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베른은 구시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스위스 최초로 198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됐다. 취리히, 루째른, 제네바 등 스위스에 명성 높은 도시들이 즐비하지만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는 베른이 유일하다. 베른은 스위스의 ‘당당한’ 수도이기도 하다.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은 알레강이 에돌아 흐른다. 강이 감싼 구시가 일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유네스코에서 밝힌 등재 사유는 이렇다. ‘알레 강에 둘러싸인 12세기에 조성된 언덕 위의 도시. 몇 세기에 걸쳐 독특한 컨셉으로 도시가 발달했으며 15세기풍의 아케이드, 16세기풍의 분수들을 담아내고 있다.’ 사실, 베른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취리히, 제네바에서 융프라우의 도시 인터라켄으로 가는 길에 반드시 경유하는 곳이 베른이다. 이탈리아 북부로 향하는 열차로 갈아타며 덩치 큰 역사의 번잡함도 경험해 봤을 것이다.

열차의 궤적 옆으로 오래된 도시를 알레강이 U자형으로 감싸고 흐른다. 고즈넉한 풍경에 한번쯤은 감탄사를 쏟아냈으면서도 그 동안 무심코 세계유산을 스쳐 지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조금 아쉽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세계자연유산인 융프라우 일대와 세계문화유산인 베른은 열차로 불과 50분 거리다. 수시로 열차가 오가며 실제로 인터라켄에서 베른까지는 주민들이 출퇴근도 한다. 전 세계를 둘러봐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이 1시간 거리로 묶여 있는 동네는 드물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분수의 도시

도시의 건축물들은 18세기에 재건됐지만 옛 개성은 그대로다. 베른에서는 한나절 정도만 할애해도 도시의 호흡을 느낄 수 있다. 슈피탈 거리, 시계탑, 대성당, 뉘데크 다리까지 이어지는 길목은 걸어서 둘러보기에 충분하다.

식인 귀신의 분수. 베른의 분수대는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석조 아케이드에 걸터 앉아 점심을 먹는 모습은 베른의 일상 풍경이 됐다.

베른 구시가의 독특한 개성은 분수대다. 유럽의 거리들과 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것도 마르크트 거리 등 구시가의 중심을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분수때문이다. 분수는 아름다운 형상만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자의 입을 열고 있는 삼손의 분수, 구멍 난 신발을 신고 있는 백파이프의 연주자의 분수, 식인 귀신의 분수에서부터 마을 창시자와 최초의 병원을 세운 여인을 기리는 분수까지 테마가 다양하다. 그 분수대 옆을 아슬아슬하게 트롤리 버스(무궤도 전차)가 지난다. 베른은 길과 사람이 가깝다. 오래된 건물 사이, 2차선 도로를 트롤리 버스와 트램이 느리게 오간다. 인도와 차도도 별도의 난간 없이 흰 점선이 대신한다. 트롤리 버스들은 세련된 색으로 치장됐지만 구시가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친근한 거리들 중 명물로 여겨지는 곳이 석조 아케이드다. 유럽에서 가장 긴 아케이드중 하나로 저장고 형태의 반지하 상점이 늘어서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상점으로 오르내리는 계단에 앉아 사람들이 식사를 즐긴다. 시간과 돈을 아끼려는 도시인의 일상이지만 세계유산인 석조 아케이드에 걸터 앉아 나누는 그들의 대화에서는 색다른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아케이드를 걷다 보면 마주치는 게 시계탑이다. 베른의 상징이자 가장 멋진 건축물이다. 도시가 생성됐던 12세기 후반에 지어지기 시작해 16세기 중반에 완성됐는데 매시 정각 4분 전부터 곰들과 광대들이 나와 춤을 춘다. 그 시계탑 아래로 또 트롤리 버스들이 오가는데 시계탑은 감옥탑 이전에 베른의 출입구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캐릭터의 곰들이 등장하다

분수대, 시계탑 등 여기저기서 곰들이 등장하는 게 다소 의아할 것이다. 베른은 곰의 도시다. 도시의 이름에도 곰의 의미가 담겨 있다. 주 깃발도 곰이 주인공이라 도심 여기저기서 곰 깃발이 펄럭거린다. 베른이라는 이름 자체가 도시를 세운 체링겐 가문이 곰 사냥을 해서 시작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뉘데크 다리 건너편에는 곰 공원도 생뚱맞게 들어서 있다.

베른 구시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깃발들을 구경할 수 있다.

스위스 최대의 고딕양식의 건물인 베른 대성당은 높이가 100m로 베른 시내 어느 곳에서나 보인다. 첨탑에 오르면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가깝게 다가선다. 아인슈타인이 머물며 상대성 원리를 완성시킨 집도 아인슈타인 박물관으로 남아 있다. 뉘데크 다리는 도시를 감싸고 도는 알레 강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베른에서 반생을 보낸 파울 클레의 작품들도 파울 클레 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세계유산인 베른의 소중한 자산들이다. 주말 밤에 베른에 머무른다면? 고풍스런 낮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도시의 화려함을 밤새 경험할 수 있다.



가는길

한국에서는 취리히 공항을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취리히 공항에서 베른까지는 1시간 단위로 열차가 오간다.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각지에서 열차가 수시로 연결된다. 베른에서는 신분증만 있으면 자전거 대여가 가능해 자전거로 도심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주말 투숙객을 위한 다양한 혜택들도 마련돼 있다.

 


빙하 투어, 스키와 스노보드, 하이킹!
유럽은 참 매력적인 여행지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유럽의 문명 유적지와 자연을 찾아 떠나는 이유도 그 감탄할 수밖에 없는 매력 때문일 것이다. 유럽 여행 이야기 스위스 체르마트

언제부턴가 알프스는 스위스를 상징하는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스위스 상징물 가운데 하나인 마터호른이 있는 지방은 스위스 남서부에 위치한 발레다. 사진은 '마터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에서 내려다본 빙하지대.
최근 여행의 트렌드는 역시 걷기 여행이다. 걷기 여행을 대표하는 제주 올레길은 올 한해 40만 명이 찾는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걷기를 좋아하는 국민도 없지 않다. 웬만한 근교 산에 주말마다 산행 인파가 넘쳐나는 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모두들 불경기라고 하는데도 전 국민이 ‘필수 체육복’으로 등산복을 입고 다닐 정도로 몇 년째 등산 의류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도 그 증거다.  

걷기 여행 열풍이 이젠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이어질 모양이다. 스위스 관광청이 제주 올레길과 협약을 맺고 스위스의 걷기여행 코스를 적극 홍보하기 시작한 것도 그런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실제로 스위스는 유럽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트레킹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나라이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빼어난 자연 경관 때문이다.

스위스는 1년 내내 각기 다른 모습을 갖고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알프스 시즌(6월~8월)이다. 만년설과 푸른 초원, 깨끗한 하늘, 고도에 따라 다양한 고산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체르마트에서 바라다본 마터호른.
멀리 눈덮인 알프스의 비경을 감상하고 야생화가 펼쳐진 들판,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진 크고 작은 호수까지… 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계절에 스위스의 하이킹 길을 걷다보면 어느 순간 경이로운 자연에 하나가 되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아직 녹지 않은 슬로프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고 빙하까지 만날 수 있다면 분명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내 인생 최고의 여행’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체르마트(Zermatt)는 스위스의 여러 하이킹 여행지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융프라우를 감상할 수 있는 인터라켄이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조금은 식상한 관광리조트라는 느낌이라면 체르마트는 인기 관광지이면서도 여전히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급 리조트라는 인상이다. 

체르마트는 4,000m 급 명산으로 둘러싸여 일 년 내내 웅대한 알프스의 만년설과 빙하를 만끽할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산이 영화사 파라마운트사의 로고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명봉 ‘마테호른’이다. 관광객들은 체르마트에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하이킹을 하거나 스노보드, 스키를 타거나 등산철도 열차나 곤돌라를 타고 산에 올라 만년설과 빙하를 감상한다. 

특히나 봄부터 가을까지는 눈, 빙하, 야생화와 옥빛 호수와 계곡을 모두 만날 수 있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마터호른을 보려면 우선 체르마트에서 8인승 고속케이블인 `마터호른 익스프레스`를 이용해 중간 역인 푸리역으로 가야 한다. 그 다음 대형 곤돌라로 갈아타고 마터호른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트로케너 슈테크 전망대로 가면 된다.
체르마트는 걸어서 1~2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인구가 5천600명에 불과하다. 이 작은 마을에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을 위해 상점과 레스토랑, 호텔, 스키 렌털숍이 몰려 있다.

멀리 눈덮인 알프스의 비경을 감상하고 야생화가 펼쳐진 들판,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진 크고 작은 호수까지… 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계절에 스위스의 하이킹 길을 걷다보면 어느 순간 경이로운 자연에 하나가 되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아직 녹지 않은 슬로프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고 빙하까지 만날 수 있다면 분명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내 인생 최고의 여행’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체르마트(Zermatt)는 스위스의 여러 하이킹 여행지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융프라우를 감상할 수 있는 인터라켄이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조금은 식상한 관광리조트라는 느낌이라면 체르마트는 인기 관광지이면서도 여전히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급 리조트라는 인상이다. 

스위스 파노라마 열차인 빙하특급은 아름다운 설경과 깎아지른 듯한 계곡, 아슬아슬한 다리들을 지나는 유명 기차여행 코스. 이 빙하특급 종착지인 체르마트는 휘발유 차량 출입이 금지된다. 따라서 여행자들은 자동차를 중간역인 태슈의 대형 주차장에 세우고 이곳부터 등산 철도를 이용해야 한다.
체르마트는 4,000m 급 명산으로 둘러싸여 일 년 내내 웅대한 알프스의 만년설과 빙하를 만끽할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산이 영화사 파라마운트사의 로고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명봉 ‘마테호른’이다. 관광객들은 체르마트에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하이킹을 하거나 스노보드, 스키를 타거나 등산철도 열차나 곤돌라를 타고 산에 올라 만년설과 빙하를 감상한다. 

특히나 봄부터 가을까지는 눈, 빙하, 야생화와 옥빛 호수와 계곡을 모두 만날 수 있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체르마트는 걸어서 1~2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인구가 5천600명에 불과하다. 이 작은 마을에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을 위해 상점과 레스토랑, 호텔, 스키 렌털숍이 몰려 있다.

