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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현 다카야마의 '후루이 마치나미' 거리.

'밥과 장어 양의 배분을 걱정하면서 주의 깊게 먹어 나가는 즐거움' 

'고독한 미식가'의 작가 구스미 마사유키가 장어덮밥을 두고 한 말이다. 

예약도 안 되고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만 2시간여. 짜증날 대로 날 때쯤 들어간 뒤 한입 씹었을 때의 그 행복감. 시간이 지날수록 밥과 장어가 줄어드는 그 아쉬움. 그 덮밥 하나를 먹으러 도카이에 갔다. 

일본 한가운데 자리한 주부(中部) 지방 여러 현 중에서 아이치현, 기후현, 미에현, 시즈오카현을 따로 떼어 도카이 지방이라고 부른다. 내륙 깊숙이 자리한 까닭에 일본다운 모습이 잘 보존돼 있는 이 지역은 우리가 자주 접하는 도쿄, 오사카, 홋카이도, 규슈와는 마주하는 풍경, 접하는 문화, 먹는 음식이 조금씩 결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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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덮밥 히쓰마부시
도카이 지방은 내륙 깊숙이 자리한 까닭에 일본다운 모습이 잘 보존돼 있어 흔히 아는 도쿄, 오사카, 홋카이도, 규슈와는 먹방 풍경이 확연히 다르다.

도카이 지역을 여행할 때 관문은 으레 주부공항이 자리한 아이치현 나고야다. 도카이 지역 여러 도시 중 그나마 우리 귀에 친숙한 도시다. 나고야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히쓰마부시'는 들어봤으리라. 밥 위에 잘 구운 장어를 올린 일종의 장어덮밥이다. 우리나라에도 나고야식 장어덮밥을 만들어 파는 식당이 여럿 있다. 히쓰마부시를 처음 시작한 집은 호라이켄이다. 메이지 6년(1873년)부터 만들어 팔고 있다. 히쓰마부시는 '나무 밥통'을 의미하는 '히쓰(櫃)'와 '섞다, 묻히다'라는 뜻의 '마부스(まぶす)'가 합쳐진 말로, 창업 당시 장어를 배달하던 나무 그릇이 자주 깨져서 깨지지 않는 나무로 그릇을 만든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 집은 장어를 3일 동안 굶겨서 요리하는데 이렇게 하면 장어 체내에 있는 불필요한 기름기가 쏙 빠지고 맛이 한결 담백해진다고 한다. 

먹는 방법도 따로 있다. 먼저 밥통 뚜껑을 열고 주걱으로 밥을 4등분한 후 한 부분씩 밥공기에 덜어서 먹으면 된다. 첫 번째는 그대로 먹고, 두 번째는 와사비, 파, 김을 넣어 먹고 그다음은 오차즈케로 먹는다. 그렇다면 마지막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한 번 더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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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의 특산 음식 닭날개 튀김 데바사키

나고야 사람들이 히쓰마부시 못지않게 사랑하는 음식은 데바사키다. 닭 날개 튀김으로 한국 치킨과는 달리 튀김옷이 얇고 후추와 소금을 잔뜩 쳤다. 처음 만든 곳은 '후라이보'인데 대중화시킨 곳은 '세카이노 야마찬'이다. 1985년 처음 문을 열었고 지금은 전국에 69개 지점을 내고 있다. 후라이보보다 간이 더 세고 더 짜다. 

나고야를 나와 찾은 곳은 기후현 다카야마다. 산간 지역이라 개발이 더뎌 일본에서도 옛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전하고 있다. 다카야마는 '작은 교토'라고도 불리는 '후루이 마치나미'로 유명하다. 400년 전 에도 문화와 교토 문화가 어우러진 역사 깊은 거리다. 

후루이 마치나미에서는 쇠고기 스시를 먹었다. 다카야마의 쇠고기인 히다규는 고베의 고베규, 마쓰자카의 마쓰자카규와 함께 일본 3대 명품 쇠고기로 꼽힌다. '사카구치야'라는 스시집은 히다규를 올린 스시를 만들어 엄청난 히트를 친 집이다. 밥 위에 토치로 살짝 익힌 히다규를 올린 후 소스를 발라준다. 언제나 줄이 길게 서 있다. 하지만 한번 맛보면 줄을 서서라도 먹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주카소바도 맛보자. 메이지 시대 중국에서 일본으로 라멘이 전해질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라멘이다. 국물이 맑고 면이 얇다. 다카야마역 앞에 자리한 관광안내소에서 지역 주카소바 리스트를 나눠준다. 

이세만과 접한 미에현은 해산물이 풍부한데 단연 유명한 것은 이세 새우다. 커다란 새우 같기도 하고 바닷가재 같기도 하다. '금닭새우'라고도 불린다. 시세도 바닷가재보다 훨씬 비싸다. 바닷가재가 5만원 정도 한다면 이세 새우는 7만원 정도 한다. 시내 이자카야에서 회로 먹을 수 있는데 비싸지만 작심하고 맛볼 만하다. 산지이다 보니 대도시에서보다 훨씬 좋은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구하기도 어렵다. 1년 살이라 수입하기가 어렵기 때문. 살이 쫄깃한데 씹을수록 달고 진한 맛이 우러나온다. 

