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회 휩쓰는 그리스 와인

나우사·아민데오·드라마 위치
매년 그리스 유일의 국제 와인 대회가 열리는 테살로니키와 북부 그리스 지역에선 주신(酒神) 디오니소스 숭배 관련 유물이 자주 발견된다. 포도주를 빚기 시작한 지 이미 5000년. 그리스인들에게 포도주는 일상이었다.

그런데 20여 년 전부터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프랑스 등 와인 양조 기술이 발달한 나라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신세대들이 그리스 와인 고급화를 이끌기 시작했다. 지금은 권위 있는 국제 와인대회에서 그리스 토착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수상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300여 종의 다양한 토착 품종, 토양과 기후에 맞춘 현대적 재배, 첨단 양조 기술의 도입 덕이다.

(왼쪽부터) 키르야니 디아포로스, 부타리 나우사, 알파 시노 마브로 리저브, 키르야니 아카키스 로제 스파클링
(왼쪽부터) 키르야니 디아포로스, 부타리 나우사, 알파 시노 마브로 리저브, 키르야니 아카키스 로제 스파클링
테살로니키 서쪽 나우사는 그리스를 대표하는 적포도 품종 '시노마브로'로 유명한 곳. 아직 대규모로 재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맛과 향의 가능성, 숙성 잠재력이 여전히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매력적 품종이다. 나우사 역시 살짝 서늘한 지중해성 기후에다 물이 잘 빠지는 경사면 지형이 많아 와인용 포도 재배에 유리한 조건. 그리스를 대표하는 와인 가문 부타리가(家)의 큰아들이 만드는 '키르야니' 와이너리의 '디아포로스'는 시노마브로 87%에 시라 13%를 섞은 와인이고, 시노마브로 100%로 만드는 '부타리 나우사'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어서 그리스 와인 입문용으로 좋다.

나우사 북쪽 베르미오 산 너머의 아민데오는 일교차와 연교차가 큰 유사 대륙성 기후. '아시리티코' '말라구시아' 등 토착 백포도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와 로제 와인이 유명하다. 그리스 와인 가운데 최고급품으로 널리 알려진 알파 이스테이트 등의 와이너리가 이곳에 있다. 나무 수령이 90년 이상 된 시노마브로 포도나무에서 딴 포도로, '알파 시노마브로 리저브' 등이 추천할 만하다.

동유럽 쪽에 가까운 드라마 지역은 새로 생긴 와이너리가 많고, 여전히 기후와 토양에 알맞은 품종의 재배 실험이 활발한 지역. 파블리디스 에스테이트의 그리스 토착 품종 아요르기티코로 만든 레드 와인은 포도나무당 수확량을 제한해 맛과 향이 집중된 포도만 골라 만든다. 농밀한 과일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매력적. 연간 생산량이 2500병에 불과하며 전량 수출된다.

그리스 와인 세계화를 이끈 인물 중 첫 손에 꼽히는 에반겔로스 게로바실리우를 지난 3일 그의 와이너리에서 만났을 때, 최근 재평가받는 그리스 와인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그리스 와인은 단지 맛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세요. 지중해의 햇빛, 바닷바람, 반짝이는 모래, 친구들과 둘러앉아 함께 마실 때 그 와인의 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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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를 뒤덮은 포도밭 사이로 사이프러스 나무가 자라는 전원 마을을 걷다가 현지 와이너리에 들러 와인이 어우러진 한 끼 식사를 하는 여행…. ‘이탈리아 토스카나 전원 산책과 와인기행’이 올가을 출발한다.

[헬스조선]사진제공 이탈리아관광청-ENIT
[헬스조선]사진제공 이탈리아관광청-ENIT

 

로마시대부터 3000년의 와인 역사를 지닌 와인 종주국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한 토스카나 지방과 북서부 알프스산맥 아래 피에몬테는, 이탈리아 2대 와인 산지로 꼽힌다. 헬스조선 비타투어는 포도가 알알이 영글어가는 가을, 이곳의 전원 마을과 와이너리를 가로지르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전원 산책과 와인기행’을 진행한다.

