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바라본 킬리만자로의 모습.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바라본 킬리만자로의 모습.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정상 부분의 만년설이 해가 갈수 록 줄어들고 있다. /이선민 선임기자
암보셀리 국립공원의 성가를 더 높여주는 것은 아프리카의 최고봉(最高峰) 킬리만자로가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이다. 킬리만자로 자체는 탄자니아에 속하고 등산로도 그쪽에 있지만 전경(全景)을 감상하기에는 암보셀리가 더 좋다고 한다. 평지에 불쑥 솟아있는 높이 5895m의 세계에서 가장 크고 높은 휴화산(休火山)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암보셀리 지역이 해발 약 1000m 고원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지척에 보이는 저 산이 그렇게 높다는 사실은 좀처럼 실감 나지 않는다.

킬리만자로와 암보셀리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미국 소설가 헤밍웨이가 1936년 대표작의 하나인 단편소설 '킬리만자로의 눈(雪)'을 발표하면서였다. 사냥과 낚시를 아주 좋아했던 헤밍웨이는 1933년 여름 10주 동안 케냐와 탄자니아 일대를 여행했을 때 킬리만자로에 푹 빠져서 사냥을 즐겼고, 그때의 경험을 작품에 담았다. 헤밍웨이가 '킬리만자로의 눈'을 집필한 곳이 암보셀리였다고 한다. '킬리만자로의 눈'은 1952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이곳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킬리만자로(Kilimanjaro)는 현지어로 '빛나는 산' '하얀 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헤밍웨이가 '온 세상처럼 넓고, 크고, 높고, 햇빛을 받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하얗게 빛나는 킬리만자로의 평평한 꼭대기'라고 묘사했던 킬리만자로의 설산(雪山)은 이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09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은 1912년 이래 킬리만자로에서 만년설이85% 녹아내렸고 2000년 이후 4분의 1이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그래서일까. 암보셀리 국립공원을 찾은 날은 아프리카에 비가 많이 내리는 대우기(大雨期)의 끝이었는데도 킬리만자로 정상에 쌓인 눈은 가는 띠 모양밖에 안 돼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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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천국
케냐 사파리

케냐까지 가는 대한항공 직항편이 지난해 생겼다지만, 아프리카 야생(野生)을 보러 가는 여행은 여전히 길고 험하다. 14시간 비행에다가 수도 나이로비부터 국립공원까지 몇 시간을 달려야 한다. 도로 상태는 상상보다 훨씬 나쁘다. 자동차가 심하게 요동치며 몸속 오장육부를 뒤흔드는, 이른바 '아프리칸 마사지(African massage)'를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야생동물을 보는 순간 모든 피로와 고통이 눈 녹듯 사라진다.

케냐
나이로비 국립박물관(위)과 마사이족의‘점핑 댄스’./한진관광 제공

◇아프리카 관광의 백미, 사파리

사파리 관광은 아프리카 여행의 대표 상품이다.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사파리 관광지인 마사이마라(Masaimara)와 암보셀리 국립공원 등이 있는 케냐, 마사이마라와 이어진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있는 탄자니아가 대표적 사파리 여행국이다.

마사이마라에서는 연중 내내 야생동물을 볼 수 있지만, 가장 좋은 시기는 '대이동(Great Migration)'이 일어나는 7~10월이다. 이맘때 세렝게티는 건기(乾期)이다. 풀이 마른다. 초식동물의 먹이가 없어진다. 같은 때 마사이마라는 우기(雨期)를 맞는다. 물 냄새를 맡은 누·톰슨가젤·얼룩말 등 초식동물 무리가 마사이마라를 향해 이동한다.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를 가르는 마라·탈레크강 앞에 무려 130만마리라는 거대한 무리를 형성한다. 초식동물은 강을 쉬 건너지 못한다. 물살은 거칠고 빠르고, 강둑과 강 속에서는 사자·하이에나·악어 따위 포식동물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하지만 생존하려면 강을 건너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리거나 늙거나 병약한 초식동물이 강하고 배고픈 포식동물들에게 사냥당한다. 케냐관광청 안내 책자는 이를 "삶과 죽음의 대서사시"라고 표현한다.

◇호수에서 즐기는 보트 사파리

'보트 사파리'는 물에서 즐기는 야생동물 관람이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나이바샤 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물수리, 플라밍고 등 다양한 야생 조류와 물에 가족 단위로 느긋하게 둥둥 떠다니는 하마 무리를 볼 수 있다. 호수 안에는 초승달을 닮은 크레센트 섬이 있다. 이 섬에서 '워킹 사파리 투어'를 즐길 수 있다. 이 섬에는 육식동물은 없고 오로지 초식동물만 산다.

◇점핑댄스로 손님 환영하는 마사이 마을

사파리 관광에는 마사이족 마을 방문이 대개 포함된다. 마사이마라 등 국립공원 주변에 사는 마사이족은 케냐의 50여 부족 중 가장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길고 늘씬한 몸을 하늘 높이 껑충껑충 뛰는 '점핑 댄스(jumping dance)'는 본래 손님을 환영할 때 추는 전통 춤이다. 전통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관광지화한 마을들이다.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는 마을이 많다.



한진관광 '케냐 마사이마라 & 나이바샤 국립공원 리얼 사파리체험 7일'

마사이마라(2박)와 나이바샤(1박) 국립공원에서 전용 차량과 보트를 타고 사파리를 즐긴다. 나이로비와 나이바샤 사이에 있는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동아프리카 대지구대)의 장엄한 모습을 관광한다. 나이로비(1박)에서는 시내 관광과 현지 문화 체험이 있다. 숙소인 '사파리파크호텔'에서는 아프리카 원주민 전통 춤으로 구성된 '사파리캐츠쇼(Safari Cat's Show)'를 관람하며 야마초마(nyama choma)를 즐긴다. 야마초마는 스와힐리어로 '구운 고기'란 뜻으로, 타조·악어 등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다양한 고기를 바비큐로 먹는 식사이다. 어른 249만원, 아동 239만원(도착 비자 발급 비용 불포함)이며 매주 월요일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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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행이든 '하쿠나마타타' (문제 없습니다)

케냐
케냐

여행지로서의 케냐는 하나의 거대한 테마파크다.

온갖 야생동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바나, 청정함과 순수함이 가득한 푸르른 매력의 인도양, 열대밀림과 사막 그리고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케냐산까지. 케냐라는 한 나라에 이 모든 자연의 신비가 담겨 있다.

경이로움 그 자체인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와 투르카나 호수에서는 인류 기원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일상에 지쳐 있다면 케냐로 가서 자연의 위대한 품에 안겨보자. 여행의 즐거움과 회복의 기쁨을 당신에게 선사할 것이다.

아프리카 탐험의 베이스캠프, 나이로비
과거 마사이족은 나이로비를‘에와소 나이베리(EwasoNai’beri : 차가운 물이 있는 지역)’라 불렀다. 이 명칭이 현재의 나이로비라는 도시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나이로비 전경
나이로비 전경

고지대에 위치한 벌판에 불과했던 나이로비가 아프리카 탐험과 여행의 메카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899년 최초로 철도 노동자들이 이 도시로 들어와 철도 건설을 위한 캠프와 보급소를 설치했고 작은 촌락이 만들어졌다. 이후 1907년, 영국이 나이로비를 동아프리카 식민지의 수도로 삼자 급속한 발전이 시작됐다.

오늘날 아프리카 사파리 베이스캠프로서의 위치를 견고 히 하고 있음은 물론 최신식 문명으로 도시 곳곳을 채워 나가고 있는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명실상부 아프리카 최대 도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사이족
마사이족
다양한 민족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에서는 언제나 활기찬 기운이 넘치지만 한편으론 잘 간직된 도시의 옛 모습에서 차분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카렌 블릭센 박물관은 케냐의 과거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장소다. 영화로도 제작 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소설‘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저자 카렌 블릭센이 실제 거주하며 커피농장을 운영했던 곳이다.

도시 바로 옆 나이로비 국립공원에 가면 얼룩말, 버팔로, 기린, 코뿔소, 사자 등 수많은 야생동물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 경험하는 야생의 매력도 물론 훌륭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상상과 기대를 뛰어 넘는 야생의 즐거움이 케냐 곳곳에서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그 매력을 하나씩 해부해보자. 

동물보호구역

코끼리, 코뿔소, 표범
코끼리, 코뿔소, 표범
케냐를 여행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케냐의 와일드라이프체험이다. ‘케냐’라는 말 자체가 ‘아프리카의 야생’이란 뜻으로 통할 정도다.

와일드 라이프를 체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파리 차량에 탑승해 맹수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도 있고, 자연의 기운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동물 무리를 만날 수도 있다. 사파리 롯지의 베란다에서 물 마시러 온 동물들과 인사할 수도 있고, 말을 타고 달리며 다른 동물들과 함께 초원을 누비는 등 사파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보호구역으로 알려진 곳은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이다. 광활한 대지에 가젤, 영양, 얼룩말 등의 동물과 아카시아 나무가 점점이 박혀 있고, 마라강에서는 하마와 악어가 웅장한 기세를 자랑한다. 강기슭의 초목과 울창한 삼림, 세렝게티까지 이어지는 넓은 사바나는 숨막힐 만큼 멋진 경관이자 수백만 마리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다.

버팔로
버팔로
암보셀리 국립공원 또한 마사이마라 못지않다. 거인의 땅이라 불리는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커다란 언덕을 중심으로 주변에 드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다. 끝을 모를 만큼 펼쳐진 평원은 결국 지평선에서 하늘과 하나가 된다.

셀 수 없이 많은 코끼리 떼와 각종 동물들도 인상적이지만 이곳의 백미는 킬리만자로산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산은 탄자니아 국경 너머로 마치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이 킬리만자로산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아침이 되면 햇빛은 산을 보라색으로 물들이고, 산을 덮은 눈은 연분홍빛으로 황홀경을 연출한다. 이때 물을 마시러 찾아온 코끼리 떼가 킬리만자로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풍경은 그야말로 아프리카 최고의 장면이다.

암보셀리는 코끼리 외에 누와 얼룩말, 임팔라와 치타 등 작은 포유동물들과 희귀 새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워킹(Walking) 사파리를 즐기기에 특히 좋고, 주변의 롯지와 캠프에서는 흥미진진한 액티비티를 운영한다.

케냐 북부에 위치한 라이키피아는 야생의 ‘게이트웨이’ 라 불리는 지역이다. 이곳에는 지역주민들이 운영하는 커다란 목장이 띄엄띄엄 있으며, 대부분의 목장에서 소와 야생동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사파리
사파리

라이키피아는 몇 해 전부터 이 지역 목장들이 게스트하우스나 홈스테이를 운영함에 따라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 지역 목장들은 현재 케냐의 전통문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특히 코끼리, 사자, 표범, 버팔로 등과 이곳에만 서식하는 토착 동물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아프리카 여타 동물보호구역의 모범이 되고 있다. 몇몇 목장에서는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인 코뿔소를 보호하고자 보호소를 만들기도 했다.

이곳의 사파리 체험은 다른 어느 곳보다 더 많은 모험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대신 더욱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가이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개별 여행자의 경우 자신의 스케줄과 선호에 맞춰 야생을 즐길 수 있다.

동부 해안

몸바사
몸바사
케냐의 동부 해안에서는 때묻지 않은 순백색의 모래 해변과 눈부실 만큼 파란 인도양의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예부터 이 지역은 아프리카와 아라비아의 향신료 무역을 통해 번성했고 그 까닭에 해안을 따라 아랍의 성들이 지금도 늘어서있다. 현재는 녹슬고 낡은 건물들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건물들을 통해 찬란했던 이곳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400여년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도시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케냐의 동부 해안 지역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매력적인 곳이다.

이 지역에 위치한 케냐 제2의 도시 몸바사는 케냐에서 제일 번화한 항구로 열대의 하얀 모래와 옥색 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진 휴양지다. 산호초가 부서져 만들어진 해안을 따라 찬란한 햇살을 맞으며 산책을 즐기기도 좋고, 밤이 되면 아늑함과 평화로움이 해변을 가득 메워 휴식을 취하기에도 그만이다.

스쿠버다이빙과 스노클링 등 해양 액티비티를 체험하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바다거북, 돌고래, 열대어, 산호초 등 각종 해양 생물을 감상할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해양 액티비티를 선사한다. 해변 뒤쪽으로 펼쳐진 열대 밀림에서는 개코원숭이와 콜로버스 원숭이 그리고 다양한 조류까지 만나볼 수 있다.

라무
라무

보다 남쪽에 위치한 티위 해변과 자그마한 시모니 어촌에는 신비한 해안동굴이 바닷가에서부터 숲까지 연결되어 있다. 이 동굴들은 역사적으로 아랍 항해자들과 탐험가, 노예들의 쉼터였다고 전해진다.

동부 해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라무다. 라무는 독특하고 목가적인 섬으로 얕은 언덕과 아름답게 펼쳐진 해변, 코코넛과 망고 농장들 사이에 숨어 있는 듯 들어선 작은 마을들, 한가로이 다니는 삼각의 돛단배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장면을 연출하는 곳이다. 또한 신비한 매력을 지닌 중세시대의 역사가 좁고 굽은 골목길 사이사이에 스며 있어 섬에 닿으면 마치 다른 세계로 입장하는 느낌이 든다.

