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노을 지는 하늘, 키 큰 침엽수림을 배경으로 안개 자욱한 호수, 장대한 산맥이 연이어 이어진 아름답고 웅장한 산 능선이 펼쳐지는 곳. 게다가 야성의 동물들과 마주치고, 카약 트레킹 등 레포츠의 정수를 즐길 수 있는 온전한 자연의 땅, 바로 케나이 국립공원이다. 그 거대하고 깊은 알래스카의 정수를 음미하기 위해, 알래스카 남단 시워드에서 앵커리지까지 달려가는 파란색 철마에 몸을 싣고 달린다.

케나이 반도를 향하기 위해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발데스에서 유람선에 오른다.


알래스카 레일로드 위에서 누리는 대자연의 파노라마.

알래스카 여행의 출발지라 불리는 South Central 지역은 제 1의 도시 앵커리지와 인접해 있고, 알래스카의 놀이터라 불릴 만큼, 다양한 볼거리와 자연이 혼재되어 있어 휴식과 명상, 대자연을 호흡하며 자연 치유에 적합한 지역이다. 피요르드와 고래 관찰, 빙하 탐험 등 원시 자연의 풍경과 해양 생물을 마주할 수 있는 케나이 반도의 거친 바다와 섬, 피요르드와 유빙이 반겨주는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Prince William sound 를 동시에 즐길 수 있기에 놀이터라는 표현이 과장은 아니다.

앵커리지에서 시워드로 남쪽으로 이동할 경우, 버스나 렌터카 혹은 캠핑 캐러반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디날리 국립공원의 마운틴 매킨리나 와실라, 페어뱅크스 등 북쪽 지역을 둘러보기 위한 이동은 알래스카 레일에 온전히 몸을 맡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알래스카의 진정한 탐험은 몸과 마음이 자유로운 열차 여행으로, 거대한 자연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기에 최상의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Seward 시워드를 빠져 나와 Resurrrction Bay 를 지나면 아름다운 섬 FOX Island에 도착한다.


거대한 빙하와 녹음이 우거진 숲 속을 질주하고, 초록의 호수와 눈 덮인 계곡을 가로지르며, 자작나무 숲과 야생 꽃들이 만발한 초원 위를 달리는 일은 대자연이 선사하는 최고의 초대가 아니고 무엇이랴. 육중하고 미끈하게 생긴 철마, 파란색 바탕에 노란 띠를 띤 알래스카 레일로드에 몸을 실으면 출발 전 마음도 설렌다. 전망 칸이 있는 2층 객차와 고급 레스토랑, 카페와 라운지까지 골고루 갖춘 철마는 그 자체로 로맨틱한 홀리데이의 낭만을 선사해 주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경이로운 자연이 번갈아 옷을 갈아입는 알래스카에서 인생에 단 한번 호사를 누려도 좋은 전망 파노라마 열차. 엉덩이를 객실 좌석에 붙여놓고 있을 시간 조차도 아까운, 다이내믹한 자연의 파노라마가 끝임 없이 펼쳐지는 곳. 게다가 기관사는 너무나 친절하게도 곰이 나타나거나, 흰머리 독수리가 둥지에 앉아 있거나 빙하가 나타날 때면, 어김없이 달리던 열차를 스르르 세운다. 기꺼이 곰과 독수리, 무스와 산양 등을 확인시켜 보여주며, 친절한 안내까지 전해주니 이 또한 감동이 아니고 무엇이랴.


케나이 반도 남단, 시워드를 출발한 철마는 강, 호수, 산맥, 빙하를 지나며 목적지 앵커리지를 향한다.


케나이 반도 남단, 해양 생물의 보고이자 케나이 빙하의 전진기지, 시워드에서 철마 여정은 시작된다. 고래, 바다사자, 수달, 퍼핀 등 해양 생물 관찰과 빙하 투어가 주를 이루는 시워드의 해양 투어를 마치면, 곧 열차에 몸을 싣는다. 6시 정각, 파란 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출발하면 이내 엑싯 빙하 Exit Glacier를 지나면서 대자연의 경이로운 모습들은 하나 둘, 그 정체를 드러낸다.


무스가 지나다녔다는 마을, Moose Pass를 지나면서 좌측으로는 케나이 호수 Kenai Lake의 초록 물빛, 턴 레이크 Tern Lake의 자작나무 설원풍경 등 크고 작은 호수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열차가 계곡과 절벽, 터널과 평원 사이를 질주하는 동안, 우측으로 눈을 돌리면 사젠트 아이스필드 Sargent Icefield 와 스펜서 빙하 Spencer Glacier 가 연이어 푸르스름한 빛을 드러내며 거대하고 하얀 속살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열차가 달리는 구간과 나란히 이어져 있는 Seward Hwy 위로 할리 라이더들이 바람을 가르고 있다.


원시의 숲과 거대 빙하의 대자연, 만년설과 창 밖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공기를 만끽하며 열차는 앵커리지로 거대한 몸체를 파도처럼 출렁이며 쉼 없이 달린다. 높은 산맥의 터널을 관통하고, 좌우로 거대한 몸체를 비틀거리다가도 커다란 원형으로 서클 회전하며, 길고 거대한 철마는 자연의 품속에 길 잃은 바람처럼 고요히 안긴다.


