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모든 거주자들은 도시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매일 75명이 이곳으로 이주하고, 매주 새로운 1000명이 이곳에 도착한다. 실제 수치가 어떻든,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현실적이다. 생활비용 증가, 주택 부족, 교통체증, 그리고 심심치 않게 보이는 부동산 개발 현장 모습 등이다. 시애틀 랜드마크인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도 리노베이션 중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에게 '기술 성장'은 탐험해야 할 새로운 풍경과 정취를 의미하기도 한다. 시애틀 시내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 역시 매력이 무궁무진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박물관과 자연보호구역, 태평양 연안 북서부 풍부한 해산물과 지역별 크래프트 맥주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5월 다시 문을 연 노르딕 박물관에서 시작해 보자. 밸러드(Ballard)에 있는 매력적인 아연 도금 건물은 본래 어업에 종사하던 스칸디나비아 공동체의 전통적 거주지다. 넓고 밝은 화랑에서 바이킹부터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출신 개척자 시대 이주민까지 노르딕 유산과 역사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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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 가면 인기 있는 신선한 굴을 꼭 맛봐야 한다. 루스 프렘슨 ⓒ 2018 THE NEW YORK TIMES

다음은 호평받는 로컬 요리사, 러네이 에릭슨이 운영하는 인기 많은 레스토랑 '월러스와 카펜터(Walrus and the Carpenter)'에서 태평양 북서부 맛, 굴요리를 맛볼 차례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칵테일과 굴인데, 바(bar) 뒤쪽에 쌓여 있는 굴껍데기만 봐도 알 수 있다. 하마 하마스(Hama Hamas)와 소금이 든 베이워터 스위츠(Baywater Sweets)를 포함한 후드 커낼(Hood Canal)의 인기 있는 굴 요리집을 돌며 신선한 굴요리 집과 함께 통통한 피커링 패시지스(Pickering Passages)와 같은 퓨젓 사운드(Puget Sound)의 주옥같은 굴집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주말 아침은 모닝커피와 함께 시작이다. 정감 가득한 아날로그 커피(Analog Coffee)에서라면 디지털 기기는 넣어두고 여유를 만끽하기 좋다.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to-basics)'는 정신으로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이 커피숍에는 비닐과 카세트 더미, 신문과 잡지 인쇄물이 눈에 띈다. 커피 중에서도 콜드브루는 특히 맛이 훌륭하다. 아날로그 커피에 가는 길에 의사당 베이커리 누보(Bakery Nouveau)에 들러 달콤한 아몬드 크림으로 가득 찬 아몬드 크루아상을 꼭 맛봐야 한다. 

소화를 시킬 겸 테크버블스로 향한다. 사실 시애틀은 대담한 건축물이 즐비한 곳이다. 새장처럼 생긴 시애틀 중앙 도서관(Seattle Central Library)이나, 다양한 색깔의 금속 철갑이 연상되는 프랭크 게리의 팝 컬쳐 뮤지엄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가장 최근 추가된 것은 지난 1월 아마존 다운타운 캠퍼스에 오픈한 온실, 스피어스(Spheres)로, 3개 유리 돔이 서로 연결돼 있다. 이곳에 가려면 몇 주 전 예약을 해야 할 만큼 인기가 좋다. 

점심은 미식기행. 태평양 너머 다른 나라에서 온 맛이 시애틀 미식 여행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포박숩숍(Pho Bac Sup Shop)은 삼형제가 운영하는 활기 넘치는 베트남 레스토랑이다. 향이 좋은 쇼트립포(short-rib pho)와 함께 생포도주를 제공한다. 쌀국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 위에 얹어진 툭 튀어나온 커다란 뼈가 압권이다. 작년 말 문을 연 프리몬트 볼(Fremont Bowl)은 짧은 기간 내 돈부리와 지라시스시 메뉴 등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지라시스시는 참치, 연어, 방어, 새우, 바다뱀장어와 날치알 등 다양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오후엔 라이브쇼를 보는 라디오 방송국 투어. 이 도시의 대담한 독립 라디오 방송국인 KEXP 덕분에 공영 방송 미래는 밝아 보인다. 2016년 니르바나 데뷔 싱글 '러브 버즈'를 처음으로 공개한 이 유명 방송국은 시애틀 SkB 설계자들이 디자인한 새로운 시설이다. 독특한 이 건물에는 공연 공간, 커피숍, 레코드 가게가 함께 들어서 있다. 

라이브쇼를 보고 싶다면 방문할 만하다. 넓은 로비나 스튜디오 내 안락한 전시관에서 연간 400개 넘는 라이브 쇼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브레더스와 포틀랜드 인디 포크 밴드 호스 피더스(Horse Feathers)가 여기서 공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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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 파머스 마켓에서는 워싱턴주의 생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루스 프렘슨 ⓒ 2018 THE NEW YORK TIMES

일요일 아침은 브런치로 열자. 시내 주변 레스토랑과 파머스 마켓에서는 컬럼비아 시티 베이커리(Columbia City Bakery) 수상에 빛나는 빵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른 아침 길을 좀 돌아가는 수고가 들더라도 꼭 들러야 할 카페가 있다. 지난해부터 시즌 한정 수제 파이와 파니니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메인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부드러운 프레첼을 즐길 수 있다. 

