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유럽을 달렸다

“어떻게 현실로 돌아가죠?” 레일유럽과 유레일, 쎄씨가 함께한 창간 22주년 기념 특별 이벤트 <소원을 말해봐>, 6박 8일간의 동유럽 3개국 기차 여행을 마치고 온 행운의 주인공 박수아 씨의 이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22nd Anniversary Special Events 소원을 말해봐 레일유럽 유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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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유럽, 유레일, 쎄씨가 함께한 여행의 시작은 유레일 패스부터!

쎄씨와 함께 유럽 3개국 기차 여행을 떠날 독자 1명을 뽑는다는 소식이 지면, 모바일 쎄씨와 여러 SNS 플랫폼을 타고 공개되자 공식 이메일 계정의 메일 수신 알림이 카톡 메시지만큼이나 자주 울렸다.

한 달 동안 지원서를 받은 수백 명의 지원자 중 최종 결정된 쎄씨 독자는 27세 박수아 씨, 자동차 서비스 관련 IT 회사에서 3년째 근무 중인 그녀는 한 번도 유럽 여행을 가본 경험이 없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여행에 대한 열의를 담은 지원서는 인생 첫 번째 유럽 여행을 쎄씨와 함께 떠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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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유레일 패스, 어떻게 고르죠?

유레일 패스는 50년 동안 전 세계 1천만 명이 넘는 여행자가 이용해온 철도 패스로 우리나라에서는 유럽 배낭여행을 떠날 때 대부분 처음 접한다. 기존에는 유럽의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유레일 글로벌 패스 한 종류만 있었지만 지금은 여행자의 편의를 위해 한 나라만 여행하는 ‘1개국 패스’부터 2개국, 3개국, 4개국을 선택해 원하는 대로 일정을 짤 수 있는 ‘셀렉트 패스’도 생겼다. 선택한 국가 수와 해당 국가에 따라 패스 가격이 다양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각자 여행 스타일에 맞게 구입할 수 있다.

우리는 5월 넷째 주로 출발 날짜를 정하고 함께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웠다. 그녀는 지원서를 통해 가장 가고 싶은 나라로 이탈리아를 꼽았지만 기간 대비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고려해 레일유럽 김남림 홍보실장의 조언을 바탕으로 국경이 접해 있는 3개 국가 체코 프라하 - 오스트리아 빈 & 잘츠부르크 -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결정했다.

부다페스트는 최근 유럽 여행자 사이에 인기 급상승 중인 도시로 로맨틱한 야경이 유명하다. 도심 한복판에 도착하는 기차의 장점을 200% 살려 각 이동 구간은 일반 지방 열차가 아닌 고속 열차를 선택하고, 짐 싸고 풀기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가까운 도시는 당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최종 당첨됐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도 한동안 얼떨떨했는데 계획을 세우고 나니 진짜 실감 나요. 많은 걸 찾아보고 최고의 여행을 만들어볼래요.” 레일유럽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여행을 앞둔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그 얼굴 말이다.

유레일 패스, 이렇게 구입하세요.

TIP 1셀렉트 패스를 위해 국가를 선택할 때 각 나라의 국경이 맞닿아 있거나 인접국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TIP 22015년부터 선택한 국가의 점수를 조합해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으로 바뀐 유레일 셀렉트 패스의 경우,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동유럽 국가의 가격 점수가 낮다는 사실. 동유럽 국가로 구성하면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패스를 이용할 수 있다.

TIP 3본인에게 적합한 철도 패스를 구입하기 어려울 때, 레일 유럽 홈페이지()를 방문해 ‘철도패스 선택하기’ 기능을 활용한다. 여행하고자 하는 국가를 입력하면 이용 가능한 패스를 추천해준다.

TIP 4레일유럽 사이트에서 원하는 날짜에 맞춰 각 도시를 연결하는 기차 스케줄, 소요 시간, 좌석 상황을 확인해 실제로 탑승할 기차를 선택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편리하다.