체르마트 전경
유럽 최고 높이 전망대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

체르마트를 즐기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우선 케이블카나 산악열차를 타고 알프스의 웅대한 자연을 감상하는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여행이다. 체르마트는 4,000m급의 명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일 년 내내 웅대한 알프스의 산들과 빙하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아주 가까운 곳에서 ‘마터호른’을 감상할 수 있다. 

체르마트에서 마터호른으로 향하는 길은 다양하다. 정상 정복이 목적이라면 전문 가이드와 함께 등반 루트를 따라 오르면 된다. 스키를 타거나 전망대 투어가 목적이라면 케이블카 또는 등산열차를 이용한다.

관광객들이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케이블카를 타고 유럽 최고 높이의 전망대인 마테호른 글라시어 파라다이스(Matterhorn Glacier Paradise, 3883m) 전망대까지 오르는 것이다. 체르마트 기차역 반대 편, 반호프 슈트라세를 따라 한 15분 정도 걷다보면 마테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를 오르기 위한 케이블 카 스테이션이 나온다. 8인승 고속 케이블 ‘마테호른 익스프레스’를 타고 중간 역인 푸리(Furi)까지 오른 후 다시 대형 곤돌라로 갈아 타고 트로케너 슈테크(Trockener Steg) 전망대로 오른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곤돌라를 갈아타고 오르면 유럽 최고 지점인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 전망대에 다다른다.

마터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Matterhorn Glacier Paradise) 전망대는 케이블카를 2번 갈아타고 다시 계단을 올라야 닿을 수 있다. 유럽에서 케이블카로 오를 수 있는 최고 높이의 전망대이다. 전망대에 서면 만년설로 뒤덮인 알프스의 영봉들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Mont Blanc, 4807m)을 비롯해 해발 4천m 이상의 봉우리가 무려 38개에 이른다. 마터호른 역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선다.

전망대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또 여기서  몇 십 계단 올라가면 ‘마테호른 글라시어 파라다이스’에 도착한다. 여기서 장대한 만년설과 빙하, 웅장한 마테호른을 마주하게 된다. 보통사람이라면 고도차로 현기증까지 나 걷기도 쉽지 않지만 이곳에서부터 스키를 즐기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곳에서 4,000m급 명봉들과 고르너 빙하의 파노라마를 감상하며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정상에 오르기 전 체르마트 역 앞의 여행자 안내소에 게시된 마터호른의 날씨를 체크하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이곳엔. 당일부터 3일 동안의 기온, 풍속과 풍향, 적설량 예상치가 게재되는 되는데 날씨 때문엔 정상으로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등산 철도도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이동수단이다. 체르마트 역 맞은편 등산철도 출발지에서 철도를 이용해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3089m) 전망대를 오른다. 이 열차는 1898년에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운행을 시작한 톱니바퀴 열차로 체르마트에서 약 40분이 소요된다. 고르너그라트 정상에는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텔인 쿨름 고르너그라트, 기념품 판매점, 레스토랑 등이 있다.

이곳에선 몬테로자에서 마테호른까지 이어지는 4,000m급 명봉들과 고르너 빙하의 파노라마를 감상 할 수 있다. 중간 기점인 리펠베르트 역이나 리펠알프도 사계절 아름다운 마테호른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마터호른 정상 부근 얼음동굴
빙하, 호수, 들꽃… 마테호른을 가슴에 안은 하이킹 천국

눈으로 즐기는 관광으론 부족하다면 체르마트를 즐기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인 스키, 스노보드를 타는 레포츠 여행을 추천할만하다. 체르마트는 스위스에서도 연중 스키를 즐길 수 있고 슬로프 역시 가장 길다는 점에서 스키 마니아에겐 최고의 장소이다. 시간이 촉박한 여행자라도 하루나 이틀정도 머물며 스키패스를 이용해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마터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에 오른 뒤 마터호른 봉우리를 바로 옆에서 보며 즐기는 스키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길 것이다. 하지만 고도차를 감안하면 중급자 이상의 실력이 필요하다. 또한 정상부터 체르마트까지 산 하나를 스키나 스노보드로 활강할 수 있는데 코스 길이가 무려 17㎞에 이른다고 한다. 모든 장비를 현지에서 대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손쉽게 스키를 탈 수 있다.

스위스 발레 주의 주도 시옹의 고성에서 내려다본 포도밭. 시옹은 와인 산지로 유명하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높아지는, 체르마트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은 하이킹이다. 다양한 코스로 연결된 케이블카를 이용해 산 중턱으로 올라 하이킹을 즐기는 것이다. 스위스에선 주요 하이킹 코스에 노란색 표지판에 목적지와 소요시간, 방향 등이 비교적 자세히 적혀 있어 초보자라도 쉽게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체르마트는 사계절 내내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케이블카나 등산 열차 등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들과 연계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쉽게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스위스 관광청에서 추천하는 하이킹 코스는 호수와 빙하를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고르너그라트~리펠제~리벨베르그~체르마트 코스이다. 일단 체르마트에서 등산열차를 타고 고르너그라트 정상에서 내려 리펠호수를 감상할 수 있는 레펠제까지 약 한 시간 정도 하이킹을 하고 다시 리펠베르그를 거쳐 리펠알프역에서 등산열차를 타고 체르마트까지 내려오는 코스다. 약3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코스로 하이킹 내내 우뚝 솟은 마테호른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휴양도시 몽트뢰의 시옹성

조금 고난이도의 트레킹을 원한다면  '마테호른 익스프레스'를 타고 정상에 오른 뒤 내려오는 하이킹 코스를 택하면 된다. 역에서 조금 내려가면 검은 호수라는 이름처럼 깊은 색을 띄는 산상 호수 ‘슈바르츠제’를 만날 수 있다. 여기에서는 마테호른 등반의 거점으로 유명한 헤른리휘테(헤른리 오두막)로 오르는 코스와 기슭의 체르마트까지 내려가는 코스 등 절경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고도 때문에 얼핏 쉽지 않은 코스로 보이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이 찾는다.

하이킹을 하다보면 하이킹뿐만 아니라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산에서 내려오다 체르마트 마을로 거의 다다를 무렵에는 양떼가 자유롭게 방목된, 전형적인 스위스 산악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체르마트는 자연을 느끼는 여행의 왕도일 뿐아니라 스위스 관광의 의미를  대표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다양한 테마여행, 환경을 고려하는 관광, 여행의 편리성과 친절한 서비스까지, 스위스 관광을 대표한다.

체르마트를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하이킹을, 겨울에는 스키를 즐기며 전혀 때묻지 않은 알프스 정취를 만끽한다. 또는 등산열차나 케이블카를 타고서 고르너그라트나 클라인 마터호른에 올라 만년설, 빙하, 푸른초원 등으로 이뤄진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감상하기도 한다
인근 몽트뢰, 시옹도 인기 관광지 

체르마트는 휘발유 차량의 출입을 금하는 등 다양한 환경 보호 활동을 통해 조용하고 맑은 공기가 보존되고 있다. 마을 내의 교통은 500여대의 전기 자동차 또는 마차가 담당하고 있다. 택시와 버스, 작업용 차량은 모두 기름 대신 전기를 충전해 달린다. 체르마트 역 앞에서 출발하는 고르너그라트 등산 열차 역시 전기로 가동된다. 이렇게 마을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절반 이상은 마을 위쪽에 위치한 작은 수력발전소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해낸다.

체르마트는 스위스가 자랑하는 빙하특급열차(Glacier Express)의 종착지로도 유명하다 생모르츠에서 체르마트를 연결하는 이 빙하열차는 시속 30km로 달리는 세계에서 가장 느린  거북이 열차로 유명하다. 천장까지 유리로된 이 열차를 타고 스위스 산악지역의 파노라마뷰를 감상할 수 있다. 

모처럼의 여행길에 체르마트만 담기가 아쉽다면 인근도시 시옹(Sion)이나 몽트뢰를 들르는 것도 잊지 말자. 시옹은 스위스 발레주의 주도로, 언덕 위에 서 있는 2개의 고성이 유명하다. 오르간 페스티발이나 바이올린 콘테스트 등 다양한 음악 이벤트가 개최되는 곳으로 체르마트와는 또 다른 세련된 스위스의 도시 풍경을 자랑한다. 13세기에 지어진 고성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언덕을 따라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앞에는 레몬호수, 뒤에는 깎아지른 산을 낀 몽트뢰(Montreux)는 화려한 휴양도시이다. 호수를 따라 길게 호텔과 호화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 역시 언덕 위에는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호수의 바이 암석 위에 지어진 고성 ‘시옹성’이 볼거리지만 도시 자체의 화려함과 호수를 따라 펼쳐진 산책길도 인상적이다. 

산악인 한왕용이 직접 걸으며 오감으로 쓴 여행기, 한왕용 대장의 트레킹 세계여행

유럽 3개국을 넘나드는
알프스의 하이라이트 뚜르 드 몽블랑 Tour du mont blanc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등반가이자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히말라야 청소등반을 하는 환경운동가 한왕용. 인생을 똑 닮은 산, 그 산을 사랑하는 사람 한왕용 대장이 직접 걸으며 오감으로 느낀 세계의 트레킹 코스의 그 첫 번째 여행지는 몽블랑 트레킹.

유럽 3국을 넘나드는 몽블랑 일주코스 중 이태리 꾸르마예르 지역 <사진제공 : 백민섭>

단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함께 한 길동무의 말을 빌리면, 앞으로 소개할 길이 딱 이렇다. 초콜릿만큼 달콤하고, 사이다처럼 청량하고, 와인처럼 제대로 숙성된 길!

Oui! (불어, 예스의 의미) 몽블랑 트레킹 (뚜르 드 몽블랑)이다. 

뚜르 드 몽블랑은 몽블랑 일주라는 뜻. 뚜르 드 몽블랑 코스는 알프스의 초고봉 몽블랑( 4810m)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군을 한 바퀴 돌아보는 146km의 라운딩 코스다. 특히 이 코스는 유럽여행 엽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몽블랑을 감상하는 것 뿐만 아니라 변화무쌍한 자태로 곳곳에 자리잡은 빙하와 소박한 멋을 풍기는 야생화, 그리고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3국의 문화를 모두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여행코스다. 그래서 달콤한 초콜릿처럼 예쁘고 아기자기한 멋과 사이다처럼 청량한 기운을 주는 빙하, 수 백년 간 전 세계 여행자들이 발로 꾹꾹 눌러줘 와인처럼 잘 숙성된 길들.... 그 표현이 딱 맞을 만한 트레킹 여행이다.