부드러운 지평선을 따라 정갈하게 열을 지은 채 늘어선 포도밭, 하늘을 향해 춤을 추듯 서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 대지를 감싸 안으며 피어오르는 안개…. 토스카나 특유의 풍경 감상으로 여행이 시작된다. 최초의 슬로시티 오르비에토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델이 된 치비타를 거쳐 토스카나의 대평원 발도르차에 도착할 때쯤이면 어느새 마음이 고요해진다.

혹자는 토스카나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문화적으로 활기 넘치는 와인 산지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보증한 최상급 와인(D.O.C.G) 중 하나인 ‘브르노넬로 디 몬탈치노’와 낭만적인 와인의 대명사 ‘키안티’ 와이너리 방문은 가장 고대하던 시간. 직접 재배한 곳에서 대를 이어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는 와이너리에서 맛보는 와인은 비할 데 없이 훌륭하다.

피에몬테는 이탈리아의 가장 전설적인 와인인 ‘바롤로’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화려하면서도 깊이 있는 석류빛 바롤로를 한 모금 들이켜면 입안에서 제비꽃 꽃망울이 톡하고 터진다. 이 와인이 왜 이탈리아 최초·최고 등급을 받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클링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의 고향 아스티도 찾는다. 유서 깊은 와이너리에서의 만찬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친퀘테레(5개 마을)’ 여정도 가슴 설렌다. 각기 다른 5개 해변마을은 해안절벽을 따라 파스텔 톤의 집과 좁은 골목길, 동화 같은 포구, 올리브밭이 어우러진 단아한 풍경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다섯 마을 중 걷기 여행자에게 사랑을 듬뿍 받은 베르나차 마을에서부터 코니글리아까지 천천히 걸으며 낭만을 만끽한다. 이외에도 꼬모 호수에서의 휴식과 피렌체 관광 등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아까운 8박10일이 이어진다.

TRAVEL INFO.


일정

9월 27일~10월 6일(8박10일)
주요 관광지

오르비에토, 산지미냐노, 피렌체, 친퀘테레, 바롤로, 아스티, 꼬모
참가비

560만원(유류할증료·가이드 경비 포함)

햇빛은 아름답고 바람은 시원하고 세상은 푸르른 5월이다.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운 아름다운 계절이다. 5월에 적당한 곳이 어디 한두 곳일까마는, 그래도 한 곳을 고른다면 시원한 강바람 속에 계곡의 절경을 감상하며 수준 있는 화이트 와인도 즐길 수 있는 오스트리아 바하우(Wachau)는 어떨까 싶다. 

유럽 대륙의 중심을 흐르는 총길이 2826㎞의 도나우 강. 누구나 그림 같다고 이야기하는 곳이지만 그중에서도 제일은 역시 바하우다. 멜크(Melk)에서 크렘스(Krems)까지 이어지는 약 36㎞의 계곡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선정된 곳이다. 계곡을 따라 구비구비 흐르는 강도 아름답지만 경사진 포도밭 사이의 작은 마을들, 강을 내려다보는 가파른 산꼭대기에 남아 있는 수도원과 고성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1000년 전 중세시대 모습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12세기 후반 쓰여진 독일의 대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Nibelungenlied)'에도 바하우는 등장한다. 도나우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 계곡에서 느껴볼 수 있다. 

크렘스는 도나우 강 유람선 관광의 중심지면서 바하우 계곡 일대에서 재배되는 포도를 원료로 하는 오스트리아 제일의 화이트 와인 집산지다. 

오스트리아 와인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전통적인 유럽의 와인 강국 와인들에 비하면 그다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와인도 역사적으로 그 전통을 무시할 수 없다. 바하우 계곡에서도 기원전부터 포도가 재배되었다고 한다. 현재 생산되는 와인의 80%가 화이트 와인인데 수십 종의 토착 포도를 이용한다고 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대표 품종은 그뤼너 벨트리너(Gruner Veltlin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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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뤼너 벨트리너는 가볍고 드라이한 듯하지만 미네랄이 풍부하고 맛의 무게감도 확실하다. 오스트리아 와인은 가까운 독일 양조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생산자들은 대부분 소규모이며 극히 제한적인 양의 다양한 와인을 함께 만든다. 단일 품종의 포도를 사용하며 와인의 순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바하우의 음식은 돼지고기 정도를 제외하면 사냥한 고기나 민물고기를 주로 이용한다. 이런 음식에 포도의 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성 있는 토착 와인이 잘 어울린다. 

