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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일본

[일본] '교토, 색다른 일본불교 ·신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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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와 시가현 방문에서 사찰과 신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한국 불교와는 매우 색다른 일본 불교를 만날 수 있었고,신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7월 8일부터 10일까지 그곳에 머무는 동안 30도가 넘는 무더운 여름날씨였지만,관심을 끄는 유서깊은 고찰들, 고즈넉한 호수와 울창한 숲은더위를 잊게 하였다.사찰로는 뵤도인(평등원)과 엔랴쿠지(연력사),구라마데라(안마사),미이데라(삼정사), 신사로는 기부네 신사, 호수로는 비와코 (비화호)를 방문하였다.

#환희에 넘친 보살상과 벽화

교토의 평등원 봉황당 벽에 걸려있는 보살조각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52구로 된 운중공양보살상은 보살들이 구름을 타고 그 위에서 다양한 악기를 타거나 춤을 추는 모습을 새겨, 생동감이 넘친다. 양손에 북채를 든 채 북을 막 두드리려는 장면, 장고를 무릎에 얹고 양손으로 장고채를 두드리는 모습, 입에 피리를 다소곳이 대고 있는 모습, 선 ㅇ� 발을 들고 춤사위를 펼치는 모습등등. 나무결이 고스란이 드러난 조각에서는 후덕하고 온화한 얼굴 표정과 맨살의 볼륨감있는 가슴, 한쪽 가슴을 덮으며 흘러내리는 옷자락의 유려한 선,그리고 변화무쌍하고 기운이 넘치는 구름의 자태를 잘 표현하고 있다.

봉황당의 벽화는 세상에 이렇게 환희에 넘치는 장면� 있을까 할 정도로 경이로웠다. 구품영내도는 아미타여래가 보살들을 이끌고 죽은 사람을 맞이하러 오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화려한 색채로 꾸민 보살들이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은 마치 물살이 센 계곡물에서 래프팅을 하며 환호하는 젊은이들처럼, 패기넘치고 활기차 보였다. 화공의 솜씨는 말세에 관백이 느꼈을 법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게 하기에 충분했으리라.

평등원 사찰은 1052년 관백 후지와라 요리미치공이 별장을 절로 개축한 것이다.그 해는 불법의 가르침이 쇠퇴해가는 말세가 시작되는 해로 여겨져 극락에 가고 싶은 소망을 담아 건립되었다. 봉황당은 그 다음해인 1053년에 아미타여래를 모시는 아미타불당으로 건립되었다. 이 불당의 모습이 마치 날개를 펼친 새처럼 보이고, 지붕 위에 봉황 2마리가 마주보고 있어 봉황당이라고 불려지게 되었다. 아미타여래상은 일장육척(4.8m)의 거대한 금칠 목조불상으로 조초가 제작한 것이다. 광배에는 11개의 작음 불상이 조각되어 있다.

#일본 천태종, 사람 눈높이로 불상 배치

시가현 오츠시 히에이 산에 있는 천태종의 총본산 엔랴쿠지(延曆寺,연력사)는 불상 배치가 독특하다. 한국에서는 불상을 우러러보게 되어있는데,히에이산 제일의 법당인 곤본쥬우도오(根本中堂)의 불상은 사람 눈높이에서 마주볼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엔랴쿠지 참배부 사무장 고바야시 후쿠이치씨는 "부처님을 우러러 보는 곳은 일본에서도 많다. 이 절의 불상은 천태종 양식으로 부처님과 예불자의 눈높이가 같다. 왜냐하면 사람도 부처님과 같은 자상함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불상이 모셔진 공간과, 그리고 불상이 바라보이는 높이에 마루를 만들어 부처님과 예불자의 눈높이를 맞춘 것이다. 12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높다란 본당의 기둥 사이마다 구름속 보살상(목조각)이 우람하면서도 부드러운 자태를 보이며,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곤본쥬우도오는 일본 천태종의 종조인 전교傳敎대사 사이쵸가 788년에 창건했고, 약사여래가 봉안되어 있다. 불전에는 창건 이래 '불멸의 법등(法燈)'이 1200년의 시간을 넘어 꺼지지 않고 빛나고 있다.

#일본 절에 세워진 장보고 기념비

엔랴쿠지에는 장보고 기념비가 있다. 다음은 비문에 적힌 내용이다. 일본 천태종의 3세 좌주인 엔닌 스님이 9세기 중엽 9년 반동안 당에서 구법순례하면서 장보고 대사의 도움을 받았고, 대사가 세운 당나라 적산 법화원에서 머무르기도 했다.그 인연으로 장안 등지를 순례할 수 있었다. 엔닌은 그의 일기 < 입당구법순례행기 > 에서 장대사에 대한 흠모의 정을 다음과 같이 남기고 있다.

