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튼 힐에서 바라본 에든버러의 야경.

↑ 에든버러의 상징인 에든버러 성.

↑ 스코틀랜드 독립 영웅 윌리엄 월레스로 분장한 배우.

↑ 칼튼 힐의 저녁 무렵.

에든버러의 첫 인상은 귀족 가문의 조용한 숙녀와 마주하는 것 같았다. 도시 곳곳에 들어선 조지안 스타일의 건물들과 오래된 벽돌길, 잘 다듬어진 공원과 우뚝 솟은 성은 기품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저녁 햇살에 붉게 물들 때 바람에 실린 백파이프 소리가 아련하게 번져왔다.

스코틀랜드인의 자존심, 에든버러 성

에든버러는 영국이지만 영국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도시의 풍경도 다르지만 언어도 확연히 다르다. 사투리가 굉장히 심하다. 사람들은 영어를 말하지만 마치 독일어처럼 들린다. 파운드화를 사용하지만 화폐 디자인도 잉글랜드 지역과 다르다.

올드타운 서쪽의 바위산에 자리한 에든버러 성(Edinburgh Castle)은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자부심을 상징한다. 6세기에 처음 지어진 에든버러 성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격렬한 투쟁사를 보여주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성의 대부분은 군사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수많은 전시품 중 제임스 2세의 손자 찰스 에드워드가 일으킨 1746년의 컬로든 모어 전투에서 사용된 군기 조각도 있다. 스코틀랜드인들이 국가의 자랑스러운 유물처럼 다루는 물건이다. 또한 16세기에 만들어진 스코틀랜드 전통의 왕관, 칼, 지휘봉 등이 전시돼 있다.

많은 작가가 배출된 에든버러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는 소설 '아이반호'로 유명한 월트 스콧 경이다. 에든버러 시내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스콧 기념탑은 스콧 경의 죽음을 애도하기 만들어진 것이다.

에든버러의 정수를 품은 로열마일

에든버러의 가을을 즐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로열마일(Royal Mile)을 천천히 거니는 것이다. 여기만 거닐어도 에든버러는 다 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올드타운에 있는 로열마일은 에든버러 성과 홀리루드하우스 궁전 사이에 뻗은 길이 1.6㎞의 자갈길이다. 지도에는 보통 하이 스트리트(High Street)라고 표시돼 있다. 과거에는 귀족들만 걸을 수 있었기 때문에 로열마일이라 부른다. 이곳에는 전통 토산품점, 오래된 펍, 시립박물관, 천문관측대, 스코틀랜드 각지의 위스키를 한자리에 모은 '스코치 위스키 헤리티지 센터' 같은 볼거리가 늘어서 있다.

평범한 백성들은 로열마일 대신 클로스(close)라는 작은 오솔길로 다녀야 했다. 클로스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브로디스(Brodie's) 클로스다. 낮에는 목수와 시의원으로, 밤에는 강도와 도둑으로 살다가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윌리엄 브로디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그의 이중적인 캐릭터는 영국 소설가 R.L.B.스티븐슨에게 영감을 줬고,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로 쓰여졌다.

로열마일 끝의 홀리루드하우스 궁전(Palace of Holyroodhouse)은 영국 왕실이 에든버러를 방문할 때 사용하는 궁전이다. 바로크 양식으로 호화롭게 지은 궁전은 과거 부유했던 스코틀랜드의 영광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왕의 식당에서는 16~17세기의 찻잔과 수저 장식물 등을 볼 수 있다.

낭만적인 에든버러의 야경, 칼튼 힐

가을에 잠긴 에든버러를 보고 싶다면 프린스 스트리트 동쪽 끝의 칼튼 힐(Calton Hill)로 가면 된다. 해발 105m 높이지만 대부분 평지인 에든버러에서는 높은 언덕과 같다. 칼튼 힐에는 에든버러의 역사를 보여주는 기념비가 가득하다. 칼튼 힐에서 가장 크고 눈에 띄는 건물은 국립 기념비다. 나폴레옹 전쟁에서 전사한 용감한 스코틀랜드 민족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에든버러 최고의 건축가 중 한 명인 윌리엄 헨리 플레이페어가 아테네의 신전을 본떠 설계한 것으로, 1822년 공사에 들어갔지만 재정상의 문제로 완공되지 못했다. 저녁 무렵 칼튼 힐에 올라가면 넬슨 기념비, 스콧 기념탑, 에든버러 시내를 붉게 물들인 노을을 볼 수 있다.

여행 정보

한국에서 에든버러까지 가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런던을 거쳐 가는 법이 제일 간단하다. 이지젯, 라이언에어 등 저가 항공편을 이용하면 싸다. 에딘버러공항은 시내 북서쪽으로 약 16㎞ 떨어져 있다.

