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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미국

미국 로스앤젤레스 - 천사들이 꿈꾸는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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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사인 아래 영화의 도시가 빛난다

로스앤젤레스의 북쪽, 그리피스 파크의 언덕에 우뚝 서 있는 9개의 거대한 알파벳 글자 ‘HOLLYWOOD’. 이 유명한 사인은 이곳이 미국, 아니 지구를 대표하는 영화의 도시임을 알리고 있다. 할리우드 사인은 1923년 지역의 주택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HOLLYWOODLAND' 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워졌다. 이후 할리우드가 영화 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으면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얻게 된다.


할리우드 사인은 영화가 만들어내는 빛과 어둠을 동시에 보여준다. 수많은 스타 지망생들이 멋진 캐딜락을 끌고 그 사인 아래를 달리는 날을 꿈꾸지만, 그 'H' 글자 위에서 뛰어내려 죽은 영화배우도 있었다. 또한 영화인들은 이 글자들을 가지고 놀지 못해 안달이 나 있다. [투모로우]에서는 거대한 토네이도가 사인을 부수는 것으로 대재난이 벌어졌음을 알리고, [오스틴 파워 3 - 골드멤버]는 사인 아래 닥터 이블의 기지를 숨겨 두고 있다.

명예의 거리에 나의 별을 남기자

세계가 인정하는 셀레브리티가 되었음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Hollywood Walk of Fame)에 입성해 자신의 별을 남기는 것이다. 영화, 텔레비전, 공연 예술 등의 분야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은 스타들의 이름을 새긴 황금의 타일이 이 대로의 바닥을 장식하고 있다. 1950년대부터 전통을 이어온 이 별의 숫자는 2400개를 넘기고 있는데, 할리우드 대로와 바인 스트리트에 걸쳐져 있는 거리의 길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찰리 채플린은 1956년에 별의 주인공으로 선정되었지만 당시 매카시 선풍으로 인해 그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1972년에야 자신의 별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2010년 5월에는 도날드 덕, 심슨 가족에 이어 슈렉이 가상의 캐릭터로서 이 거리에 들어서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명예의 거리는 매년 1천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시사회를 하려면 바로 이 극장들에서

그라우맨스 차이니즈 극장은 스타들의 손도장으로 유명하다.


황금기 할리우드를 가득 채웠던 영화 산업의 시설들 중 상당수는 시 외곽으로 빠져 나갔다. 그럼에도 아직 이 지역은 영화사의 면면을 기억하게 하는 역사적 유물들로 가득하다. 특히나 전통을 자랑하는 영화관들의 자태는 왜 할리우드가 할리우드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그라우맨스차이니즈 극장(Grauman's Chinese Theatre)은 가장 유명한 곳 중의 하나인데, 아시아 스타일로 지어진 우아한 극장 건물은 멀티플렉스에 익숙해진 영화 관객들의 상식을 깨끗하게 깨어버린다. 또한 극장 앞바닥을 가득 채운 여러 스타들의 손과 발자국 때문에 유명세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손과 발뿐만 아니라 해롤드 로이드의 안경, 그라우초 막스의 담배, 해리 포터의 마법봉 등의 상징물들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 극장은 [스타워즈]를 비롯한 여러 영화들의 시사회장으로도 유명하지만, 종종 영화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포레스트 검프]와 [스피드]에서는 이 영화관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상영되고 있는 모습이 나오고, [오스틴 파워]의 주인공들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주연으로 자신들이 방금 벌인 일들의 영화판을 보는 극장도 바로 이곳이다. 1940년대 중반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개최장이기도 했는데, 현재는 근처에 있는 코닥 극장(Kodak Theatre)에서 열린다. 브로드웨이에 있는 극장가(Broadway Theater and Commercial District)는 1920~31년 사이에 지어진 12개의 궁전과도 같은 영화관들로 유명하다. 찰리 채플린의 [시티라이트]의 시사회로 문을 연 로스앤젤레스 극장(Los Angeles Theatre)은 [뉴욕뉴욕] [미녀 삼총사]에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기도 했다.

베벌리 힐스 아이들의 집은 어디에 있나요

2천 년대의 미드 열풍 이전에도 미국산 드라마 열기는 만만치 않았다. 1970~80년대 [기동순찰대(CHiPs)] [A 특공대(The A-Team)] [미녀 삼총사(Charlie's Angels)] 등 원조 미드 인기작들 중에는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드라마 제작 스튜디오가 이 지역에 몰려 있기도 했지만, 캘리포니아의 태양 아래 빛나는 도시는 성공을 꿈꾸며 모여든 사람들이 액션 활극을 벌이기에도 적당한 장소였으리라.