"해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식을 자주 듣지 못했습니다. 하오나 감사 쌓이는 정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이 사람 엔닌은 은혜를 입었으나 구름처럼 멀리 떨어져 있기에 뵙지는 못했지만 우러러 사모하는 마음이 날로 깊어짐을 어찌 비유할 수 있겠습니까?......구법을 마친 뒤 적산으로 돌아왔다가 청해진을 거쳐 일본으로 돌아가고자 하오니 바라옵건대 장대사를 만나 자세한 사정을 아뢰고자 합니다. 제가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은 생각건대 내년 가을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그곳에도 사람과 배가 왕래한다면 높으신 명을 내리사 저희들을 특별히 보살펴 주도록 해주시기를 바랍니다."(840년 2월 17일)

후학들은 엔닌의 구법체험담을 통하여 구세의 신라 일본 당의 문화교류 실상을 알게 된다. 두분이 다져놓은 정다운 관계가 오늘날 두 나라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더욱 두터워 지기를 바라마 이 비를 세운다.

#종교와 국가를 초월한 평화의 숨결

히에이산 엔랴쿠지는 개별 사찰이 아니라 히에이산에 자리잡은 사찰 모두를 일컫는 말이다. 840미터 높이의 히에이산은 200여개 사찰을 포함해 산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700미터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정상으로 사찰로 향하니 가는 길에 하늘로 치솟은 침엽수와 보라색 선명한 수국이 신선하고 서늘한 공기와 함께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히에이산 정상에는 세계종교자평화기원기념비가 세워져 있고, 참가 종교로 불교,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힌두교, 시크교,유교, 신도가 일본종교대표자회의 명의로 기록되어 있었다. 길가에는 쓰러질 듯한 큰 산벚나무가 양갈래 줄기를 곧게 솟은 전나무에 의지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안내자 고바야시씨는 "산벚나무 줄기가 사람인(人)자 형상을 하고 있다. 산벚나무가 일본이라면 전나무는 한국이다.일본정치를 이런 마음으로 해야 평화가 온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안마사, 우주의 기운 존천을 믿다

교토의 구라마데라(鞍馬寺,안마사)는 본존불로 우주의 기운, 尊天(존천)을 모신다. 존천은 천수관세음보살과 호법마왕존,비사문천왕의 삼신일체를 가리킨다. 종파는 원래 천태종에 속했으나, 1949년 독립하여 쿠라마 홍교의 총본산이 되었다. 인간과 자연,우주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우주만물은 생명과 마음, 정신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마음으로 자연과 대화하며 자기의 마음을 깨치고, 우주의 기운을 받아 활발한 기운을 얻고자 하는 것이 이 종교의 목표다. 존천, 즉 우주의 기운을 받으면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 깎은 흰머리에 눈이 빛나는 60살 가량의 여성불자 안내인은 "중간에 케이블을 그친 이유는 본전에 신으로 모시고 있는 깨끗한 공기, 우주의 기운, 尊天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며 웃음을 지었다.

안마사는 공(空)사상을 바탕으로 법화경과 반야심경을 경전으로 삼는다. 기도문을 보자." 인간을 보다 향상시키고, 부와 영광을 증진시켜 주소서. 달처럼 아름답게, 태양처럼 따뜻하게, 대지처럼 힘있게. 존천이여, 많은 혜택을 주옵소서.이 성지에 있어서 평화가 불화를 싸워 이기고, 무욕이 탐욕을 정복하고, 진실한 말 한마디가 거짓을 극복하고,존경이 굴욕을 이기게 하옵소서."

#삼정사, 불상이 없는 본당

시가현의 미이데라(三井寺,삼정사)를 방문했을 때 금당(본존불을 안치하는 중심건물)에 부처가 보이지 않는 것이 의아했다. 비불(秘佛) 전통에 따른 것이다. 비불은 비밀히 모신 불상으로,불감(佛龕) 같은 곳에 모셔서 항상 문을 닫고 직접 참배할 수 없는 불상이다. 미이데라는 672년 일본 황족간의 왕권다툼에서 패하여 죽은 오오도모노미꼬의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절로 전해지고 있다.

#기부네 신사, 일본신사의 다양하고 풍부한 빛깔 알게 돼

교토 쿠라마에 있는 기부네 신사 방문은 신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그간에 신사는 야스쿠니 신사와 일제시대 신사참배 강요로 인해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일본의 신사는 매우 풍부하고 다양한 빛깔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일본인은 신을 가미[神]라고 부른다.신도에서 가미는 인간과 질적으로 다른 절대타자로서 창조신이 아니다. 따라서 인간이 사후 혹은 생전에 가미로서 숭배되고 제사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본인들은 신을 호칭할 때 마치 이웃집 아저씨를 대하듯이 '가미상'이라고 부르기를 좋아한다. 인간은 가미를 숭경함으로써 가미의 영위를 높여주며, 그 대가로 가미는 인간을 지켜주고 복을 가져다준다고 여긴다. 신도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믿는 가미는 조상신이다. 물론 그밖에도 무수한 가미들이 있는데,일본인들은 자기가 지금 예배드리는 대상으 어떤 가미인지 그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중요한 것은 그 가미가 현실적으로 어떤 복덕을 가져다 주느냐이다.