라무의 대표 명소는 올드타운이다. 14세기 스와힐리 문화의 정착으로 시작된 이곳의 역사는 포르투갈 탐험가와 무역업자, 아랍 상인 등이 전한 문화와 융합되어 라무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라무의 좁은 골목길은 변함없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이곳 사람들 역시 그들의 전통과 관습을 따라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간다. 일례로 라무에는 자동차가 없고, 돛단배와 당나귀를 여전히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기에 라무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라무를 찾는 여행객들은 이 지역만의 이색적인 분위기와 느긋하면서도 친절한 주민들의 모습에 큰 매력을 느낀다.

고산지역

케냐산
케냐산

동부 해안에서 내륙으로 들어오면 나타나는 고산지대는 케냐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희귀 조류들을 관찰하며 간단하게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코스에서부터 전문적인 트레킹 코스까지 다양한 코스를 선보여 즐거움이 남다르다.

여러 산 중에서도 으뜸은 웅장한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케냐산이다. 높이 5천199미터로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케냐산은 예부터 키쿠유족이 신성시 하던 산으로 ‘빛의 산’이라고 불렸다. 전통적으로 모든 키쿠유의 집은 이 케냐산을 향하도록 지어졌다고 한다.

케냐산에는 5천 미터에 준하는 고봉들이 줄지어 서 있고, 각각의 정상마다 흰 눈이 마치 왕관처럼 덮여 있다. 이 산의 아름다움이 가장 빛나는 때는 새벽녘으로, 솟아오르는 태양이 케냐산의 실루엣을 만들고 하늘을 찌를 듯한 봉우리는 광활한 초원과 대비되어 장관을 연출한다.

케냐산의 최고봉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까다로운 코스지만 4천985미터의 레나나봉은 비교적 도전할 만하다. 레나나봉 등반은 보통 3일에서 5일 정도 소요되는 코스로 숲과 야생동물, 희귀 식물군들을 지나 정상에 서면 세계에서 가장 드문 광경 중 하나인 적도 상의 눈을 볼 수 있다. 꼭 등반을 하지 않더라도 산속의 시원한 계곡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 투명한 시냇물에서 뛰노는 송어를 만나거나 사파리 코스를 이용해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

호수

플라밍고
플라밍고
케냐는 요르단에서 모잠비크까지 뻗어 있는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 중앙에 위치한 까닭에 다채로운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다. 인류가 시작된 곳으로 여겨지는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에는 수많은 호수와 화산들도 발달해 있다.

다양한 종류의 새들과 파피루스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 나이바샤 호수, 세계 최대의 홍학 서식지로 알려진 분홍빛 나쿠루, 간헐천이 쏟아져 나오는 보고리아 호수, 악어와 하마의 바링고 호수,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웅장한 투르카나 호수까지 케냐의 호수들은 저마다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 기사제공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www.skynews.co.kr)
* 자료협조 : 케냐관광정보센터(www.magicalkenya.or.kr)

인천 - 나이로비

서울/인천 ~ 나이로비
대한항공 주 3회 (월·수·금) 운항 (약 14시간 45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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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찬 아프리카 케냐 여행 정보 

자전거

○ 비자

대한민국 국민은 케냐 입국 시 반드시 비자가 필요하다. 단, 16세 이하는 비자가 면제된다. 비자 신청 시 신청서 작성 요령을 참고해서 빠짐없이 작성하도록 해야 하며, 본인 서명이 없는 여권과 신청서는 접수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자비용은 현금으로 지불한다.

관광비자의 경우 도착비자 발급이 가능하므로, 관광을 목적으로 케냐를 방문한다면 도착비자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 예방접종

- 말라리아 예방약
의사 처방전을 받아 일반 약국에서 구입 가능하다. 출발 1주일 전부터 복용하는 것이 좋고, 약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1주일에 한 번 복용하는 것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 황열 예방접종
국립의료원과 인천국제공항 검역소, 김해국제공항검역소 및 각 지방국립검역소에서 접종 가능하며 출발 최소 10일 전에는 접종을 해야 한다. 케냐 외 다른 아프리카 국가 또는 태국 등을 함께 여행할 시에는 황열 예방접종 증명서를 반드시 소지 해야 하며, 소지하지 않을 경우 입국거절을 당할 수 있다.

이외에도 권장사항으로 콜레라 예방접종 등이 있다.

폭포

○ 전력 및 전압

케냐의 전력은 240볼트이며 3개의 핀이 있는 콘센트를 사용한다.

○ 화폐

케냐의 공식화폐는 케냐실링이다. 모든 국제통화는 케냐실링으로 환전이 가능하다. 미국 달러가 널리 사용되며 많은 호텔과 여행사, 사파리 여행사, 음식점 등에서 신용카드도 통용된다.

○ 시차

한국과 케냐의 시차는 6시간이다.

○ 기후

케냐는 기후에 따라 크게 북부의 건조기후대와 남부의 사바나기후대로 나뉜다. 북동부 지역에서는 사하라 사막에서 이어지는 건조기후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반면, 수도인 나이로비를 포함한 남부지역은 건기와 우기가 교차하는 열대 사바나 기후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국지적으로는 다양한 기후가 나타난다.

- 해안 지역 : 섭씨 21~31도의 습한 지역
- 북쪽과 북동쪽의 낮은 구릉지대 : 섭씨 14~34도의 건조한 지역
- 나이로비와 온화한 고원지대 : 섭씨 10~26도
- 가장 더운 시기 : 1~3월, 추운 시기 : 7~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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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도 지워지지 않는 슬픔이 있다면, 욕설로도 삼켜지지 않는 아픔이 있다면, 떠나자, 검은 대륙의 흰 산을 향해.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는 것을, 견디는 힘도 힘이라는 것을 믿게 해주는 높고 큰 산으로 가는 길.

지구에서 가장 큰 휴화산

‘킬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마운트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으로 지구에서 가장 큰 휴화산이다. 거대한 스텝 위 외따로 떨어져 솟구친 킬리만자로의 눈 덮인 봉우리는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풍경이다. 자연이 건네는 위로의 힘을 믿는 이라면,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할 용기를 지닌 이라면, 한번쯤은 킬리만자로를 꿈꾸지 않을 수 없다. 검은 대륙의 적도 아래에서 만년설로 빛나는 킬리만자로의 이마는 오랫동안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의 도전과 용기의 상징이 되어왔다.

탄자니아의 북동부. 적도의 남쪽에 솟아있는 '아프리카의 상징' 킬리만자로.

누구나 오르기 쉬운 봉우리

1889년 10월 5일, 독일 지리학자 한스 메이어(Hans Meyer)와 오스트리아의 산악인 루드비히 푸르첼러(Ludwig Purtscheller), 지역 가이드 요나스 로우와(Jonas Louwa)에게 처음 발길을 허락한 후 킬리만자로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한동안 독일 황제의 이름으로 불려왔다. 1961년, 탄자니아가 독립을 쟁취한 후에야 우후르 피크(Uhuru-자유)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 후 킬리만자로는 고집스럽게 인간을 거부하기보다는 넉넉하게 인간의 발길을 품어왔다. 그래서 대륙 7대 봉우리 중 평범한 이들이 가장 오르기 쉬운 봉우리로 꼽힌다.

열대 우림에서 시작한 길은 황무지를 거쳐 빙하의 땅으로 접어든다.

킬리만자로의 최정상 '우후르 피크'

스와힐리어로 ‘번쩍이는 산’을 뜻하는 킬리만자로는 세 개의 분화구로 구성되어 있다. 5895미터의 키보(Kibo), 5149미터의 마웬지(Mawenzi), 4006미터의 쉬라(Shira). 정상을 향해 가는 동안 풍경은 끝없이 변한다. 열대 우림에서 시작해 황무지를 거쳐 얼음과 빙하의 땅으로 들어서게 된다. 정상의 아이스 돔은 한때 그 높이가 20미터에 10제곱킬로미터가 넘는 크기였으나 지난 100년 사이에 85퍼센트가 녹아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과 같은 지구 온난화가 계속 된다면 머지않아 킬리만자로는 눈이 없는 봉우리가 되고 말 것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는 길

마랑구 게이트(Marangu Gate 1980미터)에서 시작되는 킬리만자로 등반은 보통 4박 5일에 걸쳐 이루어진다. 만다라 헛(Mandara Huts)까지 향하는 첫날은 짧고 편한 길이다. 울창한 열대 우림을 가로지르는 길로, 숲은 깊고 길은 붉다. 둥근이질풀을 닮은 분홍빛 작은 꽃들이 무더기 지어 피어 있고, 새소리와 물소리가 함께 계곡을 가른다. 세 시간 만에 도착한 만다라 산장은 작지만 깔끔하고, 전기도 들어온다. 포터가 가져다 주는 따뜻한 물에 세수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면 하루가 저문다. 둘째 날은 3720미터의 호롬보 헛(Horombo Huts)까지 5시간 동안 이어지는 길이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숲이 끝나고 잡풀이 무성한 지대로 들어선다. 선인장과 비슷한 모양의 시네시오나 로벨리아가 듬성듬성 솟아있다. 가이드 가 옆에서 계속 “뽈레, 뽈레(천천히, 천천히)”라고 외친다.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심정으로 걷는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킬리만자로 등반 시에는 포터와 가이드 고용이 의무사항이다.

아프리카 대륙, 빛나는 흰 산이 주는 위로

셋째 날은 4703미터의 키보 산장까지 가는 길. 가없는 하늘 끝에 솟은 킬리만자로의 흰 이마를 마주하며 걷는다. 길은 고즈넉하고, 사람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느린 속도로 걷고 있다. 마지막 샘터인 ‘라스트 워터 포인트(last water point)’를 지나 마웬지 능선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키 낮은 풀들도 자취를 감추고 사막의 풍경으로 변한다. 다섯 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산장에 도착하면 이른 저녁을 먹고, 6시 무렵 잠자리에 든다.

밤 11시. 고요하던 산장이 부산스러워진다. 잠에서 깬 이들이 두려움과 용기, 불안과 희망이 뒤섞인 마음으로 짐을 챙긴다. 마침내 자정 무렵, 정상으로 향하는 등반이 시작된다. 캄캄한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만큼이나 밝은 랜턴 불빛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5685미터의 길만스 포인트(Gilman's point)까지 이어지는 1000미터는 전체 구간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다. 길은 가파른 모래자갈길. 한 발을 올리면 두 발쯤 뒤로 밀려나는 느낌이다. 바람은 살을 저미듯 달려든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떨어져나갈 듯 매서운 추위다. 어느 순간, 구토가 치민다.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정상에 오르기 전에 동사하는 건 아닐까. 육체의 한계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지친 몸을 부려놓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긴 꼬리를 끌며 사라지는 별똥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을 오르고 또 올라 길만스 포인트를 넘어서니 어느덧 희미하게 여명이 밝아온다. 길은 편안한 능선으로 접어든다. 5895미터의 높이에서 붉은 해를 맞이하면 이제는 내려가는 일만 남는다. 온 길을 거슬러 다음날, 마랑구 게이트에 도착하면 탄자니아 정부가 수여하는 등반 증서와 축하노래가 기다리고 있다. 그 어떤 것도 삶의 고단함을 위무해주지 못할 때, 그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산다는 일에 지칠 때, 기억하자. 저 먼 대륙의 한 귀퉁이에 빛나는 흰 산의 위로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킬리만자로를 걸으면 만나게 되는 광활한 '운해'.

코스 소개
킬리만자로는 탄자니아의 북동부, 적도의 남쪽에 솟아있다.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가장 대중적인 코스는 ‘마랑구 루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천 미터씩 고도를 높이며 4박 5일에 등정과 하산을 완료한다. 첫날은 국립공원 입구에서 만다라 산장(2700미터)까지 3시간 동안 열대 우림을 통과한다. 둘째 날은 호롬보 헛(3720미터)까지 5시간의 무어 랜드. 셋째 날은 키보 산장(4703미터)까지 5시간의 알파인 데저트. 키보에서 5685미터의 길만스 포인트(5685미터)까지는 5시간, 그곳에서 정상인 우후르 피크(5895미터)까지는 1시간 반이 걸린다. 킬리만자로는 대륙 최고봉 중에서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등정 성공율이 30퍼센트에 머문다. 고산병 때문이다. 킬리만자로에 오르기 전 이웃 산인 메루산(4566미터)이나 케냐 산(5199미터)을 오르며 고도 적응을 한다면 비교적 편하게 킬리만자로에 오를 수 있다.

찾아가는 길
탄자니아의 수도 다르에스살람보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가 킬리만자로 등반에 더 편리하다. 등반의 시작점이 되는 마을 모시까지 나이로비에서 차량으로 5시간이 걸린다. 케냐까지 직항은 없고, 동남아시아 또는 남아공을 경유해야 한다.

여행하기 좋은 때

킬리만자로는 1년 내내 오를 수 있지만 가장 좋은 때는 건기인 7월부터 9월, 1월부터 2월까지다.

여행 TIP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고산병이다. 두통이나 구토, 어지러움, 판단력 저하 등의 고산병 증상이 나타나면 등산을 멈춰야 하며 상태가 악화될 경우 반드시 하산해야 한다. 또 장비를 철저히 갖춰야 한다. 겨울 산행을 위한 전문 복장을 준비해야 한다. 킬리만자로 등반은 여행사를 통해 예약해야 하며, 포터와 가이드 고용이 의무사항이다.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곳도 없기에 대부분은 요리사도 같이 고용한다. 가장 멋진 모습의 킬리만자로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케냐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이다. 눈 덮인 산정을 배경으로 코끼리와 기린 떼들이 평화롭게 거니는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적이다. 시간이나 체력의 문제로 킬리만자로 등반이 어렵다면 암보셀리에서 킬리만자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인간의 존재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땅. 무한경쟁도, 적자생존도, 약육강식도 아닌,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지켜지는 야생의 세계. 수백만 년을 이어온 삶의 규칙이 살아있는 동물의 왕국으로 가는 길.

