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유럽 이탈리아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는… 천의 얼굴을 가진 도시, 밀라노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레스토랑 Luxury shop
 

하이패션의 중심지인 밀라노에서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 싶다면? 명품 브랜드와 코워크한 레스토랑, 카페, 리빙숍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밀라노에는 명품 브랜드가 만든 럭셔리 레스토랑과 카페, 리빙숍이 유난히 많은데, 돌체앤가바나는 밀라노에 첫 번째 레스토랑 ‘골드’를 열었고, 저스트 카발리와 트루사르디, 구찌도 밀라노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구찌 카페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구찌 로고가 찍힌 초콜릿은 패션 피플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르마니는 아예 빌딩 하나를 통째로 아르마니 스타일로 채웠다. 아르마니 홈, 아르마니 플라워, 아르마니 카페 등을 함께 운영하는 것. 이곳에 가면 세계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

dolce&gabbana gold 돌체앤가바나 골드
dolce&gabbana gold 돌체앤가바나 골드

돌체앤가바나의 첫 번째 레스토랑. 에너지와 태양이라는 콘셉트에 맞추어 꾸며져 있다. 호화스럽고 반짝이는 소재들과 대리석, 하이글로시 스틸과 거울, 샹들리에, 크림과 골드색의 가죽을 사용해서 따뜻한 느낌과 함께 아름다운 공간으로 연출했다. 넓은 공간이 카페, 비스트로, 레스토랑, 칵테일 바로 나뉘어 있다.

Add piazza risorgimento Tel 39 02 757 7771
Time 월요일~일요일 08:00~18:00(카페), 월요일~수요일 18:00~01:00 목요일~토요일 18:00-02:00(칵테일 바) 월요일~토요일 12:00~24:00(비스트로), 화요일~토요일 19:30~23:30(레스토랑) Url www.dolcegabbanagold.it
Station Tram 9, 29/30 Piazza Tricolore

giorgio armani 조르지오 아르마니
giorgio armani 조르지오 아르마니

아르마니 건물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엠포리오 아르마니,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등의 의류를 위시해 가구, 생활용품, 향수, 레스토랑, 카페, 바 가 모두 모여 있다. 일본의 전설적인 요리사 노부nobu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에서는 아르마니의 풍미를 반영한 퓨전 일식을 맛볼 수 있고, 아르마니 바에서는 퓨전 일식 메뉴의 아페리티보가 열리는데, 쫙 달라붙는 핑크색 티셔츠를 입은 멋진 몸매의 남성 바텐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재 꼭대기 층에 아르마니 호텔을 설립 중이며, 2010년에 완성된다.

Add via manzoni, 31 Tel 39 338 927 1409 Url www.giorgioarmani.com
Url www.armani-viamanzoni31.it Station Tube 3 monte napoleone

cafe trussardi 카페 트루사르디

cafe trussardi 카페 트루사르디

깔끔한 인테리어에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통유리창으로 된 이곳은 스칼라극장 뒤편에 위치하고 있다.

Add piazza della scala 5 tel 39 02 8068 8295 Time 월요일~금요일 07:30~23:00 / 토요일 09:00~23:00 Url www.trussardi.com
Station Tram 1, 2 Teatro Alla Scala Tube 1, 3 Duomo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국  '산마리노' 에 가보셨나요?
 
아드리아해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신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온 사람들.
그들을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는 중세의 날 축제.
7월 중순 닷새 동안중세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누가 뭐라 해도 이 기간이
산마리노 여행의 최적기다.


7월 중순 즈음 산마리노는 중세의 도시로 탈바꿈한다
중남미를 빼고는 거의 모든 대륙을 다녔다. 서아프리카 말리의 진흙도시 젠네의 골목길을 헤매기도 하고, 인도 푸시카르 사막에서 수십만 낙타와 함께 잠들기도 했다. 런던에서 공부할 때는 사우스 뱅크 산책을 즐겼고,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6개월 사이에 세 번이나 다녀 온 적도 있다. 하지만 보통 직장인들에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휴가란 대게 일주일을 넘지 않는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한정된 시간 안에 느긋이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추천해볼까 한다.

이탈리아 동북부 내륙에 위치한 산마리노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이라도 한나절 걷기에 효율대비 최적의 장소다. 티타노산(Titano Mt.749m)을 중심으로 위치한 산마리노는 과이타 요새 정상에 서면 경계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그만 도시 국가지만 가장 오래된 공화국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301년 세워진 산마리노 공화국은 로마 황제의 지배를 받으며 2명의 집정관을 두었던 전통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우리로 치자면 대통령이 2명인 것이다. 내무부 장관이 산마리노 사람들의 결혼식 주례를 서는데, 인구 3만 명의 국가에서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좌) 자유의 광장을 지키는 바위 경비대. 근엄해 보이지만 관광객들을 위해 기꺼이 사진 모델이 되어준다. (우) 301년에 세워진 산마리노는 로마 황제의 지배를 받으며 2명의 집정관을 두었던 전통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산마리노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루트 혹은 당신이 걸었던 길은 어디인가.
기차가 이탈리아 리미니역 플랫폼에 다다르면 저 멀리 티타노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역 앞에서 산마리노행 버스를 타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국경선의 표지판을 지나 10여 분 뒤 산마리노의 본격 여행이 시작되는 성벽 바로 아래까지 데려다준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느낄 수 있다. 불과 해발 700여m 높이에 부는 시원한 산바람이 얼마나 고마운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푸른 평원을 감상하며 아드리아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다. 산 프란체스코 관문을 통과해 50여m를 오르면 곧 산마리노 의회가 있는 자유의 광장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는 ‘바위 경비대’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군인들이 의회를 지키고 서 있다. 조용히 다가가 옆에 서면 기꺼이 사진 모델이 되어준다.

여기저기 나 있는 골목길을 따라 계속해서 오르다보면 티타노산 제1의 요새인 과이타에 이르게 된다. 3개 요새가 있지만 개방되는 곳은 제2 요새 체스타를 포함한 두 곳뿐. 이 모두를 돌아보는데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뙤약볕 내리쬐는 여름이라도 한나절 걷기 좋은 산마리노 길
산마리노에서 꼭 즐기거나 느껴야 할 것이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즐기고, 느끼고, 가져왔나. 7월 중순 닷새 동안 산마리노는 중세의 도시로 탈바꿈한다. 골목골목 중세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거닐고, 자신의 키보다 긴 칼을 부딪치며 중세 기사들이 칼싸움을 벌인다. 그들은 산마리노를 쳐들어오는 이탈리아인들에 맞서 용감하게 싸운 조상들의 전투를 재연한다. 그런가하면 광장 곳곳에서는 젊은 남녀들이 르네상스 시대의 감미로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이들 모두는 산마리노 자원봉사자들이다.

목마른 아이들에게는 시원한 수박 한입 물리고 중세의 장난감을 쥐어준다. 밤이 깊도록 광장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중세의 축제를 즐겨야 한다. 축제의 백미는 역시 축제 마지막 날 벌어지는 석궁대회. 산마리노 국가대표팀과 이탈리아 인접 도시 대표 팀들 간의 시합으로 선수들은 단 한번의 기회를 살려 3cm의 과녁 중앙을 정확히 맞히고 싶어 애를 쓴다.

(좌) 산마리노 구석구석 중세 분위기가 물씬 (우) 밤이 깊도록 화려한 중세의 축제는 계속된다
산마리노를 걸을 때 주의할 점을 귀띔한다면? 우리는 여행을 간다고 하면 최대한 편한 복장으로 간다. 하지만 서유럽인들은 이와 더불어 대개 정장 한 벌씩을 가지고 다닌다. 밤이 되면 드레스로 갈아입고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그날만큼은 화려한 음식으로 한껏 분위기를 즐긴다. 똑같이 주어진 여행시간이라도 어쩐지 그들은 그 시간을 최대한 즐긴다. 지금 여행 가방을 꾸리는 중이라면 일회용 컵라면은 당장 빼버리고 가벼운 정장을 한 벌 챙기자. 그래서 소중한 여행 동반자에게 근사한 시간을 선물하자.

티타노산을 중심으로 위치한 산마리노는 과이타 요새 정상에 서면 경계선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도시국가다.
여행의 유형에 따라 여행자들을 크게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고운 모래 해변에 선크림을 바르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하는 여행자와 산을 오르거나 신나게 자전거를 타면서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 부류, 그리고 컬처 벌처(Culture Vulture) 즉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이색적인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부류다.

PD라는 직함으로 해외에 다니다 보니 가만히 앉아서 즐기는 신세는 못되고, 자연히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가며 최대한 돌아다녀야 한다. 다행히 적성과도 맞다. 걷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이색적인 풍광에 고동치는 나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온 마음을 다하고 온 정신을 집중하여 그 자리, 그 시각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밀라노는 콧대 높은 도시다. 누구나 동경하는 ‘명품 1번지’이고, 도시의 상징인 대성당 두오모는 웅장함에다 세련미까지 갖췄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말끔한 슈트 차림의 멋쟁이들이 활보하는 골목길에서 덩달아 폼을 낸다. 밀라노에 들어서면 일단 옷깃에 힘부터 줘야 한다.

 

도도한 도시에서는 붉은색 벽돌의 한 건축물에 주목한다.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이다. 성당의 숨겨진 자존심만은 밀라노의 어느 공간에도 뒤지지 않는다. 건축의 대가인 브라만테가 1492년 완성했고, 내부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이 보존돼 있다. 본당은 고딕양식이지만 브라만테의 손길이 닿은 부분은 신르네상스 양식이다. 화려한 밀라노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도 이 성당이 유일하다.

 

[최후의 만찬]이 전시된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이 담기다

15세기 중반, 한때 서로마제국의 수도였던 밀라노는 부흥을 꿈꿨다. 천재 건축가와 화가를 밀라노로 끌어들인 것은 문화적, 경제적 기반을 지닌 부호들이었다. 토스카나의 빈치라는 마을 출신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이 당시 밀라노에 입성해 르네상스 최고의 걸작을 그려냈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세나콜로 Cenacolo]로 불리는 [최후의 만찬]에는 예수의 예언을 듣고 놀라는 12제자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흥미로운 것은 [최후의 만찬]이 성당의 식당 안에 걸려 있다는 것이다.

 

산타마리아 성당의 회랑은 정교한 신르네상스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밀라노의 보석’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동상.

 

 

작품과 성당은 오랜 기간 수난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 17세기에 식당과 주방 사이를 넓히면서 [최후의 만찬] 중 예수의 다리부분이 잘려나갔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반원의 아치가 도드라진 교회의 대회당이 폭격을 맞아 붕괴됐다. 전반적인 복구 외에도 [최후의 만찬]의 최근 복원작업에만 20년이 걸렸다. 작품을 그려내는 것보다 7배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 뒤 1999년에야 일반에 공개됐다. [최후의 만찬]이 훼손이 심했던 것은 레오나르 다 빈치가 당시 유행했던 프레스코화 대신 다양한 용매를 이용하는 ‘템페라’ 기법을 썼기 때문이다. 이 역시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는 큰 몫을 하게 된다.


본래 도미니크 수도회의 성당이었던 주요 공간들과 달리 식당을 구경하려면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입장인원과 관람시간까지 까다롭게 제한을 두고 있으며 사진촬영은 철저하게 금지된다. 재생과 복원에 오랜 정성을 기울였기에 요구되는 세심한 배려다.


성당은 투박한 도로변에 한적하게 들어서 있다. 정문 앞에는 나무벤치가 있어 여유롭게 붉은 색 벽돌의 신르네상스풍 건물을 감상할 수 있다. 성당 앞 뜰은 꼬마들이 뛰노는 평화로운 풍경이다.

 

 

도도한 명품들이 가득한 거리

밀라노에 들어서면 도심 곳곳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흔적을 만나게 된다. 그는 ‘명품 도시’ 밀라노가 아끼는 보석과 같은 존재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과학기술 박물관에는 회화뿐 아니라 과학, 해부학, 지리학, 천문학 등에도 능했던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한때 밀라노 부호의 요새였던 스포르체스코성.

시내 어디서나 패션 감각이 뛰어난 여인들을 만난다.

 

 

산타마리아 성당에서 나서면 스포르체스코성으로 이어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건축에 관여했던 성으로 한때는 귀족의 요새였다. 성 안은 중세의 미술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됐고 성 밖은 셈피오네 공원(Park Sempione)에 둘러싸여 있다. 녹음 짙은 공원 산책로와 성의 조화는 견고하면서도 고즈넉하다. 네 명의 제자를 곁에 두고 서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동상도 라 스칼라 극장 앞 공원에서 만난다. 예술의 거장이 서 있는 공원 한편에는 동성연애자들의 파격적인 키스가 눈을 현란하게 만든다.

 

부와 예술미를 등에 업은 밀라노는 명품과 패션의 도시로 성장했다. 몬테 나폴레오네(via monte napoleone), 델라 스피자 거리 등에는 아르마니, 프라다 등 세계최고 디자이너들의 본점이 진을 치고 있다. 골목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죄다 모델 같다. 패션의 거리답게 경찰들의 옷 매무새에도 세련미가 가득하다.

 

사방이 조각으로 채워진 대성당 두오모는 웅장하면서도 우아하다.

오렌지색 트램은 밀라노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밀라노의 도도함은 두오모 덕분에 더욱 도드라진다. 1890년에 준공되기까지 500년의 세월이 걸렸고 수많은 건축가의 손을 거쳤다. 패션의 도시 한 가운데 위치했지만 우아함과 정교함만은 뒤지지 않은 채 밀라노를 빛내고 있다.

 

두오모 광장 앞 에마누엘 2세 아케이드는 쇼핑 공간인데도 바닥에 프레스코화가 칠해져 있다. 오렌지색 목조 트램은 밀라노의 명품 거리 한 가운데를 가로지른다. 세련된 도시는 고풍스러운 소재들이 뒤섞여 한껏 그 품격을 높이고 있다.


가는 길
밀라노까지는 다양한 경유 항공편이 운항중이다. 국제선 전용인 말펜사 공항은 유럽 각지를 연결하는 항공편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열차를 이용해 밀라노 중앙역에 도착하는 것도 일반적이고 수월한 방법이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까지는 열차로 불과 2시간 거리다. 말펜사 공항에서 중앙역까지는 2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가 운행되며 시내 곳곳은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하다.

밀라노와 피렌체 사이, 볼로냐가 주도인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na) 사람들을 이탈리아에서는 뚱뚱한 사람들이라는 뜻인 '라 그라사(la grassa)'라고 부른다.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뚱뚱해질 때까지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그만큼 음식의 본고장으로 일컫는 이탈리아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 지역이다. 포강 유역을 따라 펼쳐진 평야에서 풍부한 농작물이 재배되고 가축 사육도 활발하며 아드리아해에 접해 해산물도 풍족하다. 모두의 배를 만족시켜주는 황금의 땅, 미각의 향연이 펼쳐지는 미식가들의 천국이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식재료도 대부분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먼저 파르미자노 레자노(Parmiggiano Reggiano) 치즈가 있다. 파르미자노 레자노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도 등장할 만큼 1300년의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치즈다. 파르마(Parma)와 레조에밀리아(Reggio-Emilia), 두 도시에서 생산되어 '파르미자오 레자노'라는 긴 이름으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어지고 있다. 원칙에 따라 관리·사육한 젖소의 신선한 젖에 소금을 첨가해 응고시킨 후 2년 정도 숙성시킨다. 커다란 원통 모양으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치즈만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다. 무게가 30㎏이 넘는 치즈 한 덩어리의 가격은 약 500유로. 한국에서는 200만원을 호가한다.  

흔히 '파르메산 치즈'로 불리며 피자나 파스타에 뿌려 먹는 가루 치즈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치즈는 '부엌의 남편'이라 불릴 만큼 이탈리아인들이 애용하는 식탁의 필수품이다. 파르마의 치즈 공장에서는 예약을 하면 매일 아침 전문 가이드와 함께 신선한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와 리코타 치즈 만드는 과정을 견학할 수도 있다. 스페인의 하몽과 함께 '햄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프로슈토 디 파르마(Prosciutto de Parma)도 빼놓을 수 없다. 이름 그대로 파르마가 본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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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믹(balsamic) 식초는 모데나(Modena)를 대표한다. 이 지방의 포도로 전통적인 기법에 따라 식초를 만들어야 한다. 발사믹은 이탈리아어로 '향기가 좋다'는 의미인데 모데나의 많은 가정에서는 아직도 식초를 직접 만든다. 시내에 들어서면 숙성된 발사믹 식초의 향기가 봄날의 꽃향기처럼 넘쳐나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대가 더욱 충만해진다. 

오랜 숙성이 필요한 발사믹 식초 중에서도 25년이 넘은 것은 '엑스트라베치오(extravecchio)'라 불린다. 

볼로네제 스파게티로 알려진 미트소스 파스타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 이름은 '탈리아텔레 알라 볼로네제(Tagliatelle alla Bolognese)'. 미국에서 유행시킨, 넉넉한 토마토 소스에 간 고기를 넣은 스파게티와 생김새가 많이 다르다. 탈리아텔레가 스파게티보다 훨씬 두껍고 넓적하며 라구(Ragu)라 불리는 고기 소스도 토마토보다 고기가 많다. 느끼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전 세계 어느 문화권 사람이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볼로냐를 대표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안녕하세요~ 
명품 브랜드의 고향으로 알려진 이탈리아는
품질 좋고 저렴한 가격을 가진
상품들을 많이 판매하고 있어서
쇼핑의 천국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가격에
쇼핑을 즐길 수 있는데
이탈리아에 가면 꼭 사야 하는 물건
알아보도록 할게요!

벵끼 초콜릿

이탈리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져 있는
페레로로쉐 초콜릿보다 벵끼 초콜릿이
더 명품 초콜릿 대접을 받고 있는데요.
동물성지방과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
웰빙 초콜릿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만큼
이탈리아에 방문하면
꼭 사야 하는 초콜릿이에요!

포켓 커피

포켓 커피는 초콜릿 안에 에스프레소가
들어있어서 그냥 먹어도 좋고
따뜻한 우유에 타서 마셔도 좋은데요.
여름에는 초콜릿이 녹기 때문에
가을과 겨울에만 판매하고 있는데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해요!

마비스 치약

아직 한국에서 구매할 수 없는 마비스 치약은
우리나라 치약과는 달리
자연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여 만드는데요.
천연재료를 사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고
패키지 디자인 퀄리티가 좋아서
샤넬 치약이라고도 불린답니다.

크루치아니 팔찌

크루치아니 팔찌는 고급 니트 소재로 만들어져
여름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을 선보이고 있는데
디자인과 색상별로 팔찌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다르다고 해요
한국보다 종류가 다양해서
기념품으로 사기 좋답니다!

우리나라 셀렙들의 여름 악세서리로 잘 알려진 팔찌 브랜드다. 최고급 니트 소재를 사용하며 각각의 모양 별로 다른 의미를 가지는데 행운을 상징하는 네 잎 클로버가 가장 기본 아이템이다. 최근 나라별 국기 색을 모티브로 한 팔찌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한국의 태극기 모양도 만나볼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종류를 구매할 수 있으며 로마에는 국회의사당 근처의 정식 매장이 있고 코인 등의 뷰티 스토어나 편집 숍 등에서 구매 가능하다. 가격은 5유로부터 만나볼 수 있다. 

 

◇ 산타마리아 노벨라(Santa Maria Novella) 크림 

약국 화장품의 원조라 불리는 산타마리아 노벨라는 도미니크 수도회가 1200년대부터 허브와 약초 등으로 제조해오던 천연 화장품 브랜드다. 우리나라에는 배우 고현정이 쓰는 화장품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노벨라의 인기 제품은 수분크림인 이드랄리아, 재생크림 크레마알폴리네, 장미스킨 아쿠아디로제다. 

현지에서 구매할 시 우리나라 백화점에 입점한 금액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피렌체에 본사가 있고, 로마에는 나보다 광장과 스페인 광장 근처 지점이 있으며 영업시간은 10시부터 19시30분까지다. 

◇ 키코(Kiko) 

약간 생소할 수도 있으나 유럽 여행의 경험이 있다면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브랜드다. 1997년 탄생한 키코는 이탈리아 코스매틱 브랜드로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두루 사랑 받고 있다. 

무엇 하나 대충 만드는 법이 없는 이탈리아 정신이 깃들어 있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 제품. 가격대는 중, 저가지만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며 유행을 리드하는 컬러 또한 신선하고 독특하다. 

프로모션으로 진행하는 1~2유로의 매니큐어는 선물용으로 안성맞춤이다. 가격대는 매니큐어 류 1~5유로, 립스틱 류 3유로 리무버 류 5유로부터다. 키코 매장은 이탈리아의 각 도시 별 쇼핑 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로마의 중앙역 테르미니 지하 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 수페르가 (Superga) 

프랑스의 벤시몽, 스페인에 빅토리아 슈즈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수페르가(Superga)가 있다. 

'피플즈 슈즈 오브 이탈리아(People's shoes of Italy)'라는 슬로건이 증명하듯 이탈리아 젊은 세대라면 하나쯤은 갖고 있을 국민 스니커즈다. 

이탈리아 라이프 스타일 슈즈 '수페르가'는 부츠라인, 클래식라인, 스터드라인 등 다양한 스타일을 만나볼 수 있다. 스니커즈 평균 가격대는 약 65유로부터다.

◇ 마도바 장갑 (Madova) 

이탈리아 핸드 메이드 가죽 장갑 브랜드다. 가죽이 유명한 피렌체에 매장이 있으며 고급 가죽으로 만든 다양한 디자인의 장갑이 눈길을 끈다. 

견고한 디자인뿐만 아니라 장갑의 내부를 캐시미어로 덧대어 멋스러우면서도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부드러운 가죽에 손에 딱 맞는 피트 감으로 유명하며 매장 방문 시 손 크기와 모양에 따라 장갑의 디자인을 컨설팅 해 준다. 장갑은 50유로부터 만나볼 수 있다.

◇ 일 파피로(IL PAPIRO) 

일 파피로는 파피루스 종이를 취급하는 고급 문구 전문점이다.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에 체인을 갖고 있으며 이 가게에는 손수 만드는 아름다운 마블지와 수제 노트 등 수많은 아이템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중세시대 영화에서 편지를 쓰고 왁스를 멜팅 스푼에 올린 후 촛불에 녹여 편지를 밀봉하는 씰링 스탬프는 하나쯤 소장하고 싶은 아이템이다. 가격은 마블링 종이류 3유로부터며, 씰링 스탬프 세트 16유로부터 35유로까지다. 

◇ 비알레띠 모카포트(Alfonso Bialetti) 

이탈리아 가정의 필수 주방용품 비알레띠 모카포트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집에 하나씩 꼭 구비해야 할 아이템으로 커피를 즐기는 지인에게 선물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떼르미니 지하1층 코나드(conad) 슈퍼나 로마 시내 곳곳의 슈퍼에서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커피가 완성되면 멜로디가 나오는 기능의 모카포트나 유니크한 개성의 모카포트를 갖고 싶다면 본 매장을 방문해보자. 가격은 15유로부터 40유로까지 다양하다.

 

이태리 명품 수도원 화장품, 카마돌리 

이탈리아 ‘카마돌리’라고 하면

‘ 아주 famous하고 인기가 많은 화장품!!

이탈리아 청정지역 토스카나 카마돌리라는

수도회에서  재배하고 키운 약초들로만

만든 천연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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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강물에 비친 베키오 다리의 모습을 상하 반전한 사진. 베키오 다리는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자 가장 유명한 다리다.

비단처럼 넘실대는 구릉 위 사이프러스나무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이탈리아 토스카나, 그 중심에는 피렌체(Firenze)가 있다. 골목마다 달콤한 향기가 새어 나오는 이 도시의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꽃피는 마을이라는 뜻의 단어 '플로렌티아(Florentia)'에서 기원했다. 

중세 르네상스의 부흥을 주도한 도시답게, 피렌체는 도시 전체가 예술 무대다. 피렌체 권력의 상징인 팔라초 베키오,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가득한 시뇨리아 광장, 메디치가의 궁전은 물론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라파엘 같은 천재 예술가들 작품의 향연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Santa Maria del Fiore)' 대성당이다. 꽃의 성모마리아 대성당이란 뜻을 지닌 이 위대한 건축물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성당이자, 피렌체의 거대한 심장이다. 피렌체 두오모 혹은 피렌체 대성당으로도 불리는 이 건축물은 1296년 아르놀포 캄비오(Arnolfo Cambio)에 의해 착공됐고, 1436년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의 돔을 꼭대기에 얹으며 비로소 완성됐다. 

피렌체 대성당은 고딕 양식과 피렌체 양식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장밋빛, 상앗빛, 초록빛의 오묘한 패턴이 새겨진 대리석으로 꾸며진 외관은 그 자체로도 완벽한 예술 작품이다. 궁극의 화려함과 섬세함을 지닌 외관과는 대조적으로 내부는 절제미가 돋보인다. 천장을 가득 메운 바사리의 최후의 심판 프레스코화는 성스러움을 더한다. 

