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한 집 살림’, 룽산쓰

타이베이는 사찰도 ‘오픈마인드’다. 타이베이의 사원에는 부처뿐 아니라, 도교, 민간신앙의 신을 비롯한 다른 신들도 같이 모셔져 있다. 여러 종교가 한 집 살림을 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되도록 많은 신에게 빌면 어디서든 들어주겠지, 라는 욕심 때문일까? 아니면 모든 종교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치는 ‘관대함’이 이곳 사찰에 독특한 방식으로 통용되는 것일까?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유명하며 가장 전형적인 대만의 사원인 룽산쓰에 가면, 그 관대함을 목격할 수 있다. 관음보살이 나무에 앉았다는 전설에 따라 그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으나 관음, 문수, 보현보살과 함께 공자, 관우, 바다의 여신 마쭈 등의 신도 함께 모셔져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여전히 늘어나는 중이다. 경건한 종교적 분위기를 이곳에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신이 많다 보니 제각각의 신을 참배하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대고 시끌시끌하다. 평소에도 진한 향 냄새로 가득 차 있는데다, 명절에는 이곳에서 피우는 향불이 기둥처럼 거대한 연기로 솟아올라 멀리서 보면 큰 불이 난 듯 보인다고 한다.

1740년에 건립된 룽산쓰는 온갖 재해로 몇 차례 파괴되고 재건되기를 반복하다가, 1957년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중국 고유의 건축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돌기둥의 섬세한 용 조각과 그 뒤에 새겨진 역사적 인물들이 춤추는 모습은 눈여겨볼 만하다. 신심이 없더라도 한번 방문해볼 것. 우연찮게, 수많은 잡다한 신들 중에서 믿고 싶은 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음식들의 만국박람회, 화시지에 야시장

타이베이 시민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음식의 면면을 살펴봐도 그들의 ‘오픈마인드’는 확연하다. 온갖 진귀하고 희귀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거부감 없이 즐기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법들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특히 이곳은 세계 최고 수준의 중국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중국 본토로 이주해온 중국인들은 광둥, 베이징, 상하이, 쓰촨 등 중국 4대 요리의 요리법들을 고스란히 이곳으로 가지고 왔다. 그 모든 음식들을 고급 음식점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대만에는 “야시장”이 있다. 그냥 ‘시장’이 아니라 한밤중에 성황을 이루는 “야시장”이 발달한 이유는 덥고 습한 기후 때문. 해가 지고 숨 쉴 만해지면 온 가족이 놀러나와 야외의 포장마차에 앉아 늦은 저녁을 먹는다. 대부분의 부부가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식사를 외식으로 해결하는 이들의 습관도 야시장의 수많은 포장마차들을 번성하게 한 이유다.


‘화시지에 야시장’은 특히 음식노점이 많다.

타이베이의 야시장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대만에서 가장 크다는 스린 야시장이지만, 희귀한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화시지에 야시장’을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 입구가 중국 전통 건축양식으로 지어져 있는 이 야시장에서 다루는 품목은 주로 음식이다. 온갖 재료의 음식들을 만날 수 있으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뱀, 자라 등의 강장음식. 먹는 것 외에도 보너스로 뱀을 잡는 장면, 뱀싸움을 보여주는 공연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비위가 약하다면 다른 야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괜찮겠다. 한국인의 식성에 맞는 음식들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야시장들이다.

물 건너온 보물들로 채웠다, 국립고궁박물관

자금성의 많은 보물들이 바로 이곳에 보관되어 있다.


몇몇 나라들은 다른 나라를 약탈하여 얻은 전리품으로 자신들의 박물관을 장식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프랑스의 루브르. 영국의 대영박물관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그와 더불어 세계 4대 박물관의 하나라 불리면서, 제 땅에서 난 것이 아닌 물 건너온 유품들만 자랑스레 소장하고 있는 이곳을 뭐라 해야 할까?

타이베이의 국립고궁박물관은 고대중국의 보물과 미술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기로 유명하다. 고대중국 황실 소장품들 중 최고만 모아놓은 컬렉션은, 이곳을 프랑스 루브르,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송나라 초인 1000여 년 이전부터 수집된 65만 점에 달한 소장품. 모두 공개할 수 없어 3개월에 한 번씩 교체전시를 하고 있는데, 모두 다 보려면 8년 이상이 걸린다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 모든 보물들은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의 ‘고궁’이 지칭하는 바는 자금성. 중국황제가 자금성에 수집했던 방대한 유물들은 만주사변, 청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등의 전쟁을 거치면서 여기저기 나뉘며 옮겨졌는데, 어렵게 다시 난징으로 모아들였으나 국민당과 공산당의 싸움이 격렬해지면서 국민당에 의해 소장품의 4분의 1이 대만으로 이송되었다. 규모는 중국에 남은 것보다 적지만 선별과정을 거친 터라, 이곳의 소장품들은 베이징 고궁박물원의 소장품보다 훌륭한 것으로 공인받는다. 대만으로 도망치는 장제스의 배를 공격하려던 마오쩌둥이 소중한 유물까지 수장될까봐 마음을 접었다는 일화는, 이 보물들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1965년부터 일반공개된 이 소장품들은 송, 원, 명, 청의 유물들뿐 아니라 기원전 2000년의 하나라, 기원전 1500년경의 은나라 출토품까지 망라되어 있다. 중국의 지난한 역사를 통틀어 가장 멋진 것들을 보려면 중국으로 가지 말고 대만으로 가라는 말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타이베이의 이태원, 티엔무