오후엔 빼놓을 수 없는 시애틀 명물 파머스 마켓 투어. 밸러드 파머스 마켓(Ballard Farmers Market)은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지역의 역사적 중심지이기도 한 이곳에서는 신선한 농산물과 조개류부터 돼지고기 식품, 사과주, 치즈까지 주로 워싱턴주 생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마켓을 구경하다 보면 계절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다. 버스커와 거리 공연자들 덕에 곳곳에서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마켓에 인접한 부티크 프리즘(Prism)도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현지 일러스트레이터 시에라 그레이브스(Sierra Graves) 작품부터 밸러드에 기반을 둔 블랙버드(Blackbird)의 유니섹스 향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다음은 아트 스튜디오에 있는 갤러리이자 숍인 베뉴(Venue)로 가보자. 수십 명의 지역 아티스트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시애틀 아이리 페이퍼굿즈(Ilee Papergoods) 수작업으로 인쇄한 예쁜 카드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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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가든스 공원, 해변을 따라 걸으면 퓨젯 사운드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루스 프렘슨 ⓒ 2018 THE NEW YORK TIMES

그것 아는가. 여행의 법칙. 가장 좋은 것은 맨 나중에 남겨둬야 하는 법이다. 마지막 코스로 찍은 건 시애틀의 자연 즐기기.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바다 위에서 신선한 공기를 맞고 싶다면 북서쪽으로 가면 된다. 이곳에 평화로운 골든 가든스 공원(Golden Gardens Park)이 있다. 해변을 따라 걸으면 퓨젓 사운드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조용한 바다에 누워 동동 떠다니는 물개를 만나거나, 맑은 날이라면 저 멀리 올림픽 산맥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스카이라인 뷰를 만끽하고 싶다면 남동쪽 개스 워크스 파크(Gas Works Park)가 답이다. 이전엔 석탄을 가스로 만드는 시설이었던 곳이 놀이 지역이 된 독특한 공원이다. 잔디로 둘러싸인 유니언 호수(Lake Union) 위에 수상 비행기가 착륙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시애틀의 꿀잠 Tip = 시어도어 호텔(Hotel Theodore)은 153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세련된 디자인으로 리노베이션한 뒤 다시 문을 열었다. 이전에 루스벨트 호텔(Roosevelt Hotel)을 보유했던 아트 데코(Art Deco) 타워에는 시애틀에서 들여온 상품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테마 부티크 호텔인 '앤드라 호텔(Hotel Andra)'도 명물. 로비의 커다란 화강암 벽난로 옆쪽에는 알바르 알토(Alvar Aalto)가 디자인한 라운지 체어와 겹겹이 쌓인 장작을 볼 수 있다. 
잉그리드 케이 윌리엄스 ⓒ 2018 THE NEW YORK TIMES ※ 뉴욕타임스 트래블 2018년 7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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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둘러싸고 끝없이 이어지는 새하얀 빙산의 벽. 크루즈 투어는 수려한 경관과 함께 원주민 문화, 골드러시 등 알래스카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지식을 선사한다.

이러다 크루즈 전문 여행기자가 되는 건 아닐까. 여행+팀에 발령받자마자 홍콩의 드림 크루즈를 섭렵했는데 또 크루즈다. '뭉쳐야 뜬다'식 패키지 여행으로 설명하자면 절대 도망 못가는 패키지 여행. 하지만 코스가 마음을 움직인다. 북극의 대명사 알래스카. 그러니까 따끈한 초여름에 즐기는 겨울 나라로의 공간 이동이다. 

이거 끝내준다. 원주민어로 '거대한 땅'을 의미하는 알래스카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나라 면적의 7배나 되는 광활한 땅이다. 보통 투어로 끝나지 않을 거란 예감 아닌 확신이 들었다. 안내를 받아 부두로 향했다. 이미 접해본 적 있는 크루즈선은 이번이라고 특별할 게 있나 싶었다. "5성급 호텔 저리 가라"라고 침 튀기며 설명하는 가이드의 생색에 그나마 있던 기대도 슬며시 밀어넣는 게 낫다 싶었던 찰나. 엄청난 뱃고동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압도적 크기에 유선형으로 쫙 빠진 뱃머리가 예사롭지 않다. 이 배가 기항지 여행에 함께할 루비 프린세스호. 11만t급으로 타이타닉호의 거의 3배 가까운 크기로 알래스카를 연 20회 이상 운항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속 빈 강정도 많은 법. 내부는 과연?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오른 루비 프린세스호 내부 서비스와 부대시설은 덩치만큼 수준도 메가톤급이었다. 