464개의 좁은 계단을 오르면 높이 106m, 지름 45.5m에 이르는 거대한 돔, 큐폴라(Cupola) 정상에 도달한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속, 헤어졌던 연인 준세이와 아오이가 운명적인 재회를 한 바로 그 장소다. 붉은 지붕이 만발한 도시 위로 푸르고 시린 바람이 나부낀다. 사람들은 우두커니 서서 수채화처럼 번져가는 피렌체의 풍경을 아련하게 바라본다. 아마도 영화 속의 두 연인처럼, 열정적이었던 과거와 냉정해야만 하는 현재 사이에 묻어둔 소중한 추억들을 조심스레 꺼내 보고 있는 것이겠지.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Arno)강 위에는 아름다운 다리들이 세워져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1345년에 지어진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다. 베키오는 이탈리아어로 '오래된'이라는 뜻을 지녔는데, 이름 그대로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퇴각하면서 피렌체의 모든 다리를 폭파했지만 베키오 다리만은 남겨두었기 때문. 

베키오 다리가 특별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피렌체 출신인 시인 단테가 베아트리체와 처음 조우한 운명적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 둘은 생전 딱 두 번 만났고, 끝까지 맺어질 수 없었다. 그러나 단테는 평생 베아트리체를 가슴속에 새겼다. 그래서일까, 필연적인 사랑과 꿈같은 낭만을 꿈꾸는 연인들은 모두, 이 오래된 다리 위를 찾는다. 아득히 흐르는 강물 위로 영원한 사랑에 대한 맹세를 띄워 보내며. 

피렌체 동남쪽에 자리한 미켈란젤로 언덕은 낭만의 도시, 피렌체의 또 다른 성지다. 아름다운 시내 전경을 파노라마로 담을 수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석양 지는 피렌체는 더욱더 붉게 적셔지고, 아르노강은 황금 물결이 되어 잔잔하게 흐른다. 

어느새 어둠이 자욱해진 밤하늘에는 태양보다 뜨거운 달이 두둥실 떠오르고, 그 아래는 별보다 빛나는 사랑들로 채워진다. 냉정은 가고 열정만 남은 피렌체의 밤이다. 

[글·사진 = 고아라 여행작가]


■ 이탈리아 토스카나 핫스폿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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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우)몬탈치노 카스텔 지오콘도 와이너리.

바야흐로 발견하는 여행의 시대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여행이 트렌드라는 말씀. 호기심 넘치는 요즘 여행자들은 알만한 동네를 기점으로 각기 다른 개성으로 무장한 주변 소도시까지 두루두루 살펴본다. 이런 여행에 안성맞춤인 데스티네이션이 바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이탈리아 문화예술의 수도 피렌체를 중심으로 와이너리 투어(몬탈치노), 중세로 떠나는 시간여행(시에나), 귀가 즐거운 음악 여행(라야티코)까지 우리가 상상했던 이탈리아의 모든 것을 토스카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탈리아 문화예술의 중심-피렌체 = 사실 피렌체라는 도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1주일도 모자라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단테, 마키아벨리, 갈릴레오 갈릴레이…. 역사책 속의 전설적 인물들이 전부 이 고장에서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치를 꽃피웠고 그 결과 인류 역사상 문화·예술·사상적으로 가장 융성했던 시절 르네상스가 만들어졌다. 피렌체 여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피렌체 역사 지구를 중심으로 한다. 흔히 두오모 대성당이라고 부르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가 있는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베키오 다리와 르네상스를 후원한 메디치 가문이 살았던 베키오 궁전 그리고 메디치 가문이 소유했던 예술작품이 모여 있는 우피치 미술관 등 볼거리가 차고 넘친다. 전망 포인트로는 미켈란젤로 광장, 조토의 종탑, 베키오 궁전 타워를 추천한다. 피렌체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도 있다. 피오렌티나라고 불리는 티본스테이크로 드라이에이징한 소고기를 맛깔나게 구워낸다. 구시가지 쿠치나 토르시코다가 미슐랭가이드에도 소개된 맛집이다. 

 700년 된 와이너리 투어-몬탈치노 = 이탈리아는 자타공인 와인 종주국이다. 이탈리아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와인을 생산한다고 보면 맞는다. 상업적으로 유통을 하지 않을 뿐이지 제각각 개성 넘치는 와인을 만들어 먹는다. 시중에 판매되는 와인 중 가장 좋은 것은 'D.O.C.G.' 등급. 이탈리아에서는 42개만이 D.O.C.G. 등급을 받았는데, 피에몬테 11개, 토스카나가 7개로 그 뒤를 잇는다.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는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 가문의 카스텔 지오콘도다. 프레스코발디 가문은 1308년부터 무려 700년 동안 토스카나 지역에 살면서 와인을 만들었다. 단골 또한 남다르다. 도나텔로, 미켈란젤로 등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이 프레스코발디의 와인을 즐겨 마셨고 14세기부터 영국 왕실과 유럽 귀족에게 와인을 공급했다. 카스텔 지오콘도 와이너리의 규모는 무려 1000㏊, 그러니까 서울의 중구만 한 땅이 전부 포도밭이다. 산지오베제 품종을 주로 키운다. 와이너리 안에는 숙박시설도 마련돼 있고 고즈넉한 옛 건물에서 와인 테이스팅도 진행한다. 

 중세로 시간여행-시에나 =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시에나는 이탈리아 중부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도시다. 7㎞의 성벽에 둘러싸인 시에나 역사 지구 역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이탈리아 고딕양식을 대표하는 시에나 대성당, 캄포 광장, 알프스 북쪽의 고딕 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산타마리아 대성당, 만자탑(塔)이 있는 시청과 고딕·르네상스·바로크 양식이 고루 섞인 옛 은행 건물 등 도시 전체가 중세 때 박제된 듯하다. 1000년도 넘은 중세 도시의 골목은 초행자에겐 미로와 같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보물을 찾듯 골목 투어에 나서기를 권한다. 모든 길은 만자탑이 있는 캄포 광장으로 통한다. 유럽의 3대 광장으로 꼽히는 캄포광장은 유럽에서 본 여느 광장과는 조금 다르다. 하늘에서 광장을 내려다본 모습이 영락없는 조개껍데기 같다. 광장은 평평한 것이 아니라 오목하다. 회색 벽돌로 광장을 모두 9등분 했는데, 각각 구역은 중세시대 이 지역을 통치했던 9개 의회를 상징한다. 광장 주변엔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 

 보티첼리의 고향-라야티코 = 라야티코는 막 떠오르는 명소다. 피사 지방의 작은 마을 라야티코의 인구는 고작 1300명. 하지만 라야티코를 찾아오는 방문객은 한해 2만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약 10배에 달하는 관광객을 홀린 건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공연장 '침묵의 극장'이다. 

2006년 문을 연 침묵의 극장은 이곳 출신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 단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극장은 마을 중심에서 슬쩍 빗겨난 구릉지대에 위치한다. 침묵의 극장이라는 심오한 이름이 붙은 이유는 1년에 딱 한 번만 공연이 열리는 때문이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자신의 고향이 가장 아름다운 매년 7월 동료 음악가들과 함께 공연을 진행한다. 청중 중 80%가 외국인 관광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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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중세시대 때 세워진 아시넬리 탑 꼭대기에서 바라본 볼로냐의 모습. 
② 파르마 지역의 특산품 파르메산 치즈. 
③ 볼로냐 외곽에 위치한 음식 테마파크 피코 이탈리 월드 에서는 셰프와 함께 파스타를 만드는 체험이 가능하다. 
④ 볼로냐 지역의 특산품 소시지 모르타델라. 메인메뉴를 먹기 전 모르타델라로 식욕을 돋운다.

이탈리아로 떠나야 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쇼핑·건축·인테리어·문학·음악·성지순례·드라이브·휴양 그리고 미식까지 어떤 테마를 끌어와도 이탈리아는 말이 되는 여행지다. 하여 여태껏 이탈리아를 아껴왔다. 돈 없는 대학생 시절 여러 서유럽 국가 틈에 끼어 이탈리아를 구경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벼르고 별렀던 이탈리아로 떠난 건 지난 춘삼월의 일이다. 테마는 미식. 겨우내 잠자던 미각을 깨우러 참 멀리도 갔다. 

수도 로마, 경제 중심지 밀라노, 문화예술의 성지 피렌체 등 이탈리아 빅3 도시를 제쳐두고 고른 지역은 바로 에밀리아로마냐 지방. 미식가들의 나라 이탈리아에서도 맛의 고장으로 꼽힌다는 설명에 마음이 동해버렸다.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의 주도 볼로냐.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파스타 소스 볼로네즈의 고향이다. 볼로냐는 1088년 설립된 볼로냐대학이 명맥을 유지하는 대학도시로 항상 생기가 넘친다. 볼로냐의 중심은 산 페트로니오 성당과 시청사 등이 몰려 있는 마조레 광장. 차량 통행이 금지된 너른 광장의 분위기는 자유로움 그 자체다. 버스킹을 하는 청년, 계단에 앉아 도시의 풍경을 스케치하는 여인, 바닥에 널브러져 볕을 쬐는 젊은이들이 뒤엉킨 이곳의 분위기는 평온하다 못해 나른하다. 중세도시를 한눈에 굽어보기 위해 아시넬리탑으로 향했다. 500개가 넘는 나선형의 나무 계단을 오른 자에게만 환상적인 뷰를 허락한다. 구두, 치마, 음주 셋 중 하나라도 해당 사항이 있다면 탑 구경은 포기하자. 발과 계단에만 온 정신을 집중해야 사고 없이 중세의 탑을 오르내릴 수 있다. 

마조레 광장과 연결되는 시장 골목으로 가면 로컬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 이어진다. 오스테리아 델 솔은 단연 독특했다. 안주는 일절 팔지 않는다. 음식은 손님이 알아서 준비한다. 술집에서 한 발짝만 떨어지면 시장통이기에 걱정 없다. '술 먹지 않는 자는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 문구와 와인 잔을 들고 있는 모나리자 그림 장식 등 오스테리아 델 솔은 말 안 해도 이 동네 술꾼들의 사랑방임이 틀림없다. 식전 샴페인으로 입맛을 돋우고는 관광청 직원이 추천한 발루스 레스토랑을 찾았다. 저민 고기와 토마토를 오랜 시간 함께 끓여 만든 볼로네즈 소스가 들어간 라자냐와 푹 익어 부드럽게 씹히는 목살 스테이크로 저녁을 뚝딱 해치웠다. 

볼로냐가 미식의 도시라는 명제는 '피코 이탈리 월드'에서 더 확고해졌다. 미식가들의 디즈니랜드, 식품업계 이케아 등의 수식어가 붙는 피코 이탈리 월드는 한마디로 음식 테마파크다. 뉴욕타임스가 볼로냐를 2018년 방문해야 할 52곳에 포함한 이유도 바로 피코 이탈리 월드 때문이다. 볼로냐 시내에서 차로 20분께 떨어진 외곽에 위치한 피코 이탈리 월드의 전체 규모는 10㏊에 달한다. 200여 마리 동물과 2000여 종의 작물이 자라는 농장은 물론 이탈리아 식품업체 40여 곳과 레스토랑·바 45곳이 입점했다. 20유로를 내고 토르텔로니 파스타 만들기 체험을 했다. 셰프의 지도 아래 반죽을 하고 미리 만든 리콜라 치즈 소를 반죽에 넣어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한 모양으로 빚어낸다. 1시간 넘게 조몰락거려 만든 토르텔로니의 맛은 노코멘트다. 

이번 여행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발사믹과 파르메산 치즈의 재발견이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거의 매 끼니 발사믹을 곁들인다. 샐러드에는 물론이고 과일·아이스크림·리소토·초콜릿·팬케이크 등 온갖 것에 뿌려 먹는다. 4대에 걸쳐 발사믹을 생산하는 레오나르디 가문의 모데나 농장을 찾아 생산 공정을 지켜봤다. 발사믹은 모데나 지역에서 생산되는 청포도 품종 트레비아노로 즙을 내 나무통 안에서 숙성시켜 만든다. 발사믹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포도 100㎏이 들고 보통 6~20년, 길게는 100년 넘게 숙성시킨다. 투어 말미에 100년간 숙성된 발사믹을 맛볼 기회가 생겼다. 예로부터 이탈리아 사람들은 숙취 해소를 위해 발사믹 원액을 먹는다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티스푼 가득 받아 약이다 생각하고 한 입 꿀꺽. 웬걸, 걸쭉한 발사믹은 적당히 시큼하고 의외로 달콤했다. 

피자 먹을 때 곁들이는 하얀 파르메산 치즈 가루의 원산지가 바로 에밀리아로마냐주의 파르마라는 도시다. 파르마에서 만든 치즈, 즉 파르메산(Parmesan)이라고 부르던 것이 미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파마산이라고 발음이 바뀌었다. 정작 현재 파르마에는 파르메산 치즈보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 Reggiano)'라고 불리는 특별한 치즈가 더 유명하다. 철저한 감독 아래 전통 방식으로 생산했다는 인증을 받은 최상품이다. 24~36개월 숙성한 것이 가장 맛있다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는 발사믹을 뿌려 먹는 것을 가장 추천한다. 딸기·발사믹·파르메산·꿀의 조합이 특히 최고. 치즈는 오래된 와인처럼 먹기 전 1~2시간 동안 공기에 노출하면 풍미가 가장 좋다. 

▶▶ 에밀리아로마냐 120% 즐기는 꿀팁 

투어핀은 유럽 전문 여행사로 자유여행객에게 원하는 날짜를 골라 가이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데일리 투어'와 가족, 소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 맞춤 투어' 등의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이탈리아 유명 와인을 직접 경험하는 토스카나 와이너리투어, 이탈리안 셰프와 함께 진행하는 쿠킹클래스 등이 있다. 


■ 인솔자 동행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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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의 상징 바티칸.

센강이 흐르고 에펠탑이 보이는 영원한 낭만의 도시 파리, 바티칸대성당의 천지창조를 바라볼 수 있는 로마, 야경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질 수 있는 로맨틱한 피렌체, 곤돌라에서 들리는 물결 소리와 뱃사공이 부르는 노래가 들려오는 베니스. 듣기만 해도 여행자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유럽. 패키지여행의 편리함과 배낭여행의 자유로움을 모두 담은 여행을 소개한다. 

 배낭여행 전문 인솔자 동행 

인솔자는 여행자가 온전히 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출발 전에는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준비 물품, 현지 투어, 주의 사항 등을 안내하며 현지에서는 전체 여정을 동행하며 도시와 도시 간 이동을 책임지고 인솔한다. 번거로운 철도 구간 좌석 예약 대행 및 관광지에서 짐 보관이 가능한 장소, 각 도시의 대중교통 수단과 이용 방법 등을 안내하며, 안전하고 효율적인 배낭여행을 위해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일정은 자유롭게 

인솔자와 함께하는 배낭여행에서는 각 도시에서 각자의 개성에 맞추어 원하는 미술관·박물관을 방문하거나 유명 맛집이나 카페를 찾아갈 수 있다. 다른 이들의 일정에 맞추지 않고 여행자 스스로 일정을 만들고 여행할 수 있으니 패키지여행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감상할 수 있고 어린 자녀들과 함께 루체른 교통박물관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저녁이 되면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핫한 파리의 클럽 퀸(Queen)에 갈 수 있다. 그야말로 도시 내에서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즐기면 된다. 

 여행은 안전하게 

모든 여행자는 여행에 대한 좋은 추억만을 가지고 싶어 한다. 계획대로 보고 마시고 즐기고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주변 지인들이나 각종 블로그를 통해 유럽 여행 시 소매치기를 만난 후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배낭여행 전문 인솔자는 각종 도난, 사고, 분실 등 위험을 최소화하며 혹시라도 현지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즉시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으니 더욱 안전한 배낭여행이 가능하다. 

 친구와 함께 or 가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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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솔자와 함께하는 배낭여행의 주 연령층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다. 유럽을 여행하며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젊음의 특권이다. 바르셀로나 축구경기나 런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친구와 함께 관람하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인솔자가 동행하는 배낭여행 상품은 패키지여행보다는 여유롭고, 에어텔 상품보다는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어린 자녀와 동반하는 경우 도시 이동에 대한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방문 도시에서 자유롭게 즐길 일정만 고민하면 된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하는 여행자에게는 런던 해리포터 스튜디오, 루체른 교통박물관, 파리 디즈니랜드 등을 추천한다. 특히 파리 디즈니랜드는 5분 거리에 라발레 빌리지 아웃렛이 있어 쇼핑도 같이 즐길 수 있다. 

 때로는 혼자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생활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꿈꿔본 적이 있는 여행자라면, 아무래도 혼자 떠난다는 것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인솔자가 동행하는 배낭여행이라면 고독한 여행자가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엔나 슈테판성당 앞 커피숍에 앉아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마시는 아인슈베너 커피 한잔이면 현지인처럼 풍경에 자연스레 물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하나투어에서는 오는 6월 전문 인솔자와 떠나는 유럽 배낭여행 상품을 선보였다. 3개국을 13일 동안 둘러보는 일정부터 9개국을 28일에 걸쳐 여행하는 일정까지 만나볼 수 있다.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모든 여행자를 위해 4월 27일 금요일 단 하루, 하나투어 본사에서 여행 설명회를 개최한다. 현장에서 상품 예약 시 최대 20만원의 할인 혜택 및 유럽 열차 패스가 포함된 상품의 경우 2인 예약 시 열차 1등석 무료 업그레이드(최대 18만원 상당) 혜택도 추가로 받아볼 수 있다. 설명회 참가 신청 및 상품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하나투어리스트 배낭여행 전문상담전화로 가능하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낭만의 도시 베니스(Veniceㆍ이탈리아어 Venezia)를 두고 숱한 소설과 음악, 미술과 영화가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다. 트집쟁이 마크 트웨인마저 "고색창연한 집들이 펼쳐진… 베네치아는 완벽했다"고 극찬했던 곳. 걸핏하면 남장 차림으로 다녔던 프랑스의 여성작가 조르주 상드와 멋쟁이 낭만파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가 파리의 지인들을 피해 열정을 불태운 사랑의 도시. 소설 '강을 건너 숲 속으로'에서 베니스를 "십자말 풀이를 푸는 것보다 재미있는 도시"라고 표현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자신의 뮤즈 아드리아나 이반치크를 만나 사랑하게 된 곳도 베니스였다.

◇역사를 품은 도시=

물 위에 세워진 수상도시 베니스는 118개의 섬이 400여개의 다리로 연결돼 있다. 골목길 대신 신경세포처럼 미세하게 뻗은 수로가 도시 곳곳을 이어준다. 이 때문에 마르코폴로 공항으로 도착했건 산타루치아 역으로 도착했건 베니스에 들어선 순간 모든 이동은 배로 이뤄진다.

많은 사람들이 베니스를 얘기하면 곤돌라를 먼저 떠올린다. 새까맣고 미끈한 곤돌라에서 스트라이프(가로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오페라 가수 못지않은 노래실력을 뽐내는 잘생긴 이탈리아인 뱃사공. 곤돌라가 물과 한 몸이 돼 이루는 리듬감과 눈앞에 펼쳐진 베니스의 풍광이 매혹적이다. 우리로 치면 한강 유람선 같은 관광코스인 셈이지만 진짜 베니스를 맛보려면 값비싼 곤돌라보다는 24시간권, 72시간권 같은 정액권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인 수상버스를 타는 게 낫다.

더 깊은 베니스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걸어 다녀야 한다. 베니스의 건물은 13세기 고딕 양식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17세기 로코코 시대를 모두 아우른다. 유럽의 창(窓)이었던 베니스는 동방과 비잔틴을 연결했고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는 중계 무역으로 부를 축적해 이를 기반으로 문화ㆍ예술ㆍ문학 그리고 낭만과 자유를 꽃피웠다. 물 위에 지어졌음에도 수백년을 탄탄하게 지키고 서 있는 돌길을 따라 걸으면 작은 창 발코니를 꾸민 작은 화분들, 긴 빨랫줄에 널린 생활의 흔적들을 공유할 수 있다. 일렁이는 물 위에 떠 있지만 확신에 찬 자존심을 보여주는 건물 벽을 쓰다듬으면 역사의 온기가 감지된다.

베니스의 낭만은 산마르코 광장에서 정점을 이룬다. 광장의 노천카페가 낮에는 커피와 아이스크림, 밤에는 시원한 맥주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지난 1683년에 문을 연 카페 '플로리안'을 두고 서양사학자 이광주 교수는'베네치아의 카페 플로리안으로 가자'라는 저서를 썼다. 모차르트가 머무르며 곡도 쓰고 술과 커피도 마셨기에 일명 '모차르트 카페'라 불리는 이곳에서 괴테ㆍ릴케ㆍ스탕달ㆍ니체ㆍ마네ㆍ모네 등이 담론을 나눴고 카사노바는 '작업을 걸었다'고 한다.

◇예술을 안은 도시=

산마르코 광장에서는 '팔라조 두칼레(Palazzo Ducale)'라는 독특한 미감의 건물을 만날 수 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세워져 물빛과 함께 반짝이는 두칼레 궁전은 마치'돌로 짠 레이스' 같은 화려하고 날렵한 기둥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베네치아를 다스린 공화국 총독의 집무실을 포함한 행정 복합건물이었다. 9세기부터 짓기 시작해 15세기까지 외관 공사가 진행된 탓에 비잔틴과 고딕, 르네상스 양식이 혼재한다. 건물 안에는 16세기에 정점을 이룬 빛의 화가들인 '베네치아 화파' 티치아노ㆍ틴토레토베로네세 등의 명작이 있다.

산마르코 광장의 심장부인 '산마르코 대성당(Basilica di San Marco)'도 빼놓을 수 없다. 육중함이 특징인 로마네스크 시기의 건물이지만 이 성당은 정사각형 십자가 형태, 돔 천장, 모자이크 벽화 등을 갖춘 비잔틴 건축양식으로 분류된다. 배를 타고 물길을 건너면 베니스를 정복하러 왔던 나폴레옹이 찬사를 보낸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Santa Maria della Salute)'으로 곧장 통한다. 흑사병이 끝난 것을 기념해 지어진 17세기 성당으로 둥근 돔 천장으로 덮인 팔각형 건물은 물위에 떠있는 꽃병처럼 아름답다.

그 옆은 어느덧 베니스의 또 다른 명소가 된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이다. 세계적인 부호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프랑수아 피노 PPR그룹 회장이 2009년에 세운 미술관이다. 도가나는 15세기 세관 건물이지만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개조해 지금은 과거와 현재, 역사와 예술이 공존하는 현대미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피노 회장은 도가나 외에 '팔라조 그라시(Palazzo Grassi)'에서도 꾸준히 기획전을 열고 있으니 슈퍼리치의 미술 취향과 최신 경향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방문해봐야 할 곳이다.

특히 홀수 해 여름의 베니스는 곳곳에서 모여든 미술계 사람들로 넘쳐난다. 1895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4회를 맞은 세계 최대의 미술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 덕분이다. 버려진 조선소 시설을 재활용한 아르세날레(Arsenale)의 본전시와 국가관들이 모여있는 해안공원 자르디니(Giardini)의 국가관 기획전이 양 축을 이룬다. 올해 비엔날레는 스위스 출신의 비체 크루거가 총감독을 맡아 빛과 계몽을 뜻하는'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s)'을 주제로 11월27일까지 이어진다. 수백 마리 비둘기 박제를 전시장 천장 파이프 위에 설치해 감시와 통제의 긴장감을 보여주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과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은 미국의 영상작가 크리스천 마클레이, 양초로 만든 거대한 조각상에 불을 붙여 서서히 녹아내리게 함으로써 문명을 비판한 스위스 출신의 우르스 피셔 등이 눈길을 끈다. 국가관은 이용백 작가를 내세운 한국관 외에 영국과 미국, 폴란드, 독일관이 인기다. 짝수 해에는 건축 비엔날레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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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가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시가 피렌체 말고 또 있을까. 한 시절 유럽의 부흥을 주도했던 번영의 자취들은 도시의 상징이 된 두오모로, 메디치 가문이 수 세기에 걸쳐 모아온 위대한 유산 우피치미술관으로, 산타크로체 교회나 피티 궁전 등 셀 수 없이 많은 역사적 유물로 남았다.