TIP 5고속열차의 경우 예약은 필수! 현지에서 막상 좌석이 없으면 곤란하므로 수아 씨도 레일유럽 홈페이지에서 미리 좌석 예약을 마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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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라하 시내를 가로지르는 트램. 구형 모델과 최신식 모델이 함께 다닌다. 2 컬러풀한 프라하의 분리수거함. 3 배우 같은 포스를 풍기는 은발의 택시 드라이버. 4 성 비투스 대성당의 웅장함은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5 프라하 여행의 시작, 이른 아침에도 올드타운의 시민회관 앞에는 많은 관광객이 몰려 있다.1 Czech Prague첫 번째 유럽, 체코 프라하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프라하의 아름다움을 수아 씨도 한눈에 알아봤다. “프라하는 지도를 보지 말고 오래된 도로의 돌바닥과 건물을 천천히 감상하며 걸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아르누보 양식의 대표적 건축물로 꼽히는 시민회관 근처에서 열린 작은 마켓에서 치즈를 녹여 만든 감자요리 라클렛과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를 맛보았다. 고소한 치즈는 프라하의 맛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테다.

바츨라프 광장, 옛 시가와 프라하 성을 연결하는 카를교를 지나 프라하 성과 성 비투스 대성당에 도착했다. 성당의 웅장한 건축미와 알폰소 무하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에 압도당하는 곳.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흔적을 짚어볼 수 있는 황금소로까지 돌아보고 성을 빠져나올 때,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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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카를교 아래 화사한 꽃나무가 우리를 반겼다. 7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프라하 올드타운 스퀘어에서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8 프라하는 오래된 길거리 건물 하나하나 동화 속 마을처럼 예뻐 걷기만 해도 좋다. 9 재즈 클럽에서 보낸 완벽한 첫날 밤. 10 아침에 들른 올드타운 노천시장의 꽃가게. 11 값싸고 신선한 딸기, 라클렛과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는 최고의 맛이었다.


첫날 밤은 미리 예약해둔 프라하 성 아래 재즈클럽, ‘U Maleho Glena’에서 마무리했다. 현지인에게도 인기 높은 명소로 일 년 3백65일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 흥이 폭발하는 연주에 부드러운 벨벳 맥주까지 곁들이니 프라하는 더 이상 낯선 도시가 아니었다.

흔히 프라하는 하루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도시가 숨겨놓은 매력을 찾기에 충분한 시간이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다시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될 테고.기획_고현경 | 사진_이용신
쎄씨 2016.07월호
<저작권자ⓒ제이콘텐트리 M&B_쎄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위시빈과 함께 하는 '비밀 여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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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사진제공 = 하나투어]

유럽에 대한 심각한 오해 한 가지. 바로 살인적인 물가에 대한 겁니다. 물론, 비쌉니다. 콩알만 한 햄버거 하나 우리 돈 1만5000원 훌쩍 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곳, 소개하면 비밀 여행단이 아닙니다. 자, 오늘 보따리, 끝내줍니다. 한국보다 물가가 싼 유럽 여행지 Best 5. 이젠 마음 편히 먹고 "유럽 간다"고 외치시기 바랍니다.

0. 유럽 여행 전 챙길 것 

유럽 여행 시 필수, 화폐부터 챙겨야 합니다. 바로 유로. 그러니깐 이런 식입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각 나라별로 환전을 해 가는 게 아니라 유럽 공통 화폐인 유로로 일단 일괄 바꾼 뒤 떠나십시오. 그리고 유로를 가지고 다니면서 각 나라를 찍을 때, 그때그때 환전하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당연히 남은 돈, 유로, 한국 돌아와서 한꺼번에 바꾸시면 됩니다. 

1. 헝가리(Hungary) 

유럽에서 가장 핫한 야경을 가지고 있는 헝가리. 이곳에서도 으뜸은 단연 부다페스트입니다. 유럽 10개국 이상을 돌아본, 빠꼼이 여행족들 역시 최고의 야경으로 부다페스트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미슐랭 랭킹 레스토랑 역시 부담이 없습니다. 절대 겁먹지 마시길. 특히 이 아찔한 야경을 바라보며 와인이나 커피 한 잔은 꼭 해줘야겠죠. 중심가에 숙소를 잡고 주변 관광지를 하루 한두 곳씩 찍어가면 됩니다. 저녁에는 야경 크루즈와 성당에서 열리는 연주회를 강추. 