야생의 삶을 그대로 이어온 동물들의 세계

아프리카 대륙 동부의 탄자니아는 킬리만자로의 발치에 깃든 나라다. 방랑에 몸을 실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의 목록’에 올려놓는 세상이 그곳에 있다. 바로 탄자니아의 국립공원에서 만나는 야생 동물들이다.


사륜구동 차를 타고 야생 동물을 찾아다니는 ‘사파리’는 스와힐리어로 ‘여행’이란 뜻. 플라밍고의 고향 마냐라 호수(Lake Manyara)와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의 무대가 된 세렝게티 (Serengeti), 지구에서 가장 큰 분화구 응고롱고로(Ngorongoro Conservation Area)에서 보내는 3박 4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경험이면서 안타깝고 아쉬운 시간이기도 하다. 차에서 내려 땅을 딛고 걸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곳은 야생의 삶을 그대로 이어온 동물들의 세계로 그들이 주인공이다. 인간은 그저 찰나의 방문객일 뿐.

열기구를 타고 세렝게티를 둘러본 후 아카시아 나무 그늘 아래서 샴페인으로 건배 하는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체험이다.

주인 허락없이 들어선 땅

이 특별한 여행의 시작은 마냐라 호수. 이곳의 주연배우는 삼백만 마리에 이른다는 플라밍고. 호수는 온통 분홍빛 물결로 출렁이고 있다. 차를 타고 달리며 동물들을 찾아가는 ‘게임 드라이브’를 하는 동안 플라밍고뿐 아니라 벨벳원숭이, 임팔라, 부시벅, 코끼리, 얼룩말, 기린, 하마 등의 다양한 동물들과 만난다. 손 뻗으면 닿을 법한 거리에서 야생의 동물과 대면하는 첫 경험의 충격은 강렬하다. 별들이 쏟아질 듯 빛나는 캠프에서의 첫 밤을 보내고 아침이 오면 다시 동물들을 만나러 달려간다. 성질이 포악하기로 유명한 하마 가족들도 만나고, 새끼 코끼리를 데리고 나들이 가는 다정한 아빠 코끼리도 만난다.

응고롱고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파리 차량과 타조

나뭇가지 위의 독수리들

비포장 흙길에서 올라오는 먼지를 온몸으로 빨아들이며 두 시간을 달리면 세렝게티. 인간이 차에서 내리지 못한다는 걸 아는지 이곳의 동물들은 인간 따위는 철저히 무시한다. 심지어 저를 보러 몰려든 차량을 방패 삼아 사냥에 열중하는 사자마저 있다. 새끼를 위해 먹이를 구하러 가는 암사자와 1미터 거리에서 눈이 맞는 경험이라니! 동물들을 찾기 위해서는 초원만 살필 게 아니다. 나무 위로 시선을 던지면 단잠에 빠진 레오파드, 조류도감에서나 본 진귀한 새들도 만날 수 있다. 초원 위로 밤이 찾아와 캠프장에서 저녁을 먹노라면 옆으로 얼룩말과 타조가 느릿느릿 지나간다. 남의 집에 허락도 없이 잠시 들어선 듯, 이곳은 그들만의 세상이다.

모든 것이 경이로운 곳

우리는 늘 동물의 세계를 약육강식, 적자생존, 무한경쟁의 단어들로 묘사해 왔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동물의 세계는 인간의 세계보다 공정하다. 동물의 왕 사자는 배가 고파야만 사냥에 나선다. 가젤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사자들은 무리를 지어 사냥에 나선다. 초식 동물에게는 사자의 용맹함에 맞설 수 있는 그 나름의 무기들이 있기에(좋은 눈과 빠른 발 등), 사자라고 쉽게 사냥에 성공하기는 어렵다. 몇 번의 실패를 반복하며 그저 묵묵히 기다리고 또 기다릴 뿐이다. 실패는 지나가는 과정일 뿐 좌절하지도, 성공으로 자만하지도 않는다. 겨우 사냥에 성공해 신선한 고기로 배를 채우고 나면 사자는 고기를 남겨두고 미련 없이 일어선다. 그 뒤로 ‘초원의 청소부’ 하이에나와 독수리와 까마귀 등의 새들이 찾아와 배를 불린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인간만이 끝없는 탐욕과 욕망의 노예일 뿐.

식사 중인 단짝 친구 얼룩말과 임팔라

관광객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는 기린들

마지막 코스는 응고롱고로, 지구에서 가장 큰 분화구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길을 헤치고 분화구를 향해 내려가는 길. 안개가 걷히며 먼 산의 이마가 환하게 드러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 분화구에는 호수와 강도 있다. 무리 지어 어슬렁거리는 사자 떼와 그 뒤를 따르는 하이에나들, 늘 함께 다니는 누와 얼룩말, 먹이를 찾아 달리는 치타, 외로운 한 마리의 코뿔소...

인간이 변방으로 밀려난 자연의 모습

그렇게 초원의 시간은 나름의 질서 속에서 흘러간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세렝게티는 스와힐리어로 ‘끝없는 평원’ 위로 해가 떠오르고, 해가 지고, 별들이 내려오고, 달이 뜨고, 이울고... 그렇게 하루가 가고 또 다시 하루가 찾아온다. 텐트에서 잠을 깨 바라보는 초원의 새벽 풍경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이곳에서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몇 시간이 지나도 사자는 계속 가젤을 노리며 앉아 있고, 표범은 나무 위에서 계속 잠을 자고, 가젤은 계속 풀을 뜯고 있다. 사냥에 나선 동물들은 조심스럽게, 치열하게, 순간에 모든 것을 건다. 살아 숨 쉬고, 움직이고, 달리는 야생의 동물들은 아름답다. 인간이 변방으로 밀려난 자연은 경이롭기만 하다. 왠지 이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봐야 할 모든 것을 다 보았다는, 그런 느낌.

마음이 흔들릴 때면 눈을 감는다. 푸른 초원이 아득한 지평선을 이루고, 내가 사랑하는 기린이 긴 목을 우아하게 흔들며 걸어가고, 줄무늬 옷을 차려입은 얼룩말이 고개를 숙인 채 풀을 뜯고 있다. 멀리 지평선 너머로는 흰 눈을 인 킬리만자로의 이마. 우리보다 더 오래전에 지구에 왔던 이들이 온전히 살아남아 대대로 이어온 자연의 법칙을 지켜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살면서 사소한 것들에 마음 다치는 날이면, ‘견디는 힘도 힘’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다 지치는 날이면, 눈을 감는다. 그 끝없는 초원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산책을 나선 아기코끼리와 아빠 코끼리.

코스 소개
야생의 동물을 찾아가는 여행은 보통 사파리, 혹은 게임 드라이브라고 한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마냐라 호수, 응고롱고로 분화구, 세렝게티 국립공원을 묶은 ‘Northern circuit’ 코스다. 해발고도 900m에서 1,800m에 이르는 마냐라 호수의 주인공은 삼백만 마리의 플라밍고와 하마. 아프리카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전설과 신화의 땅이 바로 세렝게티 국립공원(Serengeti National Park). 나무가 없는 광대한 평원 위로 펼쳐진 14,763㎢의 공원은 포식자들의 세계다. 마지막 코스인 응고롱고로(Ngorongoro Conservation Area)는 세계 자연유산이다. 마른 들판과 초원, 덤불과 숲이 더불어 펼쳐진 이 분화구는 야생의 동물들이 마사이 부족과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다. 마사이 부족들은 이곳에서의 방목 권리를 갖고 있다.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최소 3박 4일 이상이 필요하다.

여행하기 좋은 때
6월 말부터 10월까지의 건기가 여행하기에 좋다. 이 시기에는 강이나 물 주변에서 동물들이 쉽게 발견되고, 초목도 무성하지 않아 관찰하기에 좋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몰리는 시기여서 숙소나 캠핑장이 붐빈다. 피크시즌은 6월부터 8월까지.


이 외에도 사파리 시기는 어느 국립공원에서, 어떤 동물들을 볼 것인가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는 우기인 12월부터 6월 사이에 야생동물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건기에는 물을 찾아 국경 너머인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지역으로 이동한다. 2월에는 야생동물들의 새끼가 하루 8,000마리 이상 태어나는 시기다.

찾아가는 법
한국에서 탄자니아로 가는 직항은 없다. 두바이나 카타르를 경유해 탄자니아의 수도 다레살람이나 케냐의 나이로비까지 간 후 아루샤로 이동한다. 다레살람에서 아루샤까지는 버스로 9시간, 나이로비에서 아루샤는 5시간 거리. 현지에서 사파리를 신청한다면 아루샤가 최적의 장소다.

여행 Tip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4명이 한 차를 타고 함께 하는 사파리가 가장 좋다. 아루샤에서 동행을 구하기 위해서는 여유를 갖고 움직여야 한다. 믿을 만한 여행사를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고, 어떤 숙소에 머물 것인가에 따라 하루당 지불해야 하는 가격도 달라진다. 저예산 여행자들은 대부분 캠핑을 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게 되지만, 고예산이라면 보통 롯지라 불리는 숙소에 머물고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캠핑을 할 경우라면, 망원경이나 좋은 슬리핑백, 모기장을 가져가면 좋다. 여유가 있는 여행자들에게 권하는 프로그램은 ‘열기구 사파리’. 한 시간 가량 공중에서 세렝게티를 둘러본 후 초원 위 아카시아 나무 그늘 아래서 샴페인으로 건배를 하는 비용은 약 500달러.

커피를 마주하기 전에, 그 땅의 신비로움에 빠져 들었다. 적갈색 옥토에 생명의 빗줄기 쏟아지고 있다. 운무에 휩싸인 예가체프와의 첫 만남이다. 작은 시골 마을은 차분하고 온화하다. 약속의 땅, 에티오피아에서 신의 기운을 강하게 느낀다. 황토 흙과 어우러진 커피나무의 기운이 깊은 향기로 전해온다. 커피란 대지가 탄생 시킨 하늘의 작품인 까닭이다.

높고 가파른 산속에 길은 아스라이 이어진다. 산중턱 도로는 예가체프 아이들의 터전이며 놀이터다.

순수의 결정체, 커피 예가체프의 숨결 속으로

수도 아디스아바바 Adis Ababa를 출발하여 중남부 고원도시, 예가체프까지 이틀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아디스아바바를 출발하며 커피의 본고장이라는 예가체프 Yirga Chefe의 존재조차도 실감하지 못했다. 해발 고도 2,500m까지 끝없이 이어진 산길을 달렸다. 무언가 다른 기운이 감지되는 순간, 이곳이 커피의 본고장 이르가체페(현지인 발음)란다.

커피의 본고장 에티오피아는 커피가 처음 발견된 곳이며, 야생 커피의 본산지로 에티오피아 전체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며 커피는 이 나라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2만 여 개에 가까운 국영 농장과 30만개의 지역 소규모 농장이 전국에 분포하고 있다. 커피의 대국답게 깊은 자연의 품속엔 푸른 커피콩이 천지로 자라고 있으며, 커피나무는 다른 야생의 나무들과 함께 자연 속에 섞여서 자라나고 있다.


이름도 근사한 이르가 체페, 차분하고 신비로운 도시 분위기를 뒤로하고 산길로 접어 들었다. 커피 농장을 찾기 위한 본능적인 시도였다. 당연히 농장이 존재하리라 믿었던 터였다. 그러나 깊은 산속 원주민을 찾아 커피 농장의 존재를 물으니, 모두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곳 예가체프 커피는 모두 야성의 커피로 생산되는 까닭이다.

깊은 산속을 뛰어 다니다가, 땀이 나면 아이는 옷을 홀랑 벗고 계곡 속에서 멱을 감는다.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황토라기 보다 오히려 적토에 가깝다. 옥토가 전해주는 풍성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진흙으로 신발은 엉망이 되고, 걷는 걸음도 쉽지 않다. 미끄러지고, 발길은 무겁다. 산길을 굽이돌아 계속 오르고 또 오른다. 계곡 속 작은 개울을 건넌다. 어린 아이들은 멱을 감는다. 그냥 홀랑 벗고 흐르는 물에 온몸을 맡긴다. 자연이 주는 축복이며, 숲 속에 사는 존재의 자연스러움이다. 그 자연스러움이 부러울 따름이다.

산길을 계속 오르니, 작은 오두막 하나 보인다.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그 깊은 곳에 있다. 촌로가 집 앞에 무표정한 얼굴로 서있다. 얼굴 안색이 좋지 않다. 아이들이 몰려와 내게 이야기를 전 한다, 할머니가 곧 돌아가실 듯 아프시다고. 흙 집 방안을 들어가 보니, 노파가 지친 기색으로 누워 신음한다. 가슴이 아프다. 어려운 사람들의 삶은 왜 이리, 더욱 더 깊은 고통의 연속인가? 예가체프 산골 마을의 흔한 풍경이란다.