모든 영광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시

유형의 유물보다 이 도시를 빛내는 건 이곳에서 재주를 펼치고, 기량을 겨루고, 명성을 얻었던 이들의 흔적이다. “이제야 겨우 예술에 입문했는데,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다니!”라고 임종 직전에 고백했다는 미켈란젤로, 그가 죽어서도 돌아오고 싶어 했던 도시가 피렌체였다. 로마 교황청이 나이 일흔의 갈릴레오를 재판을 위해 불렀을 때, 세상이 그를 버린 순간에도 기꺼이 마차를 내주고 보호했던 유일한 도시. 그래서 피사 출신의 갈릴레오는 이곳 산타 크로체 성당의 미켈란젤로 옆에 묻혀 있다. 피렌체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미움받고 쫓겨났던 단테. 교황의 간섭에 대항했다는 죄목으로 두 번이나 사형선고를 받고 도시를 몰래 떠났던 그는 그토록 그리던 이 도시로 돌아오지 못하고 객사했다. 뒤늦게 잘못을 뉘우친 피렌체 시민들은 그의 무덤을 되찾기 위해 아직도 라벤나 시민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토스카나 지방의 주도인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


그 피렌체가 깃든 토스카나 언덕의 중세 마을들을 찾아가는 길은 그 모든 영광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길이다. 토스카나 지방은 푸치니안드레아 보첼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만든 로베르토 베니니, 동화 [피노키오]의 고향이자 대리석과 와인, 올리브 오일의 산지다. 이 동네 사람들은 대리석 욕조나 화려한 침실 따위는 없어도 빵을 구울 수 있는 화덕 포르노와 와인 저장실인 칸티나만큼은 빠짐없이 갖추고 산단다. 와인뿐 아니라 자연의 멋과 향이 그윽한 농부들의 소박한 음식으로 세계의 미식가들을 사로잡고, 빼어난 풍경 사이로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마을들이 박혀있어 가장 이탈리아다운 곳으로 평가받는 곳. 열심히 일한 만큼 먹고 마시며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이다.

중세의 마천루를 연상시키는 산 지미냐노의 탑들


단잠에 빠진 고양이 한 마리


있는 그대로 엽서 속의 풍경이 되는 곳

르네상스의 영광을 지켜본 중세의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은 체르탈도(Certaldo)에서 시작된다. 피렌체에서 40km 남짓 떨어진 체르탈도는 언덕 꼭대기의 성벽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 땀을 쏟으며 가파른 언덕길을 걸어 올라 성문 안으로 들어서면 노쇠의 기운이 느껴진다. 12세기에 생겨난 이 마을에는 [데카메론]을 쓴 조반니 보카치오가 살던 집과 그의 무덤이 남아 있어서 마을의 중심지는 ‘보카치오 거리’라 불린다. 체르탈도를 벗어나 판콜레(pancole) 마을을 지나면 곧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풍경이 기다린다. 올리브 나무들과 포도밭의 완만한 구릉들이 황금빛 햇살을 받아 부드럽게 빛나고 있다. 격렬한 살기를 내뿜던 한낮의 태양이 온순해질 무렵이면 토스카나의 벌판은 그대로 엽서 속의 풍경이 된다. 올리브 나무의 초록빛 잎들이 햇살에 반짝거리고, 붉은 대지 위로는 포도 열매가 영글어가고, 색색의 화분이 걸린 작은 창을 가진 소박한 집들이 언덕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한 삼 년쯤 세월 가는 줄 모르고 그대로 눌러앉고 싶어지는 풍경이다. 포뮬러 원 경주에라도 나온 듯 질주하는 차량들 사이로 마지막 3.5km의 도로를 통과하고 나면 곧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 유럽에서 중세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마을로 꼽히는 곳으로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중세로 되돌아온 것 같은 기분

이튿날 아침, 새벽의 푸른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에 돌아보는 이 마을은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매력적이다. 작은 도시를 둘러싼 성벽과 성문,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과 높은 첨탑들. 붉은빛이 감도는 오래된 벽돌, 반들반들하게 닳은 돌이 깔린 길, 좁은 골목 끝 탁 트이며 나타나는 광장... 어쩌다 보이는 차들만 뺀다면 몇백 년의 세월을 건너 중세로 되돌아온 것만 같다. 완벽하게 보존된 중세의 풍경이자 현재 속에 살아 있는 과거다.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리다 산타 마리아 성당 옆 탑으로 올라간다. 1311년에 지어진 54m 높이의 탑이다. 11세기에서 13세기 무렵, 산 지미냐노는 무역과 성지순례길로 번성했다. 그 시절 귀족들이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쌓은 탑들은 전쟁에 대비한 망루나 요새로 사용됐다.

산 지미냐노 마을 건축물의 평균 높이는 3~4층에 불과한데 이 탑들은 그 높이가 10층~12층에 다다른다. 한때 이 마을에는 72개의 탑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겨우 14개가 남아있을 뿐이다. 하지만 해발고도 334m의 언덕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을 멀리서도 구별 짓게 하는 독특한 스카이라인을 이룬다. 중세의 도시에서 만나는 마천루랄까. 탑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햇빛에 하얗게 바랜 것 같다. 나지막하게 엎드린 주홍색 기와집들과 높이 솟은 탑들, 그리고 마을을 둘러싼 토스카나의 초록 벌판...


완벽하게 보존된 중세 마을 산 지마냐노.

‘타임 슬립’을 한 듯한 감동에 젖어 탐욕스레 돌아다니던 도시를 떠나기란 쉽지 않다. 와이너리와 농장들이 띄엄띄엄 자리 잡은 한적한 길을 거쳐 산 도나토(San Donato)를 지나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마을은 볼테라(Volterra). 세계의 청춘들을 매료시킨 스테파니 메이어의 뱀파이어 소설 [트와일라잇]의 2부작 ‘뉴 문’에서 주인공 에드워드가 자신의 삶을 마감하기 위해 돌아가는 뱀파이어 왕족의 도시로 등장한 그 볼테라다. 산 지미냐노가 고운 처녀의 얼굴이라면 볼테라는 강인한 농부의 모습이다. 중세의 도시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밤, 토스카나 와인을 마시며 광장의 카페에 앉아보자. 먼 하늘가에 눈썹달이라도 떠오르면, 손을 맞잡고 달려가는 벨라와 에드워드의 그림자를 흘깃 스치게 될지도.

탑에 올라가 바라보는 산 지미냐노의 모습.


코스 소개
토스카나는 이탈리아 중부의 아펜니노 산맥과 티레니아해 사이에 위치한 지방이다. 고대 에트루리아 문명의 발상지로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모든 것을 다 갖췄다. 예술과 건축, 올리브 오일과 와인, 건강하고 토속적인 음식, 아름다운 시골 풍경 등등…. 당연히 수백 년 동안 세계의 예술가와 관광객들로부터 넘치는 사랑을 받아왔다. 주도는 피렌체. 걷다 보면 끝없이 펼쳐지는 초록빛 구릉에는 포도나무 밭과 올리브 나무들, 그 사이 깃발처럼 뾰족하게 솟은 사이프러스 나무들, 그리고 붉은 흙과 주홍색 기와를 인 작은 농가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피렌체 근교의 작은 마을 체르탈도에서 시작해 산지미냐노를 거쳐 볼테라에서 끝나는 2박 3일 코스는 총길이 48km. 평탄하고 완만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찾아가는 길
로마나 밀라노에서 기차나 버스로 피렌체까지 이동, 기차를 갈아타고 체르탈도로 간다. 체르탈도는 피렌체에서 40km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여행하기 좋은 때
가장 좋은 계절은 봄과 가을. 3월부터 5월, 9월부터 11월까지 도보여행을 즐긴다면 맑고 순한 날씨와 풍부한 자연의 색감을 즐길 수 있다. 1월과 2월에는 토스카나 주변의 많은 숙소와 상점들이 문을 닫는다. 한여름에 토스카나를 걷는 일만큼은 피하기를 권한다. 웬만한 인내력과 더위에 대한 집착이 없이는 견디기 힘들다.


여행 Tip
피렌체를 여행하기 전 읽고 가면 좋은 책은 필 도란의 [토스카나, 달콤한 내 인생], 영화는 다이안 레인 주연의 [투스카니의 태양]. 다이안 레인이 토스카나에 반해 눌러앉는 뉴요커로 나온다. 토스카나를 여행하는 동안 들으면 좋은 음악은 안드레아 보첼리의 [토스카나]. 주변에는 ‘아그리투리즈모’라 불리는 시골 농장의 숙소들이 많으므로 천천히 머무르며 토스카나 농부들의 일상도 들여다보자.

 

모든 음모론의 도시로 어서 오세요 - 산 마르코 대성당

네모 선장의 잠수함 노틸러스 호가 바다 위로 불쑥 솟아오르면, 저기 산 마르코 대성당(Basilica Cattedrale Patriachale di San Marco)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늙은 모험가 알란 쿼터메인, 아름다운 뱀파이어 미나, 미국의 젊은 첩보원 톰 소여, 영원히 늙지 않는 도리안 그레이, 그리고 지킬 박사와 투명인간까지... [젠틀맨 리그]의 올스타 영웅들은 왜 이 물의 도시로 왔을까? 악의 집단 팬텀이 세계 정부 수반들의 회담이 벌어지는 이곳에서 테러를 벌이려는 걸 막기 위해서란다. 그렇다면 나는 묻고 싶다. 그 정부 수반들은 왜 이곳에 모인 걸까?


그림자 정부론이라는 게 있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선거에 따라 뒤바뀌는 것 같지만, 사실은 수백 년 동안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 같은 어둠의 조직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는 음모론이다. 영국(좁게는 시티 오브 런던)과 네덜란드가 그 음모의 중심으로 자주 언급된다. 바다와 금융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줄기를 더듬어 가면 결국 지중해에 자리잡은 베니스의 금융 자본이라는 뿌리에 와 닿는다. 안젤리나 졸리가 멋진 몸매를 뽐내는 [툼 레이더]에서 이 도시는 세계 정복을 꿈꾸는 일루미나티 조직의 집결지로 그려진다. 그들은 절대적인 힘을 가져다줄 '트라이앵글'의 마지막 열쇠를 찾고 있다.

베니스의 상인에 얽힌 이중의 음모 - 게토

세계사의 음모론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케이스는 이것이 아닐까? 셰익스피어의 걸작 희곡들은 사실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이나 여타의 인물이 쓴 것이라는 주장 말이다. 공교롭게도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리스트에서 이 도시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왜 17세기의 영국 작가가 저 먼 나라 [베니스의 상인]을 주인공으로 희곡을 썼을까?


지중해가 세계의 중심이었을 때 베니스의 금융 자본은 바로 그 세계를 지배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의 왕들은 그들의 채무자에 불과했고, 로마의 교황청조차 이들엔 손끝도 못 댔다. 또한 그들은 기독교 사회의 돈줄을 완전히 주무르면서도 아랍의 여러 나라와 적극적인 교역을 할 만큼 약삭빨랐다. 그 베니스의 실세가 바로 유대인들이었다. '1파운드의 살'을 담보로 삼는 음흉한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라는 캐릭터는 당시의 유럽 사회가 베니스의 유대 상인들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잘 보여준다.


베니스 유대인 사회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게토(ghetto)'라는 단어다. 오늘날은 유대인, 흑인, 예술가 등의 폐쇄적 공동체를 일컫는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지만, 원래 이 도시의 유대인 거주 지역을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했다. 베니스 북서쪽의 게토 지역은 2차 대전 때 큰 손상을 입은 뒤 복구되어 오늘날도 오랜 유대 문화의 잔재를 볼 수 있다. 참고로 신 게토(Ghetto Nuovo)와 구 게토(Ghetto Vecchio)라는 지명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신 게토가 더 오래된 동네라고 한다. 여러모로 수상쩍다.


고리대금업자 샤일룩은 베니스 유대 자본의 잔혹한 힘을 보여준다.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십자군 - 산 바르나바 교회

성배와 아버지를 찾을 단서를 얻기 위해 도서관의 지하를 뒤지는 인디아나 존스.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입에 대었다는 성배(Holy Grail)는 기독교 문명의 여러 전설과 픽션에 끝없이 등장하며 모험가들을 유혹한다. 20세기의 고고학 히어로 인디아나 존스 역시 그 추적자들 중의 하나. 인디아나는 성배의 행방을 찾던 아버지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 뒤를 쫓다가 베니스에까지 오게 된다. 여기에 오래된 교회를 개조한 도서관이 있는데, 인디아나는 그 지하에 있는 옛 기독교인의 비밀 거주지(catacomb)로 이어지는 통로를 발견하고 거기에서 십자군 기사인 리차드의 무덤을 찾아낸다. 그리고 베니스에 존재하는 수많은 밀교 집단 중의 하나인 '십자가 검 형제회(The Brotherhood of the Cruciform Sword)'와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그렇다면 이 도서관은 어디에 있을까? 소설 판에는 '산 마르코 광장 옆의 마르시아나 도서관'이라고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다른 장소가 사용되었다.

이들이 뛰쳐나오는 문에 '산 바르바나 도서관(Biblioteca di S. Barnaba)'이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산 바르바나 교회(Campo San Barnaba)'의 이름을 살짝 바꾼 것. 이 고풍스러운 교회와 주변의 가게들은 캐서린 헵번 주연의 영화 [섬머타임]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베니스에서 죽다. 죽은 뒤에 베니스에 가다 - 그랑 호텔 데스 바인스

어떤 연유에서이든 베니스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때론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1911년 독일의 소설가 토마스 만은 베니스의 리도 섬에 있는 '그랑 호텔 데스 바인스(The Grand Hotel des Bains)'에 머무른 뒤 [베니스에서의 죽음, Death in Venice]이라는 소설을 쓴다. 주인공인 구스타프 폰 아센바흐는 그랑 호텔 데스 바인스에 머무르면서 폴란드계의 미소년인 타지오를 보게 된다. 그의 젊음과 아름다움에 매혹된 구스타프는 자신의 노회함을 깨닫고 어떤 죽음의 계시를 받게 되는데, 결국 여기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 소설은 1971년 루치노 비스콘티에 의해 영화화되는데, 바로 그 호텔에서 촬영되었다.


베니스의 몽환은 니콜라스 로에그 감독의 호러 스릴러 [지금 보면 안돼, Don't Look Now]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은 뒤 그 슬픔을 잊고자 베니스로 이사 간 부부가 오히려 그곳에서 딸에 연관된 초현실적인 체험에 빠져드는 이야기다. 빨간 비옷을 입고 익사한 아이와 물의 도시 베니스가 기묘하게 연결되며 관객의 심장을 조인다. 영화 속에서 부부가 머무는 호텔 유로파는 가상의 장소로, 베니스에 있는 두 개의 럭셔리 호텔(Hotel Gabrielli Sandwirth, Hotel Bauer Grunwald)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베니스의 죽음]에서 미소년 역할을 맡은 비요른 안데르센은 그 전설적인
미모로 아직도 사랑받고 있다.

카사노바의 풋풋한 밀실 - 팔라초 말리피에로

베니스가 낳은 가장 유명한 인물.카사노바는 이곳에서 사랑의 기술을 베웠다.


베니스를 찾은 이들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미지가 있다. 리알토 다리 주변 가게에서 만날 수 있는 온갖 가면들. 산 마르코 광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카니발에 참가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 신비에 매혹되었으리라. 가면을 쓴 채 신분과 가문을 지우고 하룻밤 연인을 찾는 전통이라니, 이 도시가 낳은 최고의 유명인 카사노바 (Giacomo Casanova)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카사노바는 1700년대 초반에 이 도시에서 태어나 근처에 있는 파도바의 학교를 오가며 청춘 시절을 보냈다. 베니스는 당시 영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그랜드 투어(Grand Tour)'라는 여행 붐의 필수적인 코스였다. 카니발, 도박, 곤돌라, 점술 등 온갖 환락의 기운이 넘치는 곳. 이 도시가 21세기까지 그 명성을 떨칠 바람둥이를 배출해낸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팔라초 말리피에로(Palazzo Malipiero)는 베니스의 거의 한가운데 있는 멋진 건물로, 당시 카사노바의 후견인이었던 알비세(Alvise Gasparo Malipiero)의 소유였다. 카사노바는 바로 이 건물에서 그가 여자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걸 처음 깨닫는다.

이 도시의 천사는 그것도 뗐다 붙였다? - 페기 구겐하임 콜렉션

시대는 그 시대의 전설을 만들어낸다. 비엔날레와 영화제로 세계적인 예술 도시로 발돋움한 현대의 베니스는 그를 통해 제법 귀여운 전설을 탄생시켰다. 뉴욕과 빌바오에 거창한 미술관을 만들어놓은 페기 구겐하임은 베니스에는 작은 콜렉션(Peggy Guggenheim Collection)을 내놓고 있다. 그 입구에 이탈리아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마리노 마리니의 '도시의 천사(Angelo della Città)'라는 조각 작품이 서 있다. 마리니의 트레이드마크인 말 위에 두 팔을 펼친 남자가 앉아 있는 연작 중의 하나인데, 문제는 이 남자의 중심부가 꼿꼿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는 에로 영화의 거장 틴토 브라스의 나라이면서, 교황청을 품고 있는 나라다. 어린 소녀들도 자연스럽게 지나며 이 작품을 보고 있지만, 그래도 보수적인 가톨릭 인사들의 심기를 거스를 위험도 없지 않나 보다. 때문에 귀빈이 올 때는 이 부분을 나사를 돌려 뗀 뒤 그가 떠난 뒤에 다시 붙인다. 그래서 여러 번 그 부분이 도난당했다는 풍문이 있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 풍문일 뿐이라고 한다.


'도시의 천사'는 이탈리아 미래주의와 미국의추상표현주의의 세계로 우리를안내한다.

다른 바다로 통하는 비밀 통로 - 병기창의 사자상

바깥의 사람들은 눈치도 못 챌 이 도시의 신비를 가장 잘 그리고 있는 작품은 아마도 휴고 플라트의 만화 [베네치아의 전설, Favola di Venezia]일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 자신이 이 도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게토의 비밀 정원에서 할머니의 친구들로부터 갖가지 이국의 우화들을 듣고 자라났기 때문이다. 만화의 주인공인 코르토 말테제는 베니스의 밤거리를 거닐며 유대-그리스-베네치아의 전통 부적, 마법의 에메랄드, 아라비아의 묘석과 같은 신비주의의 퍼즐을 맞추어간다. 그리고 그 유명한 병기창(Arsenal)의 사자 상 앞에 선다.

병기창 앞에 있는 사자의 고향은 그리스이고.그 팔뚝에 바이킹의 낙서가 새겨져 있다.


베니스의 병기창 앞에 앉아 있는 네 사자 중의 하나는 원래 그리스 아테네의 외항인 피레우스에 앉아 있던 것. 1687년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에 나선 프란체스코 모로시니 장군에 의해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사자는 기원전부터 피레우스 항에 앉아 그 바다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여러 인간 군상들을 지켜보아왔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사자의 어깨와 팔뚝에 루닉(Runic) 알파벳과 특이한 문양으로 이루어진 문장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 18세기에 베니스를 찾아온 스웨덴 외교관에 의해 이것이 스칸디나비아의 고대 언어임이 밝혀졌는데, 아마도 11세기에 지중해를 찾은 바이킹이 새긴 것으로 보인다. 그 내용은 웅장한 전사의 언어로 표현되어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스웨덴에서 여기 왔다 가요. 여기서 돈 좀 벌었지요."라는 내용이라고 한다. 배낭여행자가 여행지에 새긴 낙서와 비슷한 종류랄까?

코르토 말테제는 베니스 곳곳의 신비주의 문양과 문자를 해독해 에게 해의 로도스섬으로 통하는 마법의 통로를 발견한다. 피레우스의 사자도 고향의 바다로 돌아가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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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보고시 은 베니스여

공주의 거짓말을 위한 면죄부 - 진실의 입

"온종일 좋은 것만 할 거에요. 머리를 깎고, 젤라토를 먹고, 노천카페에 앉고..." [로마의 휴일]의 공주 오드리 헵번은 패전의 상처로 괴로워하던 이 도시에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일을 선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했나? 거짓말! 공주는 서민 소녀로 변장한 채 길거리를 쏘다니다 잠든다. 기자인 그레고리 펙이 묻는다. "아가씨의 집은 어디에요?" "콜로세움!" 기자 역시 특종을 위해 그녀의 거짓말을 모르는 척한다.


둘은 스페인 광장, 마르첼로 극장, 베네치아 광장, 산타젤로 성 등 로마 곳곳을 누비며 지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하루를 보낸다. 베스파 스쿠터를 마구잡이로 몰다 경찰서에 잡혀가지만, 또 하나의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한다. "결혼하러 가는 도중이었거든요."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Santa Maria in Cosmedin) 교회 안에는 '진실의 입(La Bocca della Verità)'이라는 둥근 조각이 있다. 고대 로마의 분수 장식이거나 하수구 뚜껑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얽힌 전설이 중세부터 내려오고 있다. 이 조각의 입 부분에 뚫린 구멍에 손을 넣고 거짓말을 하면 손을 깨물어버린다는 거다. [로마의 휴일]에서 진실의 입에 손을 넣은 그레고리 펙은 마치 진짜 손이 잘린 양 오드리 헵번을 깜짝 놀라게 한다. 헵번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진행된 장면이라 그 놀란 표정은 연기가 아니었다나. 어쨌든 아직까지 진실의 입에 손을 물린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달리 말하면 로마에서는 웬만한 거짓말은 거짓말로 취급당하지 않는다는 걸까?

엄친아가 되고 싶은 사기꾼의 방 - 레지스 그랜드 호텔

휴가 때라면 약간의 거짓말은 용납된다. 더더구나 사시사철 들떠 있는 이 도시에서는. 그러나 스릴러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창조해낸 [재주꾼 리플리 씨, The Talented Mr. Ripley]의 거짓말은 정도가 심했다. 사기꾼 톰 리플리는 재벌인 그린리프의 부탁으로 이탈리아에서 흥청망청 살고 있는 아들 디키를 데리러 온다. 그러나 디키의 자유분방한 삶, 혹은 그 디키 자체를 사랑하게 된 톰은 결국 그를 죽이게 된다. 그리고 이 로마에서 디키로 변신하기 위한 공작을 펼친다.


하이스미스의 소설은 알랭 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와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로 두 번 영화화되었다. [리플리]에서 톰이 로마에서 머무는 곳은 레푸블리카 광장 근처의 레지스 그랜드 호텔(St Regis Grand Hotel)로 진짜 로마에 있다. 훗날 톰의 정체를 의심하게 되는 디키의 친구 프레디를 만나는 곳은 나보나 광장이고, 톰이 스쿠터를 타다가 넘어지는 곳은 스페인 광장 근처이다. 픽션 속의 시대가 같은 1950년대인지라 근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오드리 헵번을 만났을 수도 있다.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는 1950년대의 로마를 재현하고 있다.

허영만큼 달콤한 건 없다 - 트레비 분수

믿거나 말거나의 전설로 동전을 받아먹는 트레비 분수. 그러나 그걸 훔쳐가는 인간들도 꾸준하다.


[로마의 휴일]과 [리플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1950년대의 로마는 미국인들에게 유럽의 낭만을 상징하는 곳이었다. 유럽의 문화 수도 파리는 미국인들의 기를 죽였지만, 패전국의 수도이자 고대 유적들이 곳곳에 방치되어 있는 로마는 여러모로 느슨했다. 때문에 이 도시는 전후 10년 동안 사치스런 여행객들에 의해 방탕과 환락의 소돔으로 바뀌어 갔다.


페데리코 펠리니감독은 이 로마의 허영을 [달콤한 인생, La Dolce Vita]이라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기록하고 있다. 어느 기자의 눈에 붙잡힌 로마의 부유층과 유명인들의 세계는 눈부시지만 또한 거품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 상징적인 장면이 바로 섹스 심벌 아니타 에크베르그가 트레비 분수에 뛰어들어 마치 보티첼리의 비너스처럼 물속을 거니는 모습이다.


트레비 분수는 또 다른 거짓말로 우리를 꼬인다. 바로 분수 안에 동전을 던지면 로마로 돌아온다는 믿거나 말거나의 전설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최근의 버전에 따르면 동전 세 개를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로 던지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분수는 이 거짓말로 하루 평균 3천 유로를 삼킨다고 한다.

홍콩에서 날아온 무술 영웅의 허세 - 콜로세움

[벤허]와 [글래디에이터]의 로마는 마초들의 도시다. 그 한가운데 전사들의 경기장, 콜로세움이 있다. 힘 좀 쓰는 남자들이라면 그 안에서 세계의 강자들과 목숨을 건 격투를 벌이고 싶은 꿈을 꿀만도 하다. 허세로 전설의 영웅이 된 이소룡, 그리고 그 허세로 전설의 놀림감이 되고 있는 척 노리스가 그 꿈을 이루었다.


