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묵의 가이드'로 떠난 터키 이스탄불의 명소

소설가 오르한 파묵은 이방인들에게 이스탄불 최고의 여행 가이드다. 물론 노벨 문학상을 받은 파묵이 직접 가이드를 해줄 리는 만무하다. 그가 쓴 책이 훌륭한 안내책자가 된다.

파묵은 이스탄불에서 나고 자랐다. 번화가에 부모의 집이 있었고, 항구는 그의 놀이터였다. 파묵이 쓴 산문 '이스탄불: 도시 그리고 추억'에는 그의 유년기와 더불어 이스탄불의 정수가 담겨 있다. 술탄 아흐멧 자미(블루 모스크)나 아야소피아(성 소피아 성당) 등 단체 관광객들이 뻔히 갈 만한 곳을 피해 파묵의 책을 가이드로 삼아 '숨겨진 이스탄불의 명소' 탐험에 나섰다.


이스탄불의 에너지, 보스포러스 해협

파묵은 그의 책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해 보스포러스 해협을 이야기한다. 보스포러스는 마르마라해에서 흑해까지 약 30㎞에 걸쳐 있는 해협이다. 어린 시절 형과 함께 보스포러스 해안가에서 놀았던 파묵은 이곳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보스포러스는 인생, 즐거움, 행복에 대해 노래한다. 이스탄불은 보스포러스로부터 그 에너지를 이끌어낸다'고 했을 정도다.

보스포러스를 즐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유람선이다. 에미노뉘 항구에 가면 '보스포러스 크루즈'라고 적힌 표지판이 많아 유람선을 찾기 어렵지 않다. 단 호객꾼들이 이끄는 대로 가지 않는 게 좋다. 왕복 1시간 30분, 3시간, 5시간짜리 코스가 있는데 "1시간 30분짜리를 타라"는 이들의 권유를 물리치고 흑해 근처 아나돌루 카바흐까지 갔다 오는 5시간짜리를 선택했다. 배를 기다리면서 항구에 정박한 배에서 파는 고등어 샌드위치를 먹었다. 작은 바게트 빵 사이에 구운 고등어 한 마리와 양파, 양배추 등을 끼워 넣고 레몬 소스를 뿌린 간단한 음식이다. 딱딱하고 고소한 빵 껍데기와 짭짤한 고등어살이 입 안에서 탄력 있게 씹혔다.

이스탄불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해가 지고 난 후 에미노뉘 항구 근처에 있는 예니 자미와 어선들이 신비스러운 푸른 빛으로 감싸여있다./터키 관광청 제공

보스포러스는 그 옛날 아시아와 유럽을 나누는 물길 역할을 했다. 지금도 해협을 기준으로 동쪽은 아시아 지구, 서쪽은 유럽 지구라고 부른다. 양쪽 모두 터키 땅인데 보스포러스 해협은 공해(公海)다. 양안에 쭉 늘어선 술탄과 부호들의 옛날 별장들은 지금은 대부분 레스토랑이나 호텔로 바뀌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간질간질한 볕 아래 앉아 있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뱃고동 소리에 잠이 깨 차 한잔 마시니 1시간 30분 걸리는 뱃길이 마무리됐다.

크루즈 종점인 아나돌루 카바흐에서 내리면 해안가에 해산물을 파는 레스토랑들이 쭉 늘어서 있다. 나름 운치 있지만 돌아가는 배를 탈 때까지 두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이곳에만 머무를 필요가 없다. 유람선에서 내린 승객 중 3분의 1 정도가 마을 꼭대기에 있는 요새를 목적지 삼아 30분 동안 걸었다. 옷에 땀이 살짝 배어날 정도로 가파른 길이긴 하지만 비탈길 중턱부터 탁 트인 흑해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요새 바로 밑에 있는 야외 식당에서 흑해를 내려다보며 생맥주와 오징어 튀김, 홍합 튀김 등의 맛을 보니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맥주를 단숨에 들이켠 70대 미국인 할머니가 "이곳에서 어부로 눌러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했다.

