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오브조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 것이라 여겼는데, 요즘 젊은 세대들 중에는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1992년에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라서, 이미 20년이나 가까이 된 영화인걸 생각하면, 모른다고 해도 그리 이상할 일도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있을 만한 영화가 바로 '시티오브조이'다. 미션과 킬링필드 등의 수작들로 이미 아카데미상을 탔었던 롤랑조페가 메가폰을 잡았던 영화라고 하면 도움이 될 듯. 나는 이 영화를 한참 후인 30살이 되기 직전에 봤다. 그러나 학창시절, 길에 보았던 인상적인 포스터는 그 전부터 머리 속에 남아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시티오브 조이만큼 내게 인도에 대해서 잘 가르쳐준 영화나 책은 없었다.
하지만 영화가 나왔을 당시엔, 영화 내용은 고사하고, 인도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중동으로 가는 길목의 거대한 나라, '인더스 문명의 태고지'라고 들어만 봤을 뿐, 얼마나 깊은 역사를 가진 나라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과 많은 종교, 많은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인지 조차 전혀 알지 못했다. 국제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진 지금도 밸리댄스라든지, 요가 등 수출용으로 상업화된 인도의 문화에서부터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 그리고 관광 책자에 나오는 타지마할의 아름다운 사진을 통해서 사람들은 인도를 피상적으로 접하지 않는가.
- ▲ 테레사 수녀님이 잠드신 Mother house. ⓒ 이형수
어느 나라나 그렇겠지만, 인도는 가보기 전에는 이야기 하기가 특히나 힘든 나라다.
마음과 영혼으로 느껴야 되는 나라라고도 얘기한다. 그런 인도로 가는 이는 누구나, 통상적으로 인도의 3대 메가시티 중 하나에 착륙해서 가게 되는데, 그 메가시티란 델리, 뭄바이, 그리고 꼴까따(구,캘커타)다.
이 씨티오브조이의 배경이 바로 그 사람 많은 메가시티 중에서 제일 지저분하고 가난한 도시로 알려진 꼴까따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꼴까따는 테레사 수녀가 말기 환자(나병 환자)를 위한 요양소를 비롯한 많은 선행을 한 곳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바로 이 꼴까따가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도시로 비춰진다. 가뭄이 흉년을 불러온 비하르(bihar)지방의 평범한 농부 하사리 팔(Hasari Pal)이 가난과 소작농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아내와 아들둘 딸하나를 데리고 무작정 웨스트 벵갈 최대의 도시인 꼴까따로 향한다. 하지만 그 꼴까따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성공의 꿈이 아니라, 그들과 똑같은 처지의 수많은 빈민과 사기꾼, 가진자가 부리는 권력의 횡포 등. 그들이 순박한 시골에서 보지 못했던 인간들의 온갖 추한 모습과 삶의 치열함이었다. 그런 잔인한 현실에 부딪혀 갈 곳을 잃고, 길 바닥에서 한 가족이 여러 밤을 지새는 동안, 하사리가 어렵게 얻은 직업이 바로 릭샤왈라.
※ 릭샤왈라 : 인력거 또는 영화에서 human horse(인간말)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 ▲ 미국에서 의사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무작정 인도로 온 '닥터 맥스'분의 패트릭스웨이지가 인력거인 릭샤뒤에서 환호하는 모습. 릭샤왈라인 하사리 팔과 닥터 맥스의 우정을 그리는 장면. ⓒ 이형수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거리 위를 쉴새 없이 달려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아야 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이 릭샤는 주변 빈민들을 불러모으는 거대한 메기의 입 같은 꼴까따의 치열한 삶,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꺼지지 않는 에너지 전체를 상징하는 심볼이 된다. 주인공인 하사리는 매일 뼈가 쑤시는 고통과 결핵에 걸리는 와중에서도 릭샤로 버는 푼돈을 모아, 딸인 암리타를 시집 보내겠다는 희망으로 살아간다.
