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 남서부 알레치 빙하
태고의 신비를 품은 빙하 트레킹

사계절을 넘나드는 스위스의 트레킹 코스 세 번째는 태곳적 신비함이 숨겨진 빙하 트레킹으로 이어진다. 오두막에서 잠을 청하고, 새벽길을 재촉해 둘러보았던 알레치 빙하 트레킹.

알레치 숲으로 들어가는 초입.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숲에 대한 안내판을 꼼꼼히 확인하는 트레커들.
“수만 년 동안 빙하가 녹고 얼면서 만들어진 알레치 숲과 리더알프지역. 만 년 전에는 빙하가 더 높은 위치에 있었지만 로마시대부터 서서히 녹기 시작했고, 지구 온난화로 이곳 빙하도 급격히 녹아 사라지고 있다.”

산 위의 빙하는 생각처럼 눈부시도록 하얀 존재가 아니었다. 흙이 뒤섞여 흐르고 있는 살아있는 존재였다.
발레 칸톤(주에 해당)은 마터호른뿐만 아니라 알프스 최대 규모의 빙하가 있어 ‘알프스의 심장’이라 불린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이자 유럽에서 가장 긴 알레치 빙하(Aletsch Glacier). 때묻지 않은 빙하의 신비로운 절경을 감상하는 하이킹 코스도 잘 발달되어 있다.

빙하가 녹은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산 중턱에도 남아있다.
아트 퍼러 씨의 안내로 알레치 빙하 트레킹에 참여했다.

고즈넉한 숲을 천천히 걸으며 빙하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알레치 숲길을 권한다. 희귀 생태지역으로 보호받고 있는 알레치 숲에서부터 빙하의 끝부분을 둘러보는 코스다. 알레치 숲이 시작되는 리더푸어카(Riederfurka)로 가기 위해서는 뫼렐 기차역에서 산악 케이블을 타고 ‘산동네’ 리더알프(Riederalp)로 이동한 뒤, 산길을 30분간 더 올라가야 한다.

알레치 숲으로 난 작은 오솔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롤라 파인(Arolla Pine). 눈의 무게 때문에 혹은 산사태로 쓰러진 나무는 치우지 않는다. 인간은 자연에게 아무런 행위도 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 별다른 등산로도 없다. 옛사람들이 천 년 동안 걸어 다져진 통로를, 그대로 1930년경에 등산로화 했다. 나무를 베어 로프로 둘러치고, 돌계단을 만드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알레치 숲이 시작되는 리더푸어카로 가기 위해서 중간에 들러야하는 마을 리더알프. 산밑과 산 위의 집들의 원근감이 낯선 광경을 연출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든 것이 신비로웠다. 작은 개울을 건너고, 사슴이 목욕을 즐기는 늪을 지나 작은 나무와 덤불에 뒤덮인 야트막한 구릉이 융단처럼 펼쳐진 곳을 지났다. 이윽고 1900년에 영국 캔터베리 주교가 빙하를 바라보며 밤새 스카치위스키를 마셔서 ‘주교 의자(Bischo Fssits)’로 명명된 아롤라 파인에 다다랐다. 아니나 다를까. 탁 트인 전망 저편에 빙하기 긴강을 이룬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얼음 강, 빙하는 쉬지 않고 움직인다.
 
“보이는 곳이 빙하의 끝 지점인데 만 년 전에는 빙하가 더 높은 위치까지 차 있었습니다. 2000년 전 로마시대부터 빙하가 녹기 시작했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빙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3km나 줄었어요. 어렸을 때는 빙하를 걸어곧장 계곡 너머 벨알프(Belalp)까지 다니기도 했죠. 이렇게 해빙과 결빙을 반복하며 이곳의 자연이 형성되었어요. 자연의 신비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이드로 동행한 페러(Ferrer)씨는 리더알프 태생으로 젊은 시절 스키 스턴트맨으로 할리우드에서 명성을 쌓은 뒤, 고향으로 돌아와 ‘ART FURRER HOTELS’을 운영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세 개의 빙하가 합쳐져 생긴 알레치 빙하는 하루에 36cm씩 움직인다고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빙하는 녹아 없어지고 만다. 멈춘 듯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이 놀랍다.

수만 년 동안 빙하가 녹고 얼면서 만들어진 알레치 숲과 리더알프 지역. 다듬어지지 않은 모든 것은 인간의 손으로 만든 어떤 창작물보다 정교했고, 아름다웠다. 다음 달이면 이곳에는 알프스의 장미 알핀로제가 붉게 피어나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질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자연 풍광에 가슴이 멎을 듯하다.

I.N.F.O.
코스
Riederalp-Riederfurka-Aletschwald-Aletsch Glacier-Riederfurka
난이도
소요시간 5시간 30분
찾아가는 법 뫼렐역에서 산악 케이블을 타고 리더알프까지 이동.
코스 특징 다소 긴 코스이나 걷기 좋은 흙길이어서 피곤하지 않다. 대신 리어더푸카에서 알레치 빙하를 둘러보고 오는 반나절 하이킹 길에는 편의시설이 없기 때문에 먹을 것을 준비해간다. 리더알프에서 30분 걸어야 하는 리어더푸카의 산장이 마지막 쉴 곳. 숙박 ART FURRER HOT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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