▷헝가리 포린트 = 헝가리는 '포린트'를 화폐로 사용합니다. 1포린트=4.40원(환율 기준) 수준입니다. 숙박비도 저렴하지요. 1인당 2인실 5박 비용은 47.8유로 (약 5만원). 맥주 210포린트(925원), 피자 한 조각 225포린트(1100원), 유명한 잭스버거 990포린트(4300원). 이젠 자신감 생기시죠. 팍팍 드시면 되겠습니다. 

2. 체코(Czech Republic) 

체코라는 나라 이름보단 '프라하'라는 도시로 더 알려진 나라. 체코인 삶의 중심이 되는 구시가지와 바츨라프 광장, 블타바강을 가로지르는 카렐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라하성까지. 도시 전체를 아예 '고색 창연한 박물관'이라 여기시면 됩니다. 프라하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구시가지 광장이지요. 주변으로 구시청사, 틴성당, 킨스키 궁전, 성 니콜라스 성당, 얀후스 기념비 등 주요 볼거리들이 몰려 있거든요. 구시청사의 시계탑은 매시 정각에 시곗바늘 윗부분에 있는 창문이 열리면서 그리스도의 12사도를 본뜬 인형이 차례로 나왔다가 사라지는 구조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블타바강이 흐르는 카렐교의 눈부신 야경과 함께 프라하성 투어도 잊지 마시고요. 매일 정오에 열리는 위병식, 머스트 시 포인트거든요. 

▶체코 코루나 = 체코에선 '코루나'를 씁니다. 1코루나=50원 선. 지금부터 물가 나열 들어갑니다. 맥주 한 병 15코루나(750원), 와인 한 병 100코루나(5000원), 물 500㎖ 10코루나(500원). 어때요? 진짜, 한국보다 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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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브로브니크 여행의 영감을 받으세요 

3. 불가리아(Bulgaria) 

유럽의 숨겨진 여행지 '불가리아'. 유럽인들에겐 유명하지만 우리 국민에겐 낯선 포인트입니다. 사실 동유럽을 대표하는 꽃 여행지가 불가리아거든요. '장미의 나라'라는 애칭처럼 전 세계 로즈 오일의 절반 이상을 만드는 곳도 다름아닌 불가리아입니다. 불가리아 카잔루크(Kazanluk)에서는 매년 봄 향기로운 장미 축제가 열립니다. 비토샤 산에 위치한 보야나 교회, 불가리아 정교회 수도원인 릴라수도원, 불가리아의 가장 작은 도시이자 피린산맥의 모래절벽으로 둘러싸인 와인마을 멜닉, 온천도시로 유명한 산단스키까지 주요 포인트들도 다 찍어보셔야겠죠. 그래야, 장수의 나라, 요구르트의 나라 불가리아의 진면목을 알게 될 테니까요. 

▷ 불가리아 레바 =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1유로=1.96레바. 여기에 고정 환율제입니다. 유로화가 오르면 같이 오르는 구조입니다. 자, 지금부터 물가 리스트. 코카콜라 2ℓ 2레바(1200원), 피자·케밥 1.5~2.5레바(800~1200원), 빅맥 3레바(2000원), 로컬 음식점 메인메뉴 10~14레바(6000원). 저는 빅맥 2000원에서 쓰러졌습니다.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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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터키(Turkey) 

지구 같지 않은 여행지 터키. EU 소속은 아니지만 유럽 국가로 포함돼 있다는 건 상식입니다. 스타워즈의 배경이 된 곳 중 한 나라일 정도로 이국적인 느낌과 특색이 분명한 곳. 가파도키아의 '버섯 바위'를 보며 열기구 투어를 하는 게 전 세계 여행족들의 버킷리스트 0순위라는 것쯤도 알고 계실 겁니다. 최근에는 안전 정보 꼭 확인하고 가야 하는 것, 꼭 알고 계시고요. 

