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현을 요동치게 만드는 슬픈 노래 파두의 나라. 세계로 수출되는 독하고 달콤한 포트 와인의 나라. 바스코 다가마의 대항해의 시대를 열어 16세기의 ‘슈퍼파워’였던 나라. [눈먼 자들의 도시]로 눈 뜬 자들을 숙연하게 만든 주제 사라마구의 나라. 그 포르투갈이 품은 마법의 성 신트라.

옛 영광의 흔적들이 한가득

830km에 이르는 해안선을 지닌 포르투갈은 늘 바다를 지켜보고, 바다로부터 영감을 얻고, 바다를 통해 세계로 나아갔다. 수도 리스본에서 북서쪽으로 28km 지점의 작은 도시 신트라에서도 바다는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신트라는 포르투갈이 바다를 통제함으로써 획득한 식민지의 수탈로 이루어진 영광이다. 신트라-카스카이스 자연공원(Parque Natural de Sintra-Cascais) 안에 깃든 신트라는 시인 바이런이 ‘찬란한 에덴’이라고 불렀을 만큼 옛 영광의 흔적들이 가득하다. 바이런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채로운 산과 계곡으로 이루어진 미궁들의 중재자’로서 녹음이 우거진 숲 속에 옛 왕궁인 신트라 성과 노이슈반슈타인성의 모델이 되었다는 페냐성, 아름다운 정원 몬세라테 등 독특한 정취가 가득하다. 타고난 자연환경과 인간이 만든 건축물 사이의 향기로운 조화로 인해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신트라는 초기 이베리아인들의 컬트 예배의 중심지였고, 북아프리카 무어인들의 정착지였으며, 중세에는 수도사들의 은둔처였으며, 19세기에는 유럽의 낭만주의 건축의 교두보였다. 정형을 벗어난 궁궐과 성채, 기괴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대저택, 돌이 깔린 좁은 골목과 파스텔 색조의 건물들이 깊고 울창한 숲 곳곳에 숨어 있어 보물찾기 하듯 둘러보기 좋은 마을이다.

무어 성에서 내려다보는 신트라 왕궁의 모습.

상상력을 발동시키는 볼거리들

수도 리스본에서 기차를 타고 45분 남짓 달려오면 신트라 역이다. 신트라-빌라라 불리는 구시가의 알라메다 볼테 도 두쉐(Alameda Volte do Duche) 도로를 따라 10여 분 남짓 남서쪽으로 걸어 내려오면 신트라 왕궁이다. 거대한 원뿔 모양의 흰색 굴뚝 두 개가 우선 눈에 띈다. 8세기 무어인들이 지은 성은 15세기 초에 호아오 1세(Joao I)에 의해, 16세기에는 마누엘 1세(Manuel I)에 의해 현재의 모습으로 증축되었다. 긴 세월에 걸쳐 증축과 개축을 반복해온 만큼 무데하르, 고딕, 르네상스, 마누엘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 신트라 성은 리스본의 더위로부터 탈출하거나 사냥을 위해 왕실 가족들이 머물던 곳이다. 이 성의 최대 볼거리는 푸른색 장식 타일 아줄레주로 장식된 벽. 포르투갈 왕실의 역사들이 그림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무기들로 가득 찬 ‘무기의 방’보다는 부리에 ‘영원’이라고 적힌 두루마기를 문 까치로 장식된 ‘까치의 방’이나, 백조로 가득한 ‘백조의 방’, 원뿔형 굴뚝을 품은 부엌 같은 곳이 둘러보기에 마음 편하다.

엉뚱하고 기괴한 상상혁이 발휘된 킨타다레갈레이라의 건물

샘터의 타일 장식

신트라 성을 나와 다시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킨타다레갈레이라(Quinta da Regaleira)를 향해 걷는다. 20세기 초반 신마누엘린 스타일로 지어진 빌라와 정원으로 엉뚱하고 기괴한 상상력이 발휘된 곳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무대 디자이너에 의해 조성된 이곳은 정원을 따라 수로와 연못, 지하 동굴, 터널과 땅굴 같은 장난스러우면서도 음침한 공간이 이어진다. 템플 기사단, 프리메이슨, 연금술 같은 신비주의의 상징들로 가득 찬 공간으로 비명을 지르며 내달리는 공주와 마주칠 것만 같은 원형의 나선계단, 중간계에서 잡혀온 요괴들이 갇혀 있을 것 같은 비밀스런 땅굴 등을 둘러보며 상상력을 발동시켜보자.

발랄한 상상력의 공간들

킨타다레갈레이라의 기괴하고 무거운 상상력을 즐겼다면 이번에는 발랄한 상상력이 발휘된 공간을 찾아 나설 차례. 다시 신트라 궁전 앞으로 돌아와 붐비고 가파른 주요 도로를 피해 차량의 흔적이 뜸한 마레찰 살다나(Rua Marechal Saldanha) 거리를 따라가자. 타일 장식이 예쁜 약수터의 옆길로 진입해 ‘GR11'이라고 적힌 표시를 따라 걸으면 된다. 무어성까지 이어지는 4km 남짓한 길은 신트라의 아름다움을 고즈넉하게 즐기며 걷는 산책로다. 산타 마리아 교회 앞으로 난 길을 따라 뱀처럼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 올라가면 무어인들의 성(Castelo dos Mouros). 해발고도 450m의 산중턱의 성은 7세기 무렵 이슬람 세력 무어인들에 의해 지어졌으나 12세기에 기독교 세력에 의해 점령당하고, 15세기 이후 잊혀져 폐허로 남은 유적지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땀을 씻으며 신트라와 리스본의 전망을 즐기자.

