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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강물에 비친 베키오 다리의 모습을 상하 반전한 사진. 베키오 다리는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자 가장 유명한 다리다.

비단처럼 넘실대는 구릉 위 사이프러스나무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이탈리아 토스카나, 그 중심에는 피렌체(Firenze)가 있다. 골목마다 달콤한 향기가 새어 나오는 이 도시의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꽃피는 마을이라는 뜻의 단어 '플로렌티아(Florentia)'에서 기원했다. 

중세 르네상스의 부흥을 주도한 도시답게, 피렌체는 도시 전체가 예술 무대다. 피렌체 권력의 상징인 팔라초 베키오,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가득한 시뇨리아 광장, 메디치가의 궁전은 물론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라파엘 같은 천재 예술가들 작품의 향연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Santa Maria del Fiore)' 대성당이다. 꽃의 성모마리아 대성당이란 뜻을 지닌 이 위대한 건축물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성당이자, 피렌체의 거대한 심장이다. 피렌체 두오모 혹은 피렌체 대성당으로도 불리는 이 건축물은 1296년 아르놀포 캄비오(Arnolfo Cambio)에 의해 착공됐고, 1436년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의 돔을 꼭대기에 얹으며 비로소 완성됐다. 

피렌체 대성당은 고딕 양식과 피렌체 양식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장밋빛, 상앗빛, 초록빛의 오묘한 패턴이 새겨진 대리석으로 꾸며진 외관은 그 자체로도 완벽한 예술 작품이다. 궁극의 화려함과 섬세함을 지닌 외관과는 대조적으로 내부는 절제미가 돋보인다. 천장을 가득 메운 바사리의 최후의 심판 프레스코화는 성스러움을 더한다. 

464개의 좁은 계단을 오르면 높이 106m, 지름 45.5m에 이르는 거대한 돔, 큐폴라(Cupola) 정상에 도달한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속, 헤어졌던 연인 준세이와 아오이가 운명적인 재회를 한 바로 그 장소다. 붉은 지붕이 만발한 도시 위로 푸르고 시린 바람이 나부낀다. 사람들은 우두커니 서서 수채화처럼 번져가는 피렌체의 풍경을 아련하게 바라본다. 아마도 영화 속의 두 연인처럼, 열정적이었던 과거와 냉정해야만 하는 현재 사이에 묻어둔 소중한 추억들을 조심스레 꺼내 보고 있는 것이겠지.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Arno)강 위에는 아름다운 다리들이 세워져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1345년에 지어진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다. 베키오는 이탈리아어로 '오래된'이라는 뜻을 지녔는데, 이름 그대로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퇴각하면서 피렌체의 모든 다리를 폭파했지만 베키오 다리만은 남겨두었기 때문. 

베키오 다리가 특별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피렌체 출신인 시인 단테가 베아트리체와 처음 조우한 운명적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 둘은 생전 딱 두 번 만났고, 끝까지 맺어질 수 없었다. 그러나 단테는 평생 베아트리체를 가슴속에 새겼다. 그래서일까, 필연적인 사랑과 꿈같은 낭만을 꿈꾸는 연인들은 모두, 이 오래된 다리 위를 찾는다. 아득히 흐르는 강물 위로 영원한 사랑에 대한 맹세를 띄워 보내며. 

피렌체 동남쪽에 자리한 미켈란젤로 언덕은 낭만의 도시, 피렌체의 또 다른 성지다. 아름다운 시내 전경을 파노라마로 담을 수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석양 지는 피렌체는 더욱더 붉게 적셔지고, 아르노강은 황금 물결이 되어 잔잔하게 흐른다. 

어느새 어둠이 자욱해진 밤하늘에는 태양보다 뜨거운 달이 두둥실 떠오르고, 그 아래는 별보다 빛나는 사랑들로 채워진다. 냉정은 가고 열정만 남은 피렌체의 밤이다. 

[글·사진 = 고아라 여행작가]



"피렌체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래. 영원히 사랑을 맹세하는 곳. 내 서른 번째 생일날 나와 함께 올라가주겠니?"

다들 눈치 채셨나요?

그렇습니다. 영화와 책으로 유명한 < 냉정과 열정사이 > 에 나오는 말입니다.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도서관에 앉아 수업도 땡땡이치면서 두 권의 책을 연달아 읽어 내렸던 기억이 납니다.





◇ ⓒ Get About 트래블웹진

사실 저는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피렌체를 다녀왔거든요. 하지만 당시 피렌체에서는 커다란 감흥이 없었습니다. 왜냐고요? 전날 베네치아에서 5시간을 떨며 기다린 끝에(아시죠? 유럽의 툭하면 터지는 교통 파업) 겨우 수백 명에 틈을 뚫고 올라 탄 기차에서 내려 힘들게 찾은 호텔에 갔지만 난방이 전혀 안 되어 추웠고 직원은 끝내 이불을 가져다주지 않았기에 밤새 오들오들 떨었어요. 게다가 샤워할 때의 물이 미지근해서 몸살기운까지 겹쳐 이미 너무 피곤했거든요.

어쨌든 당시에도 제 친구는 두오모만은 언젠과 연인과 함께 와서 오르겠다는 선포를 했고 저 역시 이미 파리 에펠탑에서 나름 기분이 상한 뒤여서 '뭐 그럼 나도 담에 연인과 함께'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지요. 그러고 10년도 넘는 세월이 흐를 줄은 그때는 꿈에도 몰랐겠지요.

게다가 당시에 친구와 저의 피렌체에서의 가장 큰 미션은 우피치 미술관을 관람하는 것이었거든요. 이번에도 '물론' 연인 따위는 제 곁에 없었지만…. 만약 이번에도 못 올라간다면 대체 언제 다시 이곳에 올라올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으므로 타비오(Tabio) 여정에서 피렌체란 이름을 발견한 순간 반드시 두오모에 오르자고 결심했답니다.





◇ ⓒ Get About 트래블웹진

그래서 눈 뜨자마자 밥 먹고 달려간 곳도 바로 두오모였습니다. 이미 이 유명한 성당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많더군요.

다행이도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쿠폴라에 오르는 줄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표를 끊고 올라가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





◇ ⓒ Get About 트래블웹진

하도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다보면 내가 뭐하는 짓인가 생각하게 된다기에 꽤 커다란 각오를 하고 오르기 시작했습니다만….

올라가는 길에 조각상들과 하부의 '마지막 심판'으로 유명한 장대한 돔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고, 한적한 덕분에 마음대로 멈추고 싶을 땐 멈춰 숨을 고르며 올라갈 수 있는 덕분이었는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꼭대기에 도착했습니다.

"우와~~~!!!"

도착한 쿠폴라에서는 저도 모르게 저렇게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야말로 반짝이는 아침의 햇살이 드리워진 피렌체가 제 발 밑으로 펼쳐졌기 때문이죠.





◇ ⓒ Get About 트래블웹진





◇ ⓒ Get About 트래블웹진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멀리 보이는 낮은 산들의 모습도 붉은 지붕들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이 위에 올라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면 지키지 않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한동안 넋을 놓고 벤치에 앉아 풍경을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벌써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하더군요.

이곳이 사람들로 더 미어터지기 전에 얼른 둘러보자 생각하고 연신 셔터를 누르며 한 바퀴 돌았습니다. 물론 그 사이 수많은 연인들의 사진을 찍어줘야 했던 솔로의 설움은….