알래스카 크루즈 투어의 매력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백미는 육로로 못 가는 환상적 기항지들을 럭셔리 선상에 올라 모두 가볼 수 있다는 것. 알래스카의 주도인 주노, 골드러시 시대의 모습을 잘 간직한 스캐그웨이를 비롯해 알래스카의 하이라이트 글레이셔 베이 국립공원, 인디언 전통이 살아 있는 케치칸, 그리고 정원의 도시라 불리는 캐나다 빅토리아까지. 모두 알래스카에 있지만 서로 중복되지 않는 고유한 매력을 뽐내는 곳들이다. 알래스카 남단에서 시작된 거대한 피오르만 수십 개. 극지방은 바닷물이 깊고 맑아 울창한 툰드라가 투명한 바다 거울에 비치는 느낌이다. 크루즈선 양쪽으로 병풍 같은 얼음 절벽이 겹쳐 있다가 배가 지나갈 때 문이 열리듯 보이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이것은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으로만 접할 수 있는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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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와 같은 극지방의 바닷물은 투명하고 깨끗하며 깊다. 봄과 여름에 떠나는 눈의 나라 크루즈 여행은 그 자체로 하나의 로망이다.

빙하에 둘러싸인 물살을 가르며 향한 첫 번째 기항지 주노. 준비돼 있는 여러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건 헬리콥터 멘델홀 빙하 관광이다. 헬리콥터를 타고 멘델홀 빙하 위까지 올라간다. 그리곤 내려서 두발로 디뎌 본다. 신발을 통해 느껴지는 빙하의 감촉. 발로만 느껴서는 모자라다. 맨손으로 만져보고 눌러본다. 반질반질하면서도 뽀득뽀득한 눈과 얼음의 중간적인 느낌. "아, 나 오늘 빙하 만졌어." 괜히 뿌듯하다. 빙하 체험을 하니 출출하다. 현지 연어구이 시식을 해본다. 찬 바닷물에서 잡아 올려 그런지 신선도가 눈과 혀를 휘어 감는다. 이어 과거와 현대의 모습이 공존한다는 주노 시내를 둘러본다. 호수면 위로 한가로이 떠 있는 얼음 조각과 선명한 푸른색이 이곳이 북극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북풍의 집 스캐그웨이에서는 화이트 패스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다. 화이트 패스 열차는 골드러시 시대 사용하던 차량을 개조한 것인데 채굴을 위해 쓰던 이 열차로 금광이 있던 지역까지 갔다 오는 것이다. 투어 내내 터널과 깊은 협곡, 폭포, 빙하 덮인 준봉의 절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택관광을 마치자 시간이 좀 남았다. 승선 전까지 간단히 시내를 둘러보고 에메랄드빛 호수를 감상했다. 스캐그웨이 기항은 알래스카 크루즈 일정이 아니고서는 느낄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제 알래스카 크루즈의 하이라이트는 글레이셔베이 국립공원이다. 입구에는 매년 40만명의 크루즈선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는 빙하지구가 보인다. 물 위에 떠 있는 다양한 크기의 빙하 조각과 뮤이르 빙하, 마저리 빙하, 램프러 빙하 코앞까지 배가 갔다가 180도 선회한다. 충돌하는 거 아닌가 조마조마하면서도 선상에서 빙하를 보는 감회 또한 짜릿하다. 빙하를 타고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과 끝없이 이어지는 골짜기는 여행지에서 또 다른 사색에 잠기게 한다. 이동 중 바다표범과 해달 등 극지방 동물과의 만남은 알래스카 크루즈 투어의 숨겨진 재미다. 운이 좋을 때는 혹등고래, 북극곰과도 만날 수 있다. 

다음 기항지 케치칸으로 향한다. 홀연 놀랄 만큼 기후가 온화해졌다. 케치칸은 온화한 기후와 뛰어난 경관으로 알래스카에서 축복받은 땅으로 불린다. 원시우림 보호지역을 직접 둘러보며 서식하고 있는 블랙베어, 사슴 등 생생한 자연과 마주한다. 알래스카산 게 요리는 오직 케치칸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방문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포인트다. 알래스카 크루즈의 마지막 기항지 빅토리아에 다다랐다. 이곳은 캐나다 속의 작은 유럽이다. 도시 곳곳에 영국 문화가 짙게 서려 있다. 빅토리아 명소인 부차르 가든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식 정원으로 다들 한번씩 들르는 곳이다. 시내 구석구석을 빨간색 2층 버스가 누비는 모습은 마치 런던에 와 있는 착각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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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태고의 자연색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대륙 알래스카.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영화에서나 보던 환상적 빙하는 상상 이상으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 알래스카 크루즈 즐기는 Tip 

롯데관광이 알래스카 상품을 판매 중이다. 크루즈 전문 인솔자가 동행하며 시애틀 유명 관광지를 포함한 1박이 추가된 단독상품. 밤마다 펼쳐지는 쇼와 라이브 음악도 무료 제공. 6월부터 9월까지 매주 금요일에 출발. 판매가는 1인 369만원부터. 


만남, 이별 그리고 커피의 그윽한 향기가 공존하는 시애틀. 여름철의 짧지만 강렬한 햇살과 가을, 겨울의 자욱한 안개 그리고 비가 대조를 이루는 도시, 사계절 내내 커피 향이 가득한 도시, 왠지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도시, 시애틀이다.