다시 산길로 접어드니, 젊은 아낙이 커피나무를 베어가지고 내려 온다. 땔감으로 쓰려고 베어 온 모양이다. 이곳에선 커피 나무도 그냥 땔감이다. 산속의 삶은 그렇게 자연과 더불어 존재한다. 커피가 우리에겐 취향이지만, 그들에겐 삶을 이어가는 방편이다. 우리에겐 기호식품인 커피가 그들에겐 삶의 근간이며, 생을 지탱시켜 주는 생명 나무다.

커피 세리머니, 예가체프의 숨결을 느끼다

드디어, 산정상이다. 파노라마의 산하를 내려다 보는 정글 같은 수림, 촉촉하다. 황토 대지의 흙 기운이 온 몸으로 퍼져 온다. 산 공기가 싱그럽다. 이곳이 커피의 본고향, 예가체프다. 인공의 손길도 없고, 경작을 위한 문명의 도구도 없다. 하늘이 허락한 자연 속에 대지의 지력으로 하늘의 충분한 습기로, 적당한 태양의 온기로 커피 예가체프는 탄생되고 있었다.

해발 고도 2,000m가 넘는 초록의 산들이 춤추듯 이어져 있는 예가체프, 아! 이곳이 천국 아닐까?

순박한 사람들, 옥토의 충만한 기운. 따사로운 태양 아래, 그렇게 숨쉬듯 존재하는 예가체프는 나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전해주었다. 유기농이라 표현하지만 가장 고급의 성스러운 식물은 대자연의 너그러운 생명력 속에서, 평화로운 사람들과 더불어 자연의 순결한 힘, 오직 그 생명력으로 키워내고 있었다.

그린 원두의 신비, 예가체프 커피나무 생두를 직접 손으로 만져 본다. 그린의 설렘, 붉은 원두의 찬란한 빛깔, 예가체프 생두는 그렇게 태양의 신비를 머금고 고요히 숨죽여 탄생되고 있었다. 그 신비롭고 광대한 에티오피아 남부 깊고 깊은 산속에서 말이다.

산골 부부의 집을 찾았다. 커피를 유기농으로 생산하여, 뉴질랜드로 수출한다는 작은 집이다. 깊고 그윽한 눈매가 마치 커피향을 닮은 주인이다. 젊은 아내의 표정도 온화하다. 사심 없고 욕심 없는 삶의 진정한 평화를 보는 듯 하다. 동네 아이들도 모두 모여들었다. 산속을 찾아 든 최초의 외국인이라도 되는 양, 마냥 신기해 한다.


주민들과 함께 외국인을 위한 커피 세리머니를 준비한다. 이들에게 커피 한잔을 준비하는 일은 하나의 의식이다.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의식을 준비한다. 생두를 화덕에 로스팅하고 작은 절구에 한참을 빻는다. 뜨겁게 끓인 물에 커피를 내려, 소박한 탁자위로 예를 갖춘다. 깊은 산속에서 야생 예가체프를 마신다. 에티오피아의 숨결을 목구멍으로 느낀다.

야생 예가체프를 마시는 깊고 그윽한 순간, 커피 한잔을 준비하는 데는 30분 이상이 걸린다.

나는 커피를 잘 알지 못한다. 예가체프의 존재도 이곳 에티오피아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작은 시골마을 이르가체페의 느낌도 신비롭고, 커피 예가체프의 존재도 감동이다. 한국을 떠나 카타르를 거쳐 도착한 에티오피아. 다시 그곳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떠나 깊은 산 고개를 넘고 넘어 이틀 만에 당도한 커피의 제국, 예가체프.

커피 예가체프는 순수의 결정체, 커피 예가체프는 영롱한 이슬과 광대한 대지위로 스며드는 태양이 창조한 대지의 마술이다. 순박한 사람들의 눈망울에 감동하고, 거대한 자연의 품속에 있어 행복하다. 세계인이 열광하는 커피, 예가체프의 순수를 마시게 되어 더 감동한다. 커피 예가체프는 에티오피아 푸른 심장 속에서 잉태되고 있다. 예가체프는 순수다. 커피 예가체프는 향기마저 온전한 자연이다.

여행 TIP

에티오피아 입국정보

아프리카로 가는 항공 루트가 많아졌다. 우선 남아공을 경유해서 에티오피아로 들어오는 가정 일반적인 방법과 중동 항공사 카타르 항공을 이용해, 도하에서 에티오피아 항공을 갈아타고 들어가는 방법이다. 이집트나 케냐를 들러, 그곳에서 에티오피아 항공을 이용해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비자는 항공 이용 시 공항에서 입국 비자가 20$ 이다. 케냐, 수단 등을 통한 육로입국 시 반드시 그 나라에서 비자를 취득하고 입국해야 한다.

예가체프의 깊은 산속 야생 카페, 산골 동네아이들이 모두 모여 외지인을 반겨주었다.

에티오피아 여행정보
수도 아디스아바바에는 여행자 숙소가 적절한 요금에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다. 각 도시로의 여행법은 아디스아바바 버스터미널에서 남쪽 각 도시로 연결한다. 예가체프도 이곳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다. 거대하고 광활한 자연이 풍족감을 전해주는 에티오피아 여행은 현지인을 고용한 렌터카 여행을 권하고 싶다. 커피 팜을 방문하거나 멋진 추억 여행을 위해서는 렌터카를 빌려, 현지인과 함께 남부 호수와 커피농장 방문, 사파리 체험 등 깊고 그윽한 에티오피아 대자연 깊숙이 들어가 보자.

에티오피아의 커피 산업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기원지로 커피라는 이름은 본래 에티오피아의 도시 카파(Kaffa) 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는 커피 경작에 있어 전통을 중시하며, 일부 국영 농장 이외에는 커피나무들이 일반 다른 수종들과 함께 자연스러운 그늘에서 자연 생태로 자라나고 생산된다.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는 거대한 대지 곳곳에서 야생 커피를 흔히 만날 수 있는 커피의 나라이다. 커피는 곧, 에티오피아 인들의 생활이며, 나라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1. 한별 2017.08.02 17:30

    안녕하세요 ! 잘 읽었습니다! 혹시 예가체페 가는 법 구체적으로 알려주실수 있나요? 카피 너무 좋아해서 가보고 싶은데 정보가 많이 없네요 😭

에티오피안 늑대들

에티오피안 늑대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있는 해발 4000m 높이의 사네티 고원에서 사냥감인 두더지를 찾아 주변을 살피고 있다. 늑대는 땅을 파고 순식간에 두더지를 낚아챈다고 한다.
에티오피안 늑대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있는 해발 4000m 높이의 사네티 고원에서 사냥감인 두더지를 찾아 주변을 살피고 있다. 늑대는 땅을 파고 순식간에 두더지를 낚아챈다고 한다. / 케이채 제공

아프리카라는 네 글자 앞에 떠오르는 많은 야생동물이 있다. 정글의 왕 사자를 비롯해 표범이나 치타 같은 화려한 녀석들부터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기린이나 얼룩말까지…. 드넓은 초원에 펼쳐진 이 야생동물들의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아프리카를 동경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아프리카 땅에 '늑대'가 살고 있다. 아프리카와 늑대라고 하면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인데 어찌된 일일까? 고작 500마리도 안 되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늑대들이 사는 곳. 바로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땅, 에티오피아다.

에티오피아는 이웃 이집트처럼 아프리카이면서 아프리카답지 않은 부분이 많은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의 흔적 중 하나라 여겨지는 루시(Lucy)의 흔적이 남은 곳이자 기독교를 아주 일찍 받아들여 자신들만의 정교로서 발전시켜 온 나라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 중 유일하게 서양의 통치를 받지 않았던 나라로서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왼쪽으로는 수단, 아래로는 케냐가 자리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땅은 문화적으로도 독특하다. 북쪽으로는 랄리벨라(Lalibela)와 곤도르(Gon dor) 등 그들의 오래된 기독교 정교에서 비롯된 성지들이 가득하고, 남쪽으로는 아프리카 전역의 부족들을 통틀어서 특별한 문화와 복장을 갖춘 부족들이 오모 밸리(Omo Valley)라 불리는 계곡 지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곳들은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장 찾고 싶어 하는 장소다.

하지만 아프리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야생동물을 목격함에 있어서는 주변국에 비해 조금은 초라한 게 사실이다. 국립공원 몇 곳이 있고 대부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지만, 아래 나라인 케냐나 탄자니아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야생동물의 종류나 숫자에서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러기에 에티오피아에 오직 사파리를 보기 위해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에티오피아가 야생동물 애호가에게 관심을 받는 하나의 이유가 에티오피아의 남동쪽 베일 산맥(Bale Mountains)에 자리하고 있으니 바로 에티오피안 늑대(Ethiopian Wolf)다.

에티오피아 베일 산맥에 있는 사네티 고원에 석양이 지고 있다. 아프리카지만 고도가 높아 밤에는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진다.
에티오피아 베일 산맥에 있는 사네티 고원에 석양이 지고 있다. 아프리카지만 고도가 높아 밤에는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진다.
베일 산맥은 유독 고산지대가 많은 에티오피아에서도 특히나 높은 지역이어서 날씨가 선선하다 못해 추울 정도다. 아프리카 하면 뜨거운 더위를 생각하지만 베일 산 위에서의 밤 기온은 영하를 넘나들기 일쑤고 가끔은 눈이 내리기도 한다. 이런 험준한 베일 산맥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인 사네티 고원(Sanetti Plateau)은 해발 4000m가 넘으며, 이곳에는 에티오피아에서 둘째로 높은 산인 바투 산(Mount Batu·4307m)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험준한 환경이 바로 에티오피안 늑대들이 집으로 삼은 곳이다.

워낙 고산지대라 인적이 닿기조차 힘든 곳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베일 산맥은 국립공원으로 관리가 잘되어 있고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차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차가 닿을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장소 중 한 곳이다. 이 지역의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오로모(Oromo) 부족을 실은 버스가 지나다니기도 하는 도로를 따라 사네티 고원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있다. 두 발로 이 지역을 탐험하고 싶다면 트레킹 또한 가능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서 살아온 부족민들이 여전히 이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소를 몰고 이동하는 그들의 모습 또한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이쯤되면 이렇게 사람들도 살고 있는데 어찌 늑대들이 이곳에서 살고 있는지 의아해질 수도 있다.

물론 늑대들은 사람을 경계하고, 사람이 조금만 가까이 다가온다고 느껴지면 금세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사자 등의 대부분 아프리카 야생동물과 달리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는 데다, 털 색깔과 이 지역의 자연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보호색 역할을 해준다. 너무나 척박한 땅이지만 그들이 채식주의자인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이 고원에는 여러 설치류가 살고 있는데, 특히 다양한 종류의 두더지가 땅속에서 서식하고 있다. 땅을 파고 이들을 순식간에 낚아채는 것이 늑대들의 사냥법이다. 주로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 두 번 정도 사냥을 한다. 이때가 그들이 집을 나서 배회하는 때다. 늑대를 만날 확률이 높은 시간대이다.

사람들의 주거 지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그들이 기르는 개에게서 전염되는 광견병이 늑대의 삶을 가장 위협한다. 얼마 남지 않은 늑대의 개체 수를 보존하고자 에티오피아 정부는 물론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멸종 위기인 많은 동물이 그렇듯 쉽지 않은 싸움이다. 언젠가 이 늑대들은 베일 산 위에서 더 이상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너무 늦지 않게 그들을 한번 만나 보기를 바란다. 아프리카의 '빅 5'로 불리는 거대한 동물들의 위압감은 갖추지 못했더라도, 이 작은 늑대들은 분명 당신을 사로잡을 테니까.

[그래픽] 사네티 고원
베일 산맥 가는 길

에티오피아항공에서 홍콩을 경유해 수도 아디스아바바로 가는 비행 편이 서울에서 출발한다. 태국을 경유해 가는 방법도 있다. 아디스아바바에서 국내선을 타고 로베(Robe)로 날아가면 베일 산맥 코앞에 닿게 된다.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는데 12시간 정도 걸린다.

에티오피안 늑대를 보는 법

딩쇼(Dingsho)라는 마을에 베일 국립공원 사무소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입장권을 구매한다. 또한 이곳에서 베일 산맥에서 할 수 있는 트레킹 등을 예약할 수도 있고 가이드를 찾을 수도 있다. 그 외에는 영국에서 운영하는 늑대 보호 단체인 EWCP에서 늑대들을 만날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투어 수익은 모두 늑대들을 위해 쓰인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투탕카멘의 수수께끼, 이곳에 모이다 - 이집션 박물관

이집트, 미라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투탕카멘. 투탕카멘의 발굴은 그 자체로 전설이다. 이집트의 제18왕조의 파라오였던 투탕카멘의 무덤은 1922년에 처음 발견되었는데, 당시 굉장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무덤이 발견되기 이전에는 존재감조차 희박하던 이 파라오는 도굴이 안 된 온전한 무덤에서 수많은 보물과 함께 발견되면서 이집트의 왕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떠올랐다.


아홉 살의 나이로 파라오의 자리에 올랐다가 열아홉에 죽은 연약한 왕. 요절의 원인은 오랫동안 미스터리였으나 오랜 연구 끝에 뼈 질환과 말라리아 등 합병증으로 일어난 한쪽 다리의 부상으로 밝혀졌다. 발이 안쪽으로 휘는 병인 내반족, 입천정이 갈라져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기형인 구개파열을 앓고 있던 것도 함께 드러났다.