유람선을 타고 선상 레스토랑에서 도나우 강의 민물고기 요리를 화이트 와인과 함께 맛보며 계곡의 절경을 여유 있게 즐긴다. 중간중간 와이너리에서 직접 만든 와인을 맛보고 남아 있는 고성 유적과 작은 마을을 들러볼 수도 있다. 포도밭 마을인 슈피츠(Spitz)나 멜크 수도원도 훌륭하다. 멜크 수도원은 움베르토 에코의 세계적인 화제작 '장미의 이름'의 모티브가 된 견습 수도사의 수기가 발견된 곳이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바로크 수도원으로 그 규모와 웅장함, 역사적 의미, 내부의 화려함에서 다른 어떤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 10만권의 장서를 지니고 있다는 도서관도 유럽에서 손꼽히는 곳이다. 

[서현정 뚜르 디 메디치 대표·문화인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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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최고봉이라는 보르도 와인, 초보인 당신도 폼나게 즐길 수 있다. 보르도 와인학교의 전문 강사인 나탈리 에스퀴레도(Esquredo)씨가 말하는 '보르도 와인 제대로 즐기기 10단계'를 따라 해보자. 준비물은 와인 한 잔과 당신의 열려 있는 오감(五感)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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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 여행

과연 '와인의 제국'이었다. 프랑스 남서부에 자리한 세계적 와인 산지 보르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한 포도밭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중세 성(城)처럼 멋스러운 샤토(Château) 건물들이 곳곳에서 위용을 뽐내고 있다. 보르도가 고급 와인의 대명사로 손꼽히게 된 것은 자갈·석회질·진흙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테루아(terroir)와 서로 다른 포도품종으로 빚은 와인의 독특한 혼합(blending) 덕분이다. 와인의 천국인 만큼 고급 와인 시음 기회도 많고 샤토에 직접 들러 주인과 함께 저녁을 즐길 수도 있다.

보르도시 인근 페삭 레오냥 지역에 자리 잡은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 전경. 포도밭 면적은 67만㎡에 이르며 83%는 레드와인, 나머지는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 /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 제공
샤토 특급와인 시음, 나도 해볼까?

"우리 집 와인 맛 괜찮습니까?" 지난 7일 메독(Médoc) 지역 생쥘리앵(Saint-Julien)에 위치한 샤토 브라네르 뒤크뤼(Château Branaire Ducru)의 저녁 연회장. 보르도 시내에서 샤토 방문객 전용버스를 타고 1시간쯤 북쪽으로 달리면 나오는 곳이다. 한국 와인 애호가들도 많이 찾는지 입구에 '어서 오세요'란 한국말도 보였다. 샤토 소유주 마로토(Maroteaux)씨가 방문객 80여명에게 포도밭과 양조장, 저장고를 일일이 보여준 뒤 저녁을 대접했다. 테이블마다 고급 와인 4~5병이 오르며 방문객들의 오감(五感)을 자극한다. 참석자들은 밤늦게까지 와인을 화제로 시음하고 식사를 즐겼다.

다른 샤토들도 일반인 초청 행사를 많이 연다. 사전에 일정 비용을 내고 신청한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TV 드라마나 잡지 촬영지로 한국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잘 알려진 페삭 레오냥(Pessac-Léognan) 지역의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Château Smith Haut Lafitte)의 소유주도 즐겨 방문객들을 맞는다.

역사를 마신다-생테밀리옹

보르도시에서 북동쪽으로 40㎞ 정도 떨어진 생테밀리옹(Saint-Emilion)은 와인 뿐 아니라 뛰어난 풍광과 역사를 음미할 수 있는 곳이다. 199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도시 전체가 그림 같은 중세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타닌(tanin)이 풍부한 메독 와인과 다른 맛과 향을 즐기고 싶다면 생테밀리옹만큼 좋은 선택도 없다.