Costal Classic Train 이라 명명된 데이 트립의 명물, Seward- Anchorage 구간의 네 시간 가까운 여정은 그랜드뷰 Grandview, 스펜서 Spencer, 포테지 Portage역을 지나면서 절정을 맞는다. 케나이 반도 내륙의 추카치 산맥과 빙하, 호수를 음미하며 달려온 여정은 포테지역을 지나면서 은은한 빛깔의 쿡 내항 Cook Inlet 의 회색 빛 오션과 마주하는 순간 절정을 맞이한다. 이때부터 철마는 좌측으로 바다를 조망하며 턴 어게인 암 Turnagain Arm 내항의 Seward Highway 를 질주하는 자동차와 함께 달리며 바람 같은 자유가 된다.


파란 열차는 잠시 거우드 Girdwood 역에 정차, 내륙 최고의 알파인 스키 휴양지이자, 호텔 알리에스카로 향하는 손님들을 내려놓는다. 거우드는 헬리 스키, 크로스컨트리, 스키, 전망 케이블 카 탑승 등 동계 스포츠는 물론, 여름 개 썰매 투어, 경비행기 투어 등 레포츠와 트레킹 등 수준 높은 레저를 즐기기엔 완벽한 휴양지다. 이글 빙하 Eagle Glacier 에서 경비행기나 헬기를 타고 겨울에나 즐길 수 있는 개 썰매의 짜릿함을 맛볼 수 있으니 이 또한 한 여름의 묘미가 아닐까.

추카치 산맥 깊은 계곡, Bird Creek에서는 ATV를 즐기며, 숲 속의 청정함을 만끽한다.


열차는 우측으로 거대한 삼림지대인 추카치 국립공원 Chugach National Forest의 품속으로 질주한다. 이 곳은 트레킹과 ATV 어드벤처로 인기가 높아 깊은 산속의 원시림과 버드 크릭 Bird Creek 의 계곡을 따라 달리는 ATV 투어를 즐겨볼 만 하다. 누구나 5분 정도면 쉽게 배울 수 있는 ATV는 거대한 네 바퀴로 거친 산길을 달리며, 쾌감을 느낀다. 낚시와 트레킹도 가능하며, 산양과 야생의 곰을 관찰하거나, 직접 마주할 수 있기에 모험적인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회색 빛 바다와 멀리 거대한 설산의 장관을 바라보며, 열차는 점차 속도를 줄여간다. 추카치 산맥의 산 자락이 낮아지면서 숲 속 전원주택들이 나타나고, 앵커리지가 그리 멀지 않은 듯 차량의 행렬도 많아진다. 미국 본토와 유럽, 아시아에서 온 캠핑 매니아들은 앵커리지에서 렌탈한 캠퍼밴을 달려, 케나이 반도의 대자연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경제적이면서도 다이내믹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손수 운전하며 알래스카의 비경을 찾아가는 캠핑카 여정도 권할 만 하다.

앵커리지 쿡 내항의 Ship Creek에서 방금 잡아 올린 1 M 길이 연어의 가른 배를 보여주는 낚시꾼.


앵커리지 다운타운을 가로질러, 토니 노우레스 코스탈 트레일 Tony Knowles Costal Trail 을 잠시 달리면, 듬성 듬성 빌딩들이 얼굴을 내미는 앵커리지의 다운타운으로 열차는 미끄러져 들어간다. Cook Inlet의 Knit Arm 내륙으로 들어서자 연어를 잡는 강태공들의 낚시질이 눈길을 끈다. 다운타운으로 들어섰지만, 열차가 정차하는 앵커리지의 마지막 포인트 또한 대자연이다. 열차에서 발을 내려 눈앞을 바라보면, 소박하고 정겨운 Ship Creek 의 냇가가 마지막 여정의 휴식처임을 알린다.


알래스카 최대의 도시 앵커리지를 기점으로 한 South Central 지역은 손쉽게 대자연을 마주하며 케나이 반도의 야성의 세계와 마주하는 곳이다. 설봉으로 이어진 높은 산과 거대한 바다와 울창한 삼림지대까지 자연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며, 휴식과 레포츠를 동시에 즐겨볼 수 있다. 매혹적인 Costal Classic 철마 여정의 낭만을 영원히 추억하고, 해양 생물의 전진기지 Seward 에서 마주한 험백고래의 꼬리와 돌고래의 하얀 포말의 전율도 온몸의 세포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여행정보
알래스카로 가는 길이 다양해 졌다. 7, 8월 손쉽게 대한항공을 이용하여, 8시간 만에 앵커리지로 입국하거나, 시애틀을 경유 알래스카 항공으로 앵커리지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장대한 산맥과 빙하투어, 개 썰매와 블랙 베어 혹은 고래 관찰, 매킨리 경비행기 투어도 도전해 볼만하다. 무더운 여름을 피해, 영상 17, 8도의 선선한 알래스카를 찾아 피서 투어를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흔히 볼 수 없는 야성의 대자연과 조우하는 일, 거대한 자연 앞에서 잊었던 나를 발견하고 좀더 겸손해진 나로 감동의 세상과 마주하는 일, 그 자체로 회복과 치유의 여정이 될 것이다.

