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카파도키아
뜨겁고 건조한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진 황야, 그곳에 모습이 기묘한 바위가 줄지어 서있다. 터키 아나톨리아 내륙의 카파도키아다.
◇'스머프 마을' 모델이 된 곳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의 주인공들은 버섯으로 만든 집에서 산다. 그 스머프 마을의 모델이 된 곳이 바로 카파도키아의 파샤바 계곡이다. 금방이라도 마법사 가가멜이 나타날 것 같은 버섯 모양의 거대한 기둥이 수없이 도열해 있다. 고깔을 쓴 인물상 같기도 하고 아이스크림 같기도 한데,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었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수백만 년 전 인근 에르지예스 화산이 폭발하면서 굳어버린 화산재가 응회암이 돼 이곳 일대의 사암을 뒤덮었고, 다시 돌풍이 바위를 깎아 지금 같은 모양새가 됐다고 한다.
"거긴 어디서나 대충 사진기를 갖다 대도 그림엽서예요!" 이스탄불에서 들었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상상력의 계곡'이란 뜻을 지닌 데브렌트에 가면 낙타바위를 비롯한 온갖 형상 기암(奇巖)이 입을 벌어지게 한다. 아빠·엄마·아기처럼 보이는 바위 세 개의 가족바위가 있는 전망대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동굴 아파트'
카파도키아에선 바위에 굴을 뚫어 만든 '동굴 집'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나무는 구하기 어려운 반면 바위는 무른 응회암이기 때문이다. 우치히사르에서는 수많은 구멍이 벌집처럼 뚫린 13층 규모의 거대한 '동굴 아파트'를 만나게 된다. 굴마다 사다리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꼭대기에 사는 사람은 퇴근할 때 최소한 열두 집을 거치며 인사를 했을 것이다. 1950년대 터키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굴 거주를 금지하기까지 그곳엔 실제로 사람이 살았다.
성지 순례를 위해 찾는 명소도 대개 '굴'이다. 괴레메 야외 박물관은 기독교가 공인된 4세기 이후 일부러 고행(苦行)의 길을 택한 수도사들이 은둔한 곳으로, 교회가 있었던 많은 굴에는 아직도 성상(聖像)을 그린 프레스코 벽화가 남아 있다. 거대한 절벽 아래 카파도키아에선 보기 드문 시냇물이 흐르는 으흘라라 계곡에도 이런 '동굴 교회'가 남아 있다. 깊이 85m 규모의 거대한 지하 도시 데린쿠유는 서기 1세기 박해를 피한 기독교인들의 미로와도 같은 비밀 은신처다.
◇열기구 타기
카파도키아의 숱한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종합 선물 세트'와도 같은 체험이 열기구 투어다. 햇살이 뜨거우면 열기구가 뜨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 동틀 무렵에만 탈 수 있다. 열기구는 지상의 바위에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내려갔다가 하늘 높이 올라 온갖 계곡과 산을 배경으로 수십 대가 공중을 수놓는 장관을 펼쳐놓는다. 여기서 일출을 본 소설가 박범신씨는 "아침놀이 동쪽 능선을 타고 퍼져 나온다. 신이 밝음의 물레를 맹렬히 돌리는 게 보이는 듯하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 터키 이스탄불에서 카이세리 공항까지 1시간 30분, 다시 카파도키아의 주요 관광지가 있는 괴레메 지역까지는 1시간 걸린다. 이스탄불에서는 지난달 31일 경상북도·경주시·이스탄불시가 주최하는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가 개막해 9월 22일까지 열린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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