생테밀리옹이란 이름은 이 마을 작은 동굴에서 고행을 한 성자(聖者) 에밀리옹에서 따왔다. 생테밀리옹은 특히 11세기에 거대한 바위를 파서 만들었다는 지하 동굴식 모놀리트 성당으로 유명한데 천장 높이가 12m나 된다. 성당 안에 에밀리옹의 유해가 묻혀 있어 중세 주요 순례길 중 하나였다고 한다. 지금도 관광객들이 끊이질 않는다.

보트리티스균에 오염돼 썩은 포도(윗쪽)와 매년 10~11월 이를 수확하는 모습 / 스위트 보르도 제공

썩은 포도의 화려한 변신

보르도시 남쪽 소테른(Sauternes)과 바르삭(Barsac) 지역. 이곳은 썩은 포도를 숙성시켜 만드는 스위트(sweet) 와인으로 유명하다. 스위트 와인은 화이트(white) 와인의 일종이다.

왜 하필 썩은 포도일까. 샤토 루미외(Château Roumieu)의 소유주 크라베이아(Craveia·30)씨는 "이 지역은 진흙토양인데다 안개가 많아 대부분의 포도가 귀부병(貴腐病)으로 불리는 보트리티스균에 오염된다"며 "이 균(菌)이 달콤한 맛을 내는 비결"이라고 했다. 이 지역 스위트 와인을 귀부와인으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트리티스균을 만들지 못하고 썩어버린 포도는 와인을 만들 수 없다. 수확철이 되면 숙련된 일꾼이 일일이 손으로 보트리티스균의 생성을 확인하고 포도를 따내야 한다. 버리는 포도가 많아 생산량이 적고 그만큼 값도 비싸다. 스위트 와인 생산자들은 "레드와인보다 몇 배나 공을 들여야 한다"며 "레드와인 한 병을 만드는 데 포도 한 송이가 필요하다면, 스위트 와인 한잔을 만들려면 포도나무 한그루가 필요하다"고 했다. 크라베이아씨는 "내가 만든 스위트 와인을 마시고 소비자가 즐거워진다면 내 임무는 끝난다"며 "이곳 스위트 와인은 한국의 불고기와도 아주 잘 어울릴 것"이라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 여행수첩

●환율: 1유로=약 1545원
●항공: 인천공항에서 보르도까지 가려면 파리를 경유해야 한다. 대한항공·에어프랑스에서 매일 파리행을 운항하며 아시아나항공은 주 3회 운항한다. 파리~보르도 노선은 에어프랑스가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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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 보르도 '샤토 라라귄'와인을 맛보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 있는 샤토 라라귄에서 포도를 수확하고 있다. /샤토 라라귄 제공
4월 새벽이다. 가만히 일어난다. 불을 켜지 않는다. 몇 십 리 언덕 너머로 인가(人家) 전짓불이 하늘가에 은은하다. 동서남북은 모른다. 프랑스 보르도시에서 멀지 않은 오메독 지방의 샤토 라라귄(La Lagune)이다. 중국풍으로 꾸민 방이 더 이상 호화로울 수가 없다. 소리 나지 않게 문을 여닫고 신발을 발에 꿰어 포도밭에 나간다. 봄 포도밭은 키가 작다. 남자 어른의 무릎 높이로 포도밭이 펼쳐져있다. 땅에 엎드려 귀를 댄다. 고개를 돌려 땅 쪽으로 코를 묻고 숨을 쉰다. 이곳은 '그라브'라고 하는 토양이다. 자갈이 많다. 손바닥으로 쥐기 좋을 만큼 습기를 머금은 땅에서 포도 뿌리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포도주는 포도 뿌리가 중요하고, 포도 뿌리는 땅이 어머니 젖줄과 같다. 물, 햇빛, 바람, 흙, 기온, 농부의 손길이 어우러져 명작 포도주를 만든다. 희멀건 새벽빛 속에 방문객보다 부지런한 여성 일꾼이 이랑을 고르고 있다. 몇 마디 말을 나눈다.