열차 여정은 그 자체로 낭만과 감동이다. 바람을 가르며 청정지역 케나이 반도를 달리는 철마.



열차 여행 팁
알래스카 열차의 메인 루트는 남부 해양 도시 Seward 에서 중부 도시 페어뱅크스까지 이어진다. 원하는 구간을 선택하여, 일부만 달려보아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알래스카 열차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시워드 구간에서 앵커리지가 될 것이다.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콜롬비아 빙하투어를 원한다면 앵커리지에서 위티어 Whittier 로 달리는 Glacier Discovery Train을 놓치지 말자. 그곳에서 발데즈와 코르도바로 연결하는 대형 크루즈선도 기다리고 있다. 알래스카 레일의 열차 운행은 5월 초순부터 9월 말까지만 운행하며 요금은 구간별로 성인기준 편도 50 $부터 100$ 안팎이다.

 

  1. Favicon of https://blogandme2.tistory.com 블로그앤미 2014.10.23 14:44 신고

    안녕하세요. 블로그 내용이 좋아서♡ 블로그모음 서비스인 블로그앤미(http://blogand.me) 에 등록했습니다. 원하지 않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일루리사트의 개 평원

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길을 걸으면 여기저기 물 흐르는 소리가 점점 자주 들린다.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북극의 혹한에 길들여진 썰매개들은 아주 힘들어한다. 그래서 이런 날이면 개들은 차가운 눈밭 위에서 뒹굴거나 배를 깔고 엎드려 지낸다.


해안 마을의 언덕 위로 올라서자 축구장 다섯 개 정도의 평지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 썰매개 수백 마리가 개 줄에 묶인 채 넓게 퍼져 있다. 늑대처럼 크고 우람하고 잘생긴 북극 썰매개들이 하얀 눈밭에서 졸거나 뒹굴거나 울부짖는다. 정말 굉장한 ‘개판’이다.


잠시 후 개 주인이 나타나 대장 개를 풀어놓는다. 그럼 대장 녀석은 무리를 누비고 다니며 개들에게 뭐라고 수군거린다. 축구에서 교체 선수가 다른 선수들에게 감독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것처럼.

인구 5천 명의 일루리사트에는 약 3천 마리의 썰매개들이 함께 살고 있다.


영화를 통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썰매개들은 주로 알래스카의 개들이다. 그린란드나 알래스카 모두 개썰매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지만 개들을 썰매에 묶는 방식에 있어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 알래스카에서는 두 마리씩 종대로 묶여 썰매를 끄는 반면, 그린란드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부채꼴 모양으로 썰매를 끈다. 부채꼴 대형에서는 대장 개의 줄이 다른 개들보다 좀 더 길다. 왜 그럴까? 썰매개들의 혈관에는 늑대의 야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리더의 자리를 노리는 썰매개들에게는 대장 개에 대한 질투와 시기심이 늘 깔려있다. 대장 개는 미칠 노릇이다. 홱 뒤돌아서서 호시탐탐 자기를 노리는 개들에게 반격하고 싶어도 주인이 휘두르는 채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앞을 향해 달릴 수밖에 없다. 뒤따르는 개들은 그런 대장 개를 끝없이 추격하고……, 그렇게 썰매는 빠르게 전진할 수밖에 없다.


다른 개들이 목줄에 묶인 상태에서 가슴 줄을 차는 것과 달리 대장은 목줄을 묶지 않아도 된다. 대장만의 특권이다. 가슴 줄이 다 채워지면 다시 대장부터 차례로 썰매 줄을 채운다. 이때 주인이 잠시 고개를 돌리는 찰나에 개들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진다. 대장을 시기하는 녀석들이 일제히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다. 결과는? 주인한테 두들겨 맞는다. 그래도 이 천하무적 썰매개들은 여간해선 기가 죽지 않는다. 이렇게 드센 개들을 우리 탐험대가 과연 컨트롤할 수 있을까? 앞이 깜깜하다.