원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진 뒤 계속 꾸역꾸역 올라오는 사람들의 힘든 표정을 보며 저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두오모 :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 오픈 시간 -

성당 (오전 10시 ~ 오후 5시 / 토요일은 오후 4시 45분까지)

쿠폴라 (오전 8시 30분 ~ 오후 7시 / 토요일은 오후 5시 40분까지)

- 휴 일 -

성당 (일요일, 부활절, 성탄절, 1월1일)

쿠폴라 (6/24, 8/15, 9/8, 11/1, 12/26에 추가로 문 닫음)

- 요 금 -

성당은 무료, 지하 3유로, 쿠폴라 8유로

(아침 일찍 서둘러서 가면 여유롭게 쿠폴라에 오르고 둘러볼 수 있어요.)





◇ ⓒ Get About 트래블웹진

함께 간 친구들과 젤라토를 하나씩 입에 물고 마구 깔깔 까르르 웃으며 피렌체 거리를 쏘다녔지요. 예쁜 물건들이 가득해 우리를 유혹하는 숍들이 가득한 거리를 지나 광장과 가죽시장 거리를 지나 이름도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의 원본이 있다는 아카데미아 미술관 앞에 줄을 섰습니다.

그리고 다비드 상과의 감동적인 만남! 사진 찍는 것을 철저하게 금지해서 그 순간을 포착해올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그 근사한 돌로 만들어진 청년과의 만남에서 오는 감동은 저렴하지만은 않은 입장료를 내며 느낀 정체를 알 수 없던 슬픔을 즉시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답니다.

역시 다비드 군을 가장 아름답게 잘 관찰할 수 있는 스폿에서 멍 때리며 세기를 초월한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해주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유유히 흐르는 아르노강을 가로지르는 우아한 베키오다리를 건넜지요.





◇ ⓒ Get About 트래블웹진





◇ ⓒ Get About 트래블웹진

지금은 값비싼 보석과 미술품을 파는 상점들로 가득하지만 처음에 이 다리가 만들어진 중세에는 푸줏간들이 들어차 있었다고 하지요.

영화 < 향수 > 로 더 유명세를 타게 됐답니다. 하루를 홀딱 투자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감상을 하고 나왔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명작으로 가득한 우피치 미술관을 지나는데 엄청 가고파졌어요.

걷다 보니 뭔지 모르게 근사하고 현대적인 분위기가 풍겨 나오는 레스토랑/카페 모요Moyo를 발견하고는 여기다 했습니다.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 기다리면서 와이파이를 즐겨주시고…. 틈틈이 그곳을 드나드는 근사한 양복쟁이 회사원 아저씨들과 잠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려고 이곳에 들른 기럭지 길고 스타일리시한 피렌체 오라버니들을 감상.

중후한 매력과 상큼한 매력을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 ⓒ Get About 트래블웹진

음식들도 깔끔하고 맛있었어요. 저는 카프리제를 먹었는데 역시 본토의 맛은 다르더군요.

잊을 수 없는 모짜렐라 치즈의 쫄깃하고 고소함! 함께 마셨던 이탈리아의 생맥주도 어찌나 시원하게 꿀꺽꿀꺽 잘 넘어 가던지요! 점심까지 배부르게 먹고 나니 다시 타비오(Tabio) 일행을 만나 다음 도시인 로마로 이동할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 ⓒ Get About 트래블웹진

약속 장소인 산타크로체 성당 앞으로 가서 얼른 성당 안에 들어가 이 도시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간절한 마음 한 조각을 떨어뜨리고 밖으로 나와 일행과 함께 이동, 버스에 오릅니다.

제 기도가 하늘에 닿았다면 언젠가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요? 그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 냉정과 열정사이 > 에 나온 대사를 떠올리며 피렌체에게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약속은 미래야. 추억은 과거. 추억과 약속은 전혀 다르겠지…. 미래는 그 모습이 보이질 않아 우리를 늘 초조하게 해. 그렇지만 초초해하면 안 돼.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과거와는 달리 반드시 찾아오는 거니까."/


대지를 뒤덮은 포도밭 사이로 사이프러스 나무가 자라는 전원 마을을 걷다가 현지 와이너리에 들러 와인이 어우러진 한 끼 식사를 하는 여행…. ‘이탈리아 토스카나 전원 산책과 와인기행’이 올가을 출발한다.

[헬스조선]사진제공 이탈리아관광청-ENIT
[헬스조선]사진제공 이탈리아관광청-ENIT

 

로마시대부터 3000년의 와인 역사를 지닌 와인 종주국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한 토스카나 지방과 북서부 알프스산맥 아래 피에몬테는, 이탈리아 2대 와인 산지로 꼽힌다. 헬스조선 비타투어는 포도가 알알이 영글어가는 가을, 이곳의 전원 마을과 와이너리를 가로지르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전원 산책과 와인기행’을 진행한다.

부드러운 지평선을 따라 정갈하게 열을 지은 채 늘어선 포도밭, 하늘을 향해 춤을 추듯 서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 대지를 감싸 안으며 피어오르는 안개…. 토스카나 특유의 풍경 감상으로 여행이 시작된다. 최초의 슬로시티 오르비에토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델이 된 치비타를 거쳐 토스카나의 대평원 발도르차에 도착할 때쯤이면 어느새 마음이 고요해진다.

혹자는 토스카나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문화적으로 활기 넘치는 와인 산지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보증한 최상급 와인(D.O.C.G) 중 하나인 ‘브르노넬로 디 몬탈치노’와 낭만적인 와인의 대명사 ‘키안티’ 와이너리 방문은 가장 고대하던 시간. 직접 재배한 곳에서 대를 이어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는 와이너리에서 맛보는 와인은 비할 데 없이 훌륭하다.

피에몬테는 이탈리아의 가장 전설적인 와인인 ‘바롤로’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화려하면서도 깊이 있는 석류빛 바롤로를 한 모금 들이켜면 입안에서 제비꽃 꽃망울이 톡하고 터진다. 이 와인이 왜 이탈리아 최초·최고 등급을 받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클링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의 고향 아스티도 찾는다. 유서 깊은 와이너리에서의 만찬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친퀘테레(5개 마을)’ 여정도 가슴 설렌다. 각기 다른 5개 해변마을은 해안절벽을 따라 파스텔 톤의 집과 좁은 골목길, 동화 같은 포구, 올리브밭이 어우러진 단아한 풍경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다섯 마을 중 걷기 여행자에게 사랑을 듬뿍 받은 베르나차 마을에서부터 코니글리아까지 천천히 걸으며 낭만을 만끽한다. 이외에도 꼬모 호수에서의 휴식과 피렌체 관광 등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아까운 8박10일이 이어진다.

TRAVEL INFO.


일정

9월 27일~10월 6일(8박10일)
주요 관광지

오르비에토, 산지미냐노, 피렌체, 친퀘테레, 바롤로, 아스티, 꼬모
참가비

560만원(유류할증료·가이드 경비 포함)

배낭이나 캐리어 없이, 원하는 룩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유롭게 여행하는 것, 지중해 크루즈여행이면 가능하다. 지중해 크루즈 여행코스는 보통 동부 지중해와 서부 지중해로 구분한다. 서부 지중해 코스를 이용하면 낭만적인 스페인, 남부 프랑스, 이탈리아를 한번에 여행할 수 있다. 그저 편안한 호텔 객실에서 잠자고 화려한 편의시설을 이용하며 즐기면 된다. 모두가 잠든 사이 크루즈는 이동해 매일 아침 새로운 흥미로운 기항지 여행의 기회를 제공한다. 크루즈에 오르는 순간 차원이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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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싣고 지중해를 가로지르는 로열캐리비안크루즈 

 22만t급 초대형 하모니 크루즈 

크루즈 여행 경험자로서 단언컨대 크루즈 여행에서 선사와 선박은 기항지만큼이나 중요하다. 기항지와 기항지 사이, 즉 이동하는 동안 선박에서 머무는 시간이 무척 길기 때문이다. 

