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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일본

일본 : 아오모리_14개의 청정 폭포요정 숨결 들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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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본섬 최북단의 아오모리(靑森)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만난 한 20대 일본인 여성은 "아오모리 공기는 온종일 얼굴이 유분으로 번들거리지 않을 만큼 상쾌하다"고 했다. 이 말 때문이었는지 아오모리에 발을 딛는 순간, 마치 대형마트의 채소 냉장 코너에서 나오는 신선한 증기를 쐰 기분이 들었다.

하치노헤시 항구에서 가까운 가부시마섬에 있는 신사 입구. / 아오모리현관광청 서울사무소 제공
한여름 서울이나 도쿄처럼 후텁지근하지 않고 선선한 도시, 세계 최대 너도밤나무 원생림이 있고 노송나무와 떡갈나무·참나무가 빽빽하게 자라는 곳, 일본 최대 사과 생산지로, 마트에 진열된 사과 주스만 신맛·단맛·묵직한 맛 등 수십종인 아오모리를 여행했다.

도와다시에 있는 오이라세 계곡은 아오모리의 맑은 공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해발 400m에 있는 도와다호에서 흘러나온 물이 만든 계곡이다. 14㎞ 길이에 이르는 울창한 숲에서 14개의 다양한 폭포를 구경할 수 있다. 일본인들은 이곳을 '일본 최고의 산책로' '교토에 이어 다시 찾아오고 싶은 여행지 2위'로 꼽는다고 한다.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툭툭 떨어졌다. 바닥은 깨진 유리조각을 뿌려놓은 것처럼 반짝거렸다. 하얀 거품을 내며 쏟아지는 폭포 주변에는 열대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양치식물이 천지에 널려있다. 밥풀 모양, 아기손 모양을 한 식물과 희귀한 야생화들을 쉽게 지나치기 어려웠다.

산책로 끝에는 20만년 전 화산 분화로 생긴 도와다호가 기다리고 있다. 깊이가 326.8m나 되는 웅장한 호수다. 물결은 고요하거나 잔잔하기보다는 힘차게 일렁였다. 여기서 50분짜리 유람선을 타거나 카누 투어를 해도 된다.

숲속 요정이 튀어나올 것 같은 오이라세 계곡만큼이나 기묘한 곳이 하치노헤시 항구에서 가까운 가부시마섬이다. 아담한 가부시마 신사 주변에 괭이갈매기 4만여 마리가 "왱왱" 울며 서식하는 곳이다. 계단과 철조망, 잔디, 신사 지붕, 마당을 가리지 않고 갈매기떼가 앉아 모이를 쪼고, 새끼를 돌보고, 울어대거나 똥을 눈다.

이곳 괭이갈매기는 사람을 봐도 놀라서 피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가부시마 신사에서는 "갈매기와 섬사람들 간에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사에서는 갖고 있는 주식을 오르게 해주고 돈을 벌게 해준다는 '오마모리' 부적을 팔고 있다. 갈매기 똥을 맞으면 행운이 깃든다는 미신도 있다. 갈매기들은 해마다 2~8월 이곳에 머문다.

아오모리 서부에 있는 히로사키시는 일본 최대 사과 생산지다. 일본 전체 사과 생산량의 20%를 차지한다. 시내 곳곳이 온통 사과 모양으로 장식돼 있다. 히로사키에서는 '딱딱하고 신맛이 나는 사과'를 좋아해야 사과 마니아로 쳐준다고 한다.

아오모리에는 빼놓지 말고 들러봐야 할 미술관이 두 곳 있다. 사과 농장 근처에는 샤갈의 초대형 작품, 나라 요시토모의 설치미술작품 등이 있는 '아오모리현립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도와다시에는 구사마 야요이, 국내 작가 최정화의 작품 등이 볼거리인 '도와다시현대미술관'이 관광객들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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