타이베이는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다. 일본의 식민지로 살았던 그들의 역사를 마찬가지로 일본 식민지였던 우리의 경험에 대입하여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특히 일본문화에 대해서는 거리낌 없이 호감을 드러낸다.

타이페이의 북쪽지역인 티엔무는 서울로 치자면 이태원이나 한남동에 비교할 만하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고급주택가로, 외국의 독특한 식재료들을 파는 식료품점이나 골동품가게, 작은 찻집, 여러 나라의 정통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모여 있다. 이곳이 외국인 거주지역이 된 이유 중의 하나는 미국 학교(Taipei American School), 일본인 학교 등 외국인 학교가 몰려 있기 때문. 미국학교 앞 광장인 티엔무스퀘어에서는 주말에 벼룩시장이 벌어지기도 한다.


많은 인기를 끌었던 [유성화원]은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평소에도 주말이면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곤 했으나, 최근 들어 일본만화 [꽃보다 남자]를 원작으로 한 대만판 드라마 [유성화원] 팬들이 즐겨 찾는 코스가 되면서 명실상부한 관광지로 떠올랐다. [P.S bubu]는 빈티지 차를 인테리어 컨셉으로 삼은 독특한 퓨전레스토랑인데, 드라마의 등장인물인 산차이와 따오밍스가 데이트를 하면서 유명해졌다. 그들이 앉았던 핑크색 차에 앉으려면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니, 그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일본식 료칸문화를 다시 본다, 베이터우 온천박물관

타이베이는 온천마니아에게도 인기가 많다.


타이베이가 일본 식민지 시절을 지나온 흔적은 온천에도 깊게 남아 있다. 대만은 환태평양조산대에 위치하여 전국적으로 수많은 온천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유명한 곳은 타이베이 시내에서 북쪽에 있는 양밍산 근처의 베이터우 온천.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온천지대인 이곳은 특히 유황성분이 함유된 온천수가 나오기로 유명하다. 양밍산 중턱의 노천온천에서는 지하에서 온천수가 수증기와 함께 세차게 뿜어나오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일본의 식민지 시절을 겪어서인지, 이곳은 일본 료칸스타일의 온천장들이 많다. 스타일뿐 아니라 ‘교토(京都)’ 같은 일본 지명을 이름으로 내세운 곳들도 있다. 이곳에 미친 일본 목욕문화의 영향은 ‘혼탕’에서도 볼 수 있다. 수영복을 입어야만 입장할 수 있기는 하지만. 모르는 남녀가 얼굴을 마주 보고 같이 목욕하는 것은 흔치않은 경험이다.

계곡의 입구에는 베이터우 온천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1913년 일본인이 만든 공동목욕탕을 개조한 이 박물관은 당시의 공중목욕탕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당시 극동 최대의 목욕탕이었던 이곳은 현재에는 입욕손님을 받고 있지 않지만, 베이터우 온천의 역사를 3개국어 무료 서비스로 설명해주고 있다. 베이터우 온천박물관 뒤로는 계곡을 따라 백여 개의 온천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한류가 머물다, 원산대반점 The Grand Hotel

대만이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은 호감보다는 반감에 더 가깝지만, 열린 마음을 가진 그들은 한류 바람에도 너그러웠다. 한국의 가수와 한국드라마를 통해 알려진 배우들은 타이베이에 와서 그 인기를 몸으로 체감하곤 했다.

대만의 랜드마크로, 외국의 귀빈들이 선호하는 그랜드호텔인 원산대반점이 자리하고 있는 곳은 일제점령기에 일본신사가 있던 곳이다. 1949년 중국 국민당의 장개석이 대만으로 오면서 이곳에 머물렀는데, 당시 비상시에 대피할 곳을 마련하기 위해 파놓았던 지하의 굴은 현재에도 남아 있다고 한다. 이곳은 1952년에 장개석 총통의 부인 송미령이 영빈관으로 세웠다. 송미령이 미국으로 이민가면서 국가에 헌납한 이 건물은 지금은 국가소유의 호텔이 되었다. 자금성을 본떠 지은 이 건물은 호화롭기 그지없다. 이곳은 드라마 [온에어]의 촬영지가 되면서 그 웅장한 면모가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화려한 외양은 숙박객이 아닌 관광객도 환영이다.

