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 보르도 '샤토 라라귄'와인을 맛보다
-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 있는 샤토 라라귄에서 포도를 수확하고 있다. /샤토 라라귄 제공
◇태양과 바람과 습도의 결정체, 포도
- 샤토 라라귄에서 포도를 따고 있는 모습. /샤토 라라귄 제공
보르도의 4월은 '프리뫼르(Primeurs)'라는 시음회 철이다. '맏물', 혹은 '신선한 맛'을 뜻한다. 작년 9월에 수확한 포도를 오크통에 넣어두었다 블렌딩을 최종 결정하기 전에 포도주 전문가와 언론인들이 모여 맛을 본다. 샤토 라라귄에서 마이크를 잡은 드니 뒤 부르디외(Bourdieu) 보르도대학 교수는 "2011년은 이상한 날씨였다. 봄에 이미 여름이 시작됐고, 가을 초입에 다시 여름 날씨가 왔다"고 했다. 부르디외 교수는 작년 초부터 월별 날씨가 어땠는지 분석하고, 그 결과 품종별로 포도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했다. 꽃 피는 시기와 봄 날씨가 제격이어야 하고, 성장 속도를 느리게 했다 열매 맺기 직전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건조한 날씨가 오래되거나 남쪽 방향 잎사귀를 떼면 포도알도 화상(火傷)을 입는다. 녹색 포도알이 붉게 변하는 8월 날씨가 운명을 결정한다. 보르도 전체로 봤을 때 2011년 수확은 백포도주는 놀랍게 드라이하지만, 적포도주는 2009·2010년보다 못하다.
샤토 라라귄의 프리뫼르 참석자들은 맨 처음 '셍테밀리옹1'을 입안에 머금었다. 메를로 품종 80%와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 20%를 섞었다고 했다. 두 번째는 '셍테밀리옹2'다. 메를로 89%, 카베르네 소비뇽 7%, 카베르네 프랑 4%다. 참석자들은 입안에 머금은 포도주를 혀 위로 이리저리 굴리고, 포도주를 혀 밑에 넣고 "그르륵" 소리를 내며 숨을 들이켜기도 하면서 눈을 감는다. 검은 정장 차림인 참석자들은 포도주 품종마다 과일향을 맡고, 꽃냄새를 킁킁거리고, 아로마의 결을 코끝에 모으고, 순결함을 느끼고, 음악 소리 같은 울림을 듣기도 했다. 작년 여름 머리 위를 달구었던 태양과, 대서양에서 아침저녁 몰려왔던 향기로운 바람결을 기억했다. 검붉은 액체가 입안 가득 퍼지다 마침내 가슴 벅찬 느낌으로 몰려올 때 번쩍 눈을 뜬다.
◇문학·철학 토론회 같은 시음회
- 샤토 라라귄의 주인 카롤린 프레이씨가 오크통 창고에서 포도주 맛을 보고 있다. /샤토 라라귄 제공
'포므롤' '오메독' '마고'로 이어지는 시음회에선 병 바깥을 헝겊으로 감쌌다. 오로지 지역만을 알고 샤토는 모르게 맛을 감별하려는 뜻이다. 오메독은 아로마, 초콜릿, 블루베리 향기 강렬하면서 역시 색깔이 훌륭하다는 말이 나왔다. 포므롤은 밀집된 맛이 오래간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포도주는 대개 혀의 앞과 뒷부분으로 맛보는데 포므롤은 혀 가운데를 자극했다. 과연 명작 포도주다웠다. 마고는 보르도 포도주의 섬세함을 상징한다고 했다. 힘과 가벼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고, 우리가 인간인 것을 감사하게 하며, 보르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고 했다.
프리뫼르 시음회는 문학 낭독회였고, 철학 토론회였다. 아니 콘서트 리허설이었다. 부르디외 교수는 "참석자 여러분은 몇 년 뒤 어떤 술이 더 좋은지 다시 와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프리뫼르에서 맛본 술은 작년 9월에 수확한, 이제 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쟁이다. 전문가들은 겨우 갓난쟁이 포도주의 눈빛과 얼굴색을 살피고 고사리손을 만져본 뒤에 앞으로 20년 뒤 얼마나 탐나는 청장년으로 자라 있을지 점쳐야 한다.
샤토 라라귄의 주인 카롤린 프레이씨는 "모든 일은 열정을 가지고 한다"고 했다. '셰'라고 보르는 오크통 창고는 섭씨 12~13도를 유지했다. 그보다 온도가 조금만 더 올라가도 술이 흘러넘치고 "그땐 천사들이 자기들 몫을 가져간다"고 했다. 피에르 비탈씨는 점심 후 농장에서 포도나무를 설명했다. 뿌리가 길게는 15m까지 내려간다고 했다. 이곳 포도나무는 25년쯤 됐고, 60~70년 된 품종도 있다. 늙은 포도나무는 없다. 나이가 들면 수확량은 줄지만 맛과 향은 더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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