잘 훈련된 썰매개들과 함께 사냥에서 돌아오고 있는 이누이트 사냥꾼



썰매개들의 생존 법칙

일루리사트의 썰매개들에게 한 끼의 식사란 처절한 생존의 문제이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먹고, 먹기 위해 살아남는다. 너무 커서 들기조차 버거운 넙치 한 마리를 공중으로 힘껏 던지면 땅에 닿기도 전에 해체되어 녀석들의 뱃속으로 들어간다. 들리는 거라곤 입안에서 우두둑우두둑, 넙치 뼈를 부서뜨리는 둔탁한 소리뿐이다. 먹이가 주어지는 건 겨울철 하루에 단 한 번뿐이며 여름철엔 2, 3일에 한 번일 때도 허다하다. 많은 개들의 사료 값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또한 늘 허기진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먹이를 주는 주인의 말에 더욱 잘 복종하게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늘 굶주린 상태에서 우아하고 느긋한 식사란 없다. 먼저 먹어 치운 놈이 남은 먹이를 강탈하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빨리, 더 많이 먹어 치우는 것만이 생존의 지혜일 뿐 양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 무자비한 생존 투쟁에서 동정이란 그저 허영이며 장애물에 지나지 않는다. 썰매개들의 세계에서는 먹는 자와 굶는 자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런 야생의 규칙은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혹한의 설원 위에서 열댓 마리의 사나운 썰매개들을 상대해야 하는 이누이트 사냥꾼들은 결코 불필요한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자비란 나약함의 증거이고, 그것은 곧 개들에게 공격의 빌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른 개들의 공격을 받아 상처를 입고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썰매개

현지에서 탐험대를 도와준 이누이트 어부 앙아유(21, Angau).



앙아유를 만났다. 그는 썰매개 구입과 훈련을 도와주는 현지인 어부다. 2010년, 홍 대장이 답사 및 적응훈련을 위해 이곳에 왔을 때 앙아유로부터 썰매개 스무 마리를 구입했다는데 그 사이 두 마리는 도망가고 한 마리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실제 원정에 16마리가 투입되면 베이스캠프에는 최소한 두 마리를 후보로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데 한 마리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현재 남은 개들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이다. 앙아유가 자기 개처럼 정성껏 넙치를 잡아다 먹인 듯하다. 그린란드 사람들조차 가지 않는 내륙 빙하를 도대체 왜 종단하려는지 도무지 이해 못하는 눈치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 멀리 한국에서 온 ‘비슷하게 생긴’ 우리 탐험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큼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생긴 것도 미남인데다 마음씨도 참 고운 친구다.


“이건 기생충 약이고, 이건 항생제……, 꼭 챙겨야 해요.” 앙아유는 개줄, 가슴 띠, 개 양말, 채찍 등 원정에 필요한 여러 장비들을 몇 번이고 꼼꼼하게 점검해주었다. 행여 개들이 다치거나 죽지 않을까, 그 먼 거리를 개썰매 초보자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한도 끝도 없다. 나보다 더 간절한 것 같다.



일루리사트의 개썰매 공장

일루리사트의 개썰매 공장에서는 아직도 전통 방식으로 개썰매를 만든다. 개썰매는 크게 두 종류, 즉 사냥용과 고기잡이용으로 나뉘며 제작 방식도 약간 차이가 있다. 고기잡이용 개썰매는 약간 비틀려져 유연함이 적은 반면에 아주 단단하다. 얼어붙은 빙판을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냥용이나 운반용은 비틀림이 크게 주어 유연성을 최대한 살린다. 평지보다는 산길을 더 많이 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종류 모두 어디 한 군데라도 쇠못을 박지 않고 나무나 끈으로 자연스럽게 잇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휘어질지언정 결코 부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린란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개썰매를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대학교는 없다)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개썰매와 카약을 만드는 6주 코스의 강좌가 있어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이게 탐험대가 탈 썰매요.” 개썰매 장인인 닉이 손가락으로 커다란 썰매 하나를 가리켰다. 이야, 잘 빠졌다! 정성스럽게 깎고 다듬은 썰매 앞쪽에 ‘HONG SUNG TAEK’이라고 이름까지 직접 새겨놓았다. 개썰매는 2인용이 일반적인데 홍 대장이 주문한 것은 4인용으로 조금 더 크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140만 원 가량 된다.


이제 열여섯 마리의 개들이 이 썰매를 끌고 2천 킬로미터가 넘는 북극의 설원을 행군하게 될 것이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흥분과 불안이 동시에 밀려온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고, 여기 사람들조차 가본 적이 없다는 해발 2,000미터의 얼어붙은 길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전통의 방식으로 썰매 날을 손질하는 이누이트

새로 제작된 개썰매를 시험하고 있는 탐험대



눈밭 위의 시트콤 – 원정대의 개썰매 훈련

드디어 개썰매 훈련에 돌입했다. 가장 선배인 정기화 대원과 홍성택 대장, 그리고 정동영, 배영록 대원 모두가 훈련에 참가했다. 앙아유가 빠진 상태에서 우리 대원들끼리만 수행하는 첫 훈련이라 내심 걱정도 되지만 결국 2천 킬로미터의 빙판을 행군해야 할 당사자들이니 이제부터는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날, 정기화 대원이 뭐라고 큰소리를 쳤는데 그 소리를 출발신호로 잘못 알아듣고 썰매개들이 일제히 내달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정기화 대원은 개 줄을 붙잡은 채 수십 미터를 끌려가고 말았다. 말이 끄는 힘을 마력(馬力)이라 한다면 견력(犬力)은 개가 끄는 힘이다. 북극 썰매개 열여섯 마리가 한꺼번에 발휘하는 ‘16 견력’을 어찌 감당하랴.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개들은 이미 뿔뿔이 흩어진 뒤였다. 길길이 날뛰는 개들을 일일이 잡아서 다시 묶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이날 우리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도망간 개들을 잡느라 분주한 탐험대원들


둘째 날, 썰매를 잡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홍 대장이 그만 미끄러지는 바람에 개들이 썰매만 끌고 멀리 달아나 버렸다. 비록 훈련 상황이긴 하지만 이건 정말 엄청난 사고다. 만일 원정 도중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모든 장비와 식량을 실은 채 개들이 사라져버린다면 그것은 곧 조난이고 죽음이다.


