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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그린란드 : 눈 덮인 화성 - 낯선 시간, 낯선 사람 그리고 낯선 생각들 탐험대가 출발한 뒤에야 나는 비로소 나만의 눈으로 그린란드를 만나기 시작했다. 비록 도착한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마음은 처음 그린란드에 내리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캉걸루수아끄((Kangerlussuaq) 국제공항. 누크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는 사람들 나는 한국에서 온 그린란드 원정대입니다 인천공항에서 베이징을 거쳐 코펜하겐까지 14시간 반, 거기서 또 4시간을 날아 도착한 캉걸루수아끄(Kangerlussuaq)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바꿔 타고 다시 1시간, 마침내 시골 버스터미널처럼 작고 한갓진 공항에 내렸을 때, 나는 비로소 누크(Nuuk)라는 팻말을 만날 수 있었다. 이제 시계를 그린란드 현지시각으로 바꾸고 익숙했던 모국어의 감각을 버려야 할 시간이다. 2011년 5월 5일, 나는 그린란.. 더보기
그린란드 : 썰매개의 나라 - 100년 전 탐험 방식 그대로 차가운 밤, 그는 별을 향하여 코를 쳐들고 늑대처럼 길게 울었다. 죽어서 먼지가 된 그의 조상들이 하던 행동이었다. 별을 향해 코를 쳐들고 길게 우는 조상의 소리는 몇 세기를 거쳐 그의 몸 안에 잠재해 있던 선율이었다. 그리고 그의 선율은 슬픔을 알리던 조상들의 것이었고, 그들에게 적막과 추위와 어둠을 의미했다. - 잭 런던 作 [야성의 부름(Call of the wild)] 중에서 태어난 지 한 달 된 그린란드 개. 멀리 아득히 펼쳐진 빙원을 바라보고 있다. 다가올 썰매개의 운명을 이 녀석은 과연 알고 있을까. 100년 전 탐험 방식 그대로 일루리사트에는 북유럽의 영웅인 크누트 라스무센의 생가가 있다. ‘에스키모 연구의 아버지(father of Eskimology)’라 불리는 라스무센은 개썰매로 북서항.. 더보기
낮선 여름 속으로 - 어제는 재이고, 오늘은 장작이다. 밝게 불타는 건 오늘 뿐이다. 일루리사트의 여름 항구를 뒤로 하고 서쪽으로 이어진 언덕길을 걸으면 꼭대기에 이르러 북극 호텔(Arctic Hotel)을 만나게 된다. 일루리사트에서 가장 크고 고급스러울 뿐만 아니라 최고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여행 경비가 두둑하다면 하루 이틀 묵으며 신비로운 북극 경치를 잔뜩 누릴 수 있겠지만, 식사만큼은 다른 데서 해결하라고 권하고 싶다. 값비싼 호텔 요리보다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북극 밥집이 훨씬 맛있고 정겹다. 사실 이 호텔의 메인요리는 밥이 아니라 경치다. 여기서는 세상의 그 어떤 호텔에서도 볼 수 없는 빙산의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다. 바다로 향한 북극 호텔 언덕에서 일루리사트 북극호텔(Arctic Hotel)의 이글루 스위트룸 바위산으로 이어지는 호텔의 산책로에서 통통한 강아지.. 더보기
북극 넙치잡이의 삶 - 배가 다니기엔 얼음이 너무 많고, 개썰매가 다니기에는 얼음이 너무 적다 앙아꼬끄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눈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세상은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사실을 앙아꼬끄는 잘 알고 있었다. 또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바라고 원하는 것들을 쉽게 얻을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는 이미 그 모든 꿈과 소망이 이루어진 세상이다. 그래서 두 세계를 다 볼 수 있는 앙아꼬끄는 사람들에게 세상의 숨겨진 비밀, 즉 ‘원하는 것을 찾는 법’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린란드의 ‘앙아꼬끄’ 전설 中) 빙산 아래 수심 300미터에서 넙치를 낚아 올리는 그린란드 어부들 북극바다의 선물 탐험대와 연락이 닿았다. 북쪽으로 1,000km 지점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단다. 어느 정도 기온 상승을 염두에 두긴 했지만 예상치를 훨씬.. 더보기
그린란드의 여름 - 독특한 여름의 풍경 여름, 그린란드의 퓨전 계절 이상한 여름이다. 바다 위엔 여전히 빙산이 떠있고 이따금 눈발도 날리는데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땅은 겨울을 부여잡고 있지만 하늘은 아랑곳없이 여름을 내려 보내고 있다. 여름과 겨울이 뒤섞인 북극권의 퓨전 계절, 그 한가운데에서 나는 오늘도 모기떼에 쫓기고 있다. 만일 당신이 유난히 모기에 잘 물리는 체질이라면 여름에 그린란드를 찾는 일만큼은 꼭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린란드의 여름 중 기온이 가장 높은 한 달 동안은 그 누구도 북극모기떼의 습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모기약을 아무리 뿌려도 소용없다. 전속력으로 달려 봐도, 데굴데굴 굴러 봐도 깨알 같은 모기떼는 공기처럼 여전히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잘못해서 숨을 크게 들이쉬기라도 하면 한입 가득 모기떼를.. 더보기
그린란드 : 모든 탐험은 돌아온 뒤에야 비로소 시작된다. 마지막 에어드롭, 그리고 탐험 종료 7월 18일, 밤늦게 탐험대와 연락이 닿았다. 애초 계획했던 탐험 일정보다 며칠이 더 늦어져 식량도 이미 바닥이 난 상태다. 대원들도 썰매개들도 탈진 상태가 되어 약속 지점까지 행군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일까지는 꼭 최종 좌표에 도달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힘내라’는 한 마디뿐. 약속 지점을 재차 확인하고 나자 갑자기 정동영 대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픽업 지점에서 헬기를 기다리고 있는 썰매개들과 배영록 대원 “올 때 비스킷하고 롤빵 좀 사다줘.” 그리고는 너무 허기져서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늘 맑고 또박또박하게 말하던 경상도 사나이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음이 짠해졌다. 눈을 뜨자마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