투탕카멘은 또한 기이한 저주로도 유명하다. 발굴에 관련된 사람들이 비정상적으로 죽었다는 게 그 소문의 내용인데, 발굴을 기획하고 자본을 댔던 카나본 경이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 그 5개월 뒤 카나본 경의 동생이 돌연사한 사건, 발굴을 지휘했던 하워드 카터가 기르던 카나리아가 무덤을 열던 날 코브라에 잡아먹힌 사건 등이 저주의 목록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막상 무덤을 열었던 하워드 카터의 평범한 죽음은 그 모든 저주설을 무색하게 한다. 사실, 발굴에 관련된 사람 58명 중 12년 안에 죽은 건 오직 8명뿐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은 저주설이 소문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히는 분명한 증거다.


투탕카멘에 대한 모든 이야기들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것은 손타지 않고 고스란히 발견된 수많은 보물이다. 그중에서도 청금석으로 장식된 골드마스크는 유명하다. 투탕카멘의 보물들을 현재 카이로에 있는 이집션 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이집션 박물관은 16만여 점의 문화재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말 그대로 보물창고다. 장소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유물들은 건물을 포화상태로 만들고 있는데, 2011년 개관을 목표로 대 이집트 박물관이 한창 지어지고 있는 중이라 하니 수많은 나라에 빼앗기고도 넘치게 남아있는 그 풍성한 유산들은 제 가치에 걸맞은 대우를 곧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묻고, 죽이다 - 대 스핑크스(Great Sphinx)

스핑크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상상의 괴물이다. 여자의 머리와 가슴, 사자의 몸, 독수리의 날개를 지닌 이 괴물은 티폰과 에키드나 사이에 태어난 딸이라고 한다. 헤라는 그녀를 테베 시민들을 징벌하기 위해 파견했다. 테베의 왕 라이오스의 죄를 묻기 위해서였다.


테베에 있는 피키온 산 부근에 자리 잡은 스핑크스는 지나가는 이에게 그 유명한 질문을 던진다. “아침에는 네 다리, 낮에는 두 다리, 밤에는 세 다리로 걷는 짐승이 무엇이냐?” 그리고 정답을 내놓지 못하는 자를 가차없이 잡아먹었다.


정답인 “사람”을 내놓아 스핑크스가 자살하게 만든 것은 유명한 오이디푸스다. “인생의 아침인 어린 시절에는 네 발로 기어 다니다가 낮이라 할 수 있는 장년에는 두 발로 걸어다니고 인생의 밤인 노년이 되면 지팡이를 짚고 세 발로 기어다닌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사막 속의 스핑크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신화 속에서 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에게 지고 난 뒤 사라졌지만, 현실 속에서는 길이 57미터, 높이 20미터의 장대한 몸집을 자랑하며 살아남아 이집트에 굉장한 관광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하나의 바윗덩어리를 깎아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큰 석조조각으로 인정받는 이 대 스핑크스는 코도 떨어져 나가고 풍파에 시달려 정교한 맛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수많은 이들에게 경외감을 안겨주고 있다.


카프레가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스핑크스는 오랫동안 모래에 파묻혀 있었는데, 훗날 젊은 왕자였던 이집트의 투트모세 4세의 꿈에 나타나 “내 몸을 덮고 있는 모래를 다 걷어 주면 너를 왕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고 비로소 지상으로 나왔다고 한다. 현재 이 전설을 새긴 붉은 화강암으로 만든 ‘꿈의 비석‘을 앞다리 사이에 끼고 있다.


스핑크스의 이름은 많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파라오의 살아 있는 모습”이라는 뜻의 “쉐세프 앙크(Shesep ankh)”라고 불렀고, 아랍인들은 “공포의 아버지”라는 뜻을 지닌 “아엘 홀(Abu al-Haul)”이라고 불렀다.

이슬람에 대해 묻다 - 알 아즈하르 모스크(Al-Azhar Mosque)

알 아즈하르 모스크의 전경.


이슬람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다면, 어디에 물어보면 좋을까? 이집트 국내에서는 물론이요 전 세계 무슬림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슬람 연구의 본산 알 아즈하르 모스크가 정답이다. 서기 972년에 모스크가 세워진 뒤, 989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활동을 시작하며 대학을 세운 이곳은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대학 중에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곳이다.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교육기관으로 인정받는 이곳은 이슬람의 ‘하버드’로, 이곳 출신의 이슬람 학자들은 무조건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현재 알 아즈하르 모스크는 이슬람의 다수 종파인 수니파의 본산이다. 처음 설립되었을 당시에는 이슬람의 소수 종파인 시아파의 교육 기관 및 모스크였다고 한다. 시아파의 지류인 이스마일파를 따랐던 파티마 왕조의 통치자 알 무잇즈가 세운 이곳에서는 첫 신학 세미나에서 시아파 율법 요지를 낭독하며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대학이 세워진 이후에도 35명의 교수는 시아파 내 이스마일파의 신앙을 가르쳤다.


알 아즈하르의 입장이 바뀐 것은 파티마 왕조의 몰락 이후이다. 새로운 왕조인 아윱 술탄들은 시아파 교육을 이집트에서 금지했다. 알 아즈하르 모스크가 수니파의 사원으로 거듭난 것은 맘룩 술탄시대에 이르러서이다. 오스만 제국 통치기에는 무슬림 세계의 중심 신학 대학이 되었고, 오늘날에는 일반 대학과 마찬가지로 모든 학문을 가르치고 있다.

여자들의 호기심이 비밀의 방을 만들다 - 게이어 앤더슨 박물관(Gayer Anderson Museum)

카이로에 살던 무슬림 여자들은 눈도 막고 귀도 막은 채 갇혀 살기만 했을까? 그러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녀들은 훔쳐보기의 달인이었다. 그녀들이 손님들을 훔쳐보고 잘 생긴 남자들을 품평하던 비밀의 방은 옛 저택들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1935년 카이로에 머물던 영국인 장교인 존 게이어 앤더슨이 17세기에 지어진 두 채의 집을 구입해 연결하고 터키 양식, 파라오 양식, 중국 양식 등으로 꾸며 완성한 집은 현재 게이어 앤더슨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그 속살을 보여주고 있다. 그곳에는 얼핏 벽장같아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좁고 긴 비밀의 방이 있다. 연회를 열면 손님들이 모여들 거실의 천정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이 방은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작은 창문이나 작은 나뭇조각을 이어 만든 장식인 마샤라베야로 가려져 있다. 여자들은 이곳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호기심을 채웠다.


두 채의 집 중 하나는 게이어 앤더슨이 구입하기 전, ‘크레타 여인의 집’이라 불렸다. 한때 크레타 섬에서 온 부유한 무슬림 여인의 소유였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게이아 앤더슨은 이 집에 얽힌 전설들을 수집했는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그 집이 바로 노아의 방주가 홍수 뒤에 머물렀다는 산에서 나온 재료로 지었다는 것이다. 또한, 모세가 신의 말을 들은 것이 바로 이 지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븐 툴룬 사원의 부속건물로, 이곳 테라스에 서면 이븐 툴룬 사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의 리셉션 홀과 옥상 테라스에서 영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가 촬영되었다.


영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촬영장으로 쓰였다.

성궤가 있는 곳을 묻다 - 칸 엘 칼릴리 Khan al-Khalili 시장

카이로의 시장이 나오는 영화 [레이더스].


카이로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해도, 카이로의 시장통에 대한 분명한 이미지는 가지고 있다. 그것은 영화 [레이더스]의 유명한 한 장면 때문이다.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로 가득 찬 시장 한복판에서 인디아나 존스는 길을 가로막는 건장한 체구의 남자를 만난다. 그는 위협적인 칼을 현란하게 휘두르며 인디아나 존스에게 다가가는데, 우리의 주인공, 고개를 갸웃하더니 바로 총으로 쏘아버린다. 야단법석을 떠는 코믹한 현지인들과 인디아나존스의 쿨한 태도가 대비되어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영화의 스토리는 이렇다. 대학에서 고고학을 가르치는 인디아나 존스 박사는 정부의 명령으로 성궤를 찾는 모험을 떠난다. 그가 찾는 성궤는 모세가 호렙산에서 가져왔다가 깨뜨린 십계명이 새겨진 석판 두 조각이 들어있는, 일명 ‘언약의 궤’. 어느 날 사라진 이 성궤를 찾는 것은 인디아나존스만은 아니다. 그 신비한 힘 때문에 나치 또한 눈에 불을 켜고 성궤를 찾고 있었던 것.


영화 속의 그 시장의 분위기를 맛보고 싶다면, 카이로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인 칸 엘 칼릴리 Khan al-Khalili 시장에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 1382년 맘루크 왕주의 술탄 바르쿠크의 아들 알 칼릴리 왕자가 세운 유서깊은 이 시장은 이집트에서도 가장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아랍권에서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고. 6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장답게 1,500개가 넘는 점포와 미로 같은 좁은 골목들이 자리 잡고 있다. 아쉽게도, 카이로의 한 시장이라고 하지만 막상 영화를 촬영한 곳은 튀니지의 다른 시장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영화 속의 그곳을 찾기는 어렵겠다.

나일 강물아, 어디까지 왔니? - 나일로미터[Nilometer]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말했다. ‘이집트는 나일의 선물’이라고. 그들의 농사짓는 법은 독특하다. 애써서 밭을 갈고 잡초를 뽑지 않는다. 그들은 상류의 에티오피아 고산지대에서 범람한 강물이 밭에 흘러들어왔다 물러가기를 기다린 뒤, 비옥하고 촉촉해진 땅 위에 씨앗을 뿌리고 돼지로 하여금 땅을 밟게 한다. 돼지는 수확 때도 이용된다. 그렇게 한 해 농사가 끝나면, 다음번 나일강의 범람을 기다린다.


그러하니, 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나일강의 수위’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강물이 적어도 안 되고 지나쳐도 곤란했다. 적당하면 그해는 풍년이었다. 강물의 높이를 재는 단위는 큐빗(cubit), 약54센티미터였는데, 풍년을 보장하는 높이는 약 16큐빗이었다. 그보다 모자라도 재난이었고, 그보다 높아지면 농사를 망치는 것은 물론이요, 역병이 돌았다.


1902년 나일강 상류에 영국이 1,900미터 길이에 54미터 높이의 아스완댐을 만든 이후 수위를 인공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나일강의 범람은 이제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나일로미터의 설계는 당대 최고의 과학자였던 아흐마드 이븐 무함마드가 맡았다.

하지만 나일강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한 건축물인 나일로미터는 아직도 제자리에 남아, 당시 이집트 농부들의 관심과 열망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카이로 남부 로다 섬에 있는 나일로미터는 AD 861년에 지어졌다. 압바스 조 칼리프인 알 무타와킬이 지었는데, 설계는 당대 최고의 과학자였던 아흐마드 이븐 무함마드가 맡았다. 강 바닥부터 가파른 계단같은 수위측정계를 설치하여 강물의 범람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하였다. 중앙에는 물높이를 재는 팔각형의 가는 돌기둥이 우뚝 서 있다. 카이로의 나일로미터는 이집트 내에서 원형이 보존되어 있는 가장 오랜 이슬람 시대 건축물이다.

궁금증이 뭉글뭉글 - 쿠푸 왕의 피라미드

기자의 피라미드는 규모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계7대 불가사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들어왔던 이 목록의 첫 번째 줄에는 늘 피라미드가 있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카이로 남서쪽 기자에 있는 쿠푸 왕의 피라미드이다. 대피라미드, 혹은 제1 피라미드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게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규모가 압도적이다. 높이 146.5m(현재는 137m만 남아 있다), 바닥변 약 230m, 사면각도 약 51도. 평균 2.5톤의 돌을 230만 개 쌓아올려 만든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석조건물이다.


이집트 제4왕조의 제2대 왕인 쿠푸 왕의 무덤인 이 피라미드는 4,500년 전의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놀라운 기록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놀라운 것은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는 각 변의 오차가 아주 미세하다는 것. 두 번째는 피라미드가 세워진 시기가 철이 발견되기도 전임에도 불구하고, 230만 개의 돌을 필요한 크기대로 자르고 다듬는데 이용된 도구가 겨우 돌과 구리로 만든 연장이었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로는 그 돌을 쌓기 위해 발휘된 뛰어난 건축술이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에 참여했던 수학자 몽즈는 대피라미드의 체적을 계산하여 프랑스의 국경을 3m의 높이에 0.3m의 폭을 가진 담으로 둘러 쌀 수 있는 양이라 환산했다 하는데, 그토록 큰 규모의 건물을 변변한 도구 없이 지어올렸다는 것은 신비에 가까운 일이다. 네 번째는 높이 20cm, 폭 22cm의 천체창이다. 이 창의 진정 놀라운 점은 기원전 2600년에서 기원전 2400년 경의 오리온자리 세 별에 정확히 맞춰져 있다는 사실. 당시의 천문학의 발달수준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라 할 수 있겠다.

아프리카와 유럽의 경계를 넘나드는 도시. 30년을 여행으로 보낸 이슬람의 여행가 이븐 바투타의 마지막 기착지. 베일로 얼굴을 가린 여인과 같은 도시. 세상의 모든 여행자들이 길을 잃기 위해 찾아드는 도시.