달려가서 보니 썰매는 부서지고 개들은 줄에 뒤엉킨 채 서로 으르렁대며 싸우고 있었다. 녀석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온 이방인들에게 결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 기세등등하게 울부짖었다. 홍 대장은 마치 빙산처럼 무너져 내리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원정의 성패는 개들에게 달렸다.” 맞는 말이었다. 이미 에베레스트와 북극, 남극 등 지구 3극점을 모두 정복한 홍 대장을 비롯하여 대원들 모두 고산 등반과 극지 원정의 베테랑들이었다. 그러나 이전의 그 어떤 탐험보다 이번 원정이 어려운 것은 바로 썰매개들 때문이었다. 헬기나 식량, 장비 따위는 (비록 엄청 비싸지만) 돈으로 해결 가능한 것들이다. 그러나 야성의 유전자를 지닌 그린란드 썰매개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그들로부터 신뢰와 복종을 얻어내는 것은 결코 돈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끝없는 도전과 반복, 그리고 인내가 필요하다.

신호를 어기고 먼저 출발하는 썰매개들

앞장서서 썰매개들에게 방향을 지시하는 홍대장



셋째 날, 홍 대장이 제법 현지인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아직은 한참 어설픈 솜씨지만 그래도 썰매개들에게 ‘까(달려)!’, ‘우넹잇(정지)!’ 번갈아 외치며 30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달렸다. 개들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와 거품이 나왔다. 행군이 거듭될수록 개들과 홍 대장은 서로의 존재를 조금씩 알아가는 듯했다. 채찍을 휘두르는 홍 대장과 대원들의 얼굴도 어느새 원주민처럼 검게 변해가고 있다. 탐험이란 낯선 곳을 알아가고 낯선 존재와 서로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그런데 썰매개들도 우리에게 익숙해지고 있을까?’ 훈련 과정에서 우스꽝스럽게 펼쳐지는 ‘눈밭 위의 시트콤’이 앞으로의 본격적인 원정에서는 ‘설원의 드라마’로 완성되길 기대해본다.


한진관광 알래스카
알래스카 빙하·대자연 주제인 '빙하관광'
세계에서 가장 큰 연어를 잡는 낚시
호수·산 관람하는 경비행기 관광도 인기

한진관광은 알래스카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관광상품을 3회(7/26, 7/30, 8/3)에 걸쳐 판매한다. 에스키모의 땅, 얼음의 나라 알래스카를 대한항공 앵커리지 직항전세기를 이용해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다.

2011년부터 4년째 취항하는 대한항공 직항 전세기는 북미대륙 중 가장 빠른 비행시간인 8시간 만에 앵커리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7~8월 평균기온 18도, 더운 여름을 피해 시원한 겨울을 맛볼 수 있는 청정지역 알래스카는 광활한 자연, 거대한 빙하, 야생 그대로의 생태계, 그리고 에스키모의 오늘과 내일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5월말부터 8월까지 펼쳐지는 기나긴 낮, 백야현상 속에서 알래스카를 재발견 할 수 있다.

알래스카 여행의 꽃인‘빙하 관광’.
알래스카 여행의 꽃인‘빙하 관광’./한진관광 제공
알래스카 관광의 꽃은 빙하 관광이다. 알래스카 빙하 파노라마 6일(459만원)은 알래스카 빙하와 대자연을 테마로 하는 상품이다. 알래스카의 3대 빙하 체험(내륙빙하, 육지빙하, 바다빙하)과 더불어 깨끗한 공기와 주변에 걸어놓은 듯 위치한 산들과 전나무 숲이 인상적인 알리에스카 리조트에서 2박 숙박으로 편안한 일정을 제공한다.

알리에스카 리조트 내 에어리얼 트램을 타고 산정상에서 아름다운 호수와 주변 전경을 바라볼 수 있어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준다. 북미 TOP 25 스키 리조트에 랭크되어 있으며 겨울에는 스키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알래스카에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해안절경과 세차게 흐르는 강들 그리고 완만한 경사의 툰드라와 수많은 야생동물, 하얗게 눈 덮인 산들이 있다. 약간의 시간과 지식, 그리고 여러분의 모험 정신만 있으면 알래스카에서는 거대한 자연으로부터 다채로운 문화까지 다양한 것들을 즐길 수 있다. 빙하를 가로지르는 개썰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연어를 낚는 경험, 거대한 카트마이 국립공원의 곰들, 헬리콥터로 보는 빙하, 오로라와 강렬한 원주민 문화 등은 알래스카에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이다.