런던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서 에든버러까지 매일 내셔널 익스프레스 버스가 운행된다. 9~12시간 정도 걸린다.

런던 킹스 크로스 역에서는 매일 20회 정도 에든버러까지 가는 기차가 운행된다. 4시간30분~5시간 정도 걸린다.

  1. Favicon of https://travelbible.tistory.com 오리궁둥이 2014.10.07 21:52 신고

    가고싶다 나도 ㅠ

영국 안 또 다른 나라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Edinburgh). 비록 영국으로 묶여 있지만 스코틀랜드인에게 잉글랜드가 그들의 나라가 아니듯 런던은 그들의 수도가 아니다. 이러한 스코틀랜드인들의 긍지와 자존심은 자신들의 수도 에든버러 곳곳에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자신들의 역사와 개성을 뚜렷하게 아로새겨놓았다.

에든버러시는 18세기에 구시가지의 인구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신시가지를 계획적으로 조성했다.
프린스 스트리트를 경계로 사진의 좌측이 구시가지, 우측은 신시가지다.

비록 인구는 잉글랜드의 10분의 1밖에 안되지만, 골프와 스카치위스키의 원조이자 민속악기인 백파이프와 특이한 타탄으로 만들어진 전통의상 킬트 등 자신들만의 전통을 고유한 정체성으로 확립시킨 스코틀랜드인의 고집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스코틀랜드 왕가의 상징 로열 마일

에든버러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곳은 에든버러 성이다. 바위산 위에 세워진 에든버러 성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중세 도시의 분위기로 가득하다. 애초 지어진 목적 자체가 군사적 요새였기 때문에 궁전의 화려함보다 요새와 성이 갖는 견고하고 투박한 느낌이 강하다. 성 안 대연회장에는 과거 스코틀랜드 왕의 대관식 때 사용되었던 ‘운명의 돌(The Stone of Destiny)’이 전시돼 있다. 스코틀랜드 왕가의 상징인 ‘운명의 돌’은 700년 전 이웃나라 잉글랜드의 왕인 ‘에드워드 1세’에게 빼앗겨,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에서 분리된 이후인 지난 1996년에야 돌려받았다.

군사 요새로 지어진 에든버러 성은 화려함보다는 견고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에든버러 여행의 핵심은 에든버러 성에서 동쪽으로 약 1마일 정도 떨어진 홀리루드하우스 궁전과 에든버러 성을 연결하는 약 1마일의 거리인 로열 마일이다. 귀족들만이 지날 수 있었다던 로열 마일은 이제 도로 양편으로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 시립박물관, 천문관측대, 위스키를 모아놓은 스카치 위스키 헤리티지 센터 등이 한데 모여있어 언제나 여행자가 북적이는 곳이다.



다양한 문화 축제로 가득한 도시

8월 중순부터 열리는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기간을 맞춘다면 더할 것 없는 눈요기를 할 수 있다. 에든버러 성과 로열 마일에서 열리는 수많은 공연과 각국에서 방문한 인파들의 인산인해로 장관을 이룬다. 사실 에든버러를 세계에 알리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인들에게 가해진 전쟁의 상흔을 치유한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이래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문화예술 축제로 자리 잡았다.

주최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초청을 받지 못한 무명의 공연단체들은 로열 마일 인근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공연을 펼친다. 사전심의나 선정과정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백미는 군악대 연주(Military Tattoo)다. 에든버러 성 앞에서 펼쳐지는 이 화려한 공연에서는 스코틀랜드의 전통악기인 백파이프와 드럼을 둘러맨 군악대를 선두로 세계 각 나라의 군악대들이 음악 퍼레이드를 벌인다. 축제기간 동안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밤 열리는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매년 에든버러를 방문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신(新)시가지

18세기 중반 에든버러 구시가지의 인구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에든버러 확장 계획이 세워졌다. 로열 마일 북쪽의 프린스 스트리트(Princes Street)를 경계로 에든버러 북쪽에 조성된 에든버러 신시가지는 스코틀랜드 구(舊) 수도인 퍼스(Perth)와 더불어 영국 조지언 시대에 만들어진 건축물들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이런 이유로 신시가지를 걷다 보면 신시가지라는 이름이 어쩐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다른 나라 도시들의 구시가지에서나 느낄 법한 시간의 흐름을 신시가지에서 느껴야 하니 말이다.

스코틀랜드의 대문호 월터 스콧 경의 기념탑. 비만 내리면 스산한 분위기가 절로 연출될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내뿜는 조형물이다.

군악대 연주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백미(白眉). 에든버러 성을 배경으로 각국의 군악대들이 모여 장관을 이룬다.