▷ 터키 리라 = 리라를 사용합니다. 1리라=400원. '드럼과 랩'이라는 케밥 같은 음식은 우리 돈으로 1500~2000원 정도입니다. 애플티 1.5리라(600원), 스벅 카라멜 마끼야또 7.5리라(3700원), 물값 제일 싼 게 0.25~1리라. 과자나 주전부리는 한국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유명한 기념품인 스카프는 7~20리라(1만원 아래)에 불과합니다. 돈 펑펑 쓰며 마음껏 즐기시길. 

5. 크로아티아(Croatia, Hrvatska) 

동화 속 나라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를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를 마주보고 있는 곳입니다. 로마제국과 비잔틴 제국을 거치며 중세 시대의 유적을 지금까지 잘 보존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지요. 좌우로 뒤집힌 '7자' 지형 덕분에 서쪽으로는 해안의 풍광이 길게 이어지고,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간 동부에는 드넓은 평원이 드러납니다. 아찔한 대비지요. 아드리아 해의 숨겨진 지상낙원이라는 찬사를 받는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의 남쪽 어귀 해변입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산에 오르면 옅은 적갈색 지붕으로 통일된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유서 깊은 성벽을 직접 둘러보기도 하고 유람선을 타고 바다에서 아드리아 해의 바람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잊을 뻔했네요. 세계 최초 파도의 힘으로 연주되는 바다 오르간이 있는 곳 자다르다. 이곳만큼은 꼭 찍고 와야겠죠. 

▷ 크로아티아 쿠나 = 1쿠나 200원. 물 1ℓ 5.99쿠나(1200원), 우유 1ℓ 5.99쿠나(1200원), 병맥주 5.99쿠나(1200원), 큰 조각 피자 15쿠나(3000원), 아메리카노 10쿠나(2000원), 시즌과 도시별로 물가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저렴한 곳이라는 것. 

※ 자료제공 = 위시빈, https://goo.gl/lT5apx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자르 문화를 현재로 불러오다, 공예미술관

스페인에서 안토니오 가우디가 승승장구하던 시절, 부다페스트에는 레히네르 외된이 있었다. 천재 건축가로 일컬어지는 그는 아르누보 전성시대에 활동했는데, 그의 건물들은 다른나라에는 없는 독창성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가 “헝가리의 뿌리인 마자르 문화로 돌아가기”를 염원했기 때문이다. 헝가리 전통자수에서도 드러나는 산뜻한 색과 섬세하고 독특한 문양은 그의 건축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레흐네르 외된은 금속, 유리 등을 자유롭게 쓰며 마자르 전통문양을 건물에도 도입했는데, 그 문양을 그리기 위해 졸너이 타일을 즐겨 썼다. 온도 차에 강한 이 타일은 건축자재로도 인기가 높았는데, 빈의 슈테판 대성당을 비롯한 중부 유럽의 건축물에서도 이 타일을 볼 수 있다. 초록색과 황금색이 빛나는 레히네르 외된 스타일의 지붕은 공예미술관 뿐 아니라 헝가리 중앙은행에서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지질학 박물관, 시각장애인협회 사무소등 그의 작품들이 많이 있지만 현재 내부관람이 가능한 것은 공예미술관뿐이다.  

 

 

지금의 극장에서 과거의 극장을 생각한다, 국립극장

처음 국립극장이 문을 연 것은 1837년이었으나,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전쟁을 비롯한 정치적 상황 때문에 장소를 옮기기도 하고 여러 곳에 분산되기도 하면서 제대로 된 상징적인 의미를 갖추지 못했던 것.


결국 1965년에 ‘국민의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건물이 부서지게 되면서 국립극장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새로운 건물을 짓는 공모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또한 여러 정치적 상황 속에서 좌절을 겪다가, 결국 2000년 9월에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픈은 2002년 3월 15일. 기록적인 속도였다.