◆ 시애틀의 랜드마크, 스페이스 니들

시애틀에서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시애틀센터다. 196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였던 곳으로 약 30만㎡ 면적에 높이 185m의 전망대 스페이스 니들과 오페라하우스 그리고 2개의 극장, 콜로세움, 음악ㆍ과학ㆍ어린이 박물관과 아이맥스 영화관 등 여러 공공 건물들과 위락시설들을 잘 갖추고 있어 시애틀의 대표적인 명소로 통한다.



↑ 시애틀센터 안에 있는 스페이스 니들은 185미터 높이의 전망대로 시애틀의 도시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사진제공=시애틀관광청>



누구든 시애틀에 오면 먼저 이곳 전망대에 올라 시의 동서남북을 조망하며 전체적인 감을 잡는 것이 순서다. 이곳 전망대에 서면 서쪽으로는 태평양으로 연결되는 푸른 퓨젓사운드, 북쪽 바로 발 아래로는 거대한 담수호 유니언 레이크, 저 멀리 동쪽으로는 워싱턴 레이크, 남쪽 멀리로는 흰 눈을 덮어쓴 해발 4392m의 레이니어 산봉이 높이 솟아 있는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가장 높이 솟아 낮에는 하늘을 향해 솟은 자태로 밤에는 아름다운 조명으로 도시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스페이스 니들은 길다란 통로같이 보이는 특이한 건축물이다. 스페이스 니들 꼭대기에 있는 360도 회전 레스토랑에서는 멋진 도시의 밤 풍경을 즐길 수 있다.




◆ 옛모습을 간직한 관광명소, 파이어니어 광장

시애틀의 옛 모습을 보고 싶으면 시애틀이라는 도시의 발생지인 파이어니어 광장으로 가면 된다. 이곳은 미국 국가 지정 사적지로 시내 중심지 체리 거리와 1번 대로 사이에 있는 작은 삼각형 모양의 광장이다. 독특한 모양의 토템 기둥이 있는 파이어니어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19세기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건물들을 아직도 많이 볼 수 있는데, 1889년 6월 시애틀 대화재 때 불타 버린 자리에 미술관, 화랑, 레스토랑, 골동품 가게들이 새롭게 들어섰다. 광장 가운데는 높이 18m의 토템 폴과 인디언 추장 시애틀의 흉상이 세워져 있는데, 이 추장의 이름을 따서 시애틀이란 도시명이 탄생했다.

또 시내 관광 코스에 빠지지 않는 파이크 플레이스는 시내 1번가라 할 수 있는 퍼스트 애비뉴와 파이커 스트리트 사이 엘리엇 만을 끼고 위치해 있는데,신선한 생선이나 야채를 찾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재래식 시장이다. 1907년 개장했는데, 원래는 어시장이었으나 차츰 일반 물품을 파는 상점들로 변모했다. 80여 년 전에 세워진 네온사인 시계는 지금도 멀리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현재 2만8328㎡의 대지에 200곳이 넘는 식당과 던지니스 게, 굴 등 신선한 어패류와 꽃, 액세서리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휴일 없이 영업하고 주변의 식당은 밤 늦게까지 문을 연다. 시장 앞에 '거리의 악사'가 순번제로 하는 연주도 볼 만하다. 입구에 청동으로 '레이첼'이라는 대형 돼지저금통을 만들어 놓고 기부를 받아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도 한다.



◆ 안개와 비가 만들어낸 커피의 도시

시애틀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커피'다. 연중 5분의 3 정도가 안개와 비로 점철되는 스산한 날씨에다 이 도시의 근간을 이루는 항공ㆍIT 등 첨단 산업을 이끄는 고급 인력들이 커피를 좋아해서 그런지 커피 소비가 엄청난 도시로 일찍부터 카페 체인 스타벅스를 비롯해 시애틀스 베스트 커피, 툴리스 등이 생겨나 세계로 진출, 커피 도시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스타벅스의 원조는 1971년 웨스턴 애비뉴에 처음 문을 열었는데, 1977년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자리를 옮겨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시애틀을 커피의 도시라 부르는 진짜 이유를 수많은 독립 카페들 덕분이라고 말한다. 이 카페들은 직접 해외 유명 커피 산지에서 농장 단위로 원두를 구매해 독특한 커피들을 재생산해서 공급한다.

독립 카페들의 중심지, 캐피톨 힐에 가면 다양한 커피 말고도 펑크록 뮤지션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카페들이 많아 눈길을 끈다. 가장 오래된 카페 중의 하나에서는 '펄잼'이란 밴드명이 탄생하기도 했고, 펑크록에서부터 드랙 쇼까지 각종 공연이 펼쳐지는 카페, 실내 가득히 책을 채워놓은 카페 등 개성 있는 곳이 많아 카페 마니아는 물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가는 길=시애틀까지는 대한항공이 매일 운항하고 있다. 약 9시간55분 소요.