무어인들의 성에서부터 200m 남짓 올라가면 페나 공원(Parque da Pena). 연못과 울창한 나무와 3,000여 종의 이국적인 식물들이 가득한 공원이다. 공원의 정문을 지나면 곧 페냐성(Palacio Nacional da Pena).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던 16세기의 수도원을 페르난도 2세(Fernando II)가 여름철 궁전으로 개축했다. 산꼭대기에 우뚝 솟아 있는 궁은 이슬람·르네상스·마누엘·고딕 양식이 어우러졌다. 이성보다 감성을 추구하는 낭만주의 건축의 특징을 담뿍 담고 있다. 밝은 파스텔 색과 정형성을 벗어난 궁궐의 구조는 백설공주가 일곱 난쟁이들을 데리고 살았을 법한 공간의 느낌을 준다. 궁전의 내부는 마지막 왕비 아멜리아 왕비가 떠난 1910년의 모습대로 남아있다.

깊고 울창한 신트라의 숲 곳곳에 숨어 있는 성과 궁전, 대저택과 정원을 둘러보노라면 그 옛날 이곳의 주인이었던 이들의 탄식소리며 웃음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올 것만 같다. 영광의 날들을 추억하며 잠든 숲 속의 미녀는 언제쯤 깨어날 수 있을까.

7세기 무렵 무어인들에 의해 지어진 무어성.

코스 소개
신트라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북서쪽으로 28km 떨어진 인구 2만 명의 작은 도시다.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가 빼어난 마을로 울창한 숲에 둘러싸였다. 신트라 왕궁, 킨타다레갈레이라, 무어인들의 성, 페냐성을 걸어서 둘러본다면 한나절이면 족하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킨타 레갈레이라에서 서쪽으로 왕복 7km 지점인 몬세라테 공원까지 걸어보자. 신트라에서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20km 남짓 가면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 로까곶. 이곳의 기념비에는 16세기의 포르투갈 시인 루이스 데 까몽이스의 싯귀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가 새겨져 있다.

찾아가는 법
포르투갈까지의 직항편이 없으므로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등을 경유해 리스본으로 간다. 리스본의 로시오 역에서 신트라역까지는 기차로 40분 남짓 소요된다.

여행하기 좋은 때
전형적인 해양성 기후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1년 내내 여행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단, 8월은 포르투갈 국민들의 일제 피서시기이므로 가급적 피하는 편이 좋다.

여행 Tip
월요일에는 페냐성을 비롯해 문을 닫는 곳이 많다. 월요일을 피하자. 신트라에는 위에 소개된 곳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당일치기로 리스본에서 다녀가지만 신트라에 머물며 곳곳을 둘러보자. 카푸초스 수도원, 몬세라테 공원, 현대 미술관도, 장난감 박물관도 가볼만 하다. 축구 스타 호나우두의 집도 신트라에 있다.

포르투의 오전 어느 때, 거리엔 비가 흩날리고 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잿빛 하늘이 조금은 공허한 느낌이다. 하지만 상벤투역에서 보게 된 파란색 타일(Azulejo)이 흐리던 포르투의 첫인상에 선명한 색깔을 어느 정도 되찾아 준다. 한적한 역 안의 사람들, 벽면을 가득 장식한 우아한 고전 그림들 모두가 시간과 날씨 감각을 조금씩 무뎌지게 한다.

포르투 도시 전경-주황색의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이색적이다.

비가 그치고 되찾은 포르투의 색깔

역 밖의 날씨는 조금 쌀쌀하지만, 아기자기한 색채가 가득한 고풍스러운 거리는 오히려 아늑함을 선사한다. 역 맞은편으로 나와 구시가 지역을 거닐다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을 따라간다. 언덕 위에 올라 거칠어진 숨을 잠시 고르고 나면, 포르투 대성당을 만난다. 이곳의 정식명칭은 클라라성당(Igreja de Santa Clara)이지만, 포르투에서 가장 큰 성당이기 때문에 대성당(Se do Porto)이라고 부른다.

12세기에 건축된 대성당의 정면은 마치 요새처럼 튼튼해 보인다. 입구 앞 엔히크 왕자의 청동 기마상은 곧게 올린 창만큼이나 기세 좋게 이곳을 지키고 있는 느낌이다. 우뚝 솟은 두 개의 탑은 언덕 위에서 도시 전체를 수호하는 듯하며, 곳곳에 있는 성인(聖人)상들과 오랜 전통의 문양들은 그러한 대성당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해주는 것 같다. 엄숙함이 깃든 바로크 양식의 대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비단 종교인이 아닐지라도 사뭇 진지함이 감돌게 된다.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오래된 촛대들, 기도를 드리는 곳곳의 사람들을 뒤로 하고 서둘러 성당을 나온다.