잠깐 쉴 때 조차도 빙하가 만들어준 호숫가에서 그림 같은 풍경이 만들어진다 <사진제공 : 정한용 교수>

‘하얀 눈이 덮인 산’이라는 뜻의 ‘몽블랑’. 유럽 여행을 하는 여행객들이 스위스와 프랑스를 가다 잠깐 들르는 곳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몽블랑은 프로 산악인들에게는 알피니즘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자 전 세계 산악인들이 마지막으로 등반인생에 대해 사색하며 완주하고 싶어 하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224년 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두 도전자가 몽블랑 초등을 두고 경쟁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해 현재 프로 산악인 고봉원정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자 세계등반사의 흐름을 만들어낸 곳이기 때문이다.

(좌) 몽블랑 일주 코스 갈림길에서 만날 수 있는 안내판 (우) 가끔 바위위로 나타나 코스번호를 알려주는 표식들인데 이 조차도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린다 <사진제공 : 백민섭>

이곳을 그저 멀리 보이는 정상만 감상하며 기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한다면 몽블랑의 진심을 우리가 외면하는 것일 게다. 몽블랑의 진심은 ’오랫동안 지켜져 온 다채로운 트레킹 문화와 100만년은 넘은 빙하, HD를 넘어선 고화질의 풍광‘을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스키어들의 계절이 끝나는 5월을 지나 6,7,8월은 트레커들의 계절이다. 여름이지만 ’건조한 더위‘ 덕분에 햇볕이 뜨거워도 그늘에만 있으면 금방 시원해진다. 땀은 나지만 그늘에서 쉴 때 만큼은 자연 에어컨이 금세 땀을 말려주기 때문에 트레커들이 알프스 산군을 즐기면서 걷기에 최적의 날씨다.

제네바 공항에서 버스로 1시간 10분 정도 달려 도착한 샤모니. 도착과 동시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탁 트인 시야로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정상이 당장이라도 손에 잡힐 듯 하고, 빙하가 곧장 내 앞으로 쏟아져 내릴 듯하다. 3D, 4D 입체영상이 유행이라는데 이건 그냥 뛰어들면 다 내 것이 될 듯 시야가 매우 뚜렷하다.

(1)(2) 동화같은 풍경의 도시, 샤모니 (3) 몽블랑 초등정을 이뤄낸 소쉬르 박사와 발마. 오랫동안 몽블랑 연구를 한 소쉬르 박사가 발마의 초등정을 지원했고, 이로써 샤모니에서 근대 알파니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사진제공 : 백민섭>

샤모니 (Chamonix)는 알피니스트들의 로망이라고 불린다. 알프스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모든 트레킹의 시작점이기도 하고, 거친 사람들이라 불리우는 산악인들의 마음까지 녹여버린 로맨틱 풍경 때문이다. 빙하와 설산을 배경으로 둔 알프스식 로맨틱 마을 샤모니....이름만으로도 우리들의 오감을 달콤하게 만들어 버린다. 수 십 개에 달하는 트레킹 코스가 샤모니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트레커들의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샤모니는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휴양지다. 해발고도 1,035m위에 구름같이 넘실대는 푸른 초원,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숲, 빙하가 녹은 물이 흐르는 계곡 등 아름다운 동화를 만드는 작가들이 분명 배경으로 삼았을 만한 신비로운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알프스를 오르는 모든 등반가와 트레커들이 샤모니로 모인다고 해서 번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설산으로 둘러싸인 도시 샤모니는 그 자체로 명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새로운 여행에 대한 설렘도 적당히 자극해주는 독특한 리듬을 준다. 프랑스 시골풍의 건축물 감상까지 하고 나면 여행자들은 샤모니에서  앞으로 시작할 트레킹에 대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가이드 회사를 컨택하고, 트레킹 코스에 대한 정보수집, 빠진 장비 구입하고, 샤모니에만 있는 ‘유명 관광지’도 들러야 하는 등 나름 해야 할 것이 많은 곳이다. 샤모니에는 세계적인 프랑스 국립등산스키학교 엔사(ENSA), 산악박물관(Musee Alpin)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가는 케이블카 ‘아귀 뒤 미디’(Telepherique de L′Aiguille du Mide 3,842m)도 있다. 이러한 샤모니는 유럽을 여행하는 한국, 일본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지만 여기서 시작하는 트레킹 여행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게 없다. 우리의 가이드가 십년이 넘게 알프스 가이드를 했지만 트레킹을 하는 한국 여행자들은 처음 봤다고 하니 금세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샤모니(Chamonix)의 이 동화 같은 풍경이 주는 로맨팀함과 동시에 세계 등반사의 핵심기지가 주는 진지함에 길들여질 때 즈음, 우리의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뚜르 두 몽블랑 여행의 길동무, 프랑스 하이킹 가이드 베르나데뜨와 패트리샤<사진제공 : 백민섭>

이번 여행은 총 16일 동안 167km를 걸으며 평균해발 1,000m를 하루 6~8시간 정도로 걷는 일정이었다. 샤모니에서 시작해 낭보랑(Nant Borrant)를 거쳐 라풀리(La Fouly), 트렐르샹(Trelechamp), 다시 샤모니로 돌아오는 목가적이면서도 알프스의 자연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코스다.

우리 트레킹의 모든 것을 맡아줄 현지 가이드를 만나는 날. 14명 일행을 책임질 가이드가 나타났다. 의외로 여성분이기에 모두들 놀라는 눈치다. 게다가 그 옛날 좋아했던 영화 ‘셸부르의 우산’의 여주인공 주느비에브(까트린느 드뇌브)를 닮은 푸른 눈의 프랑스 여인이라니... 프랑스 여인의 달콤한 프랑스어 억양이 가미된 영어를 들으니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이것은 샤모니의 비경에 취해버린 우리들의 대단한 착각이었다.

스위스 '융프라우 산악마을'

융프라우 지역 곳곳에 숨어 있는 산악 마을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융프라우 철도.
융프라우 지역 곳곳에 숨어 있는 산악 마을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융프라우 철도. / 유승률 사진 작가
해발 2168m 절벽을 걷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수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는 빙하가 쓸고 내려간 넓은 계곡이 아득하고, 눈앞으로는 만년설을 얹은 산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는 두 걸음 앞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구름을 몰고 왔다가도 순식간에 파란 하늘을 선물처럼 내보인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려도 '절벽의 워킹'에 도전해보고 싶지 않은가.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만년설과 그 만년설이 녹아내려 수직으로 내려꽂히는 폭포, 수백 종류의 야생화, 하이디가 뛰어나올 것 같은 마을들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림엽서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풍경은 또 어떤가.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 융프라우의 자연을 빠른 호흡으로 즐기고 싶다면 휘르스트로 가보자. '탑 오브 어드벤처'라는 수식어가 붙은 휘르스트에는 8월 중순 개장하는 '클리프 워크'를 비롯해서 짜릿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융프라우를 다녀온 사람들에게 익숙한 지명은 인터라켄이다. 요즘도 인터라켄에는 관광버스들이 한국인 관광객을 쏟아내고 있다. 유럽의 다른 지역을 들러 1박 2일 일정으로 스위스를 찍고 가는 관광객들이 보고 가는 곳은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요흐. 인터라켄 오스트(동역)에서 융프라우 철도를 타고 알프스의 대표 봉우리인 융프라우의 턱밑까지 이동하는 코스이다.

아이거, 묀히 암벽을 뚫고 톱니바퀴의 힘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해발 3454m) 융프라우요흐역에 오르다 보면 측정 불가능한 인간의 한계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인터라켄에서 이곳까지 올라가는 데만 2시간 20분이 걸린다. 이곳에서 한국의 컵라면을 먹고 22㎞에 이르는 알레취 빙하와 만년설에 감탄사를 쏟아내고 내려오면 한나절이 훌쩍 간다. 다음날이면 융프라우 지역을 떠나야 한다.

최근 들어 이런 관광 공식이 깨지고 있다. 패키지 여행상품이 아닌 자유여행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인터라켄을 떠나 융프라우 곳곳에 있는 산악마을로 올라가고 있다. 인터라켄 오스트에서 출발한 융프라우 철도가 닿는 곳은 18개 역이다. 역을 중심으로 자동차 없는 마을 벵엔, 폭포마을 뮤렌 등 다양한 색깔을 지닌 산악마을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중 융프라우를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은 해발 1034m에 있는 그린델발트이다. 세계의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한국인 관광객도 최근 많이 찾는 곳이다. 호텔 침대에 누워서도 아이거 북벽이 한눈에 보여 '아이거 마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삼각형 지붕을 얹은 샬레 풍 목조주택이 푸른 목초지 사이에서 동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낸다.

만년설 덮인 알프스 산맥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휘르스트는 융프라우 지역에서도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
만년설 덮인 알프스 산맥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휘르스트는 융프라우 지역에서도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목적 중 하나가 '사계절 액티비티의 천국' 휘르스트에 오르기 위해서이다. 그린델발트에서 6인승 케이블카를 타고 25분 정도 오르면 휘르스트 정상역에 도착한다. 융프라우 지역에서 가장 전망이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베터호른, 슈렉호른,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등 해발 3000~4000m에 이르는 알프스의 대표 봉우리들이 눈앞에 빙 둘러 펼쳐진다. 휘르스트의 모험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파노라마 속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겨울 스키족들은 리프트를 타고 해발 2500m 오베르요흐에 올라가서 그린델발트까지 융프라우 최고의 슬로프를 즐긴다. 그린델발트까지 표고차가 1500m 가까이 나기 때문에 쉬지 않고 단숨에 내달렸다가는 심장이 터질 듯한 충격이 따르기도 한다.

휘르스트 클리프 워크와 함께 휘르스트 플라이어도 도전해볼 만하다. 케이블에 매달려 시속 80㎞의 속도로 날아 내려오는 기구이다. 케이블카 아래쪽 정거장인 슈렉펠트역까지 알프스의 청정 바람을 온몸에 느끼면서 내려오는 기분이 짜릿하다. 다음 역인 보어트에서는 페달 없이 서서 타는 자전거인 트로티바이크가 기다리고 있다.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떼들의 방울 소리를 들으면서 아기자기한 산악마을의 속살을 볼 수 있다. 내리막길이 있어 속도감도 제법이다.