원산대반점은 한국과의 인연이 없지 않다. 영화홍보차 대만에 왔던 배용준이 묵었던 방은 12층 총통방인데, 무려 280평 규모의 이 방은 배용준의 팬이었던 당시 원산대반점 회장 부인이 선뜻 제공했다고. 욘사마를 보기 위해 몰려온 일본팬들로 숙박비가 만만치않은 호텔 전체가 만원이었다고 하니, 그의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겠다. 가수 비 또한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하여 한류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 호텔은 전망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매년 타이베이101 빌딩에서 하는 신년 불꽃놀이가 잘 보이는 명당자리로 꼽혀, 신년마다 불꽃놀이를 보러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기도 하다.

타이베이101-타이베이 국제금융센터

타이베이를 한눈에 보려면 역시 이곳 전망대가 최고.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의 경쟁 속에서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타이베이101도 2위로 내려섰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부르즈 칼리파, 일명 버즈 두바이로 512m. 타이베이101의 높이는 508m이다. 하지만 높이경쟁이나, 세계에서 제일 빠른 엘리베이터 등의 세계기록으로만 이 건물을 바라보아서는 곤란하다. 돈과 기술만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이 건물을 이루고 있다.

일단 외양은 당(唐)나라 때의 불탑 형태를 띠고 있다. 대만의 건축가 리쭈웬이 설계했는데, 멀리서 보면 만개한 꽃잎들이 겹쳐진 모습이나, 죽순처럼 보이기도 한다. 8층씩 묶어 8개씩 올렸는데, 굳이 8이라는 숫자를 지킨 이유는 그것이 중화권 문화에서 길하다고 사랑받는 숫자이기 때문. 설계는 대만 사람이 했지만 짓기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우리나라의 삼성물산에서 지었다.

재미있는 것은 건물을 지진과 강풍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설치해놓은 진동완충장치를 관광객들에게 구경거리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윗부분의 진동을 흡수하기 위해 87층과 92층 사이에 매달아 놓은 이 공의 무게는 무려 680톤이다. 벽에 부딪치지 않도록 달아놓은 유압실린더만도 여덟 개. 건물로서는 나름대로 안전을 위해 고심한 결과 나온 구조물이지만, 그것을 관광포인트로 만든 발상이 재미있다. 그러나 70만 톤에 달하는 무게로 주변의 지형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지진을 유발한다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하는 둥, 바라보는 시선이 뿌듯하지만은 않다.

↑ 알프스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허환산의 능선길 풍경. 기래북봉의 깎아진 사면들이 빛을 받아 만년설을 연상시키고 있다.

비행기로 2시간 30여분 거리에 있는 대만은 국토의 3분의 2가 산지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졌다. 시간에서 우리와 차이는 있지만 과거 50년 동안의 일제강점기를 거쳐 독립했다는 점도 그렇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하나로 유엔군 파병동의안을 적극 찬성해 돈독했던 대만과의 관계는 1992년 한・중 수교로 국교가 단절됐다가 2004년 항공노선 취항을 기점으로 국교단절 12년 만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시간이 흘러 한류의 또 다른 진원지인 대만은 1960년대에 산을 다녔던 이들에겐 조금은 특별한 곳으로 기억된다. 바로 한국 해외원정등반의 문을 연 첫 번째 대상지가 대만 최고봉 옥산(3952m)이었기 때문이다. 1960년 2월 26일부터 3월 26일까지 약 한달 간의 일정으로 한국하켄클럽의 김웅 단장과 김정섭 대장, 김기환, 조중민, 이병혁, 김덕성, 장철현, 감관, 김덕치 등 9명이 원정에 참여했으며, 이후 몇 차례 이어진 옥산 원정으로 대만은 우리나라 해외등반역사의 시작점으로 자리매김했다.

↑ 등산로에서 바라다 본 허환산 주봉 전경. 삼각형 모양의 봉우리가 주봉이다.

일본 다음으로 가까운 섬나라인 대만은 면적이 남한의 절반에 채 못 미치지만 오래전 지각융기로 인해 섬의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중앙산맥을 중심으로 고산지대가 형성,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고산 봉우리들이 즐비하다. 214개나 되는 3000m급 고봉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에 해당하는 국가공원이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위산(玉山), 타로코(太魯閣), 양밍산(陽明山) 슈에빠(雪覇), 타이찌앙(台江), 킨먼(金門), 큰팅(墾丁), 둥샤(東沙) 국가공원 등 총 8곳이며, 산 전체가 알프스의 목가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허환산(合歡山)은 타로코 국가공원 서쪽, 난터우(南投縣)와 화롄(花蓮) 두 현의 경계에 솟아있다. 주봉(3417m)과 동봉(3416m), 서봉(3144m), 남봉, 북봉(3422m) 외에도 허환첨산(3217m) 등 여러 개의 연봉들로 이뤄졌다. 열대와 아열대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23도에 달하는 고온다습한 대만은 3000m 이상 되는 고산지대에선 실상 우리의 사계와 같은 날씨를 보여 친근감을 더한다. 대만에서 5번째로 높은 허환산은 높은 지형 덕에 겨울 풍경이 유명한 곳인데 3275m에 있는 우링(武嶺) 고개까지 차로 오를 수 있어 매년 겨울철이면 설경을 감상하려는 사람들과 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대만의 초록빛 원시 밀림을 품은 채 3000m급 100여 개 준봉들이 솟아있는 허환산 일대는 우서(霧社)풍경구, 유럽식으로 지어진 칭징(淸境)농장, 아오완대삼림유락구(奧萬大森林遊樂區), 고산과일의 주산지인 리산(梨山) 등의 관광지도 있어 연중 내내 사람들이 발길이 잦다.