대성당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비는 그쳐 있다. 언덕 아래로 길게 펼쳐져 있는 도루강(Rio Duoro)과 도시를 이루고 있는 주황색과 파스텔 톤이 어우러진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야 항구도시 포르투가 온전한 색깔을 되찾은 듯하다. 포르투갈 제2의 도시로 알려진 포르투는 낯설지만 따뜻한 색깔이 어울리는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이다. 은은한 색감과 더불어 차츰 파랗게 되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구 시가지를 따라 내려간다.

포르투 대성당에 오르는 길 - 포르투에는 평지가 많지 않으며, 언덕길이 많다.

대성당 두개의 탑 - 탑 앞으로 나오면, 포르투 거리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투박하지만 서민적인 소소함이 매력

포르투라는 도시를 규정하는 말에 ‘화려함’이라는 말이 있을까.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이 행정수도라면, 포르투는 경제수도의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포르투는 화려함 보다는 소소한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조금은 투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거리와 건물들이 오히려 특별하게 다가온다. 조그마한 골목길을 걷고,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들을 바라보는 시간들이 전혀 아깝지가 않다.

포르투는 여느 도시를 여행할 때와는 달리, 여행지를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조금은 비껴난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주황색 지붕들과 흰 벽의 조화가 만들어낸 거리들은 마치 동화 속 마을에 서 있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파스텔 톤으로 그려진 거리의 풍경은 포르투갈이 가지는 서민적이고도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대도시에서만 살아왔다면, 그립기까지 할 소박한 도시의 소소한 풍경들….

다른 대도시에 비해 비교적 크지 않은 포르투를 다 돌아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엔히크 왕자의 마을(Vila do infante), 성(聖) 프란시스쿠 성당(Igreja de Sao Francisco), 볼사 궁전 등 포르투 내에도 봐야할 명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조급한 마음을 억누르고, 언덕길을 내려가 강변에 있는 의자에 앉아 포르투의 가장 큰 명소 도루강을 바라본다.

카이스 다 리베이라(Cais da Ribeira)라고 부르는 이 지역에는 하늘을 기세 좋게 날아다니는 갈매기들과 조용한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다정해 보이는 연인들 몇몇만이 보일 뿐 비교적 한적하다. 항구에 메어있는 작은 유람선들과 유유히 강가를 흐르고 있는 멋스러운 곤돌라를 보면, 항구도시의 면면이 여실히 드러난다.

루이스 다리를 건너 향긋함을 머금다

노천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맥주를 한 잔 하고 나서, 이동한 곳은 바로 루이스 다리(Ponte Luiz I). 포르투에는 총 5개의 다리가 있는데, 철골로 이루어진 아치형의 이 다리는 포르투를 상징하는 심벌이기도 하다. 2개의 복층으로 이뤄진 다리 중 아래에는 자동차가 다니고, 위쪽에는 트램이 다니고 있다. 트램을 타고 다리를 건널까 생각해보지만,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다리 위를 건넌다. 온전히 철골로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트램이 옆으로 지나갈 때면 다리가 흔들거리는 것이 느껴져 오싹한(?) 느낌이 더해진다.

루이스 다리-2층으로 된 다리로 밑에는 자동차, 위에는 트램이 다닌다.

구시가지 지역을 뒤로 하고, 루이스 다리를 걸어 도루강을 건너면 포트와인 생산의 중심지역인 빌라 노바 데 가이아(Vila Nova de Gaia) 지역을 만나게 된다. Port 혹은 Porto라 불리는 포르투 지역의 와인은 프랑스의 샴페인처럼 상표가 보호되고 있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도루강변에서 보았던 작은 돛을 매단 배들은 와인 통을 운반하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고 한다.

이곳에는 저가 와이너리 투어와 와인 시음 프로그램이 가득해 와인 애호가들의 환심을 살만 하다. 포르투에서 유래한 포트와인의 오랜 역사와 와인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와인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이곳의 와인을 한 번 맛보면, 쉽게 그 향과 달콤함을 잊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경제위기를 겪고도, 묵묵하게 살아가고 있는 포르투갈, 그리고 포르투 사람들의 소박하고도 서민적인 삶은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모두가 최신식 물건과 첨단시설에만 열광하고 있는 요즘, 과거로 회귀한 듯한 포르투의 투박함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전세계의 수많은 여행명소들도 물론 소중하지만, 이곳에서 느끼는 과거의 향수는 애틋함을 넘어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 주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다시 한 번 언덕에 올라 포르투의 전경을 마음 속 한가운데에 깊숙이 담아두어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소중한 과거의 추억이 될지도 모를 테니까….

가는 길
현재 포르투를 포함해 우리나라-포르투갈 직항편은 없기 때문에 보통 프랑스나 독일, 스페인 등 주변 유럽 국가를 경유해서 간다. 포르투 공항에서 메트로를 타면 상벤투역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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