1990년대에 등장한 [비버리 힐즈의 아이들(Beverly Hills, 90210)]은 부유층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미드의 새로운 경향을 예고했다. 베벌리 힐스는 로스앤젤레스 서쪽 고지대에 있는 세계적 부촌으로, 톰 크루즈,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초특급 스타들의 대저택이 모여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의 쇼핑가인 원조 로데오 거리(Rodeo Drive)에서 베벌리 힐스가 어느 쪽인지 물어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신이 만약 리처드 기어라면 [프리티우먼]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그 영화의 현장인 베벌리 윌셔 호텔(Beverly Wilshire Hotel)이 지금도 그 자리에 남아 있다.


[프리티 우먼]의 현장인 베벌리 윌셔 호텔에서 현대의 신데렐라를 꿈꾼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여기에서 공부해

조지 루카스의 기념비적인 SF 영화 [THX 1138]은 USC 재학 시절 만든 단편을 발전시킨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도시이니만큼 배우나 감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세계 각국에서 모여드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수학 천재들의 범죄 드라마 [넘버스]에 교정을 빌려주기도 하는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는 대표적인 영화학도의 산실이다. 이 대학의 영상예술학교(School of Cinematic Arts)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영화학교로, 조지 루카스, 로버트 저메키스 등 명감독들을 배출해냈다. 1973년 이래 매해 한 명 이상의 졸업생이 아카데미에미상 후보로 뽑히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으며, 200개 가까운 수상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1960년대 초반 월트 디즈니의 주도로 설립된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는 애니메이션 분야의 인재들을 배출해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비틀주스]의 팀 버튼, [이온 플럭스]의 피터 정 등이 이 학교 출신이고, [라이온 킹] [토이 스토리]의 크레디트 곳곳에서 졸업생들의 이름을 볼 수 있다.

거대한 꿈의 공장의 실체를 확인하자

도시 북쪽, 할리우드 사인 근처에 있는 유니버설 시티는 이름 그대로 영화사 유니버설 픽처스의 터전이 되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있는 거대한 영화 스튜디오이자 테마 파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스 할리우드(Universal Studios Hollywood)'는 할리우드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생생히 확인할 수 있는 장소다.


20세기 초반 유니버설이 무성 영화를 찍을 때부터 영화 촬영장을 둘러볼 수 있는 투어는 존재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테마 파크형의 투어가 시작된 것은 1960년대부터다. 이제 관람객들은 영화 촬영 세트만이 아니라 돌발적인 이벤트, 스턴트 시범, 라이브 퍼포먼스 쇼 등을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백 투더 퓨처] [비틀주] [킹콩] [심슨 가족] 등 여러 히트작들을 테마로 한 세트와 놀이 기구들이 인기를 모아왔는데, 2011년에 개장될 예정인 [트랜스포머]도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거대한 영화 세트장이자 놀이동산인 '유니버설 스튜디오스 할리우드'.

월트 디즈니의 흔적을 찾아라

음악 공연과 영화에서 꾸준히 이용되고 있는 디즈니 콘서트홀.


할리우드의 꿈을 이야기할 때,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이름은 월트 디즈니다. 미국은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의 마음 속에 자라온 온갖 종류의 꿈이 뒤엉킨 땅이다. 할리우드의 영화는 바로 그 아메리칸 드림을 먹고 자라왔다. 그리고 디즈니의 꿈은 가장 꿈만 같은 꿈, 상상으로만 그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 꿈이었다. 시카고 예술학교의 야간 과정을 다니던 디즈니는 학교 신문의 만화를 그리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카툰 스튜디오를 만들기 위해 할리우드로 온다. [증기선 윌리]로부터 본격화된 그의 모험은 1930~4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황금시대를 열게 된다.


지금도 이 도시 곳곳에서 월트 디즈니의 이름을 만날 수 있는데, 2003년에 문을 연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은 이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딱 보기만 해도 '프랭크 게리'의 작품임을 알 수 있는 날렵하면서도 웅장한 건축물은, 금방이라도 아기 코끼리 덤보와 함께 하늘을 날아오를 듯하다. 이 건물은 그 유명세 덕분에 [심슨 가족]에 패러디되기도 했다.

스프링필드 마을이 프랭크 게리를 불러 새로운 콘서트홀을 만드는데, 번즈 사장은 이 건물을 교도소로 바꾸어 버린다. 범죄자 스네이크는 그 감옥에서 탈출하며 말한다.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감옥도 나를 붙잡아 둘 수는 없어."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은 음악 공연을 위해 주로 사용되지만, 2003년 [매트릭스 레볼루션]의 시사회장으로 사용되는 등 영화와도 꾸준히 인연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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