서부 지중해를 대표하는 크루즈 선사는 바로 로열캐리비안크루즈. 로열캐리비안크루즈는 총 26척의 크루즈선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리딩 선사. 특히 세계 최대 크루즈 선박인 22만t급 하모니호는 규모뿐 아니라 다른 크루즈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부대시설을 갖고 있는 특별한 크루즈선이다. 

크루즈 중앙에 위치한 센트럴파크는 마치 뉴욕의 공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크루즈 여행 중에서도 자연과 함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보드워크에는 회전목마가 설치돼 있어 이곳이 크루즈가 아닌 놀이공원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하모니호엔 크루즈 업계 최초로 인공 파도타기 시설이 갖춰져 있다. 길이 12m, 넓이 9.7m로 1분당 무려 11만3556ℓ의 물이 쏟아져 내리며 파도와 물살을 만들어 낸다. 수영도 차원이 다르다. 하모니호에는 메인 수영장 외에도 비치 풀, 스포츠풀 등 다양한 수영장이 마련돼 있다. 30m가 넘는 길이의 워터 슬라이드도 즐길 수 있다. 

쇼 또한 다양하다. 히트 뮤지컬 그리스와 귀에 익숙한 음악을 사용한 옴니버스 창작 뮤지컬 쇼, 원형 극장 모양의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짜릿한 다이빙 쇼, 실력파 피겨 선수 출신들이 펼치는 아이스쇼 등 매일 저녁 다양한 즐거움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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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살아 숨쉬는 스페인의 항구도시 바르셀로나

 아름다운 햇빛이 가득한 남프랑스 여행 

서부 지중해 크루즈의 여정은 대개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한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의 항구도시로 화가 피카소와 천재 건축가 가우디를 배출한 도시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관광명소는 가우디가 설계한 성가족성당, 구엘 공원, 그리고 피카소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 피카소 미술관 등이다. 

바르셀로나를 떠나 향하는 곳은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가는 바닷길에 위치한 항구도시, 팔마 데 마요르카. 아름다운 경관과 온화한 기후, 중세 건축물과 아랍 왕조의 거성이 매력적인 곳으로 유럽에서 손꼽히는 휴양지이다. 가우디가 수리 개축한 카탈루냐 양식의 고딕 대성당이 유명하다. 

또 다른 기항지는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역. 동쪽에는 알프스 산맥이 있고 서쪽에는 론 강이 흐르며 1년 내내 따스한 햇볕이 드는 프로방스에서는 아기자기한 시골집과 골목마다 자리한 시장 등을 만날 수 있다. 

크루즈를 타면 보통 마르세유에서 내리게 된다. 마르세유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항구이자 지중해 최대의 항구 도시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 콜린 퍼스가 고백하는 레스토랑,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인 이프 섬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르세유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한 시간가량 달리면 화가 폴 세잔과 작가 에밀 졸라의 고향 엑상프로방스가 나온다. 그라네 박물관, 생 소뵈르 대성당, 세잔 아틀리에 등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지만 그보다는 세잔의 작품 속 배경으로 유명하다. 마치 그림책 속 장면 같은 풍광과 자주 마주치는 곳이기도 하다. 걷다보면 어느새 예술의 향기에 흠뻑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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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역사를 품은 이탈리아 피렌체 전경

 화려한 르네상스 도시 이탈리아 문화탐방 

크루즈를 타면 보통 피렌체와 피사, 고도 로마, 대표적인 항구도시 나폴리를 관광할 수 있다. 11세기 말 제노바, 베네치아와 대립하는 강력한 해상공화국이었던 피사는 13세기 이후 문예 도시로 번창했다. 피사 대학에서 공부한 최고의 스타는 바로 갈릴레오 갈릴레이. 그가 피사의 사탑에서 쇠구슬로 낙하속도 실험을 했던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이 피사와 자웅을 겨뤘던 도시 국가였던 피렌체는 꽃이라는 뜻을 가진 화려한 도시. 중세의 유적에 르네상스 시절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천재들의 손길, 흔적 등이 더해져 더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났다. 결국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남녀 주인공이 극적으로 다시 만났던 두오모 성당이 유명하다. 이곳에 가면 준세이와 아오이의 애틋한 감정이 전해지는 듯하다. 

지중해 크루즈여행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하나투어 홈페이지(www.hanatour.com) 또는 대표전화(1522-0014)로 문의 가능하다.  

[전기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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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그 순간순간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풍경, 재미있는 즐길 거리들이 모두 중요하다지만 그에 못지않게 소중한 추억은 여행길에 만나지는 뜻하지 않은 인연들이다. 때문에 우리는 '여행'이라는 단어가 뿜어내는 무의식적인 설렘에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촐하게 하나의 접시만이 놓인 1인분 테이블이 될 뻔 했던 이번 여행을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꾸며 준 길 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의 배려와 관심에 지금에야 비로소 감사 인사를 전한다. "Grazie!"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의 심장 피렌체(Firenze)는 내게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준세이와 아오이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재회의 기나긴 시간동안, 그들의 설렘과 아픔, 환희와 안타까움이 묻어 있는 곳이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루시가 그 당시에는 이루어질 수 없다 믿은 피터에게 눈 내리는 플로렌스 수정 구슬을 선물 받을 때의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이 오버랩 되는 그런 곳이었다.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는 동안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리라 다짐한 곳이 그래서 이곳, ‘꽃의 도시'라는 이름의 피렌체였다. ‘연인들의 성지'라 일컬어지는 두오모(Duomo)성당(정식 명칭은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이 있는 도시로 유명한 피렌체는 그 유명세치고는 정말 작은 도시다. 지하철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 모든 곳을 구석구석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가장 오랜 시간을 이 도시에서 머물렀다. 작은 도시지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토스카나 요리의 본거지이기에 맛 기행을 떠나온 나에게는 그만큼의 시간 투자가 필요했고, 여기에 더해 피렌체는 마음 둘 곳이 참 많은 곳이었다. 어린 시절 봤던 영화가 키운 한자락 동경과 엄지와 중지사이로 잡아 찰랑찰랑 흔들면 눈이 내리는 수정구슬에 대한 설렘으로 시작된 여행이었지만, 여행을 마친 지금 피렌체는 내게 ‘마음의 고향'같은 익숙한 타국이 되어버렸다.