중국인들은 세계 곳곳에 차이나타운을 건설했지만, 어쩐 일인지 이탈리아에서만큼은 쉽게 정착하지 못했다. 1970년대에 와서야 이탈리아로의 이민이 본격화되었지만,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앞에 차이나타운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거절당했다. 이소룡은 [맹룡과강]을 통해 이민 초창기 로마에서 고난을 겪고 있던 중국인들을 찾아온다. 당연히 이곳의 마피아들이 그와 부딪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 폭력배들은 자기 식대로 총알 세례를 퍼부으면 될 걸 어설픈 주먹질로 대든다. 그마저 여의치 않자 미국의 살인청부업자 척 노리스를 불러온다. 그 정황이야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 세기의 격투 영웅들은 콜로세움에서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이게 된다.


이소룡과 척 노리스, 세기의 두 허세가 콜로세움에서 만난다.

허풍선이 남작의 제작공장 - 시네시타 스튜디오

시네시타에서는 [갱스 오브 뉴욕]의 세트장도 만날 수 있다.


로마의 거짓말은 심지어 산업적이기까지 하다. 도시의 동남쪽 교외에 있는 시네시타 스튜디오(Cinecittà Studios)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여러 걸작들을 만들어낸 이탈리아 영화의 산실이다. 더불어 [벤허] 이후 싼 제작비와 근사한 주변 환경에 매혹된 세계 각국의 영화 제작진들이 온갖 몽상의 프로젝트를 실현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학사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허풍의 대명사가 영화사에서 가장 비범한 상상력의 감독을 만난 테리 길리엄의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의 대부분의 장면은 여기에서 촬영되었다. 영국 드라마인 [닥터 후]에서는 고대 폼페이를 재현하기도 했고, 마틴 스콜세지의 [갱스 오브 뉴욕]을 위해 19세기 중엽의 뉴욕 거리를 완벽하게 세트화시키기도 했다.

적그리스도의 본거지, 프로폰도 로소

로마는 또한 가장 성스러운 도시, 바티칸을 안고 있다. 시스티나 성당과 같은 위대한 종교 예술들을 찬미하기 위해 긴 줄을 선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도시는 동시에 가톨릭을 둘러싼 온갖 오컬트의 본령이기도 하다. 고대 로마의 예언자 전설을 테마로 한 [오멘] 시리즈의 꼬마 악령 데미안은 6월 6일 6시에 로마에서 태어났다.

[엑소시스트]의 악령이 쓰인 꼬마 리건의 엄마 역할로 오드리 헵번이 섭외되기도 했는데, 그녀가 영화를 로마에서 찍어야만 한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이탈리아 호러의 대명사 다리오 아르젠토는 바로 이 도시 한복판에서 어둠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온 로마의 검은 아들이다. 그는 [서스페리아, 1980년], [인페르노, 1980년]를 통해 '세 어머니'라는 흑해의 마녀 전설을 모티프로 한 연작을 만들어왔는데, 30년 만에 [눈물의 마녀, 2007년]로 3부작의 완성을 이룬다. 시리즈는 한숨의 어머니, 어둠의 어머니, 눈물의 어머니라는 세 마녀가 프라이부르크, 뉴욕, 그리고 로마에 본거지를 두고 어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테마를 다루고 있다. 바티칸 근처에 있는 '프로폰도 로소(Profondo Rosso)'는 호러 스릴러의 테마숍으로, 다리오 아르젠토의 작은 박물관과 같은 모습이다.


다리오 아르젠토는 로마인의 어두운 상상력을 대변한다.

난니 모레티의 진짜 로마 - 가르바텔라

가짜 로마도 진짜 로마도, 베스파 스쿠터로 달리는 것이 가장 어울린다.


그렇다면 거짓말이 아닌 진짜 로마는 어디 있는가? 로마에서 살며 로마 시민을 주인공으로 로마의 영화를 찍는 난니 모레티에게 물어보자. 그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나의 즐거운 일기]의 첫 번째 에피소드 '베스파'를 통해, 그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로마의 일상을 보여준다.


"나는 베스파에 탄 채 아파트들을 둘러보는 걸 좋아한다." 난니가 탄 베스파 스쿠터는 지난 수십 년간 변모해온 로마의 일상적인 풍경들을 지나간다. 특히 가르바텔라(La Garbatella) 지역은 그가 생각하는 진짜 로마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오래된 주거 지구인 이 동네는 블록마다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등 서로 다른 스타일의 건축물로 패치워크를 만들고 있다. 현대적인 건물 사이사이에 고대의 깨진 조각상들이 덩그러니 서 있다. 무솔리니 파시즘이 지배하던 때에 국수주의적 색채가 짙은 레무리아(Remuria)로 지역명을 바꾸려는 시도를 완강히 거절했을 만큼 지역민들의 자부심도 강한데, 이러한 격렬한 정신은 축구팀 AS 로마를 응원하는 벽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 JTBC <비정상회담>의 이탈리아 대표 알 차장,  알베르토 몬디는 걸어 다니는 이탈리아 홍보대사다. 
그의 고향인 베네토 주를 가장 잘 여행하는 법을 소개했다.>

알베르토 몬디
알베르토
알베르토
‘로맨틱하다’, 이탈리아 남자에 대한 대부분의 상상이다. 이런 생각을 공고히 한 남자가 있으니 Jtbc <비정상회담>의 터줏대감 알베르토 몬디Alberto Mondi다. 얼마 전에는 이탈리아 국가공로훈장을 받기도 한 그의 인기를 증명하듯 인터뷰하는 동안 사람들이 그를 보고 알은체를 했다. 훈장은 매년 각 국가별로 이탈리아의 위상을 높이는 활동을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그가 한국에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처음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2014년에는 피아트에 소속되어 각지의 영업부를 관리하는 일을 했다. “일산, 수원, 인천, 광주, 울산. 한국에서 안 가본 곳이 없어요. 워낙 여행을 좋아해서 돌아다니는 일을 좋아했어요.” 그는 가장 최근에 한 여행으로 횡성 캠핑 여행을 떠올렸다. 출산을 한 달 앞둔 아내가 캠핑을 하고 싶단 말에 함께 떠난 여행이었다. 그는 캠핑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상황이 즐겁다고 했다. “고향인 미라노Mirano에서 부다페스트, 키예프, 모스크바를 거쳐 속초로 왔어요. 기차를 타고 한 달 반을 여행했죠.” 그는 대학 시절 중국 다롄에서 어학연수 중에 만난 지금의 아내에게 반해 2007년 한국에 왔다. 베네치아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곧장 취직을 하지 않은 건 여행을 하며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다. “대도시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어요.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매일 사진을 20장 넘게 찍을 정도로 모든 게 신기했어요.” 그는 베네토 주에서도 인구 3만 명이 사는 작은 도시인 미라노에서 왔다. 작년 6월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통해 미라노와 그 인근 도시를 소개했다. “같은 서울이라도 북촌에 가면 조선시대로 돌아간 것 같고,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강남은 미래 도시 같아요. 그런가 하면 1970~80년대 건물이 남아 있는 동네도 있어요.” 서울 안에 다양한 시대가 공존하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했다. “이탈리아는 옛 건물이 거의 다 남아 있어요.” 로마시대의 건축물이 남아 있는 파도바, 중세시대 건축물이 남아 있는 트레비소 등 그는 미라노 주변 도시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런 도시에서는 보통 보름은 머물며 여행하기를 추천해요. 한 도시에 오래 머무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그래야 그곳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죠.” 학생 시절에는 자전거 여행을 하거나 캠핑 장비를 챙겨 들고 떠나길 좋아했다. 고된 여행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과 교유하게 된다고 했다. 지난 10월부터는 SBS 자동차 전문 프로그램인 <드라이브 클럽>에 출연하고 있다. “일은 다 힘든 거니까 이왕이면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 해요.” 자동차를 좋아해 피아트에서 일하는 그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유다. “10년 후엔 여행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10년 뒤 알베르토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베로나
베로나
색색의 중세 건축물과 운하가 자리한 베로나.

온천장
온천장
파도바 인근에는 온천장이 있다.

돌로미티케 산맥
돌로미티케 산맥
한여름의 돌로미티케 산맥에는 트레킹을 하는 이들이 많다.

트레비소
트레비소
중세시대의 건축물이 인상적인 트레비소.

베로나 마잔티의 집
베로나 마잔티의 집
프레스코화가 그려진 베로나 마잔티의 집.

CLIMATE 언제 갈까
아드리아 해 연안에 속하는 베네토 주는 뒤로 알프스 산맥을 두고 있다. 그런 연유로 기온이 낮은 편이며 11월부터는 안개도 잦아 여행하기엔 다소 부적합하다. 한국의 봄 날씨와 비슷한 5월부터 가을 날씨인 10월까지가 여행 적기다. 알베르토 몬디의 고향인 미라노에서는 9월에  가장 큰 지역 축제인 ‘성 마테오 축제’가 열린다. 성당이 자리한 시내 광장에 놀이 기구가 늘어서면서 도시 전체가 놀이동산으로 변신한다. 레스토랑과 카페는 가게 앞에 좌판을 펼쳐놓고 전통 음식을 판매한다.

TRANSPORTATION 어떻게 갈까
베네토 주의 주도인 베네치아에는 국제공항인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공항이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알리탈리아항공을 타고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인 로마, 밀라노를 경유해 이동하거나 영국항공, KLM네덜란드항공으로 다른 유럽 국가를 경유해 가는 방법이 있다.

ITINERARY 여행 일정
베네토 주를 온전히 여행하려면 보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유명한 베네치아 외에도 꼭 가보아야 할 도시 5곳을 꼽았다. 

 CITY 1  파도바Padova. 베네치아에서 기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도시다. 종교적으로 프란치스코 수도사였던 성 안토니오의 도시로 알려져 있어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그를 기리는 ‘성 안토니오 성당Saint Anthony’s Cathedral’이 이곳의 대표적인 유적지다. 중세시대 회화의 세계를 처음 연 조토Giotto의 작품이 보존된 곳으로, 스크로베니 예배당Scrovegni’s Chapel은 천장부터 벽면까지 푸른빛이 감도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CITY 2  트레비소Treviso. 중세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도시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 사이로 굽이진 운하가 흘러 밤이 되면 로맨틱한 분위기가 된다. 아름다운 도시 풍광 못지않게 이곳은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실레 강과 보테니가 강이 만나는 베네치아 평야에 위치해, 화이트 와인 품종인 프로세코가 잘 자란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디저트인 티라미수도 이곳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CITY 3  베로나Verona.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도시로도 유명하다. 고대,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과 문화, 예술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로마의 콜로세움 다음으로 큰 원형 경기장인 아레나에서는 6월부터 9월까지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축제Arena di Verona Opera Festival’가 열린다. 1913년부터 당대의 유명 오페라 공연이 이곳에서 펼쳐졌다.

 CITY 4  돌로미티케 산맥Dolomitiche Mts. 스위스에서 시작한 알프스 산맥이 베네토 주까지 이어진다. 그 일부인 돌로미티케 산맥은 빛을 받으면 분홍빛으로 빛나는 암벽으로 이뤄져 있다. 해 질 무렵이면 주홍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분홍색 암벽이 장관을 연출한다. 여름에는 트레킹과 산악 자전거를 즐기고 겨울에는 스키를 타러 찾는 이들이 많다. 

 CITY 5  바사노델그라파Bassano del Grappa. 이탈리아 사람의 식후주인 그라파는 이 도시에서 만들어졌다.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 찌꺼기를 발효해 만든 술로 브랜디처럼 단맛을 낸다. 그라파 박물관을 비롯해 모든 음식에 그라파가 들어간 코스 요리도 맛볼 수 있다.  


DINING 무엇을 먹을까
베네토 주 미라노에는 ‘조고 레 로카Zogo Le L’oca’라는 오리 축제가 열릴 정도로 오리고기를 많이 먹는다. 오리고기로 파스타 같은 요리를 만들거나 살라미,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만든다. 현재는 중소기업이 많은 도시지만 과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사를 지었기에 일을 해야 하는 소보다는 오리나 닭을 많이 먹었다. 축제 때는 시내에 커다란 게임판을 설치해 각 마을 사람들이 편을 갈라 주사위 게임을 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ITALIAN EXPRESSION 이탤리언의 표현법
이탈리아 사람들은 다양한 제스처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저 사람이 싫어.
저 사람이 싫어.
저 사람이 싫어.
가슴팍을 손날로 툭툭 치는 제스처는 '저 사람이 싫다'라는 의미다. 조용히 주변인에게 불쾌함을 알릴 수 있다.


둘이 연애하는 사이인가 봐.
둘이 연애하는 사이인가 봐.
둘이 연애하는 사이인가 봐.
양손의 검지를 반복적으로 맞붙인다. 파티나 모임에서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이들을 보며 작은 동작으로 한다.



"피렌체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래. 영원히 사랑을 맹세하는 곳. 내 서른 번째 생일날 나와 함께 올라가주겠니?"

다들 눈치 채셨나요?

그렇습니다. 영화와 책으로 유명한 < 냉정과 열정사이 > 에 나오는 말입니다.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도서관에 앉아 수업도 땡땡이치면서 두 권의 책을 연달아 읽어 내렸던 기억이 납니다.





◇ ⓒ Get About 트래블웹진

사실 저는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피렌체를 다녀왔거든요. 하지만 당시 피렌체에서는 커다란 감흥이 없었습니다. 왜냐고요? 전날 베네치아에서 5시간을 떨며 기다린 끝에(아시죠? 유럽의 툭하면 터지는 교통 파업) 겨우 수백 명에 틈을 뚫고 올라 탄 기차에서 내려 힘들게 찾은 호텔에 갔지만 난방이 전혀 안 되어 추웠고 직원은 끝내 이불을 가져다주지 않았기에 밤새 오들오들 떨었어요. 게다가 샤워할 때의 물이 미지근해서 몸살기운까지 겹쳐 이미 너무 피곤했거든요.

어쨌든 당시에도 제 친구는 두오모만은 언젠과 연인과 함께 와서 오르겠다는 선포를 했고 저 역시 이미 파리 에펠탑에서 나름 기분이 상한 뒤여서 '뭐 그럼 나도 담에 연인과 함께'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지요. 그러고 10년도 넘는 세월이 흐를 줄은 그때는 꿈에도 몰랐겠지요.

게다가 당시에 친구와 저의 피렌체에서의 가장 큰 미션은 우피치 미술관을 관람하는 것이었거든요. 이번에도 '물론' 연인 따위는 제 곁에 없었지만…. 만약 이번에도 못 올라간다면 대체 언제 다시 이곳에 올라올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으므로 타비오(Tabio) 여정에서 피렌체란 이름을 발견한 순간 반드시 두오모에 오르자고 결심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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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눈 뜨자마자 밥 먹고 달려간 곳도 바로 두오모였습니다. 이미 이 유명한 성당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많더군요.

다행이도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쿠폴라에 오르는 줄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표를 끊고 올라가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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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다보면 내가 뭐하는 짓인가 생각하게 된다기에 꽤 커다란 각오를 하고 오르기 시작했습니다만….

올라가는 길에 조각상들과 하부의 '마지막 심판'으로 유명한 장대한 돔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고, 한적한 덕분에 마음대로 멈추고 싶을 땐 멈춰 숨을 고르며 올라갈 수 있는 덕분이었는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꼭대기에 도착했습니다.

"우와~~~!!!"

도착한 쿠폴라에서는 저도 모르게 저렇게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야말로 반짝이는 아침의 햇살이 드리워진 피렌체가 제 발 밑으로 펼쳐졌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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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멀리 보이는 낮은 산들의 모습도 붉은 지붕들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이 위에 올라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면 지키지 않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한동안 넋을 놓고 벤치에 앉아 풍경을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벌써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하더군요.

이곳이 사람들로 더 미어터지기 전에 얼른 둘러보자 생각하고 연신 셔터를 누르며 한 바퀴 돌았습니다. 물론 그 사이 수많은 연인들의 사진을 찍어줘야 했던 솔로의 설움은….

원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진 뒤 계속 꾸역꾸역 올라오는 사람들의 힘든 표정을 보며 저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두오모 :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 오픈 시간 -

성당 (오전 10시 ~ 오후 5시 / 토요일은 오후 4시 45분까지)

쿠폴라 (오전 8시 30분 ~ 오후 7시 / 토요일은 오후 5시 40분까지)

- 휴 일 -

성당 (일요일, 부활절, 성탄절, 1월1일)

쿠폴라 (6/24, 8/15, 9/8, 11/1, 12/26에 추가로 문 닫음)

- 요 금 -

성당은 무료, 지하 3유로, 쿠폴라 8유로

(아침 일찍 서둘러서 가면 여유롭게 쿠폴라에 오르고 둘러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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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간 친구들과 젤라토를 하나씩 입에 물고 마구 깔깔 까르르 웃으며 피렌체 거리를 쏘다녔지요. 예쁜 물건들이 가득해 우리를 유혹하는 숍들이 가득한 거리를 지나 광장과 가죽시장 거리를 지나 이름도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의 원본이 있다는 아카데미아 미술관 앞에 줄을 섰습니다.

그리고 다비드 상과의 감동적인 만남! 사진 찍는 것을 철저하게 금지해서 그 순간을 포착해올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그 근사한 돌로 만들어진 청년과의 만남에서 오는 감동은 저렴하지만은 않은 입장료를 내며 느낀 정체를 알 수 없던 슬픔을 즉시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답니다.

역시 다비드 군을 가장 아름답게 잘 관찰할 수 있는 스폿에서 멍 때리며 세기를 초월한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해주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유유히 흐르는 아르노강을 가로지르는 우아한 베키오다리를 건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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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값비싼 보석과 미술품을 파는 상점들로 가득하지만 처음에 이 다리가 만들어진 중세에는 푸줏간들이 들어차 있었다고 하지요.

영화 < 향수 > 로 더 유명세를 타게 됐답니다. 하루를 홀딱 투자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감상을 하고 나왔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명작으로 가득한 우피치 미술관을 지나는데 엄청 가고파졌어요.

걷다 보니 뭔지 모르게 근사하고 현대적인 분위기가 풍겨 나오는 레스토랑/카페 모요Moyo를 발견하고는 여기다 했습니다.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 기다리면서 와이파이를 즐겨주시고…. 틈틈이 그곳을 드나드는 근사한 양복쟁이 회사원 아저씨들과 잠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려고 이곳에 들른 기럭지 길고 스타일리시한 피렌체 오라버니들을 감상.

중후한 매력과 상큼한 매력을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 ⓒ Get About 트래블웹진

음식들도 깔끔하고 맛있었어요. 저는 카프리제를 먹었는데 역시 본토의 맛은 다르더군요.

잊을 수 없는 모짜렐라 치즈의 쫄깃하고 고소함! 함께 마셨던 이탈리아의 생맥주도 어찌나 시원하게 꿀꺽꿀꺽 잘 넘어 가던지요! 점심까지 배부르게 먹고 나니 다시 타비오(Tabio) 일행을 만나 다음 도시인 로마로 이동할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 ⓒ Get About 트래블웹진

약속 장소인 산타크로체 성당 앞으로 가서 얼른 성당 안에 들어가 이 도시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간절한 마음 한 조각을 떨어뜨리고 밖으로 나와 일행과 함께 이동, 버스에 오릅니다.

제 기도가 하늘에 닿았다면 언젠가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요? 그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 냉정과 열정사이 > 에 나온 대사를 떠올리며 피렌체에게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약속은 미래야. 추억은 과거. 추억과 약속은 전혀 다르겠지…. 미래는 그 모습이 보이질 않아 우리를 늘 초조하게 해. 그렇지만 초초해하면 안 돼.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과거와는 달리 반드시 찾아오는 거니까."/


겉으로 드러나는 볼로냐(Bologna)의 첫 인상은 다소 투박하다. 도시는 베니스에서 피렌체로, 혹은 밀라노에서 로마로 향하는 중간지대의 성격이 짙다. 인근 숨가쁜 여행지들이 즐비하기에 철제 광고간판의 낯선 볼로냐 역에서 내린다는 것은 선뜻 내키지 않는다. 불과 한 시간 전 열차가 출발했던 베니스는 역 앞에 운하가 흐르고 곤돌라가 떠다니는 꿈같은 풍경이었다.


볼로냐가 이방인들에게 유명 관광지로 언급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굳이 정의하자면 볼로냐의 매력은 오히려 그런데 있다. '먼 북소리'의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가 피렌체를 방문할 때 특별한 용건 없이 사나흘 쉬었다 간 도시가 볼로냐였다. 이곳에서 쇼핑을 하고 산책을 즐겼으며 어느새 단골이 된 레스토랑들을 찾았다. 그는 볼로냐를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과 이렇게 비교했다.


'피렌체는 관광객을 많이 상대해 닳고 닳은 구석이 있다. 로마는 불친절하고, 밀라노는 상점이 너무 많아 몸이 파김치가 된다.'

볼로냐의 중심 광장인 '피아자 마조레'


편안함에 대한 묘사로 치자면 하루키의 지적이 어느 정도 맞다. 도시는 현지인과 관광객을 이분법적으로 갈라놓지 않는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도 억지 미소는 없다. 민박집 주인이 소개해 주는 건물 모퉁이 식당의 파스타도 썩 괜찮은 편이며 현지인들이 들락거리는 작은 샌드위치 가게도 맛과 정겨움이 묻어난다. 물론 이런 소소함 뒤에는 볼로냐는 커다란 수식어들을 감추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회랑을 간직한 도시

볼로냐는 '회랑(아케이드)의 도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는 곳이며 미식의 고장이다. 역사, 예술, 요리, 음악 등을 두루 갖춘 비옥한 도시는 2000년에는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되기도 했다.

일단 도시가 전하는 강렬한 이미지는 끝없이 이어지는 회랑들이다. 길게 늘어선 열주가 노천 지붕을 받치고 있는 '포르티코'로 불리는 회랑은 구시가 전역을 감싸고 있다. 비오는 날 우산 없이 다녀도 크게 불편할 일이 없을 정도로 포르티코는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탈리아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도 일찍이 이런 회랑의 릴레이를 본적이 없다. 구시가의 오래된 회랑 아래는 성긴 나무판자의 흔적도 남아 있고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구시가의 명소들을 뒤로 한 채 찾아 나선 산 루카 사원은 경계의 의미가 짙다. 작은 정원이 사랑스러운 '빌라 스파다'에서 미니버스를 타면 목가적 초록풍경의 언덕들을 넘어 산 루카 사원에 도착한다. 사원 뒷길은 버스가 올랐던 시골 풍경과는 완연하게 다르다. 사원에서 구시가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포르티코 길이 3.8km 이어진다. 거꾸로 걸어서 올랐다면 땀 좀 흘렸을 길을 현지인들은 반바지 차림에 조깅코스로 애용한다.


총 666개의 아치로 연결된 이 산책길은 참 행복하고 아름답다. 포르티코 길을 내려서다 보면 '붉은 지붕의 도시' 볼로냐의 자태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선명하게 그려진다.




천년 역사의 대학...이탈리아 요리의 수도

구시가에 도착해 제법 큰 대로인 우고 바시 거리에서 마주치는 쌍둥이 탑은 볼로냐의 상징이자 단테의 '신곡'에도 등장한 명물이다. 탑 뒤쪽, 잠보니 거리로 걷다보면 골목에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고. 어느새 대학 캠퍼스의 한가운데 있음을 깨닫게 된다. 바로 세계적인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기호학 교수로 재직중인 볼로냐 대학이다.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대학에서는 수준 높은 클래식, 재즈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 좌파들과 레지스탕스 역시 이 '붉은' 도시를 거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쌍둥이 탑에서 내려다본 구시가 전경. 볼로냐는 붉은 지붕의 도시로 통한다.


도시의 중심인 광장 '피아자 마조레'는 역사적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팔라조 다쿠르지오'에는 볼로냐가 배출한 정물화가 조지오 모란디의 작품이 상설전시 중이다. 모란디의 작품을 사랑했던 성악가 파바로티의 자녀들이 기증한 그림들도 미술관 한편을 채우고 있다. 넵튠 분수, 산 페트로니오 성당 등 광장을 단장하는 소재들은 여느 중세 이탈리아 도시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볼로냐는 '이탈리아 요리의 수도', '뚱보들의 도시'로 통한다. 맛 집들만 찾아다녀도 하루 해는 짧다. 볼로네제 스파게티로 불리는 미트소스 파스타는 꼭 맛봐야할 요리이며 가게에서 직접 만든 생 파스타 역시 유달리 쫄깃쫄깃한 맛을 자랑한다. 육류나 치즈를 파는 델리카트슨 식당이나 중앙 광장 옆 골목에 들어선 노천시장 역시 미식가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절대 방문' 코스다.




가는길


한국에서 볼로냐까지는 터키항공 등이 경유편을 운항중이다. 열차로는 베니스, 피렌체에서 한두 시간이면 닿으며 교통의 요지라 밀라노에서의 연결편도 다수 있다. 대학의 도시인 만큼 B&B 형태로 운영되는 민박집들이 다수 있으며 시설이 꽤 깔끔한 편이다.