휘르스트에 가면 꼭 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산중호수 바흐알프로 이어지는 트레킹이다. 융프라우 지역에 있는 76개의 트레킹 코스 중에서 최고로 꼽히는 구간이다. 휘르스트 정상역에서 2㎞를 걷다 보면 만년설과 이어진 두 개의 호수가 기적처럼 나타난다. 만년설 옆에는 하얗고 노란 야생화가 지천이고, 호수에 비친 산을 보고 있으면 어디가 하늘이고 호수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휘르스트의 다양한 액티비티를 경험하고 오면 융프라우를 눈이 아닌 마음에 담게 된다.

여행정보
여행정보

융프라우 산악마을 즐기는 법:
 융프라우 지역의 산악마을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싶다면 융프라우 철도가 편리하다. 융프라우 철도 한국총판인 동신항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할인 쿠폰을 비롯해 1일부터 6일까지 여행 기간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VIP 패스(160스위스프랑부터)를 구입할 수 있다. VIP 패스의 종류에 따라 산악마을 자유이동, 리프트권, 휘르스트 플라이어 무료 이용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02)756-7560 
홍여사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작은 일상을 역사의 페이지로_바젤 카니발

우리의 일상이 모여서 역사가 된다는 것은 자명하지만, 사실 잊기 쉬운 것이기도 하다. 혁명, 전쟁과 같은 거창한 사건들만이 역사의 페이지에 오를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끔은 스스로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바젤의 카니발은 작은 사건들을 역사의 반열에 올려놓는 의미있는 행사다.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쓴 사람들이 지난 1년간 바젤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풍자하며 상기시킨다. 지난 1년간의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분장을 하고 행렬에 참가한 만명 이상의 사람들은 오렌지, 노란 미모사와 함께 풍자시구가 적힌 색종이인 찌델(Zeedel)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명실상부하게 1년을 정리하는 자리가 화려한 축제로 열리는 것이다.


풍자적인 시구를 읊는 “슈니첼뱅크(Schnitzelbänke)” 공연단은 주로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돈다. 100개 이상의 슈니첼뱅크 공연단은 다양한 멜로디와 촌철살인의 가사로 풍자의 대상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웃게 한다. 그와 동시에 바젤의 시민들은 지난 1년간 있었던 일을 새삼 떠올리며 일상이 역사 속으로 편입했음을 실감한다. 14세기 즈음에 시작된 바젤의 카니발은 16~17세기의 종교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전통을 유지해왔다. 사순절이 시작된 직후의 월요일부터 3일간 열리는 카니발은 이제는 그 규모와 아름다움으로 꽤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바젤의 일년간의 역사를 모르더라도 과장된 가면과 흥겨운 음악은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더 짜릿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종이의 역사와 현재 - 종이박물관(Basler Papiermuhle)

인정하긴 어려워도, 종이가 인류의 역사에서 점점 그 중요성을 잃어가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인류가 쌓아온 문명을 기록하고 전수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던 종이는 저장매체로서의 역할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한편에서는 새롭게 종이를 발견하고 갖가지 필기구와 도구들을 이용하여 갖고 놀고 있지만, 그보다는 자판에 익숙해져 손에 펜 한번 잡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종이의 A에서 Z까지 볼 수 있는 바젤의 종이박물관은 의미가 크다. 라인강으로 흘러드는 지류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이 작은 박물관은 오래된 물레방아가 인상적인데, 중세시대에 제지공장으로 지어진 이래 500년간 쉬지 않고 움직인 이 물레방아는 현재 종이를 만드는 작업도 톡톡히 돕고 있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종이를 피부로 만날 수 있다. 1층에서 종이원료인 펄프로 종이를 만드는 일부터 직접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박물관에서 만들어져 판매되는 책자들.

2층에서는 그렇게 만든 종이 위에 펜으로 흔적을 남겨볼 수 있으며, 납활자 제작현장을 볼 수도 있다. 3층에 준비되어 있는 것은 다양한 시대의 인쇄기계들. 직접 자신의 이름과 종이박물관 건물 그림을 인쇄해본 뒤 가장 위층으로 올라가면 그렇게 해서 묶인 종이들이 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책에 관한 전시물들을 구경하는 것은 덤이다. 바젤의 종이박물관이 내용적으로 충실한 이유는, 바젤이라는 도시 자체가 예부터 학문활동이 왕성했던 덕분에 인쇄와 출판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옛 제지공정의 기술을 다시 볼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기념품으로, 작은 납활자를 살 수 있다.

미시사, 역사의 새로운 시선 -바젤대학교

야콥 부르트하르트는 역사서술에 있어 탁월한 공을 세웠다.


미시사(Microhistory)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작은 것의, 혹은 작은 것을 통해 보는 역사'이다. 전쟁, 혁명, 경제체제의 변화 등 거대한 사건들이 아니라, 개개인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밝혀주고 작은 것의 역사를 섬세하게 들여다보아 과거 선조들의 삶의 실상을 드러내는 것이 미시사가 추구하는 방법이다.


1860년에 쓰여진 야콥 부르크하르트(Jacob Burckhardt)의 저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Die Kultur der Renaissance in Italien)]는 언어, 관습, 축제, 음식, 질병, 출생, 가족, 결혼 등 일상의 소재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역작이다.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추구한 이 책 이후 ‘르네상스’가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니, 이 책의 영향력을 짐작해볼 수 있다. 저자인 야콥 부르크하르트는 1818년 바젤에서 태어났다. 바젤문법학교를 졸업하고 바젤대학교에서 그리스어를 공부한 그는 베를린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바젤대학교에서 예술사를 가르쳤다. 오늘날 예술사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크게 공헌한 그는 역사서술에 있어 자신의 문학적 능력을 아끼지 않았다.

‘국수’라는 먹을거리를 통해 국수를 먹고 사는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한 책 [누들(Noodle) ]의 부제는 ‘세계의 식탁을 점령한 음식의 문화사’이다. 이 책의 저자 크리스토프 나이트하르트(Christoph Neidhart) 또한 바젤에서 태어나, 바젤대학교를 졸업했다.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바젤대학교가 설립된 해는 1459년. 에라스무스, 프리드리히 니체, 칼 융 등 유럽지성사에서 굵직굵직한 흔적을 남긴 이들도 바젤대학교 출신이다.

만화의 예술성을 옹호하다 - 만화박물관(Karikatur & Cartoon Museum Basel)

한때는 저급한 문화로, 또 한때는 상업적 도구로만 치부되었던 만화. 하지만 예술성의 측면을 포함한 다양한 측면에서, 만화는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장르이다. 바젤의 만화박물관은 세계 40여 개국 700여 명의 작가들이 그린 2천 점을 훌쩍 넘는 캐리커처와 카툰 원화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을 설립한 것은 만화가 위르크 슈파르(Jürg Spahr)이다. 후원자인 디터 부르크하르트(Dieter Burckhardt)와 함께,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원화들을 수집하여 1996년에 문을 열었다. 건물 또한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을, 스위스의 유명한 건축가인 자크 에르조(Jacques Herzog)와 피에르 드 무롱(Pierre de Meuron)이 개조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작품 수집의 가장 큰 원칙은 ‘예술성’이다. 큰 원칙 아래 정치와 시사만화는 배제하며 휴머니즘, 사랑 등의 주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만화의 주요기능 중의 하나인 비판과 풍자를 배제한 것은 아니다. 당면한 현대문명의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작품도 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일본만화 캐릭터도 전시하여, 넓은 포용을 시도하고 있다. 소장된 원화의 규모는 상당하지만, 그때그때 선정된 주제에 따라 전시된 작품은 정기적으로 교체된다.


바젤 박물관 문화의 선구자, 바젤 대학교 교수 요한 야콤 단논(Johann Jakob d’Annone)의 캐리커처.

여기저기에 어린이를 위해 ‘그림 그리는 곳’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곳은 어린이를 위한 박물관이 아니라 만화의 예술성을 향유할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곳이다. 만화에 좀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은 수요일과 토요일에 문을 여는 만화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듯.

작고 반짝이는 것들, 모여라 - 바젤월드(Basel World)

사람들이 원하는 선물은 비싼 것이 아니다. 작고 반짝거리는 것을 원할 뿐이다. 작고 반짝거리는 게 비싼 것은, 그러니까 바람직하지는 않은 우연일 따름이다. 바젤에서는 1년에 한 번, 3월 말에서 4월 초경에, 작고 반짝거리는 것들을 위한 박람회가 열린다. ‘바젤월드’라 불리는 이 박람회에 모이는 것은 보석과 시계. 그뿐 아니다. 스트랩, 상자, 쇼핑백, 리본 등등 이와 관련된 모든 제품이 이곳에 모여든다. 1972년 스위스 산업박람회 안에서 열린 ‘유럽 시계 주얼리 쇼’에서 시작된 이 박람회는 2003년에 바젤월드라고 새롭게 명칭을 바꿨다. 표만 구입하면 일반인도 입장할 수 있는 이 대중적인 행사는 ‘월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45개국에서 근 2,000개에 달하는 업체가 참가하고 100여 개 나라에서 십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참관하는 이 행사는, 다루는 것은 ‘작은 것’이지만 가히 세계 최대의 시계 보석 박람회라 부를 만하다. 신제품 시계와 보석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독특한 부스들도 흥미롭다. 각종 시연이 벌어지고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 왕래한다. 진귀한 시계는 예약을 하고 가야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시계들은 그 장소에서 직접 만져보고 착용해볼 수 있으니, 시계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여행가기 전에 일정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14세기 즈음에 시작된 바젤의 카니발은 16~17세기의 종교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전통을 유지해왔다. 사순절이 시작된 직후의 월요일부터 3일간 열리는 카니발은 이제는 그 규모와 아름다움으로 꽤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바젤의 1년간의 역사를 모르더라도 과장된 가면과 흥겨운 음악은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더 짜릿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인형을 찾아서 - 돌 하우스 박물관(Puppenhause mugeum)

그 많던 인형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때는 물고 빨고 절대 놓지 않았던 인형들. 이름을 지어주고 대화를 나누며 살아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인형들. 자란다는 것은 인형을 버리고 간다는 뜻일 것이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사람들과 말 그대로의 대화를 나누며, 무언과 상상 속의 우정을 잊어간다는 뜻일 것이다.


