중첩되는 골목 어귀에서 슥 하고 지나가는 고양이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보자. 모델 짓에 익숙한 놈들이라 도망가지도 않는다.

피라는 번화하다. 온갖 먹을 것, 살 것들이 이 마을에 집중돼 있다. 워낙 상업화된 곳이라 정작 낮에는 정이 가는 곳은 아니다. 밤이면 다르다. 다른 마을들은 어둠 속에 잠들지만, 피라는 밝다. 몸에 좋다는 그리크 샐러드와 요거트도 배 터지게 먹을 수 있고 가난한 배낭족들을 위한 분식집도 많다. 이거저거 다 입에 안 맞는 사람들은 다섯 군데나 있는 중식당에 가도 좋다. 절벽 아래 옛 선착장에서 피라까지 케이블카와 당나귀가 유료로 오간다. 섬이 좁으니 어디를 가든 끼니는 이곳에서 편하게 때울 수 있다.

산토리니의 동쪽은 해변이다. 검은 모래와 붉은 모래가 뒤섞인 해변에서 사람들은 발가벗고 태양볕을 쬐고 산토리니 토종 동키 맥주를 홀짝인다. 서쪽 능선과 동쪽 해안 사이는 너른 초원이다. 지금쯤 유채가 피고 포도잎이 솟아 있겠다. 관광업에서 소외된 토종 농부들이 주인인 공간이다. 큰 마을들을 순례하다가 다리가 아파오면 그 푸른 공간을 지나 해변으로 가서 휴식한다. 5월이면 벌써 태양이 뜨겁다. 가끔 내리는 비에는 사하라에서 날아온 모래가 섞여 있으나, 걱정은 하지 않는다. 중금속이며 미세먼지는 없으니까.

그리스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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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1. 유럽행 항공:
 유럽으로 가는 여러 항공편 가운데 터키항공 추천. 이스탄불에서 여러 목적지까지 운항 시간이 짧다. 항공편에 따라서 공짜로 이스탄불 시티 투어도 할 수 있다. 2011년부터 작년까지 유럽 최고 여행사에 선정됐다. 인천-이스탄불 주11회, 이스탄불-아테네 주42회 운항. www.turkishairlines.com, 전화 1800-8490

2. 유레일패스: 한국 배낭족이 즐겨 찾는 유레일패스에 그리스 페리선 티켓인 아티카 패스(Attica Pass)가 추가됐다. 그리스 국내 4회, 국제선 2회를 탑승할 수 있는 티켓이다. 한국에서 예약 가능. 아테네~산토리니 왕복과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파트라스~바리 구간 국제선도 포함돼 있다. 육로 이동수단도 포함돼 있다. 1등석 242유로, 2등석 174유로. 아티카 패스 없이 직접 사는 것보다 10만원 정도 저렴하다. 패스는 각 여행사 및 kr.eurail.com에서 구입 가능. 유레일 개략 정보는 www.eurailgroup.org

산토리니 여행

1. 여행 적기:
 10월부터 4월은 우기(雨期). 흙탕비가 내린다. 6월 중순부터는 불볕 더위다.

2. 이동 수단: 렌터카 필수. 하루 60유로 정도. 작은 섬이지만 걷기에는 크고 패키지를 따라다니기에는 아쉽다.

3. 숙소 구하기: 짐이 적다면 이아 혹은 피라에 있는 분화구 쪽 부티크 호텔 추천. 계단으로 오르내리기 때문에 엄청 힘들다. 짐이 많다면 아예 능선 바깥쪽에 숙소를 잡고 편하게 돌아다닌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산토리니는 ‘빛에 씻긴 섬’이다. 하얀 골목, 파란 교회당, 담장을 치장한 붉은 부겐빌레아마저 선명하다. 엽서를 보며 동경했던 바닷가 마을은 현실과 조우하면 더욱 강렬하다. 에게해의 탐나는 섬, 산토리니는 그런 눈부신 풍경을 지녔다.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이렇게 썼다. “죽기 전에 에게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복이 있다”고. 소설 속에서 에게해의 섬들은 현실을 꿈의 세계로 연결해주는 매개체다.

 

산토리니를 대표하는 풍경인 이아 마을. 흰색으로 치장된 가옥과 골목들이 인상적이다.

 

 

400개가 넘는 꿈같은 섬 중에서도 단연 매혹적인 곳은 산토리니다. CF, 영화, 엽서 속의 모습은 소문과 상상 속에서 더욱 선명하다. 눈을 감아도 지워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면 산토리니가 그중 하나다.


잔영의 9할은 섬 북쪽 끝 ‘이아’에서 채워진다. 누구나 꿈꾸던 산토리니를 담아낸 마을이다. 화산이 터져 절벽이 된 가파른 땅에 하얗게 채색된 가옥 수백 개가 다닥다닥 붙었다. 푸른 대문의 집들은 흰 미로 같은 골목을 만들고 그 끝에는 파란 지붕의 교회당이 들어섰다. 그런 교회 수십 개가 꽃잎처럼 마을을 수놓는다. 이아에서는 아랫집 지붕은 윗집 테라스가 되고 사람들은 테라스에 누워 에게해의 바람을 맞는다. 앙증맞은 기념품 가게를 기웃거리거나 노천카페에 앉아 달달하고 차가운 프라푸치노 한 잔을 마신다. 골목을 배회하며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이아의 석양이다.

