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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프랑스

프랑스 파리 : 변신의 귀재, 파리 오르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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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의 귀재, 파리 오르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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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에서 미술관으로

기차역으로 지어진 건축물. 십년이 지나고 이십년이 지났다. 낡은 기차역. 시설은 낡고 지저분하다. 주변의 재개발과 함께 역사도 재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인다. 그리고 불과 십년도 채 흐르지 않은 어느 날, 새로운 역사가 낡은 기차역을 대체한다. 화려한 백화점의 위용 뒤로 수십년 간 쌓인 사람 냄새나는 추억은 아스라이 사라져 버렸다. 이곳은 대한민국 서울.

기차역으로 지어진 건축물. 십년이 지나고 이십년이 지났다. 낡은 기차역. 시설은 낡고 지저분하다. 수많은 시민과 건축가들과 공무원들이 모여 이 건물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한다. 맞는 답을 찾을 때 까지 그 고민은 십년, 이십년이 되도록 끝나지 않는다. 결국 그 오래된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바꾸기로 그들의 생각을 모은다. 옛 기차역의 외투를 입은 새 미술관. 이곳은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주소 : 5 Quai Anatole France, 75007, Paris, France

가는 법 : 미술관 지하의 파리 RER C선의 Musee d'Orsay 역에서 바로 연결된다.

홈페이지 : http://www.musee-orsay.fr/

건축가 : Gae Aulenti

요약 :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한 철도역으로 건축되었다. 1939년에 철도 영업을 중단한 이후, 수도 없이 많은 철거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살아 남아 1986년 오르세 미술관으로 리노베이션, 개관되었다. 이탈리아의 여류 건축가인 가에 아울렌티가 건축을 맡았다.

 

* gare(Fra.) : 1. 기차역 2. 정거장

* musee(Fra.) : 1. 미술관 2.박물관

 

수십년 간 낡은 건축물을 놓고 어찌보면 지리한 싸움을 이어왔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으로 파리 시민들은 기차역에서 미술관으로 변모한 -적어도 당시에는- 세계에서 하나 뿐인 곳을 갖게 되었다. 고흐와 고갱. 그 안에 품은 작품들도 말 그대로 '작품'이지만, 적어도 미술관이라면 그 스스로도 하나의 '작품'이어야 함을 파리의 대표 미술관 오르세는 말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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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한없이 맑고 맑았던 여름 어느 날. 오르세 미술관을 찾았다. 늦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이미 미술관 앞은 그 작품들을 마주하려는 수 많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다행히 나는 뮤지엄 패스가 있었기 때문에, 길고 긴 줄은 뒤로 하고 미술관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미술품도, 건축물도 기대되는 오르세 미술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며 안으로 안으로. 

 

건축학도의 눈으로 미술관을 탐닉하다

오르세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는 고등학교 때였다. 건축가를 꿈꾸는 친구를 위해 지금은 소원해진 한 친구 녀석이 선물해 준 한권의 건축 책. 기차역이 미술관으로. 오르세 미술관에 대한 소개는 그렇게 -참으로 건축적으로- 적혀 있었다. 아마 그 즈음 부터였을까. 미술관도 교회도 온갖 집들도 건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생각하고, 경험하게 된 것은.

그렇게, 미술 서적이 아닌 건축 서적을 통해 나는 오르세 미술관을 처음 마주했다. 그 어렴풋한 옛 기억을 상기하며 미술관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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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의 거대한 전시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신 고전주의 장식들. 과시하듯 사용된 철 구조물. 드넓은 실내를 더 밝게 해 주는 유리 천창들. 20세기의 초반 무렵의 온갖 건축 요소들이 눈에 들어온다. 1900년, 산업혁명으로 연결된 파리 만국박람회의 산물인 철 구조물과 유리창들을 마주하고 있노라니 이곳이 나에게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 같다.  

화려한 미술관. 그 장소를 채운 살아있는 듯한 조각품들. 허나 전시실의 가장 높은 발코니에 올라 내가 상상한 것은, 희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저 거대한 -이 전에는 플랫폼이었을- 전시실로 들어오는 열차들의 위용이었다. 물론 지금은 미술관으로 바뀌어 옛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워졌으니,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몇몇의 이미지들로 그 모습을 상상할 밖에.

어쩌면 미술관 공간치고 지나치게도 커보일 수 있는 이 거대한 공간은 과거 플랫폼이었던 장소의 마지막 흔적일지도 모른다. 지리했던 논의가 없었더라면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오르세 '역'으로서의 마지막 흔적.

그렇게 감상에 젖었다가 이제 오르세 '역'은 뒤로 하고 오르세 '미술관'을 만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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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미술관

아니 이것은 오르세 미술관의 축소모형이다. 오른쪽 창 밖의 관람객을 통해 그 크기를 가늠해 보라. 미술관의 평범하지만은 않은 건축 역사 때문일까. 이곳 오르세 미술관에는 건축과 관련된 많은 작품들이 있어서, 건축학도인 나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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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파리 오페라의 단면 축소모형. 가이드 투어를 통해 직접 경험했던 파리 오페라의 실제 모습과 비교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축소하여 작게 만든 모형이긴 하지만, 그 화려함은 그대로였다. 과연 그 옛날의 팬텀은 어떤 길로 다니며 어떻게 크리스틴을 지켜보았을지,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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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모형이라고 우습게 보지 마시기를. 웬만한 사람의 키 쯤은 훌쩍 넘으니까.

이렇듯 온갖 모형과 거의 예술의 경지까지 승화된 몇몇 옛 건축도면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이 건축학도는 헤롱거리며 행복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내 찾아온 것은 조금의 부러움? 제대로 된 건축 미술관 하나 없는 우리의 현실이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었다.

 

오르세 미술관이 2등이라고?

파리 최고의 미술관은 누가 뭐래도 자타공인 루브르가 맞다. 그 명성과 엄청난 컬렉션만 보더라도 오르세 미술관을 파리 제 1의 미술관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두 미술관을 모두 경험했던 여행자로서, 나는 루브르보다는 오르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수많은 정통 미술작품들로 채워진 루브르도 충분히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순수 미술이라는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건축과 현대미술 초기의 디자인 작품들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는 여기 오르세도 그 매력은 충분해 보였다.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의 우열을 가릴 수 없듯이 루브르와 오르세도 1등과 2등의 관계가 아닌 파리 미술관의 두 거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여행자에게 추천

건축을 공부하는 건축학도 여행자.

파리에는 루브르만 있다고 생각하는 초보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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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 최고의 작품 "PARIS"

매력적인 건축물과 수많은 컬렉션에 지쳐 옥상의 테라스로 나와 파리의 여름 공기를 들이마신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마주한 작품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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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력 넘치는 도시 파리.

어쩌면 오르세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들 중 최고는 고흐의 그림도, 로댕의 조각도, 또 옛 기차역을 바꾼 건축물 자체도 아닌, 바로 이 도시 파리일지도 모를 일. 수년 간의 고민을 통해 이 풍경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의 작은 테라스를 남긴 이 매력 넘치는 도시 "PARIS"일 거라고어찌 생각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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