 

  1. Favicon of https://withcoral.tistory.com 내멋대로~ 2013.11.26 09:31 신고

    볼로냐...

    피렌체에서 베니스
    기차 타고 갈때 중간에 정차역이었던 것 같네요...

대지를 뒤덮은 포도밭 사이로 사이프러스 나무가 자라는 전원 마을을 걷다가 현지 와이너리에 들러 와인이 어우러진 한 끼 식사를 하는 여행…. ‘이탈리아 토스카나 전원 산책과 와인기행’이 올가을 출발한다.

[헬스조선]사진제공 이탈리아관광청-ENIT
[헬스조선]사진제공 이탈리아관광청-ENIT

 

로마시대부터 3000년의 와인 역사를 지닌 와인 종주국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한 토스카나 지방과 북서부 알프스산맥 아래 피에몬테는, 이탈리아 2대 와인 산지로 꼽힌다. 헬스조선 비타투어는 포도가 알알이 영글어가는 가을, 이곳의 전원 마을과 와이너리를 가로지르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전원 산책과 와인기행’을 진행한다.

부드러운 지평선을 따라 정갈하게 열을 지은 채 늘어선 포도밭, 하늘을 향해 춤을 추듯 서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 대지를 감싸 안으며 피어오르는 안개…. 토스카나 특유의 풍경 감상으로 여행이 시작된다. 최초의 슬로시티 오르비에토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델이 된 치비타를 거쳐 토스카나의 대평원 발도르차에 도착할 때쯤이면 어느새 마음이 고요해진다.

혹자는 토스카나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문화적으로 활기 넘치는 와인 산지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보증한 최상급 와인(D.O.C.G) 중 하나인 ‘브르노넬로 디 몬탈치노’와 낭만적인 와인의 대명사 ‘키안티’ 와이너리 방문은 가장 고대하던 시간. 직접 재배한 곳에서 대를 이어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는 와이너리에서 맛보는 와인은 비할 데 없이 훌륭하다.

피에몬테는 이탈리아의 가장 전설적인 와인인 ‘바롤로’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화려하면서도 깊이 있는 석류빛 바롤로를 한 모금 들이켜면 입안에서 제비꽃 꽃망울이 톡하고 터진다. 이 와인이 왜 이탈리아 최초·최고 등급을 받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클링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의 고향 아스티도 찾는다. 유서 깊은 와이너리에서의 만찬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친퀘테레(5개 마을)’ 여정도 가슴 설렌다. 각기 다른 5개 해변마을은 해안절벽을 따라 파스텔 톤의 집과 좁은 골목길, 동화 같은 포구, 올리브밭이 어우러진 단아한 풍경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다섯 마을 중 걷기 여행자에게 사랑을 듬뿍 받은 베르나차 마을에서부터 코니글리아까지 천천히 걸으며 낭만을 만끽한다. 이외에도 꼬모 호수에서의 휴식과 피렌체 관광 등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아까운 8박10일이 이어진다.

TRAVEL INFO.


일정

9월 27일~10월 6일(8박10일)
주요 관광지

오르비에토, 산지미냐노, 피렌체, 친퀘테레, 바롤로, 아스티, 꼬모
참가비

560만원(유류할증료·가이드 경비 포함)

매년 이탈리아 사르데냐에 위치한 포르토 체르보에서는 ‘로로 피아나 슈퍼요트 레가타’가 열립니다. 지중해의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80피트 이상의 슈퍼요트 30척이 포진합니다. 그 광경은 그야말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죠. 해가 머리 꼭대기를 내리쬐는 정오가 되면 경기가 시작됩니다. 거친 바다와 태양, 바다 남자의 향기로 가득한 ‘로로 피아나 슈퍼요트 레가타 2016’의 현장에 <레옹>이 함께했습니다.



My Song

로로 피아나의 부회장 피에르 루이지의 요트 이름이 바로 ‘마이 송’입니다. 그는 키스 재럿의 ‘마이 송’을 듣는 순간 파도를 가르며 먼바다로 나아가는 세일링이 떠올랐고, 그가 요트를 소유한 1988년 이후로 그의 요트는 모두 마이 송이라 불립니다. 마이 송은 로로 피아나의 철학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9년에 시작된 로로 피아나 슈퍼요트 레가타는 로로 피아나의 바다와 세일링에 대한 강한 열정과 자연에 대한 존중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요트나 승마, 카 레이싱을 즐기는 자사의 고객들을 위한 교류의 장인 동시에 퀄리티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와 이탤리언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탐험을 보여주는 행사죠. 따라서 로로 피아나 슈퍼요트 레가타는 경쟁과 사교의 장이며, 새로운 패브릭과 혁신적 기술력의 의류를 선보이는 시험대라 할 수 있습니다. 바다와 세일링이라는 객관적인 시험대에서 로로 피아나 제품의 우수성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죠. 


파도 그리고 바람과 싸우는레가타
에메랄드빛이라는 뜻의 코스타 스메랄다에서 열린 로로 피아나 슈퍼요트 레가타는 5일 내내 크루징이 펼쳐졌습니다. 매일 아침 경기 시작 전 포르토 체르보 앞에 위치한 라마달레나 군도의 작은 섬을 기점으로 항로를 결정합니다. 레이싱 라인은 매일 바람의 상태에 따라 레가타 위원회가 각각 다른 경로를 결정하죠. 따라서 슈퍼요트들은 끊임없이 서로 교차하며 선체를 기울이거나 회전하며 마치 바다 위에서 춤을 추듯 경기를 펼칩니다.

일정한 시각에 일제히 출발해 정해진 코스를 반칙 없이 완주해야 하므로 레가타의 우승은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게다가 코스타 스메랄다는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이 특징이라 세일러들은 하나같이 “이번 항해는 마치 전투와도 같았다”고 입을 모았죠. 프리 레가타의 영광을 차지한 시 웨이브(Sea Wave) 요트의 전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뒤쪽의 요트들이 서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간격을 넓히려고 애썼어요. 결정적 순간은 바위의 위치를 살펴보며 가장 짧은 동선을 찾는 것이었죠.” 숨 가쁜 항해가 이어진 5일 동안의 레가타는 시상식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유니폼을 입은 선원들은 휘파람과 환호성을 질렀고, 로로 피아나상이 호명되자 커다란 실버 주빌리 컵에 샴페인을 가득 따랐죠. 그날의 주인공은 2년 연속 로로 피아나상을 차지한 사우다지호였습니다.

 1 레가타 최고의 상인 로로 피아나상 ‘실버 주빌리 컵’을 차지한 사우다지호의 오너 알베르트 뷜과 크루들.  
 2 레가타의 시작을 알린 YCCS(Yacht Club Costa Smeralda)에서의 아름다운 오프닝.


LEON(이하L)이런 멋진 행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로 피아나의 하이엔드 이미지는 슈퍼요트 레가타처럼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Pier Luigi(이하P)사실 우리의 전략은 특별할 게 없지만 말한 대로 고객들이 원하는 걸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됩니다. 로로 피아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기본은 바로 품질이에요. 우리는 컨템퍼러리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디자인과 퀄리티를 만들어냅니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하는 퀄리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죠. 고객들은 제품을 사용해보고 스스로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을 느끼게 되고 다시 로로 피아나를 찾게 됩니다.

L로로 피아나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이란 무엇인가요?
P이탈리아는 아름다운 나라예요. 즐길 줄 아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행복한 주말을 위해 포시타노나 토스카나로 여행을 떠나죠. 그러면 그곳에서 어떻게 입어야 할까요? 어떤 아이템이 편할까요? 저녁에는 우아하게 잘 차려입고 싶을 테고 자연을 즐기는 레저 타임에는 편한 옷차림이 좋겠죠. 이탤리언 라이프스타일이 곧 로로 피아나의 라이프스타일이에요. ‘Work for Living!’ 을 잊지 말아야 해요. 우린 행복하고 즐기기 위해, 내 인생을 위해 일하는 거예요.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죠. 이것을 절대 혼동하지 말아야 해요.

L로로 피아나의 유니폼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세일링 의상인데 리넨 소재의 버뮤다팬츠라뇨?
P우리는 주름을 최소화한 리넨 소재를 개발하고 있어요. 프랑스 노르망디 북부 지역에서 최고급 리넨 원료를 공급받고 있죠. 이 리넨 팬츠는 주름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물기를 빨리 흡수하고 빨리 배출합니다. 게다가 특별한 기술력으로 강도도 최상으로 높였죠. 현재 로로 피아나가 연구하고 있는 것은 천연섬유인데, 화학섬유의 특징을 가진 원료를 찾고 연구 및 개발하는 일이에요. 천연섬유의 내추럴함을 간직하되 화학섬유의 강도나 특징을
가지고 있는 퍼포밍 소재죠.

L로로 피아나 슈퍼요트 레가타는 또 하나의 로로 피아나 실험실이군요.
P맞아요. 실제로 요트를 다루는 크루들이 직접 입어보고 테스트하는 것이죠. 긴소매의 이 요트 셔츠는 피부를 보호하면서 가볍고 부드럽습니다. 팔이나 상체의 움직임까지 고려해 실루엣을 디자인하고요. 손으로 염색한 은은한 색감 역시 제 요트와 잘 어울리지 않나요?

로로 피아나의 모든 제품은 이탈리아에서 만드는 것이 철칙입니다. 중국과 몽골의 캐시미어, 남아메리카의 비큐나, 미얀마의 로터스 플라워 등을 가져와 이탈리아 겜메 공장과 콰로나에서 완성합니다. 섬유들은 소모방적을 통해 짧은 섬유들을 제거하고 긴 섬유들을 재정렬하고 빗질을 지속하죠. 이 과정이 바로 꼬임이 있는 실이 되기 바로 전 과정입니다.

이 섬유조직들을 꼬이고 당겨 방적사를 만듭니다. 이 방적사는 감기 공정을 통해 콘으로 완성하고 직조를 위해 콰로나 공장으로 이송하죠. 이곳에서 방적사를 직물로 가공합니다. 날실이 선택된 패턴에 따라 정확한 순서로 열리고 수평 방적사는 베틀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통과하며 직물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각각의 천에는 조각 번호와 카드가 주어져 제품의 추적 가능성을 보장하고 관리가 용이하도록 하죠. 그 후 염색 공정과 다양한 마감 처리 공정을 거치며 개성과 멋이 더해지고, 완성된 직물은 미세한 수정 공정을 거칩니다. 전문가들은 직물의 작은 결함까지 검출하고 수정해나갑니다. 이것이 바로 로로 피아나가 매년 500만m의 직물을 생산하는 방식이죠.

 1 로로 피아나의 비큐나 울이 완성되고 있다.
 2 실이 되기 전 상태.  
 3 까다로운 검사를 통해 최고의 품질을 완성한다.

최고급 퀄리티의 원단으로 유명한 로로 피아나가 요즘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테리어. 요트 인테리어에도 고급 원단을 엄선해 사용하고 있으며, 고객의 취향과 요트의 내부 구조에 맞게 커스텀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캐시미어와 리넨 혼방 소재의 쿠션과 소품, 블루와 화이트가 어우러진 머린 무드의 침구 그리고 벽지까지 귀족적인 요팅 라이프를 만끽하게 해준다.

토마스 만이 앉아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완성했던 카페 ‘플로리안’이 여전히 남아있는 도시, 달이 차오르면 물이 도심에 출렁이는 도시. 낡고 오래되고 아름다운 도시 베니스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다.

features editor KIM EUN HEE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여행을, 관광보다 관찰을 좋아한다. 낯선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을 사랑한다. 낡고 오래된 것을 아낀다. 특히 100년쯤은 기본인 오랜 건축과 장소, 무엇 앞에서는 들여다보고 만져본다.

산 마르코 광장 입구.

베니스의 지붕은 전부 붉은색이다.

베니스의 흔한 일상 풍경.

자동차 대신 보트가 ‘주차’돼 있다.

전망대가 있는 산 마르코 종루.

만조인 ‘아쿠아 알타’ 때의 광장. 도심에 물이 사람 무릎까지 차오른다.

베니스 본섬과 마주한 산 클레멘테 섬의 호텔.

약 16시간의 비행을 거쳐 도착한 여행지. 유럽의 관문인 이스탄불에서 한 번 경유해야 했지만 촘촘하게 안배된 터키항공의 스케줄 덕분에 직항으로 비행해 온 듯 산뜻하게 맞이한 타국은 주위를 가늠하기 힘든 늦은밤이었다. 이국적인 정취를 만끽할 새도 없이 마중 나온 호텔 직원과 함께 공항을 나섰다. 조금 가야 한다며 싱긋 웃는 그와 5분여 정도 걸었을까? 호텔로 향하는 교통편을 타기 위해 도착한 남다른 정류장을 보고 나서야 내가 어디에 당도해 있는지 실감했다. 바닷물에 출렁이는 선착장이 정류장인 이곳,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선 보트를 타야 하는 이곳은 ‘물의 도시’ 베니스였다.

다음날 아침, 베니스 본섬과 20여 분 거리인 산 클레멘테 섬의 호텔 마당에서 마주한 베니스의 풍경은 여느 섬나라와 달랐다. 분화구 위, 파도를 피해 둥글게 몸을 말고 있는 듯한 섬들과 달리 베니스는 그 몸을 쭉 펼쳐놓은 듯 막힘이 없었다. 보트를 타고 본섬에 다가갈수록 물 위를 유랑하듯 떠 있는 도시의 위용이 가까워졌다. 브래들리 쿠퍼를 닮은 보트 기사는 베니스에 처음 왔는지 물었다. “베니스는 원래 석호였어요. 침략해 오는 훈족을 피해 이탈리아 본토인들이 도망와 물 위에 말뚝을 박고 흙을 부어 만든 땅이죠.” 1500여 년 전인 567년의 일이다. 자연이 아닌 인간의 힘으로 마련한 토대, 그 위에 쌓아 올린 역사와 문화. 베니스에 대해 곤돌라 밖에 몰랐는데. 보트에서 내려 베니스를 디딘 발 아래가 아득해졌다.

베니스 본섬 여행의 시작이자 중심은 산 마르코 광장이라 해도 무방하다. 베니스를 다스린 총독들의 공식 주거지인 두칼레 궁전과 성 마르코 대성당 등 베니스의 정치, 종교, 문화의 상징물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다. 광장 입구에는 대문처럼 기둥 두 개가 높이 솟아 있는데 이곳 터줏대감들은 두 기둥 사이를 지나가면 재수없다고 여긴단다. 사자상인 기둥은 베니스의 수호 성인 마르코의 상징이고 그 옆의 기둥은 마르코에게 영광을 빼앗긴 과거의 수호 성인 성 테오도르 상이라서 그 사이를 지나면 테오도르의 저주가 따른다는 것이다. 미신에 코웃음 치며 기둥 사이를 피해 광장에 입성했다. 탁 트인 보통의 광장과 달리 3면이 ‘ㄷ’자 형태의 석조 건축물로 둘러싸인 광장은 과연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극찬할 만했다. 비잔틴 양식과 르네상스 건축양식이 뒤섞여 화려한 궁전과 성당을 마주하고 있는 광장에는 노천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베니스의 상인들, 여행자들의 활기가 일렁거렸다. 돌아보면 일정 중 하루는 산 마르코 광장에 종일 앉아 있어도 좋을 걸 그랬다. 괴테와 프루스트, 찰스 디킨스가 앉아 커피를 마셨다던 ‘카페 플로리안’에서는 턱시도 차림의 음악가들이 악기를 연주했고, 과거 베니스의 부를 자랑하고자 금박으로 장식한 궁전은 햇빛에 반짝거렸다. 해가 지면 영화처럼 모든 불이 탁 켜지던 순간도, 여행 마지막 날 밤 우연히 겪은 ‘아쿠아 알타(만조)’의 경이로움도, 산 마르코 광장이 선사한 인생의 기쁨이었다. 광장에서 출발해 찾아가야 할 다음 본섬 여행지를 추천하자면, 없다. 베니스 본섬에 첫 번째로 놓인 다리 리알토, 나무로 만들어진 아카데미아 다리, 중세 회화미술의 정수가 담긴 아카데미아 미술관, 오페라의 종주국 이탈리아다운 화려한 극장 라 파니체, 그 앞에 자리한 유서 깊은 레스토랑이자 생선 요리가 기막힌 ‘앤티코 마티니(Antico Martini)’ 등 가봐야 할 명소는 너무나 많다. 그러나 나는 베니스에서 단 한 번도 지도를 보지 않았다(사실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 갈 때 한 번, 숙소로 돌아올 때 한 번 보기는 했다). 베니스의 명소들은 전부 목적지 없이 돌아다니다 만났다. 크고 작은 118개의 섬이 400여 개의 다리들로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베니스 본섬은 어디로 가든 어딘가에 닿는다. 조밀하게 들어선 건물은 굽이굽이 골목을 이루고, 골목을 헤맬 때마다 베니스의 깊은 매력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걷다 다리가 아파 들어선 성당은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고요해서 아름다웠고, 배가 고파 거리 상점에서 사먹은 조각 피자의 토핑은 알고 보니 정어리라서 뿜고 말았다. 우연히 마주친 빈티지 소품 숍에선 베니스 골목 풍경의 미니어처를, 베니스 유일의 비틀스 숍이라는 곳에선 ‘Hey Jude’가 흘러나오는 오르골을 샀다.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마셨고(베니스의 에스프레소는 정말 맛있다), 서점에 들어가 읽지도 못하는 책을 후루룩 넘겨보기도 했다. 그러다 닿은 어느 박물관은 입장료가 너무 비싸 입구를 서성거렸지만. 이것이 여행이었다. 여행길에 지나쳐온 이 작은 공간들을 다시 찾아가라고하면 아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 한국에선 지도를 보지 않으면 옆동네도 찾아가지 못할 정도로 길치니까. 하지만 12시가 되면 사라지는 곳에 다녀온 것처럼 베니스 골목 깊숙이 추억을 숨겨두고 온 기분은 나쁘지 않다. 베니스에서는 헤매어 보기를. 다시 갔을 때 다르게 마주하게 될 베니스의 얼굴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베니스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다.

editor 김은희

photo COURTESY OF bassani, FOTOTECA ENIT, SAN CLEMENTE PALACE KEMPINSKI VENICE, TURKISH AIRLINES

digital designer 오주희




버킷리스트 이라는 영화에도 나오는 유명한 곳 아시죠??!

이탈리아 아말피 해변입니다.

이탈리아 남부의 끝에 있는 해안 절벽 도시인데요
멋진 야경과 맛난 음식, 그리고 운치가 가득한 곳이에요
덥고 짜증나는날 정말 떠나고 싶은 그곳 아말피 해안 구경들 하세요!!

허니문 때 반드시 가고싶은 그곳이에요!

이탈리아 왕복 티켓은 성수기만 피하면 개인당 70만원도 안될만큼 쌉니다

프랑스 파리보다 물가도 더 싸구요!!

추천해드립니다!

  1. 아말피원츄 2016.07.25 00:04

    정말 가보고싶네오!!

  2. 열심히 눈치본자
    떠나자 ㅠ

  3. 친퀘테레 2016.07.25 11:55

    두번째, 일곱번째 사진은 이탈리아 북쪽인 친퀘테레 사진입니다만;;;

    • Favicon of https://travelbible.tistory.com 오리궁둥이 2016.07.25 21:17 신고

      오~~ 고견 감사합니다. 몰랐습니다.
      어쩐지 조금은 다른 느낌이더라구요!!

▲ ⓒENIT

[투어코리아] 매력적인 해변과 절벽 풍경으로 수많은 화보와 엽서에 등장하며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의 소도시들. 아말피(Amalfi), 포지타노(Positano) 등은 가보진 못했더라도 한번쯤 이름은 접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관광청이 추천해 준 숨겨진 보석 같은 휴양지 '폴리냐노 아 마레(Polignano a Mare)'는 이름마저 생소한 곳이다.


'폴리냐노 아 마레'는 이탈리아 남부, 지도상으로 부츠굽에 해당하는 풀리아(Puglia) 주의 바리현의 인구 1만 8천의 작은 도시로, 해변과 절벽 풍경이 너무나 매력적인 곳이다.


아드리아 해에 맞닿아 있는 이 곳 해안가에 석회 절벽과 암석을 끼고 있는 풍경은 탄성을 자내기에 충분하다.


이 곳의 압권은 누가 뭐래도 두 암석 절벽 사이에 위치한 해안가의 '암석사이 모래사장'이다. 코발트빛 바다와 암석 절벽, 그 사이 모래사장이 한 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 ⓒENIT

특히 '폴리냐노 아마레'는 다이빙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매년 레드불이 주최하는 '절벽 다이빙 월드시리즈(Red Bull Cliff Diving World Series)가 열리면서 그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2015-2016년 2년에 걸쳐 이 해안가에서 열리며 올해는 8월 28일에 열릴 예정이다.


이 곳의 또다른 명물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전망을 가진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는 '로타 팔라체제 레스토랑(Ristorante Grotta Palazzese)'이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지하 석회동굴 안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에서 바다 풍경을 눈에 담으며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를 음악 삼아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압권이다.

▲ 그로타 카스텔라나 동굴(Grotte di Castellana)/ⓒENIT

자연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조명과 가구를 최소화한 이 곳은 세계 10대 경관, 가장 로맨틱한 장소 등으로 국내에서도 잠깐 소개됐던 곳이다.


폴리냐노 아 마레에서 약 15km 떨어진 '그로타 카스텔라나 동굴(Grotte di Castellana)'도 놓치면 아까운 풍경이다. 이 동굴은 9천만년에서 1억년 전부터 생
성된 석회 동굴로, 길이가 3,348m에 달한다.

▲ 그로타 카스텔라나 동굴(Grotte di Castellana)/ⓒENIT

해수면에서 최대 122m까지 내려가는 매우 웅장하고 오래된 동굴 안에서는 오랜 세월 자연이 빚은 예술작품 종유석, 석순 등을 만날 수 있다. 동굴 안 온도가 16.5도로 유지될 만큼 서늘해 여름 휴양지로도 제격이다.


폴리냐노 아 마레에서 차로 약 30분만 이동하면 원뿔형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선 스머프마을 '알베로벨로(Alberobello)'에 갈 수 있으니 함께 둘러봐도 좋다.

▲ 그로타 카스텔라나 동굴(Grotte di Castellana)/ⓒENIT

<사진 태국관광청, 필리핀관광청, 베트남항공, 이탈리아관광청, 프랑스관광청, 스위스정부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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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어스름한 저녁이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아말피 전경

눈부신 햇살과 새파란 물빛의 지중해. 아찔한 절벽 끝에 다닥다닥 붙은 원색의 건물들. 눈앞에 펼쳐진 평화로운 풍경은 보는 이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풍경, 밤이 되면 낮과는 또 다른 몽환적인 분위기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곳은 이탈리아 남부 아말피 해안. 최근 유러피언 사이에서 가장 핫한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휴양과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데다 주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찬란한 역사 간직한 세계 3대 미항 나폴리 여행의 즐거움 travelbible.tistory.com 

나폴리는 지중해 특유의 온화한 날씨와 그림 같은 풍광이 인상적인 곳이다. 카프리, 소렌토 등과 가깝다. 베수비오 화산의 서쪽 기슭에 있으며 세계 3대 미항의 하나다. 

나폴리여행에서 폼페이 투어를 빼놓을 수 없다. 폼페이는 본래 베수비오 산 남동쪽의 항구도시다. 고대 로마시대 귀족들의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79년 화산폭발로 순식간에 잿더미에 묻혀 버린 비운의 도시로 더욱 유명하다. 

갑작스러운 화산 폭발에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과 동물들의 처참한 모습이 화석으로 남아 있어 눈길을 끈다. 당시 만들어진 수로와 도로, 공중목욕탕, 극장 등 생활상을 볼 수 있는 흔적들도 곳곳에 남아 있다. 폼페이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709년이다. 본격적인 발굴 작업은 1748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도 가봐야 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유물이 주를 이루고 유럽 3대 박물관으로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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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지중해를 품은 아말피의 여유로운 풍광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지상낙원 1위  여행의 영감을 받으세요 travelbible.tistory.com 

남부여행 하이라이트는 바로 아말피 해변과 포지타노다. 아말피 해안은 1997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다. 아말피 해안은 뛰어난 지중해 풍경을 보여주는 곳으로 발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광경에 감탄이 쏟아지는 곳이다. 아말피 해안도로는 세계 7대 비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또 예수 그리스도의 12제자 중 한 사람이자 베드로의 동생인 성자 안드레아의 유해가 안치되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성당 앞에 자리한 광장이 바로 아말피의 랜드마크다. 

포지타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포지타노는 소렌토와 비슷한 느낌의 해안마을이다. 꿈의 휴양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대표 휴가지 중 하나다. 

