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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

미얀마 인레호수 : 창밖으로 펼쳐지는 몽환적인 새벽 풍경 미얀마(Myanmar)는 순박하다. 시간을 거스르는 불교유적과 소수민족들의 천진난만한 삶이 그 안에 옹골지게 녹아 있다. 황금 사원으로 채색된 불교의 흔적만 섭렵했다면 미얀마의 감동은 웅장하거나 경건함 쪽에 가까웠을지 모른다. 정신이 아득해진 것은 산속에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낸 호수와 사람들 때문이다. 미얀마 북동쪽 샨 지방의 인레호수(Inle Lake)에서 만난 흔적들은 모두 상상 밖의 모습들이다. 인레호수의 소수민족에게 호수는 삶이고 버팀목이다. 나룻배 위에 도열해 긴 장대로 물을 쳐서 고기를 쫓는 풍경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인레호수에서는 새벽을 맞을 일이다. 창 너머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수상 사원에서 흘러나온 낮은 톤의 불경 소리는 호수 위에 자욱이 깔린다. 호수에 사는 부족들은 장대로 물을 .. 더보기
시카고 - 블루스와 재즈 선율에 젖어든 마천루의 도시 시카고의 첫인상은 높고 단아하다. 현대건축의 메카인 도시의 뒷골목은 블루스와 재즈 선율에 젖어든다. 마천루의 도시, 바람 많은 ‘윈디 시티’. 재즈의 도시, 마이클 조던의 도시.... 시카고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은 복잡다단하다. 고층빌딩 사이, 미시간호에서 다가서는 바람은 차다. 시카고는 여행자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윈디 시티’다. 시린 이미지는 바람 때문만은 아니다. 도심을 빼곡히 채운 건물군은 도시의 을씨년스러운 이미지를 덧칠한다. 마피아 전성기의 한 획을 그었던 알 카포네 역시 시카고가 주 무대였다. 여민 옷깃 사이로는 쓸쓸한 재즈 선율이 내려앉는다. 고층건물이 즐비한 시카고는 마천루의 도시다. 도심의 야경 역시 탐스럽다. 크루즈 타고 감상하는 현대건축 미시간 호와 시카고만을 배경으로 수많은 빌딩.. 더보기
몬트리올 - “봉쥬르”가 익숙한 ‘북아메리카의 파리’ 거리에는 프랑스풍의 향취가 가득하다. 길목에서 만난 사람들의 첫 인사는 ‘굿모닝’대신 ‘봉쥬르’가 앞선다. 중국 식당에서도, 이태리계 아줌마도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쏟아낸다. 간판도 표지판도 대부분 불어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조우하는 단상들이다. 몬트리올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프랑스어권 도시다.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북아메리카의 파리’로 불린다. 캐나다의 프랑스풍 도시는 퀘벡시티가 먼저 떠오를 수 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퀘벡시티가 고색창연한 모습이 완연했다면 몬트리올은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역사적인 석조건물과 고층빌딩들, 청춘들의 유희가 조화를 이룬 모습은 유럽 여느 도시의 풍경을 닮았다. 세인트로렌스강 뒤로 펼쳐진 몬트리올. 오래된 건물과 고층건물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봉쥬르”가 익숙한 .. 더보기
일본 아마쿠사, 운젠 - 돌고래가 뛰노는 어촌마을에서 즐기는 ‘지옥온천 가까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야생 돌고래와 화산을 함께 만나는 일은 신비롭다. 일본 규슈(큐슈) 서쪽의 아마쿠사(天草) 제도와 운젠(雲仙)은 한국에는 다소 낯선 땅이다. 시마바라(島原) 반도의 남쪽 바다는 돌고래가 뛰노는 어촌마을 풍경이고, 북쪽으로 향하면 산자락에 기댄 화산지역이다. 일본 아마쿠사 제도에서는 야생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을 어촌마을 앞에서 목격할 수 있다. 야생 돌고래가 뛰노는 어촌마을 요동치는 것들에는 ‘쉼표’가 없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짜릿함으로 따지면 구마모토현(熊本縣)의 아마쿠사 제도가 생경하다. 일본에 뭐 이런 곳이 있었나 싶다. 120개의 섬으로 이뤄진 아마쿠사 해변은 오니이케항(鬼池港)을 벗어나 10분만 바다로 나서면 돌고래가 뛰논다. 도미오카(토미오카, 富岡) 등 어촌마을 앞.. 더보기