시애틀의 밤을 찌르는, 우주 바늘

파리의 밤과 낮에 에펠탑이 함께 하듯이, 시애틀을 보여주는 모든 풍경에는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이 있어야 한다. 마치 외계의 비행선이 하늘 위에 정차한 채 바늘과 같은 통로로 지구인들을 초대하는 것 같은 이 괴상한 건축물은 1962년 시애틀 세계 박람회 때 처음 문을 열었다. 360도로 돌아가는 전망 레스토랑의 창은 시애틀의 야경을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인데, 거기에서 내려다보면 왜 이 도시의 시민들이 잠을 잊고 사는지 잘 알 수 있다. 미국의 여러 대도시들은 밤만 되면 시민들이 빠져나가 공동화되고 슬럼화된다. 반면 대표적인 ‘24시간 도시’인 시애틀은 빌딩 사이사이 풍성한 녹지와 쾌적한 시설로 시민들에게 밤낮 그 안에 머무르며 활발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 것이다.


잠 못 이루는 밤에 둥둥 떠 있는, 보트하우스

시애틀을 세계적인 ‘잠 못 이루는 도시’로 만든 장본인은 역시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아내를 잃고 외롭게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시애틀의 건축가 톰 행크스. 이를 보다 못한 아들이 라디오 심리 상담 코너에 아버지의 사연을 내보낸다. 볼티모어에서 이 방송을 들은 맥 라이언은 약혼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연에 끌리게 되고, 결국 시애틀까지 날아와 이 외로운 남자와 사랑스러운 아들을 보게 된다.


이때 톰 행크스가 영화 속에서 살고 있던 곳이 호수 위에 떠 있는 보트하우스. 남자는 쓸쓸히 베란다로 나와 호수를 바라보고, 난로 옆의 벤치에서 데이트 상대와 통화하고, 아들은 이 전화를 엿들으며 일일이 코치한다. 시애틀의 선상 가옥은 1890년대 어부와 선원들이 처음 지어 살기 시작했는데, 1930년대 대공황 때 세금을 아끼고 값싼 주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와 2천 가구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지금도 5백 개 정도가 남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영화 속에 등장했던 바로 그 집으로 지금도 유니온 호수(Lake Union) 위에 떠 있다. 보트하우스라는 이름과는 달리 보트처럼 움직이지는 못하고 물 위에 자리잡고 있을 뿐이니 배 멀미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보트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외로운 독신남의 시애틀

잠 못 드는 이들의 라디오 상담소, 프레이저

시애틀 사람들이 왜 불면에 빠져 있는지 37개의 에미상을 수상한
[프레이저]에게 물어보라.


우중충한 비가 끊이지 않는 도시, 그 때문인지 시애틀에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있나 보다. 이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인기 시트콤 [프레이저]의 주인공인 프레이저 박사는 톰 행크스의 아들이 사연을 보냈을 법한 라디오 심리상담자다. 보스턴에서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시애틀에서 편안한 독신 생활을 보내려던 그의 계획은 말 많은 전직 경찰인 아버지 마틴, 소심한 잘난척장이인 동생 나일스와 뒤섞이게 되면서 매우 ‘시애틀’스럽게 된다. 시애틀적인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관계란 언제나 뒤틀리고 비 오는 날처럼 우중충하다. 그렇지만 한 잔의 커피 같은 유머가 있기에 씁쓸하게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이들과 함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시니컬한 말다툼에 끼어들고 싶다면, 3번가와 파이크(Pike) 스트리트가 만나는 귀퉁이에 있다는 카페 네르보사(Café Nervosa)를 찾아가면 된단다. 안타깝게도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하는 카페지만 말이다.




인어가 가져다 준 새로운 커피, 원조 스타벅스

시애틀을 특징짓는 가장 명료한 단어는 ‘커피’다. 사시사철 안개와 비에 덮여 있는 스산한 날씨, IT 직업군 등 꽤나 지적인 인구 구성, 국경 너머 밴쿠버와의 교류 등이 이 도시의 막대한 커피 소비량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스타벅스, 시애틀스 베스트 커피, 툴리스 등을 통해 세계의 커피 문화를 좌지우지하는 도시가 되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카페 체인 스타벅스는 1971년 시애틀의 웨스턴 애비뉴에 처음 문을 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운 커피 문화를 만들고 있던 피츠 커피(Peet's Coffee )에 영향을 받아, 싸구려 아메리칸 커피의 나라를 뒤집기 위한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 원조점은 1977년에 자리를 옮겨 지금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Pike Place Market)에 자리잡고 있다. 전 세계 스타벅스 중에서 오리지널 로고(가슴을 드러낸 갈색의 인어)를 달고 있는 유일한 가게로, 그 앞에선 번쩍이는 은색 더블베이스의 밴드 등 로컬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시애틀에선 스타벅스 본사의 건물과 오리지널 로고의 원조점을 만날 수 있다.

커피 혁명의 폭죽, 캐피톨 힐

캐피톨 힐의 일상을 담은 만화 '캐피톨 힐',바우하우스 등의 카페들도 즐겨
등장한다.