포지타노는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산 중턱에 모여 있는 마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해안 절벽 길을 따라 파스텔 톤의 집들과 호텔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해변에서는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포지타노에서 가볼 곳은 산타마리아 아순타 성당. 중앙에 노란색 녹색 파란색의 타일 장식이 인상적이다. 

소렌토도 가보자. 소렌토는 이탈리아의 작은 항구도시, 남부 교통의 요충지다. 위로는 나폴리와 폼페이로, 아래로는 아말피, 셀레르노, 포지타노 등이 위치한다. 소렌토의 중심지는 타소광장, 1544년 이곳에서 태어난 시인 토르콰토 타소의 동상과 기념비를 만날 수 있다. 지중해 풍경이 펼쳐지는 소렌토 전망대와 레몬으로 만든 다양한 특산물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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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입을 만족시키는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젤라토

 남부 이탈리아 추천음식  여행의 즐거움 travelbible.tistory.com 여행의 영감을 받으세요 travelbible.tistory.com 

△파스타 = 해안가에 위치한 남부 이탈리아 대표요리인 해산물 스파게티. 

△피자 = 얇은 도우 피자를 화덕에 구워 담백하고 맛있는 이탈리아식 피자. 

△젤라토 = 이탈리아인들이 사랑하는 부드러운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피오렌티나 스테이크 = 피렌체를 대표하는 전통 티본스테이크. 크고 두툼한 티본스테이크를 4~5명이 나눠먹을 수 있다. 


■ 이탈리아 남부 일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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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같은 절벽 위의 작은 마을 포지타노.

갑자기 숨이 턱 막힌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좋아서. 맑고 푸른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해안도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림처럼 화려하고 아름답다. 

로마, 밀라노를 제쳐두고 이탈리아 남부를 먼저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폴리에서 폼페이, 시칠리아로 이어지는 코스는 이탈리아 여행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몰타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이탈리아 여행코스로는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 소렌토 

이탈리아 로마를 벗어나 남부로 향하는 길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나폴리 근처의 도시 소렌토다. 소렌토는 소렌타인 반도의 북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오렌지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역사와 예술을 자랑한다. 

소렌토는 아말피 해안으로 더욱 유명하다. 에메랄드 빛 지중해를 내려다보면서 달리는 아슬아슬한 낭떠러지길. 깎아지른 절벽에 매달린 그림 같은 집들과 반짝이는 바다는 환상적인 뷰를 제공한다. 

소렌토에서 시작된 아말피 해안의 종착역은 살레르노. 기원전부터 로마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개발되어 곳곳에 남아 있는 성당과 여러 건축물을 통해 로마인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바실리카타의 마테라는 기원전 800년 그리스인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그리스 문화·예술을 간직한 도메니코리돌라 국립박물관, 13세기 로마네스크풍의 두오모 등이 유명하다. 

마테라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선사시대부터 내려오는 사씨 동굴. 그라비나 협곡 서쪽 기슭을 따라 석회암 동굴이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방이 하나뿐인 탑 모양 구조의 지붕이 인상적인 알베르벨로도 가볼 만하다. 동화 속 스머프 마을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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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에 위치해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시칠리아 섬의 타오르미나 원형 극장.

 이국적인 분위기 시칠리아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인 시칠리아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넘쳐난다. 이탈리아의 매력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묘한 매력이 가득한 곳이다. 

해발 3323m 에트나 산에서 시작해 해안으로 뻗어가는 동안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풍경도 매혹적이다. 섬 어디서나 풍부한 햇살 아래 아몬드와 오렌지, 올리브의 향이 감돈다. 가장 독특한 이탈리아를 만나는 여행이 된다. 

시칠리아에선 산, 바다 어디에서건 순수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해안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와 마주할 수 있다. 체팔루, 타오르미나 등 시선을 사로잡는 명소도 많다. 

에트나 화산은 시칠리아 동쪽 해안에 있는 활화산이다. 수년마다 폭발이 일어나는 유럽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화산으로 유명하다. 그 자체로 명소가 된다. 겨울이면 산에 올라 스키를 즐기기도 한다. 

한때 그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칭송받던 시라쿠사는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태어난 곳, BC 5세기의 그리스식 극장과 천국의 채석장. 로마 원형극장과 네크로폴리 등이 남아 있는 네아폴리 고고학공원이 주요 명소로 손꼽힌다. 아그리젠토도 가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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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와 어우러진 포지타노의 눈부신 풍광.

 아름다운 해안 풍경의 몰타 

이탈리아 남부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몰타다. 시칠리아 남쪽의 작은 섬으로, 정식 명칭은 몰타공화국, 영국연방의 하나다. 

에메랄드와 파우더블루 그리고 비취와 파스텔 블루의 물이 태어난 곳이다. 몰타, 고조, 코미노 등 6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고 196㎞의 멋진 해안선을 갖고 있다. 덕분에 유럽최고의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섬의 크기는 제주도 크기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파란 하늘 아래 그리고 그보다 더 파란 바다가 인상적이다. 대도시의 혼잡함이나 어수선함은 없다. 약간 정적인 도시 분위기는 머물수록 더 깊은 매력을 느끼게 한다. 크고 화려한 호텔보다는 작고 아담한 리조트 호텔 등이 더욱 매력적이다. 

몰타에서 약 30분 떨어진 고조 섬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성당 타피누, 바다와 바람이 디자인한 멋진 아주르 윈도, 칼립소 동굴과 석양 등이 볼거리다. 

▶▶이탈리아 남부 즐기는 여행 Tip 

VIP여행사(02-757-0040)에서 지중해 연안의 이탈리아 남부 도시를 집중 탐방하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몰타 11일' 여행상품을 마련했다. 

포지타노, 소렌토, 아말피, 알레로벨로, 바리, 폼페이, 마테리, 팔레르모, 체팔루, 에트나, 타오르미나, 벨레타, 엠디나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이탈리아 남부 및 시칠리아, 몰타 지역을 여행한다. 

추석 당일 밤 출발. 카타니아~몰타 항공이동, 에트나 화산 정상 관광, 식사 및 호텔 업그레이드. 터키항공 이용. 9월 15일 출발. 요금은 359만원. 

[전기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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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과 강가사가르

긴 여행 뒤에 쌓인 사진들은 여행의 기억처럼 뒤죽박죽이다. 엉뚱한 사진들이 짝을 맺는다. 그 사이에 나만의 여행 이야기가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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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볼리비아로부터 온 순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 채승우 사진가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장화 '천지창조'를 올려다보느라 무리한 목을 주무르며 바티칸 광장으로 나왔다. 기둥으로 둘러싸인 타원형 광장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십자가를 앞세우고 걷고 있는 사람들의 거뭇한 피부색이 그들이 아주 멀리서 왔음을 알려주었다.

남미 대륙의 볼리비아에서 온 순례자들이었다. 종교적인 이유를 가지고 어딘가로 찾아가는 여행을 '순례'라고 부른다. 순례에는 반드시 걷기가 포함된다. 그들은 볼리비아에서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타고 와서 로마 공항에 내렸을 터라, 걷기 의식을 행하기 위해 바티칸 광장을 걸어서 돌기로 한 것이 분명했다.

순례로 유명한 장소들이 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이 그렇고, 일본의 '시코쿠섬 헨로미치 순례길'이 그렇다. 스페인의 길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성당에 이르면 완성되고, 일본은 88개의 절을 방문하며 섬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돌아오면 완성된다. 앞의 길은 선(線)이고 뒤의 길은 원(圓)이라 서양과 동양을 비교하는 듯도 하다.

최근에 이 순례 길들은 여행의 길로도 인기 있다. 이 길을 택한 여행자들은 순례의 모범을 따른다. 여행자가 종교를 갖고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길을 걷는 자세는 종교적 순례자와 여행자를 구분할 수 없다.

'여행자의 책'을 지은 폴 서루는 많은 순례자와 여행자를 관찰한 끝에 '마음을 편하게 하는 걷기는 순례자의 목적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어떤 영적인 차원도 있다. 걷기 그 자체는 정화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걷기는 여행의 오랜 형태로 가장 근본적이고, 아마도 가장 계시적인 형태일 것이다'라고 했다. 여행과 순례는 처음에는 하나였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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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갠지스 강이 바다와 만나는 ‘강가사가르’에서 사람들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의식을 치르고 있다. / 채승우 사진가

아주 오래전 인도를 여행하면서 '나는 순례자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녔던 적이 있다. 순례자라고 하면 인도의 사원들이 공짜로 재워주고 먹여 주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는 정말로 내가 순례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나를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나? 눅눅한 침대와 콩 요리를 제공받는 대신 몇 푼의 기부금을 내고 다음 목적지로 떠났다.

인도 순례 코스는 힌두교의 신성한 강 갠지스의 발원지에서부터 시작했다. 갠지스 강이 바다를 만나는 곳까지 가는 데 두 달이 걸렸다. 발원지는 히말라야 산맥 위에 있는 '강고트리'라는 곳이다. 빙하로 이루어진 얼음 동굴에서 차가운 물이 콸콸 흘러나온다. 강고트리까지 오르는 길은 너무 험해서 여름철에만 오를 수 있다. 인도의 순례 전통은 대단하다. 여름이 와 길이 열리면 수많은 사람이 강고트리까지 와서 차디찬 물에 목욕을 하고 강물 한 종지를 떠 집으로 가져간다. 구불구불 비포장도로를 걸어 올라왔다 걸어 내려가는 사람도 있고, 올 때는 버스를 타고 올랐다 내려갈 때만 걸어가는 사람도 있다. 히말라야의 입구인 하리드와르에서 목욕을 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각자의 사정이다.

바다를 만나는 강물은 정확히 말하면 갠지스 강의 본류가 아니다. 본류는 방글라데시 삼각주로 흘러가고, 갠지스 강의 지류인 후글리 강이 바다를 만난다. 이곳 역시 '강가사가르'라고 불리는 힌두교의 성지이다. 이곳에서는 겨울인 1월에 축제가 열린다. 나는 강고트리에 오른 몇 년 후, 때를 맞추어 강가사가르를 다시 찾아갔다. 솔직히 말하자면, 갠지스 강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순례의 마음과는 한참 먼 생각이었지만, 그때도 사원을 찾아가서 순례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인생 전체를 순례라고 여기면 어떨까 혼자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순례로 얻은 것이 뭐냐고? 글쎄, 아직 순례 중이라서….

바티칸 강가사가르
■바티칸은 성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진 대성당이 순례의 의미를 더하지만, 예술사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순례지이다.

강가사가르는 후글리 강 하류의 사가르 섬에 있다. 콜카타(옛 이름이 캘커타였던 인도 서해안의 도시)에서부터 시외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걷기 방랑자가 뽑은 내 생애 최고의 길 '산마리노'

아드리아해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신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온 사람들. 그들을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는 중세의 날 축제. 7월 중순 닷새 동안중세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누가 뭐라 해도 이 기간이 산마리노 여행의 최적기다.

7월 중순 즈음 산마리노는 중세의 도시로 탈바꿈한다
레플 이제껏 걸어본 길 중 최고를 꼽는다면?

김병수 중남미를 빼고는 거의 모든 대륙을 다녔다. 서아프리카 말리의 진흙도시 젠네의 골목길을 헤매기도 하고, 인도 푸시카르 사막에서 수십만 낙타와 함께 잠들기도 했다. 런던에서 공부할 때는 사우스 뱅크 산책을 즐겼고,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6개월 사이에 세 번이나 다녀 온 적도 있다. 하지만 보통 직장인들에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휴가란 대게 일주일을 넘지 않는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한정된 시간 안에 느긋이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추천해볼까 한다. 

이탈리아 동북부 내륙에 위치한 산마리노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이라도 한나절 걷기에 효율대비 최적의 장소다. 티타노산(Titano Mt.749m)을 중심으로 위치한 산마리노는 과이타 요새 정상에 서면 경계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그만 도시 국가지만 가장 오래된 공화국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301년 세워진 산마리노 공화국은 로마 황제의 지배를 받으며 2명의 집정관을 두었던 전통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우리로 치자면 대통령이 2명인 것이다. 내무부 장관이 산마리노 사람들의 결혼식 주례를 서는데, 인구 3만 명의 국가에서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좌) 자유의 광장을 지키는 바위 경비대. 근엄해 보이지만 관광객들을 위해 기꺼이 사진 모델이 되어준다. (우) 301년에 세워진 산마리노는 로마 황제의 지배를 받으며 2명의 집정관을 두었던 전통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레플 산마리노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루트 혹은 당신이 걸었던 길은 어디인가.

김병수 기차가 이탈리아 리미니역 플랫폼에 다다르면 저 멀리 티타노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역 앞에서 산마리노행 버스를 타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국경선의 표지판을 지나 10여 분 뒤 산마리노의 본격 여행이 시작되는 성벽 바로 아래까지 데려다준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느낄 수 있다. 불과 해발 700여m 높이에 부는 시원한 산바람이 얼마나 고마운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푸른 평원을 감상하며 아드리아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다. 산 프란체스코 관문을 통과해 50여m를 오르면 곧 산마리노 의회가 있는 자유의 광장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는 ‘바위 경비대’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군인들이 의회를 지키고 서 있다. 조용히 다가가 옆에 서면 기꺼이 사진 모델이 되어준다.

여기저기 나 있는 골목길을 따라 계속해서 오르다보면 티타노산 제1의 요새인 과이타에 이르게 된다. 3개 요새가 있지만 개방되는 곳은 제2 요새 체스타를 포함한 두 곳뿐. 이 모두를 돌아보는데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뙤약볕 내리쬐는 여름이라도 한나절 걷기 좋은 산마리노 길
레플 산마리노에서 꼭 즐기거나 느껴야 할 것이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즐기고, 느끼고, 가져왔나.

김병수 7월 중순 닷새 동안 산마리노는 중세의 도시로 탈바꿈한다. 골목골목 중세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거닐고, 자신의 키보다 긴 칼을 부딪치며 중세 기사들이 칼싸움을 벌인다. 그들은 산마리노를 쳐들어오는 이탈리아인들에 맞서 용감하게 싸운 조상들의 전투를 재연한다. 그런가하면 광장 곳곳에서는 젊은 남녀들이 르네상스 시대의 감미로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이들 모두는 산마리노 자원봉사자들이다.

목마른 아이들에게는 시원한 수박 한입 물리고 중세의 장난감을 쥐어준다. 밤이 깊도록 광장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중세의 축제를 즐겨야 한다. 축제의 백미는 역시 축제 마지막 날 벌어지는 석궁대회. 산마리노 국가대표팀과 이탈리아 인접 도시 대표 팀들 간의 시합으로 선수들은 단 한번의 기회를 살려 3cm의 과녁 중앙을 정확히 맞히고 싶어 애를 쓴다.

(좌) 산마리노 구석구석 중세 분위기가 물씬 (우) 밤이 깊도록 화려한 중세의 축제는 계속된다
레플 산마리노를 걸을 때 주의할 점을 귀띔한다면?

김병수 우리는 여행을 간다고 하면 최대한 편한 복장으로 간다. 하지만 서유럽인들은 이와 더불어 대개 정장 한 벌씩을 가지고 다닌다. 밤이 되면 드레스로 갈아입고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그날만큼은 화려한 음식으로 한껏 분위기를 즐긴다. 똑같이 주어진 여행시간이라도 어쩐지 그들은 그 시간을 최대한 즐긴다. 지금 여행 가방을 꾸리는 중이라면 일회용 컵라면은 당장 빼버리고 가벼운 정장을 한 벌 챙기자. 그래서 소중한 여행 동반자에게 근사한 시간을 선물하자.

티타노산을 중심으로 위치한 산마리노는 과이타 요새 정상에 서면 경계선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도시국가다.
레플 걷기 여행의 묘미, 무엇이 당신을 걷게 만드는가.

김병수 여행의 유형에 따라 여행자들을 크게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고운 모래 해변에 선크림을 바르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하는 여행자와 산을 오르거나 신나게 자전거를 타면서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 부류, 그리고 컬처 벌처(Culture Vulture) 즉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이색적인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부류다.

PD라는 직함으로 해외에 다니다 보니 가만히 앉아서 즐기는 신세는 못되고, 자연히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가며 최대한 돌아다녀야 한다. 다행히 적성과도 맞다. 걷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이색적인 풍광에 고동치는 나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온 마음을 다하고 온 정신을 집중하여 그 자리, 그 시각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수 바람에 몸을 맡기고 사는 프리랜서 PD다. <와! e 멋진세상> 등을 연출하며 세계 구석구석을 누볐고, 요즘엔 <걸어서 세계속으로>와 <영상앨범 산>을 만드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길 혹은 산에서 걸으며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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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겐 누구나 욕망이 있다.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여 살게 되면서 이 욕망은 단순히 생리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화되었다. 즉, 욕망은 개인의 몸에서 시작하여 사회 구성원 간의 관계적 욕망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욕망의 단계 이론이 나온다. 20세기에 이름을 떨친 미국의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가 말하는 욕망의 5단계 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생리적 욕구에서, 안전에 대한 욕구로,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에서 자기존중의 욕구로, 급기야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인간은 생리적 욕구가 해결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길 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명예를 본능적으로 존중한다. 그것 때문에 결국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그냥 눈 딱 감고 잠시 비루함을 참다 보면 곧 잊어버릴 텐데, 그 짧은 시간을 참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마다하지 않는다. 인간욕망 중 위의 4단계 혹은 5단계 욕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사태라 할 것이다.

인간의 사회적 욕망, 비석과 개선문을 낳다

그런 이유로 동서고금의 문화는 사람들이 큰 명예를 얻게 되었을 때 그것을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알리려는 공통점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단순히 당대에 알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자손손 후대에 이르기까지 알리고 싶어 하였다. 어떻게 하면 당대뿐만 아니라 후대의 사람들에게까지 그 명예를 알게 할 수 있을까. 그렇다, 내구성이 강한 조형물에 그 취지를 기록하는 방법이었다.

동서를 막론하고 사회적 명예는 여러 가지 업적을 통해 얻어진다. 그중에서도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대단한 명예이다. 한 사람의 위대한 장군으로 말미암아 한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는 전투에서 이겼다면 그 장군은 길이 이름을 남길 사람이다. 한 사회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하거나 덕을 베푼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당대를 넘어 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칭송하길 원하는 마음으로 조형물을 만들었다.

동양에선 이를 위해 주로 비석을 세웠다. OO대첩비나 OO승전비 혹은 OOO송덕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중국이나 한국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데 비석만 설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석과 함께 비각을 설치하기도 했다. 열녀문의 경우는 남편이 죽었음에도 정절을 지켜가며 산 여인의 덕을 존숭하기 위해 집 주변에 지어진 것이다. 그것도 사실은 문 안에 비석을 넣고 비각을 만든 것이었다.

서양(로마)도 사회적 명예를 당대와 후대에 알리겠다는 생각에는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다만 그 방법이 동양과는 다를 뿐이다. 그곳에서는 거대한 석조 개선문(triumphal arch)이 세워졌다. 이것은 원래 전쟁에 승리한 장군이나 황제의 업적을 기리는 승전 기념문이었다. 그러나 개선문은 전쟁과 연결된 업적만을 기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식민지를 개척한 경우나 한 지역에서 황제가 탄생한 경우도 세워졌다. 나아가 개선문이 순수한 송덕비 노릇을 한 경우도 있었다. 어떤 거부가 자신의 돈으로 다리를 놓거나 도로를 가설하면 그의 업적을 기리는 문이 도로에 세워졌다.

개선문은 역사적으로 로마제국이 만든 대표적 문화유산이다. 로마문명에 앞선 서양문명의 원조인 그리스에서조차 로마의 개선문과 같은 형태의 조형물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개선문이 오로지 로마제국 시대에 만들어진 로마인들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보는 것도 정확하진 않다. 로마인들에게 기술문명을 전수시킨 에트루리아인들은 도시의 입구에 잘 조각된 아치형 문을 설치했다.

기원전 7세기 메소포타미아를 통치한 바빌로니아에는 네브카드네자르(구약 성경에 나오는 느브갓네살) 왕이 만든 이슈타르문은 바빌론 왕조의 위엄을 과시하면서 바빌론성 입구를 장식했다. 이런 주변 문화의 영향으로 로마는 언젠가부터 개선문을 만들기 시작했을 것이다.



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의 이슈타드 문, 신바빌로니아의 왕 네브카드네자르가 만든 바빌론 성의 문이다. 이것은 그냥 문이 아니다. 왕과 왕국의 권위를 기리는 문이다.

ⓒ 박찬운

아우구스투스, 개선문에 황제의 위엄을 더하다

로마의 개선문은 공화정 시대에 이미 일반화되었다. 공화정 시절 전쟁에서 승리하면 공을 세운 장군은 승리자로서 인정되어 승리를 기념하는 조각상이 들어간 아치형 조형물을 스스로 만들었다. 2차 포에니 전쟁에서 한니발을 꺾어 로마를 위기에서 구한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자신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카피톨리노 언덕에 개선문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공화정 시절의 개선문 흔적은 지금 찾을 수 없다.

로마제국의 개선문은 제정 이후 그 의미나 설치 절차가 크게 바뀌었다.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이 스스로 개선문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고 오로지 황제만이 그것을 설치할 수 있는 것으로 제도를 정비하였다. 이 말은 개선문이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 개인의 사적 치적물에서 국가가 관장하는 공적 기념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제정 이후에는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리는 개선문을 만드는 경우라도 그것은 장군 개인 기념물이 아니라 원로원의 승인 아래 황제가 세우는 국가적 기념물이 된 것이다. 우리가 지금 로마나 과거 로마제국의 주요 도시에서 보는 모든 개선문은 제정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다.



포로 로마노, 이곳은 19세기까지만 해도 대부분 땅 속에 있었다. 오른 쪽에 티투스 개선문이 보이고 그 뒤로 콜로세움이 보인다.

ⓒ 박찬운

로마에 가면 시내 한가운데에 '포로 로마노'라는 로마유적지가 있다. 카피놀리노 언덕이나 옆의 팔라티나 언덕에 올라가서 그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 전경을 볼 수 있는데 비록 무너진 제국의 유적지이지만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한다면 화려했던 로마제국의 수도가 어땠는지 가늠할 수 있다.

거기엔 신전이 있고, 공회당이 있고, 사람들이 활보하던 거리가 있으며 시장이 있다. 그리고 여기에 두 개의 개선문이 눈에 들어온다. 카피톨리노 언덕에 붙어 있는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과 맞은 편 콜로세움 쪽에 있는 티투스 개선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포로 로마노 유적은 아니지만 티투스 개선문 너머로 콜로세움과 함께 서 있는 개선문이 있다. 바로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이다.

개선문의 모양은 한 가지가 아니다. 로마에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위의 3개인데, 그 중 티투스 개선문은 아치가 하나이고, 나머지 두 개,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과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은 아치가 3개이다. 이외에도 리비아의 렙티스 마그나에 있는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과 같이 4면에 아치를 하나씩 배치하여 만든 사각 4면 개선문도 있다.

로마제국의 개선문은 통상 그 표면에 여러 장식을 넣어 만들었다. 전면을 보면 대리석 기둥이 아치 양쪽에 장식되어 있고, 아치 상단에는 승리자의 업적을 기리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아치의 옆 표면에는 여러 가지 부조가 붙여져 있는데 주로 군대의 행진, 승리자의 역할과 업적을 묘사한 그림, 적으로부터 노획한 무기 등이 묘사되어 있다.

흔한 맛 기행일지라도 뻔한 맛 기행문을 쓰지는 말자. 생각했다. 이탈리아의 역사부터 줄줄이 읊어야만 하는 교과서 같은 기행문 역시 되지 말자. 생각했다. 내가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시야를 텄듯이 새로운 모습의 이탈리아를 담아내고자 한 글의 의도를 먼저 밝히고 싶다. 이탈리아의 거대한 역사를 알기도 전에 이탈리아가 전하는 맛에 충성을 맹세한 후 피자와 파스타 등 이탈리아 음식을 만들고 맛 볼 수 있는 요리사의 길을 걷던 내가 동경의 나라 이탈리아에 입성, 지금부터 이 나라가 지닌 식(食,eat)의 색깔이야기가 유쾌하게 시작된다.

이탈리아인들에게 음식은 역사이고 문화이며, 생활이고 삶이다. 식(食,eat)의 즐거움을 아는 민족이기 때문에 여행자들 역시 이탈리아 식(食,eat)을 즐겨야 그들의 생각과 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탈리아라는 나라는 그들의 음식과 생활 등의 문화를 알기위해 굳이 책을 찾고, 인터넷 검색엔진은 쉴 새 없이 가동시켜 머리로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피자(Pizza), 파스타(Pasta), 리소토(Risotto) 만으로 이탈리아 음식을 다 안다 자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지만, 이런 음식이라도 당신에게 거부감 없이 익숙하다면 이미 당신은 지중해 따뜻한 햇살을 품은 이탈리아의 매력을 받아들일 준비가 끝난 것이다. 입 안의 행복은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큰 마법이다. 

