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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멕시코

멕시코 칸쿤 : 카리브해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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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쿤(Cancún)은 카리브해의 욕망이다. 적어도 숱한 수식어 상으로는 그렇다. 미국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은 곳, 중남미 청춘들의 허니문 열망지로 늘 앞순위에 오른다. 한국에서는 낯선 카리브해의 해변이지만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중독성 강한 ‘꿈의 휴양지’다.

호텔들은 호화로운 시설과 서비스로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1970년대 초만 해도 칸쿤은 산호로 만들어진 ‘7’자 모양의 길쭉한 섬이었다. 고기잡이 배나 드나들던 한적한 어촌마을은 휴양도시로 개발되며 섬 양쪽 끝이 뭍과 연결됐고 초호화 시설을 갖춘 호텔들이 들어섰다. 이제는 전 세계 호텔 체인을 이곳 칸쿤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옛 정취는 사라졌다.

150여 개의 호텔과 리조트는 흡사 성벽처럼 해변을 둘러싸고 있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아쉽게도 바다보다는 호텔 외관과 각종 인테리어에 시선이 집중된다. 빼곡한 호텔지역은 칸쿤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매김했고 그 화려한 유명세에 힘입어 칸쿤은 휴양, 허니문, 부의 상징으로 군림했다.

칸쿤은 아메리카 대륙의 청춘에게는 욕망이 실현되는 카리브해의 파라다이스다.

리조트에서 미녀와 조우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방인이 흥청대는 카리브해의 낙원

칸쿤을 육로로 다가서는 일은 드물다. 미국은 물론이고 쿠바 아바나, 남미 일대에서 수시로 항공기가 뜨고 내린다. 비행기 창 너머로 내려다보면 자욱하게 밀려드는 게 카리브해의 파도다. 몰디브의 바다처럼 연둣빛 라군(석호)으로 채색돼 있지는 않지만, 해변의 규모에 있어서는 압권이다.


바닷가에 긴 평행선을 그은 듯 흰 모래사장은 20여km 이어진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산호 산맥이 섬 일대를 지나고 있고 산호가 파도에 부서져 하얀 모래를 만들었다. 유카탄 반도와 이어지는 북쪽 해안은 상대적으로 호젓한 편이며 동쪽해안은 드넓은 바다와 맞닿아 있다. 예전에 근해였던 지역은 다리가 놓인 뒤 호수가 됐는데 칸쿤에서 진행되는 각종 해상투어의 출발점도 이곳 잔잔한 니츄뻬(Nichupté) 호수다.

칸쿤의 북쪽 해변은 상대적으로 호젓한 분위기다.

할리우드풍의 나이트 클럽인 '코코봉고'.
영화 [마스크]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칸쿤에 들어서면 첫인상은 이곳이 멕시코 땅인가 싶다. 일단 멕시코 본토에서 잘 통용되지 않던 영어가 일상어처럼 쓰인다. 쿠클칸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도 대다수가 미국인들이다. 태평양 하와이쯤 와 있다는 착각이 밀려든다. 이방인들은 낮에는 뜨거운 해변을, 해가 지면 쇼핑가와 나이트클럽을 배회한다. 영화 [마스크]에도 나왔던 할리우드 풍의 ‘코코 봉고’는 이곳 나이트클럽의 대명사가 됐다. 술에 만취한 미국 청춘들을 만나는 것도, 깜짝 놀랄 물가와 돈 많은 부호들의 호사스러움과의 조우도 이곳 칸쿤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칸쿤이 선택된 자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칸쿤의 도심인 센트로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소와 레스토랑이 몰려 있다. 라스 빨라빠스 광장은 돈 없는 여행자들에게는 마음 편한 놀이 공간이다. 단 바다까지 버스로 오가는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멕시코풍의 호젓한 해변을 원하면 이슬라 무헤레스로 향한다. 칸쿤에서 북동쪽으로 11km 떨어진 섬인 이슬라 무헤레스에는 현지인과 배낭족이 어우러지는 소박한 해변이다. 칸쿤처럼 시멘트벽이 만들어내는 단절감 없이 카리브해를 마음에 담을 수 있다.

고대 마야유적의 정수 치첸이트사

칸쿤행 발길의 의미를 채우는 곳이 치첸이트사다. 칸쿤에서 200km, 마야유적에 로망을 느끼는 여행자들이 당일치기 투어로 꼭 들리는 명소다. 사실 칸쿤과 함께 치첸이트사를 언급하는 것은 다소 이질적이다. 칸쿤이 떠들썩한 휴양지라면 치첸이트사는 천년세월의 문명이 숨쉬는 숭고한 땅이다. 천문학과 건축기술이 한데 어우러진 마야유적은 신 세계 7대 불가사의에도 이름을 올렸고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다. 칸쿤의 거대한 호텔과 바다에 들뜬 가슴은 이곳에 들어서면 숙연해진다.

쿠클칸의 피라미드는 천문학적인 건축미가 담겨 있다.

성기게 펼쳐진 돌덩이 사이에서 쿠클칸의 피라미드는 단연 돋보인다. 9세기 초 완성된 신전은 동서남북으로 늘어선 계단이 인상적이다. 피라미드는 마야인이 그들만의 달력을 사용한 지혜로운 부족임을 보여주는데 각각 91개로 된 4면의 계단에 정상 계단을 합하면 1년을 뜻하는 365일이 되는 천문학적인 구조를 지녔다. 신전 앞 정면에서 박수를 치면 뱀이 우는 소리를 내며 기이한 분위기마저 연출한다. 인신공양에 쓰인 자들의 해골을 쌓아올렸던 쏨판똘리나 우승자의 심장을 신에게 바쳤던 경기장, 성스러운 샘 등은 나란히 정렬돼 있다. 규모는 웅대하지 않아도 조각, 벽화 하나에도 마야인의 총명함과 재주가 깃들어 있다.

다양한 기둥이 오밀조밀하게 세워진 전사의 신전.

칸쿤은 태양, 바다, 파티, 호텔로 치장된 땅이다. 파도의 설렘과 밤의 흥청거림은 새벽까지 이어진다. 뭍 깊숙이 몸을 감춰버린 마야인처럼 ‘원초적 중미’의 모습은 해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카리브해가 만들어낸 휴양 특구의 세련된 향기만이 짙게 배어난다.

가는 길
미국 LA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멕시카나 항공 등이 칸쿤과 카리브해 연안국가들을 연결한다. 쿠바 아바나에서 입국하거나 미국으로 출국할 때는 심사가 까다로운 편이다. 칸쿤 호텔지역에서는 수시로 셔틀버스가 다녀 쇼핑 및 이동에 큰 불편은 없다. 칸쿤 버스터미널에서 치첸이트사로 향하는 버스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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