스타벅스는 미시시피 강물처럼 멀겋기만 하던 아메리칸 커피를 뒤집었지만, 너무 성공한 때문인지 이제는 심심하기 그지없는 스탠더드가 되어 버렸다. 시애틀이 진짜 커피의 도시인 이유는, ‘스타벅스 따위 멍멍이나 줘’라고 말하는 커피 마니아들을 위한 독립 카페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거대 커피 체인의 대칭점에 있는 독립 커피(Independent Coffee)는 국가가 아니라 농장 단위로 원두를 구매하고, 커피 무역의 착취 구조를 근절시키고, 지역 커뮤니티에 밀착해 다양한 개성을 만들어내는 커피 로스터리나 카페를 말한다. 그들이 가장 활발하게 뛰어놀고 있는 동네가 시애틀 반문화의 중심지 캐피톨 힐(Capitol Hill)이다. 이 도시가 펑크 록의 성지인 만큼 뮤지션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 카페의 또 다른 특징이다.

시애틀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의 하나이며 펄 잼이 밴드 명을 만들어낸 장소이기도 한 비앤오 에스프레소(B&O Espresso), 펑크 록에서부터 드랙 쇼까지 각종의 공연을 보기 위한 관객이 길거리까지 흘러넘치는 커피 메시아(Coffee Messiah), 높은 천장을 책으로 가득 채운 바우하우스(Bauhaus) 등 개성 넘치는 카페들이 즐비하다.



24시간 흐르는 책의 강, 아마존닷컴과 센트럴 라이브러리

커피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지, 잠을 못 이루다보니 커피를 마시게 되었는지. 어쨌든 이 불면의 밤에 함께 할 가장 좋은 친구는 누구일까? ‘책’이다. 1990년대 중반 사업가 베조스는 뉴욕에서 시애틀로 차를 몰고 오던 중 어떤 착상을 하게 된다. 인터넷으로 책을 팔자. 나인 투 파이브의 일과 시간만이 아니라 언제든 책을 고르고 살 수 있게 하는 거지. 이렇게 시작한 ‘아마존 닷컴’은 2년 남짓한 기간에 세계 최대의 서점으로, 160개국 300만 독자들에게 24시간 책을 주문받고 보내는 거대한 책의 강이 되었다.

비콘 힐(Beacon Hill)에 있는 아마존 본사를 어렵게 찾아가보았자 특별히 볼 것은 없다. 시애틀 시민의 24시간 독서생활을 엿보려면 센트럴 라이브러리(Seattle Central Library )로 가자.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2004년에 문을 연 이 도서관은 이제 스페이스 니들과 더불어 시애틀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도서관 건물로는 이례적이다 싶을 정도로 모던한 디자인인데, 바깥에서는 번쩍이는 은빛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안에서는 부드럽고 따뜻한 자연 채광이 새로운 독서환경을 제공해준다. 듀이 시스템에 따라 같은 분류의 책이 여러 층의 서가로 나뉘는 것을 막기 위해 디자인된 나선형의 논픽션 서가(Books Spiral)도 시선을 잡는다. 145만 권의 다채로운 장서를 갖추고 있는데, 인터넷으로 책을 요청해 읽은 뒤에 24시간 개방된 반납함에 책을 넣으면 자동 컨베이어가 서고로 책을 보내는 시스템 역시 밤을 잊은 도시답다.




현대적인 디자인 속에서의 24시간 독서 생활,센트럴 라이브러리

이제는 평화롭게 잠들 수 있기를, 커트 코베인

영원히 이 도시안에 안겨 잠든 커트 코베인,그에 관한 책과 영화들


이토록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시민들이 많으니 그로 인한 병도 적지 않으리라. 내가 만약 이 도시에서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면 이 병원을 찾아가게 될 것 같다. 드라마 [그레이스 아나토미]의 매력적인 의사들이 기다리는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Seattle Grace Hospital). 많은 드라마들이 그렇듯이 극중 대부분의 장면은 세트 촬영이지만, 응급 헬기 이착륙 등을 찍기 위해 병원의 외관은 피셔 플라자(Fisher Plaza)로 설정되어 있다. 때문에 스페이스 니들, 모노레일 등 도시의 여러 명소들이 심심찮게 화면에 등장한다.


시애틀의 심리학자도 커피도 의사도 치료해주지 못한 슬픈 마음이 있다. 매년 4월 워싱턴 호수 근처의 비레타 파크(Viretta Park)에 많은 사람들이 꽃을 들고 모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1994년 4월 8일 시애틀 펑크 록의 아이콘이었던 커트 코베인이 그 근처 자택에서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시신은 가루가 되어 위스카 강(Wishkah River)에 뿌려졌고 묘지는 없다. 때문에 팬들은 그의 집과 가까운 이 공원의 표지판을 지우고 ‘커트의 공원(Kurt's Park)’이라 이름 짓고 영원히 잠든 그를 추도하고 있다.

시애틀은 음악의 도시다. 전설적인 록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여기에서 태어났고, 너바나, 앨리스 인 체인즈, 펄잼, 사운드가든 등 쟁쟁한 그런지 사운드 밴드들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소룡이 젊은 시절을 보내며 풋풋한 연애를 했던 곳도 이 도시. 그의 시신이 레이크뷰 묘지(Lakeview cemetery)에 안장되어 있기도 하다.


