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낭만을 찾아서
Midnight In Paris, 영화 속 장면 찾아가기
우디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오프닝 시퀀스를 기억하시나요? 영화 자체로도 훌륭했지만 잔잔한 재즈 음악과 함께 따뜻한 색감으로 파리를 담은 프롤로그가 인상적이었어요. 영화에 로케이트 된 장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그 자체로도 특별하고, 훨씬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어디서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파리라면 더더욱요.
<미드나잇 인 파리>는 파리로 여행 온 주인공 '길'이 우연히 1920년대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달리,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같은 당대의 유명 아티스트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영화는 우디 앨런의 파리에 대한 진한 애정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와 낭만적인 파리의 모습, 여기에 우디앨런의 음악적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낭만적인 무드를 한껏 고취시켜주니까요.
저는 영화에 나오는 장소들을 저장해서 그 장면과 똑같은 사진을 찍어가며 여행했는데, 프롤로그에 등장한 장소들은 일반 여행자의 관점이 아닌 (이를테면 시테섬에서 바라본 노트르담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조금 비껴간 곳에서 보인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디 앨런만의 ‘진짜 파리’를 보여주는 듯. 이번 글은 <미드나잇 인 파리>에 나왔던 장소들을 소개할게요.
▲ 알렉상드르 3세 다리 Pont Alexandre Ⅲ
▲ 샹젤리제 거리 Champs Elysees
▲ 로댕 미술관 Musée Rodin
▲ 물랭루즈 Moulin Rouge
1# 셰익스피어&컴퍼니 Shakespeare&Company
셰익스피어&컴퍼니 서점은 영화 <비포 선 셋>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제시가 출간회를 하는 장소로 이곳에서 두 주인공이 6년 만에 재회하게 됩니다.
파리는 예상치 않게 기분좋은 장소를, 우연히 마주치게 될 기회가 많습니다. 오래된 책 냄새, 걸을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나무 소리, 낡았지만 푹신한 소파들.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서점입니다. 서점을 나와 센 강변을 따라 헌책방들을 구경하며 산보객이 되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 책방들은 파리시 소유로 되어있고 일정한 세금만 내면 임대기간이 평생이라고 해요. 이런 제도가 있어서 그런지 책을 판매하는 부키니스트들의 표정에는 유쾌함과 자부심이 보이는 듯해요.
2# 몽마르뜨 Montmartre
몽마르뜨하면 빠질 수 없는 영화가 있죠. 영화 <아멜리에>는 아멜리에의 배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그녀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국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동화 같은 내용이에요. 아멜리에가 찍은 사진 속 구름은 토끼와 곰 인형이 되고, 멈춰진 증명사진 속 남자가 움직이며 말을 하는 등 아멜리에의 상상력이 예쁘게 담겨있는 영화입니다. 그녀가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카페 레드 믈랭이 몽마르뜨에 있어요. 함께 보면 좋을 영화로 미셸 공드리의 <무드 인디고> 추천합니다.
우디앨런은 프롤로그에 물랭루즈와 몽마르뜨 박물관만을 담았는데 개인적으로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미술관을 추천합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도 살바도르 달리가 등장합니다. 말이 통아지 않아 달리!달리! 만을 외치며 눈을 크게 뜨고 등장한 애드리언 브로디는 정말이지 달리와 너무너무 똑같았지요.
사족으로 가끔 거리를 걷다 보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는 쇼윈도(Show window)를 볼 수 있는데, 그 시초가 달리였다고 해요. 1930년대 초현실주의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살바도르 달리나 마르셀 뒤샹같은 아티스트들이 쇼윈도를 그들의 작업대로 이용하곤 했는데, 이것이 상품을 보여주는 방식에 진정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많은 디스플레이 디자이너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어쨌든 1930년대 이 후 연출의 폭이 넓어진 것도 사실이지요. 미술관에서 달리의 유토피아적 이상에 흠뻑 취하는 것도 이 테마의 여행과 잘 맞는 것 같아요.
3# 노트르담 대성당 Notre-Dame
이 장면은 사원 뒤로 나와 시테섬에서 생 루이섬으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장면이에요. 관광객들로 분주한 앞면보다 훨씬 운치 있고 정적인 곳이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꼭 가보시길 바라요. 센 강위에 떠있는 웅장한 성당의 뒷모습, 센 강과 하늘, 그곳의 사람들까지.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풍경화처럼 아름답습니다.
4# 생 에티엔 뒤 몽 교회, 광장 Church of Saint Etienne
판테온 뒤쪽에 있는 교회 앞 광장이에요. 이곳에서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이 클래식 푸조을 타고 60년대로 시간여행을 하게 됩니다. 마침 제가 갔을 때 광장은 결혼식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로 분주했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신부를 보면서 눈이 참 즐거웠답니다.
5# 카모엔 거리 Camoens Street
세계의 모든 관광객들이 일종의 순례지처럼 일생에 한 번은 가봐야 한다는 에펠탑. 사진을 찍었을 때 에펠탑이 가장 파리답게 나오는 장소입니다.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이곳은 Trocadero역과 Passy 역 중간에 위치해있는데, Passy역에서 찾아가는게 더 쉽고 가깝습니다. 관광지 루트가 아니어서 한산하고 좋습니다.
▲ 폴리도르 레스토랑 Polidor
▲ 도핀느 광장 Place Dauphine
▲샹젤리제 거리 Champs Elysees
파리 여행 전 함께 보면 좋은 영화
노라 에프런 감독의 <줄리&줄리아>는 프랑스 요리 연구가 줄리아 차일드와 줄리아의 요리책으로 유명 요리블로거가 된 줄리 파엘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다채로운 음식들을 보는 재미는 물론, 그녀들 곁에서 늘 응원해주는 든든한 남편들을 보는 재미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입니다. 특히 메릴 스트립의 어눌하고 수다스러운 억양이 인상 깊었는데,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해요. 함께 보면 좋을 영화로 마크 피투시 감독의 <파리 폴리>와 실뱅 쇼매 감독의 <마담 푸르스트의 비밀정원>, 미셸 공드리 감독의 <수면의 과학>을 추천합니다. 이 세 영화 모두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낭만적인 영화입니다.
적당한 정보로 현물을 확인하는 식이 여행이 아니라, 잘 알려진 장소라도 그곳에서 새로운 감동을 얻고, 의미 있는 여행을 만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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