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찾으려다 사랑에 빠지다'뻔한 스토리? 그래도 매력적인 소재인걸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첫사랑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나는 단연코 후자다. 그런데 나로 말하면, 내 첫사랑은 예기치 않게 '인간극장'에 등장했었다. 그것도 자신의 부인과 함께. 아이도 두 명 있었다. 나는 그가 지방 어디에서 무슨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사는지, 심지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그의 부모님의 얼굴까지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15년 만이었다. 내 첫사랑의 판타지는 그렇게 박살났다. 그의 자글자글한 눈 밑 주름과 출렁이는 배를 봐버렸으니 어쩐다. 맙소사! 나는 그의 아내가 아이에게 수유하는 장면까지 봐버렸다.
고백하면 나는 첫사랑 타령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싫다. '겨울연가'니 '가을동화'니 내 취향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어떤 특별한 공간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도 한다. 이유 없이 열병에 시달리게 하고, 걸신들린 것처럼 두리번거리게도 한다. 특별한 공기, 날씨, 태양의 빛, 향신료, 독특한 억양의 언어들은 사람의 '외로움'을 더욱 기울게 해, 다른 사람에게로 흘러가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더군다나 그곳이 서걱대는 모랫바람이 부는 사막 한가운데의 도시라면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인도의 '라자스탄'이 그런 곳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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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질척한 음식을 인도인처럼 젓가락 아닌 손가락 끝으로 휘저어 빨아 먹다 보면 누구라도 본능에 더 충실해질 것이다. 그림자조차 말라버린 오후 두 시의 땡볕, 나무며 사람들이며 겨우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뜨거운 도시에 앉아 멍하게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쳐다보면 몸에 난 구멍들 사이로 뭔가 줄줄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 것이다. 나는 인도에서 대책 없는 사랑에 빠진 남녀들을 참 많이도 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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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찾기'는 인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뮤지컬 무대감독인 서지우는 인도에서 만난 김종욱을 잊지 못해 '첫사랑 찾기 사무소' 한기준에게 사람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밑도 끝도 없이 이름 하나 가지고 사람을 찾자니, 두 사람은 이름이 비슷한 김종묵을 찾기도 하고, 축구 선수 김종욱이나 출가해 머리를 깎은 김종욱을 찾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리고 그런 우여곡절 끝에 한기준과 서지우는 '김종욱'을 매개로 자신들이 진짜 서로의 인연이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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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르크 파라시의 '마지막 첫사랑'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기억하라. 세상 모든 사랑은 첫사랑의 상처였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라. 세상 모든 사랑은 첫 사랑의 유적들이었으니." 김종욱을 찾다가 김종묵이나 김종육이나 김종혁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이들 역시 모두 '김종욱'의 변형들이 아닌가. 첫사랑이란 좋든 싫든 그런 황당한 존재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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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찾기: 인도네시아에 여행가겠다는 고객들에게 '쓰나미'를 경고할 정도로 고지식한 여행사 직원 한기준은 좀 더 뜻깊은 일을 하고자 사표를 쓰고 '첫사랑 사무소'를 연다.
아버지에게 끌려 '첫사랑 사무소'의 고객이 된 서지우. 하지만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라곤 첫사랑의 이름 석 자인 김종욱뿐이다. 동명 뮤지컬 연출자이자 작가인 장유정 감독의 첫 번째 영화 연출작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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