이슬람 지성계의 중심지

‘중세’라 불리던 시절, 유럽 지성사가 암흑기를 맞고 있을 때 이슬람 세계는 찬란한 지성의 탑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모로코 왕국의 수도였던 페스는 이슬람 지성계의 중심지였다. 세계 최초의 대학이 있던 이 도시에서 학문과 기량을 갈고 닦은 수학자와 과학자, 철학자들이 이베리아 반도로 건너가 유럽의 암흑시대를 깨웠다. 이슬람 세계의 종교와 예술, 학문의 중심지였던 페스는 여전히 모로코의 심장으로 뛰고 있다. 모로코 독립운동의 중심지였으며, 모로코의 변화를 갈구하는 운동의 중심지로 살아있다.

대서양과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접해 있는 페스는 모로코에서 카사블랑카, 마라케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다. 페스의 구시가지 메디나는 1200년 전의 이슬람 왕조시대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서기 789년, 이드리스 2세(Idriss II)에 의해 이드리스 왕조의 도읍으로 정해진 페스는 13세기 메리니드 왕조(Merenid) 시대에 가장 번성했다. 이후에도 오랫동안 모로코의 신앙, 학문, 예술을 주도해 ‘지적인 왕도’로 불려왔다. 이곳 메디나에는 여전히 이슬람의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도시의 사람들은 모로코에서 신앙심이 가장 깊고, 문화적으로 가장 세련되고, 예술적 감수성이 가장 발달한 곳이 자신들의 도시, 페스라고 굳게 믿고 살아간다.

올리브 열매가 익어가는 페스 외곽의 들판.

복잡하고 미로와 같은 골목길

페스의 메디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복잡하다는 미로와 같은 골목길이다. 14세기에 조성된 미로는 지금도 수백 년 전의 옛 얼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무려 9,000개가 넘는 골목이 미로를 형성하고 있다. 덕분에 이 도시에서 지도는 쓸모없는 종이쪼가리에 지나지 않는다. 페스의 메디나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이방인의 당연한 권리이자 오락거리. 정해진 루트도 없고, 예상되는 소요 시간도 없다. 그저 마음이 내키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걷고 또 걸을 뿐. 그렇게 느슨한 마음으로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지붕이 덮인 시장, 오래된 옛사원과 이슬람 학교, 염색장과 궁전, 목욕탕과 찻집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이 골목의 유일한 운송수단인 노새몰이꾼의 고함 소리와 호객꾼들의 속삭임과 무면허 ‘짝퉁 가이드’들의 집요한 설명과 어린 소매치기들의 조심스런 발걸음소리까지, 골목은 온갖 소음으로 가득 차 있다. 아찔할 만큼 거대한 짐을 싣고 비틀비틀 걸어가는 비쩍 마른 당나귀 곁으로 차도르를 걸친 뚱뚱한 여인들이 위풍당당하게 걸어가고, 집 한 채 값에 달하는 골동품 실크 이펫이 내걸린 가게 옆으로는 한 그릇에 400원짜리 콩죽이 끓고 있는 분식집. 온갖 냄새와 소음이 뒤섞여 오감을 자극한다. 인간이 만든 공간 중에 이토록 생생한 삶의 기운을 내뿜는 곳이 시장 말고 또 있을까. 살기 위한 몸짓이 압도하는 이곳에서는 그믐의 밤처럼 깊고 어두운 상처도 흐릿해진다.

세계인을 매료시켜 온 모로코의 전통 디자인

화려하고 대범한 색상은 모로코 문화의 한 특징

그런 메디나에서도 삶을 향한 열기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곳은 가죽 작업장이다. 페스의 골목길을 걷고 있으면 일 없는 청년들이 “테너리, 테너리(무두질 작업장)?”를 속삭이며 다가온다. 그들이 데려가는 곳은 대부분 가죽 용품 가게의 옥상이다. 북부 아프리카와 남부 유럽을 연결하는 무역의 중계도시로서 발달한 페스는 수천 년 전부터 가죽을 생산해왔다. 세계 최고 품질로 꼽히는 페스의 가죽은 '말렘'이라고 불리는 장인의 손에 의존해 털을 벗기는 일에서 무두질과 염색까지 중세 시대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비둘기 똥이나 소의 오줌, 재와 같은 천연재료를 염색재료로 쓰는 만큼 이곳의 냄새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독하다. 예민한 여행자들은 가게의 주인이 내미는 박하잎에 코를 틀어막고 작업장을 구경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노라면 그 어떤 슬픔보다도 무거운 숟가락의 무게, 그 신성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네자린 박물관의 내부 모습

이슬람 전통 양식의 골목

길을 잃어보아야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

한순간 스쳐 지나는 이방인에게 페스는 결코 쉽게 그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지상 최대의 호객꾼과 세계 최대의 미로, 진짜를 뺨치는 가짜 가이드와, 소매치기와 상인들의 대공세 속에 인내력을 시험 받은 후에야 페스는 그 매혹적인 얼굴을 흘깃 드러낸다. 그러니 페스를 찾아올 때면 일정 따위는 잊어버리자. 인생 그 자체가 우울한 날, 페스의 미로를 헤매며 길을 잃자. 길을 잃는 일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길을 잃어보아야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페스가 속삭여줄 것이다.

페스의 필수 방문 코스인 가죽 작업장.

코스 소개
미로의 도시 페스는 모로코에서 카사블랑카와 라바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 페스보울레마네 지방(Fes-Boulemane Region)의 주도(州都)다. 페스는 세 구역으로 나뉜다. ‘오래된 페스’를 뜻하는 ‘페스 엘 발리’, ‘새로운 페스’의 ‘페스 엘 제이디드‘, 프랑스 식민통치 시절에 건설된 신시가지 ‘빌라 누벨’. 메디나의 남서쪽 부 즐루드(Bob Bou Jeloud) 문에서 시작해 보 이나니아(Bou Inania) 신학교, 네자린 궁전(Place Nejjarine)를 지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859년 개교)인 카라우인 모스크와 대학(Kairaouine Mosque)까지 걷고 난 후, 북동쪽의 소피텔 팔레 자마이(Sofitel Palais Jamai)까지 걸어보자. 메디나에서 옛 이슬람 도시의 정취를 만끽했다면 프랑스 식민지 당시 계획도시로 만들어진 신시가지로 나가본다.

여행하기 좋은 때
11월부터 4월까지는 우기이므로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봄(4-5월)과 가을(9월-10월)이다. 페스는 겨울철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일은 없다.

찾아가는 법
페스는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에서 동쪽으로 약 200킬로미터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비행기로 두바이나 도하를 거쳐 카사블랑카로 입국해 기차로(5시간) 이동한다. 혹은 스페인에서 배를 타고 탕헤르로 들어가 기차(5시간)로 이동해도 된다. 파리나 런던 등의 유럽 도시를 경유해 페스로 직접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여행 Tip
모로코는 아프리카와 유럽의 문화가 뒤섞여 있어 독특한 예술적 향기를 발한다. 화가 마티스와 들라크루아의 아틀리에가 있었고,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지 아르마니와 입생 로랑의 단골 휴양지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페스는 금속 공예와 가죽 공예 부문에서 예술적 감각을 인정받는 곳이다. 가죽 제품의 쇼핑은 페스가 최고의 장소. 시간이 넉넉하다면 부 즐루드 공원(Jardins de Bou Jeloud)에도 들러보자. 메디나의 열기를 피해 수목이 우거진 공원으로 페스의 강렬한 태양과 메디나의 열기를 피해 고즈넉이 쉴 수 있다.


음푸말랑가 크루거 국립공원(남아공)

아프리카 초원은 한 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약육강식이라는 자연의 법칙이 적나라하게 적용된다. 때문에 사파리여행은 단순 탐험이 아닌, 생명의 외경을 깨닫게 하는 숙연한 체험의 과정이기도 하다. 사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국립공원의 아침. 임팔라떼가 노닐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매력있는 여행지다. 장엄한 대자연의 위용과 유럽의 한 도시를 연상케 하는 세련된 풍모는 흔히 여행가들이 왜 아프리카를 '최후의 여행지'라고 일컫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깨닫게 한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역시 사파리다. 대자연을 호흡하며 생명의 외경과 생존의 자연법칙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끝간데 없이 펼쳐진 초원에는 수많은 동물이 자유롭게 뛰논다. 하지만 어둠이 찾아들면 사바나는 공포의 도가니로 바뀌고 만다. 대지 위에서 숨쉬는 생명체는 사냥꾼과 사냥감으로 분류 될 뿐, 승자와 천운이 따르는 자만이 내일의 밝은 태양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아프리카 초원에서도 이른바 '빅5' 동물의 생태를 가장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는 '동물의 왕국' 크루거 국립공원을 찾았다.


◆'남아공 관광의 하이라이트' 동물의 왕국 크루거 국립공원을 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자리한 크루거 국립공원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케냐의 마사이마라, 보츠와나의 초베 등과 더불어 세계적 사파리여행지로 꼽힌다. 특히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1898년 개장) 국립공원으로, 동쪽으로는 모잠비크, 남동쪽으로 스와질랜드와 국경을 이룬다. 북쪽으로는 짐바브웨 국경 가까이 있는 림포포주에 이르기까지 남아공의 북동쪽 국경을 따라 길이 352㎞, 너비 65km 넓이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남한의 5분의 1 크기. 말이 국립공원이지 동물들이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커다란 야생 해방구다.


사파리는 하루 두 차례, 동물들의 활동이 왕성한 오전과 오후에 이뤄진다.

크루거 사파리 투어의 기점이 되는 도시는 남아공 음푸말랑가의 주도인 넬스프릿이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동쪽으로 358㎞ 떨어진 곳으로, 자동차로 5∼6시간, 비행기로 1시간 남짓이 걸린다.

크루거는 열대우림과 사막의 사이에 분포하는 사바나(아열대 초원) 지대다. 풍부한 먹이와 적절한 기후로 수만 종의 동물이 모여 사는 동물의 왕국인 셈이다. 이른바 아프리카의 '빅5'로 불리는 사자-표범-코끼리-코뿔소-물소(버팔로)를 비롯해 기린, 하마, 얼룩말, 하이에나, 혹멧돼지, 쿠두, 일런드 등 맹수와 대형 동물만도 20여종이 모여 산다,

크루거의 매력은 야생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 세렝게티 등이 드넓은 초원을 뛰노는 목가적 풍광을 접하는 게 일반적 사파리 패턴인데 비해, 크루거에서는 동물의 사냥 등 일상의 숨소리까지 지척에서 관찰할 수 있다. 공원 깊숙히 사설 로지가 형성돼 게임 사파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말라말라 사파리 가이드 '유리'씨.

마침 기자가 찾은 곳은 크루거에서도 생태학자들 사이 가장 인기가 있다는 말라말라(대형 영양-원주민어로 Mala Mala) 동물보호지역. 빅5는 물론 다양한 동물이 모여 서식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접근도 만만치 않다. 넬스프릿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2시간 30분을 더 사바나 숲속으로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오지 중 오지다. 공항을 벗어나 30여 분을 달려 비포장 사바나 숲길로 접어 든 뒤, 다시 오프로드를 20㎞ 이상 달려야 한다.

사파리는 새벽과 야간 하루 두 차례 진행된다. 전문 가이드가 8기통 4000cc짜리 랜드로버를 개조한 사파리 차량을 몰고 관강객을 야생의 세계로 인도한다. 레인저 드라이버는 동물의 발자국이나 배설물을 추적해 내방객을 동물 앞으로 안내한다. 특히 말라말라처럼 개인 소유 로지가 있는 사파리 안에서는 별도의 길이 없어도 동물을 포착하면 그 앞 까지 거침없이 차를 몰고 다가선다.

이런식으로 초원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동물찾기는 그래서 '게임 사파리'로도 불린다. 안내를 맡은 가이드(게임 레인저) '유리'(23)씨는 남아공 프리토리아 테크니컬 대학교에서 게임 랜치 매니지먼트를 전공한 이 분야 전문가. 짐바브웨 사파리에서 근무하다가 크루거로 자리를 옮겨 초원을 누비고 있다


음푸말랑가 크루거 국립공원(남아공)

초원을 누비는 코끼리.

◆야간 사파리에서 목격한 사바나의 맹수들

크루거에 도착한 첫날 오후 사파리에 나섰다. 해가 지고 동물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대인 오후 4∼8시 동물을 만나러 나선다. 하지만 어떤 동물을 만날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운에 맡겨야 한다. 오후 투어로 빅5를 다 만날 수도 있고, 임팔라 등 초식 동물만 보는 수도 있다.

게임 레인저 유리는 말라말라 동물보호구역내 동물의 서식처를 훤히 꿰고 있다. 맹수들의 야간 사냥은 동물이 꼬이는 물가, 초식동물들의 거주지, 출몰지에서 주로 이뤄진다. 게임 드라이빙은 동물들의 서식처를 찾거나, 동물의 배설물, 발자국을 찾아 이동경로를 추적한다.

유리는 만약을 대비해 실탄을 장착한 엽총을 운전석 앞에 두고 사바나 숲속으로 향했다.


사자가족

로지 주변에서부터 운좋게 코끼리떼를 만나는하면 스프링벅, 임팔라 등과도 마주쳤다. 숲속을 20여 분 돌아 봤을 즈음 유리가 갑자기 속삭이듯 말했다. "사자 가족이다!"

해질녘 한 무리의 사자 가족이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숫사자 한 마리와 새끼 사자 4마리. 그리고 어미 암컷 2마리 등 그야말로 초원에 소풍 나온 행복한 가족 모습에 다름없다. 사자 가족은 사파리 차량에서 비춰대는 불빛에 전혀 개의치 않고 태연한 장난과 영역 표시 등으로 저녁 나절을 보내고 있었다. 이미 이 곳에서 사냥이 금지 된지가 100년이 넘고 보니 여기서 대를 이어온 동물에게 사파리 차량은 환경의 일부가 된 셈이다.



