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더블린과 태국 방콕
긴 여행 뒤 쌓인 사진들은 여행의 기억처럼 뒤죽박죽이다. 엉뚱한 사진들이 짝을 맺는다. 그 사이 나만의 여행의 이야기가 놓인다.
아일랜드 더블린을 여행한 후 기억에 남은 몇 가지는 맛있는 맥주와 거리 곳곳의 유쾌한 악사들, 더블린이 힘주어 자랑하는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흔적들, 그리고 총각 파티를 하러 더블린으로 모여든 아일랜드의 예비 신랑·신부들이다. 내가 묵은 호스텔에도 한 무리의 젊은 여성들이 짐을 풀었다. 드레스로 한껏 멋을 낸 신부와 친구들은 신나는 밤을 보내기 위해 거리로 나갔다. 거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운하로 풍덩풍덩 뛰어들던 아이들이 있다.
다른 나라 아이들이 축구공이나 운동화를 갖고 싶어 하는 것처럼 더블린의 아이들은 잠수복을 마련하는 듯했다. 작은 아이들은 형이 물려줬을 낡은 잠수복을 입었다. 잠수복을 입고 모여든 아이들은 다리에서건 둑에서건 바로 아래 운하로 풍덩풍덩 뛰어들었다.
여자아이들이 구경하기라도 하면 얼굴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 애어른 같은 녀석들은 더 멋지게 물로 뛰어들려고 애썼다. 관심 없는 척 자기들끼리 수다를 떠는 여자아이들도 귀여웠다.
더블린은 8세기쯤 해상 활동의 중심지가 되면서 도시로 발전했다. 로열 운하, 그랜드 운하로 아일랜드 내륙지방과 연결되는 말 그대로 수륙 교통의 중심이다. 이렇게 뻗은 물길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북위 53도에 위치한 도시라 6월 말인데도 물은 차갑다. 걱정 없다. 아이들에게는 잠수복이 있다.
다리 난간에 붙잡고 서서 뛸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한 꼬마에게 말을 걸어봤다. " 얘, 너네 왜 뛰는 거니?" 꼬마 녀석이 고개를 삐딱하게 들어 쳐다보면서 가뜩이나 무뚝뚝하게 들리는 아일랜드 영어로 "왜 물어요?" 하고 되묻는다. 얼마나 건방져 보이는지 꿀밤을 때릴 뻔했다.
물로 뛰어드는 이 아이들의 사진을 보다가 생각난 또 한 장의 사진은 엉뚱하게도 태국의 축제 사진이었다. 왓 사켓의 축제 장터다. 태국 방콕의 오래된 사원 '왓 사켓'은 황금산이라 불리는 인공 언덕 위에 있다. 꼭대기의 탑에 부처님의 유품을 모신 것도 유명하고 방콕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유명하다.
이곳에서 음력 12월 보름을 전후한 9일 동안 사원 축제가 열린다. 사람들은 붉은 천으로 둘러싼 탑 주위를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돈다. 사원 곳곳의 부처님에게 참배를 마친 사람들은 이제 사원을 빙 둘러싸고 차려진 축제 장터로 간다. 온갖 먹을거리와 놀거리가 가득 찼다.
조금 엉성한 회전 관람차 타는 곳을 지나면, '믿거나 말거나'라며 기괴한 것을 전시한다는 천막이 있다. 20바트를 내고 들어가면 연꽃 몸통을 가진 여성이 가리개 뒤에서 나타난다. 거울을 이용한 뻔한 눈속임인데도 구경꾼들이 끊이질 않는다. 노점에선 아이들이 벌레 튀김을 사달라며 엄마를 조르고 있다. 서울에서 먹던 번데기 생각이 나서 나도 한 봉지 샀는데 새우깡 비슷한 맛이 난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조금 가니 믿거나 말거나 천막이 또 있네!
축제 시장답게 놀이 코너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공을 던져 여성들을 물에 빠뜨리는 놀이였다. 큼직한 공을 던져 5미터 정도 앞의 과녁에 맞히면 앉아 있던 사람이 아래 물통으로 빠지도록 되어 있다. 과녁 맞히기가 어렵지 않은가 보다. 여성들이 풍덩풍덩 물에 빠진다.
뭔가 불편하다. 여성이 입수의 제물이어서기도 하지만, 비슷한 장면을 우리나라 TV프로그램에서도 줄곧 보고 있었다는 것이 생각나서다. 연예인들끼리 서로 물에 빠뜨리는 것을 보면서 좋아하는 것과 직접 공을 던져서 누군가를 물에 빠뜨리며 좋아하는 것은 차이가 있을까?
나에게 어느 쪽을 택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나를 몰래 쳐다보는 여자애들 앞에서 멋지게 물로 뛰어드는 쪽이다.
![[그래픽] 아일랜드 더블린과 태국 방콕](http://travel.chosun.com/site/data/img_dir/2016/06/15/2016061501789_2.jpg)
태국 방콕의 왓사켓 축제는 음력 12월 보름 전후의 9일간 열리는데, 보름날 당일은 ‘로이크라통’ 축제날이기도 하다. 로이크라통은 바구니를 띄운다는 뜻으로 태국 곳곳에서 꽃바구니를 강물에 띄우는 행사가 열린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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