414개의 계단을 걸어 두오모 종탑에서 바라본 피렌체 전경은 장난감 마을마냥 정가롭다.
프랑스 식문화의 어머니 도시 '피렌체'

피렌체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Stazione di Firenze S.M.N)은 조반니 미켈루치라는 건축가에 의해 모던 스타일로 설계된 피렌체의 중앙역이다. 어쩜 이 나라는 역 하나의 유래를 말하더라도 한 번은 들어봤음직한 유명건축가의 이름이 심심찮게 등장하는지. 정말 건축의 나라라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실감케 한다. 피렌체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탈리아를 빛낸 천재를 배출한 곳이기에 ‘천재들의 도시'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르네상스시대 3대 화가인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사랑한 도시이며, ‘신곡'으로 유명한 단테와 천재수학자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고향인 피렌체는 시대의 선택을 받은 자들이 사랑한 선택받은 도시라 여겨진다. 피렌체의 식문화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바로 세계 최고 미식의 나라인 프랑스 식문화의 기원이기 때문이다. 150년간 피렌체의 정치, 예술, 학문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메디치 가문에서 프랑스의 왕비가 탄생하며 이탈리아의 식문화가 프랑스로 넘어가게 된 것. 이리 보면 결국 이탈리아의 식(食)이 프랑스 식(食)의 모태인 셈인데 향후 이탈리아 요리는 소박하고 정갈한 가정식 스타일로, 프랑스 요리는 진귀한 재료로 화려한 코스를 뽐내는 스타일로 발전하게 되어 참 닮지 않은 모자(母子)요리문화의 행보가 흥미로울 뿐이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내려다 본 피렌체 야경을 말로 표현하기란 참 어렵다. 단지 아름답다 밖에는. 여기서는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찍어도 그림이 된다.
소소한 일상으로 물드는 피렌체의 거리

피렌체 여행은 매일 두오모 성당과 그 주변에 즐비하게 서 있는 가죽시장에 출퇴근 도장을 찍는 것으로 설명된다. 길을 잃어도 두오모만 찾으면 숙소를 찾을 수 있고, 시선을 잡아끄는 가죽시장에 빠져 다음 도시의 여행경비를 탕진하게 될 수도 있는 흥미로운 도시다. 

피렌체의 상징 중 하나인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는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난 장소로 유명해 지금도 이곳에서는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하고 자물쇠를 건 뒤 열쇠를 강물에 버리는 풍습이 이어져왔다. 지금은 아르노강 오염 1순위가 버려진 열쇠들의 부식이라는 꽤나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더 이상 자물쇠를 달수는 없지만 몰래한 사랑이 더 용감하다 했던가? 지금도 알게 모르게 자물쇠의 개수는 늘어가고 있다. 이 다리 위에서 사람들은 사랑을 속삭이고, 사진을 찍고, 언제나처럼 젤라토를 먹는다. (젤라토는 정말 이탈리아의 어느 지역에서도 빠질 수 없는 대단한 아이템이다. 때문에 각 지역별 물가를 비교하려면 젤라토 가격을 보면 된다는 말까지 존재한다. 물가가 비싼 밀라노, 베네치아의 젤라토는 로마보다 1~1.5유로 더 비싸다. 

그러니 나와 같은 젤라토 신봉자들은 로마와 피렌체에서 원 없이 먹고 이동하기를 바랄뿐이다.) 베키오 다리를 건너 숨이 턱에 차오르게 언덕을 오르면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모조품이 있는 미켈란젤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에서 피렌체의 야경을 볼 수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말 그림 같은 사진들이 찍힌 장소가 모두 이곳이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 본 이 도시의 전경은 왜 피렌체를 아름다운 도시라고밖에 표현 할 수 없는지 단번에 알려주는 정답지 같다. 지금까지 눈이 호사를 부렸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Eat, Play, Love!(먹고, 즐기고, 사랑하자). 이런 시·공간 틈새틈새 여행자들은 끊임없이 맛집을 탐색하고 지친 기운을 맛있는 음식으로 회복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피렌체에 조금씩 물들어가게 된다.

1.베키오 다리에서 바라본 아르노강. 청명한 하늘이 반갑다. 2.사랑의 증표 자물쇠들 곁에 시들어있는 꽃 한 송이가 사랑의 허무함을 나타내는 듯하다. 3.거리의 악사는 내게 어디서 왔느냐 물었고 나는 "From Korea"라 답했다. 씩씩하게 대답한 내게 그는 노래 한 곡을 선물로 불러주었다. 'Such a beautiful day(참 아름다운 날이구나!)'
섬세한 도시 풍경과 터프한 육류 요리의 하모니

피렌체는 '꽃의 도시'라고 묘사되는 이름과는 다르게 육류가 발달한 식문화를 지녔다. 쇠고기, 새끼돼지고기, 비둘기고기 등 지역적 특성상 해산물보다는 육류요리가 발달했고, 누구나 여행자에게는 육류요리만을 권할 정도다.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Bistecca alla Fiorentina, 1kg, 35~45유로)는 4cm는 족히 넘는 두툼한 피렌체풍 스테이크로 고기의 겉은 시어링(searing, 매우 높은 온도에서 식육의 표면을 갈색으로 익히는 조리 과정)으로 빠삭하게, 안은 육즙을 가득 머금은 미디엄-레어(medium-rare) 상태로 구워내는 피렌체를 대표하는 전통음식이다. 

피렌체산 쇠고기에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만으로 구워내는 얼핏 보면 굉장히 단순한 요리인 듯싶지만 T-bone을 제대로 살린 모양과 크기에 한 번 압도되고, 타다끼처럼 익힌 고기를 한 점 먹으면 그 풍미에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음식이다. 이 음식을 먹은 사람들의 공통된 궁금증은, ‘고기를 먹은 뒤 그릇에 묻어있어야 할 육즙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것이다. 이것의 해답은 바로 건조숙성(Dry-aging). 마지막 뒷모습까지도 아름다울 수 있는 건 3주정도 고뇌의 시간을 버텨낸 쇠고기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태이다. 두께가 무색하게 부드럽게 씹히는 육질, 씹을수록 드러나는 육즙, 그리고 먹고 먹어도 줄지 않는 양까지, 정말 오랜 여행길 중 가장 고단백 식사로 영양을 보충한 소중한 한 끼였다.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는 곁들여지는 소스가 없다.

아무리 소금, 후추 간을 해서 구웠다 해도 왠지 한국 여행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찍어먹을 그 무언가를 바란다. 나 역시 그런 마음 중에 시도한 발사믹 식초가 섞인 올리브오일. 동물성 기름과 식물성 기름의 만남에 소화 작용을 돕는 식초까지. 올리브오일을 찍은 비스테카는 조금 더 부드러웠고 조금 더 촉촉했다. 역시 요리는 창조다. 요리는 언제나 무한성을 지니고 있는 재미있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그건 만드는 사람에게도 먹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자세다.

다만, 피렌체의 명물 중 하나인 소내장버거(Panino con il Lampredotto, 3유로)를 먹어보지 못함은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한국에서 양, 대창, 곱창을 못 먹는 내가 이탈리아라고 해서 저것들을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 이 음식은 소의 내장을 부드러우면서 쫄깃하게 삶는 것이 포인트. 처음에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먹던 음식이었지만 그 맛이 좋아 모든 계층이 먹는 음식으로 승진한 길거리음식의 명물이다. 이 버거를 먹어 본 여행자들은 하나를 다 먹기에는 다소 노력이 필요한 맛이라 평하지만 유럽에서 소 내장을 먹는 곳은 피렌체뿐이라는 영광스러운 유일함을 봤을 때 꽤나 의미가 있는 음식임에는 틀림없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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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로코코 양식의 옛 건물 웅장함 엿볼 수 있어
통일 후 가장 성공적인 발전을 이룬 구동독 도시로 떠올라