도카이 미식 여행은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에서 마무리했다. 일본에서 교자로 가장 유명한 도시다. 데바사키가 나고야 사람들의 솔푸드라면, 교자는 하마마쓰 사람들의 솔푸드다. 하마마쓰에는 교자를 파는 가게만 300개가 넘는다. 교자학회가 있을 정도로 하마마쓰 사람들의 교자 사랑은 각별하다. 하마마쓰의 연간 교자 소비율은 일본 최고 수준이다. 1953년 창업한 '교자노 이시마쓰'는 포장마차처럼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지금은 3대 사장까지 이어지면서 하마마쓰 최고 교자 회사가 됐다. 하마마쓰 교자는 보통 교자보다 만두피가 얇고 만두 속에 배추와 부추 대신 돼지고기, 양배추, 양파가 든 것이 특징이다. 삶은 숙주나물도 함께 나온다. 

[도카이(일본) = 최갑수 여행작가]


사누키 우동의 고장 '다카마쓰'

나카노 우동학교에서 선생님 지시에 따라 반죽을 미는 학생들.
나카노 우동학교에서 선생님 지시에 따라 반죽을 미는 학생들. / 하성기 조선닷컴 미디어취재 일본팀 기자

가가와현의 중심인 다카마쓰는 나오시마섬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들러야 하는 소도시다. 인천공항과 직항으로 연결된 다카마쓰 공항이 있고, 나오시마 여객선이 출발하는 다카마쓰 항구가 있다.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다카마쓰에서 수돗물을 틀면 우동 국물이 나온다는 우스갯말이 있을 정도다.

리쓰린 공원에서 뱃놀이 해볼까?

리쓰린 공원은 일본 최대 규모의 정원으로 알려져 있다. 1000그루 넘는 소나무들로 둘러싸인 여섯 개의 연못과 언덕을 교묘하게 배치한 이 공원은 '한 걸음마다 하나의 풍경(一步一景)'이란 말이 있을 만큼 사계절마다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놓쳐선 안 될 두 가지 즐거움이 있다. 정원 한복판 널따란 다실(茶室)에서 떡을 곁들인 말차를 마시며 절경을 즐기는 것이 첫째다. 연못에서 뱃사공이 노 젓는 배를 타는 것이 두 번째 낙(樂). 호사가 따로 없다. 입장료 410엔.

일본 우동
나카노 우동 학교를 아세요?

우동학교는 다카마쓰의 또다른 명물이다. 사누키 우동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의외로 어렵다. 반죽 만들다 실패해 꾸지람 듣는 '학생'들이 여럿이다. 쫄깃한 면발의 비결이 반죽에 있으니 손으로 주무르다 못해 발로 밟아야 할 정도다. 힘내라고 괴짜 선생님이 댄스곡까지 틀어준다. 국수 길이와 너비도 자로 잰 듯 맞춰야 하니 정신줄 놓으면 큰일 난다. 직접 만든 국수 가락을 펄펄 끓는 육수에 넣어 건져 먹는 맛이 일품이다. 우동 학교 체험은 홈페이지(www.nakanoya.net)로 예약하면 된다. 1인당 1500엔.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700엔 미만의 맛집

따끈한 녹차를 곁들인 만두 고주반

나쓰메 소세키 등 일본의 유명 작가들에게 사랑받은 동네 ‘카구라자카’는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복원된 동네의 모습이 비교적 그대로 잘 간직되어 있다. 게이샤가 종종걸음 쳤을 법한 좁다란 골목길, 오래된 동네 목욕탕, 인도를 따라 낙엽을 흩뜨리던 가로수가 동네 분위기를 특별하게 만든다. 근처에 프랑스 국제학교가 있어서 초등학교가 파하는 시간에는 화보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예쁘장한 프랑스 아이들이 책가방을 멘 채 엄마의 손을 잡고 지나간다. 서울로 치면 프랑스인이 많이 살고 있는 서래마을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동네에는 다른 어느 곳보다 프렌치 레스토랑이 많은 편이다.

세련된 프렌치 레스토랑이 즐비한 곳에서 사람들이 길게 선 줄을 따라가 보면, 의외로 ‘고주반五十番’이라는 만둣집을 만날 수 있다. 아이 얼굴만한 왕만두를 빚는 중국식 만둣집이다. 카구라자카의 중앙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고주반’을 두 번 만날 수 있는데, 하나는 길게 줄을 섰다가 ‘테이크아웃’해 갈 수 있는 그야말로 로드 숍이고, 다른 하나는 직접 테이블에 앉아 먹고 갈 수 있는 작은 카페 형태의 음식점이다.

여행차 들르는 이방인 입장에서는 ‘테이크아웃’으로 만두를 사는 것보다는 제대로 따끈하게 쪄낸 만두를 카페에 앉아서 먹고 가는 편이 더 반갑다. 좁고 아담한 구조의 ‘고주반’은 입구의 쇼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주방과 두어 개의 테이블이 전부다. 화장실이 위치한 2층에는 작은 테이블이 몇 개 더 있지만 사람들은 주로 1층에 앉아 조용히 먹고 바로 일어나는 편이다.

이곳의 메뉴 중에서는 ‘세트 메뉴’가 합리적인데, 늘 700엔 전후의 두 가지 메뉴를 준비해둔다. 하나는 왕만두와 차, 다른 하나는 두 가지 맛의 미니 만두와 차다. 고기만두 하나를 배불리 먹을 것이면 전자를, ‘고주반’에서 만드는 맛을 적어도 하나 이상 맛보고 싶다면 후자를 택하면 되겠다. 작은 쟁반에 오밀조밀 담겨 나오는 모양새도 예쁘고, 일하는 사람들도 무척 친절하다.


고주반 五十番
ADD
 신주쿠구 가구라자카 3-2 新宿? 神?坂 3-2
TEL 03-3260-0066
OPEN 월~토요일 08:30~23:00 ㅣ  일·공휴일 08:30~21:00  
SITE www.50ban.com
MENU 교자(ギョウザ 만두) 5개 600엔,  하루마키(ハルマキ 춘권) 6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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