알래스카 주의 남부 항구도시 앵커리지는 알래스카 관광의 중심지다. 알라스카의 변천 과정과 역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앵커리지 박물관, 세계 최대의 수상 경비행기장 레이크후드, 세계 최대의 초콜릿 분수가 있는 와일드베리 공장 등이 있다.

북미 대륙의 최고봉 맥킨리산(6320m)을 주봉으로 하는 디날리 국립공원은 인디언말로 신성함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국립공원 지역은 총 600만 에이커 이상이며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곳이다. 특히 내셔날 지오그래픽 선정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인 조지 팍스 하이웨이를 타고 이동하는 산악인의 마을 타키트나는 북미 최고봉인 맥킨리산을 경비행기로 공중관람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사람이 근접하여 볼 수 있는 가장 큰 육지빙하인 마타누스카 빙하와 하이킹을 하며 볼 수 있는 내륙빙하인 스워드 엑시트 빙하, 빙하 관광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프린스 윌리암 사운드의 서프라이즈 빙하까지 관광한다.

알래스카 크루즈 유람선 관광은 예로부터 알래스카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최근에는 알래스카 해양 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항로가 서부해안까지 확장되어 알래스카 관광 및 물류 산업에 크나큰 역할을 하는 알래스카 수상 교통 중 하나다. 최근 한국에서도 크루즈 상품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알래스카는 낚시인들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알래스카 낚시인들은 다른 곳에서라면 최고상을 받을 크기의 고기들을 그냥 놓아줄 정도이다. 숙련된 관광 낚시 가이드들이 낚시 장비를 추천하거나 대여해주며 간단한 낚시 방법도 알려준다.

3만4000마일에 이르는 해안선과 셀 수 없이 청명한 호수와 강들은 그 꿈의 장소가 된다. 경비행기 관광도 인기다. 전 미주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거대한 땅덩어리에 불과 1만마일 미만의 도로로 구성된 알래스카. 알래스카의 항공교통은 뉴욕의 옐로우캡, 베니스의 수상택시에 비유될 수 있다. 경비행기 관광은 경비행기나 헬리콥터로 진행된다. 예약 및 상담 문의 1566-1155 / www.kaltour.com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알래스카 오로라

페어뱅크스
페어뱅크스 교외의 통나무집 뒤로 오로라가 춤을 추고 있다. /케이채 제공
알래스카라고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것은 거대한 얼음과 몸을 가눌 수 없는 추위다. 그러니 알래스카로 여행을 한다면 겨울에 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알래스카 여행은 여름에 해야만 한다.

한겨울에는 모든 것이 너무 얼어붙고 추워서 대부분의 유명한 관광지를 보는 게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5월은 지나야 시작되는 알래스카의 관광 시즌은 늦어도 9월 중순이면 모두 막을 내린다. 알래스카를 향하는 수많은 크루즈선의 흔적이 모두 사라지는 것도 바로 그쯤이다. 10월이 되면 대도시인 앵커리지나 페어뱅크스에서마저도 대부분의 관광지가 문을 닫는다. 여름에는 매일 운행하는 두 도시 간 기차도 겨울에는 일주일에 단 한 번만 운행하도록 변경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겨울에 알래스카를 찾는다는 건 사실 참 심심한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알래스카를 겨울에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나 또한 그중 한 사람이었다. 기온은 갈수록 떨어지고 눈으로 점점 가득차기 시작하는 이 춥고 척박한 시기에 굳이 알래스카를 여행하겠다는 사람들의 이유는 아마 대부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바로 북쪽의 빛,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시기가 이 추운 겨울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스스로를 가리켜 오로라 사냥꾼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사람들. 오로라를 보기 위해 북유럽이나 이곳 알래스카를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밤낮을 바꾸어 생활하며 일기예보와 밤하늘만 주시하고는 한다. 어차피 다른 관광지도 문을 닫고 할 일이 많지 않은 겨울의 낮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흔치 않다. 밤에는 이제나 저제나 오로라가 나타나주길 기다려야만 한다.

오로라
알래스카의 겨울 나무들 위로 오로라가 하늘을 향해 뻗어가고 있다. /케이채 제공
이렇게 오로라를 보기 위해 공을 들이는 이들은 대부분 알래스카 제2의 도시 페어뱅크스로 모여든다. 페어뱅크스부터 북극으로 향하는 일정 구간은 오로라를 만날 확률이 유독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페어뱅크스 대부분의 호텔은 밤하늘에 오로라가 나타나면 전화로 깨워주는, 모닝콜이 아닌 오로라 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조금 더 북극에 가까운, 조금 더 어둡고 조금 더 문명과 떨어진 곳에서 오로라를 발견하고자 알래스카 저 먼 북쪽 콜드풋(Coldfoot)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며칠을 기다렸지만 눈이 내리며 계속되는 흐린 날씨에 단 한 번도 오로라를 볼 수 없었다.

오로라라는 게 그렇다. 완벽하다고 믿는 장소로 간다고 하더라도 오로라가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나타난다고 해도 얼마나 멋진 오로라가 보일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주일 내내 못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며칠을 연달아 오로라와 만나기도 하니까 말이다.

