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배꼽' 슬로바키아

크고 작은 城 100여개 거리도 돌이 깔린 중세풍
북쪽엔 수백개의 빙하호 산악 트레킹 마친후에 온천욕도 색다른 경험

슬로바키아
중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城) 중 하나로 꼽히는 슬로바키아 보이니체성. 고딕양식과 르네상스 건축 양식이 잘 남아있다. 뾰족한 첨탑과 초록·빨간색의 지붕이 동화 속 같은 모습이다. 성안에 들어서면 귀족 부인과 기사가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다. 슬로바키아에는 중세풍의 고성(古城) 100여개가 있다. /슬로바키아관광청 제공
알프스 초원처럼 펼쳐진 평원을 지나 산중으로 접어드니 디즈니랜드에 등장할 법한 고성(古城)이 나타난다. 중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 중 하나로 꼽히는 슬로바키아 니트라 북부 지역의 보이니체성이다. 11세기에 만들어진 이 성은 하늘로 솟은 가파른 지붕과 타워 등이 중세 성의 낭만적 분위기를 풍긴다. 성벽 안쪽으로 난 원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귀족과 병사, 하인들이 살았던 거실, 침실, 부엌 등이 나타난다. 성은 당시 생활도구와 고(古)가구, 조각과 그림, 기사들의 갑옷과 무기 등을 전시한 박물관으로 꾸며놓았다. 아직도 물이 나오는 깊이 26m의 우물, 벽난로, 화장실 등 중세인들의 세밀한 일상을 엿볼 수도 있다. 성 안을 한 바퀴 돌아보니 중세로의 '시간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100여개 고성(古城) 여행

유럽 지도를 놓고 한가운데를 찍으면 그곳이 바로 슬로바키아다. 그래서 '유럽의 배꼽'이라 불린다. 1000여년 동안 헝가리의 지배를 받아온 슬로바키아는 1918년 체코와 합병해 체코슬로바키아가 되었다. 이후 민족 간 갈등으로 1993년 체코와 분리해 독립했다. 나라가 생긴 지 20여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유럽의 동서와 남북 교차로에 위치했기 때문에 수많은 전쟁이 할퀴고 지나간 역사적 흔적과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무엇보다 헷갈리기 쉬운 것 하나. 발칸반도에 있는 슬로베니아와 혼동하지 말자.

슬로바키아
성 넓이가 4만㎡나 되는 슬로바키아 스피슈성. /슬로바키아관광청 제공
슬로바키아에는 크고 작은 성이 100여개 남아있다. 보이니체성과 스피슈성이 대표적이다. 보이니체성이 점잖은 신사의 모습이라면, 스피슈성은 야성적인 전사(戰士)의 모습이다. 사방이 탁 트인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스피슈성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성 중 하나다. 넓이가 4만㎡가 넘는다. 언덕 위에 돌로 만든 미니 도시가 들어선 것 같다. 13세기 동방에서 공격해오는 타타르인을 막기 위해 지어졌다. 18세기 말 화재로 황폐해졌으나 두께가 2m는 됨직한 허물어진 성벽에서 당시 위용을 느낄 수 있다. 둥근 고딕 탑, 미니 교회, 식당, 목욕탕, 우물, 무기고 등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 감옥과 박물관에서는 기사들이 사용하던 무기와 대포, 고문 기구 등을 볼 수 있다. 성 위에 서면 중세풍 마을 뒤로 그림 같은 초원이 펼쳐진다.

◇중세풍 거리 걷기

슬로바키아 여행의 백미는 돌이 깔린 중세 도시의 거리를 방랑자가 되어 천천히 걷는 것이다. 슬로바키아 중부지방에 있는 반스카 비스트리차는 13~14세기 동(銅)과 은(銀)을 캐는 광업도시로 발전했던 곳이다. 구(舊)도시 중앙광장에 있는 시계탑에 오르면 흰 벽에 붉은 지붕을 얹은 건축물들이 머리를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골목길을 따라 도시 탐방에 나섰다. 처음에는 대로변 큰 건물들에 눈이 팔렸지만, 걷다 보니 작은 골목에 들어선 골동품점과 음식점, 주점 등이 더 친밀하게 다가온다.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는 19세기 중반까지 300여년 동안 헝가리 수도여서 역사 유적이 많다.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나우강을 경계로 구(舊)도심과 신도심으로 나뉜다. 도나우강 유람선은 오스트리아 빈과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연결한다. 지리적이나 역사적으로 이들 도시와 가까워 거리 풍경도 많이 닮았다. 하지만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부다페스트나 체코의 프라하와는 달리 차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게 브라티슬라바의 매력이다. 인파에 휩쓸리는 관광객이 아니라 중세의 비밀을 캐는 탐험가가 된 기분이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들어선 구도심이 볼거리다. 중세풍의 고즈넉한 골목길을 따라 예쁜 상점과 야외 카페거리가 들어서 있다. 시민들은 노천카페에 앉아 낮에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밤에는 진한 향을 풍기는 전통맥주 즐라티바잔트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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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중부 반스카 비스트리차의 구(舊)도심 모습. 돌이 깔린 중세풍 거리를 걷는 게 슬로바키아 여행의 진미다. /슬로바키아관광청 제공
◇빙하호와 동굴, 그리고 스파

슬로바키아 북쪽에는 1000~2000m 봉우리가 즐비한 타트라 산맥이 가로지르고 있다. 산이 높아 계곡과 협곡이 많다. 산 중턱에는 빙하가 녹아내린 물로 이루어진 수백 개의 빙하호가 있다. 해발 1350m에 있는 호수 스트룹스케 플래소는 만년설이 덮인 산봉우리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겨울에는 스키와 스노보드, 여름에는 등산과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가이드 마르틴은 "빙하를 제외하면 알프스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구경할 수 있다"고 했다.

말라 파트라 국립공원은 산악 트레킹의 명소다. 자노시코브 디에리 코스를 2시간 동안 걸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을 건너니 바로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절벽 옆으로 난 길을 간신히 통과하니 쓰러진 나무들이 등산로를 가로막고 이끼 낀 바위 꼭대기에 꽃이 피어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 모습이다.

타트라 국립공원에서 동굴 구경을 빼놓을 수 없다. 데매노브스카 리버티 카르스트 동굴을 찾았다. 종유석과 석순 등이 만들어내는 갖가지 형태와 색 때문에 동굴 내부에 '에메랄드 호수' '핑크의 방' '블랙 갤러리' 등으로 불리는 명소들이 있다.

슬로바키아는 온천의 고장이기도 하다. 40~50개의 온천이 있다. 이곳 온천수는 미네랄이 풍부해 예전부터 류머티즘과 염증·통증을 치료하는 데 좋다는 평이다. 2000년 전 로마 병사들도 병을 치료하기 위해 찾았다고 한다. 산악 트레킹을 마치고 온천에 몸을 담그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여행정보 

슬로바키아관광청 한국홍보사무소 (02)2265-2247, www.sacr.sk, 주한 슬로바키아 대사관 페이스북 facebook.com/Slovak.Embassy.Seoul

홍여사
김태훈 주말매거진3.0 팀장
정유진 기자
글=노은주·임형남 가온건축 공동대표
융프라우(스위스)=황은순 주간조선 기자
김태훈 기자
빈(오스트리아)=글·사진 최보윤 기자
정동현 셰프
영광=권경안 기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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