◇태양과 바람과 습도의 결정체, 포도


샤토 라라귄에서 포도를 따고 있는 모습. /샤토 라라귄 제공

보르도의 4월은 '프리뫼르(Primeurs)'라는 시음회 철이다. '맏물', 혹은 '신선한 맛'을 뜻한다. 작년 9월에 수확한 포도를 오크통에 넣어두었다 블렌딩을 최종 결정하기 전에 포도주 전문가와 언론인들이 모여 맛을 본다. 샤토 라라귄에서 마이크를 잡은 드니 뒤 부르디외(Bourdieu) 보르도대학 교수는 "2011년은 이상한 날씨였다. 봄에 이미 여름이 시작됐고, 가을 초입에 다시 여름 날씨가 왔다"고 했다. 부르디외 교수는 작년 초부터 월별 날씨가 어땠는지 분석하고, 그 결과 품종별로 포도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했다. 꽃 피는 시기와 봄 날씨가 제격이어야 하고, 성장 속도를 느리게 했다 열매 맺기 직전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건조한 날씨가 오래되거나 남쪽 방향 잎사귀를 떼면 포도알도 화상(火傷)을 입는다. 녹색 포도알이 붉게 변하는 8월 날씨가 운명을 결정한다. 보르도 전체로 봤을 때 2011년 수확은 백포도주는 놀랍게 드라이하지만, 적포도주는 2009·2010년보다 못하다.

샤토 라라귄의 프리뫼르 참석자들은 맨 처음 '셍테밀리옹1'을 입안에 머금었다. 메를로 품종 80%와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 20%를 섞었다고 했다. 두 번째는 '셍테밀리옹2'다. 메를로 89%, 카베르네 소비뇽 7%, 카베르네 프랑 4%다. 참석자들은 입안에 머금은 포도주를 혀 위로 이리저리 굴리고, 포도주를 혀 밑에 넣고 "그르륵" 소리를 내며 숨을 들이켜기도 하면서 눈을 감는다. 검은 정장 차림인 참석자들은 포도주 품종마다 과일향을 맡고, 꽃냄새를 킁킁거리고, 아로마의 결을 코끝에 모으고, 순결함을 느끼고, 음악 소리 같은 울림을 듣기도 했다. 작년 여름 머리 위를 달구었던 태양과, 대서양에서 아침저녁 몰려왔던 향기로운 바람결을 기억했다. 검붉은 액체가 입안 가득 퍼지다 마침내 가슴 벅찬 느낌으로 몰려올 때 번쩍 눈을 뜬다.

◇문학·철학 토론회 같은 시음회

샤토 라라귄의 주인 카롤린 프레이씨가 오크통 창고에서 포도주 맛을 보고 있다. /샤토 라라귄 제공

'포므롤' '오메독' '마고'로 이어지는 시음회에선 병 바깥을 헝겊으로 감쌌다. 오로지 지역만을 알고 샤토는 모르게 맛을 감별하려는 뜻이다. 오메독은 아로마, 초콜릿, 블루베리 향기 강렬하면서 역시 색깔이 훌륭하다는 말이 나왔다. 포므롤은 밀집된 맛이 오래간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포도주는 대개 혀의 앞과 뒷부분으로 맛보는데 포므롤은 혀 가운데를 자극했다. 과연 명작 포도주다웠다. 마고는 보르도 포도주의 섬세함을 상징한다고 했다. 힘과 가벼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고, 우리가 인간인 것을 감사하게 하며, 보르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고 했다.

프리뫼르 시음회는 문학 낭독회였고, 철학 토론회였다. 아니 콘서트 리허설이었다. 부르디외 교수는 "참석자 여러분은 몇 년 뒤 어떤 술이 더 좋은지 다시 와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프리뫼르에서 맛본 술은 작년 9월에 수확한, 이제 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쟁이다. 전문가들은 겨우 갓난쟁이 포도주의 눈빛과 얼굴색을 살피고 고사리손을 만져본 뒤에 앞으로 20년 뒤 얼마나 탐나는 청장년으로 자라 있을지 점쳐야 한다.