다뉴브 강변에 자리잡은 이곳에서는 헝가리의 연극이나 영화산업의 역사를 보여주는 기념물들도 볼 수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옛 국립극장 기념물. 건물의 파사드 부분을 떼어와 물에 비스듬하게 잠긴 상태로 눕혀놓았다. 이 눕혀진 기념물 위로는 영원을 상징하는 횃불이 타고 있다.


옛국립극장의 파사드를 통째로 떼어와 기념물로 만들었다.

 

 

과거에도 지금에도 여전히 가장 아름다운, 카페 뉴욕

카페 뉴욕의 열쇠를 다뉴브강에 집어던진 작가 페렌츠 몰나르.


카페 뉴욕의 역사는 지난하고 장구하다. 1894년에 처음 문을 연 이곳은 왕궁에 비유될 만큼 아름다운 실내장식으로 유명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에 기초해 대리석, 청동, 실크, 벨벳을 사용하여 인테리어했는데, 당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라는 찬사가 무색하지 않았다.


카페 뉴욕이 이름을 떨친 것은 실내장식만이 아니라 그 실내를 채운 사람들 덕분이었다. 이곳은 20세기 초반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예술가와 지식인의 집합지였다. 이곳에서 풍성한 생각과 논의가 벌어졌다. 또한 문학 잡지의 편집 회의실 역할도 맡았다. 여러모로, 이곳에 신세진 예술가들이 많았다.


저명한 작가인 페렌츠 몰나르와 그의 친구들은 카페가 문을 여는 날 “이 카페는 예술가들에게 24시간 개방되어야 한다”며 열쇠를 다뉴브 강에 던졌다고. 영화 [카사블랑카]의 감독인 마이클 커티즈는 부다페스트 출신이었는데, 이곳 카페에서 예술가 수업을 시작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1912년 국립극장에서 연극연출 및 배우로 데뷔했다. 

 

카페 뉴욕의 여정은 화려한 만큼 지난했다. 사회주의 시절 국영화되었던 이곳은 한때 창고로 사용되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창고”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는데, 2006년 이탈리아 보스콜로(Boscolo) 그룹에 의해 다시 재탄생했다. 그들이 과거를 다루는 방법답게, 그들은 카페 뉴욕을 이름만 가져온 현대적 카페로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옛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장식을 충실히 재현함에 덧붙여 현대적인 디자인을 도입하여 새로운, 그러나 여전한 ‘카페 뉴욕’으로 재탄생했다.

 

 

과거의 차를 타고 현재를 돈다, 지하철

부다페스트에 세계에서 두 번째, 유럽대륙 최초의 지하철이 개통된 것은 1896년. 건국 천년을 기념해서였다. 이 지하철의 정식 이름은 황제의 이름을 따서 ‘지하철 페렌츠 요제프(Ferenc József)’였으나, “밀레니엄 언더그라운드”라 부르기도 하며, 그보다는 더 즐겨 ‘1호선’이라고 부른다.


부다페스트의 자랑 ‘1호선’을 타는 것은 19세기 후반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각별한 느낌을 준다. 건설 당시의 모습을 간직함과 동시에 현대의 도시 교통시스템으로도 원활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곳의 지하철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며, 그렇다고 사람들을 편리하게 운반하는 단순한 기계상자도 아니다.


에스켈레이터도 없는 층계를 걸어 내려가면 조그만 차량을 탈 수 있으며, 도착할 때의 흥겨운 음악도 예전과 같다. 현재 지하철 터널의 일부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곳에 가면 예전에 사용되었던 차량들을 볼 수 있다.


영화 [언더월드]에도 나오는 이곳의 지하철은 어쩐지 낯익은데, 그것은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된 뉴욕시 지하철 입구가 바로 이곳의 지하철 입구를 모델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1호선은 언드라시 대로를 따라 건설되었다.

 

 

탑의 높이로 역사를 기억하다, 성 이슈트반 대성당

성 이슈트반 성당은 가장 높은 탑의 높이를 자랑한다.