신시가지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들의 발을 인도하는 목적지는 시내 어디서나 보이는 스코틀랜드의 대문호 월터 스콧 경의 기념탑이다. 월터 스콧 경의 기념탑은 그의 유언대로 오래된 탑처럼 보이게 시커먼 사암석으로 고딕 탑을 쌓아올려, 마치 영화에서나 봤던 기괴한 구조물을 떠올리게 한다. 영원한 라이벌 잉글랜드에 대한 경쟁심으로 영국에서 제일 높은 트라팔가 광장의 넬슨탑 보다 5m 더 높이 올렸다는 후일담이 있을 정도로 스코틀랜드인의 자부심이 넘쳐나는 조형물이다.

61m 높이의 기념탑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2백87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성인 남성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는 그만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층계마다 스콧의 소설에 나오는 64명의 인물조각상이 무감각한 다리 근육을 위로해주고 마침내 꼭대기에 서면 시원한 바람 속에 에든버러 시가지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가 세계를 지배한다

중세와 근대를 넘나드는 전통적 건축물로 가득 찬 에든버러 거리의 모습은 다양한 문화유산을 원형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북쪽의 아테네’ 혹은 ‘근대의 아테네’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찬사는 거대 제국 로마에 대한 완강한 저항과 숙명의 이웃 잉글랜드와의 길고도 길었던 투쟁에도 문화의 가치를 깨닫고 지켜낸 스코틀랜드 국민들에게 내려져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다른 국가의 여행자가 예술적 감성을 뽐내면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호응하는 에든버러 시민들의 모습은 각기 다른 문화들이 어떻게 앙상블을 이뤄내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시아에 한국 문화의 힘을 각인시킨 우리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가는 길
아직 에든버러 직항편은 없다. 대신 대한항공이 매일 1회, 아시아나항공이 주 5회 인천~런던 구간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비행 시간은 약 12시간 소요).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 에든버러 역까지는 특급기차를 이용하거나 저가항공편을 이용해 에든버러로 갈 수 있다.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 에든버러 역까지는 특급기차로 약 4시간 40분이 걸린다.

조금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조금 더 멀리, 스코틀랜드로 떠났다. 얼마 되지 않아 그곳의 모든 것에 흠뻑 취해 주문처럼 외쳤다. 슬란지바!

features editor KIM YOUNG JAE여행지에서 느긋함은 사치. 눈 뜨면 나가고, 잠자기 전까지 부지런히 발품을 판다. 그래야 남는 여행이지. 밤 11시가 돼야 하늘이 컴컴해지고 새벽 3시에 동이 트는 스코틀랜드야말로 이상적인 여행지!

런던 찍고, 에든버러로 데려다준 영국항공의 보잉 787 드림라이너. 비행 중 기체가 흔들릴 때마다 안절부절못하는데 이번 여행은 심신이 편안했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도보 여행길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에는 소박한 품위를 지닌 전원 마을 드리멘(Drymen)이 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를 마실 땐 이렇게 외쳐라. 슬란지바!

하이랜드 지역의 글렌고인 증류소에서 제조 과정을 탐방하고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위스키를 만들었다.

불멸의 전사 ‘하이랜더’처럼 세월의 풍파를 묵묵히 견뎌낸 에든버러 성은 스코틀랜드 역사의 산증인이다.

매킨토시가 설계한 글래스고 예술학교. 2년 전 화재로 인해 지금은 복구 작업 중이다.

영국 런던의 히드로공항.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의 승객들은 둘로 나뉘었다. 열에 여덟은 입국심사장으로, 나를 포함한 소수의 일행은 환승 구역으로. 런던은 내게 종착지가 아니었다. 이곳을 경유해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로 가는 길. 비행기로 1시간을 가면 에든버러다. 가깝다면 가깝지만, 마음의 거리는 다르다. 런던을 끼고 이야기하면 에든버러는 쉽게 닿을 수 없는 먼 곳처럼 느껴진다. ‘런던 다녀왔어’ ‘스코틀랜드 다녀왔어’ 어느 한쪽의 반응이 큰 것도 그런 이유다. 스코틀랜드란 단어에는 어떤 동경이 담겨 있다. 그걸 좇아 좀 더 먼 곳으로 떠났다. 5월의 끝자락, 에든버러에는 삭풍이 날을 세웠다. 가끔 햇볕을 장전하기도 했지만 찬 공기에 금방 마모됐다. 구시가지인 로열 마일(Royal Mile)을 걸었다. 이방인에게 공기는 더 차갑게 다가왔다. 수세기 전의 이맘때도 그랬겠지. 과거에는 왕족과 귀족만이 다니던 길이었다. 로열 마일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에든버러 내에서도 수세기의 역사가 옹골게 버티고 서 있다. 어디를 걷든 역사의 편린들이 발등에 쌓였다. 나이를 세기에도 고단해 보일 만큼 오래된 건물들은 여전히 당당하고, 기품을 잃지 않았다. 나이테를 더할수록 아름다워지는 나무들처럼. 한 호흡으로 긴 숨을 쉬고 있는 에든버러에선 낡은 것을 떠나 보내는 현대 도시의 허세가 유치해 보였다. 삶이란 최선을 다해 늙어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이 도시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에든버러에 온 사람들은 성에 오른다. 아니, 역사를 오른다. 깎아지른 화산암 절벽 위의 에든버러 성. 왕실의 거처이자 요새였던 성의 축조 과정에는 세월이 겹겹이 쌓여 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티격태격하길 시계추처럼 반복했다. 그때마다 에든버러 성은 부러지고 박살 난 상처를 붙이며 억세게 버텼다. 적군이 아니라 쉬지 않고 폭력을 배설해 온 인간의 본성을 묵묵히 견뎌야 했다. 에딘버러 성 꼭대기에 오르자 시가지가 넓고 편안하게 내려다보였다. 성이 간직한 긴 사연을 듣고 난 직후라 아래 세상은 더 평화롭고 살 만해 보였다. 과거의 슬픔과 비명은 수만 번의 밤과 함께 다 씻겨진 상태였다. 저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괜한 낭만에 빠진 나 같은 여행자처럼 그들도 굳센 성을 올려보며 ‘끝까지 살아보자’라고 다짐할까.