↑ 마치 거대한 녹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허환산 등산로

대만에서 5번째 고봉 허환산

타이베이 공항에서 트레킹클럽의 최승원씨와 최오순씨 일행은 마중 나온 대만 현지 산악가이드인 치우췌이촨씨와 진기우씨 등과 함께 난터우현에 있는 설산 등반을 마치고 허환산으로 향했다. 허환산 가는 길은 타이베이에서 동남아 최장 터널인 설산터널(12.9km)을 통과해 이란현의 쟈오시와 이란시를 거쳐 난터우현으로 이어진다. 13년에 걸쳐 뚫었다는 설산터널 덕에 설산과 허환산 가는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고 한다.

이란시를 지나 점점 가파른 산사면을 오르던 길은 동쪽의 화롄시와 서쪽의 타이중시를 잇는 둥시헝관궁루(東西橫貫公路)와 만나며 천길 벼랑길과 구불구불한 산길이 극에 달한다. 이 길 중 따우링(大偊嶺)에서 우링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대만 10대 건설지'에 선정된 곳으로 건설당시 인명피해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고산 봉우리들이 천혜의 절경을 자랑해 대만에서 꼭 돌아봐야 하는 곳이 됐지만,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 사령부와 부대 창고 등이 있었던 곳으로 원주민 토벌과 자원 약탈의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당시 일본군이 사용했던 옛 도로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본격적인 허환산 북봉 산행은 '台14甲 36.7k'라고 표기된 지점에서 시작된다. '14번 도로 36.7km'지점이란 의미로 대만에선 각 도로 상에 일정한 간격으로 거리표시판을 세워 도로상의 각 지점들을 표기하고 있다. 안내판이 있는 초입 바로 아래쪽 승용차 3~4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터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마쳤다. 그 옆은 끝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가 이어져 보는 것만으로 위태로웠다.

초입을 올라 나뭇가지들이 허리까지 자란 관목지대를 통과하자 '0.1k'라고 적인 표지목이 나타났다. 허환산은 500m씩 표기된 설산과는 달리 100m 간격으로 거리를 표시하고 있었다. 관목지대를 통과하자 완만한 능선으로 등산로가 길게 이어졌다. 사람 키를 조금 넘는 소나무와 편백나무들이 자라곤 있지만 듬성듬성할 뿐 무릎까지 자란 수풀 지대가 대부분이었다. 그나마도 '0.4k'지점을 지나자 모두 발목에 겨우 닿을 정도다. 주변 조망에 막힘이 없다. 어깨너머로 높은 산만큼이나 깊은 탑차기리계곡(塔次基里溪)이 기래산의 연봉들과 어우러지며 화려한 자태를 한껏 뽐냈다.

첫 번째 안부까지 이어진 등산로가 한 눈에 들어왔다. 안부에 올라서자 대만을 동서로 가르는 거대한 중앙산맥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네 백두대간처럼 마루금으로 이어진 수많은 연봉들이 마치 거대하고 둥그런 장막을 친 듯 웅장한 자태를 과시했다. 시야를 가릴 나무도 없고 햇빛을 피할 만한 쉼터 또한 없었지만 해발 3000m 고지대에서 펼쳐지는 전경은 보고 또 봐도 새로움이 묻어났다.

1.2km 구간을 통과하자 안부 너머 등산로 오른쪽으로 거대한 절개지가 나타났다. 집채만 한 그러나 멀리 있기에 작아 보이는 전파반사판 아래로 펼쳐진 절개지의 풍경은 익히 봐왔던 윈도우 컴퓨터 바탕화면의 초원 사진과 흡사해 보는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초원을 형성한 수풀을 자세히 살펴보니 수종을 알 수 없었지만 흔히 보는 연약한 풀이 아니었다. 키는 작지만 푸른 줄기와 잎은 헛디딘 발에도 밟히거나 쉽게 꺾이지 않을 만큼 단단했다. 해발 3000m가 넘는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생명을 이어나가는 모습에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얼마 전 히노키로 잘 알려진 천년 넘은 편백나무를 벴다고 해서 징역 15년을 선고할 만큼 자연보호에 대해 엄격한 대만에서 누군가에 의해 나무가 모두 베어졌거나 또는 산불이라도 난 듯한 허환산 풍경에 어떻게 이러한 특이한 지대가 형성됐는지 그저 추측만 할 뿐이었다.