'독일의 피렌체'라 일컬어지는 우아하고 매력적인 옛 동독 작센주 내 작은 도시 드레스덴. 도시 곳곳에 있는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의 건물들이 드레스덴의 화려했지만 어두웠던 역사를 동시에 보여준다. 작센 선제후(選帝侯)의 예술에 관한 애정으로 드레스덴의 건물은 독일의 보석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다. 츠빙거 궁전, 젬퍼 오페라 등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건물은 독일의 문화적 자부심을 확인하는 듯 특유의 화려함과 웅장함을 자랑한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융단폭격으로 시민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도시 내 주요 건물이 파괴되었다. 그러나 통일 후 독일 정부와 시민의 노력으로 대부분 건물은 예전의 멋진 모습을 되찾았고, 최근 드레스덴은 문화는 물론 유럽의 학문과 과학을 선도하는 비즈니스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프라우엔 교회 (Frauen Kirche).(ⓒGNTB Krüger, Torsten)
◆프라우엔 교회 (Frauen Kirche)

독일 바로크 양식 건축의 대가 게오르게 베어(George Bähr)가 설계했으며, 1726년부터 1743년까지 17년 동안 건축되었다. 오늘날 프로테스탄트 교회 건축물의 정점이자, 유럽 바로크의 대표 걸작품으로 인정받는다. 완공 이후 약 250년간 드레스덴 시민의 안녕, 번영과 믿음, 신뢰의 상징물이었던 프라우엔 교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건되었다. 1945년 재건될 당시 전쟁의 희생자를 기리는 기념물로 통했으며 이후 화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2005년 헌납식을 거치고 이후 각종 화려한 공연, 연주, 예배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연간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드레스덴의 명소다.

젬퍼 오페라 (Semper Opera).(ⓒGNTB Krüger, Norbert)
◆젬퍼 오페라 (Semper Opera)

고트프리트 젬퍼(Gottfried Semper)가 1838년부터 1841년까지 건축한 젬퍼 오페라는 드레스덴 시립 오페라단의 주 무대이다. 정교한 건축술, 젬퍼 오페라만의 웅장한 음향,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을 반영한 화려한 내부는 이곳을 뮤즈의 전당으로 부르기에 충분하다. 또한, 젬퍼 오페라는 19세기 극장 건축의 최고점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페라 극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

츠빙거 궁전 (Zwinger Palace).(ⓒGNTB Kiedrowski, Rainer)
◆츠빙거 궁전 (Zwinger Palace)

츠빙거 궁전은 유럽 후기 바로크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종합예술 건축물이다. 상단에 금빛 왕관 장식이 있는 아치형 문은 드레스덴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궁궐 행사가 진행되었던 곳이며 예부터 도서 시설이 존재했고 선제후의 회화와 각종 미술품이 소장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연 박물관과 수학-과학과 관련된 소장품도 선보여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다. 현재 츠빙거 궁전의 정원과 마당은 각종 야외 공연을 위한 훌륭한 무대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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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카페에서 미래주의자의 혁명을 : 레푸블리카 광장

피렌체는 언제나 '그냥'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았다. 현대의 마천루에 지쳤지만 야생의 삶과 친해지고 싶지도 않은 어떤 종류의 인간들에게 이 영원한 르네상스의 도시는 거의 유일한 해답이었다. 이들은 피렌체의 고풍스러운 모습을 사랑했고, 거기에서 고대의 이상적인 공동체를 찾았다. 때문에 이탈리아인들이 현대화를 위해 망치를 들 때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막아 나서기도 했다.


현재의 레푸블리카 광장(Piazza della Republica)은 19세기에는 오래된 시장 거리가 남아 있던 동네였다. 그러나 피렌체가 통일 이탈리아의 수도가 되면서 현대화에 들어갔고, 외국 거주민들의 반대에도 옛 건물들은 헐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광장 주변의 고풍스러운 카페들은 여전히 그 시대의 국제적인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가리발디 장군의 '붉은 셔츠'의 이름을 딴 '기우베 로세(Giubbe Rosse)'는 20세기 초반 독일인 형제에 의해 열린 카페다. 피렌체의 독일인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다가, 곧 이탈리아 미래주의자의 살롱이 되었다.

전망 좋은 방: 베르톨리니 펜션에서 시뇨리아 광장까지

"이탈리아에는 친절함을 바라고 오는 게 아니다. 인생을 바라고 오는 것이다." 1차 세계 대전 직전, 유럽의 교양인들에게 피렌체는 절대적인 여행지였다.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했고, 죽으려면 거기서 죽어야 했다. 이 시대의 분위기는 E. M. 포스터의 소설 [전망 좋은 방 - A Room with a view, 1908년]에 가장 잘 드러난다. 영국 처녀 루시는 부유한 친척과 함께 피렌체로 여행을 온다. 아르노 강 옆의 베르톨리니 펜션에 묵은 그녀는 '전망 좋은 방'을 얻기 위한 실랑이 속에 에머슨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루시와 에머슨이 거닐던 피렌체는 아직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산티시마 광장의 페르디난드 상, 산타 크로체의 단테 기념비, 그리고 운명적인 기절의 장면이 연출되는 시뇨리아 광장. 베르톨리니 펜션은 문을 닫았지만, 제임스 아이보리의 영화판 [전망 좋은 방]의 촬영장이었던 호텔 데그리 오라피(Hotel Degli Orafi)가 그 대체물이 될 만하다. 루시가 보았던 전망(View) 역시 여전히 그 도시에 있다. 오렌지 빛 퍼즐 같은 지붕들, 아르노 강과 다리, 성벽 너머의 언덕과 사이프러스 나무들.


[전망 좋은 방]의 그 '전망'은 아직도 그대로이다.

무솔리니와 차 한잔: 카페 도니

영국 부인들은 독한 유머를 즐겨 스코르피오나(전갈)라는 악명을 얻었다.


피렌체를 특히 사랑한 외국인들은 영국과 미국 출신들로, 19세기 후반부터 커다란 군락을 이루었다. 1930~40년대에는 '스코르피오니'라고 불리는 영국 부인들의 상류사회가 형성되었는데, 그 모습은 영화 [무솔리니와 차 한 잔]에 잘 드러난다. 이들은 카페 도니(Gran Caffé Doney)나 우피치 미술관에서 차를 마시며 그들만의 호사를 누렸다. 애초에 이 부인들은 이탈리아의 파시즘에 대해 관대한 입장이었지만, 2차 대전은 그 모든 걸 뒤엎었다. 무솔리니가 아비시니아(현재 에티오피아)를 침공했을 때 영국은 반대 성명을 냈고, 이에 파시스트 병사들이 '도니'에 난입해 행패를 부렸다. (이 침공으로 이해 이탈리아가 막강한 커피 국가가 되었으니, 커피와 홍차의 전쟁을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전쟁이 본격화되자 영국 부인들은 성곽 도시인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에 감금된다.


토르나부오니 가(Via de' Tornabuoni)에 있던 '도니'의 가장 유명한 손님은 바이올렛 트레푸시스(Violet Trefusis).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란도]에 등장하기도 하는 레즈비언 작가인데, 피렌체에는 미국과 영국의 청교도적 억압에서 탈출한 동성애자들의 커뮤니티가 오래도록 이어져오고 있다고 한다.

히틀러도 차마 부수지 못한 다리, 폰테 베키오

폰테 베키오(Ponte Vecchio)는 이름 그대로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교각이 있었고,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을 띠게 된 것은 대홍수 뒤에 새로 건조된 1345년. 무심코 길을 걷다보면 자신이 강을 건넌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양쪽에 다층의 상점 건물로 웅성거리는 수상한 다리. 중세의 피렌체에는 이처럼 건물로 둘러싸인 다리가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베키오가 유일하다.