 

성 이슈트반은 헝가리의 초대 국왕이다. 그는 기독교를 헝가리에 전파하여 기독교의 성인이 되었다. 이 성당에 그의 이름이 붙은 것은 그의 오른손 미라가 안치되어있기 때문인 걸까? 성당의 정문에서도 그의 동상을 볼 수 있다.


부다페스트 최대의 성당인 이곳은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해 지어졌다. 네오 르네상스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짓는 데 무려 50년이 걸렸다고 한다. 특징적인 것은 탑의 높이.


중심에 있는 중앙 돔까지 건물 내부에서는 86m, 돔 외부의 십자가까지는 96m이다. 이는 헝가리 건국의 해 896년을 의미한다. 건국천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탑의 높이를 정한 것이다. 다뉴브 강변의 모든 다른 건축물들은 도시미관을 이유로 이보다 더 높이 지을 수 없게 규제된다고 한다.   

 

 

탑의 숫자로 선조를 기억하다, 어부의 요새

“헝가리 애국정신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어부의 요새 또한 헝가리 건국 1000년 기념으로 지어졌다. 1896년에 착공에 들어가 완성된 것은 1902년. 이곳의 이름이 ‘어부의 요새’가 된 것은 옛날 이곳에 어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범한 설명부터 19세기 시민군이 왕궁을 지키려했을 때 어부들이 다뉴브강으로 기습하는 적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는 극적인 설까지 다양하다. 분명한 것은 이곳이 중세시절 다뉴브강에서 어시장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는 것.


네오로마네스크와 네오고딕양식이 혼재되어있는 이 건물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일곱 개의 탑이다. 고깔모양을 한 이 탑이 상징하는 것은 건국당시 마자르족 일곱부족이다. 성 이슈트반 대성당이 탑의 높이로 건국의 해를 기념했다면, 이곳은 일곱 개의 탑으로 건국의 주체를 오늘의 기억 속에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어부의 요새는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인상적이다.

 

 

가끔은 과거를 잊을 필요가 있다, '글루미 선데이'

1930년대 헝가리 작곡가 레조 세레즈가 작곡한 이 곡은 악명높다. 이 곡을 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하여 “자살 찬가” 혹은 “자살의 송가”라는 기괴한 칭호를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리 홀리데이, 루이 암스트롱, 레이 찰스, 톰 존스 등 여러 유명한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고 영화화되기도 한 이 음악은 지금은 예전만큼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는 못하다. 아무래도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 사실 자살이 많았다는 것 자체가 루머라는 냉소도 존재한다.

 

'글루미 선데이'의 작곡가 레조 세레즈.


 

처음 음악이 전파를 탄 날 다섯 명의 청년이 자살하고, 전파를 탄지 8주만에 187명의 자살자가 생겨났다는 구체적인 숫자와 BBC를 비롯한 여러 방송국에서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은 이 루머를 그럴듯하게 만들어준다. <뉴욕타임즈>는 “수백 명을 자살하게 한 노래”라며 특집기사를 수록하기도 했고, 프로이드는 이 음악에 대한 정신분석학 이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마케팅에도 소문은 활용되었다. 코코샤넬은 이 음악을 모티프로 ‘피치 블랙-죽음의 화장품’을 출시하였고, 해골모양의 피아노를 만들어 ‘글루미 선데이’라는 이름을 붙인 예술가도 있었다.


‘자살의 송가’라는 명성에 확신의 마침표를 찍어준 것은 1968년 1월 7일, 작곡가 레조 세레즈의 자살이었다. 그가 자살한 원인은 분분하나, 글루미 선데이의 성공 이후 두 번째 히트곡을 만들 수 없었던 괴로움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죽을 당시, 손가락이 굳어 있어 두 손가락밖에는 쓰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연주하던 카페의 이름은 ‘키스피파 벤데글로’. 작은 파이프 스토브라는 의미다. 평생 그곳에서 피아노를 치며 살았던 그는 그의 음악이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으로 가 로열티를 받으며 호화롭게 살 수 있었지만 헝가리에 대한 애국심이 너무 강한 나머지 부다페스트를 떠나지 않았다 한다. 결국 그의 과거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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