↑ 허환산 북봉 정상 바로 직전의 능선길. 왼쪽으로 멀리 고산족들의 집성촌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까지 2km 구간 4시간 소요

1.3km 지점은 올라오면서 봤던 반사판이 건네다 보이는 널따란 안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 허환산 북봉 0.7km, 서봉 5.4km 남았음을 알리는 표지판도 세워져 있다. 북봉 정상을 잇는 한 줄기 오솔길을 따라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에 일행들의 발걸음이 더뎌졌다. 가고서고를 반복하며 주위를 둘러보지만 보는 방향에 따라 제각각인 풍경에 절로 흥이 날 정도다. 말도 통하지 않는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안녕하세요'라는 의미의 '니 하오!'를 건네는 일행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정상 직전 삼거리가 나온다. 허환산 북봉 정상과 리산(梨山) 방면의 티엔뤼안지(天巒池)라 불리는 호수 입구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으로 티엔뤼안지 호수 위쪽에 있는 야영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올라온 대만의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큰 배낭에 텐트, 매트리스까지 짊어진 그들의 모습에 왠지 모를 반가움과 괴나리봇짐 마냥 가볍게 올라온 우리들 모습에 미안함이 동시에 전해졌다. 삼거리 표지판 아래엔 북봉에 다녀오려고 누군가 벗어놓고 간 배낭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삼거리에서 200m만 오르면 북봉 정상이다. 여러 봉우리 중 높이로 제일인 허환산 북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허환산의 백미로 손꼽힌다. 맑은 날에 정상에 오르면 남호대산(3142m), 감로산(3158m), 중앙첨산(3705m), 양명산(3272m), 무명산(3451m) 등 주변의 고산들과 허환산 주봉과 동봉, 서봉으로 이어지는 허환산의 연봉들도 한 눈에 조망해 볼 수 있다. 요즘 같은 여름철엔 오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일쑤이므로 일찍 산행을 시작하면 좋다.

하산은 올랐던 길을 따라 내려와야 한다. 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조망 후 내려가는데 올라오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여념이 없어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새삼스레 펼쳐졌다. 북쪽 능선너머로 고산족들이 깎아지른 절벽에 집을 짓고 척박한 땅을 일궈 살아가는 모습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받고 누리며 살아왔던 많은 것들에 대해 돌이켜 보게 됐다. 출발지였던 초입에 도착하자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한낮의 무더위도 길을 걷느라 들였던 수고도 모두 씻겨 내려가고 있었다.

↑ 허환산 북봉 정상에 선 최승원씨와 최오순씨(왼쪽)

tip
허환산은 2등급?


대만의 산 정상에도 우리나라처럼 고유번호가 적힌 삼각점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다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표지석에 1등, 2등이라는 등급이 매겨져 있다는 것이다. 허환산 북봉에 있는 사진처럼 '2등(二等)'은 삼각점 기준 8km 주변에 높은 산이 없다는 의미로, 1등은 35km 이내, 3등은 4km 이내, 4등은 2km 이내를 뜻한다. 참고로 설산 동봉은 3등, 옥산은 2등.

information

허환산 개요

허환산은 대만의 8개의 국가공원 중 타로코 서쪽, 난터우와 화롄 두 현의 경계를 지나는 중앙산맥 북단에 위치한다. 주봉과 동봉, 서봉, 남봉, 북봉 외에도 허환첨산, 석문산 등 여러 개의 연봉들로 이뤄졌으며 동쪽의 화롄과 서쪽의 타이중을 잇는 도로인 동서횡단도로가 등산로 입구까지 이어져 접근이 쉽다. 대만에서 5번째로 높은 허환산은 높은 지형 덕에 겨울 설경으로 유명하다. 원시 밀림을 품은 채 3000m급 100여 개 준봉들이 솟아있는 허환산 일대는 우서풍경구, 유럽식으로 지어진 칭징농장, 아오완대삼림유락구, 고산과일의 주산지인 리산 등의 관광지도 있어 연중 내내 사람들이 발길이 잦은 곳이다.

등산로

등산로 입구까지 이어지는 '台14甲'도로를 따라 등산로가 나 있다. 주봉의 경우 우링 휴게소 14甲도로 30.8km 지점에서, 허환첨산의 경우 허환산장에서, 남봉의 경우 14甲도로 30.6km 지점에서, 북봉의 경우 시아오펑코우(小風口)라고 불리는 14甲도로 36.7k 지점에서 산행이 가능하다. 서봉의 경우 북봉을 거쳐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서봉 자체 산행도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타로코국가공원측에 입산신청서(http://eli.npa.gov.tw/E7WebO/index02.jsp)를 제출해야 한다. 북봉은 리산(梨山)방면의 티엔뤼안지(天巒池)라 불리는 호수 입구에서도 산행이 가능하다. 티엔뤼안지를 통과하면 북봉 아래 야영지에서 야영을 할 수 있다.