2차 대전 동안 피렌체를 잠시 지배했던 독일군은 연합군의 북침으로 인해 도시를 버리고 도망가야만 했다. 잠시라도 적의 진군을 막기 위해 다리를 폭파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마지막 순간, 히틀러는 폰테 베키오만은 남겨두라는 명령을 내렸다. 부수기엔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리 남쪽의 아름다운 건물들은 독일군이 설치한 지뢰에 의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히틀러는 폰테 베키오만은 남겨두라는 명령을 내렸다.

진흙의 천사들: 아르노강과 피렌체 국립도서관

1966년의 대홍수는 피렌체 국립도서관 소장품들을 진흙 구덩이에 빠뜨렸다.


아르노가 없는 피렌체를 상상할 수 있을까? 이 아름다운 강의 주변에는 세계적인 문화유산들이 반짝인다. 피렌체 시민들은 14세기부터 아르노의 상류와 하류를 막아 강의 유속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갈수기와 홍수, 양쪽을 대비한 것이리라. 그러나 1966년의 대홍수 때에는 모든 것이 속수무책이었다. 살아 있는 르네상스의 박물관인 이 도시의 대부분이 수몰되었고, 온갖 예술품들이 흙탕물과 진흙 속에서 썩어갔다. 홍수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강변에 붙어 있던 피렌체 국립도서관(Biblioteca Nazionale Centrale Firenze)이었다. 완전히 격리되어버린 이곳은 소장품의 1/3에 해당하는 13만 점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가혹한 자연의 횡포에 맞서 세계의 예술 애호가들이 모여들었다. '진흙의 천사들(Mud Angels)'이라 불리는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도시 곳곳의 수해를 복구하고, 물에 젖은 책과 그림과 조각들을 닦아내고 말리는 일에 나섰다. 때는 히피들의 시대라, 낮에는 책과 미술품을 말리고 밤에는 춤추고 노래하는 나날이었다고 한다.

500년 전의 공무원을 사랑한 여인: 시오노 나나미와 친구 마키아벨리

1960년대 일본에서 학생운동을 하다 좌절에 빠진 한 여성이 지중해 세계에 매료된다. 도시 국가의 흥망과 르네상스의 문화는 그녀로 하여금 역사야말로 진정한 엔터테인먼트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1970년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을 펴내며 이탈리아인 의사와 결혼한 그녀, 시오노 나나미가 정착한 곳은 피렌체. 그녀는 500년 전 이 도시의 공무원이었던 한 남자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 [군주론]의 마키아벨리였다.


시오노 나나미는 폰테 베키오의 남쪽, 마키아벨리가 살던 집의 바로 이웃에 거주하며 이 남자의 삶과 사상을 연구했다.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보면, 그것은 단순한 역사학자의 집념이라기보다는 페티시즘에 가까워 보인다. 마키아벨리는 과연 근무처였던 팔라초 베키오에는 어떤 방법으로 출근했을까? 동서남북의 문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해 직장에 들어갔으며, 퇴근 후에는 어디로 나가 무엇을 했을까? 그녀는 피렌체를 어슬렁거리며 이런 호기심들을 채워나갔다. 그로 인해 독자들 역시 기꺼이 마키아벨리의 친구가 되고 말았다.


우피치 미술관과 팔라초 베키오에 있는 마키아벨리의 인상은 사뭇 다르다.

한니발의 숨은 거처, 팔라초 카포니의 도서관

한니발의 등 뒤로 폰테 베키오가 보인다.


외국인들이 득시글거리는 동네이니, 누군가 신분을 숨기고 슬그머니 숨어 있어도 이상할 게 없다. 그 최악의 상상이라면, 아마도 희대의 살인마 한니발렉터? 영화 [한니발]에서 그는 닥터 펠(Dr Fell)이라는 이름으로 피렌체에 살고 있다. 팔라초 카포니(Palazzo Capponi)의 도서관이 그가 기거하며 연구에 몰두해 있는 곳이며, 도시 이곳저곳이 영화의 무대가 되었다. 박사의 정체를 수상하게 여긴 형사 파치가 그를 염탐하는 곳은 레푸블리카 광장의 카페, 파치가 박사의 지문을 채취하기 위해 팔찌를 사는 곳은 폰테 베키오, 오페라가 상영되는 곳은 산타 크로체 옆의 파치 성당이다.

피렌체는 베네치아와 더불어 도시 국가의 전형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결코 넓지 않은 도시이기에 산책하며 하루를 보내면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맛을 더하려면 시간과 공간, 양쪽의 축을 파헤쳐야 한다. 시간의 축은 여행 전에 충분한 독서로 피렌체 안에 남아 있는 중세와 르네상스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헤치는 것. 골목을 돌 때마다 단테, 미켈란젤로, 다빈치 등이 툭툭 튀어나온다. 공간의 축은 피렌체 바깥의 토스카나 지역으로 발을 넓히는 것.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곡창으로 와인, 햄, 과일 등 온갖 식재료가 넘치는 요리의 천국이다.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 안드레아 보첼리의 음반 [투스카니의 하늘]로부터 힌트를 얻어도 좋다.


여행은 그 순간순간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풍경, 재미있는 즐길 거리들이 모두 중요하다지만 그에 못지않게 소중한 추억은 여행길에 만나지는 뜻하지 않은 인연들이다. 때문에 우리는 '여행'이라는 단어가 뿜어내는 무의식적인 설렘에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촐하게 하나의 접시만이 놓인 1인분 테이블이 될 뻔 했던 이번 여행을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꾸며 준 길 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의 배려와 관심에 지금에야 비로소 감사 인사를 전한다. "Grazie!"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의 심장 피렌체(Firenze)는 내게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준세이와 아오이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재회의 기나긴 시간동안, 그들의 설렘과 아픔, 환희와 안타까움이 묻어 있는 곳이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루시가 그 당시에는 이루어질 수 없다 믿은 피터에게 눈 내리는 플로렌스 수정 구슬을 선물 받을 때의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이 오버랩 되는 그런 곳이었다.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는 동안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리라 다짐한 곳이 그래서 이곳, ‘꽃의 도시'라는 이름의 피렌체였다. ‘연인들의 성지'라 일컬어지는 두오모(Duomo)성당(정식 명칭은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이 있는 도시로 유명한 피렌체는 그 유명세치고는 정말 작은 도시다. 지하철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 모든 곳을 구석구석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가장 오랜 시간을 이 도시에서 머물렀다. 작은 도시지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토스카나 요리의 본거지이기에 맛 기행을 떠나온 나에게는 그만큼의 시간 투자가 필요했고, 여기에 더해 피렌체는 마음 둘 곳이 참 많은 곳이었다. 어린 시절 봤던 영화가 키운 한자락 동경과 엄지와 중지사이로 잡아 찰랑찰랑 흔들면 눈이 내리는 수정구슬에 대한 설렘으로 시작된 여행이었지만, 여행을 마친 지금 피렌체는 내게 ‘마음의 고향'같은 익숙한 타국이 되어버렸다.