기부네 신사는 교토의 발원지이자 물의 신을 모시는 곳으로서, 가는 길에 계곡에서 힘차게 물흐르는 소리가 들려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1600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보이며,비를 내리게 하는 신으로 유명한 신사이다. 맑은 날을 기원할 때는 백마를, 비를 기원할 때는 검은말을 바쳐 빌었으나 실제로는 나무판에 그림을 그려놓은 에마(말그림)를 바쳐 에마의 발상지로도 불리운다.부채질을 쉼없이 할 정도로 찌는 듯한 더위에도 기부네 신사에 이르자,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 신사에 절을 올리거나 복점을 쳤다. 참배자들은 신사 우물에서 손과 입을 헹구고 신사 앞에 걸린 줄을 흔들어 방울을 울린다.그런 다음 참배자는 무언가를 기원하며 두번 절하고 두번 손뼉을 친 후 다시 한번 절하고 물러나온다.참배객 중에는 점을 치는 이들도 많다. 점을 치는 종이를 사서 물에 띄우면 백지에서 점차 진한 글씨가 나오면서 점괘를 읽을 수 있다. 건강,행운,사랑을 기원하는 글귀들이 적혀 있다. 신사도 그렇고, 안마사도 그렇고 일본에서는 종교가 일상속에 스며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IMG10] #비화호, 산속의 절 처럼 고요한 호수

교토와 가까운 시가현의 비와코(琵琶湖) 호수는 드넓게 펼쳐진 호수면과 고즈넉한 풍경이 일품이다. 비파악기를 닮은 호수는 일본 최대의 호수로 교토, 오사카, 고베 사라들이 이 물을 마신다. 호수 면적이 670 제곱킬로미터,호수를 따라 호안선이 277킬로에 이른다. 유람선, 미시간크루즈를 타고 호수를 둘러보니 해안선이 저층 건물들이 각양각색으로 평온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드물게 높은 40층짜리 오츠프린스 호텔은 모든 객실이 호수가 바라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라 한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닮은 음악당은 좋은 시설을 갖추고 유명한 출연진을 유치해 수준높은 공연시설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크루즈 주변에는 다른 배들이 거의 없고, 잔잔한 바다를 조용하게 가르고 가는 크루즈는 물 위에 떠있는 불당 같았다. 바람소리만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 외는 소리처럼 들려왔다. 오후 4시경 강한 햇볕이 작렬하는 호수면 한쪽에는 하얀 물비늘이 일고, 다른 한쪽에는 짙은녹색의 물빛이 대비를 이루었다.

#오고토 온천 웅산장과 교토 웨스틴 미야코 호텔

비와코 주변에는 오고토 온천과 비와코 온천, 이시야야,난고 온천 등 온천이 많다. 우리 일행이 첫날 묵은 오고토 온천의 류잔소(雄山裝,웅산장)은 비와코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노천탕 객실을 갖추고 있다. 객실의 노천탕 대신 툭 트인 야외 노천탕에서 저녁,아침으로 몸을 담갔다. 류잔소는 직접 재배하거나 계약재배를 통한 신선채소로 식재료를 만들어 음식이 맛깔스럽다.

이틀째 묵은 교토 웨스틴 미야코 호텔은 정원이 아름다운 곳이다. 7층객실과 연결된 정원은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물이 졸졸졸 흐르는 아담한 바위계곡 위에 자리잡은 숙소는 다이아나비가 묵었던 곳이라 한다. 아침에 일어나 정원에서 산 정상까지 갔다 돌아오는 1시간 정도의 산책코스를 걸었다. 석등이 의외로 많고, 산정상의 신사와 폭포, 외줄로 깔아놓은 돌길 등 제법 운치가 있다.

교토 기온의 요리여관,하타나카(火田中)에서 일본 전통공연 관람은 신나고 즐거웠다. 20살 이하의 무희, 마이코상 2명과 악기를 연주하는, 나이든 게이코상이 펼치는 공연은 일본전통공연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전통복장과 화장을 한 무희들의 춤과 전통악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어우러져 마음을 들뜨게 하였다.무희들과의 관객이 함께 두가지 게임을 흥겹게 벌인 뒤, 무희들이 좌석별로 돌며 환담을 나누고 기념촬영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교토, 시가현,오사카 등 관서지방은 안전했네.

마지막 일정으로 오사카부오사카성을 둘러보고,한국의 명동에 해당하는 신사이바시 상가를 찾았다.지붕이 쳐져 있는 신사이바시 상가는 양옆으로 점포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무더운 날씨에도 수많은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축제행사로 가마 위에 올라선 소년 네명이 활달하게 북을 두드리는 모습, 거리에 마이크를 설치해 노래를 부르며 시선을 끄는 소녀,소년 가수들의 활기찬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여행은 교토부, 시가현, 오사카부 등 관서지방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본국토교통성이 초청해 이뤄진 것이다. 여행 말미에 이 생각이 떠오르면서 신사이바시의 활기찬 풍경을 담고자 했지만, 아차! 카메라를 차에 두고 왔다. 이건 지난 4월 큐슈여행에서 일본이 안전하다고 느꼈던 내가 이번 교토여행에서 불안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grea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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