운치 있는 통나무집과 난로, 그리고 눈으로 하얗게 둘러싸인 그곳은 전화도 안 터질 만큼 외지고 조용한 곳이었지만 내게 오로라를 허락하지는 않았다. 재미있게도 내가 오로라를 만난 곳은 그렇게 고생해서 찾아갔던 머나먼 외지가 아니었다.

알래스카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던 페어뱅크스, 바로 그곳이었다. 지금 호텔 뒷문 주차장 쪽에 오로라가 떴다는 오로라 콜을 받고 잠에서 깨어나 허둥지둥 담아내었던 오로라를 시작으로, 페어뱅크스 곳곳에서 오로라를 만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유명한 체나 온천으로 향하는 길의 한 계곡에서 담았던 오로라였다. 드넓고 시원하게 뻥 뚫린 하늘 위로 펼쳐진 오로라들의 움직임은,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절로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몇 시간을 그렇게 소리 없는 춤을 추던 오로라. 그토록 아름다운 빛을 매혹적임 움직임으로 뿜어내면서도 주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고요하다. 이보다 더 매력적인 침묵의 순간이 또 어디에 있을까. 추운 겨울밤의 어둠은 유독 더 외롭고 쓸쓸하다. 하지만 이 북쪽의 빛이 당신을 위해 준비한 춤은 상처받은 어떤 영혼의 외로움도 감싸안아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봄이 오면 알래스카의 다양한 볼거리도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갈색곰들처럼 기지개를 켜겠지만, 알래스카의 겨울밤이 지닌 이 비밀을 한 번이라도 접한 사람이라면 어서 다시 겨울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로라
여행수첩

국내 대부분 항공사가 앵커리지 직항을 운항하고 있다. 하지만 오로라를 보려면 조금 더 북쪽으로 가야 하기에 다시 비행기를 타고 페어뱅크스로 향해야 한다. 한국에서 시애틀을 거쳐 페어뱅크스로 가는 방식도 인기 있는 루트다. 페어뱅크스를 기반으로 하는 오로라 투어를 제공하는 회사가 매우 다양하니 자신에게 맞는 투어나 상품을 찾을 수 있다. 조금 더 자유를 원한다면 차를 렌트해 직접 밤마다 운전하며 오로라를 쫓아다니는 방법도 있다. 오로라는 대부분 10월쯤부터 3월까지 볼 수 있지만 겨울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하기에 최소 10일 정도 시간 여유를 주는 것이 오로라를 만날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열차로 종단하는 알래스카 여행

미국 알래스카. 만년설과 빙하로 뒤덮인 땅일 거라는 막연한 짐작은 북부 내륙에 위치한 제2의 도시 페어뱅크스(Fairbanks) 국제공항에 내리는 순간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북위 65도의 페어뱅크스는 자정이 임박한 시각임에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백야(白夜). 백야라면 그저 어슴푸레한 저녁 분위기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한낮이나 마찬가지다. 거리의 사람들은 반소매 옷과 반바지를 입고 활보했다.

여객기의 창을 통해 내려다보며 연방 탄성을 토했던 그 많은 설산과 빙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곳에서 조금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북위 66.5도 이상을 일컫는 북극권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페어뱅크스의 한여름(7~8월) 평균 기온은 섭씨 27~28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인데다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여름엔 덥고 겨울엔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 반면 남쪽으로 500㎞ 이상 떨어진 제1의 도시 앵커리지(Anchorage)는 해양성 기후라 한여름 기온이 섭씨 16~17도로 오히려 선선한 편.

빙하로 뒤덮인 설산들을 배경 삼아 달리는 알래스카 관광열차. 좌석 옆부터 천장까지 통유리창이라 여행객들이 편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열차가 달리는 도중 곰 등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승객들이 편히 볼 수 있게 그 자리에 몇 분씩 멈춰 서는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 알래스카철도 제공

천혜의 환경 등 다양한 볼거리로 유명한 알래스카를 즐기는 방법이야 많겠지만, 페어뱅크스에서 앵커리지까지 576㎞를 열차로 종단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내리 달리면 12시간 걸리는 여정이지만 곳곳에 펼쳐진 매력적인 여행지들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중간에 여러 차례 내리게 될 것이다.

페어뱅크스: 순수한 원주민 문명과 조우

알래스카 철도를 이용한 열차여행의 북쪽 출발지는 페어뱅크스. 내륙의 대표 도시이자, 빙하가 만들어낸 유콘강을 따라 형성된 원주민 문명과 현대 문명이 공존하는 관광·교육·군사 중심지이다. 매년 겨울철이면 오로라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미국 어린이들이 산타클로스가 사는 마을이라고 굳게 믿는 노스 폴(North Pole)이 근처에 있다.

먼저 중심가에 위치한 모리스 톰슨 문화관광센터에 가보자. 지역 원주민 문화 등 알찬 볼거리는 물론 여행자를 위한 각종 책자와 지도를 제공한다. 알래스카대학 북극박물관에서도 다양한 원주민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알래스카에 있는 79개 온천 중 하나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치나(Chena) 온천에서 분당 1500L씩 솟는 섭씨 59도의 유황온천수에 피로를 푸는 것도 좋다.