※ 원판 책을 읽어보면, 당시 웨스트벵갈과 비하르 지방에서는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서는 Dowry(결혼 지참금)가 필요한데, 딸을 시집 못 보내는 것만큼 아버지로써 불명예는 없다고 한다.
사실, 이 시티오브조이는 단순히, 릭샤왈라(인력거꾼)과 닥터맥스라는 사람의 드라마 이상의 가치가 있다. 영화에서는 극적인 장면만을 하이라이트 하기 위해, 책 내용중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지만, 원판인 책은 마치 인도를 소개하는 교과서가 따로 필요 없을만큼 많은 문화가 맛있는 양념처럼 가미되어있다. 저자인 도미닉 라피에르는 십수년동안 꼴까따와 인도에서의 경험과 릭샤꾼들과의 인터뷰로, 이 책을 완성했다. 하사리 팔이나, 그 주변인물들이 소설 속 인물이지만, 그 책의 스토리는 허구가 아니라, 그가 보고, 경험했던 인도인들의 삶 그 자체였다.
영화도 수작이지만, 원판인 책은 영화에서 언급되지 않은 세세하고 가슴 짠한 얘기들이 훨씬 더 많은 수작이므로, 한번씩 다 읽어보길 권유한다.
- ▲ 꼴까따에 와서 처음 찍은 사진, 빈 릭샤를 끄는 릭샤왈라가 보인다. ⓒ 이형수
여행자거리인 Sudder St.와 주변 시장에서 특히나 많이 볼 수 있는데, 현재 관광상품이 아닌 생계형 인력거꾼은 이곳 꼴까따만이 유일하게 남아있다고 한다. 사실 꼴까따에서는 교통체증으로 인력거의 수를 줄이고 있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이 될지 모를 일이다.
- ▲ 비오는 날 sudder st의 릭샤, 릭샤는 그들에게 우산이며 집이다. ⓒ 이형수
사실 인도에는 그날 벌지 못하면, 말 그대로 내일의 먹을거리를 걱정해야 되는 사람이 많다. 많은 릭샤왈라들도 그런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마저도 그들이 건강하게 뛸 수 있을때까지라는 것.
- ▲ 꼴까따의 도로는 차와 릭샤,오토바이뿐아니라 소, 염소 등의 통로이기도 하다. ⓒ 이형수
인도에서는 단 몇 푼의 바가지에 열을 올리기 보단, 그 경험으로 우리 일상에서는 느껴보지 못하는 그들 만의 삶 속에서 볼 수 있는 매순간 치열함을 느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 ▲ 외모로 보기엔, 노인정에 있어야 할 분들이 릭샤를 끄시기도 한다. 하지만 고생을 해서 그런지 외모로 보이는 것 보다는 나이가 대부분 적다. ⓒ 이형수
- ▲ ⓒ 이형수
꼴까따에 온 이후, 나는 며칠동안 릭샤에 넋을 잃고 있었다. 저 큰 바퀴 위로 어떤 사연을 짊어지고, 달리고 있을까? 뒤에 탄 승객이나, 짐이 아무리 무거운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삶의 굴레와 사연들만큼 무겁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저 사람들은 가족이 있을까? 영화처럼 가족을 홀로 먹여살리고 있을까? 몸에 병은 없을까? 잠은 어디에서 잘까?
- ▲ (좌) 릭샤는 비를 피하게 해주는 쉘터고, 씨에스타를 위한 침대이기도 하다. (우) 릭샤왈라에게 다리를 다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나쁜 소식이다. 다리를 다쳐, 일을 못하게 된 릭샤왈라와 그를 대신해서 일하는 친구. ⓒ 이형수
그것은 근거리를 택시보다 싸고, 빠르게 갈 수 있다는 장점뿐아니라, 거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의 치열한 삶 속에서 묻어나는 인간미, 정감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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