허환산은 여러 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만큼 짧게는 20분부터 길게는 왕복 8시간까지 다양하게 코스에 따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가까운 남봉의 경우 20여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고, 동봉의 경우 1시간, 북봉의 경우 2시간, 서봉의 경우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북봉의 경우 정상까지 거리는 2km로 왕복 4시간이면 넉넉하지만, 3422m라는 높이를 감안해 산행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잡는 편이 좋다. 북봉을 거쳐 서봉을 다녀올 경우 초입에서 서봉까지 6.7km에 달해 9~10시간 정도 소요된다.

산행 준비

열대와 아열대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23도에 달해 고온다습한 대만의 고산지대에선 7~8월이 되면 오후부터 수시로 비가 내리기 때문에 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겨울철에는 평균기온이 10~20도 사이지만 습기로 인해 온도보다 춥게 느껴진다. 3000m 이상 고산지대에선 지역에 따라 많은 눈이 내리므로 겨울철에는 한국의 겨울산 산행에 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허환산은 산행초입까지 차로 이동이 가능해 접근이 쉬운 편이지만 고산지대이므로 고소증세를 대비해 천천히 이동하고 자주 물을 마시며, 뛰거나 무리한 동작은 자제한다.

대만은 대리석이 많이 생산되는데 이는 토양 대부분이 석회암지대이기 때문이다. 고산지대에서 솟거나 흐른 물도 석회수가 많으므로 마시지 말고 생수를 준비해 마시거나 끓인 물을 마시도록 한다. 허환산이나 설산, 옥산 등 대부분 고산지대로의 접근이 가파른 산사면을 깎아 만든 사면길이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안개가 짙을 경우 운행을 자제해야 한다.

기타 자세한 여행일정 문의 트레킹 클럽 1688-2584


숙박


허환산 주변에는 허환산 전망대에 위치한 허환산장(合歡山莊)과 후와윤산장(滑雲山莊), 관운산장(觀雲山莊)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산장 모두 예약제로 운영된다. 관운산장은 타루코 국가공원 내 따우링에서 화롄시로 내려가는 8번 도로 상에 위치한다. 2인실과 4인실 10인실 외에도 다인실이 구비되어 있다. 조식(am 7~8)과 석식(pm 6:30~)을 제공한다. 대형 연회석이 마련되어 있으며 사용시 예약을 해야 한다.

타이베이에서 꼭 맛봐야 하는 먹거리들에 대한 이야기

훠궈, 샤오롱바오, 차 다예관
(좌측부터) 훠궈, 샤오롱바오, 차 다예관

‘꽃보다 할배’로 시작된 타이베이 여행의 인기는 최근 정점을 찍고 있다. 2시간 5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온난한 기후, 착한 물가, 다채로운 즐길 거리와 친절한 사람들까지. 많은 장점 중에서도 여행자들에게 가장 어필하는 부분은 역시 식도락. 다녀온 이들의 증언을 빌리면 1일 5식으로도 부족한 곳이 바로 타이베이다. 식도락 여행이 목적이 아니었던 여행자라도 이곳을 여행한 후에 가장 강하게 남는 것은 혀끝으로 느꼈던 타이완의 맛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타이완의 음식은 내가 느낀 타이완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이가 있고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육즙을 가득 품은 샤오룽바오를 비롯해 한국에도 열풍을 몰고 온 망고 빙수,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버블티의 원조도 사실 타이완이다.

미식의 천국 타이완은 여러 가지 맛을 품고 있다. 타이완의 전통적인 향토 음식은 물론 커자(客家) 요리와 중국의 광둥(廣東) 요리의 영향도 받았다. 일제 강점기 시대를 거친 까닭에 일본의 식문화도 스며들었으며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적인 특징 덕분에 해산물 요리도 풍부하다. 온난한 기후 덕분에 열대 과일이 풍족하며 그와 함께 달콤한 디저트도 발달했다. 아시아의 주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채로운 미식 기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점은 한국보다 조금 더 저렴한 물가 덕분에 이 모든 미식을 착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길지 않은 여행 일정, 타이베이에서 무엇을 먹고 마시며 즐겨야 할지 모르는 여행자들을 위해 타이베이에서 꼭 맛봐야 하는 먹거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진한 육수를 품은, 샤오룽바오 