표범에 희생되기 직전의 '임팔라'

한 참을 어린 사자의 장난을 받아주던 어미 사자의 포효를 신호로 사자 가족은 무리를 지어 느릿하게 숲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전광석화와 같은 표범의 임팔라 사냥

사자 가족을 뒤로하고 초원을 헤맸다. 우연히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비친 것은 표범 한 마리. 가이드 유리는 "운좋게 표범의 저녁 사냥을 볼 수 있게 됐다"며 흥분했다. 그는 "야간에 표범을 만나는 일도 쉽지 않거니와 사냥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면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했다. 사람을 꺼리는 표범은 사파리에서는 보기 어렵기로 소문난 맹수다.


사냥에 나선 표범을 만났다.

유리는 급히 주변에 서치라이트를 비추기 시작했다. 50여 미터 떨어진 숲속에서 수컷 임팔라가 놀란듯 멈칫 서 있다. 표범의 오늘밤 사냥감이다.


임팔라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표범이 공격 직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길을 걷던 표범이 멈춰 서더니 숲속을 노려 봤다. 이후 엉거주춤 엎드린 자세로 숲속을 향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놀란 임팔라는 온 몸이 얼어 붙었는지 감히 도망칠 생각도 못한다. 한참의 정적이 흘렀다.


임팔라를 쓰러 뜨린 표범이 목덜미를 물고 있다.

인내가 필요했다. 밤을 새울 태세다. 표범은 웅크리고, 목을 곧추세워 숲속을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저러다 밤새겠다' 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레인저 유리는 "그냥 돌아갈까?" 자꾸 물었다.

하지만 더 있어보자고 계속 기다릴 것을 요청했다. 렌즈에 생생히 담고 싶은 욕심에서 였다. 하지만 다른 일행에게도 미안해진 상황 . 그냥 포기를 했다.

차를 후진 시켜 막 빠져 나가려는 사이 믿기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임팔라의 외마디 비명이 들린 것이다. 어수선한 틈을 타 표범의 날카로운 이빨이 임팔라의 목덜미를 파고 들었다. 순식간에 그것도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각도에서 벌어진 사냥이었다.

표범은 임팔라의 숨통이 끊어질때까지 목덜미를 물고 있었고, 몸이 축 늘어지자 그제사 사방을 경계하며 포식에 나섰다.

전율과 공포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표범의 포식.

로지로 돌아가는 길, 강가에서 하마를 만났다. 하마는 보기와는 달리 포악하다. 예전 보츠와나 잠베지강에서 하마 무리가 관광객의 소형 보트에 사납게 달려드는 광경을 목격했던 터라 하마 역시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유리가 욕심을 냈다. 이미 지프는 강가 길이 아닌 초지로 들어서 속도를 낼 수도 없는 처지다. 하지만 유리는 괜찮다며 다만 놀라거나 일어서지만 말라고 주의를 당부한다. 하지만 야밤에 자신의 영역을 침법한 이방인은 하마에겐 그저 물리칠 적이고 공격의 대상일 뿐이다.


강가 초지에서 만난 하마.

하마가 물을 박차고 나오는 모습이 눈앞에 보였다. 하마의 거친 숨소리가 차량 뒷편에서도 들리는 듯했다. 순간 모골이 송연했다. 다행히 하마는 차량을 멀끔히 바라보고는 풀을 뜯기만 했다. 흥분 속에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이튿날 저녁 사파리 시간. 전날 훤한 달빛 과는 달리 초원에는 음산한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달무리가 지고 초원은 칠흑으로 변해갔다. 묘하게 동물들도 소리를 죽였다. 간간히 수풀속에 임팔라가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만 발견 될 뿐. 초원의 동물들이 자취를 감췄다.


이른 아침 숲속에서도 하이에나를 만났다. 간밤에 벌어진 사냥 전리품을 얻기 위해 초지를 쏘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유독 바삐 움직이는 게 있었다. 하이에나다. 마치 무슨 바쁜 일이라도 생겨 야근 일터를 향하는 것처럼 움직임이 분주하다. 곳곳에서 하이에나를 만날 수 있었다. 오늘밤 말라말라 초원에서 살육의 전쟁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하이에나는 잘 알고 있던 때문이다. 유리는 하이에나가 그 전과를 훔치거나 빼앗기위해 이곳저곳 맹수들의 사냥터 주변을 물색하고 다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음푸말랑가 크루거 국립공원(남아공)

오전 사파리는 이른 아침에 이뤄진다.
◆아침에 만난 초식 동물들

이른 새벽 눈이 떠졌다. 아직 밖은 어둡다. 아침 5시 30분 동이 터오르자 로지 주변의 사위도 밝아왔다. 아침 사파리를 위해 로지밖을 나오며 수영장 인근 잔디밭에 큼지막한 코끼리 배설물 무더기를 보았다. 밤사이 코끼리가 로지 옆까지 다녀 간 것이다. 간밤에 목격한 표범의 전광석화와도 같은 사냥 모습에 이제는 사주경계가 뇌리 속에 박힌 터라 바짝 긴장이 됐다.

새벽 사파리에 참여하려면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아프리카는 우리와는 정 반대 기후로 지금이 가을이다, 때문에 새벽엔 춥다. 두터운 점퍼 차림에 담요가 준비된 사파리 차에 몸을 싣는다. 여명이 움터오자 랜드로버가 묵직한 엔진소리를 내며 초원의 적막을 가른다.


밤새 무사했던 임팔라 가족.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절실한 곳이 바로 사바나다. 여명에 만난 가녀린 모습의 임팔라 가족이 너무도 애처러워 보였다. 이들의 처지를 아프리카 사바나에 사는 작은 초식동물의 숙명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인간이 도와줄 재간도 없다. 저처럼 예쁘고 순한 임팔라가 오늘밤에는 또 어떤 맹수의 습격 속에 처하게 될지…저만큼 자란 것만도 신통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이침 잠에 취해 있는 코뿔소 가족.
동물보호지역에 아담하게 닦아 놓은 경비행기용 활주로에 코뿔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잠에 흠뻑 취해 있는 놈, 막 잠에 깨서 고개를 들고 두리번 거리는 녀석, 갖가지다. 하지만 표정은 온순해 보였다. 낮시간 데워진 아스팔트 활주로의 온기가 아까운 듯 느긋하게 배를 깔고 누워 따뜻한 밤을 보낸 터였기 때문이다. 크루거의 초원에서 제왕급 동물이 누리는 온돌 취침 이었으리라.


버팔로와 공생하는 새.

숲속에서 아침 식사를 즐기는 버팔로 떼도 만났다. 무리의 우두머리는 사파리 차를 만나도 물러섬 없이 길을 비켜 주지 않는다. 무리에 위엄을 보이는것이다.

코끼리떼는 어쩌면 사파리에서 가장 흔한 모습이다. 코끼리는 평온해 보이지만 무서운 놈이다. 성미도 대단하다. 그래서 조심해야 할 경계의 대상이다. 먹어치우는 양도 엄청나다. 6톤짜리 어른 코끼리는 하루 300kg을 먹고, 150kg의 배설물을 남긴다. 사파리 루트 곳곳이 코끼리 배설물로 가득하다. 이들이 휩쓸고 간 숲은 초토화가 된다. 그래서 코끼리는 초원의 환경파괴자에 다름없다.


초지의 얼룩말

▶말라말라 로지

'게임 리저브'(동물관찰을 위한 보호지역)라 불리는 사파리공원은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 있다. 세렝게티, 마사이마라, 오카방고 델타, 응고롱고로, 초베 국립공원 등등. 크루거는 이에 비해 규모는 작아도 아프리카의 관문인 요하네스버그에서 가깝고 세계 최고급의 사파리 로지들로 명성이 높은 편이다.


말라말라 로지
그중 말라말라 리조트는 세계적 명성으로 고급 사파리 로지의 대명사격으로 통한다.

아프리카 풍의 로지에서는 숙식과 사파리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야외 수영장, 짐, 레스토랑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음푸말랑가 크루거 국립공원(남아공)

아침 식사 중인 기린.

◆여행메모


▶가는 길=남부아프리카 여행의 중심은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다. 이곳을 통해 아프리카 전역으로 항공편이 연결된다. 한국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등을 타고 홍콩을 경유해 남아프리카항공편으로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천~홍콩 3시간30분, 홍콩~요하네스버그 13시간 10분 소요)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로 적립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항공 서울사무소 (02)775-4697

▶여행 상품=◇아프리카 전문 여행사인 인터아프리카(www.interafrica.co.kr 02-775-7756 )에서는 두 가지 타입의 남아공 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크루거 2박(말라말라 로지 2인 1실)+케이프타운 3박(테이블베이호텔 기준) 등 총 8일 599만원 ◇크루거 2박(카파마리버로지)+케이프타운(3박)+ 빅토리아폭포(1박) 등 총 9일 499만원.

남아공은 남반구에 위치한 탓에 기후가 서울과는 정반대다. 지금이 가을철이고, 사바나 사파리 여행의 최대 성수기다


구름처럼 몰려오는 누<영양의 일종> 무리… 소 피와 우유 섞어 마시는 마사이족

지평선 끝까지 펼쳐지는 케냐의 드넓은 초원 마사이마라에 관광용 열기구 그림자가 드리웠다. 해가 뜨고 질 무렵 마사이마라는 푸르스름한 어스름에서부터 분홍·주황·붉은색으로 무수하게 변하는 빛깔을 담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원초적인 캔버스가 된다. /케냐관광청 제공

'야생(野生)'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인천공항에서 방콕까지 5시간 30분, 방콕에서 케냐 나이로비까지 9시간 30분. 비행기만 무려 15시간을 타야 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나이로비에서 자동차를 타고 약 280㎞ 도로를 6시간 달려서야 목적지인 마사이마라(Maasai Mara)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 자동차 6시간이 비행기 15시간보다 훨씬 힘들었다. 케냐의 도로 상태가 웬만큼 나쁜 것이 아니었다. 6시간 내내 랜드 크루저(Land Cruiser) 자동차가 상하좌우로 심하게 요동쳤다. 과장을 약간 보태자면 목이 부러질 정도였다. 차를 몰던 사파리 전문 가이드 겸 운전기사 윌손 키쇼이안(Wilson Kishoyian·32)은 "이것이 아프리카식 마사지(African massage)"라며 크게 웃었다. 근육뿐 아니라 몸속 오장육부를 뒤흔드는 강렬한 마사지였다. 고작 야생동물 보자고 이 고생을 해야 하나 부아가 치밀었다. 그런데 실제 야생동물을 보는 순간 이런 불만은 금세 사라졌다.

사파리 차량 아래 기어들어간 어린 수사자. /김성윤 기자

◆케냐 관광의 백미 '게임 드라이브'
아프리카식 마사지를 충분히 경험한 뒤 리조트에 짐을 풀고 바로 '게임 드라이브(game drive)'에 나섰다. 게임은 사전적으로 야생동물, 사냥감의 뜻이 있으니 쉽게 말하면 야생동물 차량 관광에 나선 것이다. 지평선 너머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마사이마라 초원 멀리 사파리 차량 여러 대가 몰려 있었다. 윌손은 대뜸 "빅 파이브(big five) 중 하나인가 보다"라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빅 파이브'란 사자·코끼리·표범·물소(버펄로)·코뿔소 등 가장 덩치가 크고 인기가 높은 동물 다섯 종류를 말한다.

가까워질수록 비릿한 피 냄새와 쉰 고기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갓 사냥한 물소를 사자 16마리가 뜯어먹고 있었다. 우두머리 수사자가 갈라진 물소 뱃속에 머리를 처박고 내장부터 물어뜯었다. 새끼 사자 하나가 서열을 무시하고 물소에 달려들자 수사자는 물어 죽일 듯 화를 냈다. 배고픔 앞에서는 자식도 보이지 않는 것이 야생의 본능이었다. 수사자가 배불리 먹은 뒤 물소에서 물러난 다음에야 암사자들 그리고 새끼들이 물소에 다가와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사자·코끼리·물소·치타·톰슨가젤 따위 야생동물은 국내 동물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본연의 생태계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은 동물원에 사는 그것들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TV중계와 실제 경기장에서 야구를 보는 차이랄까. 흥분과 긴박감이 동물원과는 비교되지 않았다.

◆삶과 죽음의 대서사시 ‘누 무리의 대이동’
마사이마라는 케냐, 더 나아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사파리 관광지이다. 1948년 케냐 남서쪽 520㎢ 사바나(savanna)가 야생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이 시작이었다. 1984년 현재의 1510㎢로 영역이 확정됐다. 마라(Mara)강과 탈레크(Talek)강을 사이에 두고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맞붙어 있다.

윌손은 “마라는 연중 내내 야생동물을 볼 수 있지만 가장 좋은 시기는 7월부터 10월 ‘대이동(Great Migration)’이 일어날 때”라고 했다. 세렝게티는 5~6월 건기(乾期)를 맞는다. 풀이 마른다. 초식동물이 먹을거리가 없어진다. 이때 마라는 우기(雨期)를 맞는다. 달디단 물 냄새를 맡은 누 무리가 마라를 향해 움직인다. 마라·탈레크강 바로 앞에서 무려 130만 마리라는 거대한 집단을 형성한다. 누가 가장 많지만 얼룩말 20만 마리, 톰슨가젤 50만 마리 등 다른 초식동물들도 그 숫자가 엄청나다.

