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는 친절함을 바라고 오는 게 아니다. 인생을 바라고 오는 것이다." 1차 세계 대전 직전, 유럽의 교양인들에게 피렌체는 절대적인 여행지였다.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했고, 죽으려면 거기서 죽어야 했다. 이 시대의 분위기는 E. M. 포스터의 소설 [전망 좋은 방 - A Room with a view, 1908년]에 가장 잘 드러난다. 영국 처녀 루시는 부유한 친척과 함께 피렌체로 여행을 온다. 아르노 강 옆의 베르톨리니 펜션에 묵은 그녀는 '전망 좋은 방'을 얻기 위한 실랑이 속에 에머슨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루시와 에머슨이 거닐던 피렌체는 아직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산티시마 광장의 페르디난드 상, 산타 크로체의 단테 기념비, 그리고 운명적인 기절의 장면이 연출되는 시뇨리아 광장. 베르톨리니 펜션은 문을 닫았지만, 제임스 아이보리의 영화판 [전망 좋은 방]의 촬영장이었던 호텔 데그리 오라피(Hotel Degli Orafi)가 그 대체물이 될 만하다. 루시가 보았던 전망(View) 역시 여전히 그 도시에 있다. 오렌지 빛 퍼즐 같은 지붕들, 아르노 강과 다리, 성벽 너머의 언덕과 사이프러스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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