바젤 인형박물관의 전시물인 인형들을 보면서, 그 인형을 갖고 놀았던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보다 훨씬 짧은 수명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인형들이, 지금은 이미 죽은 사람들 대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바젤 가을 박람회(Basel Autumn Fair)에 전시된 미니어처 작품들 몇 개에서 시작된 바젤의 인형박물관은 유럽 내의 인형박물관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4층 건물의 각 층마다 테디베어, 인형, 정교한 회전목마를 비롯한 장난감 등 폭넓게 수집된 전시물들은 각각의 주제 하에 독창적인 기준으로 전시되고 있다. 특수재질 유리로 된 전시장은 자외선과 열로부터 인형을 지킨다.


테디베어는 오랜 역사를 가졌다.

눈에 띄는 것은 1904년에 제작된 테디베어. 독일에서 마르가르테 슈타프가 첫 테디베어를 만들었던 해가 1903년이니, 그 역사를 짐작해볼 수 있다. 1850년에서 1950년 사이에 만들어진 미니어처 인형집들도 눈길을 끈다. 그러한 역사적 전시물 외에도, 현대작가들의 미니어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가구는 어떻게 쓰이는가 -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Vitra Design Museum)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 전경.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물건들을 수집하고 있지만, 확실히 ‘가구’는 수집하기 쉬운 품목은 아니다. 값도 값이려니와 보관할 장소도 꽤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구의 아름다움에 홀린 ‘보통’ 사람이라면, 대리만족을 추구할 수밖에. 나 대신 가구를 모아준 이의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할 터이지만, 마음을 사로잡은 가구를 미니어처 형태로 구입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은 스위스의 가구회사 비트라가 만든 곳이다. 1976년에 비트라의 CEO가 된 롤프 펠바움(Rolf Fehlbaum)은 1980년대 디자이너들의 가구를 수집했는데, 이를 토대로 현재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의 관장인 알렉산더 폰 베게작(Alexander von Vegesack)과 함께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디자인 박물관을 1989년에 오픈했다.

1,800점 정도의 수집품은 가구 디자인의 역사를 보여줄 만큼 핵심적인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건물 덕분이기도 하다.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가 디자인한 디자인미술관 건물도 눈길을 끌지만, 가이드를 동반한 2시간의 건축투어에서 볼 수 있는 건축물도 쟁쟁하다.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소방서, 타다오 안도(Tadao Ando)의 회의소, 니콜라스 그림쇼(Nicholas Grimshaw)와 알바로 시자(Alvaro Siza) 등 현재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현대건축가들의 작품이 스위스 접경 지역인 독일 바일암라인(Weil am Rhein)에 위치한 비트라 복합단지, 이 한 곳에 모여 있다.

 

몸으로 부딪혀 이루는 느린 성취를 즐기는 사람들의 천국. 단거리에서 장거리까지, 어린이도 걸을 수 있는 길부터 전문 산악인을 위한 길까지 수십 개의 하이킹 코스가 펼쳐지는 알피니즘의 발상지 샤모니.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의 휴식처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도시 샤모니(Chamonix Mont-Blanc)는 몽블랑의 발치에 자리 잡고 있다. 알피니즘의 발상지이자 몽블랑 등반기지인 샤모니 계곡은 꼴데 발마(Col de Balme)에서 꼴데 보자(Col de Voza)까지 장장 23km에 걸쳐 길게 누워 있다. 해발고도 1,035m로 드넓은 초원과 깊은 숲, 맑은 계곡과 높은 설산을 품은 마을이다. 발밑으로는 눈 녹은 강물이 경쾌하게 흘러가고, 고개를 들면 거대한 설산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의 휴식처인 샤모니는 어른과 아이, 여성과 남성, 전문가와 아마추어를 두루 만족시키는 다양한 길을 품고 있다.

샤모니의 ‘분위기 파악’을 위해 제일 먼저 찾아가는 곳은 가장 유명해서 가장 붐비는 에귀디미디(Auguille Du midi).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산 몽블랑(4,810m)을 지척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해발고도 3,842m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에 내리면 건너편으로 개미처럼 열을 지어 몽블랑으로 향하는 산꾼들이 보인다. 온통 눈으로 덮인 산이 튕겨내는 햇살 아래서 지칠 때까지 몽블랑과 눈을 맞추자. 내려오는 길에는 케이블카를 갈아타는 플랑드에귀(Plan de L'Aiguille 2317m) 정거장에서 내려 걷는다. 멀리 샤모니 계곡이 내려다보이고, 어디선가 쪼르릉 쪼르릉 맑은 새소리가 들려오는 호젓한 숲길이다. 휘파람이라도 불며 소풍 나온 듯 가볍게 걷다 보면 회색빛 메르 빙하(Mer de Glace)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천천히 세 시간 남짓 걸으면 몽탕베르(Montenvers, 1,913m)역. 이곳에서 톱니바퀴열차를 타고 샤모니 마을로 돌아오자.

몽블랑을 오르기 위해 산행중인 등산객들

몽블랑과 알프스 산맥이 빚어내는 장관

다음날은 버스를 타고 꼴드 몽트(Coldes Montes)로 이동, 락 블랑(Lac Blanc, 2,352m)으로 향하자. 버스의 종점에 내려 도로 건너편의 좁은 샛길로 들어선다. 초반부터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거센 바람과 함께 안개가 몰려와 시야를 가려도 안개 사이로 언듯 언듯 드러나는 큰 산의 이마가 반갑다. 발밑으로는 구름의 바다, 눈앞으로는 쏟아질 듯 가까이 다가선 빙하와 설산들. 능선을 걸어 맑고 작은 호수를 지나 두 시간 반 만에 2,352m의 락 블랑에 도착한다. 그리 크지 않은 호수지만 이곳에 비치는 설산들의 그림자는 압권이다. 산장 뒤편의 호숫가의 볕 바른 곳에서 점심을 즐기자. 잣나무숲 사이 좁은 샛길을 지나 찰라농(Charlanon)을 거쳐 1,999m의 플랑프라(Planpraz)까지 걸으면 다섯 시간 남짓의 트레킹이 끝난다. 다음날 플랑프라로 돌아와 멈춘 지점에서부터 다시 걷는다. 브레방(Brevent 2,525m)으로 향하는 길이다. 두어 번만 엎어지면 코가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지는 산꼭대기 케이블카 정거장을 향해 헐떡거리며 올라가는 지그재그 오르막. 마침내 가파른 오르막이 끝나면 몽블랑과 알프스 산맥이 빚어내는 장관이 펼쳐진다. 전망 좋기로 유명한 브레방 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고르자. 이제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는 블랑 호수가 내려다보인다. 벨라찻(Bel Lachat 2,515m)을 지나면 초원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노랗게 마른 채 웃자란 풀들 사이로 아직 푸른 기운이 성성한 초원. 배낭을 내려놓고 드러누워 양팔을 벌려 하늘을 가득 안아보자. 바람과 마른 풀 향기, 따가운 햇살 아래 한 잠자고 나면 천 년의 세월이 흘러갈 것만 같다. 초원의 끝에서 시작되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전나무숲을 지나 르 우슈(Les Houches) 마을로 내려서면 어느새 어둠이 내린다.

산행을 마친 후 단잠에 빠진 등산객

아슬아슬한 능선 위를 걸어가는 등산객들

오후의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몽블랑을 바라보다

탄력받은 다리를 시험하며 난이도를 높이고 싶다면 몽블랑 초등정 루트를 따라 걷는 길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날 몽블랑을 오르는 산꾼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행로를 단축시키기 때문에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보송 정거장(Les Bossons)에 내리자. 보송 빙하 산장에서 샌드위치를 사 들고 오르막을 오른다. 계속되는 숲을 지나 정오 무렵 피라미드 산장(1,895m)에 도착해 시원한 주스 한 잔을 마시며 땀을 식힌다. 햇살은 뜨겁고 길은 끝없는 오르막. 만년설 빙하로 만든 팥빙수 한 그릇을 꿈꾸며 오르는 길. 그만 내려갈까 싶은 유혹을 참으며 라 종크숑(La Jonction, 2,589m)까지 간다. 온갖 생각으로 어지럽던 머릿속이 눈앞의 절벽 외길 덕분에 하얗게 비워진다. 가파른 절벽을 지그재그로 치고 올라가면 다시 바위투성이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길을 잃을 만하면 베이지색 페인트로 동그라미가 그려진 바위들이 하나씩 나타난다. 잠시 후 몽블랑을 초등정한 발마와 파까드가 비박한 거대한 바위를 지난다. 마침내 오르막 행군 다섯 시간 만에 라 종크숑에 도착한다. 2,589m의 이곳에서 몽블랑까지는 겨우 4km. 은빛 성벽이 몽블랑을 호위하듯 감싸고 있다. 가끔씩 빙하 무너지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 침묵에 쌓인 빙벽의 성. 기우는 오후의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몽블랑을 바라보다 돌아선다.

알프스 산군을 바라보며 휴식 중인 가족들

발마와 소쉬르의 동상이 몽블랑을 가리키며 서 있는 샤모니 마을

하루 종일 설산을 마주 보며 걷다가 내려와 해질 무렵이면 샤모니의 작은 호수를 찾아가자. 호수는 기우는 햇살에 붉게 물든 산들을 투명하게 담아낸다. 키 큰 전나무 아래서 음악을 듣거나 엽서를 쓴다. 호숫가를 걸으며 시시각각 붉어지는 산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세상에 바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런 저녁이면 불쑥 다가오는 외로움도 달콤하기만 하다.

카페에서 식사 중인 등산객들

코스 소개
샤모니 주변으로는 수십 개의 트레일이 거미줄처럼 펼쳐진다. 코스를 소개하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저마다 환상적인 풍경을 품고 있다. 게다가 이정표 또한 잘 되어 있어서 큰 지도 한 장 들고 대략의 목표지점만 정하면 문제없이 트레킹을 할 수 있다.


몽블랑 초등정 루트의 일부를 따라가는 ‘발머와 파까드의 길’은 7-8시간이 소요된다. 급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는 조금 어려운 코스다. 케이블카를 타고 보송 빙하 산장에 내려 이곳에서 피라밋 산장을 지나 외줄기 절벽길과 가파른 바윗고개를 넘으면 몽블랑이 눈앞에 가득 차는 라 종크숑. 이곳에서 반환점을 돌아 내려온다.