에든버러에서 이틀을 보내고 도시를 옮겼다. 정주와는 거리가 먼 여행자에게 변덕스러움은 무죄다. 차로 1시간 거리에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인 글래스고가 있었다. 사람도 많고 현대적인 건축물도 시야에 자주 걸렸다. 글래스고의 역사는 에든버러와 다른 의미로 치열했다. 무역업으로 기반을 닦은 이곳은 산업혁명과 맞물려 번성기를 누렸다. 철강과 조선업의 요충지였고 돈과 사람이 넘쳐났다. 인류 역사에서 영원한 상승 곡선은 없다. 이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도시는 생기와 풍요를 잃었다. 하지만 글래스고는 흐릿한 연기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스코틀랜드의 산업도시는 우아한 변신을 도모했다. 예술과 문화로 전공을 바꿔 여전히 36.5도의 뜨거운 생동을 유지하고 있다. 침체를 극복하고 불멸의 시를 쓴 글래스고의 거리는 색채미가 선연했다. 미술관과 박물관, 갤러리들이 산재해 있었다. 그 가운데 붉은 벽돌로 지은 켈빈그로브 아트 갤러리 앤 뮤지엄(Kelvingrove Art Gallery and Museum)을 찾았다. 글래스고를 대표하는 미술관 겸 박물관으로 중세미술 작품부터 자연사, 고고학 등 다양한 전시가 이뤄지고 있었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오래 본 작품은 살바도르 달리의 1951년 작 ‘십자가의 성 요한의 그리스도’. 미술관에서 직접 작가에게 구입한 작품이라고 했다. 초현실주의자가 그린 종교화라니. 달리의 작품을 스코틀랜드에서 보게 될 줄이야. 어느 쪽이 됐든 오래 기억될 사건이었다. 그래서 왠지 억울했다. 훗날 글래스고 여행을 추억할 때 달리의 긴 콧수염이 먼저 떠오르는 건 아닐까 하고.

찰스 레니 매킨토시(Charles Rennie Mackintosh)의 발자취를 찾아 나섰다. 매킨토시는 스코틀랜드의 걸출한 건축가 겸 디자이너이다. 20세기 초반, 천편일률적인 건축디자인에 식물 모티프의 유려한 곡선 양식을 적용해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글래스고 토박이였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 글래스고 미술대학에 다녔다. 1909년에는 글래스고 예술학교를 설계했다. 현대건축사를 논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위대한 건축물을 고향에 선물했다. 이러이러해서 매킨토시가 살바도르 달리보다 글래스고의 추억에 적합하다는 얘기다. 매킨토시는 현존하지 않지만 도시 곳곳에 그의 업적과 천재성이 단단하게 뿌리 박고 있다. 이를 알현하기 위해 전 세계 건축학도들이 ‘매킨토시의 도시’를 찾는다. 열이면 열, 그들 모두가 알현하는 윌로 티룸(Willow Tearoom)을 방문했다. 약 100년 전 매킨토시가 디자인한 찻집으로 가구며 인테리어며 매킨토시의 인장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마치 그의 비전 속으로 들어온 듯했다. 주문한 애프터눈 티가 나왔을 때 나도 모르게 외쳤다. 

슬란지바(Sla′inte Mhath)!