샤오롱바오
샤오롱바오
한국인 여행자들이 특히나 열광하는 타이완의 대표 먹거리는 역시 샤오룽바오(小籠包)다. 복주머니처럼 탐스러운 모양의 만두로 얇은 피 안에 진한 육수를 가득 품고 있는 샤오룽바오. 한국에서는 샤오룽바오를 맛볼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지만 타이베이에서는 가장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게다가 맛도 가격도 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만족스러우니 타이완의 샤오룽바오에 반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샤오룽바오 맛집으로는 전 세계 곳곳에 체인을 거느리고 있는 딘타이펑(鼎泰豊)과 딘타이펑의 라이벌인 까오지(高記)를 꼽을 수 있다. 샤오룽바오를 맛있게 즐기고 싶다면 우선 작은 종지에 생강채와 간장1, 식초3의 황금 비율로 섞어두자. 조심스럽게 간장에 샤오룽바오를 적신 후 숟가락 위에 올리고 젓가락으로 만두피를 살짝 찢어서 육즙이 흘러나오도록 한 후 육즙 맛을 살짝 본다. 그리고 여기에 생강채를 올려서 입속으로 넣으면 끝. 뜨거운 육수를 가득 품고 있으니 혀를 데지 않도록 조심조심 음미할 것.

보글보글 끓여 먹는 재미, 훠궈

훠궈
훠궈
타이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꼽자면 단연 훠궈(火鍋)를 꼽을 수 있다. 훠궈는 중국 쓰촨성(四川省)에서 시작된 음식문화로 쉽게 말해 ‘중국식 샤부샤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타이완은 훠궈의 천국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훠궈 레스토랑이 있다. 보통 냄비가 반으로 나뉘어져 있어 두 가지의 육수를 넣고 끓이는데 여기에 갖은 재료를 넣어 끓여 먹는 식이다. 채소, 버섯, 두부, 해산물, 육류까지 육해공 재료들을 모두 넣고 익혀 먹을 수 있으니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육수도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는데 알싸한 매운맛이 느껴지는 마라궈(麻辣鍋)와 맑은 탕의 백탕이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한류의 붐을 타고 김치탕을 선보이는 훠궈 레스토랑도 많아졌다. 대다수의 훠궈 레스토랑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뷔페식이 많아 푸짐하고 양껏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훠궈는 물론 각종 디저트와 과일까지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으니 배를 비우고 갈 것을 추천한다.

눈보다 고운 망고 빙수

망고 빙수
망고 빙수
타이완의 미식들로 배를 채웠다면 다음은 디저트를 즐길 차례다. 최근 한국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몰고 있는 망고 빙수의 고향은 타이완이다. 눈보다 고운 빙수의 결에 한번 감탄하고 탱글탱글한 망고 맛에 두 번 감탄하게 되는 맛이다. 타이베이에서는 아이스 몬스터(Ice Monster)와 스무시 하우스(Smoothie House)가 쌍벽을 이루는 투 톱 맛집으로 두 곳 모두 감동적인 망고 빙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더운 날씨에 평소보다 이곳저곳 많이 걸어 다니느라 지쳤을 때 입안에 망고 빙수를 한 스푼 떠 넣으면 천국의 맛이 따로 없다. 

물보다 차를 더 즐기는 나라 

차 다예관
차 다예관
평소 차보다는 커피를 즐겨 마시는 이들, 차하고는 거리가 먼 초보라도 타이완에 왔다면 자연스럽게 차 문화를 접하게 된다. 중식당에 가면 주문하지 않아도 따뜻한 차가 나오며 길거리에는 편의점보다 차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티 숍들이 더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 차는 타이완 사람들에게 일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타이완은 청나라 때 중국 푸젠성에서 차나무를 가져와 심은 것이 시작으로 오랜 기간 국책사업으로 차 산업을 발전시켰고 특히 우롱차(烏龍茶) 종류는 세계적으로도 타이완의 우롱차가 최고로 여겨질 정도로 유명하다. 고산지대에서 재배된 아리산우롱차(阿里山烏龍茶),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동방의 미인(東方美人)’이라고 극찬을 보낸 바이하오 우롱차(白毫烏龍茶) 등이 대표적인 타이완의 명차로 꼽힌다. 흔히 버블티라고 불리는 쩐주나이차(珍珠奶茶)를 처음으로 만든 원조도 타이완이니 차와 타이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길거리에서 착한 가격에 테이크아웃을 해서 차를 즐겨도 좋고 고즈넉한 다예관에서 느긋하게 차 향기에 빠져 봐도 좋겠다.

밤이면 밤마다, 야시장


사천식 비빔국수, 야사장 길거리 음식
(좌측부터) 사천식 비빔국수, 야사장 길거리 음식
타이완의 밤, 클럽보다 인파가 더 몰리는 곳은 역시 야시장이다. 외식 문화가 발달하기도 했고 워낙 더운 날씨 때문에 해가 지고 난 후에 문을 여는 야시장이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타이베이에서도 매일매일 크고 작은 야시장이 열린다.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야시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소소한 아이템들을 구매하며 쇼핑의 재미도 느낄 수 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먹거리들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흔히 샤오츠(小吃)라고 부르는 야시장의 주전부리는 전통적인 타이완의 먹거리부터 여행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개발된 독특한 먹거리까지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사람 머리보다 큰 치킨 튀김, 지파이(雞排), 맥주를 부르는 왕 오징어 튀김, 수십 가지 종류를 자랑하는 꼬치구이 등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먹거리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 중에서는 우리의 삭힌 홍어와도 쌍벽을 이루는 처우떠우푸(臭豆腐)도 빼놓을 수 없다. 흔히 지옥의 향, 천국의 맛이라고 불리는 처우떠우푸는 코를 찌르는 특유의 향기 때문에 초보 여행자들에게는 벌칙에 가까운 곤혹스러운 맛이지만 그 맛을 한번 느끼고 나면 중독된다고 하니 호기심 많은 여행자라면 과감하게 도전해보자.