찾아가는 길
샤모니까지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다. 보통 스위스의 제네바나 프랑스의 리옹에 내려 그곳에서 버스나 기차로 이동한다. 제네바 시내에서 버스로 한 시간 반이면 샤모니에 도착한다.

여행하기 좋은 때
샤모니에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밀려드는 때는 7월과 8월이다. 물론 트레킹을 하기에 날씨도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당연히 인기 있는 트레일은 엄청나게 붐비므로 가급적 이 시기를 피하자. 6월과 9월이 비교적 좋은 날씨 속에 호젓한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시기.

여행 Tip
많은 여행자들이 샤모니를 당일치기로 방문한다. 샤모니는 느긋하게 짐을 풀어놓고 트레킹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며칠간 머물며 이곳저곳 내키는 대로 걷고, 소요하며 보내보자. 케이블카를 타고 구간 일부를 이동할 경우 케이블카 운행시간을 미리 확인하자. 운행시간이 계절에 따라 달라지므로 마지막 케이블카 운행 시간을 꼭 확인하고 트레킹을 시작하자.

단언컨대 스위스 융프라우는 세계의 알짜 명소다. 여행자들의 로망인 런던, 파리에 이어 누구나 유럽여행 중에 꼭 한 번쯤은 들려봤음 직한 단골 방문지이며, 또 귀에 박힐 정도로 익숙해진 곳이다. 사실 융프라우는 알려진 겉모습보다는 속살이 더 옹골지고 매혹적이다. ‘신이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이라는 칭송을 받는 데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


융프라우의 높이는 4,158m다. 아이거, 묀히와 더불어 융프라우 지역의 3대 봉우리 중 최고 형님뻘이지만, 이름에 담긴 뜻은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처녀’다. 그러나 수줍은 처녀처럼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는 날은 그리 많지 않다. 산 밑 인터라켄의 날씨가 화창하더라도 융프라우는 구름에 만년설로 덮인 알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융프라우는 여행자들에게 로망의 땅이다. 빙하 위, 세계유산 사이를 걷는 호사스러운 체험이 이곳에서 가능하다.

 

 

빼어난 알프스의 고봉들이 즐비한 가운데 융프라우는 알프스 최초로(200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융프라우와 더불어 산줄기 사이로 뻗은 알레치 빙하도 유산에 속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변화무쌍한 날씨가 등재 이유 중 하나라는 점인데, 유네스코 목록을 뒤져보면 빼어난 산세, 빙하와 함께 끊임없이 계속되는 날씨 변화를 등재 사유로 적고 있다. 유럽 사람들이 정상에 느긋하게 머물며 날씨와 산세를 더불어 음미하는 데는 이런 사연이 있다. 산 위의 날씨가 시시각각 변하는 게 융프라우의 매력이라는 것이다. 3,000m가 넘는 고지에는 천문대와 연구소도 들어섰다. 물론 유네스코는 융프라우가 유럽의 예술, 문학, 등반, 여행에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을 빼놓지 않고 높이 사고 있다.

 


만년설과 빙하 위를 걷다

융프라우가 친숙한 것은 역과 산악열차 때문이다. 암벽을 뚫고 1912년부터 운행되기 시작한 산악열차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3,454m)인 융프라우요흐까지 이어진다. 덕분에 힘 안 들이고도 정상근처까지 오르는 호사가 가능해졌다. 역전 우체국도, 컵라면도 덤으로 유럽 최고가 됐다. 산악열차는 2012년이면 100주년을 맞는다.

 

  • 1 세계유산인 알레치 빙하는 22km나 뻗어 있다. 유럽에서 가장 긴 빙하로 독일의 흑림까지 그 길이 닿는다.
  • 2 붉은 빛의 스위스 산악열차.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인 융프라우요흐까지 톱니바퀴 철로가 이어진다.

 

 

산세를 제대로 감상하는 포인트는 플라토 전망대나 빙하지대로 이어지는 역 뒷문이다. 밖으로 나서면 융프라우와 22km 뻗은 알레치 빙하가 코앞에 펼쳐진다. 알레치 빙하는 유럽 최장 길이로 독일의 흑림지대까지 뻗어 있다. 서 있는 발 아래는 한여름에도 만년설이다.

 

만년설을 밟으며 빙하 트레킹(도보 여행)을 즐기는 게 융프라우 감상의 ‘첫 번째 숨겨진 속살’이다. 트레킹은 묀히산장까지 이어지는데 두세 시간이면 왕복이 가능하다. 걷다 보면 융프라우의 3대 봉우리가 ‘3D 파노라마 영화’처럼 장면을 바꾼다. 산장에서 맛보는 뚝배기 커피(주인장은 마운틴 커피라 부른다)는 감칠맛이다. 

 

 

엽서 속 그림 같은 산악마을

융프라우 여행에도 금기사항은 있다. 열차는 그린델발트, 라우터브루넨, 벤겐 등의 산악마을을 스쳐 지난다. 이런 청정마을을 열차 갈아타는 용도로만 이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위로 올라설수록 마을은 호젓하고 그윽하다. 벤겐, 뮈렌 등의 마을에는 100년 넘은 샬레풍의 세모집들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다. 마당에는 야생화가 가득 피었고 길 옆 노천 바에서는 맥주 한 잔 기울이는 호사스러운 휴식도 가능하다.

 

  • 1 봄이 오면 그린델발트는 변신한다. 오랜 눈을 털어낸 땅에는 샬레풍의 가옥과 푸른 초원이 마을을 수놓는다.
  • 2 산악마을인 벤겐에는 소음도, 먼지도 없다. 전기 자동차만이 유유히 마을 골목길을 달린다.

 

 

이방인들로 흥청거리는 인터라켄보다는 이곳 산악마을에서 꼭 묵어 보기를 권한다. 창문만 열어도 라우터브루넨의 슈타우바흐 폭포와 그린델발트의 아이거 북벽을 감상할 수 있다. 알프스에서 만끽하는 ‘엽서 한 장의 휴식’이란 이런 것이다. 게스트하우스나 산장의 시설은 유럽 어느 곳보다 빼어나다. 캠핑장에 개를 위한 샤워장이 있을 정도다. 


최근 융프라우 일대에서 유행처럼 인기 높은 게 트레킹이다. 70여 개 코스, 200km의 다양한 코스가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트레킹 루트는 곤돌라를 타고 2,000m 지점에서 시작해 산악마을과 야생화 길을 완만하게 걷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 중 피르스트의 바흐알프(Bachalpsee) 호수로 향하는 트레킹 코스는 백미로 통한다. 설산과 호수가 만들어내는 데칼코마니의 진수를 목격할 수 있다. 피르스트에는 만년설의 봉우리들 사이로 뛰어드는 황홀한 패러글라이딩 포인트도 자리 잡았다.

 

피르스트 트레킹의 백미인 바흐알프 호수. 하늘과 호수가 맞닿은 데칼코마니의 풍경을 연출한다.

 

 

융프라우와 소통하는 데 거친 호흡은 필요 없다. 알프스의 하늘을 날고 땅을 밟고 향기를 맡는 일들이 편리하게 진행된다. 산행을 끝내고 해 질 녘 노천바에 앉으면 ‘행복한 노곤함’은 감동으로 전이돼 가슴에 새겨진다.

 

가는 길
융프라우 여행은 호수마을인 인터라켄이 출발점이다. 스위스의 관문인 취리히, 제네바베른에서 열차를 타고 인터라켄을 경유해 그린델발트나 라우터브루넨에 도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산악열차로 정상까지 이어진다. 이 일대 구석구석을 즐기고 싶다면 3일 동안 산악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VIP 패스를 구입하는 게 저렴하다.

 

 

 

호수는 저명한 희극 배우마저 감동시켰다. 찰리 채플린은 20여 년간 레만호에 머물며 ‘석양의 호수, 눈 덮인 산, 파란 잔디가 행복의 한가운데로 이끌었다’고 회고했다. 몽트뢰(Montreux), 모르쥬(Morges), 로잔(Lausanne), 제네바(Genève)는 스위스 레만호에 기댄 도시들이다. 마을이 뿜어내는 매력은 단아하고 신비롭다. 호수 북쪽에는 예술가들의 흔적이 담겨 있고 남쪽으로는 프랑스 에비앙의 알프스가 비껴 있다. 도시와 호수 사이로는 정감 넘치는 스위스 열차가 가로지른다.

몽트뢰의 언덕에서 내려다본 레만호 전경. 호숫가 마을은 숱한 예술혼들을 담아내고 있다.

재즈페스티벌, 시옹성을 추억하다

해질 무렵이면 몽트뢰의 언덕에 오른다. 레만호는 높은 곳에서 응시할수록 아득한 속살을 드러낸다. 온종일 잿빛 구름과 입맞추던 호수가 파스텔톤으로 변해간다. “글쎄요? 일주일만 보면 지겨울 수도 있어요.” 2년 동안 몽트뢰에 머물고 있다는 한 여인은 담배를 하나 꺼내 물더니 씁쓸하게 웃는다. 호수 위로 병풍처럼 빛이 내려앉는다. 지겨울 수 있다던 그녀는 꽁초가 타들어가도록 시선을 떼지 못한다. 호수는 품에 안긴 사람들의 숱한 사연과 생채기마저 담아 낸다.

레만호는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풍겨내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룹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 역시 레만호를 떠나지 못한 아티스트다. 몽트뢰의 광장에는 그의 동상이 호수를 바라보며 세워져 있다. 그가 남긴 한 구절 글귀가 눈과 가슴에 박힌다. ‘나에게 몽트뢰는 제2의 고향이다.’

몽트뢰의 매년 7월은 재즈페스티벌로 채색된다. 67년 시작된 재즈 페스티벌은 필 콜린스, 밥 딜런, 스팅 등 유명 스타들이 스쳐 갔다. 그들의 선율이 닿았을 호숫가 산책로는 예술혼이 소담스럽게 쌓여 있다. 퀸, 스트라빈스키 등 음악가 외에도 루소, 바이런, 헤밍웨이 등이 이곳을 배경으로 흔적을 남겼다. 가수 딥 퍼플의 ‘스모크 온 더 워터’의 소재가 된 카지노도 몽트뢰 한가운데 자리 잡았다.

레만호의 반대쪽은 프랑스 알프스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시옹성은 바이런의 ‘시옹성의 죄수’로 더욱 유명해졌다.