슬란지바는 스코틀랜드 언어로 ‘건강을 위하여’란 뜻이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 중 하나다. 이 말이 거침없이 돌고 도는 곳은 펍이다. 사람들은 데시벨을 높여 소리친다. 슬란지바! 그러니까 이건 건배사다. 스코틀랜드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운 말도, 가장 많이 쓴 말도 ‘슬란지바’였다. 에든버러 사람들만 아는 맛집 ‘그레인 스토어(Grain Store)’에서 풍요로운 첫 식사를 할 때부터, 미식 가이드와 함께 에든버러 먹방 투어를 할 때도, 드리멘(Drymen)이란 작은 마을에서 발견한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펍 ‘클라첸 인(The Clachan Inn)’에서도, 영드 <다운튼 애비>의 촬영지로 유명한 인바레이어 캐슬을 구경하고 들린 시푸드 레스토랑에서도, 하이랜드 지역에 있는 싱글 몰트 위스키를 생산하는 글렌고인 증류소에서 투어를 하면서도 와인이든 위스키든 맥주든 술이 빠지지 않았다. 삼시세끼 동안 ‘슬란지바’란 말이 입에 쫙쫙 붙다 보니 술이 아닌 뭔가를 마실 때도 그냥 슬란지바. 어쩌면 이번 여정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경쾌하고 순조로웠던 건 약간의 취기가 나를 도취시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술과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는 것들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으니까.

물론 스코틀랜드의 서정성은 그런 것 없이도 충분히 눈부셨다. 에든버러와 글래스고의 공통점은 도심을 빠져나오면 금세 ‘산 넘어 산’ 풍경이 펼쳐진다는 것. 그 길을 따라가다 만난 로몬드 호수의 전원 마을인 러스(Luss)는 아름다운 적막함이 감돌았고, 화평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호수를 마주한 언덕 위 포트넬란 농장(Portnellan Farm)에선 광막한 초원에서 방향 감각을 상실해 봤고, 사람 좋은 농장주와 보트 투어를 하는 동안에는 잘 익은 바람을 어루만졌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목가적 풍경에 무방비 상태가 되자 스코틀랜드의 서정은 가슴에 스며들어 여운이 됐다. 여정이 여운이 되는 곳, 좋은 여행은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을 선물한다.

editor 김영재

photo COURTESY OF british airways,VISITSCOTLAND

digital designer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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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스코틀랜드의 랜드마크 에든버러 성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가 뜬다. 아름다운 자연과 예술, 왕가의 기품과 한번 보면 잊지 못할 페스티벌의 추억이 깃든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꼭 한번 정도 가보고 싶은 여행자의 로망과도 같다. 그곳으로 보다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펼쳐지는 오는 8월 한진관광이 대한항공 전세기를 운항해 직항으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게 됐다. 인천공항에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공항까지는 약 13시간 걸린다. 

여행의 영감을 받으세요 travelbible.tistory.com 

스코틀랜드 하면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떠오른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해 시작된 축제다. 매년 8월 중순부터 3주 동안 에든버러 전역에서 펼쳐진다. 여러 나라의 공연팀이 초청돼 화려한 축제로 진행된다. 오페라와 클래식, 연극, 춤, 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공연이 줄을 잇는다. 

가장 유명한 것은 밀리터리 타투와 프린지 페스티벌. 밀리터리 타투는 수백 명이 스코틀랜드 전통 복장을 입고 백파이프와 북을 연주하는 것으로 축제 기간 내내 저녁마다 에든버러성 광장에서 진행된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에든버러 페스티벌보다 몇 주 먼저 열리는 것으로 전 세계 수백 개 공연팀 등이 참여해 수천 건의 공연을 진행한다. 며칠씩 머물며 축제의 열기에 푹 빠져볼 수 있다. 

◆ 왕가의 기품 느껴지는 명소 즐비해  여행의 영감을 받으세요 travelbible.tistory.com  

스코틀랜드는 그레이트브리튼연방의 하나로 그레이트브리튼섬의 북부 지역에 위치한다. 중심 도시는 에든버러, 경제적 중심지는 글래스고다. 스코틀랜드는 스코트 사람들의 땅이라는 의미. 스코틀랜드에서 웅장한 성과 광활한 숲, 완벽한 호수,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다.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 왕국의 옛 수도이자 영국에서 두 번째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다. 

에든버러에서는 왕가의 기품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가 다양하다. 먼저 산 위에 자리 잡은 견고한 성인 에든버러성은 스코틀랜드의 랜드마크다. 성에서 보면 시내가 사방으로 내려다보인다. 내부는 연회장, 예배당 등이 있고 대연회장에는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운명의 돌이 보관돼 있어 눈길을 끈다. 

스코틀랜드 역사에서 메리 여왕이 가장 좋아했던 거처인 홀리루드 하우스 궁전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으로도 꼽힌다. 현재도 왕실의 공식 거처로 지정돼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에든버러를 방문할 때 사용하는 숙소다. 