문득 북극에 가보고 싶다면 북위 66.5도선을 넘어가는 북극권 탐험도 할 수 있다. 경비행기로 1시간쯤 걸리는 거리지만 직접 두 발로 북극권을 밟아봤다는 묘한 성취감이 들 것이다.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만년 빙하가 만들어낸 경이로운 풍광은 보너스.

토키트나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매킨리 산 베이스캠프. 눈밭에 착륙하는 순간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잊지 못할 추억을 더한다. / 김선호 기자
드날리: 알래스칸들의 마음의 고향

페어뱅크스에서 열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4시간쯤 내려오면 드디어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산(6194m)과 드날리(Denali) 국립공원이 나온다.

드날리는 매킨리산의 원래 이름으로 원주민 말로 '위대한 자'란 뜻.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이 산을 보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맞기 위해 호텔과 캠핑장 등 많은 관광시설이 밀집해 있다. 공원 내 절경을 감상하려면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146㎞에 이르는 공원 내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경치는 물론 곰·카리부·늑대·무스·산양 등 야생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빙하 녹은 물이 흐르는 네나나(Nenana)강에서 즐기는 래프팅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다시 열차를 타고 4시간쯤 내려오면 토키트나(Talkeetna)에 도착한다. 아담한 시골 마을이지만 이곳은 매킨리산에 도전하는 산악인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집결지이다. 이곳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직접 매킨리 산자락까지 날아갈 수도 있다. 운이 좋다면 매킨리산을 등반하려는 사람들이 현지 적응 훈련을 하는 베이스캠프 텐트촌 눈밭에 내릴 수도 있다.

앵커리지: 문명과 야생이 공존하는 땅

주(州) 인구의 절반 가까운 30만명이 살고 있는 제1의 도시지만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이 살아있는 곳. 도심에는 레스토랑·박물관·영화관이, 앞바다엔 연어를 비롯한 신선한 해산물이 있고, 조금만 시외로 벗어나면 야생의 어드벤처를 경험할 수 있다.

알래스카에서 살아온 11개 주요 원주민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알래스카 원주민센터는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원주민 유산은 물론 알래스카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작가들의 작품까지 망라해 첨단 전시 장비를 활용해 보여주는 앵커리지 박물관도 볼거리로 가득한 명소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인 포테지(Portage) 빙하에 가면 바닷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빙산을 볼 수 있고, 크로우 크릭 광산에선 직접 콸콸 흐르는 냇물에서 사금을 채취하며 금을 좇아 캘리포니아에서 알래스카로 흘러든 초기 이민자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지역에 가면 빙하가 바다와 만나며 펼쳐내는 장관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 김선호 기자

빙하, 드디어 바다와 만나다

다시 열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Prince William Sound) 지역이 나온다. 바다와 섬, 피오르(峽灣·협만)와 1만여개의 빙하를 아우르는 광활한 지역(2만5900㎢)이다. 위티어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와 전세 보트를 이용하면 시야를 압도하는 빙하지대를 감상할 수 있고, 발데즈에서는 폭 6㎞가 넘는 웅장한 컬럼비아 빙하와 트레킹, 카약, 스키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코르도바에선 오르카 내수로와 카퍼 리버 삼각지 투어와 함께 연어 낚시와 철새 구경 등을 할 수 있다.

산꼭대기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쌓이고 쌓인 눈이 엄청난 압력으로 에메랄드빛 얼음이 되고 그 얼음이 또 굳어져 마침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천천히 낮은 곳으로 향하는 빙하가 되어 바다에 이르는 장면은 장관 중의 장관이다. 우르릉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다로 쏟아져 내리는 얼음덩이들은 보는 이들에게 경외심마저 들게 한다. 반팔 옷을 입고 만년빙과 빙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알래스카 여행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우리에게 혹한과 에스키모의 땅으로 알려진 알래스카는 지금 막 여름이 무르익고 있다. 8개월 가까이 이 땅을 지배한 겨울은 마침내 그 기세를 여름에 내어주고 있다. 9월 초까지는 모든 게 풍요로울 것이다. 알래스카는 지금 여름과 겨울이 함께 가고 있다.

■여행정보

●항공: 대한항공에서 올 7월과 8월 각 3차례씩 6번 직항 전세기를 띄운다. 한진관광·하나투어에서 관련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직항로를 이용하면 인천공항에서 앵커리지까지 8시간 걸려, 지금의 시애틀을 경유하는 노선에 비해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여행 팁: 110볼트 전압을 사용하므로 노트북이나 휴대전화용 충전기를 따로 준비한다. 햇살이 제법 따가우니 모자·선글라스·자외선 차단제는 필수. 얇은 옷을 여러 벌 준비해 날씨에 따라 겹쳐 입고 두터운 윈드자켓 하나쯤 가져가자. 모기에 민감한 사람들은 모기약을 챙겨가면 좋다.

●환율: 1달러=약 1080원(7일 현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