일본 나오시마 - 예술가들에 의해 현대작품으로 재탄생 시코쿠 가가와현의 나오시마는 '예술의 섬'이다. 좁고 오래된 섬마을에 들어서면 한 편의 작품과 조우하게 된다. 빛바랜 집들은 예술가들에 의해 현대작품으로 재탄생했고, 바다를 캔버스 삼아 건축미가 도드라진 미술관들은 들어서 있다. 나오시마는 한때 구리 제련소가 있던 세토내해의 투박한 섬이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외면받았던 낯선 섬에 예술인들의 손길이 닿으면서 변신은 시작된다. 1989년부터 시작된 재생 프로젝트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외딴 섬마을은 최근 10여 년 사이 한해 수십 만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가가와현의 새로운 명물이 됐다. 가가와현 다카마츠항을 벗어나 섬으로 향하는 풍경부터가 일단 생경하다. 여객선 위에는 가로등과 벤치가 놓여 있고, 젊은 청춘들이 삼삼오오 달뜬 얼굴로 서성거린다. 나오.. 더보기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 천 개의 섬 그리고 천 개의 문화 천 개의 섬 그리고 천 개의 문화, 인도네시아. 이제부터 여행을 떠나려는 인도네시아는 무려 1만 8,108개의 섬으로 이뤄진 국가이므로 앞 문장만으로는 인도네시아를 모두 설명해 낼 순 없다. 정말 그렇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 중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으면서도 힌두교, 불교, 기독교, 가톨릭 등 다양한 종교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다(多)종교 국가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를 구성하고 있는 400여 종족이 사용하는 500여 개의 언어를 보면 그야말로 세계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다. 부나켄섬에서 만난 소녀 연주가의 해맑은 미소와 수준급 노래솜씨. 이러한 문화적 풍요로움은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는 이방인에게 놀라움의 연속이 된다. 우리가 종종 다른 국가를 여행하며 느끼게 되는 문화적 이질감은 이곳에서만큼은 눈 .. 더보기
대만 가오슝 : 낭만과 활기를 동시에 선사하는 도시 한때 대한민국과 함께 아시아의 잠룡으로 꼽혔던 타이완은 세계적인 휴대전화 제조업체나 노트북 브랜드가 본사를 두고 있는 산업 국가이다. 타이완 남서부에 자리한 가오슝(Kaohsiung, 高雄)은 수출입 물동량 세계 4위에 달하는 대표적인 항구도시다. 가오슝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컨테이너와 이를 활발하게 나르는 지게차의 모습은 이른바 항구도시로서의 면모이다. 하지만 이내 그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역사의 발자취와 현대적인 감각미는 색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가오슝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85층 높이의 동띠스 빌딩(東帝士, Tuntex Sky Tower)과 왁자지껄한 야시장이 현대적인 위상을 의미한다면, 도심 곳곳에 자리 잡은 불교 사찰과 풍성한 자연 녹지, 그리고 시즈완(西子灣)의 석양은 여행자.. 더보기
몽골 울란바토르, 테렐지 - 칭기즈칸 후예들의 성기고 투박한 도시 몽골(Mongolia, 蒙古) 울란바토르(Ulaanbaatar)는 신비로운 땅이다. 끝없는 고원과 사막을 지나면 유목민의 흔적이 서린 검붉은 대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 1,300m에 위치한 울란바토르는 성기고 투박해도 몽골 제1의 도시다. 톨강(Tuul River)유역을 따라 20여 차례 이동하며 도시의 기초가 닦였고 그 이름도 수없이 변경됐다. 몽골혁명의 주인공을 기념하기 위해 ‘붉은 영웅’이라는 의미인 울란바토르로 이름이 정착됐지만 도시인의 삶 속에는 강렬함보다 부드러운 정서가 흐르고 있다. 울란바토르 인근 테렐지 평원에서는 칭기즈칸의 후예인 유목민들과 조우하게 된다. 유목민의 흔적이 서린 테렐지 울란바토르로 향하는 길은 오랜 상념과 연결된다. ‘칭기즈칸’의 후예처럼 들판 속을 내달리면 대륙의 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