초식동물들은 쉽사리 강을 건너지 못한다. 강 수위는 높고 물살은 빠르다. 강둑에는 누 무리를 따라온 사자·하이에나·표범 따위 포식동물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강에는 교활한 악어들이 잠복하고 있다. 하지만 생존하고 대를 이어가려면 강을 건너야만 한다. 어리거나 늙거나 병약하거나 무리에서 뒤처지는 것들은 여지없이 포식동물들에게 사냥당한다. 그해 세렝게티에서 태어난 새끼 누 중 3분의 1이 세렝게티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한다. 윌손은 “지평선에서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동물떼와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흙먼지가 장관”이라고 했다. 케냐관광청 공식 안내책자는 이를 “그야말로 삶과 죽음의 대서사시”라고 표현했다.

마사이마라 초원을 이동하는 물소떼. /케냐관광청 제공

마사이마라를 방문한 시기는 6월로, 대이동을 보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만족할 만한 야생이었다. 이튿날 새벽 동이 틀 무렵 다시 게임 드라이브에 나섰다. 푸르스름한 새벽빛 속에서 코끼리들이 이동하는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어제의 사자 무리는 여전히 같은 물소를 뜯어먹고 있었다. 살코기는 거의 사라지고 갈비뼈를 드러내고 있었다. 암사자 하나가 불룩하게 부른 배를 내밀고 길가에 뒹굴며 잠자고 있었다. 새끼 사자들은 아직도 배가 고픈지 뼈에 붙은 살을 “빠각빠각” 소리 내며 발라먹었다.

◆과거에 박제된 마사이족 마을
케냐는 세계 어디 못잖게 현대적인 사회이다. 마사이마라에서도 휴대전화가 서울 한복판인 양 터진다. 마사이족은 케냐를 구성하는 50여 부족 중에서 전통을 가장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고 꼽힌다. 성인이 되려면 사자를 사냥해야 한다고 알려진 용맹한 부족이다. 실제로는 자기들의 가축을 잡아먹는 사자 등 포식동물을 죽일 뿐이라고 한다. 마사이족은 마라 주변에 마을을 형성하며 산다. 이 마을들은 관광지로 변한 듯했다.

‘점핑 댄스’로 알려진 전통 춤‘아두무’를 추는 마사이족 청년들. /김성윤 기자

마을에 들어가려면 관광객 1명당 2500케냐실링<약 3만원·1케냐실링(KES)=약 12원>을 내야 했다. 학교와 병원을 운영하는 데 쓰인다고는 하지만 입맛이 상쾌하진 않았다. 돈을 내고 나자 비로소 마사이족 청년들이 ‘아두무(adumu)’를 추기 시작했다. 이른바 ‘점핑 댄스(jumping dance)’라고도 알려진, 하늘 높이 껑충껑충 뛰며 손님을 환영하는 전통춤이다.

이 마을 가이드 데이비드(David)는 “마사이족의 주식은 소 피와 젖, 고기”라며 “고기는 가끔 먹고 피와 우유를 섞어 매일 마신다”고 했다. 신기해하자 데이비드는 “보고 싶으냐”고 묻더니 돈을 추가로 요구했다. 돈을 주자 마사이족 청년 여럿이 달려드는데 10여 분이 지나도록 소를 붙들지 못했다. 겨우 소를 붙들자 청년 하나가 활을 들고왔다. 데이비드는 “소 목 동맥에 상처를 내 피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동맥을 제대로 찾지 못해 활을 다섯 번이나 쏴야 했다. 그 실력으로 어떻게 매일 피를 뽑아 마시는지 궁금했다. 겨우 성공했고, 솟구치는 피를 대야에 받아 호롱박병에 우유와 섞어 나눠 마시더니 “맛보겠느냐”며 건넸다. 비릿하면서 미지근하고 달큰한 그 혼합 액체의 맛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전통이 관광상품으로 박제된 마사이 마을을 굳이 방문할 필요는 없겠구나 생각하며 마을을 나섰다.

여·행·수·첩
시차: 한국보다 6시간 늦다.
화폐·환율: 1케냐실링(KES)=약 12원.
비자: 주한 케냐대사관에서 발급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43-36, (02)3785-2903~4
예방접종: 출국 열흘 전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는 게 좋다. 서울 국립의료원·인천국제공항 등에서 맞을 수 있다.
항공편: 매주 월·금·일요일 방콕에서 나이로비행 케냐항공을 이용할 수 있다. 나이로비발 방콕행은 매일 운항한다. 약 9시간 30분 걸린다. 인천공항~방콕은 약 6시간 30분 걸린다.

아프리카 심장 속의 심장, 인류의 시원 응고롱고로 분화구 속으로 달린다. 황토 흙먼지 날리며 4륜구동 지프는 질주한다. 끝을 꿈꾸지만 도무지 끝이 없는 것처럼 달려간다.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오지로 불리는 이곳, 응고롱고로 정상에 섰다. 태초의 인류가 탄생한 땅과 같은 곳, 물 안개 자욱이 초원을 감싸고 대지의 생명들 습기를 머금고 태고의 땅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 응고롱고로의 첫인상이다.

2,300m 고도의 응고롱고로, 정 중앙의 마카투 호수를 배경으로 플라밍고가 무리 지어 있다.

신이 선물한 인류의 가장 포근한 휴식처, 응고롱고로

이 땅은 정녕 아프리카의 배꼽이다. 가슴 깊숙한 곳까지 대자연의 진동이 강하게 밀려드는 이곳, 아프리카의 심장이다. 인류의 시원답게 그 자태 또한 고매하고 청정하다. 태초의 모습 그대로인 이곳, 마주치는 다양한 동물들은 야성의 냄새와 본능을 있는 그대로 뿜어 내고 있다. 본격적인 숲길로 접어 들더니 갑자기 깊은 계곡으로 변하고, 또 다시 숲이 시작된다. 활엽 수림의 정글처럼 계곡 밑바닥부터 정상까지 짙은 숲이 이어져 있다.

황토의 촉촉한 기운이 대지에 생명력을 더하고 공기 또한 투명하고 상쾌하다. 롯지에 도착한 일행들은 평온하고 원시적인 마을 같은 산장에 매료된 듯, 미소와 안도의 표정들이다. 인간에게 가장 평온한 휴식처는 나의 본성과 닮은 곳이며,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위로해주는 곳이다. 안개 자욱한 응고롱고로의 첫날밤을 마주하고 있다. 부슬부슬 빗방울, 초원의 생명력처럼 투 두둑 떨어지고 있다. 마음마저 차분히 가라 앉는 밤. 빗소리에 나의 의식이 깨어 난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곳이다.

아루샤를 출발하여 응고롱고로 마을까지 이어지는 도로 주변에는 가축을 키우는 촌락들이 즐비하다.

고도가 높은 탓인지 밤사이 아무 탈없이 잠을 이루고, 몸은 가뿐하기만 하다. 높은 고도덕분에 시야도 탁 트여있다. 그로 인해 동물들도 거대한 분지 같은 이곳, 우리 아닌 우리 속에서 평온한 일상을 맞이 하고 있다. 6인승 사파리 차량에 탑승하고 한참을 비탈진 골짜기 속으로 내려 간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30배에 달한다는 응고롱고로의 저지대 지역까지 동물들의 발자취를 찾아 나서는 길이다.

세계 8대 불가사의이며 세계 최대크기의 분화구인 응고롱고로는 다양한 종의 동물들이 서식하며 아프리카에서도 손꼽히는 야생동물의 보고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화이트코뿔소(실제 흰색 코뿔소가 아니라 입 모양이 넓은 특징을 갖고 있으며 wide가 잘못 전달 되어 white가 되었다고 한다)가 서식하는 것으로 더욱 유명한 곳이기에 일행들은 기대가 더 크다.

탄자니아의 마사이어로 '큰 구멍'이라는 뜻의 응고롱고로는 남북으로 16㎞, 동서로는19㎞, 특히 아래로의 깊이가 600m로 제주도의 8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동물 백화점이라 불리는 응고롱고로에 살고 있지 않는 동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기린이다. 분화구를 둘러싼 외각 지역의 경사가 아주 심하기 때문이란다. 이 경사지고 좁은 길은 사람도 쉽게 통과하지 못한다. 내려가는 길과 오르는 길이 모두 일방통행이며 사륜구동차량이 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

크레터 중앙을 오가며, 어슬렁거리는 사자와 치타를 찾으며 사파리를 즐기는 사람들

응고롱고로 분화구의 정 중앙에는 마카투라 불리는 호수가 있다. 이 호수는 아무리 혹독한 건기라도 항상 물이 고여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에덴동산'이라고도 불린다. 연중 건기와 우기에 따라 찾아오는 동물 수가 틀리지만 펠리컨과 홍학 떼도 볼 수 있다. 홍학무리들의 분홍빛이 띠를 이루는 호수주변은 마치 봄의 벚꽃놀이처럼 분홍빛 장관을 이룬다.

응고롱고로는 그 유명한 탄자니아의 전사, 마사이 부족의 땅이며 유럽인에게 처음 발견된 것은 1892년 독일인 바우만 박사에 의해서였으며 그 이후 유럽 탐험가들의 발걸음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북서쪽으로 50km 떨어진 올두바이 계곡 Olduvai Gorge은 200만년 전의 초기 인류 진잔트로푸스 보이세이가 발견된 곳으로 이곳에는 인류학 박물관도 자리하고 있다.

응고롱고로 레라이 숲 아래, 초원에서 마주친 포효하는 치타.

원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땅, 응고롱고로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태초 모습 그대로다. 비록 가난한 나라이긴 해도 자연보호 의지는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 탄자니아의 경우 국토의 38%가 국립공원 아니면 자연보호지구다. 그 면적을 다 합치면 한반도 1.5배가 넘는다. 이 넓은 땅에 사람의 거주가 금지 또는 제한돼 있고 사냥조차 할 수 없게 돼 있는 것이다. 이런 규제가 철저히 지켜지기까지는 동물학자와 지식인이 흘린 피땀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동부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 보호운동이 본격화한 것은 1950년대 말부터였다. 구미의 지식층과 케냐 탄자니아 정부가 합심해 공원을 지정하고 사파리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을 정비하는 한편 밀렵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당시 탄자니아에서 야생동물 연구와 자연보호 운동에 앞장선 인물이 독일인 베른하르트 그르지멕(Bernhard Grzimek) 교수였다. 그는 평생 모은 기금으로 동부아프리카 국가를 지원하며 이 지역 동물보호운동에 불을 붙였다.

한 손에는 망원경을 들고, 동물들이 나타나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여행자.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동물의 대이동을 바라보면 그만 숨이 멎는다. 누구나 동물이 우리의 친구이자 이웃임을 실감하게 된다. 그르지멕 교수는 야생동물 보고서와 같은 책과 영화를 제작했고 언론 매체를 통해 야생동물과 자연, 이 무한대의 값진 인류유산을 보존해야 한다고 유럽인과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온몸으로 역설해 온 것이다. 그가 목숨을 포함해 모든 것을 바쳐 왔기에 우리가 지금 야성의 동물들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태초의 원시 자연, 신이 창조하신 에덴동산 응고롱고로. 동물의 낙원 그대로, 수 천년 세월이 지나 오늘에 이르도록 태초의 창조물들은 창조와 진화를 거듭하고 오늘의 응고롱고로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생명의 땅, 신비의 대지 응고롱고로는 21세기 인간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포근한 휴식처이며, 동물과 인간이 태초에 하나였음을 보여주는 원시 대자연이자 아프리카의 마지막 낙원인 것이다.

여행정보

찾아 가는 길
응고롱고로는 탄자니아 아루샤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180km 지점에 있다. 최근 대한항공이 케냐 직항을 운행하고 있어, 동 아프리카 사파리 여정이 한결 쉬워졌다. 아루샤에서 도도마 방면의 포장도로를 80km 정도 달리면 작은 마을이 나온다. 여기에 마냐라호, 세렝게티, 응고롱고로는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이정표를 따라 다시 달린다. 도로가 자갈밭으로 되어 있어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산 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리면 바나나 나무들이 울창한 무토와음부 마을이다. 이곳에서 마냐라호 N.P을 지나고 모래 투성이의 붉은 길을 한참을 달리면 응고롱고로 분화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룹을 이루어 거대한 응고롱고로 분화구의 잘 다져진 비포장길을 달리는 4륜 구동 사파리 차량들.

응고롱고로 분화구 투어
응고롱고로 분화구(Ngorongoro Crater)는 화산 폭발로 생겨난 것으로 그 크기가 백두산 천지의 30배에 달한다고 한다. 응고롱고로 분화구 안으로는 4륜 구동차량 이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 버스 등으로 온 사람들은 전날에 호텔 프런트에서 4륜 구동차량을 예약하든지, 아침에 직접 관광 안내소로 가서 신청한다. 가격 부담이 크므로 4명 정도의 동료를 모으는 것이 좋다. 06:00시 전에 롯지나 관광 안내소를 출발한다. 분화구 안으로 들어 가는데 코스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자유로이 루트를 선택할 수 없다.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은 도로 쪽이 좁아서 차가 비켜갈 수 없기 때문이다. 세렝게티 방면으로 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호수, 2개소의 습지 하마지구, 호숫가의 홍학과 펠리컨 무리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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