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안 또 다른 나라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Edinburgh). 비록 영국으로 묶여 있지만 스코틀랜드인에게 잉글랜드가 그들의 나라가 아니듯 런던은 그들의 수도가 아니다. 이러한 스코틀랜드인들의 긍지와 자존심은 자신들의 수도 에든버러 곳곳에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자신들의 역사와 개성을 뚜렷하게 아로새겨놓았다.

에든버러시는 18세기에 구시가지의 인구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신시가지를 계획적으로 조성했다.
프린스 스트리트를 경계로 사진의 좌측이 구시가지, 우측은 신시가지다.

비록 인구는 잉글랜드의 10분의 1밖에 안되지만, 골프와 스카치위스키의 원조이자 민속악기인 백파이프와 특이한 타탄으로 만들어진 전통의상 킬트 등 자신들만의 전통을 고유한 정체성으로 확립시킨 스코틀랜드인의 고집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스코틀랜드 왕가의 상징 로열 마일

에든버러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곳은 에든버러 성이다. 바위산 위에 세워진 에든버러 성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중세 도시의 분위기로 가득하다. 애초 지어진 목적 자체가 군사적 요새였기 때문에 궁전의 화려함보다 요새와 성이 갖는 견고하고 투박한 느낌이 강하다. 성 안 대연회장에는 과거 스코틀랜드 왕의 대관식 때 사용되었던 ‘운명의 돌(The Stone of Destiny)’이 전시돼 있다. 스코틀랜드 왕가의 상징인 ‘운명의 돌’은 700년 전 이웃나라 잉글랜드의 왕인 ‘에드워드 1세’에게 빼앗겨,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에서 분리된 이후인 지난 1996년에야 돌려받았다.

군사 요새로 지어진 에든버러 성은 화려함보다는 견고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에든버러 여행의 핵심은 에든버러 성에서 동쪽으로 약 1마일 정도 떨어진 홀리루드하우스 궁전과 에든버러 성을 연결하는 약 1마일의 거리인 로열 마일이다. 귀족들만이 지날 수 있었다던 로열 마일은 이제 도로 양편으로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 시립박물관, 천문관측대, 위스키를 모아놓은 스카치 위스키 헤리티지 센터 등이 한데 모여있어 언제나 여행자가 북적이는 곳이다.



다양한 문화 축제로 가득한 도시

8월 중순부터 열리는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기간을 맞춘다면 더할 것 없는 눈요기를 할 수 있다. 에든버러 성과 로열 마일에서 열리는 수많은 공연과 각국에서 방문한 인파들의 인산인해로 장관을 이룬다. 사실 에든버러를 세계에 알리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인들에게 가해진 전쟁의 상흔을 치유한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이래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문화예술 축제로 자리 잡았다.

주최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초청을 받지 못한 무명의 공연단체들은 로열 마일 인근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공연을 펼친다. 사전심의나 선정과정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백미는 군악대 연주(Military Tattoo)다. 에든버러 성 앞에서 펼쳐지는 이 화려한 공연에서는 스코틀랜드의 전통악기인 백파이프와 드럼을 둘러맨 군악대를 선두로 세계 각 나라의 군악대들이 음악 퍼레이드를 벌인다. 축제기간 동안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밤 열리는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매년 에든버러를 방문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신(新)시가지

18세기 중반 에든버러 구시가지의 인구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에든버러 확장 계획이 세워졌다. 로열 마일 북쪽의 프린스 스트리트(Princes Street)를 경계로 에든버러 북쪽에 조성된 에든버러 신시가지는 스코틀랜드 구(舊) 수도인 퍼스(Perth)와 더불어 영국 조지언 시대에 만들어진 건축물들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이런 이유로 신시가지를 걷다 보면 신시가지라는 이름이 어쩐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다른 나라 도시들의 구시가지에서나 느낄 법한 시간의 흐름을 신시가지에서 느껴야 하니 말이다.

스코틀랜드의 대문호 월터 스콧 경의 기념탑. 비만 내리면 스산한 분위기가 절로 연출될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내뿜는 조형물이다.

군악대 연주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백미(白眉). 에든버러 성을 배경으로 각국의 군악대들이 모여 장관을 이룬다.

신시가지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들의 발을 인도하는 목적지는 시내 어디서나 보이는 스코틀랜드의 대문호 월터 스콧 경의 기념탑이다. 월터 스콧 경의 기념탑은 그의 유언대로 오래된 탑처럼 보이게 시커먼 사암석으로 고딕 탑을 쌓아올려, 마치 영화에서나 봤던 기괴한 구조물을 떠올리게 한다. 영원한 라이벌 잉글랜드에 대한 경쟁심으로 영국에서 제일 높은 트라팔가 광장의 넬슨탑 보다 5m 더 높이 올렸다는 후일담이 있을 정도로 스코틀랜드인의 자부심이 넘쳐나는 조형물이다.

61m 높이의 기념탑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2백87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성인 남성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는 그만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층계마다 스콧의 소설에 나오는 64명의 인물조각상이 무감각한 다리 근육을 위로해주고 마침내 꼭대기에 서면 시원한 바람 속에 에든버러 시가지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가 세계를 지배한다

중세와 근대를 넘나드는 전통적 건축물로 가득 찬 에든버러 거리의 모습은 다양한 문화유산을 원형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북쪽의 아테네’ 혹은 ‘근대의 아테네’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찬사는 거대 제국 로마에 대한 완강한 저항과 숙명의 이웃 잉글랜드와의 길고도 길었던 투쟁에도 문화의 가치를 깨닫고 지켜낸 스코틀랜드 국민들에게 내려져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다른 국가의 여행자가 예술적 감성을 뽐내면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호응하는 에든버러 시민들의 모습은 각기 다른 문화들이 어떻게 앙상블을 이뤄내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시아에 한국 문화의 힘을 각인시킨 우리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가는 길
아직 에든버러 직항편은 없다. 대신 대한항공이 매일 1회, 아시아나항공이 주 5회 인천~런던 구간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비행 시간은 약 12시간 소요).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 에든버러 역까지는 특급기차를 이용하거나 저가항공편을 이용해 에든버러로 갈 수 있다.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 에든버러 역까지는 특급기차로 약 4시간 40분이 걸린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