샤토 라라귄의 주인 카롤린 프레이씨는 "모든 일은 열정을 가지고 한다"고 했다. '셰'라고 보르는 오크통 창고는 섭씨 12~13도를 유지했다. 그보다 온도가 조금만 더 올라가도 술이 흘러넘치고 "그땐 천사들이 자기들 몫을 가져간다"고 했다. 피에르 비탈씨는 점심 후 농장에서 포도나무를 설명했다. 뿌리가 길게는 15m까지 내려간다고 했다. 이곳 포도나무는 25년쯤 됐고, 60~70년 된 품종도 있다. 늙은 포도나무는 없다. 나이가 들면 수확량은 줄지만 맛과 향은 더 좋아진다.

 

캘리포니아 관광청은 9월 와인의 달을 맞아 최근 떠오르는 와인 지역 3곳을 소개했다. 테메큘라, 로디, 산타 크루즈는 캘리포니아 주 최대 와인 산지인 나파밸리나 소노마밸리 못지않게 와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다. 캘리포니아 관광청이 선정한 캘리포니아의 신규 와인 성지를 알아보자. 

◇ 테메큘라 밸리 와인 컨트리 (Temecula Valley Wine Country)

테메큘라 밸리는 1970년대부터 와인을 생산해 오고 있는 지역으로, 우수한 품질의 빈티지 와인으로 유명하다. 특히, 서늘한 기후에서 잘 생산되는 샤도네이(Chardonnay)와 온화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시라(Syrah)와 그르나슈(Greanache)의 품종을 모두 수확하는 독특한 지역이다. 최근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한 고급 레스토랑도 들어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www.visittemeculavalley.com

◇ 로디 와인 컨트리 (Lodi Wine County)

샌프란시스코 동쪽에 있는 로디는 굵은 포도, 특히 진판델(Zinfandel) 품종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미국 포도재배지역(American Viticultural Area)으로 공식 등록되었다. 특히, 이곳은 선도적인 친환경 농법을 시행, 유기농 포도 품종을 수확하고 있다. 모든 와인 테이스팅 장소가 로디 시내에서 불과 15분 사이에 위치해 와인 테이스팅 투어 시 매우 편리하다. www.visitlodi.com/wineries

◇ 산타 크루즈 와인 컨트리 (Santa Cruz Wine Country)

산타 크루즈 와인 지역에는 약 70개 이상의 와이너리가 있으며, 특히 토양에 광물질이 섞여 있어 다채로운 포도 품종을 수확할 수 있다. 산타 크루즈는 미국 최초의 포도 재배지역으로 지정된 곳 중 하나로, 최고 품질의 피노 누아(Pinot Noir), 샤도네이(Chardonnay), 카베르네 소비뇽(Carbernet Sauvignon)를 재배한다. 특히, ‘리지 빈야드(Ridge Vinyards)’는 1976년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에서 보르도(Bordeaux)의 유명한 와인들을 제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으로 유명하다. http://scm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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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폼나게 와인 즐기는 10단계

와인의 최고봉이라는 보르도 와인, 초보인 당신도 폼나게 즐길 수 있다. 보르도 와인학교의 전문 강사인 나탈리 에스퀴레도(Esquredo)씨가 말하는 '보르도 와인 제대로 즐기기 10단계'를 따라 해보자. 준비물은 와인 한 잔과 당신의 열려 있는 오감(五感)뿐.

 


프랑스 와인 여행

과연 '와인의 제국'이었다. 프랑스 남서부에 자리한 세계적 와인 산지 보르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한 포도밭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중세 성(城)처럼 멋스러운 샤토(Château) 건물들이 곳곳에서 위용을 뽐내고 있다. 보르도가 고급 와인의 대명사로 손꼽히게 된 것은 자갈·석회질·진흙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테루아(terroir)와 서로 다른 포도품종으로 빚은 와인의 독특한 혼합(blending) 덕분이다. 와인의 천국인 만큼 고급 와인 시음 기회도 많고 샤토에 직접 들러 주인과 함께 저녁을 즐길 수도 있다.

보르도시 인근 페삭 레오냥 지역에 자리 잡은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 전경. 포도밭 면적은 67만㎡에 이르며 83%는 레드와인, 나머지는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 /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 제공
샤토 특급와인 시음, 나도 해볼까?