에든버러성부터 홀리루드 하우스 궁전까지의 거리를 의미하는 로열마일에 위치한 성자일스 성당은 스코틀랜드의 역사를 대변하는 장소. 외관부터 기품이 느껴진다. 내부에는 역사적인 기념물과 기념탑이 있다.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예배당은 나무조각 장식이 화려하다. 왕관 모양의 뾰족한 지붕, 정교한 솜씨의 스테인드글라스 오르간도 유명하다. 

구도심과 신도시, 에든버러성과 홀리루드 하우스 궁전까지 에든버러 전경을 한눈에 다 내려다볼 수 있는 칼튼힐은 에든버러에 있는 언덕으로 그리스 신전을 모방해서 만든 내셔널 기념탑과 스튜어트 기념비, 넬슨 기념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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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고의 중심지 조지 스퀘어에 우뚝 솟은 글래스고 시청사

◆ 하일랜드 대자연의 매력 넘쳐  여행의 영감을 받으세요 travelbible.tistory.com 

스털링은 수많은 전쟁의 무대로 스코틀랜드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다. 스털링에서는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으로 바뀌는 과도기의 성당 건축물을 비롯해 역사적 유적이 많다. 그중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이 대부분의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인 스털링성은 9개월 된 아기로 스코틀랜드 여왕 왕관을 받았던 역사적인 장소다. 

스털링에서 약 1시간 떨어진 로몬드 호수는 영국 본토에서 가장 큰 호수다. 우리나라 여의도보다 약 9배 더 큰 규모다. 동서남북 어느 쪽에서 보더라도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그린란드 쇠기러기처럼 로몬드 호수에서 겨울을 나는 엽조들을 보호하는 구역이 있다. 로몬드 호수는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와 오랜즈를 구분하는 경계지역이기도 하다. 호숫가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코닉힐 정상에 서면 몇몇 섬들을 가로지르는 단층이 더욱 잘 보인다. 

인버네스에 있는 네스호는 목이 긴 괴물인 네시가 살고 있다는 소문 때문에 유명해진 곳이다. 급경사의 삼림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름다운 호수다.  

영국인들이 천국이라고 이름을 붙인 스카이섬은 안개가 자주 껴 안개섬이라고 불린다. 80㎞ 거리의 아주 작은 섬이지만 거대한 바위나 자연경관이 광활한 풍경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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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고에 위치한 켈빈글로브 미술관 및 박물관 

스코틀랜드 100배 즐기는 여행 Tip  여행의 영감을 받으세요 travelbible.tistory.com 

한진관광이 오는 8월 여름 시즌에 떠나는 스코틀랜드 직항 전세기 상품을 출시했다. 인천~글래스고 공항까지 약 13시간 소요. 9일 일정으로 엄선된 호텔 사용, 대형버스 이용, 에든버러 페스티벌 기간 여행과 거리 공연 체험, 차별화된 관광, 지역별 전통식을 포함한다. 전문 인솔자 동행. 8월 5일, 12일, 19일 총 3회 금요일 출발. 여행상품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한진관광 홈페이지(www.kaltour.com)와 전화(1566-1155)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기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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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코틀랜드 위스키 증류소 관람·시음
"미네랄 풍부한 토양, 기름진 민스트럴 보리, 증류 원액 맑은 암반수, 증류기 재료가 될 구리…
이 네 가지가 어울려 좋은 위스키 만듭니다"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은 숲과 언덕을 따라 유서깊은 위스키 증류소와 고성(古城)들이 들어선 아름답고 고즈넉한 곳이다. 대표적 관광명소인 발린달로크 성. / 정지섭 기자

푸른 숲 끝으로 황금빛 단풍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두툼하고 붉은 털옷을 입은 스코틀랜드 특산종 하이랜드 소(Highland Cow)가 풀을 뜯는 잔디밭은 햇살에 반짝였다.

드문드문 서 있는 건물들은 서양 동화집에서 나온 것처럼 뾰족한 세모 지붕이다. 누군가 일깨워주기 전까진 여기가 '술 만드는 곳'이라는 걸 쉽게 눈치 못 챌 것 같다.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1시간 30분을 날아와 도착한 스코틀랜드 애버딘. 다시 공항에서 차로 1시간 30분가량을 달려 도착한 맥캘란(Macallan) 위스키 증류소의 늦가을 풍경이다.

물과 흙, 보리, 구리가 빚은 위스키

햇살이 갑자기 숨더니 차가운 빗줄기가 쏟아졌다. "진정한 스코틀랜드 날씨"라며 데이비드 콕스 맥캘란 총괄 디렉터가 껄껄 웃었다. 맥캘란 위스키 증류소 관람·시음 투어는 빗속에서 첫 걸음을 뗐다.