1 이탈리아 재래시장 과일들은 빨갛거나 노랗거나 그 색의 구분이 선명하다. 지중해성 기후가 낳은 천연색색 찬란한 보물들이여! 2 이탈리아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점 피제리아(Pizzeria) 3 기본 10종류 정도의 피자를 구비하고 있는 피제리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피자는 단연 생모짤렐라치즈와 토마토, 바질로 만든 마르게리타 피자.
맛, 포만감, 합리성 3박자 갖춘 한 장의 악보 
16시간의 오랜 비행,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포크를 집어 든 맛 모를 3번의 기내식, 건조한 비행기내 공기로 인한 최악의 컨디션, 이런 몸을 이끌고 로마 레오나르도다빈치 공항에 착륙한 시간은 밤 10시 남짓. 사위는 컴컴했고 사방에서 들리는 각국의 언어에 귀는 혼잡했다. 누구나, 또 그 누군가가 어디서든 그렇듯, 낮선 땅에서의 이방인은 여행을 준비하던 그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우왕좌왕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눈과 코는 행복했으니 공항 내 드문드문 자리한 스낵바(snack bar)에 있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피자모습과 토마토소스와 치즈가 뿜어내는 익숙한 피자냄새가 그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피자냄새를 익숙한 한국의 냄새로 착각할 만큼 이탈리아 음식이 우리에게 깊숙이 베어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이탈리아는 어느 공간에서도 피자를 판매하는 피제리아(Pizzeria)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흡사 떡볶이와 순대를 파는 분식점마냥. 이탈리아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가기 때문에(이탈리아는 건축, 역사, 음식, 유럽여행 등 다양한 목적을 지닌 관광객으로 온 거리가 활기를 띈다. 편리하고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우려는 사람들부터 정통 이탈리아 코스요리를 먹으리라 작정하고 오는 사람들까지) 모든 관광객의 상황을 고려한 레스토랑들이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피제리아는 이탈리아의 명물이다. 나라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이탈리아의 도시도시를 관광하며 사람들은 그 시간 틈새틈새 ‘눈만 즐거우면 될소냐 입도 즐거워보자’ 현지인과 관광객이 혼재되어있는 피제리아를 들락날락거리기 바쁘다. 다양한 토핑만큼이나 많은 종류의 피자들, 신선한 채소만큼은 아낌없이 넣어 만들어내는 담백한 포카치아 샌드위치. 한 입 베어 물면 아! 이것이 이탈리아의 맛이로구나. 

바쁜 시간 선택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Fast food)지만 절대 정크푸드(Junk food)는 아닌 음식들. 단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 비해 양과 맛은 관광에 지친 여행자에게 약간 서운함으로 남는다.
빨주노초파남보 아름답게 비추네
토마토와 블러드오렌지(blood orang), 파스타 면과 레몬, 올리브, 허브와 다양한 젤라토(Gelato)와 와인. 무지개색 재료들과 음식들이 이탈리아를 아름답게 비추면 테이블 위 사람들의 손은 부단히도 바빠진다. 지중해성이라는 복 받은 기후 덕분에 이곳의 토마토는 새빨간, 당장 톡 터질 듯한 탱글함이 좋다. 피자건 파스타건 샐러드에도 메인요리에도 식욕을 자극하는 빨간 토마토는 그 어울림이 좋다. 

겉은 푸르스름할지라도 이탈리아의 오렌지와 귤은 설탕의 단맛보다 더욱 단맛이라는 반전의 재미가 있다. 특히 과육이 붉은 블러드오렌지는 첫인상은 얼룩덜룩 피가 묻은 듯해 꺼려지지만 그 선입견 때문에 먹어보지 않는다면 당신은 정말 어리석다는 얘기를 들어도 하는 수 없다. 일반 오렌지보다 당도가 10배는 높은 블러드오렌지 맛은 신(新)세계일테니.
우리나라에서는 고급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만 사용하는 프레쉬 허브(Fresh Herb)(한 때 내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몸담고 있을 때 장마철과 한겨울에는 1KG에 10만원에 달하는 프레쉬 바질을 써야만 했다. 그 어떤 식재료보다 귀한 몸값 자랑하시는 허브들은 이탈리아레스토랑의 가장 큰 공신 중 하나이자 가장 큰 골칫덩이 중 하나이기도 하다.)가 이탈리아에서는 참 인심도 좋다. 피자 한 조각 한 조각에 바질 잎을 통째로 하나씩 놓아주기도 하니 말이다.  


달콤함과 쌉싸름함의 맛 대결, 과연 승자는?
이탈리아의 돌체(Dolce, 디저트)는 우리나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디저트 카페의 모티브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짧게는 2코스, 제대로는 안티파스토-프리모피아토-세콘도피아토-돌체의 4코스를 거치는데 코스가 길던 짧던 돌체는 생략하지 않는다. 때문에 레스토랑에서는 자기 식당만의 대표적인 돌체를 한 두가지 정도 구비해 놓는다. 이탈리아 돌체의 간판 티라미수(Tiramisu)는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디저트 케이크. 국내 티라미수가 달콤한 맛이 지배적이라면 본토 티라미수는 달콤한 맛 뒤의 쌉쌀한 맛의 조화가 환상이다. 그릇에 케이크 시트를 넣고 에스프레스 1잔(30ML)을 그대로 붓는다. 그 위에 부드러운 치즈와 달콤한 코코아파우더를 올리면 끝. 간단한 과정에 비해 그 맛은 정말 이름 그래도 ‘나를 끌어 올려주는 맛’이다. 케이크 시트에 스며있는 에스프레소의 쌉쌀한 맛을 지나 양질의 마스카포네 치즈와 코코아파우더의 부드러운 단 맛을 만나고 나면 신기하게도 다시 처음의 커피 향이 입 안을 정리하고 나선다. 이래서 이탈리아인과 한국인을 포함 한 전 세계인들이 티라미수를 최고의 케이크로 꼽는구나, 절실하게 인정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달콤함이 좋은 젤라토와 쌉쌀한 맛의 절정 에스프레소(Espresso). 젤라토가 뭔지는 모른다 해도 ‘로마의 휴일’ 오드리헵번이 스페인 광장에서 먹던 아이스크림은 알 것이다. 에스프레소란 말이 생소하다하더라도 국내 바리스타 붐을 일으켰던 드라마‘커피프린스1호점’에서 주인공 고은찬(윤은혜)이 마시던 작은 잔에 들어있는 새까만 커피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아~ 할 수 있을 것이다. 

1 정말 많은 종류의 젤라토. 하지만 이는 젤라토 판매가 점점 상업적으로 변하면서 낳은 폐해이기도 하다. 같은 초콜릿 맛 젤라토에 고추를 넣거나, 치즈를 넣거나, 민트를 넣어서 그 종류를 무한대로 불린다. 역시 돈 앞에는 장사 없다. 2 초콜라또 페페론치노(초콜릿과 고추 맛). 지금에 와서야 한 번 도전해볼 걸 아쉬움이 짙어진다. 이 젤라토 맛은 그럼 매콤달콤일까? 3 식후 즐기는 티라미수는 배가 불러도 꼭 먹어야만 하는 필수코스다. 그 이유는 먹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그 달콤쌉쌀함의 중독성때문. 4 두가지 맛 젤라토는 약 2유로정도. 어느 나라에서든 가장 안전한 맛은 딸기맛임을 이탈리아에서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탈리아 맛 기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기대한 것 중 하나는 지중해 햇살 속에 하늘거리고 있을 올리브 나무를 만난다는 것이었다. 이탈리아는 로마나 피렌체 등 대도시의 중심을 약간만 벗어나도 우리나라 은행나무처럼 늘어선 올리브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올리브 나뭇잎은 앞면과 뒷면의 색이 약간 차이가 져 바람이 불고 햇빛이 비치면 사라락 소리와 함께 나뭇잎의 색이 변해가면 반짝반짝 빛나는 신비로운 광경을 목도할 수 있다. 매일 재래시장에서는 갖가지 향신료와 허브에 재워 진 그린올리브와 블랙올리브 장사업자들을 볼 수 있다. 첫 맛은 짭조름, 하지만 중독성 있는 올리브의 맛은 이탈리아 음식의 감초로 손색없다. 입맛을 돋우고 기름진 입맛을 정리해주기도 하는 올리브 열매는 정말 엄지를 들어 올리게 만든다. 

이탈리아의 중심도시 외곽에는 프랑스를 제치고 최고의 와인 생산국으로 떠오른 이탈리아답게 많은 와이너리(Winery)가 포도밭을 일구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명성 높은 토스카나 주 끼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지역 와인은 미국과 일본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한다. 프랑스 와인이 최고고 보르도와 부르고뉴만 얘기하면 와인에 대해 조금 아는구나 치부되던 과거에 찬물을 끼얹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어쩜 이렇게 이탈리아는 알면 알수록 반전이 곳곳에 숨어있는 흥미로운 나라일까? 

1 오전 11시부터 삼삼오오 모여드는 노천좌석은 그 어느 거리보다 더욱 활기차 보인다. 이것이 진정 인간광합성의 좋은예라 하겠다. 2 수퍼마켓에 즐비한 생파스타. 우리나라 대형마트에 산처럼 쌓여있는 쌀포대처럼 이탈리아에는 파스타가 넘쳐난다. 3 가장 이탈리아스러운 아침식사. 유명 이탈리아 커피브랜드 라바짜 에스프레소 한잔과 슈가파우더 듬뿍 뿌린 페스츄리 한조각. 페스츄리의 버터향과 에스프레소의 향은 그 궁합이 가히 놀랍구나!
젤라토는 이탈리아 정통 아이스크림이다. 자연에 가까운 맛을 구현하기 위해 과즙, 물, 설탕, 계란흰자 등을 주재료로 하며, 유지방 함량을 4~8%정도로 낮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아의 대표 음식 중 하나다. 공기함유량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이탈리아 젤라토에는 쫀득한 식감이 살아있다. 여행객들은 하루에 한 번은 꼭 젤라토를 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을 여행해도 모든 맛을 섭렵하지 못하는 것이 이탈리아의 젤라토다. 팔마라는 이탈리아 대표 젤라토 체인점에서는 고추 맛(Peperoncino) 젤라토를 판매한다. 짧은 여행객인 나는 차마 도전해보지 못했지만-1가지 맛의 젤라토 가격은 대략 1.5유로. 비교적 저렴하지 않은 가격의 젤라토에서 모험은 무모해보이기도 했다. 아마 고추 맛 젤라토는 여행객들이 가장 늦게 도전하게 될 맛이지 않을까? 

이탈리아의 커피문화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맹목적이다. 이런 이탈리아인들에게 전 세계인이 맹신하는 소위 별다방, 콩다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탈리아인들은 출·퇴근길에, 식사 후에, 말 그대로 그냥 길을 가다가 카페(Caffe)에 들른다. 에스프레소를 시킨 후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신다. 주문에 30초, 에스프레소 추출과 서빙에 1분 30초, 마시는데 20초 정도다. 2분 안에 커피를 마시고 그들은 가던 길을 간다. 물을 마시듯 그들은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이런 이탈리아인들을 어찌 신기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커피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커피가 생활이고 삶인 이탈리아인의 모습은 동경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처음 했던 얘기로 돌아가 보자. 달콤함VS쌉싸름함 맛 승부 승자는? 이탈리아에서만큼은 無 . 승자는 없다. 이곳에서만큼은 젤라토의 달콤함도 에스프레소의 쌉쌀함도 티라미수의 달콤쌉싸름한 맛도 모두 최고의 맛이다. 

(좌) 어느 카페든 이탈리아는 자체 로스팅 과정을 거친다. 이탈리아 카페가 100이면 100 모두 다른 맛의 커피를 만들어내는 이유가 바로 이 로스팅. (우) 진한 악마의 유혹이라 불리우는 새하얀 컵 새까만 에스프레소의 도도한 자태는 마시지 않아도 그 진한 향을 느낄 수 있을것만 같다.

노천 문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그들만의 문화
이탈리아는 다 알다시피 반도국가다. 그 모양은 흡사 장화모양과 같다. 신발을 닮은 나라에 사는 이탈리아인들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예술가 기질이 넘쳐나는 듯 보였다. 국토의 모양과 선천적 기질을 연관 짓는 무리수를 둠에도 나는 그렇게 주장하고 싶다. 적어도 내가 다녀오고 겪은 그들은 그래보였다. 호랑이를 닮은 국토에 사는 우리 민족이 용맹한 기개를 지닌 것처럼. 이탈리아는 어디에나 노천 테이블이 깔려있다. 어떤 레스토랑은 내부 좌석보다 노천공간이 더 넓은 곳도 있을 정도다. 아직은 노천카페나 노천레스토랑을 하나의 멋으로 여기는 우리나라 사람들 인식과는 다르게 이탈리아에서 노천 좌석은 하늘과 햇빛과 바람과 별을 벗 삼아 시간을 즐기는 하나의 공간일 뿐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식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고 사랑을 하며 인생을 즐긴다. 이것이 이탈리아다. 그냥 이 자체만으로 이탈리아는 충분하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노천카페에서 토마토와 올리브오일이 듬뿍 들어간 샐러드를 시작으로 파스타와 피렌체풍 스테이크를 먹은 뒤 깔끔하게 에스프레소와 티라미수로 마무리하는 한 끼의 식사만으로도 이탈리아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버린 느낌이 든다. 이탈리아는 그런 곳이다. 

<이탈리아 맛 기행>은 모든 길이 통한다고 하는 로마부터 물의 도시 베니스까지 이탈리아 중북부 지역의 소박하면서 풍부한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식문화 기행이다. 같은 식재료로 그 도시만의 특색 있는 식문화를 창조하는 이탈리아인들의 식문화는 숱하게 거론되고 숱하게 들어도 항상 새롭고 흥미롭다. 

거대한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의 심장, 로마(Rome)는 2016년 현재 어떤 음식이 테이블 위를 장식할까? 다음 편에서 그 테이블이 차려진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흔한 표현으로 로마를 이탈리아의 심장이라 말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속담은 로마를 설명할 때 결코 빠지지 않는 문구 중 하나이다. 지금 나 역시 이 문구로 한 줄을 채우고 있으니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식상한 표현일지라도 그렇게 밖에는 설명할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로마(Rome)라는 도시다. 이런 로마에서 기차로 2시간 반. 덜컹거리는 레조날레(Regionale, 과거 우리나라 통일호, 비둘기호 정도 등급의 저가열차) 허름한 좌석 한 켠에 앉아 이탈리아 외곽을 달리다보면 로마와 전혀 다른 도시를 만나게 된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개혁가 성 프란체스코의 일생이 담긴 아씨시(Assisi)는 시간이 멈춘 듯, 모든 것이 정적이다. 하지만 이 정적함은 지루함과는 그 본질이 사뭇 다르다. 로마에서 맘껏 뛰놀던 심장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 심장을 뛰게 하는 열정의 로마와 심장을 쉬게 하는 여유의 아씨시. 그 시간 사이사이 놓여있는 맛있는 식탁으로의 초대가 시작된다.

Intro. 흔히 일상에 지쳤을 때, 머릿속이 과부하가 걸려 폭발하기 일보 직전일 때, 지금의 내가 내가 아니라 느껴질 때, 사람들은 여행이라는 도피처를 마련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낯선 곳에 나를 버려두고 훌훌 털어버리겠노라. 그러나 정작 여행을 떠나면 비우기보단 하나라도 더 머릿속, 마음속 그리고 사진기속에 담아오려 애를 쓰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너무 애석해하지 말지어다. 이 와중에도 한 가지 확실한 건, 비우고자하는 여행이든 얻고자하는 여행이든 낯선 곳에서의 아름다운 식탁은 그 시간과 공간 사이사이에 항상 존재한다는 맛있는 사실.

모든 스타일의 총집합 로마
로마. 이탈리아의 수도, 콜로세오(Colosseo)의 위상이 숨 쉬는 곳, 지금도 끊임없이 회자되는 '로마의 휴일' 영화 촬영지. 이런 수식어들만으로 로마를 그려 본 나의 환상은 테르미니역(Stazione Termini) 밖으로 나선 직후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물론 이런 현상은 나에게만 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서울역이 노숙자의 천국이듯, 이곳 역시 집시와 불법노동자들의 집거지역이다. 라고 말한다면 이해가 빠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든 여행의 시작점이라 여겨지는 테르미니 역에 도착했을 때 이미 난 여행에 대한 전의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게 없어진 후였다. 이는 한국에서 너무 많은 기를 소진한 탓이었으리라.

자고로 여행이란 Data(정보)-Delete(삭제)-Reset(초기화)의 과정으로 진행되어야 옳은 것 일진데 나는 어찌된 게 Data(정보)-Save(축적)-Overload(과부하)의 단계를 거쳤으니 말 다한 여행의 시작이었다. 이런 나에게 테르미니 역의 노숙자와 흡연자들은 평생 동안 지켜왔던 이탈리아에 대한 동경을 약간, 아니 솔직히 그보다는 많이 사그라뜨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곳은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다. 패션, 음식, 예술의 모든 스타일이 총집합한다는 바로 그곳에 있다는 건 짧은 시간 내 몸만 바지런하다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도시라는 말이다. 다행이도 첫날 내가 느낀 로마의 이미지는 흔히들 겪는 첫인상의 오류였을 뿐, 로마(roma)는 역시 아모르(amor: ‘사랑’의 이탈리아어)였다. 

1. 아침 시간은 비교적 한산한 ‘에스퀼리노 재래시장’ 2. ‘스페인 광장’ 중앙 가라앉는 배 모양의 '바르카챠 분수‘ 3. 밤이 되면 ‘베네치아 광장’은 빛이 이탈리아 국기를 그린다. 4. 로마의 명물 ‘트레비 분수’
도시전체가 박물관? 도시전체가 미슐랭맛집!
우리나라 경주의 관광코스가 판에 박혀있듯, 로마 역시 정해진 관광지와 관광 순서가 있다. 콜로세오를 시작으로 포로로마노와 팔라티노 언덕을 이은 후 사람들은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명소탐방을 시작한다. 진실의 입-베네치아 광장-트레비 분수-스페인 광장. 물론 나 역시 정해진 코스, 방향으로 로마를 눈에 담은 건 다른 여행자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을 하는 동안 나는 누구보다 그 도시의 재래시장을 탐닉했으며,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마트 답사로 마무리했다. 테르미니 역에서 가까워 한인민박 사장들이 즐겨 찾는 에스퀼리노 재래시장은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인심 좋은 상설시장이다. 시장상인은 나와 같은 동양여자는 이제 너무 익숙하다는 듯, 거리낌 없이 인사를 하고 자잘한 과일들을 시식하길 권한다. ‘그라찌에(Grazie,‘고맙습니다’의 이탈리아어)' 나는 그들에게 미소와 함께 이 한마디를 건넨다.

사람들은 로마를 두고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과 같다고 말한다. 물론 넓은 땅에 달랑 두 세 개의 돌기둥이 세워 있는 곳을 두고 과거 무슨무슨 신전이 있었노라며 관광지로 지정한 모습은 조금의 억지스러움이 느껴져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로마의 모든 레스토랑이 미슐랭맛집 이라는 건 인정! 그만큼 어느 음식점을 들어가든지 맛이 기본은 한다. 엔쵸비(Anchovy:멸치과의 작은 물고기를 우리나라 젓갈처럼 염장해 발효시켜 사용한다.)가 들어간 음식만 아니라면 로마 레스토랑의 거의 모든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 적당히 그러면서 상당히 잘 맞는다. 로마는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바다가 있기 때문에 육지임에도 불구하고 해산물 요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렇듯, 로마는 모든 식재료가 모이는 곳이기도 하면서 모든 스타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참 합리적인 미식의 도시다.

1. 얇은 도우 위에 방울토마토와 생모짜렐라 치즈, 향긋한 바질의 하모니. 12유로 2. 뇨끼를 만드는 <일 끼안띠> 요리사의 미소는 그들이 입은 새하얀 조리복보다도 환하다. 3. <일 끼안띠>의 초록색 간판 위 검은 닭 모양, ‘끼안띠 와인’을 닮은 듯 고급스럽다. 4. <일 끼안띠>의 등심 스테이크. 정말 꾸밈없는 한 접시지만 ‘염불보다 젯밥에 관심’인 사람들에게는 간혹 정성 없어 보이기도 한다. 18유로 5. 라구소스라고 빨간 미트소스를 생각한다면 우리와 같은 실수를 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착각이 불러 온 전화위복. 돼지고기 그대로의 맛이 굉장히 고소했다. 9유로 6. 토마토 소스에 버무려진 감자로 만든 뇨끼 파스타는 조랭이 떡을 씹는 듯 재미롭다. 9유로
"미션! 아름다운 쌩얼을 찾아라"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이탈리아의 식문화의 특징을 비교하자면 도시별로 나누는 건 딱히 똑똑한 방법은 아니다. 기다란 장화모양의 이탈리아 반도를 세 토막으로 뚝.뚝.뚝 끊어내자면 밀라노와 베니스를 포함한 북부지역, 로마와 피렌체를 둔 중부지역, 나폴리와 시칠리아가 있는 남부지역 이렇게 세 지역 되시겠다. 물론 도시별로 대표적인 요리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지역별로 비슷한 색깔의 식문화 양상을 보인다. 로마와 아씨시는 이탈리아 중부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이탈리아 중부지역 요리는 맛이 진하고 강한 소스를 사용하는 요리가 대표적이다”라고 흔히 설명된다. 하지만 내가 겪은 로마의 레스토랑은 매장 인테리어부터 요리의 맛까지 참 소박하고 꾸밈없는 모습이었다. 

로마 트레비 분수 근처 <IL CHIANTI:일 끼안띠>라는 레스토랑은 마치 중세시대를 표현하듯 초록 넝쿨에 뒤덮여 있다.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에게 그 인지도가 꽤 높은 곳이라는 정보를 접수 후 방문한 곳이기에 맛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18유로 약 2만8000원 정도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Bistecca di manzo alla Buttera'는 쇠고기등심 스테이크다. 모양은 허술해보여도 그 맛은 좋다. 얇아 보이지만 적당한 식감이 느껴지는 스테이크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직 생파스타 요리를 흔히 볼 수 있다. 여러모로 편리성이 강조된 건조파스타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지만 그래도 레스토랑마다 하나의 생파스타 요리는 반드시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맛 본 라구(Ragu)소스 파스타와 토마토소스 뇨끼(Gnocchi)파스타는 내가 가진 생파스타에 관한 편견을 뒤집기 충분했다. 생파스타는 자칫 잘못 만들면, 밀가루 냄새와 달걀 비린내가 날 수 있지만 <일 끼안띠>를 비롯해 이탈리아에서 먹은 생파스타는 쫄깃한 식감이 두드러지며, 두꺼운 굵기에도 불구하고 소스와의 어우러짐이 뛰어나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렇다. 이런 요리를 접하고 나면 항상 이 요리의 뒷모습이 궁금해진다. 있는 영어 없는 영어 다 동원해서 어렵사리 들어간(솔직히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온 기자라는 말에 그들은 흔쾌히 이방인인 내게 레스토랑의 가장 은밀한 장소를 활짝 열어주었다.) 주방은 한국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동선은 불을 사용하는 파스타 파트와 오븐을 사용하는 피자 파트로 나뉘어져 있었고, 파스타 파트 한 쪽에서는 뇨끼를 만드는 요리사의 손길이 분주했다.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고 말을 시키는 낯선 여행자이지만 그들은 따스한 눈빛으로 나를 반겼다. 몇 분전, 내가 먹은 맛있는 요리들, 그 요리들보다 더 아름다운 빛을 그들의 미소에서 보았다. 이럴 때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 요리사에 그 요리구먼!!"

1. <올드브릿지>는 성수기가 되면,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믿지 못할 만큼의 길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젤라토 매니아들의 성지다. 2. 이탈리아에서는 매일 아침 모형이 아닌 진짜 음식을 진열해 고객을 유혹한다. 때문에 음식이 진열된 후 약 1~2시간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음식을 지켜내는 것이 아침 미션 중 하나라는 웃지못할 사실. 3. <올드브릿지>의 젤라토와 예쁜 여자에게만 올려준다는 부드러운 생크림. 하지만 역시 소문은 소문. 함께 간 모든 여자의 젤라토 위에 올려 진 저 하얀 물체는 무엇? 4. <타차도로>의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가족 사진 찰칵!
바쁜 걸음 속 달콤한 충전소 젤라테리아&카페
로마에는 3대 젤라테리아(Gelateria)가 있다. 바티칸시국에 있는 <올드브릿지(Old bridge)>, 판테온 주변 <지올리티(Giolitti)>, 가장 긴 역사를 지닌 <파씨(Fassi)>. 이 세 곳을 나름 비교하자면 <올드브릿지>는 서비스 맛집, <지올리티>는 퀄리티(질) 맛집, <파씨>는 역사가 깊은 노포의 느낌이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은 <올드브릿지>. 이곳은 마치 우리나라 '국대떡볶이'처럼 젊은 이탈리아 청년들만이 근무를 할 수 있다. 젤라토를 즐겨 먹는 고객층이 20~30대 젊은 여성이라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듯하다. 그리고 이 젊은 이탈리아 청년들이 말하는 한국어는(오랜 경험과 노력으로 터득한 서비스 노하우겠지만)한국인 관광객들을 모두 충성하게 만든다. 나 역시 그 충성자 중 한명. 젤라토 주문 후 작은 스푼을 원했던 내게 돌아온 듣고도 믿지 못할 말은 "(그들이 한 발음 그대로) 수꾸락 줘요? 수꾸락?" 이 말 한마디에 나는 로마에 머문 6일 동안 이 곳만 6번 방문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물론 젤라토 맛도 수준급이다. 특히 고소한 미숫가루 맛이 나던 피스타치오.