414개의 계단을 걸어 두오모 종탑에서 바라본 피렌체 전경은 장난감 마을마냥 정가롭다.
프랑스 식문화의 어머니 도시 '피렌체'

피렌체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Stazione di Firenze S.M.N)은 조반니 미켈루치라는 건축가에 의해 모던 스타일로 설계된 피렌체의 중앙역이다. 어쩜 이 나라는 역 하나의 유래를 말하더라도 한 번은 들어봤음직한 유명건축가의 이름이 심심찮게 등장하는지. 정말 건축의 나라라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실감케 한다. 피렌체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탈리아를 빛낸 천재를 배출한 곳이기에 ‘천재들의 도시'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르네상스시대 3대 화가인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사랑한 도시이며, ‘신곡'으로 유명한 단테와 천재수학자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고향인 피렌체는 시대의 선택을 받은 자들이 사랑한 선택받은 도시라 여겨진다. 피렌체의 식문화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바로 세계 최고 미식의 나라인 프랑스 식문화의 기원이기 때문이다. 150년간 피렌체의 정치, 예술, 학문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메디치 가문에서 프랑스의 왕비가 탄생하며 이탈리아의 식문화가 프랑스로 넘어가게 된 것. 이리 보면 결국 이탈리아의 식(食)이 프랑스 식(食)의 모태인 셈인데 향후 이탈리아 요리는 소박하고 정갈한 가정식 스타일로, 프랑스 요리는 진귀한 재료로 화려한 코스를 뽐내는 스타일로 발전하게 되어 참 닮지 않은 모자(母子)요리문화의 행보가 흥미로울 뿐이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내려다 본 피렌체 야경을 말로 표현하기란 참 어렵다. 단지 아름답다 밖에는. 여기서는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찍어도 그림이 된다.
소소한 일상으로 물드는 피렌체의 거리

피렌체 여행은 매일 두오모 성당과 그 주변에 즐비하게 서 있는 가죽시장에 출퇴근 도장을 찍는 것으로 설명된다. 길을 잃어도 두오모만 찾으면 숙소를 찾을 수 있고, 시선을 잡아끄는 가죽시장에 빠져 다음 도시의 여행경비를 탕진하게 될 수도 있는 흥미로운 도시다.

피렌체의 상징 중 하나인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는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난 장소로 유명해 지금도 이곳에서는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하고 자물쇠를 건 뒤 열쇠를 강물에 버리는 풍습이 이어져왔다. 지금은 아르노강 오염 1순위가 버려진 열쇠들의 부식이라는 꽤나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더 이상 자물쇠를 달수는 없지만 몰래한 사랑이 더 용감하다 했던가? 지금도 알게 모르게 자물쇠의 개수는 늘어가고 있다. 이 다리 위에서 사람들은 사랑을 속삭이고, 사진을 찍고, 언제나처럼 젤라토를 먹는다. (젤라토는 정말 이탈리아의 어느 지역에서도 빠질 수 없는 대단한 아이템이다. 때문에 각 지역별 물가를 비교하려면 젤라토 가격을 보면 된다는 말까지 존재한다. 물가가 비싼 밀라노, 베네치아의 젤라토는 로마보다 1~1.5유로 더 비싸다.

그러니 나와 같은 젤라토 신봉자들은 로마와 피렌체에서 원 없이 먹고 이동하기를 바랄뿐이다.) 베키오 다리를 건너 숨이 턱에 차오르게 언덕을 오르면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모조품이 있는 미켈란젤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에서 피렌체의 야경을 볼 수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말 그림 같은 사진들이 찍힌 장소가 모두 이곳이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 본 이 도시의 전경은 왜 피렌체를 아름다운 도시라고밖에 표현 할 수 없는지 단번에 알려주는 정답지 같다. 지금까지 눈이 호사를 부렸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Eat, Play, Love!(먹고, 즐기고, 사랑하자). 이런 시·공간 틈새틈새 여행자들은 끊임없이 맛집을 탐색하고 지친 기운을 맛있는 음식으로 회복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피렌체에 조금씩 물들어가게 된다.

1.베키오 다리에서 바라본 아르노강. 청명한 하늘이 반갑다. 2.사랑의 증표 자물쇠들 곁에 시들어있는 꽃 한 송이가 사랑의 허무함을 나타내는 듯하다. 3.거리의 악사는 내게 어디서 왔느냐 물었고 나는 "From Korea"라 답했다. 씩씩하게 대답한 내게 그는 노래 한 곡을 선물로 불러주었다. 'Such a beautiful day(참 아름다운 날이구나!)'
섬세한 도시 풍경과 터프한 육류 요리의 하모니

피렌체는 '꽃의 도시'라고 묘사되는 이름과는 다르게 육류가 발달한 식문화를 지녔다. 쇠고기, 새끼돼지고기, 비둘기고기 등 지역적 특성상 해산물보다는 육류요리가 발달했고, 누구나 여행자에게는 육류요리만을 권할 정도다.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Bistecca alla Fiorentina, 1kg, 35~45유로)는 4cm는 족히 넘는 두툼한 피렌체풍 스테이크로 고기의 겉은 시어링(searing, 매우 높은 온도에서 식육의 표면을 갈색으로 익히는 조리 과정)으로 빠삭하게, 안은 육즙을 가득 머금은 미디엄-레어(medium-rare) 상태로 구워내는 피렌체를 대표하는 전통음식이다.

피렌체산 쇠고기에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만으로 구워내는 얼핏 보면 굉장히 단순한 요리인 듯싶지만 T-bone을 제대로 살린 모양과 크기에 한 번 압도되고, 타다끼처럼 익힌 고기를 한 점 먹으면 그 풍미에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음식이다. 이 음식을 먹은 사람들의 공통된 궁금증은, ‘고기를 먹은 뒤 그릇에 묻어있어야 할 육즙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것이다. 이것의 해답은 바로 건조숙성(Dry-aging). 마지막 뒷모습까지도 아름다울 수 있는 건 3주정도 고뇌의 시간을 버텨낸 쇠고기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태이다. 두께가 무색하게 부드럽게 씹히는 육질, 씹을수록 드러나는 육즙, 그리고 먹고 먹어도 줄지 않는 양까지, 정말 오랜 여행길 중 가장 고단백 식사로 영양을 보충한 소중한 한 끼였다.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는 곁들여지는 소스가 없다.

아무리 소금, 후추 간을 해서 구웠다 해도 왠지 한국 여행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찍어먹을 그 무언가를 바란다. 나 역시 그런 마음 중에 시도한 발사믹 식초가 섞인 올리브오일. 동물성 기름과 식물성 기름의 만남에 소화 작용을 돕는 식초까지. 올리브오일을 찍은 비스테카는 조금 더 부드러웠고 조금 더 촉촉했다. 역시 요리는 창조다. 요리는 언제나 무한성을 지니고 있는 재미있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그건 만드는 사람에게도 먹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자세다.

다만, 피렌체의 명물 중 하나인 소내장버거(Panino con il Lampredotto, 3유로)를 먹어보지 못함은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한국에서 양, 대창, 곱창을 못 먹는 내가 이탈리아라고 해서 저것들을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 이 음식은 소의 내장을 부드러우면서 쫄깃하게 삶는 것이 포인트. 처음에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먹던 음식이었지만 그 맛이 좋아 모든 계층이 먹는 음식으로 승진한 길거리음식의 명물이다. 이 버거를 먹어 본 여행자들은 하나를 다 먹기에는 다소 노력이 필요한 맛이라 평하지만 유럽에서 소 내장을 먹는 곳은 피렌체뿐이라는 영광스러운 유일함을 봤을 때 꽤나 의미가 있는 음식임에는 틀림없는 듯 보인다


여행은 그 순간순간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풍경, 재미있는 즐길 거리들이 모두 중요하다지만 그에 못지않게 소중한 추억은 여행길에 만나지는 뜻하지 않은 인연들이다. 때문에 우리는 '여행'이라는 단어가 뿜어내는 무의식적인 설렘에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촐하게 하나의 접시만이 놓인 1인분 테이블이 될 뻔 했던 이번 여행을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꾸며 준 길 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의 배려와 관심에 지금에야 비로소 감사 인사를 전한다. "Grazie!"