몽트뢰를 제2의 고향으로 여겼던 ‘퀸’의 프레드 머큐리 동상

몽트뢰의 영감은 시옹성까지 닿아 있다. 바이런이 쓴 ‘시옹성의 죄수’로 유명해진 시옹성은 호숫가 바위 위에 세워져 있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고성으로 더없는 풍광을 자랑하지만 내부는 지하 감옥 등 섬뜩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기둥 어딘가에는 바이런의 이름도 남아 있다. 사연이야 다르지만 철벽 시옹성의 죄수 역시 레만호를 떠날 수는 없었다.


숨겨진 와인산지와 프랑스풍 길목

몽트뢰에서 모르쥬로 연결되는 길은 숨겨진 와인산지다. 깎아지른 절벽에 위치한 포도밭은 호수에 반사된 햇빛까지 품에 안아 풍요롭다. 열차가 지나는 머리 위로 포도송이들은 매달려 있다. 이곳 라보(Lavaux) 지구는 계단식 포도밭, 레만호, 프렌치 알프스의 풍광이 어우러져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호수와 설산을 바라보며 포도밭 사이를 걷는 여행은 최근 인기가 높다.

모르쥬는 1년 내내 꽃을 피워 내는 아름다운 꽃의 도시다.

레만호 일대는 스위스 와인의 숨은 보고이기도 하다.

로잔 곳곳에서는 올림픽을 상징하는 동상들을 만나게 된다.

모르쥬는 ‘레만 호수의 꽃’으로 불린다. 봄이면 10만 송이 튤립 속에서 튤립축제가 열린다. 꽃축제는 아이리스, 달리아 축제로 이어져 연중 꽃을 볼 수 있다. 모르쥬 외곽의 톨로체나즈 (Tolochenaz)는 오드리 헵번이 여생을 보낸 고장으로 아침 장터는 헵번이 레만호 산책을 겸해 들린 곳이기도 하다.


모르쥬와 맞닿은 로잔은 두 가지 모습이다. 우리에겐 올림픽의 도시로 익숙하지만 스위스 사람들에게는 음악, 연극의 도시로 명성 높다. 도시는 샘이 날 정도로 깔끔하게 정제돼 있지만 스위스 젊은이들의 뜨거운 나이트라이프를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호숫가 올림픽 박물관에는 육상 스타 임춘애가 들고 달렸던 88올림픽 성화와 호돌이가 장식돼 있다. 언덕 위 로잔 노트르담대성당이 로잔의 상징. 고딕양식 성당에는 야경꾼이 소리 내어 시간을 알리는 이색 전통이 남아 있다.

제네바 시내에 들어서면 프랑스풍의 향취가 가득하다.

레만호의 남서쪽으로 내려서면 프랑스풍 향기가 배어나는 제네바다. 레만호는 제네바호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중앙역에서 보행자 거리인 몽블랑 거리로 이어지는 길은 늘 이방인들로 북적인다. 레만호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에는 낯선 프랑스어와 명품상점, 커피 한잔의 여유가 가득하다. 구시가지 길목에서는 생피에르 성당 외에도 오래된 서점과 가게들이 촉촉히 젖어 있다.

레만호의 외곽으로는 아득한 전원풍경이 이어진다.

제네바에서 론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외곽으로 나서면 녹색지대다. 스위스 제3의 와인생산량을 자랑하는 강변계곡에서는 와인메이커가 직접 만들어내는 하우스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붉은 와인을 한잔 기울이면 레만호를 사랑했고, 떠나지 못했던 숱한 사연들이 아련하게 소용돌이친다.

가는 길
레만호 여행은 열차편이 많은 제네바에서 출발하는 게 편리하다. 제네바에 도착해 몽트뢰로 이동한 뒤 제네바로 다시 거슬러 오르며 호숫가 마을을 둘러본다. 테마 열차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골든 패스 라인은 취리히루체른인터라켄∼몽트뢰∼제네바를 잇는 코스로 스위스의 호수들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열차에는 천장에 유리창이 설치된 ‘파노라믹 객실’이 있다.

스위스 휴양지 몽트뢰

스위스 몽트뢰 근처에 있는 콜 드 피용의 하이킹 코스인 ‘글래시어(Glacier) 3000’. 직접 하이킹을 해도 좋고, 체력이나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케이블카나 스노버스를 타고 이곳을 가로지를 수도 있다.
스위스 몽트뢰 근처에 있는 콜 드 피용의 하이킹 코스인 ‘글래시어(Glacier) 3000’. 직접 하이킹을 해도 좋고, 체력이나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케이블카나 스노버스를 타고 이곳을 가로지를 수도 있다. / 스위스 관광청 제공

바다처럼 넓은 레만 호수의 잔잔한 수면은 햇빛을 받아 투명한 푸른 유리알처럼 반짝거리고, 호수 너머로는 봉우리에 만년설이 덮인 알프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전설적인 로커 프레디 머큐리가 '모든 사람을 위한 천국'이라고 표현한 스위스 휴양지 몽트뢰(Montreaux)는 단지 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안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마음의 위안이 되는 곳이다.

몽트뢰는 자연 외에도 빈티지한 감성이 묻어나는 상점, 소박하지만 맛있는 레스토랑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다. 록밴드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팬이라면 퀸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퀸은 휴양지 몽트뢰에서 몇 달씩 느긋하게 머무르며 '마운틴 스튜디오'에서 앨범을 녹음했다. 프레디 머큐리 사망 이후 퀸의 미발표곡을 모아 만든 '메이드 인 헤븐(Made in Heaven)'에 수록된 곡도 대부분 이곳에서 녹음한 것이다.

몽트뢰에서 자동차나 기차로 1~2시간 거리에도 가 볼 만한 관광지가 여럿 있다. 몽트뢰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가면 해발 고도 1200m에 있는 빙하촌 레 디아블레레(Les Diablerets)가 나타난다. 이곳은 중세 시대엔 위험하고 저주받은 마을로 여겨졌다. 눈과 바위로 둘러싸인 이 외진 지역에 악마가 출몰해 나쁜 짓을 저지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명 이름도 악마를 뜻하는 프랑스어(le Diable)에서 따 왔다. '악마들의 놀이터(Quille Du Diable)'라는 이름이 붙은 장소는 그 이름처럼 우뚝우뚝 솟은 기암괴석에 빙하가 어우러져 기묘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이곳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는 꼴 드 삐용(Col du Pillon)에서는 아직 한국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하이킹 코스인 '글래시어(Glacier) 3000'으로 향하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케이블카로 해발 3000m 정상에 도착하는 순간 사방을 병풍처럼 둘러싼 기암괴석뿐 아니라 융프라우 요흐, 마테호른과 몽블랑까지 알프스를 대표하는 봉우리가 한눈에 보인다. 관광객들은 저마다 그림엽서 같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쁘다.

경관 감상도 좋지만 이곳에서 절대 놓쳐선 안 될 것이 바로 알파인 코스터다. 2007년에 오픈한 알파인 코스터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서 출발하는 1㎞ 길이 봅슬레이 트랙으로 기어를 조작해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 하강 최고 속도는 시속 60㎞에 이른다.

빙하와 바위로 울퉁불퉁한 '글래시어 3000'을 스노 버스(snow bus)를 타고 가로지르는 드라이브 역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체험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산은 원뿔형으로 생겨서 정상(頂上) 지역이 좁지만 '글래시어 3000'은 참치캔을 엎어놓은 것처럼 고지대에 평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어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차량 대신 직접 하이킹을 해서 '글래시어 3000'을 횡단해도 좋다. 바위 틈새로 소금 알갱이처럼 흩뿌려져 있는 눈, 절대 녹지 않는다는 두툼한 빙하 덩어리가 뒤덮인 지면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걷다가 지쳐 고개를 들었을 때 사방으로 보이는 알프스산맥도 절경이다.

스위스 휴양지 몽트뢰
몽트뢰에서 가까운 또 다른 관광지로는 빌라르(Villars)를 추천할 만하다. 짙푸른 수목이 우거진 숲길을 가볍게 거니는 난이도의 하이킹, 캠핑, 스키, 골프 등 다양한 야외 활동이 가능해서 1년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빌라르 골프 클럽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선 몽블랑을 감상하며 분위기 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분위기 있는 식사'에 와인이 빠질 수는 없다. 스위스 와인은 국경이 인접한 프랑스·이탈리아 와인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지는데, 스위스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전부 스위스 안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수출할 물량이 남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스위스인들의 자국 와인 사랑은 각별하다.

그 가운데 로잔-브베-몽트뢰-시옹 성까지 레만 호수에 인접한 라보(Lavaux) 구릉 지구는 스위스 제1의 와인 생산지다.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포도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이곳은 하늘의 태양, 호수에 비친 태양, 돌담에 비친 태양 등 '3개의 태양이 빛나는 곳'이라고 불린다. 와인에 관심이 없거나 술을 잘 못 마신다 해도 몽트뢰에 왔다면 라보 지구는 충분히 둘러볼 만한 곳이다. 포도밭과 레만호, 저 건너편에 보이는 하얀 알프스가 어우러진 이곳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록됐다.

자동차 이미지

몽트뢰 즐기는 법

제네바호수 지역에 속하는 몽트뢰, 빌라르 등은 스위스 열차 ‘골든 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몽트뢰는 로잔(Lausanne)에선 열차로 20분, 제네바에선 한 시간가량 소요된다. 몽트뢰에서 글래시어 3000으로 가기 위해선 19세기 분위기로 꾸며진 클래식 열차 ‘벨 에포크(Belle Epoque)’를 타고 1시간20분 이동해 자넨(Saanen)에서 내린 뒤, 꼴 드 삐용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탄다. 꼴 드 삐용역에선 글래시어 3000으로 직행하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몽트뢰에서 빌라르는 골든 패스로 1시간15분가량 소요된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goldenpass.ch) 참조. 몽트뢰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레만 호수가 보이는 호텔을 잡는 것이 좋다. 르 몽트뢰 팔라스는 스위스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 중 하나로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즐기며 격조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www.montreuxpalace.ch). 마제스틱호텔 역시 근사한 호숫가 전망을 볼 수 있으며, 몽트뢰 기차역 바로 맞은편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www.suissemajestic.com).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경계의 도시는 다가서는 느낌이 다르다. 스위스 제네바는 중간지대의 성격이 짙다. 도시는 프랑스에 몸을 기댄 채 들어서 있다. 쏟아지는 언어도 프랑스어 일색이다. 공항도, 기차역도 프랑스와 공유할 정도다.