에미노뉘 항구에 정박한 배에서 파는 고등어 샌드위치./변희원 기자
자미(모스크) 즐기기

오스만 세밀화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파묵의 소설책 '내 이름은 빨강'도 이스탄불 여행의 단초를 제공해준다. 소설의 화자인 '나'는 "진정한 장인이라면 50년 동안 말을 그리다 장님이 되고, 결국 그의 손이 그가 그리던 말 그림을 외워 그린다"고 한다. '진정한 장인'을 운운하는 소설책을 보면, 쉴레이마니예 자미(모스크)와 바로 옆에 있는 쉴레이자미예 고(古)도서관에 안 갈 수가 없다.

1557년 오스만 건축의 거장 미마르 시난에 의해 완공된 자미는 골든혼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다. 가로 59m, 세로 58m의 바닥에 지름 26.5m의 원형 지붕을 얹어 높이 53m 돔을 세웠다. 시난은 지진이 일어나 땅이 무너져도 자미가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골든혼에 가라앉을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한다. 자미에서 마주친 대학생 아슬란(22)은 "시난은 터키의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쉴레이마니예 자미는 '블루 모스크'라고 불리는 술탄 아흐멧 자미의 화장실 크기 정도로 비견될 만큼 아담하다. 대신 관광객들에게 치이지 않고 자미 내부와 정원을 호젓하게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정원 뒤편에는 쉴레이마니예 대제와 그의 사랑을 받았던 애첩 록셀레네와 시난이 함께 묻힌 묘지가 있다. 자미에 딸려 있던 빈민 급식소는 지금 식당으로 변했다. 식당 옆에 난 작은 문으로 들어가면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동굴 같은 정원이 하나 더 있다. 근처 이스탄불 대학 학생들이 물담배와 차를 즐기러 오는 카페다. 식당과 카페 반대 쪽으로 돌아가면 시난이 지어놓은 목욕탕이 있다. 여전히 터키식 목욕탕으로 운영되는데 여자나 남자가 혼자서는 들어갈 수 없고, 커플이나 가족 단위로 입장이 가능하다. 터키 젊은이들은 400여년 전 장인이 지어놓은 건물에서 목욕을 하고 밥을 먹으며 담배까지 즐기고 있다.

해질 무렵 갈라타 다리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사이로 쉴레이마니예 자미가 보인다. /변희원 기자
아슬란은 "해질 무렵 갈라타 다리에 가면 쉴레이마니예 자미가 예뻐 보인다"고 했다. 다리는 보스포러스 유람선이 출발하는 에미노뉘 항구에 있다. 오후 7시 다리에 도착했는데, 황혼 속 언덕 위에 있는 쉴레이마니예 자미가 신기루처럼 멀고 흐리게 보였다.

오후 8시가 돼서도 다리 위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아저씨나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나와 낚시를 한다. 낚싯대에는 바늘 네 개가 달려 있어 한 번에 여러 마리의 물고기를 낚을 수 있었다. 낚시꾼들 옆에 하나씩 놓인 양동이는 온종일 잡은 멸치로 수북했다. 

여행정보

환율: 1TRY(리라)=약 700원

숙박: 이스탄불의 명동이라고 불릴만한 베욜루 이스티크랄 거리에 위치한 호텔에 묵으면 관광명소나 맛집으로 이동하기 편하다. 이스티크랄 거리에 있는 리치몬드 호텔(www.richmondhotels.com.tr·+90-212-252-54-60)은 이스탄불 야경이 잘 보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연간 국내외 호텔 60만실을 판매하는 국내 최대 호텔 예약 사이트인 호텔패스(www.hotelpass.com·02-2266-3100)를 통해 예약 가능하다.

관광정보: 터키관광청 www.kultur.gov.tr, 터키 문화관광부 운영 관광포털 www.goturkey.com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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