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과 파리에서 시도해본 색다른 여행
마스코트 트래블Mascot Travel
▲ 파리 에펠탑 앞에서 포즈 잡아 본 '곰돌이'
마스코트 트래블(Mascot Travel)이란?
오스트리아 사진작가 빌리 푸크너(Willy Puchner)의 ‘펭귄의 세계여행’ 프로젝트가 원조격이라고 알려져 있는 마스코트 트래블. 1988년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1m가 넘는 펭귄 인형 ‘샐리’와 ‘조’를 데리고 세계여행에 나선 후 4년간 이집트 피라미드, 중국 만리장성, 시드니와 도쿄와 뉴욕에서 두 마리의 펭귄을 주인공으로 사진을 찍어 색다른 추억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사람이 주인공인 여행 사진이 아닌, 사람의 분신 격인 마스코트가 주인공인 사진이라니 색다르다.
왜 시도했나?
내가 아닌 나의 분신이 사진의 주인공이 된다면 그 여행은 남겨진 사진만으로도 특별한 추억이 될 듯하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내가 아닌 내 친구의 분신(으로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유는 그리 구구절절한 것은 아니고, 친구의 출장 일정에 맞춰 하루 이틀이라도 유럽에서 같이 놀아보자며 덩달아 항공권을 구입했는데… 그만그만… 친구의 출장이 전면 취소되어 버렸다는 것. 글로벌 비즈니스란 그런 것인가 보다 할 수밖에.
이미 런던<->파리 간 기차(유로스타)도 예매해버린 나로서는 여행을 취소할 수 없었고, 대신 친구와 함께 갔던 싱가포르 IKEA에서 그 친구가 계산할 때 살짝 무임승차해 얻어냈던 ‘곰돌이’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부피도 작고 폭신폭신한 데다가 귀엽게 생겼으니 마스코트로 삼기에 ‘딱’이었다.
▲ 이렇게 가방에 쏘옥! / 떠나기 전 인천공항 아시아나 라운지에서 여유롭게 간식시간도 함께!
결론은 성공? 실패?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일단 실패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왜냐! 여행의 주요 명소에서 근사한 사진들을 남기고 싶었는데, 주요 명소에서는 내가 구경하기에도 너무 바빴고 곳곳이 붐벼 정신이 없었다. 정작 사진을 찍어야지 생각이 들었던 것은 지친 몸을 쉬어갈 수 있는 자리 즉, 공원과 식사 장소, 숙소 정도.
▲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앞 잔디밭에서
그래도 나름 잊지 않고 마스코트를 꺼내 사진 찍고자 노력은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분명 사진으로 남아 있다. 마스코트를 데리고 갔기에 남길 수 있는 깨알 재미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일단은 실패로 느껴지지만 약간은 성공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고 싶다.
▲ 분명히 열정을 쏟기는 했다.
▲ 아침밥 차려 놓고 친구들 잠 깨기를 기다리며 한 컷
▲ 나이스한 레스토랑과 커피숍에서 한 컷
▲ 가끔은 명소에서도 한 컷(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앞)
▲ 런던 템스 강에서 배도 한번 타보았다는 인증샷
한편 나의 분신이랍시고 가져갔던 ‘주사위’란 존재도 있었는데, ‘Go Surf’라고 적힌 주사위를 세계 곳곳에서 꺼내 바다를 그리워하는 서퍼의 마음을 표현해보고자는 야무진 생각이었으나, 이번 여행에서 ‘주사위’는 가방 밖으로 한번 꺼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정말 여행에 충실하기에 바빴다. 그렇게 보자면 '곰돌이'는 정말 출세한 셈이다.
▲ 2012년 호주 여행에서, 'Go Surf'로 시작해 'Go to Work'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는 직장인 여행자의 운명을 표현했던 '주사위'
그래도 내 마음은…
'그래도 친구와 함께 여행하고 싶었던 내 마음이 전달은 되었겠지?'라고 욕심내 본다. 그리고 올가을 즈음, 런던 방문 계획을 짜고 있는 친구에게 억지로라도 나의 분신(이번 여행에서 사온 오랑우탄 인형 정도?)을 안겨주며 성의껏 사진을 찍어오라 요구하고 싶다. 눈물겨운 우정이다.
▲ 안녕? 나 오랑이야. 나름 영국 자연사박물관 출신으로서, 생명감 느껴지는 외모로 "살아 있네~"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INFORMATION
빌리 푸크너(Willy Puchner)의 작품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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