시애틀은 크지 않은 도시라 많은 명소들이 가까운 곳에 모여 있다. 가벼운 차림으로 걸어다니거나 모노레일을 타면서 현대적이고 쾌적한 도시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바깥으로 가면 안개 속의 울창한 산림이 만들어내는 몽환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트와일라잇], [트윈픽스], [씬 시티], [다크 엔젤] 등 쟁쟁한 초현실 판타지들이 모두 이 도시와 캐나다 국경 사이의 어두컴컴한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오랜 감성이 전하는 매력이 도심 곳곳에

스페이스 니들과 도심전경
스페이스 니들과 도심전경
여행지를 가장 생생하게, 속속들이 체험하는 방법은 도보로 여행하는 것이다. 시애틀은 주요 볼거리들이 대부분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어 천천히 걸으며 이곳저곳 둘러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빼곡히 들어선 빌딩 숲 사이로는 크고 푸르른 녹음이 자리하고 있고,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항구도시의 풍광은 여행자의 마음을 한껏 들뜨게 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의 모습 속에는 오랜 감성이 전해지는 장소들이 적절히 배어 있으며, 때때로 찾아오는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현지인들의 여유로운 미소는 이곳을 찾은 이방인들에게 낯섦보다는 정겨운 정서를 선물한다.

예스러운 정취가 매력적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파이크플레이스마켓
파이크플레이스마켓

이른 아침부터 찾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햇살과 심호흡을 하면 가슴 가득 차오르는 차가운 공기가 설렘을 더한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으로 손꼽히는 이곳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언제나 다채롭다. 길거리 곳곳에서는 음악가들이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시장 입구에는 향긋한 내음이 감도는 꽃가게들이 들어서 있어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신명 나는 호객 소리와 싱싱한 해산물을 주고 받는 분주한 움직임은 시장의 활기를 더한다. 낯설 것 없는 시장의 모습이지만 오랜 전통을 간직한 이곳 특유의 예스러운 매력이 더해져 여행자들에게는 더욱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는 신선한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가게 외에도 저마다 개성과 목적을 간직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빈티지 아이템과 의류를 판매하는 가게, 빛바랜 중고 책을 사고파는 서점, 기념품과 공예품으로 가득한 상점 등 갖가지 볼거리가 넘쳐난다. 또한 관광객의 미각을 사로잡는 레스토랑도 즐비해 두세 시간 동안 식당을 돌아보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도보 여행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오랜 세월을 간직한 또 다른 명소, 스타벅스 1호점 매장도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한 편에 자리하고 있다. 그 명성을 따라 기념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매장 밖까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멀리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매장 안 벽면에 진열된 다채로운 형태의 머그컵과 텀블러에는 커피 원두의 색을 닮은 초창기 오리지널 로고가 새겨져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구할 수 없는 이 기념품들을 사기 위해서는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하며, 기나긴 지루함은 길거리 악사들의 연주가 달래어 준다. 

파이크플레이스마켓
파이크플레이스마켓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안에 위치한 포스트 앨리(Post Alley)는 그라피티 아트로 가득한 벽면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골목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마켓 시어터 외벽에 높이 약 4.5미터, 넓이 약 15미터에 달하는 껌 벽(Gum Wall)이 있다. 1990년대 초 공연을 보러 온 대학생들이 장난 삼아 껌을 붙이기 시작한 것이 시초이며, 이곳을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씹던 껌을 붙이면서 거대한 규모의 껌 벽이 탄생하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관광지라는 오명이 무색하게도, 형형색색의 껌들이 익살스러운 재미를 주는 것은 물론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비춰져 시애틀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됐다.

눈길을 끄는 이색적인 볼거리가 곳곳에

스페이스 니들 / 스페이스 니들과 EMP박물관

시애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은 시애틀 센터 내에 자리해 있다. 1962년 세계박람회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이곳은 명칭 그대로 끝부분이 뾰족한 바늘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날아오르는 비행접시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약 160미터 지점에 위치한 전망대에 오르면 시내 스카이라인을 비롯해 광활한 태평양과 유니언 호수, 레이니어 산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 바로 아래에는 매 시간마다 360도로 회전하는 레스토랑, 스카이시티가 있다. 이곳은 시애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셋 스폿으로 황홀한 야경과 함께 태평양 북서부 요리를 즐길 수 있어 여행객은 물론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다.