지금 내 방에는 갈지 않은 원두콩이 담긴 갈색봉투가 3개 있다. 그리고 밀봉된 그 봉투에는 ‘타차도로(Tazza d`Oro)'라 쓰여 있다. 깊이 있는 진한 맛과 부드러운 끝맛을 지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타차도로>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로마에서 가장 유명세 높은 카페다. 에스프레소를 잘 마시지 않는 나라해도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에 왔다면 적어도 한잔은 마셔봐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작은 커피 잔에 담겨 나온 검은 액체, 설탕 한 봉지를 거침없이 넣고 살살 저어준다. 이 30ml 커피 한 잔의 위력이 궁금하다면 이 설명 하나면 될 듯 하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시차는 7시간. 한창 관광지를 쑤시고 돌아다닐 시간은 오후 3시. 이탈리아 3시는 한국에서는 잠이 솔솔 쏟아질 밤 10시. 시차적응이 필요했던 나는 이 커피 한 잔으로 세상에서 가장 무겁다는 눈꺼풀을 정복했다. 모든 여행자들도 나와 같다. 바쁜 시간 속 젤라토와 커피 한 잔으로 충전완료.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1. 아씨시의 야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아우라(Aura)가 있다. 2. 아씨시의 골목골목은 시간이 멈춘 듯하다. 저 골목을 지나면 하얀 타이즈를 신고 우스운 가발을 착용한 귀족 남자들과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을 태운 마차가 지나다니고 있을 것만 같다. 3. 아씨시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의 내부의 천장 벽화는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사진이라해서 그 감동이 반감되지 않는다. 그만큼의 美를 갖추고 있는 곳이다. <아씨시 수녀원의 코스요리> 4. 오르조(Orzo 쌀모양의 작은 파스타)로 만든 전채요리 5. 발효시킨 빵에 오레가노, 로즈마리 등 허브를 넣어 만든 토마토 소스를 바른 후 피자 치즈로 마무리. 단순하지만 맛은 도우의 두께만큼 폭신하고 풍부하다. 6. 호박꽃과 줄기, 콜리플라워 튀김과 닭 가슴살 구이. 적은 양처럼 보이지만 코스로 즐기면 어느 순간 빵빵해진 배를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저녁 식사 후 아씨시 밤마실은 필수코스다. 7. <아씨시 수녀원의> 아침식사. 직접 구운 미니 바게트에 한약처럼 보이는 진한 커피. 떠나기 싫은 곳을 등 떠밀리듯 떠나야만 하는 여행자들의 아쉬운 마음이 있기에 이곳의 아침은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다.
아씨시 수녀원(Covento)의 천사들이 빚는 식탁
식지않는 로마에서의 열정을 가슴에 품고, 내가 아씨시를 방문했을 때는 이탈리아 150주년 기념일로 고요한 아씨시가 여러 행사와 여행객들로 붐비던 때였다.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에서 150주년 미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었으며, 곳곳에 방송국 차량과 촬영기구가 눈에 띄었다. 로마와 피렌체의 중간에 위치한 소도시. 너무 정적이어서 심지어 하루 이상을 머물면 곤란하다고까지 말해지는 아씨시를 방문한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 바로 아씨시 수녀원의 저녁식사와 야경.
아씨시 수녀원의 저녁식사는 숙박비 외에 10유로를 추가하면 수녀님들이 직접 요리하는 제 1요리, 2요리, 샐러드와 와인까지 이탈리아 가정식을 코스로 즐길 수 있다. 

이 날 우리는 두툼한 도우의 피자와 담백하게 튀겨진 호박꽃, 콜리플라워 튀김, 싱싱한 샐러드와 부드럽게 구워 진 닭 가슴살 구이를 즐길 수 있었다. 소박함의 극치, 특별하지 않은 재료로 만들어 낸 최고의 밥상. 여행에 지친 여행자에게 이보다 더 든든한 피로회복제가 있을까? 이건 여담이지만, 이탈리아 150주년 기념일이었던 이날은 이탈리아 전역에서 모인 수녀님들과 신부님들의 수련회가 있는 날이었다. 저녁 식사를 할 수 없는 여건이었음에도 우리는 맛있는 이탈리아 가정식을 먹었다. 이 수녀원에는 한국인 수녀님이 있다. 저녁 시간, 이 수녀님이 우리에게 전한 말은 놀라웠다. 

국경일이기 때문에 수녀원 근처 레스토랑은 모두 문을 닫은 상황, 수녀원의 푸른 눈의 천사들은 말했다고 한다. 모든 레스토랑도 문을 닫았는데 우리가 저녁 식사를 주지 않으면 저 사람들은 어쩌냐고. 우리들이 먹는 식사라도 대접하자고. 그 날 우리가 먹은 음식은 아씨시 수녀원 천사들이 빚어낸 사랑의 식탁이었다. 저녁 식사 후 나선 아씨시의 밤거리는 촉촉하게 내린 비로 청량한 밤바람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의 야경은 마치 내가 동화 속 한 장면에 놓여 진 듯한 환상을 일으킨다. 사진으로 말하자면 채도가 빠진 느낌이라고 할까? 무채색에 가깝지만 무미건조한 잿빛은 아닌 아씨시의 야경은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마법이 있다. 그리고 이런 아씨시는 지금 당장 내가 이탈리아로 다시 날아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이자 바람이기도 하다. 심장을 쉬게 하는 여유가 있는 그 곳 아씨시.

Next. <이탈리아 맛기행Ⅲ>의 향기로운 식탁은 '연인들의 성지'라 일컬어지는 그곳 ‘피렌체(Firenze)'에 차려진다. 맛있는 곳이라기보다는 멋있는 곳이기에 여행에 지친 내가 길 위에 앉아 먹던 샌드위치 하나에도 행복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꽃의 도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여행은 그 순간순간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풍경, 재미있는 즐길 거리들이 모두 중요하다지만 그에 못지않게 소중한 추억은 여행길에 만나지는 뜻하지 않은 인연들이다. 때문에 우리는 '여행'이라는 단어가 뿜어내는 무의식적인 설렘에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촐하게 하나의 접시만이 놓인 1인분 테이블이 될 뻔 했던 이번 여행을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꾸며 준 길 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의 배려와 관심에 지금에야 비로소 감사 인사를 전한다. "Grazie!"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의 심장 피렌체(Firenze)는 내게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준세이와 아오이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재회의 기나긴 시간동안, 그들의 설렘과 아픔, 환희와 안타까움이 묻어 있는 곳이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루시가 그 당시에는 이루어질 수 없다 믿은 피터에게 눈 내리는 플로렌스 수정 구슬을 선물 받을 때의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이 오버랩 되는 그런 곳이었다.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는 동안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리라 다짐한 곳이 그래서 이곳, ‘꽃의 도시'라는 이름의 피렌체였다. ‘연인들의 성지'라 일컬어지는 두오모(Duomo)성당(정식 명칭은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이 있는 도시로 유명한 피렌체는 그 유명세치고는 정말 작은 도시다. 지하철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 모든 곳을 구석구석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가장 오랜 시간을 이 도시에서 머물렀다. 작은 도시지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토스카나 요리의 본거지이기에 맛 기행을 떠나온 나에게는 그만큼의 시간 투자가 필요했고, 여기에 더해 피렌체는 마음 둘 곳이 참 많은 곳이었다. 어린 시절 봤던 영화가 키운 한자락 동경과 엄지와 중지사이로 잡아 찰랑찰랑 흔들면 눈이 내리는 수정구슬에 대한 설렘으로 시작된 여행이었지만, 여행을 마친 지금 피렌체는 내게 ‘마음의 고향'같은 익숙한 타국이 되어버렸다.

414개의 계단을 걸어 두오모 종탑에서 바라본 피렌체 전경은 장난감 마을마냥 정가롭다.
프랑스 식문화의 어머니 도시 '피렌체'

피렌체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Stazione di Firenze S.M.N)은 조반니 미켈루치라는 건축가에 의해 모던 스타일로 설계된 피렌체의 중앙역이다. 어쩜 이 나라는 역 하나의 유래를 말하더라도 한 번은 들어봤음직한 유명건축가의 이름이 심심찮게 등장하는지. 정말 건축의 나라라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실감케 한다. 피렌체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탈리아를 빛낸 천재를 배출한 곳이기에 ‘천재들의 도시'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르네상스시대 3대 화가인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사랑한 도시이며, ‘신곡'으로 유명한 단테와 천재수학자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고향인 피렌체는 시대의 선택을 받은 자들이 사랑한 선택받은 도시라 여겨진다. 피렌체의 식문화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바로 세계 최고 미식의 나라인 프랑스 식문화의 기원이기 때문이다. 150년간 피렌체의 정치, 예술, 학문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메디치 가문에서 프랑스의 왕비가 탄생하며 이탈리아의 식문화가 프랑스로 넘어가게 된 것. 이리 보면 결국 이탈리아의 식(食)이 프랑스 식(食)의 모태인 셈인데 향후 이탈리아 요리는 소박하고 정갈한 가정식 스타일로, 프랑스 요리는 진귀한 재료로 화려한 코스를 뽐내는 스타일로 발전하게 되어 참 닮지 않은 모자(母子)요리문화의 행보가 흥미로울 뿐이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내려다 본 피렌체 야경을 말로 표현하기란 참 어렵다. 단지 아름답다 밖에는. 여기서는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찍어도 그림이 된다.
소소한 일상으로 물드는 피렌체의 거리

피렌체 여행은 매일 두오모 성당과 그 주변에 즐비하게 서 있는 가죽시장에 출퇴근 도장을 찍는 것으로 설명된다. 길을 잃어도 두오모만 찾으면 숙소를 찾을 수 있고, 시선을 잡아끄는 가죽시장에 빠져 다음 도시의 여행경비를 탕진하게 될 수도 있는 흥미로운 도시다. 

피렌체의 상징 중 하나인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는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난 장소로 유명해 지금도 이곳에서는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하고 자물쇠를 건 뒤 열쇠를 강물에 버리는 풍습이 이어져왔다. 지금은 아르노강 오염 1순위가 버려진 열쇠들의 부식이라는 꽤나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더 이상 자물쇠를 달수는 없지만 몰래한 사랑이 더 용감하다 했던가? 지금도 알게 모르게 자물쇠의 개수는 늘어가고 있다. 이 다리 위에서 사람들은 사랑을 속삭이고, 사진을 찍고, 언제나처럼 젤라토를 먹는다. (젤라토는 정말 이탈리아의 어느 지역에서도 빠질 수 없는 대단한 아이템이다. 때문에 각 지역별 물가를 비교하려면 젤라토 가격을 보면 된다는 말까지 존재한다. 물가가 비싼 밀라노, 베네치아의 젤라토는 로마보다 1~1.5유로 더 비싸다. 

그러니 나와 같은 젤라토 신봉자들은 로마와 피렌체에서 원 없이 먹고 이동하기를 바랄뿐이다.) 베키오 다리를 건너 숨이 턱에 차오르게 언덕을 오르면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모조품이 있는 미켈란젤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에서 피렌체의 야경을 볼 수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말 그림 같은 사진들이 찍힌 장소가 모두 이곳이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 본 이 도시의 전경은 왜 피렌체를 아름다운 도시라고밖에 표현 할 수 없는지 단번에 알려주는 정답지 같다. 지금까지 눈이 호사를 부렸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Eat, Play, Love!(먹고, 즐기고, 사랑하자). 이런 시·공간 틈새틈새 여행자들은 끊임없이 맛집을 탐색하고 지친 기운을 맛있는 음식으로 회복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피렌체에 조금씩 물들어가게 된다.

1.베키오 다리에서 바라본 아르노강. 청명한 하늘이 반갑다. 2.사랑의 증표 자물쇠들 곁에 시들어있는 꽃 한 송이가 사랑의 허무함을 나타내는 듯하다. 3.거리의 악사는 내게 어디서 왔느냐 물었고 나는 "From Korea"라 답했다. 씩씩하게 대답한 내게 그는 노래 한 곡을 선물로 불러주었다. 'Such a beautiful day(참 아름다운 날이구나!)'
섬세한 도시 풍경과 터프한 육류 요리의 하모니

피렌체는 '꽃의 도시'라고 묘사되는 이름과는 다르게 육류가 발달한 식문화를 지녔다. 쇠고기, 새끼돼지고기, 비둘기고기 등 지역적 특성상 해산물보다는 육류요리가 발달했고, 누구나 여행자에게는 육류요리만을 권할 정도다.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Bistecca alla Fiorentina, 1kg, 35~45유로)는 4cm는 족히 넘는 두툼한 피렌체풍 스테이크로 고기의 겉은 시어링(searing, 매우 높은 온도에서 식육의 표면을 갈색으로 익히는 조리 과정)으로 빠삭하게, 안은 육즙을 가득 머금은 미디엄-레어(medium-rare) 상태로 구워내는 피렌체를 대표하는 전통음식이다. 

피렌체산 쇠고기에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만으로 구워내는 얼핏 보면 굉장히 단순한 요리인 듯싶지만 T-bone을 제대로 살린 모양과 크기에 한 번 압도되고, 타다끼처럼 익힌 고기를 한 점 먹으면 그 풍미에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음식이다. 이 음식을 먹은 사람들의 공통된 궁금증은, ‘고기를 먹은 뒤 그릇에 묻어있어야 할 육즙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것이다. 이것의 해답은 바로 건조숙성(Dry-aging). 마지막 뒷모습까지도 아름다울 수 있는 건 3주정도 고뇌의 시간을 버텨낸 쇠고기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태이다. 두께가 무색하게 부드럽게 씹히는 육질, 씹을수록 드러나는 육즙, 그리고 먹고 먹어도 줄지 않는 양까지, 정말 오랜 여행길 중 가장 고단백 식사로 영양을 보충한 소중한 한 끼였다.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는 곁들여지는 소스가 없다.

아무리 소금, 후추 간을 해서 구웠다 해도 왠지 한국 여행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찍어먹을 그 무언가를 바란다. 나 역시 그런 마음 중에 시도한 발사믹 식초가 섞인 올리브오일. 동물성 기름과 식물성 기름의 만남에 소화 작용을 돕는 식초까지. 올리브오일을 찍은 비스테카는 조금 더 부드러웠고 조금 더 촉촉했다. 역시 요리는 창조다. 요리는 언제나 무한성을 지니고 있는 재미있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그건 만드는 사람에게도 먹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자세다.

다만, 피렌체의 명물 중 하나인 소내장버거(Panino con il Lampredotto, 3유로)를 먹어보지 못함은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한국에서 양, 대창, 곱창을 못 먹는 내가 이탈리아라고 해서 저것들을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 이 음식은 소의 내장을 부드러우면서 쫄깃하게 삶는 것이 포인트. 처음에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먹던 음식이었지만 그 맛이 좋아 모든 계층이 먹는 음식으로 승진한 길거리음식의 명물이다. 이 버거를 먹어 본 여행자들은 하나를 다 먹기에는 다소 노력이 필요한 맛이라 평하지만 유럽에서 소 내장을 먹는 곳은 피렌체뿐이라는 영광스러운 유일함을 봤을 때 꽤나 의미가 있는 음식임에는 틀림없는 듯 보인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지금 나는 새로운 세계로 떠나기 위한 비행기 안에서 이탈리아 맛 기행 마지막 편을 쓰고 있다. 그렇게 다가올 설렘을 맘껏 기대하며 지난 여행의 추억이 주는 그리움을 곱씹으며 다독이고 있다. 베네치아의 여행길에서 나는 오랜 인연이었지만, 인생이 주는 예기치 못한 장난으로 소원해져 버린 동생을 닮은 동행을 만났다. 그녀는 베네치아와 밀라노의 내 시간을 부분부분 함께 해주었다. 그녀와 함께일수록 나는 빨리 돌아가 동생이 만나고 싶어졌음이 신기했다. 그렇구나! 여행이란 이런 것이구나! 지금 내 곁을 지키는 모든 것들의 소중함을 깨우치기 위해 인생이 주는 선물. 돌아갈 곳이 있기에 여행이라고 한다. 돌아갈 곳이 없다면 그건 그대로 ‘이별’일테니.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하나보다. 나를 지키는 ‘연’과 내가 지키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서.

흔해 빠진 수식어 ‘물의 도시 베네치아(Venezia)’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정말 그러하니 말이다. 베네치아에서는 내 발이 닿는 어느 곳이든 항상 수줍게 찰랑거리는 운하가 흐르고 있었다. 골목길에 들어서는 바람에 행여 시야에서 운하를 놓친다하더라도 은은하게 풍기는 비릿한 물 내음과 곤돌리에(Gondolier,곤돌라 뱃사공)의 노랫소리는 나의 감각을 감싸온다. 육지로의 여행이 무료해 질 즈음 베네치아로 떠날 채비를 했다. 산타 루치아 역(Stazione Venezia Santa Lucia)에서 막 벗어나 맞이한 베네치아는 운하에 반사 된 햇살에 순간 화이트아웃(White out,백시현상)을 겪을 정도로 신비로운 강렬함이 묻어났다.

‘패션의 도시’라는 위풍당당한 수식의 느낌은 나와 같은 방랑객스러운 여행자에게는 매력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또각또각 밀라노(Milano)의 성냥갑 같은 반듯함에 대한 선입견은 밀라노 중앙역(Stazione di Milano Centrale)과 연결 된 지하철역에서 무참하게 깨어졌다. 많은 집시(Gipsy)들과 어지러운 질서. 이런 대 반전 속 나는 실망보다 세세한 안도의 한숨이. 그래. 결국 이곳도 이탈리아의 한 부분, 사람 사는 곳이구나!

운하를 자유로이 흘러가는 곤돌라와 곤돌리에. 하지만 곤돌리에의 변덕 역시 흐르는 강물처럼 기복이 심하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희망의 꿈을 부르는 ‘천년의 도시’

바다 속 점토질 바닥에 인공 기반을 만들어 형성한 도시 ‘베네치아(Venezia).’ 100여개가 넘는 조그만 섬으로 이뤄 져 있어 이 섬들을 잇는 다리만도 400여개란다. 역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에 놓인 십여 개의 다리를 20kg이 넘는 짐 가방을 들고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는 것은 대표적인 관광의 나라치고는 세심하지 못한 처사라 생각되지만 내 손에 들린 무거운 짐만 아니었다면 모두가 신기하고 아름다웠을 풍경들. 두 손이 자유로워진 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베네치아의 심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운동화 끈을 질끈 묶었다. 

운 좋게 숙소는 베네치아의 명물인 ‘리알토 다리(Ponte de Rialto)’와 근접한 곳에 위치해 있었고 가슴이 멎을 만큼의 아름다운 야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베니스의 상인’에 대한 인식이 강해서였을까? 베네치아는 이탈리아의 그 어느 도시보다 상점이 발달했다고 느껴진다. 리알토 다리는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처럼 다리의 양 쪽 끝으로 상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하지만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를 이루는 상점들은 역사적으로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반면(과거 베키오 다리에는 푸줏간, 대장간, 가죽처리장으로 생계를 연명하는 이탈리아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16세기, 악취가 나고 깨끗지 못한 외관상의 이유로 모두 내쫓기게 되었다. 그 후 들어선 것이 보석상. 푸줏간과 보석상이란 너무 대비적인 이런 역사를 알기에 결코 베키오 다리를 아름답다 찬양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 시절 마지막 생존권마저 권력에 의해 빼앗긴 불쌍한 서민들의 절규 섞인 투쟁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베네치아의 리알토 다리는 기념품점, 젤라테리아, 식음료 상점, 보석상과 유리공예 판매점까지 하나의 쇼핑 거리다. 수많은 여행자들을 위해 만들어 진 베네치아 교통&문화 카드는 언뜻 여행자를 위한 배려인 듯 해보이지만, 성당 입장료와 화장실 사용료까지 세트 상품으로 묶어 판매 하고 있는 것은 ‘물의 도시’라는 수식어와는 다르게 조금은 삭막한 느낌이 드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리라. 하지만 이런 삭막함도 잠시. 베네치아는 지난 천년의 세월이 그러했듯, 앞으로 다가올 천년을 위해 희망의 꿈을 부르는 도시다. 

운하를 떠다니는 곤돌라의 자유로운 모습에서, 매년 성황리에 개최하는 ‘베니스 영화제'의 활기찬 모습에서 그리고 벌떼처럼 몰려드는 여행자들을 대하는 지치지 않는 상인들의 웃는 얼굴에서 그 희망의 찬가는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1.리알토 다리 건너 어시장의 아침을 함께하면 삶에 대한 의지가 솟구친다. 가끔 삶이 지루하다 느껴질 때 나는 이른 새벽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고는 한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녹슬어버린 정신에 기름을 치는 시간을 갖는다. 2.정말 하나를 집어들 수밖에 없게 만드는 주황빛의 연어가 반짝거리며 진열되어 있다. 3.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보기 좋은 베네치아 어시장을 만들기를 바라본다.
사람 냄새 나는 수산시장 살아있는 아침

대운하로 이뤄 진 도시인만큼 베네치아에서는 해산물을 많이 접할 수 있다. 그래서 베네치아를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것이 '오징어먹물파스타(Spaghetti alla Nero di Seppia,10~15유로)'와 '해산물튀김'이다. 베네치아에서 먹어 본 오징어먹물파스타는 버터의 고소함과 크림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진 풍부한 맛이었다. 여기에 기존 먹어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부드러움을 지닌 오징어까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그 어떤 색채감도 지니지 않은 그저 검은색일지라도 오징어먹물파스타는 그 생김을 뛰어넘는 맛을 지녔다.

아침 일찍 리알토 다리 건너 생선과 채소 등을 파는 재래시장으로 간다. 어시장은 11시 가량이 지나면 장사를 정리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 움직여야만 싱싱한 해산물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어시장의 상인들은 조금이라도 싱싱한 해산물을 판매하고자 부지런히 가판대에 얼음을 깔고 생선을 세팅한다. 어! 그런데 우리나라 생선가게와는 왠지 느낌이 다르다. 단지 외국이기 때문에 느끼는 나의 고정관념이려나 싶어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생각해보니 아! 얼음 위에 곱게 누워있는 생선이 우리의 것과 다르구나. 자반고등어와 동태, 갈치 등이 진열 되어있는 우리나라 생선가게와는 달리 이곳은 연어와 송어, 농어와 가리비 등이 투명한 얼음 위에서 주황빛, 은빛 제 살을 반짝반짝 빛내며 올려 져 있었다. 

저 연어 한 덩이를 사서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한 뒤 팬에 잘 구워 레몬을 넣은 새콤한 크림소스를 뿌려 연어 스테이크를 만든다면 참 맛있겠구나. 고소하고 풍부한 크림소스가 뿌려진 농염한 맛의 연어 살을 한 입 먹으면 치아 사이로 거칠게 부스러지는 연어 살과 혀끝으로 고소하게 감기는 크림의 맛. 아마 마지막에는 레몬의 상큼함이 다음 들어올 음식에 대한 예를 갖추고 있으리라.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 식재료를 바라보는 시선은 미술학도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벽화를 대하는 것과 매한가지의 설렘을 지닌다. 이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생생한 아침의 시장 구경을 마무리하며 돌아가는 길, 부자(父子)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생선을 손질하는 모습이 보였다. 

연륜의 깊이를 나타내듯, 아버지는 값이 비싼 연어를, 아들은 조그마한 생선의 비닐을 벗겨내고 있었다. 아들의 표정이 즐겁지 만은 아니 해 보인다. 아마도 생선가게라는 가업을 잇기 싫은 눈치다. 하지만 이 청년도 언젠가는 아버지가 걸어오신 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날이 올 것이다. 베네치아의 볼거리 어시장이 아버지와 같은 분들로 인해 베네치아의 명물이 되었음을 깨닫고, 존경심을 지닐 날이 늦더라도 오지 않을까? 내심 바라본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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