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하모니호' 크루즈 여행

1 클럽 하모니호는 중세 시대 군함을 형상화한 모습에 내부에는 호텔급 레스토랑과 바, 스파 등을 갖췄다. 2 갑판 위에 마련된 자쿠지. 따뜻한 물속에서 승객들이 여독을 풀고 있다. 3 깊은 밤, 바다도 하늘도 빛을 잃었지만 크루즈선‘클럽 하모니호’가 내뿜는 조명은 보석처럼 망망대해를 꾸민다. 갑판 위에서 야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수영장과 자쿠지를 이용하며 즐길거리가 더 늘어난다. / 하모니크루즈 제공
'느림의 미학(美學)'을 즐길 수 있는 여행은? 정답은 크루즈 여행이 아닐까.

봄비가 흩뿌리던 현해탄 바다 물길을 가르며 거대한 크루즈 여객선이 뱃고동을 울린다. 지난 22일 오후 6시, 부산항을 출발한 국내 최초 국적 크루즈 '클럽 하모니(Club Harmony)호'가 일본 나가사키·후쿠오카로 뱃머리를 향했다. 길이 176m, 폭 26m로 축구장 2개 정도 크기인 이 크루즈선(2만6000t)은 이날 승객 441명과 승무원 365명을 태웠다. 그리 멀리 않은 코스를 다음 날 아침까지 천천히 가도 좋은 건 여정 자체가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여유로움, 크루즈 여행의 묘미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신 흑인 여가수가 걸쭉한 목소리로 스윙 재즈를 선보이는가 싶더니, 볼룸댄스 선수들이 신명나는 댄스 공연을 한다. 첫날 일정이 배에만 머무는 것이라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한다면 오산.

9층 높이 선박의 맨 꼭대기 층에는 스파·사우나가, 8층에는 헬스클럽이 준비됐다. 7층 갑판에는 야외 수영장, 자쿠지(뜨거운 욕조)가, 6층에는 커피전문점과 뷔페식당, 키즈클럽, 바(Bar)와 공연장이 마련돼 배가 아니라 '테마파크' 같다.

3박 4일로 일본 나가사키·후쿠오카를 돌아보는 첫날 일정은, 배에 올라 구명조끼 입는 법 등을 배우는 선상 안전교육으로 시작한다. '구릉구릉' 선체가 출렁이며 배가 출발한 후 시간에 맞춰 기념 밴드 공연이 시작됐다. 중년 승객들 어깨는 자연스레 덩실덩실 움직인다.

크루즈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은 맛있는 먹거리다. 첫날 저녁 7시, 만찬이 시작된다. 메뉴는 호텔 주방장 출신이 솜씨를 부린 뷔페. 신선한 조개관자 샐러드에 LA갈비, 생선초밥과 연어회 등이 수준급이다. 밤이 깊을수록 쇼는 화려해진다. 6층 '해리스바'에서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가수들이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같은 층 '마리나볼룸' 공연장에서는 라인댄스 강사가 댄스 강습에 나선다. 가족 단위 승객들도 표정이 밝다.

어린이들을 위한 선내 '키즈 클럽'에서는 제기와 하회탈을 직접 만든 아이들이 신이 났다. 그동안 부모들은 칵테일 한 잔을 느긋이 즐기면 된다.

◇봄꽃 향연 펼쳐지는 나가사키·후쿠오카

크루즈가 도착한 일본 나가사키·후쿠오카에는 각각 하루짜리 기항지 관광이 준비돼 있다. 한국에선 아직 꽃샘추위가 기승이지만, 일본 남단 규슈에 위치한 나가사키·후쿠오카는 낮 기온이 20도 가까이 오를 정도로 완연한 봄이다. 특히 후쿠오카 다자이후에 있는 신사(神社) '텐만구(天滿宮)'의 매화나무 6000그루는 이미 줄기마다 진분홍색 꽃을 줄줄이 달기 시작했다. 후쿠오카에는 '좋은 물'을 자랑하는 온천이 많다. 국내 관광객들은 후쿠오카를 순전히 온천 여행만을 위해 찾기도 하니, 온천물에 몸 한 번 담그지 않으면 서운하겠다.

'나가사키'는 1945년 8월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로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 일본인들은 '피폭의 참상'을 보여주고 평화의 의미를 되새긴다며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을 만들었다. 자료관을 둘러보며 피폭에 얼굴이 녹아내린 주민 사진을 보면 당시 상황이 짐작된다. 인근 평화공원엔 나가사키 상징물 중 하나인 9.7m 높이 평화 기념상이 서 있다.

쇄국정책을 펴던 17세기 일본이 서양과 교류하는 유일한 통로로 만든 부채꼴 모양 인공섬 '데지마(出島)'를 둘러보는 일정도 흥미롭다. 네덜란드 상관이 살던 집터와 동인도회사 문양이 선명하게 박힌 도자기 등이 볼만하다.

◇연령별 맞춤형 즐길거리

클럽 하모니호에서는 매일 밤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크루즈는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관광객에게 보다 큰 만족감을 준다.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즐길 방법은 다양하다. 20~30대 젊은 승객들은 크루즈 6층 '트로피카나 극장'에서 크루즈 전속 걸그룹 '메리 지'가 선보이는 춤과 노래에 빠져들고, 40~50대 부부들은 볼룸댄스를 배우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 노년층 승객들도 밤에 열리는 가라오케 무대에 올라 신나게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다. 아이들은 간단한 일본어 수업을 듣거나, 점성학 체험을 해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여성 승객들에겐 아침 요가 프로그램 맛보기도 크루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덤'이다. 날씨에 따라 배가 다소 흔들리는 경우도 있으니, 뱃멀미에 민감한 관광객이라면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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