술 공장이니 술 구경부터 할 줄 알았는데,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어 유유히 흐르는 스페이(Spey)강가로 갔다. 강줄기를 끼고 있는 스코틀랜드 동부지역을 스페이사이드(Speyside)라고 일컫는다.

콕스씨가 말했다. "넷이 어우러져 위스키가 됩니다. 미네랄이 풍부한 흙, 여기서 잘 자라는 기름기 풍부한 민스트럴 보리, 증류 원액으로 쓰일 맑은 암반수… 스페이강과 땅의 선물이죠. 여기에 증류기의 재료가 될 훌륭한 구리가 더해져요."

1824년 문을 연 이곳은 맥캘란의 유일한 증류소다. 싱글몰트라고 불리는, 단일 증류소에서만 제품을 만드는 시스템을 180여년 고집해왔다.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증류소 100여곳 중 50여곳이 '물 좋고 흙 좋다'는 스페이사이드에 몰려 있다.

강가를 등지고 180여년의 비밀이 전수되는 곳, 증류 공장으로 갔다. 거대한 돔처럼 생긴 금속 용기 앞에서 매시턴(mashturn) 작업이 한창이었다. 보리의 싹을 틔워 곱게 빻은 뒤 뜨거운 물을 부어 당분을 최대한 뽑아내 단맛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매쉬턴을 마친 원액은 지름 4m 짜리 3만L들이 통으로 나뉘어 옮겨졌고, 통마다 부글부글 끓어 거품을 냈다. 효모를 넣고 발효시켜 알코올 성분을 일으키는 워시백(washback) 과정이다.

그렇게 '물'은 '술'이 돼 거꾸로 세운 나팔처럼 생긴 증류기로 들어가 다시 펄펄 끓여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따끈한 새내기 위스키들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60년 넘도록 참나무통에서 긴 잠을 잔다.

관광객들이 맥캘란 위스키 증류소를 둘러보고 있다. / 정지섭 기자
스페인산(産) 참나무통에서 무르익는다

증류장이 정적이라면 숙성장은 동적이었다. 아름드리 굵기에 사람 키만 한 참나무통에 호스로 위스키 원액을 주입시키는 작업이 한창이다.

참나무통 저장고는 맛과 향을 마지막으로 책임지는 곳이다. 앞 단계까지는 스코틀랜드 안에서 자급자족했지만, 숙성 과정만큼은 '외세'가 개입됐다. 숙성을 책임질 참나무는 모두 스페인 발렌시아산이다. 깊고 그윽한 맛과 향을 간직하기에 그만한 게 없다고 한다.

고즈넉한 고성과 시골철길 볼거리

증류소 말고도 스페이사이드의 볼거리가 있으니 숲과 언덕 사이로 꼭꼭 숨어 있는 작고 아담한 성(castle). 그 중 한 곳인 발린달로크(Ballindalloch)성으로 가는 길은 빼어난 드라이브길이었다.

언덕진 초원을 따라 달리다 스친 곳은 대장간이 있다는 읍내 더프타운.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단선 철길과 간이역을 만났다. 이 시골 철길의 애칭은 '위스키 라인(Whiskey Line)'이다. 성탄절 등 연휴시즌에만 간간이 운행된다.

저녁 무렵 발린달로크성에 도착했다. 16세기에 지어져 줄곧 한 가문(맥퍼슨-그랜트·Macpherson-Grant)이 살아온 곳이라 했다. 응접실, 주방, 식당에 초라한 하녀 방까지 온전히 보존돼 있다.

여·행·수·첩

어떻게 가나

애버딘까지는 직항편이 없기 때문에 런던에서 영국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히스로공항 5번 터미널에서 애버딘행 국내선이 하루 4~6차례 운항된다. 운행 시간은 1시간 30분.

어떻게 보나

스코틀랜드의 유명 위스키 증류소는 100곳이 넘고 견학과 시음을 곁들인 투어 코스가 마련돼 있다. 대부분 유료로 10~20파운드(약 1만8000~3만5000원)대. 숙식을 겸한 패키지도 있다. 대중교통편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현지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게 더 편리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협회 홈페이지(www.scotch-whisky.org.uk), 스코틀랜드위스키닷컴(www.scotlandwhisky.com) 참조.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영국 스코틀랜드 위스키 증류소 관람·시음
"미네랄 풍부한 토양, 기름진 민스트럴 보리, 증류 원액 맑은 암반수, 증류기 재료가 될 구리…
이 네 가지가 어울려 좋은 위스키 만듭니다"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은 숲과 언덕을 따라 유서깊은 위스키 증류소와 고성(古城)들이 들어선 아름답고 고즈넉한 곳이다. 대표적 관광명소인 발린달로크 성. / 정지섭 기자

푸른 숲 끝으로 황금빛 단풍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두툼하고 붉은 털옷을 입은 스코틀랜드 특산종 하이랜드 소(Highland Cow)가 풀을 뜯는 잔디밭은 햇살에 반짝였다.

