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강 너머 승려가 탁발공양에 나서고, 해질녘 강섶에서는 반딧불이가 불을 밝힌다. 오래된 수상시장에는 현지인과 이방인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뒤엉킨다. 태국 매끌롱 강변, 암파와 일대에서 펼쳐지는 살가운 단상들이다.

방콕 남쪽으로 1시간 30분, 싸뭇 송크람의 암파와 일대는 강변마을의 변화상을 고스란히 담아낸 곳이다. 사람들은 매끌롱 강에 기대 살고, 강변 수풀 안에는 리조트가 들어서 있으며 일상이 녹아든 수상시장이 문을 연다. 방콕 인근, 인공적으로 조성된 수상마을들의 풍경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메끌롱 강변의 생경한 풍광은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된다. 강 건너 사원이 들어서 있고 새벽이면 나룻배 한척이 멀리서 윤곽을 드러낸다. 이곳의 아침은 배로 타고 다가선 승려에게 아침 탁발 공양을 하는 것으로 문을 연다. 발우에 공양물을 넣으면 스님은 화답의 합장을 하고 미소를 남긴채 또 강줄기 너머로 스러진다.

새벽 탁발공양에 나선 승려의 모습. 매끌롱 강에서 펼쳐지는 단아한 일상 중 하나다.

반딧불이를 만나는 전통 수상마을

암파와 마을 중심가에는 주말이면 수상시장이 선다. 강변을 따라 수상시장은 길게 늘어섰고 전통과 현실의 단상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수로 양쪽으로는 커피 한잔 기울일 예쁜 카페와 기념품 상점이 가득하다. 손님들은 현지인과 벽안의 유럽인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들은 수로에 걸터앉거나 배 위에서 파는 팟타이 국수 한 그릇을 먹으며 낯선 만남을 즐긴다. 다리 위에 서면 긴 나룻배와 통통배가 분주하게 오가는 정겨운 풍경이다.

수상시장에서 물을 거슬러 오르면 낯선 삶들이 알알이 박힌다. 수로 양쪽은 홈스테이를 탐하는 외지인들의 숙소가 밀집돼 있다. 이들은 수로변에 값싼 방을 잡아놓고 며칠씩 머물다간다. 평상에 앉아 밥도 먹고 몸도 씻는 모습이 이미 반쯤은 강변 마을 사람들이다.

암파와 여행의 백미는 해가 저문 뒤 수로를 따라 상류로 오르는 것이다. 저녁이면 부둣가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강변사람들의 일상이 가지런하게 드러난다. 삶터와 어우러진 야생의 숲에는 태국사람들이 ‘힝 허이’로 부르는 반딧불이가 가득하다. 강변에서는 한여름에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날 수 있다. 어느 곳에서 체험했던 반딧불이보다 화려한 섬광잔치를 이곳에서 즐기게 된다. 반딧불이는 비라도 한차례 뿌린 뒤에는 더욱 아름다운 빛을 뽐낸다. 수로 여행이 끝날 무렵이면 암파와 강변 타이 마사지숍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 수도 있다. 이곳 마사지는 방콕, 파타야의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현지인들을 주요 대상으로 해 가격도 저렴하고 손놀림 또한 정겹다.

아슬아슬하게 길이 열리는 철로시장

암파와에는 수상시장에 버금가는 이색시장도 인근에 위치했다. 바로 매끌롱역 옆 앞에 서는 철로시장이다. 역 자체는 생경스럽다. 철길이 분명 끊겨 있는데 역이 들어선 형국이다. 역과 연결된 시골 장터 같은 길 밑바닥을 살펴보면 철로의 윤곽이 있기는 하다. 사람하나 간신히 지나는 길 옆으로는 좌판과 차양막이 자욱하게 들어선 어지러운 풍경이다.

매끌롱 역 주변에 들어서는 철로시장. 열차 선로 위에 좌판대가 늘어서 있다.

그러다가 종이 울리면 상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차양막을 치우고 좌판대를 걷는데 걸리는 시간이 채 10초가 안 된다. 딱 필요한 만큼만 물러서면 그 사이로 열차가 아슬아슬하게 지난다. 열차가 지난 뒤 다시 시장골목으로 변신하는 데 또 몇 초. '정중동'의 시간이 흐르면 시장 길목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다시 어수선한 재래장터로 돌아와 있다.

재래장터의 노점상들이 철길 위에 좌판을 놓기 시작하면서 철로시장은 시작됐고 이제는 이 지역 명물로 자리잡았다. 관광객들에게야 하루에도 몇 차례 열렸다 닫히는 아슬아슬한 시장이 신비롭지만 상인들에게는 단순한 삶터일 뿐이다. 장터에서는 싸뭇 송크람 일대의 풍성한 과일이며 매끌롱 강의 민물고기, 앞바다의 해산물 등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암파와 일대의 삶을 엿보는 투어는 매끌롱 강 하구의 크롱총 지역까지 이어진다. 조개잡이 아낙네의 미소를 뒤로하고, 무릎까지 빠지는 갯벌에서 맹글로브 나무를 심어보는 에코투어로 하루를 마감할 수도 있다.

가는길
인천공항에서 방콕까지는 직항편이 운항된다. 싸뭇 쏭크람의 암파와까지는 방콕 남부터미널에서 버스가 출발한다. 차량으로는 1시간 30분~2시간이 소요된다. 시장 등을 둘러보는 1일 투어에 나설 수도 있으며, 반딧불이 투어는 현장에서 즉석 예약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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