깊은 인상으로 치면 제네바는 캐나다 퀘벡과도 닮았다. 프랑스어가 유창하게 흘러서만은 아니다. 깊은 호수를 끼고 있는 도시는 신시가와 구시가의 구분이 어색하지 않다. 오래된 서점과 카페가 늘어선 구시가를 걷다 보면 트램과 마주치는 정경 또한 자연스럽다. 돌이켜보면 스위스 여행의 묘미는 이런데 있다. 제법 크지 않은 나라인데도 도시에서 느껴지는 풍취가 달라진다. 남부 로카르노와 루가노가 이탈리아색이 완연했다면 제네바는 프랑스의 한 귀퉁이를 채우는 듯한 이미지가 강하다.

론 강변의 제네바 도심 풍경. 도시는 론 강과 제네바호가 맞닿는 곳에 들어서 있다.

프랑스와 몸과 사상을 섞은 도시

제네바는 스위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제네바호, 140m 가량 치솟는 제또 분수, 종교개혁의 중심지, UN 본부 등이 제네바를 수식하는 몇몇 요소들이다. 스위스의 다른 도시들과 비교하면 제법 다양한 민족, 인종과 맞닥뜨리는 곳이기도 하다. 중앙역인 코르나뱅역은 유럽 각지에서 오가는 열차들로 늘 분주하다.

이 도시에 철학자 마틴 루터, 종교개혁가 칼뱅의 숨결이 닿았고, 볼테르, 바이런, 레닌 등이 망명해 왔다. 사상에 대한 관용은 제네바가 지닌 프랑스색을 덧칠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도심을 걷는 템포는 유달리 부드럽고 가볍다.

제네바는 스위스가 자랑하는 로망의 도시 중 한 곳이다. 호수를 유람하는 다양한 테마열차들은 제네바를 경유한다, 몽블랑거리로 이어지는 번화가에는 명품상점과 커피 한잔의 여유가 깃든 노천카페가 가득하다. 이 도시에서는 트램이나 가로등마저도 운치 넘친다. 길목에서 10분만 벗어나도 요트가 정박한 제네바 호수와 알프스의 설산은 어우러진다.

론 거리를 지나치면 제네바의 옛 모습과 빠르게 조우한다. 구시가지에서는 성피에르 대성당, 시청사 외에도 제네바 대학 학생들의 단골서점과 오래된 가게들이 유물처럼 들어서 있다. 제네바의 구시가 골목에서 만나는 북카페들은 유달리 인상적이다. 고색창연한 북카페들은 헌책방인 동시에 소박한 브런치 가게이기도 하다. 헌책방들이 쉽게 종적을 감추고, 세련된 북카페와 복잡한 브런치 메뉴를 좇는 우리네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퀴퀴한 '줄리엔느' 서점, 클레멘타인 소녀 동상 등을 골목을 거닐다 보면 만나게 된다. 16~18세기 건물과 노천카페로 채워진 부르 드 푸르 광장 역시 구시가의 중심이자 휴식이 담긴 공간이다.

예술, 호수, 와인이 녹아든 골목들

제네바 사람들의 일상은 바스티옹 공원에서 엿보게 된다. 숲과 벤치가 들어선 길가에는 산책에 나선 노파, 대형 체스를 즐기는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조화를 이룬다. 공원 옆으로는 칼뱅 탄생 400주년을 기념해 세운 종교개혁 기념비가 들어서 있다. 긴 벽을 따라서 프로테스탄티즘 수백 년의 역사가 동상과 함께 설명돼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바스티옹 공원의 종교개혁 기념비. 칼뱅 등 주요 인물들이 부조 석상으로 새겨져 있다.

제네바호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영국공원, 제또 분수와 연결된다. 영국공원의 주요 볼거리는 꽃시계다. 계절마다 6,500 꽃송이로 새롭게 단장하는 꽃시계는 시계 산업의 메카이기도 한 제네바의 특징을 반영하는 듯하다. 제네바호의 뱅 데 파퀴는 여름이면 호수에서 일광욕을 즐기려는 청춘들로 채워지며 제또 분수를 배경으로 세계규모의 요트대회도 성대하게 열린다. 호수는 그렇게 제네바인의 삶과 맞닿아 있다.

제네바에서는 그랑 테아뜨르 오페라 하우스, 아리아나 유리 공예 미술관 등을 둘러보며 수준 높은 예술에 심취할 수 있다. 론 강을 따라 거슬러 오르면 와이너리들은 그윽한 휴식을 선사한다. 또 매주 수, 토요일마다 열리는 쁠랜 드 쁠랭빨레 벼룩시장에서는 서민들의 삶을 엿볼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삶이 농축된 공간이 바로 제네바다. 도심은 걸어서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해도 다가서는 느낌의 높낮이는 확연히 다르다.

가는길
한국에서 다양한 경유 항공편이 제네바 공항으로 연결된다. 파리, 밀라노 등 유럽 각지에서도 열차로 서너 시간이면 제네바까지 닿는다. 제네바를 기점으로 몽트뢰, 로잔 등 호수 주변도시들을 잇는 열차도 수시로 출발한다. 도심에는 트램이 다니지만 걸어서도 여유롭게 구경이 가능하다.

스위스 : 남서부 알레치 빙하
태고의 신비를 품은 빙하 트레킹

사계절을 넘나드는 스위스의 트레킹 코스 세 번째는 태곳적 신비함이 숨겨진 빙하 트레킹으로 이어진다. 오두막에서 잠을 청하고, 새벽길을 재촉해 둘러보았던 알레치 빙하 트레킹.

알레치 숲으로 들어가는 초입.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숲에 대한 안내판을 꼼꼼히 확인하는 트레커들.
“수만 년 동안 빙하가 녹고 얼면서 만들어진 알레치 숲과 리더알프지역. 만 년 전에는 빙하가 더 높은 위치에 있었지만 로마시대부터 서서히 녹기 시작했고, 지구 온난화로 이곳 빙하도 급격히 녹아 사라지고 있다.”

산 위의 빙하는 생각처럼 눈부시도록 하얀 존재가 아니었다. 흙이 뒤섞여 흐르고 있는 살아있는 존재였다.
발레 칸톤(주에 해당)은 마터호른뿐만 아니라 알프스 최대 규모의 빙하가 있어 ‘알프스의 심장’이라 불린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이자 유럽에서 가장 긴 알레치 빙하(Aletsch Glacier). 때묻지 않은 빙하의 신비로운 절경을 감상하는 하이킹 코스도 잘 발달되어 있다.

빙하가 녹은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산 중턱에도 남아있다.
아트 퍼러 씨의 안내로 알레치 빙하 트레킹에 참여했다.

고즈넉한 숲을 천천히 걸으며 빙하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알레치 숲길을 권한다. 희귀 생태지역으로 보호받고 있는 알레치 숲에서부터 빙하의 끝부분을 둘러보는 코스다. 알레치 숲이 시작되는 리더푸어카(Riederfurka)로 가기 위해서는 뫼렐 기차역에서 산악 케이블을 타고 ‘산동네’ 리더알프(Riederalp)로 이동한 뒤, 산길을 30분간 더 올라가야 한다.

알레치 숲으로 난 작은 오솔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롤라 파인(Arolla Pine). 눈의 무게 때문에 혹은 산사태로 쓰러진 나무는 치우지 않는다. 인간은 자연에게 아무런 행위도 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 별다른 등산로도 없다. 옛사람들이 천 년 동안 걸어 다져진 통로를, 그대로 1930년경에 등산로화 했다. 나무를 베어 로프로 둘러치고, 돌계단을 만드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알레치 숲이 시작되는 리더푸어카로 가기 위해서 중간에 들러야하는 마을 리더알프. 산밑과 산 위의 집들의 원근감이 낯선 광경을 연출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든 것이 신비로웠다. 작은 개울을 건너고, 사슴이 목욕을 즐기는 늪을 지나 작은 나무와 덤불에 뒤덮인 야트막한 구릉이 융단처럼 펼쳐진 곳을 지났다. 이윽고 1900년에 영국 캔터베리 주교가 빙하를 바라보며 밤새 스카치위스키를 마셔서 ‘주교 의자(Bischo Fssits)’로 명명된 아롤라 파인에 다다랐다. 아니나 다를까. 탁 트인 전망 저편에 빙하기 긴강을 이룬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얼음 강, 빙하는 쉬지 않고 움직인다.
 
“보이는 곳이 빙하의 끝 지점인데 만 년 전에는 빙하가 더 높은 위치까지 차 있었습니다. 2000년 전 로마시대부터 빙하가 녹기 시작했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빙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3km나 줄었어요. 어렸을 때는 빙하를 걸어곧장 계곡 너머 벨알프(Belalp)까지 다니기도 했죠. 이렇게 해빙과 결빙을 반복하며 이곳의 자연이 형성되었어요. 자연의 신비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이드로 동행한 페러(Ferrer)씨는 리더알프 태생으로 젊은 시절 스키 스턴트맨으로 할리우드에서 명성을 쌓은 뒤, 고향으로 돌아와 ‘ART FURRER HOTELS’을 운영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세 개의 빙하가 합쳐져 생긴 알레치 빙하는 하루에 36cm씩 움직인다고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빙하는 녹아 없어지고 만다. 멈춘 듯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이 놀랍다.

수만 년 동안 빙하가 녹고 얼면서 만들어진 알레치 숲과 리더알프 지역. 다듬어지지 않은 모든 것은 인간의 손으로 만든 어떤 창작물보다 정교했고, 아름다웠다. 다음 달이면 이곳에는 알프스의 장미 알핀로제가 붉게 피어나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질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자연 풍광에 가슴이 멎을 듯하다.

I.N.F.O.
코스
Riederalp-Riederfurka-Aletschwald-Aletsch Glacier-Riederfurka
난이도
소요시간 5시간 30분
찾아가는 법 뫼렐역에서 산악 케이블을 타고 리더알프까지 이동.
코스 특징 다소 긴 코스이나 걷기 좋은 흙길이어서 피곤하지 않다. 대신 리어더푸카에서 알레치 빙하를 둘러보고 오는 반나절 하이킹 길에는 편의시설이 없기 때문에 먹을 것을 준비해간다. 리더알프에서 30분 걸어야 하는 리어더푸카의 산장이 마지막 쉴 곳. 숙박 ART FURRER HOT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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