드문드문 서 있는 건물들은 서양 동화집에서 나온 것처럼 뾰족한 세모 지붕이다. 누군가 일깨워주기 전까진 여기가 '술 만드는 곳'이라는 걸 쉽게 눈치 못 챌 것 같다.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1시간 30분을 날아와 도착한 스코틀랜드 애버딘. 다시 공항에서 차로 1시간 30분가량을 달려 도착한 맥캘란(Macallan) 위스키 증류소의 늦가을 풍경이다.

물과 흙, 보리, 구리가 빚은 위스키

햇살이 갑자기 숨더니 차가운 빗줄기가 쏟아졌다. "진정한 스코틀랜드 날씨"라며 데이비드 콕스 맥캘란 총괄 디렉터가 껄껄 웃었다. 맥캘란 위스키 증류소 관람·시음 투어는 빗속에서 첫 걸음을 뗐다.

술 공장이니 술 구경부터 할 줄 알았는데,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어 유유히 흐르는 스페이(Spey)강가로 갔다. 강줄기를 끼고 있는 스코틀랜드 동부지역을 스페이사이드(Speyside)라고 일컫는다.

콕스씨가 말했다. "넷이 어우러져 위스키가 됩니다. 미네랄이 풍부한 흙, 여기서 잘 자라는 기름기 풍부한 민스트럴 보리, 증류 원액으로 쓰일 맑은 암반수… 스페이강과 땅의 선물이죠. 여기에 증류기의 재료가 될 훌륭한 구리가 더해져요."

1824년 문을 연 이곳은 맥캘란의 유일한 증류소다. 싱글몰트라고 불리는, 단일 증류소에서만 제품을 만드는 시스템을 180여년 고집해왔다.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증류소 100여곳 중 50여곳이 '물 좋고 흙 좋다'는 스페이사이드에 몰려 있다.

강가를 등지고 180여년의 비밀이 전수되는 곳, 증류 공장으로 갔다. 거대한 돔처럼 생긴 금속 용기 앞에서 매시턴(mashturn) 작업이 한창이었다. 보리의 싹을 틔워 곱게 빻은 뒤 뜨거운 물을 부어 당분을 최대한 뽑아내 단맛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매쉬턴을 마친 원액은 지름 4m 짜리 3만L들이 통으로 나뉘어 옮겨졌고, 통마다 부글부글 끓어 거품을 냈다. 효모를 넣고 발효시켜 알코올 성분을 일으키는 워시백(washback) 과정이다.

그렇게 '물'은 '술'이 돼 거꾸로 세운 나팔처럼 생긴 증류기로 들어가 다시 펄펄 끓여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따끈한 새내기 위스키들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60년 넘도록 참나무통에서 긴 잠을 잔다.

관광객들이 맥캘란 위스키 증류소를 둘러보고 있다. / 정지섭 기자
스페인산(産) 참나무통에서 무르익는다

증류장이 정적이라면 숙성장은 동적이었다. 아름드리 굵기에 사람 키만 한 참나무통에 호스로 위스키 원액을 주입시키는 작업이 한창이다.

참나무통 저장고는 맛과 향을 마지막으로 책임지는 곳이다. 앞 단계까지는 스코틀랜드 안에서 자급자족했지만, 숙성 과정만큼은 '외세'가 개입됐다. 숙성을 책임질 참나무는 모두 스페인 발렌시아산이다. 깊고 그윽한 맛과 향을 간직하기에 그만한 게 없다고 한다.

고즈넉한 고성과 시골철길 볼거리

증류소 말고도 스페이사이드의 볼거리가 있으니 숲과 언덕 사이로 꼭꼭 숨어 있는 작고 아담한 성(castle). 그 중 한 곳인 발린달로크(Ballindalloch)성으로 가는 길은 빼어난 드라이브길이었다.

언덕진 초원을 따라 달리다 스친 곳은 대장간이 있다는 읍내 더프타운.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단선 철길과 간이역을 만났다. 이 시골 철길의 애칭은 '위스키 라인(Whiskey Line)'이다. 성탄절 등 연휴시즌에만 간간이 운행된다.

저녁 무렵 발린달로크성에 도착했다. 16세기에 지어져 줄곧 한 가문(맥퍼슨-그랜트·Macpherson-Grant)이 살아온 곳이라 했다. 응접실, 주방, 식당에 초라한 하녀 방까지 온전히 보존돼 있다.

여·행·수·첩

어떻게 가나

애버딘까지는 직항편이 없기 때문에 런던에서 영국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히스로공항 5번 터미널에서 애버딘행 국내선이 하루 4~6차례 운항된다. 운행 시간은 1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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