"우리 집 와인 맛 괜찮습니까?" 지난 7일 메독(Médoc) 지역 생쥘리앵(Saint-Julien)에 위치한 샤토 브라네르 뒤크뤼(Château Branaire Ducru)의 저녁 연회장. 보르도 시내에서 샤토 방문객 전용버스를 타고 1시간쯤 북쪽으로 달리면 나오는 곳이다. 한국 와인 애호가들도 많이 찾는지 입구에 '어서 오세요'란 한국말도 보였다. 샤토 소유주 마로토(Maroteaux)씨가 방문객 80여명에게 포도밭과 양조장, 저장고를 일일이 보여준 뒤 저녁을 대접했다. 테이블마다 고급 와인 4~5병이 오르며 방문객들의 오감(五感)을 자극한다. 참석자들은 밤늦게까지 와인을 화제로 시음하고 식사를 즐겼다.

다른 샤토들도 일반인 초청 행사를 많이 연다. 사전에 일정 비용을 내고 신청한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TV 드라마나 잡지 촬영지로 한국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잘 알려진 페삭 레오냥(Pessac-Léognan) 지역의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Château Smith Haut Lafitte)의 소유주도 즐겨 방문객들을 맞는다.

역사를 마신다-생테밀리옹

보르도시에서 북동쪽으로 40㎞ 정도 떨어진 생테밀리옹(Saint-Emilion)은 와인 뿐 아니라 뛰어난 풍광과 역사를 음미할 수 있는 곳이다. 199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도시 전체가 그림 같은 중세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타닌(tanin)이 풍부한 메독 와인과 다른 맛과 향을 즐기고 싶다면 생테밀리옹만큼 좋은 선택도 없다.

생테밀리옹이란 이름은 이 마을 작은 동굴에서 고행을 한 성자(聖者) 에밀리옹에서 따왔다. 생테밀리옹은 특히 11세기에 거대한 바위를 파서 만들었다는 지하 동굴식 모놀리트 성당으로 유명한데 천장 높이가 12m나 된다. 성당 안에 에밀리옹의 유해가 묻혀 있어 중세 주요 순례길 중 하나였다고 한다. 지금도 관광객들이 끊이질 않는다.

보트리티스균에 오염돼 썩은 포도(윗쪽)와 매년 10~11월 이를 수확하는 모습 / 스위트 보르도 제공

썩은 포도의 화려한 변신

보르도시 남쪽 소테른(Sauternes)과 바르삭(Barsac) 지역. 이곳은 썩은 포도를 숙성시켜 만드는 스위트(sweet) 와인으로 유명하다. 스위트 와인은 화이트(white) 와인의 일종이다.

왜 하필 썩은 포도일까. 샤토 루미외(Château Roumieu)의 소유주 크라베이아(Craveia·30)씨는 "이 지역은 진흙토양인데다 안개가 많아 대부분의 포도가 귀부병(貴腐病)으로 불리는 보트리티스균에 오염된다"며 "이 균(菌)이 달콤한 맛을 내는 비결"이라고 했다. 이 지역 스위트 와인을 귀부와인으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트리티스균을 만들지 못하고 썩어버린 포도는 와인을 만들 수 없다. 수확철이 되면 숙련된 일꾼이 일일이 손으로 보트리티스균의 생성을 확인하고 포도를 따내야 한다. 버리는 포도가 많아 생산량이 적고 그만큼 값도 비싸다. 스위트 와인 생산자들은 "레드와인보다 몇 배나 공을 들여야 한다"며 "레드와인 한 병을 만드는 데 포도 한 송이가 필요하다면, 스위트 와인 한잔을 만들려면 포도나무 한그루가 필요하다"고 했다. 크라베이아씨는 "내가 만든 스위트 와인을 마시고 소비자가 즐거워진다면 내 임무는 끝난다"며 "이곳 스위트 와인은 한국의 불고기와도 아주 잘 어울릴 것"이라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 여행수첩

●환율: 1유로=약 1545원
●항공: 인천공항에서 보르도까지 가려면 파리를 경유해야 한다. 대한항공·에어프랑스에서 매일 파리행을 운항하며 아시아나항공은 주 3회 운항한다. 파리~보르도 노선은 에어프랑스가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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