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오로라

페어뱅크스
페어뱅크스 교외의 통나무집 뒤로 오로라가 춤을 추고 있다. /케이채 제공
알래스카라고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것은 거대한 얼음과 몸을 가눌 수 없는 추위다. 그러니 알래스카로 여행을 한다면 겨울에 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알래스카 여행은 여름에 해야만 한다.

한겨울에는 모든 것이 너무 얼어붙고 추워서 대부분의 유명한 관광지를 보는 게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5월은 지나야 시작되는 알래스카의 관광 시즌은 늦어도 9월 중순이면 모두 막을 내린다. 알래스카를 향하는 수많은 크루즈선의 흔적이 모두 사라지는 것도 바로 그쯤이다. 10월이 되면 대도시인 앵커리지나 페어뱅크스에서마저도 대부분의 관광지가 문을 닫는다. 여름에는 매일 운행하는 두 도시 간 기차도 겨울에는 일주일에 단 한 번만 운행하도록 변경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겨울에 알래스카를 찾는다는 건 사실 참 심심한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알래스카를 겨울에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나 또한 그중 한 사람이었다. 기온은 갈수록 떨어지고 눈으로 점점 가득차기 시작하는 이 춥고 척박한 시기에 굳이 알래스카를 여행하겠다는 사람들의 이유는 아마 대부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바로 북쪽의 빛,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시기가 이 추운 겨울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스스로를 가리켜 오로라 사냥꾼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사람들. 오로라를 보기 위해 북유럽이나 이곳 알래스카를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밤낮을 바꾸어 생활하며 일기예보와 밤하늘만 주시하고는 한다. 어차피 다른 관광지도 문을 닫고 할 일이 많지 않은 겨울의 낮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흔치 않다. 밤에는 이제나 저제나 오로라가 나타나주길 기다려야만 한다.

오로라
알래스카의 겨울 나무들 위로 오로라가 하늘을 향해 뻗어가고 있다. /케이채 제공
이렇게 오로라를 보기 위해 공을 들이는 이들은 대부분 알래스카 제2의 도시 페어뱅크스로 모여든다. 페어뱅크스부터 북극으로 향하는 일정 구간은 오로라를 만날 확률이 유독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페어뱅크스 대부분의 호텔은 밤하늘에 오로라가 나타나면 전화로 깨워주는, 모닝콜이 아닌 오로라 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조금 더 북극에 가까운, 조금 더 어둡고 조금 더 문명과 떨어진 곳에서 오로라를 발견하고자 알래스카 저 먼 북쪽 콜드풋(Coldfoot)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며칠을 기다렸지만 눈이 내리며 계속되는 흐린 날씨에 단 한 번도 오로라를 볼 수 없었다.

오로라라는 게 그렇다. 완벽하다고 믿는 장소로 간다고 하더라도 오로라가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나타난다고 해도 얼마나 멋진 오로라가 보일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주일 내내 못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며칠을 연달아 오로라와 만나기도 하니까 말이다.

운치 있는 통나무집과 난로, 그리고 눈으로 하얗게 둘러싸인 그곳은 전화도 안 터질 만큼 외지고 조용한 곳이었지만 내게 오로라를 허락하지는 않았다. 재미있게도 내가 오로라를 만난 곳은 그렇게 고생해서 찾아갔던 머나먼 외지가 아니었다.

알래스카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던 페어뱅크스, 바로 그곳이었다. 지금 호텔 뒷문 주차장 쪽에 오로라가 떴다는 오로라 콜을 받고 잠에서 깨어나 허둥지둥 담아내었던 오로라를 시작으로, 페어뱅크스 곳곳에서 오로라를 만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유명한 체나 온천으로 향하는 길의 한 계곡에서 담았던 오로라였다. 드넓고 시원하게 뻥 뚫린 하늘 위로 펼쳐진 오로라들의 움직임은,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절로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몇 시간을 그렇게 소리 없는 춤을 추던 오로라. 그토록 아름다운 빛을 매혹적임 움직임으로 뿜어내면서도 주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고요하다. 이보다 더 매력적인 침묵의 순간이 또 어디에 있을까. 추운 겨울밤의 어둠은 유독 더 외롭고 쓸쓸하다. 하지만 이 북쪽의 빛이 당신을 위해 준비한 춤은 상처받은 어떤 영혼의 외로움도 감싸안아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봄이 오면 알래스카의 다양한 볼거리도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갈색곰들처럼 기지개를 켜겠지만, 알래스카의 겨울밤이 지닌 이 비밀을 한 번이라도 접한 사람이라면 어서 다시 겨울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로라
여행수첩

국내 대부분 항공사가 앵커리지 직항을 운항하고 있다. 하지만 오로라를 보려면 조금 더 북쪽으로 가야 하기에 다시 비행기를 타고 페어뱅크스로 향해야 한다. 한국에서 시애틀을 거쳐 페어뱅크스로 가는 방식도 인기 있는 루트다. 페어뱅크스를 기반으로 하는 오로라 투어를 제공하는 회사가 매우 다양하니 자신에게 맞는 투어나 상품을 찾을 수 있다. 조금 더 자유를 원한다면 차를 렌트해 직접 밤마다 운전하며 오로라를 쫓아다니는 방법도 있다. 오로라는 대부분 10월쯤부터 3월까지 볼 수 있지만 겨울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하기에 최소 10일 정도 시간 여유를 주는 것이 오로라를 만날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