스페이스 니들 옆에는 세계적인 유리 조형 예술가 데일 치훌리의 작품세계를 만나 볼 수 있는 ‘치훌리 가든 앤 글라스(Chihuly Garden and Glass)’가 있다. 2012년 문을 연 이곳은 야외 정원과 글라스 하우스, 실내 갤러리, 온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많은 유리 조형물들 가운데 유리가 조경의 일부로 활용된 작품이 인상적이며, 스페이스 니들을 배경으로 한 조형물이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치훌리의 작품은 자연광 아래서 더욱 빛을 발한다. 붉고 노란 꽃이 만발한 유리 온실 안을 뚫고 들어오는 찬란한 햇살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자태를 만들어내며, 야외 정원의 조형물들은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뤄 생명력이 넘쳐난다. 강렬한 원색과 유려한 곡선들로 이루어진 유리 조형물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빛의 세기에 따라 각각 다르게 비춰져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EMP 박물관과 모노레일
EMP 박물관과 모노레일
‘EMP(Experience Music Project) 박물관’도 시애틀 센터에 있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공동 창시자, 폴 앨런에 의해 설립된 이곳은 시애틀 출신 천재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공연 후 기타를 부수는 장면을 형상화한 이색적인 디자인과 스테인리스 소재의 외관이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록 앤 롤부터 재즈와 블루스, 소울, 힙합, 펑키 등 다양한 장르를 탐구할 수 있으며, 유명 뮤지션들의 수집품들과 공예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박물관 입구에는 지미 헨드릭스가 생전 연주했던 기타가 전시돼 있으며, 그 뒤로는 500여 개 기타를 엮어서 만든 초대형 기타 조형물이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체험관에는 전자기타와 드럼, 키보드 등을 연주해 볼 수 있는 사운드 랩이 갖춰져 있어 음악적 체험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너바나의 악기와 유품, 마돈나의 의상과 레이디 가가의 피아노 등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

도시와 자연의 조화로움, 라이드 덕 투어

라이드 덕
라이드 덕

EMP 박물관 근처에는 오리 모양의 수륙양용차인 ‘라이드 덕(Ride the Ducks)’을 탈 수 있는 정류장이 있다. 육지와 물 위를 넘나들며 이색적인 관광체험을 선사해 시애틀 최고의 시티 투어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으며, 영화 ‘만추’에서 현빈과 탕웨이가 라이드 덕을 타고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나와 더욱 유명세를 탔다.

라이드 덕이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이유는 운전사의 재미있는 프로그램 진행 때문이다. 요란한 복장을 한 운전사는 뛰어난 말솜씨와 춤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코스에 따라 눈과 귀를 사로잡는 설명으로 승객들의 흥을 돋운다. 하드록 카페를 지날 때는 록음악과 함께 시애틀 록의 역사를 들려주고, 스타벅스를 지날 때는 커피와 어울리는 음악을 선사하기도 한다. 때때로 가발을 쓰고 브레이크댄스를 추는가 하면, 물안경에 오리발을 신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승객들은 공연을 보러 온 관람객처럼 박수를 치고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기도 하고, 지나 가는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한다. 라이드 덕 위에서는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라이드 덕은 시애틀 센터, 스페이스 니들, 웨스트 레이크 센터 등 다운타운을 지나 유니언 호수에 이르러 차에서 배로 변신한다. 평화로운 호수, 그 위로 내려앉은 따사로운 햇살, 아기자기한 선상 가옥, 카누 위에서 노를 젓는 사람들까지.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이 이어진다. 도시와 자연의 조화, 재미 뒤에 이어지는 여유로움이 있어 라이드 덕은 시애틀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커피와 와인이 함께 하는 여행

시애틀 여행이 더 좋은 이유, 감미로운 커피와 최고의 와인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비록 시애틀은 세계적인 커피 체인 1호점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도시지만, 시애틀 커피의 진수는 ‘캐피톨 힐(Capitol Hill)’에서 비로소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 자리잡은 수많은 독립 카페들은 세계적인 커피산지에서 농장 단위로 원두를 구매해 자신들만의 로스팅 노하우로 독특한 맛과 향을 재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간직한 카페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이 이곳만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여행자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선사한다.

시애틀 시내에서 약 20킬로미터 떨어진 ‘우딘빌(Woodinville)’은 소규모 부티크 와이너리들이 늘어선 지역이다. 이곳은 샤토 생 미셸과 콜럼비아 와이너리가 들어선 후, 워싱턴주 와인의 허브로 자리잡았다. 우딘빌을 대표하는 와이너리인 샤토 생 미셸에서는 와인 제작 공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수준급 와인을 테이스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딘빌에 자리한 와이너리들은 드넓게 펼쳐진 짙은 에메랄드 빛 녹음과 조화를 이뤄 더욱 아름답게, 아늑하게 다가온다. 자연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 자연이 선사한 와인을 사랑할 줄 아는 그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와인의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여행 TIP] '테이스트 워싱턴 2015'

워싱턴 산 와인을 마음껏 시음해 보고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들을 모두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찾아온다. 오는 3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시애틀의 센추리링크 필드 이벤트 센터(CenturyLink Field Event Center)에서는 ‘테이스트 워싱턴(Taste Washington 2015)’ 축제가 열린다. 시애틀의 연간 행사 중 가장 기대되는 축제로 미국 단일 지역으로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매년 약 3천명의 사람들이 와인과 음식을 맛보기 위해 모여든다. 올해는 225개가 넘는 세계적인 워싱턴 주 와인을 선보일 예정이며, 약 70개 이상의 시애틀 유명 레스토랑이 참가해 와인과 어울리는 특별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더 자세한 사항은 http://tastewashington.org/ 참고.

* 기사제공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www.skynews.co.kr)
* 자료협조 : 시애틀관광청(www.visitseattle.co.kr)

인천 - 시애틀

☞ 인천 - 시애틀
주 5회(화,수,금,토,일)운항, 비행시간은 약 9시간 45분 소요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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