타이완식 아침 식사 즐겨보기

관광객들에게만 유명한 맛집보다는 마치 타이베이에 사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이들, 현지인들이 매일 먹고 마시는 먹거리가 궁금한 이들이라면 타이베이 현지인들처럼 아침을 시작해보자. 타이완 사람들이 매일 아침을 시작하는 곳은 ‘짜오우찬(早午餐)’으로 짜오우찬은 아침 식당을 뜻한다. 외식이 일상화되어 있는 이들에게 아침 역시 사먹는 문화가 자연스럽다. 타이완 사람들은 주로 아침에 더우장(豆漿)이라고 부르는 콩으로 만든 음료를 즐겨 먹는데 영양도 훌륭하고 부담 없는 아침 식사로 제격이다. 더우장은 뜨겁게, 또는 차갑게 즐길 수 있으며 여기에 밀가루를 길쭉하게 튀긴 빵, 요티아오(油條)를 곁들이면 타이완 스타일의 소박한 브런치가 완성된다. 조금 더 든든하게 즐기고 싶다면 계란을 넣은 딴빙(蛋餅)이나 타이완식 주먹밥, 판퇀(飯糰)을 곁들여도 좋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푸항더우장(阜杭豆漿)이지만 동네 어디에서나 아침 식당들을 쉽게 볼 수 있으니 가까운 곳에서 그들처럼 아침을 시작해보자.

타이완식 아침 식사, 펑리수
(좌측부터) 타이완식 아침 식사, 펑리수

미식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펑리수

타이베이 여행에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사가는 쇼핑 아이템은 단연 펑리수(鳳梨酥)다. 공항에 가면 타이베이의 유명한 펑리수 베이커리들의 쇼핑백을 바리바리 들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여행자들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인기가 뜨겁다. 펑리수는 흔히 파인애플 케이크라고 통하는 타이완의 전통 과자다. 펑리(鳳梨)는 파인애플을 뜻하고 수(酥)는 바삭하다는 뜻. 동과(冬瓜), 파인애플 또는 파인애플 잼을 넣고 만드는데 상큼한 파인애플의 향과 버터 향을 품은 페이스트리와의 조화가 절묘하다. 타이베이 여행 후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간식으로 즐기기에도 좋고 가족과 지인들을 위한 여행 선물로도 안성맞춤이다. 여행의 마지막은 치아더(Chia Te)와 서니 힐스(Sunny Hills) 같은 유명 베이커리들을 순례하며 내 입맛에 맞는 펑리수를 구입하는 것으로 마무리해보자.

타이베이 200퍼센트 즐기기

타이베이 101과 도심 풍경
타이베이 101과 도심 풍경
먹고 마시는 것만이 타이베이의 매력으로 꼽기엔 너무 서운하다. 타이베이를 비롯해 근교에는 볼거리로 가득하기 때문. 타이베이 101은 타이완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508m에 달하는 마천루로,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목이 아플 정도로 높이가 엄청나다. 전망대에 오르면 타이베이 도심을 파노라마 뷰로 감상할 수 있어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고궁박물원은 중국 5천년 역사의 보고(寶庫)이자 타이완의 자존심으로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명소이다. 60만여 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워낙 그 양이 많아서 3~6개월마다 교체 전시를 한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타이완은 온천으로도 꽤 유명한 여행지로 지하철과 비슷한 MRT를 타고 쉽게 온천을 즐기러 갈 수도 있으니 반나절 정도는 온천 명소, 베이터우(北投)로 넘어가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힐링의 시간을 즐겨도 좋겠다.

타이베이 근교에는 도심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여행지들이 많아 여행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덜컹이는 오래된 탄광철도를 타고 소박한 마을들을 찾아 떠나는 핑시시엔(平溪線) 기차 여행에서는 아날로그의 감성과 기차 여행의 낭만을 만끽할 수도 있고 기묘한 형태의 암석들과 파란 바다가 펼쳐지는 예류(野柳)의 신비로운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지우펀(九份)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로 꼬불꼬불한 골목을 따라서 맛깔스러운 먹거리가 줄줄이 이어지고 좁은 계단 사이로 붉은 홍등이 주렁주렁 걸린 이국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홍등 사이사이 자리 잡은 다예관에 앉아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차 한 잔을 마시고 있노라면 이미 타이베이와 사랑에 빠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베이터우 온천, 예류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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