 

  • 1 연인들은 이아의 에게해를 바라보며 영원을 약속하는 입맞춤을 나눈다.
  • 2 이아 마을의 노을. 해 질 녘이 되면 흰색 마을이 붉게 물든다.

 

 

해 질 녘이 되면 산토리니에 흩어져 있던 여행자들은 이아로 모여든다. 마을 너머 작은 섬 위로 해가 지고 붉은빛은 바다를 검게 물들인 뒤 하얀 마을 위에 내린다. 풍차가 있고, 십자가가 있고, 어깨를 기댄 연인들의 가녀린 입맞춤만이 있을 뿐이다.

 

 

하얗게 채색된 에게해의 골목

산토리니는 그리스인들에게 ‘티라’로 불린다. 페리 티켓에도 산토리니라는 말은 따로 없다. 키클라데스 제도 최남단의 화산섬인 티라의 번화가는 ‘피라’다. 어느 항구에 내리든 여행자들은 일단 피라에 집결한다. 테토코풀루 광장 주변에 그리스 전통식당인 타베르나(taverna)와 가게들이 몰려 있고, 아침녘 거리에 나서면 이곳 주민들이 갓 잡은 생선을 내다 판다.


피라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들지만 아직 정겨운 사람냄새가 가득한 곳이다. 만나는 중년의 남성들은 소설 속의 낙천적인 ‘조르바’를 닮았다. 섬 속 풍경과 따사로움은 그리스 본토인 아테네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절벽 위 호텔들이 운치 있지만 발품을 팔면 방 하나를 저렴하게 독차지하는 호사스러움이 가능하다. 에게해의 섬들은 6~8월이 성수기. 5월과 9월의 산토리니는 절반은 저렴하고 두 배는 한적하다. 섬은 가을을 넘어서면 을씨년스럽고, 겨울이면 매서운 바람과 함께 상가들이 문을 닫기도 한다.

 

  • 1 산토리니의 골목들은 눈이 부시다. 블루와 화이트가 대칭되는 색감은 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 2 골목에 산토리니의 기념품 가게들은 아담한 집들만큼이나 앙증맞은 모습을 하고 있다.
  • 3 구항구를 오가는 당나귀들. 500개가 넘는 계단을 가뿐하게 오르내린다.

 

 

추억의 당나귀가 오르내리는 구항구 쪽으로 티라의 골목들은 늘어서 있다. 굳이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그 끝없는 흰 골목들을 헤매는 게 산토리니 여행의 묘미다. 에게해를 바라보며 절벽에 늘어선 집들은 골목마다 다르고, 아담한 문과 창이 제각각이다. 파란 대문을 열면 낮은 카페와 갤러리가 숨어 있다. 흰 담벼락의 계단에 걸터앉아 ‘블루&화이트’의 눈부신 변주만 감상해도 하루 해는 짧다.

 

 

‘아틀란티스’의 전설이 서린 땅

매혹의 섬은 풍광만으로 치장되지 않는다. 섬에 서린 사연과 전설이 덧씌워져 감동곡선을 높인다. 에게해는 숱한 문명의 요람이었고 바다는 자양분이었다. 미노스, 이오니아, 시칠리아인들이 바닷가에 도시를 세웠고 산토리니에서는 고대 키클라데스 문명이 번영했다. 산토리니를 지금의 초승달 모양으로 만든 것은 수천 년 전의 화산폭발이었다. 섬을 가라앉게 한 화산은 전설을 만들고 신화를 끌어들였다. 그리스인들은 오랜 문명과 침몰을 이유 삼아 산토리니를 전설 속에 잃어버린 대륙 ‘아틀란티스’로 믿고 있다.

 

  • 1 절벽 위의 이아 마을. 산토리니는 화산폭발로 생긴 절벽 위에 마을들이 삶터를 꾸렸다.
  • 2 페리사 비치는 검은 모래가 인상적인 해변이다. 지중해의 바다에서 늘씬한 미녀들은 해바라기를 즐긴다.

 

 

산토리니에서는 분화구를 일주하는 투어에 참가하거나 페리사, 카마리 비치 등 해변을 찾을 수도 있다. 밤이 이슥해지면 포도향 가득한 그리스 술인 ‘우조(ouzo)’를 마셔도 좋다. 화산지형의 비옥한 땅에서 나는 산토리니 와인 역시 제법 명물에 속한다. 풍차가 도는 어촌마을이나 누드 비치 등 젊은 청춘들의 이색 해변을 원하면 에게해의 쌍두마차 섬인 미코노스 행을 택해도 괜찮은 선택이다. 미코노스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머물며 살가운 풍경을 [먼 북소리]에 담기도 했다.

 

가는 길
아테네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테네에서 산토리니까지는 항공기와 고속 페리가 다닌다. 고속 페리는 4시간 소요. 섬에서의 이동을 위해서는 큰 짐은 아테네에 맡기고 떠나는 게 좋다. 신항구인 아티니오스(Athinios) 항구에 도착하면 버스를 이용해 피라로 이동한다. 피라에서는 섬 곳곳으로 버스가 다닌다. 경차 등도 현지에서 렌트가 가능하다. 이아, 피라를 제대로 구경하려면 2박3일 정도가 필요하다. 산토리니와 미코노스간에도 페리가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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