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군에 쫓겨 온 그리스인, 학살을 피해 건너온 아르메니아인, 파시즘을 피해 달려온 이탈리아인, 프랑코 독재 정권이 추방한 스페인인, 지금도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는 북아프리카인... 마르세유 사람들을 뭉치게 하는 것은 종교도 인종도 아닌, 무언가로부터 달아나서 여기에 왔다는 연대감인 것 같다. 이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 역시 그런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바로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부지에의 현대 도시 프로젝트인 '빛나는 도시(La Ville radieuse)'를 대표하고 있는 위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이다.
1952년에 건설된 이 주거지는 337가구가 살아가는 집합 거주지로, 현대적인 아파트먼트의 효시로 불린다. 그러나 단순한 주택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호텔, 식당, 수영장 등 각종의 편의시설을 갖춘 독립성 강한 작은 도시의 형태를 띠고 있다. 어두운 복도, 서로 다른 원색의 외관, 옥상의 파노라마식 '사막 정원', 건축 책방 등의 시설이 차갑게 보일 수 있는 건축물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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