1. 라는 유명 레스토랑의 식전 빵. 마치 피자의 꽁지부분을 잘라 놓은 듯 고소하고 쫄깃하다. 이 레스토랑에서 직접 발효시키는 발사믹식초를 넣은 올리브오일과 식전 빵은 하나의 메뉴로 손색없으리만치 맛있다. 2. 프로슈토라는 이탈리아 정통 생햄이 올려 진 루꼴라 피자(8유로)는 생햄의 정말 말 그대로 ‘생’한 냄새와 맛 때문에 한 조각도 힘들다. 3. 다시 봐도 군침 도는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의 위풍당당한 자태. 맛도 생긴 것 만큼이나 풍부하다. 4. 피렌체는 식재료가 곧 인테리어다. 오가는 여행객을 호객하고 있는 쇼윈도에서 숙성 중인 쇠고기. 5,6. 피렌체 가죽시장 옆에 위치 한 재래시장 파스타 매장에서 시금치가 들어간 라비올리(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한 파스타의 한 종류)를 만들고 있다. 7. 유럽 사람들 중에 유일하게 소의 내장을 먹는다는 피렌체 사람들은 여성스러운 도시와는 다른 면모를 참 많이 보인다. 8. 1kg에 3만 원정도의 피렌체산 쇠고기. 이것이 바로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가 되기 전 숙성 중인 모습이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완.소.파(완전소중한파스타) '볼로네제 파스타'

피렌체에 머무는 동안 근교 도시 여행은 당연한 선택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볼로냐 대학이 있는 볼로냐(Bologna),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친퀘테레(Cinque Terre),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로 꼽히는 대성당이 있는 시에나(Siena) 등 피렌체에서는 근교 도시로의 여행 역시 추억의 한 켠을 장식한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 많아 '붉은 도시'로 불리는 볼로냐는 파스타를 모른다는 사람도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볼로네제 파스타'가 기원한 곳이다. 돼지고기와 토마토소스로 만든 '볼로네제 소스(Bolognese sauce)'는 도시를 닮은 붉은 색을 띄며 그 맛은 진하고 깊은 풍미가 담겨있다. 2시간을 홀로 바삐 걸으며 볼로냐를 탐색하던 내가 마음에 이끌려 들어 간 레스토랑에서 맛 본 '볼로네제 라자냐(Bolognese alla Lasagne, 8.2유로)'는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먹어 본 음식 중 TOP 3에 드는 굉장히 맛있는 요리였다. 그 음식에는 볼로냐를 나타내는 모든 설명이 함축되어 있었다.

'빨강, 부유함, 아름다움'  '5개의 마을'이라는 뜻의 친퀘테레는 이탈리아 현지인들조차 사랑하는 관광지로, 아름답다기보다는 이채롭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해안 절벽을 따라 따닥따닥 붙어있는 집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때서야 정말 내가 낯선 땅에 홀로 와 있구나를 실감하게 된다. 친퀘테레를 방문한 날 그곳은 축제가 한창이었다. 신나게 흘러나오는 음악과 타인의 시선 따위 아랑곳 않고 자유로운 사람들. 덩달아 우리도 흥겨울 수 있었던 시간. 재미있던 것은 꼬부랑말로 된 음악들 뒤로 요즘 자신들이 예쁘지 않다(Ugly)고 노래를 불러대는 여성그룹의 음악이 흘러나온 것이다. 열심히 따라 부르던 우리에게 한 이탈리아 할아버지는 한국인이냐며 맛있는 딸기파이를 선물로 주셨다. 우리는 또 한 번 따뜻한 이탈리아의 기억을 선물 받은 것이다. 피렌체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가끔 이곳이 그리울 때면 '한국의 친퀘테레'라 불리는 동피랑 마을에서 추억을 곱씹어 보자"고.

친퀘테레의 다섯 번째 마을 '몬테로소(Monterosso)'는 다섯 개의 마을 중 규모가 가장 크며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활기 넘치는 마을이다.

와인 잔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라. 그게 바로 '장밋빛 인생'

검은 수탉이 기세등등하게 병목을 장식하고 있는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Chianti Classico Wine)은 토스카나 지방 피렌체 근교에 있는 와인 산지의 이름을 딴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 중 하나다. 술과 친하지 않은 나라고 할지라도, 키안티 와인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터. 그래서 이탈리아 맛 기행 중 와이너리(Winery, 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투어를 하게 된 건 정말이지 최고의 행운이었다. 키안티 지역 중에서도 토양과 기후 조건이 좋은 곳을 '키안티 클라시코'라고 따로 분류하는데 그 지역에 위치 한 와이너리 '라 살라(La Sala)’는 최근 그 명성이 높아져가는 곳이다.

이곳의 매니저인 일라리아는 레드와인을 닮았다. 화사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이한 그녀는 열정적으로 와인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며 키안티 클라시코에 대한 자부심과 이탈리아에 대한 사랑을 내비쳤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와인에 대해 공부하고, 시음하며 와인은 술이라는 단순한 한 단어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했듯이 오크통에서 오랜 기간 숙성할수록 와인은 성숙하면서도 겸손한 맛을 지닌다. 음식이 지닌 맛을 넘보지 않으며 곁에서 그 음식의 맛을 최고로 끌어주는 와인이야말로 명품조연이라고 표현할 수밖에는 없으리라. 구름 위를 걷는 듯 알딸딸해진 나는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꼭 좋은 와인인 것만은 아니다. 함께 먹는 음식과의 궁합에 따라 와인의 가치는 결정된다."는 일라리아의 마지막 말을 곱씹어 보았다. 결국은 화합과 균형(Harmony&Balance). 이 두 단어는 항상 완벽하고 싶어 몸부림치고 좌절하는 못난 내게 꼭 필요한 마음의 여유였다.

때가 이른 3~4월 이탈리아의 봄은 앙상한 가지뿐인 포도밭만이 나를 맞았지만 아마 지금은 그 포도나무가 싱그러운 연두 빛을 내며 몰라보게 여물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도 때로는 따사로운 햇살을, 때로는 거친 비바람을 맞으며 성숙하기 위한 한 단계를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내 인생처럼 말이다.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은 말했다. "와인 잔을 눈앞에 대고 세상을 바라보라. 그게 바로 장밋빛 인생이다."

때로는 소박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이탈리아 맛 기행의 다음 테이블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와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서 마지막 만찬이 차려진다.

1.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의 '라 살라' 와이너리. 2.'라 살라'를 총괄하는 매니저는 견학 내내 우리가 '벨라(Bella:'아름답다'라는 이탈리아어)'를 외치기 바쁘게 아름답고 지적인 레드와인이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3.'라 살라'에서 생산하는 와인모음. 이 중 우측에서 두 번째에 있는 금빛 와인은 1년에 1,000병만 생산된다는 '빈산토'라는 고급 디저트와인이다. 포도를 건조시켜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당도가 높다. 내가 선물용으로 1000병 중 2병을 구입했으니 꽤 만족스러운 구매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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